소설리스트

독문무공-145화 (145/149)

독문무공 - 의혹해소(1)

40. 의혹해소

악양루가 보이는 넓은 공터에 형형색색의 차일이 쳐진 곳에는 일꾼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삼만평의 공터에는 도합 네개의 비무대를 만드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

이었다.

그 비무대는 바로 천하군웅대회 기간동안 사용할 비무대였다.

이런 준비가 한창인 것은 군웅대회가 임박하였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런 일은 천하의 거대세력 중에 하나인 영웅성과 위지세가가 공동으로

준비 중에 있었다.

벌써 천하곳곳에서 몰려온 낭인들로 인하여 주변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때 일꾼들 사이에 있던 자가 큰 소리로 외쳤다.

"여기 스무 명의 사람이 필요하다. 일당 하루 이십문?

그 말이 다 울려 퍼지기도 전에 곳곳에서 사람들이 그 사람 앞으로 몰려

들었다.

이런 소리를 외치는 자는 다른 것을 볼 필요도 없이 선착순으로 모여든

자들을 우선적으로 선발을 하였다.

이런 일은 참으로 낭인들에게 커다란 행운이기에 너도나도 몰려들었다.

낭인들 중에 이렇게 일찌감치 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이 들은 준비를 하다 보면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와서 진을 치

고 있는 것이다. 일을 하여 돈을 버는 것도 목적이지만 그렇게 일을 하

면서 뭔가 정보를 하나라도 빨리 주워듣기 위함이었다.

또한 그들은 이런 일을 주관하는 자들에게 눈에 들어 한자리 차지할 생

각도 있었고 또한 이런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짜로 먹고 자고 할 수가

있기에 다들 선호하였다.

간단하지만 여기서 일을 성실히 수행만 한다면 행사가 끝난 후에 대부

분 행사를 주관한 자들 중에 자리하나 정도는 마련해 주기도 하였고 설사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같이 모인 자들을 알아 이후 강호행도에 커다란

도움을 받기도 하였다. 그런 것이기에 낭인들은 이런 일이 있다면 먼저

몰려와서 진을 치고 있는 것이다.

순식간에 말이 이어지는 동안 스무 명이 모두 모여들었다.

이런 자리에서 새치기는 죽음과 같았기에 선착순이 지켜지고 있었다.

만일 선착순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날로 그자는 이 곳에 모여든 낭인들

사이에 공적이 되어버렸다.

그렇기에 확실하게 그것은 지켜지고 있었다. 굳이 공사관계자가 순서를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또한 공사관계자가 특별한 이유가 없이 순서를

무시하면 그 것도 커다란 문제가 되었다.

"자 따라오시오."

이 곳에 공사를 하는 자들은 대부분 각지에서 모여든 낭인들이었다.

그렇기에 공사를 하는데 어려움은 별로 없었다.

그런 공사현장을 지켜보면서 지시를 하는 눈이 있었다.

"이제 준비는 거의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대회기간동안

의 질서이오. 그 일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용소명은 위지세가 위지검한에게 물었다.

"본가에서 대회기간동안 이백명을 파견할 생각이오. 그러나 그 숫자로

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영웅성 악양지부에서 나머지는

책임져야 합니다. 본가는 일단 본가 영역의 질서를 잡는 것도 버거운

실정이오."

위지검한은 다소 곤란한 기색을 보였다.

"당연한 일입니다. 악양 인근을 다 살펴보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면

영웅성 악양지부와 인근에서 팔백명을 차출하여 배치를 하도록 하겠습

니다. 다행이라면 천하인의 눈이 있기에 그리 곤란한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용소명은 그렇게 말하였다.

"다행이나 너무 급히 천하군웅대회가 준비되기에 몰려온 사람들을 수용

할 숙소가 제일 걱정입니다. 본가에 벌써 천하곳곳에서 숙소를 마련해

달라는 전갈이 답지하고 있으나 그 요구를 들어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그 문제는 사마세가와 남경상림에서 임시로 머물 거처를 마련하기로

하였으니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하나 문제는 고작 이삼천

으로 생각한 사람들이 이제 만을 넘어설 인원이 모일 것 같으니 그 것이

걱정입니다."

용소명의 탄식은 사람이 적게 모일 것 같다는 걱정에서 제발 적게 모였

으면 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 것은 그동안 무림에 변변한 행사가 없었기에 모일 기회가 없었기 때

문입니다. 이번 기회에 천하 무림인들이 모이는 잔치가 될 것이오."

위지검한도 위지세가가 있는 악양에서 이런 행사가 벌어지는 것이 즐거

워 그렇게 말하였다.

"그렇기는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습니다.

조정에서 이번 일에 대하여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조정

에서 무림을 꺼려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일은 들었지만 모두가 그 일을 유의하여 행동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 한데 천하군웅회를 새로 만든다는 말도 있는데 그 것은 사실

이오?"

위지검한은 낭인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을 들었기에 용소명에게 물었다.

"그 것은 모두 낭설입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런 일을 한다면 커다

란 문제를 야기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당장 무림맹과 충돌이 있을 수

있으며 조정의 의구심만 증폭시킬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허나 소문이 돌기에 하는 말이 아니오?"

"사람들이 생각 없이 하는 말이지요. 그런 자들이 괴상한 소문을 계속

만들어 낸다면 그 것이 문제입니다. 자칫 잘못 반응을 한다면 커다란 풍

파를 부를 수가 있습니다."

용소명은 이런 소문이 돌고 있는 것을 알지만 극구 부인을 하였다. 그런

계획이 없었다. 그러나 일부 청년들 사이에 군웅회를 만든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었고 그 것은 차츰 하나의 움직임으로 형성되고 있기도 하였다.

마치 그 일이 기정사실로 말해지기도 하였고 이일에 참석할 사람까지

그럴싸하게 거론이 되고 있기도 하였다.

그 것은 무림의 분열을 일으키고 조정에 개입할 명분을 주는 것이었다.

자칫 역모나 그런 비슷한 움직임으로 몰아붙이는 사태가 일어난다면 커

다란 우환이 아닐 수가 없었다.

"이 문제는 철저히 차단을 하지 않는다면 무림의 커다란 우환거리가 될

수가 있네."

위지검한은 용소명에게 일각의 우려를 들었기에 그렇게 말하였다.

무림맹과 별개의 조직을 만드는 것은 무림맹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

래할 수가 있었다.

천하군웅대회가 열흘 남짓 남겨두자 벌써 사람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었

다.

특히 비무에 참여하여 이름을 날리려는 자들이 불원천리를 찾아들고 있

었다.

"일단 사방 일장의 뗏목 여섯개를 만들어라.

용소명의 말에 이상한 얼굴이 되었다.

"예, 어디에 쓰실 것인지요?"

풍운군단의 대주가 의아한 얼굴로 용소명에게 물었다.

"비무대회 예심을 하는데 쓸 것이오. 십장, 십오장, 이십장에 각각 세

개, 두 개, 한 개씩 물위에 놓아 고정을 해놓으시오.

용소명의 말에 이해가 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예심은 세 가지 방법 중에 하나를 통과하는 방법으로 치룰 것이오. 첫

째 오장, 칠장반, 십장을 도약하는 자, 둘째 물위에 놓여진 각각의 뗏목에

착지하는 자, 셋째 오천근, 칠천오백근, 만근의 무게를 드는 자로 구분하

여 천, 지, 인급으로 구분하여 정할 것이오. 물론 이런 예심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자를 대상으로 할 것입니다."

"하오면 일부는 예심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까?"

"그렇소. 일문의 소문주나 나와 같은 사람에게 그런 예심을 보라고 한다

면 참가할 수가 있겠소?"

용소명은 그렇게 되물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를 해 놓겠습니다."

"또한 각 높이의 도약을 하기위한 도약대와 그 무게의 철구를 준비하는

것도 잊지 말고 해 놓으시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용소명이 말한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조건이나 상당한 경지에 이르지

않으면 통과가 어려운 조건이었다.

"한번 시험을 먼저 해보시오."

"상당히 어려운 조건입니다. 두번째 단계는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이나 세

번째 단계는 조금 어려워 보이는 조건입니다. 세번째의 단계에 얼마나

통과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천급, 지급, 인급무사라는 칭호는 얻을 수 있을 것이니 모두 최대

한 도전을 할 것이오. 한번 시험 삼아 해본다면 상당히 많은 숫자가 통

과를 할 것이오. 또한 예심을 통과한 자에게는 통과패를 주도록 할 것이

니 그 통과패도 이렇게 만들어 주게."

용소명은 종이를 내놓았다.

"알겠습니다. 추호의 착오도 없이 그대로 진행을 하겠습니다."

용소명은 군웅대회에서 일정한 조직을 탄생하는 대신에 이러한 방법으

로 군웅대회의 실체를 증명하기로 하였다. 그 것은 지성룡과 협의한 방

법이었다.

결국 인급무사는 천하에 천명이상이 존재할 것이나 지급무사는 고작 이

백명정도 천급은 백여명정도로 예상을 하고 있었다.

그 숫자가 얼마나 되느냐에 각 문파의 위치가 결정이 될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런 것을 지금 공표를 하는 것이었다.

"이런 사실은 지금부터 알리도록 하게. 참석하는 자들이 충분히 숙지를

할 수 있도록 하시오."

"예, 그럼 방을 붙여 모두가 알도록 조치를 하겠습니다."

대주는 용소명이 이런 것을 독단적으로 결정을 해도 되나 의아하기는

하였지만 대놓고 묻지는 못하였다.

용소명은 곳곳에서 도착하는 손님을 맞이하는데 하루의 시간을 다 보내

다시피 하고 있었다.

천하군웅대회의 진행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는 사인의 수뇌 중에 하나였

기 때문이었다.

아직 위지강천이나 지연룡이나 지장룡이 도착하지 않았기에 그 자리에

있는 최고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소문으로 용소명이 지

성룡의 최고 심복이라는 말이 있기에 그들은 와서 자신들이 도착하였다

는 것을 신고할 겸하여 용소명을 찾은 것이다.

그들의 관심사는 대부분 동일하였다. 지성룡의 동정과 천하군웅대회에

서 특별한 조직을 만들 것인가 비무대회는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였다.

간간이 중요한 일을 물어오는 것에 대하여 지시를 하는 것 외에 하루종

일 사람을 만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소요하고 있었다.

물론 일찌감치 도착한 자들이야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들

은 그만큼 열의가 있는 자들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그렇기에 용소명은

그들을 등한시하지 않고 모두 접견을 한 것이다.

이런 일 하나하나가 사람들에게 좋은 평판을 이끌어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용소명의 이런 태도는 찾아온 자들에게 상당히 좋은 인상을

주고 있었다. 자칫 이런 자들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 때문에 무림맹에서

있었던 불상사 같은 것은 없었다.

용소명은 그런 것을 알기에 찾아오는 자들을 적극적으로 배려하여 주었

다. 그렇게 하여 예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무려 천여명이나 만났습니다."

용소명은 위지검한이 들어오자 그렇게 말하였다.

"용총사의 부지런함으로 인하여 모두가 참으로 기뻐하고 있소이다. 여

느 모임에서 그런 환대를 받아 보았겠습니까? 접수를 하고 나면 바로 최

고의 인물이 맞아주는 예가 없었는데 이렇게 직접 만나주니 얼마나 사

람들이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위지검한은 그렇게 말하여 용소명의 공을 치하하였다.

"그런데 당가에서 왔다고 들었는데 아직 접수를 하지 않은 것 같습니

다."

"그렇소이다. 나에게는 인사를 먼저 왔는데..아마도 천하신존이 오면 접

수를 하려고 아직 접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도한 곤륜파가 방금

전에 도착하여 악양에 행장을 풀었다고 들었소이다. 각 세가나 대문파

도 이미 악양인근에 당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소이다."

위지검한은 그렇게 말하며 용소명의 앞에 앉았다.

"내일쯤 주공도 도착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들었습니다. 그리고 조정의 대신들도 삼백리밖에 도착하였다고

합니다. 모레쯤 도착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누가 나가서 맞이 하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그 문제는 일단 내일 의논해 보기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들이 오는 것이 심상치가 않으니 주의를 해야 할 것이오. 모두가 언

행을 주의하고 추호라도 의심 받을 내용을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이외다."

위지검한은 그 일이 걱정이 되는지 다시 말을 하였다.

"음 갈수록 행인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무정선사는 청해선사에게 말을 건네었다.

"그러할 것입니다. 악양인근에 상당한 인파가 벌써 와 있다고 합니다."

"하긴 천하문과 영웅성의 이름 앞에 움직이지 않을 무림인이 없을 것입

니다. 그런데 이번에 조정에서도 최고 실세인 이단현 장군이 오신다고

들었습니다."

무정선사는 청해선사에게 그 일에 대하여 말을 건넸다.

"다소 문제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조정이 한동안 그 일로 암중에서 격

론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다행히 이단현 장군이 참관을 하고 동창에

서도 참관을 하기로 하여 그 일을 마무리 지었다고 들었습니다."

"조정에서 의구심을 가지는 문제는 생각치 못한 일입니다. 그런데 천하

문에서 그나마 다소 의구심을 잠재운 것 같습니다. 앞으로 조정과도 문

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정으로서야 무림이 누구 한 사람의 통제 하에 들어가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승천검황어르신이 등장하였을 때도 상당한 이야

기가 암중에서 오고 갔지만 연치가 많으시기에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전이야 태을자가 독주를 하는 면이 있지만 본사의 사조님

이나 사마(四魔)가 건재하였기에 그리 주의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

나 지금은 천하신존을 막을 사람이라고는 그나마 소사숙 하나뿐이니 조

정에서 그런 우려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청해선사는 무정을 그나마 치켜세우면서 우려를 표시하였다.

"그렇기는 하나 다행히 천하신존 시주가 그나마 표면적으로 스스로 그

런 것에 뜻이 없음을 보였으니 다행이오. 조정에서도 무림과 대립이 그리

득이 없음을 알 것이기에 그리 문제를 키우지 않을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진통이 있을 것입니다. 문사들이야 앞뒤 재보지 않고

그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하는 경향이 있으니 종종 파문이 일 것입

니다."

청해선사는 조정에서 어떻게 일이 발생하였는지를 보고 받았기에 그렇

게 말하였다.

"생각없이 말하는 것이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다는 것을 모르는 경솔한

관리들이 일부 있을 것이나 그들의 이야기가 먹히지는 않을 것입니다."

무정선사도 세상을 이제 어느 정도 알기에 그렇게 말을 하였다.

"하나 조정에서 주시를 하는 상황을 천하신존이 의식하게 된다면 언행

에 더 조심을 기하게 될 것이니 그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청해선사는 지성룡을 제약하는 요소가 생기는 것이 다행이라는 듯이 말

을 하였다.

"사람이라는 것이 욕심에는 끝이 없기에 욕심을 제약하는 것은 필요합

니다. 본성으로 다스리려고 하지만 그 것은 도를 깨달은 자들도 종종 실

덕을 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것을 생각한다면 실덕하지 않도

록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무정선사의 말에 청해선사는 나이는 어리나 역시 하는 생각과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바라보는 것이 세속의 입장에서 잘되는 것을 시기하는 것이라면

무정선사의 말은 진실로 천하신존이 잘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들어 있는

것이었다.

청해는 자신이 진정한 법기(法器)는 되지 못한다는 자책감이 들었고 자

신의 부족함을 절감하였다.

무정선사는 청해선사의 잘못을 간접적으로 지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생각을 말한 것이 못내 부끄러웠다. 틀린 소리는 아니

나 불자로서 상대를 시기하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었다. 그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알자 말없이 따라 갈 수박에 없었다.

무정선사는 천하인들이 다 청해선사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 생각하자

내심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참으로 세상에 도가 없도다. 보이는 것만을 보고 일희일비하니'

또한 청해선사가 그러하다면 천하인은 더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는 생각

이 들자 천하인의 질시가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하신존 시주의 앞날도 이런 사람들로 인하여 험난하겠구나.'

무정선사는 지성룡이 천하의 이런 질시를 받는 것이 내내 안타까운 생

각이 들었다.

지성룡은 악양이 가까워오자 내내 감회가 새롭기 그지없었다. 춘삼월이

니 만물이 소생을 하고 있었다. 강남이야 항상 상록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봄이 되니 새로운 생물이 더 우거지고 있었다.

'천하군웅대회는 이제 시작이다.'

자신의 꿈을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수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것은 좋은 이보다 좋지 않은 일이

더 많았다.

꼭 의도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자신으로 인하여 뿌려진 피도 수천

을 헤아리고 있었다.

그런 것을 생각하자 내내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하였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성룡은 제갈휘미에게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을 하였다.

"무슨 말씀인지요?"

제갈휘미는 이해를 못하고 되물었다.

"아니다. 우선 가볼 곳이 있다."

지성룡은 자신이 말을 잘 못하였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말하였다. 어

자춘이 보내온 소식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악양 외곽에 있는 청허촌으로 가자."

지성룡이 갑자기 그렇게 말하자 제갈휘미는 지성룡을 이상한 눈빛으로

보았다.

"청허촌이라니요?"

"가보자."

지성룡의 행동이 이상하였기에 제갈휘미는 종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뭔가 내내 마음에 걸렸던 일이다. 그 일을 직접 해결해야 하겠다."

지성룡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아 제갈휘미는 이상한 눈빛으로 보았다.

"율사청의 시비가 있다고 한다. 지금 만삭이라고 하는구나."

지성룡의 말에 제갈휘미는 그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만나러 가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았다. 가서 본다고 하여도 좋을

것이 없었다.

"천지문주와는 참으로 아쉬움이 많다. 좀더 내가 먼저 다가가 이해를 구

하고 공존을 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였다."

지성룡의 말에는 회한이 어리고 있었다.

"내가 좀더 그렇게 하였다면 그들과 전과 같은 불상사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참에 그 고식을 들었으니 참으로 어떻게 해결을 할지

모르겠구나. 그러나 이미 알려진 이상 그대로 있을 수는 없는 일, 지금이라

도 만나서 일을 원만하게 처리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지성룡의 말에 제갈휘미는 할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냥 놔두기에는 뭔가 석연치가 않은 것이다.

"가서 이야기를 들어 보아야 하겠다. 원한이야 쉽게 잊을 수는 없지만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나는 불공대천지수일 것이나 나는 그

렇지가 않다. 결국 내가 가서 해결을 해야 하겠지."

지성룡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바로 얼마 전에 아이를 보았기에 더욱

그러한 것이었다.

그 아이를 보자 더욱 그 일이 마음속에 담아져 있었던 것이다.

지성룡의 말에 제갈휘미는 말없이 마차에서 내려 기다리라는 지시를 내

렸다.

지성룡은 영웅성 외당 당주가 들고 온 소식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신양에 나가있는 어자춘이 보내온 소식인데 율사청의 애를 가진 여인의

거처를 알아냈다는 소식이었다.

그들은 악양에 숨어 있었다. 한마디로 가장 삼엄한 경계를 하던 곳으로

숨어 들어간 것이다.

당시 악양은 그 당시에 영웅성과 위지세가에서 철통감이 지키던 곳이었

다.

그런 삼엄한 경계를 뚫고 들어간 것이다.

"알겠소. 물러가 보시오. 이 서찰의 내용에 대하여는 누구에게도 함구를

해주시오."

"예.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지성룡은 외당당주가 물러가고 난 이후에 한참동안 생각에 잠겼다.

후환을 생각한다면 삭초제근을 하는 것이 무림의 방식이었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그들은 산사람들이다. 단지 그들이 율사청

과 연관이 있다고 하여도 그 것이 죽을 죄는 아니다. 더 이상 피를 흘려

서는 아니된다.'

지성룡은 아무리 하여도 대규모 혈사가 자신으로 일어났다는 생각으로

인한 죄책감을 떨치지는 못하였다.

그렇기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자신의 잘못은 없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

게 하려고 한 것은 자신의 욕심이 빚은 과오였다.

'이왕에 살아남은 그들이라도 살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그 것이 더 큰

잘못을 범하지 않는 것이다. 악양에 있다고 하니 그들에게 더 이상의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을 해주어야 하겠다. 자칫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또 다

른 불씨가 남을 수가 있다.'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더 이상 안 좋은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려

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 들을 외면하는 것이 순리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한다는 것은 내가

더 괴롭게 되는 일이다. 그들이 자유롭게 살아가도록 조치를 취해주는

것이 도리이다.'

지성룡은 인간으로서 할 당연한 생각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행허촌은 여느 농촌의 마을과 대동소이한 마을이었다. 행허촌에 다다라

지성룡은 마을 외곽에 행렬을 멈추게 하였다. 그런 연후에 마차에서 내려

제갈휘미와 단둘이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말 좀 묻겠습니다. 작년에 이사 온 댁이 어느 집입니까?"

지성룡은 마을에서 지나가는 한 사람을 붙잡고 물었다.

아주머니는 외지인이 묻자 다소 경계의 눈을 하였으나 지성룡의 인상이

그리 험악하게 보이지 않는지 차츰 얼굴이 풀어졌다.

"저쪽에 보면 기와집이 하나 있을 것입니다. 그 집입니다."

지성룡은 기와집이라고 하자 그 마을에 기와집은 단 하나이기에 어디인

지 알 수가 있었다.

그 순간 기와집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자신이 잊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맙습니다. 그럼?

여자에게 감사를 표하고 다시 가기 시작하였다.

기와집에 도착하자 예리한 살기가 발해지는 것을 느꼈다. 지성룡이 오

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지성룡은 그런 것을 무시하고 대문으로 다가갔다.

"문 좀 여시오."

지성룡은 대문에 다다라서 작지만 또렷하게 말을 하였다.

그러자 안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문이 열렸다.

"누구시오?"

한 사람이 나타나 지성룡에게 물었다. 나타난 자는 이십이 갓 넘어보이

는 자였다.

그 기세는 조금만 그들에게 위해가 되는 존재라면 바로 공격하겠다는

태세였다.

"나는 지성룡이라 하오이다. 사람들이 천하신존이라 칭하기도 하오."

지성룡의 말에 그자는 경악어린 얼굴이 되었다. 그러나 곧 신색을 회복

하였다.

"모든 것을 알고 왔으니 나를 안으로 안내해주게. 결코 나쁜 뜻으로 온

것은 아닐세."

지성룡의 말에 다시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자는 지성룡도 본 자였다.

"그대는 무영루의 인물이군. 안으로 안내를 하였으면 하네."

지성룡이 자신을 알아 본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

았다.

"들어오시오."

지성룡은 안으로 들어갔다.

"일단 그대들의 안주인을 만나보고 싶네. 인도를 해주게."

지성룡의 말에 그자는 지성룡을 가운데 건물로 데리고 갔다.

"잠시 기다리시오."

그렇게 말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은 중간에 대청이 있는 건물이었다.

대청으로 두 사람이 나타났다.

지성룡은 항상 율사청의 처소에서 수발을 들던 시녀라는 것을 알아보았

다.

그녀는 하얗게 질린 얼굴이었다.

"올라오시지요."

그렇게 말하고 무거운 몸을 이글고 자리에 앉고 있었다.

지성룡과 제갈휘미는 대청에 올라갔다.

자리에 앉도록 서로 말이 없었다. 지성룡도 일장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

잡았다. 지성룡의 곁에 제갈휘미도 앉았다.

지성룡은 나타난 두 사람 외에도 한명의 여자와 두 명의 남자가 더 있다

는 알았지만 그들에 대하여 말을 하지 않았다.

"일단은 전란에 휩쓸리지 않고 무사한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오. 그리고

부인이 그나마 그의 혈족을 가진 것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오."

지성룡의 말에 그들은 얼굴에 다소나마 안심하는 빛이 어렸다.

"소식을 들었을 때에 수하들에게 알아서 하라고 지시를 내릴 수도 있지

만 이렇게 직접 찾아온 것은 더 이상 불행한 일이 없었으면 한다는 것

이오."

지성룡의 말에 애화는 고개를 들었다. 지성룡이 이렇게 찾아온 것은 자

신들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겠다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애화의 입장에서 지성룡은 남편을 죽인 원수였다. 정식혼례는

사정상 올리지 못하였지만 아이를 잉태한 이상 남편인 것이다. 그런 불

공대천의 원수를 보고 어떻게 하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었다.

지성룡이 찾아온 것은 원한을 잊고 살아가라는 말이었다. 그 것을 모를

리 없는 애화였다.

"나는 그대가 낳은 아이가 천지문을 재건하기를 원하오."

순간 애화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더

욱 놀란 것은 제갈휘미였다. 그 것은 복수를 해도 좋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다시 불행한 일이 일어나는 것도 원하지 않소이다."

지성룡의 말에 애화는 가만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지성룡이 이렇게 찾아오기까지 많은 생각을 하였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 원한을 포기하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자신들에게

자유를 줄 수 있다는 거래를 청하고 있었다. 그 거래를 응하는 척 하여야

지금의 위기를 모면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응하는 척하는 것만으

로는 불가능한 것이다. 결국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다가올 것이다.

"결국 눈을 피하지 못한 우리들입니다. 결국 우리의 운이 그 정도 뿐이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하건 우리들은 거미줄에 걸린 날벌

레처럼 감시의 눈길을 피하지 못할 것입니다. 결국은 우리가 위해가 되는

행위를 한다면 용서가 없겠지요."

지성룡은 애화가 약간 부정적인 어조로 말을 하자 애화를 보았다. 그러

면서도 내심 애화가 침착한 반응을 보이는 것에 놀라고 있었다. 이런 상

황에서 담담한 것은 상당한 여자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좋습니다. 알려진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겠지요."

아이를 가진 모정은 결국 수치스러운 일이나 거래에 응하는 선택을 할

수박에 없었다.

"나는 소식을 듣고 많은 고민을 하였소. 그러나 그 일을 행한 자는 율문

주이지 부인이나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을 하였소이다. 하늘이 그 아이를

그 혈겁에서 살린 것은 할 일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을 했소이다."

지성룡은 그렇게 말하고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그들에게는 지성룡의 출현자체가 커다란 충격이기에 새악할 시간이 필

요한 것이다.

"외람되지만 제가 한 말씀 물어도 되겠습니까?"

무영루 출신의 남자가 그렇게 묻고 나섰다.

"말해보시오?"

지성룡은 그자도 중요한 이물이라는 것을 알기에 말을 하게 하였다. 그

자보다 무공이 강한 자는 이 집안에 없어 보였다.

"복중에 있는 소주께서 나중에 천지문을 재건하게 해준다면 결국 언젠

가 그 원한은 표출이 될 것이 분명한 일이오. 그것을 모르시는 것입니까?"

지성룡의 말에 담긴 모순을 지적하여 왔다. 이 자리에서 아무리 원한을

잊었다고 하여도 나중에는 역사를 알 것이고 결국 피의 대립이 불가피한

것이다.

"그 것은 그때의 선택이 될 것이오. 내가 원하는 것은 영원한 것이 아니

라 내가 살아있는 동안의 일이오. 또한 당분간 아무리 그대들이 준비를

하여도 그런 일은 불가능할 것이오. 그럴 바에는 서로 부질없는 증오를 담

고 살지는 말자는 것이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성급한 그대들의 복수

로 인하여 마지막 남은 천지문의 맥이 사라지는 것이오."

지성룡의 말은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조금 잔인한 말이지만 그들의 목숨은 지성룡의 손에 달린 것이나 마찬

가지였다. 그런 현실에서 복수를 운운하는 것은 지성룡에게 잔인한 선

택을 강요하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지성룡의 본심이 자신들을 살리고 싶다는 것으로 파악이 되었기에 그렇

게 답하였다.

"하나 천지문의 재건은 우리들의 손으로 이루겠습니다."

애화는 또렷한 목소리로 지성룡의 도움을 거절하였다.

"알겠소."

지성룡은 그들에게 도움을 받으라고 하는 것은 더 큰 치욕을 주는 것이

기에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였다.

"향후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오. 그리고 아이가 큰다면 언제든

지 나를 보러 오라고 하시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할 것이오."

지성룡은 그렇게 선언하듯이 말을 하였다. 자신의 언행이 다소 승자의

오만으로 들릴까 걱정이 되기도 하였지만 필요하기도 하였다.

지성룡은 그들을 만나면 후련할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그들을 보고 나자

더 마음이 불편하였다. 마음이 착잡하였기에 그 집을 떠나 일행들이 기

다리는 곳까지 가는 동안 아무런 말이 없었다.

마차에 오를 때까지 말이 없었다. 마차에 올라서도 출발을 할 때까지 말

이 없었다. 제갈휘미도 지성룡이 뭔가를 생각하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말이 없이 조용히 있었다.

"수하들이 있지만 여자 혼자 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후에 종종 살펴보

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없는지 그대가 조금 신경 써 주기를 바라오."

지성룡은 마차가 출발하자 제갈휘미에게 그렇게 말하였다.

"알겠습니다. 지켜보면서 문제가 없도록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이후의 일은 제가 신경을 쓸 것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부탁하오."

그렇게 말한 후에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근본적인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만일 그대로 두었다가는 언제 공

적의 후손으로 몰려 변을 당할지 모르는 그들이었다. 세상에는 영원한

비밀은 없는 것이었다. 그들을 나서서 지켜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세상에

서 발붙일 수가 없게 될 것이었다. 그런 사실을 알기에 그 소식을 접하

자 만사를 제쳐두고 그들을 방문한 것이다. 자신이 방문한 것으로 모든

자들에게 그들의 존재는 알려질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방문하여 그들

을 용인하였기에 더 이상 문제르 삼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종적의 후예라는 이유로 핍박을 하고 나중에는

그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하려고 할 자들이 생겨날 수가 있었다.

"내내 마음이 무거웠는데 그나마 그들이라도 남아 있기에 다행이다. 물

론 본문이나 나에게는 달갑지 않지만 그들이 산 것은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을 지켜주는 것이 인간의 도리일 것이다."

지성룡은 생각할수록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면서 혼잣말을 하듯

이 말하엿다.

"그들도 대세를 알 것입니다. 아무런 승산이 없는 것을 알면서 무모하게

복수를 하겠다고 나서지는 않을 것입니다."

"결국 내 후손들에게 새로운 피의 숙명을 남겨야 하는 것이 분명한 이

결정이 마음에 걸리오. 결국 이런 결정으로 인하여 이후에 더 큰 불행이

잉태될 수도 있을 것이오."

지성룡은 그런 생각을 하자 마음이 점점 무거워 졌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까지 혈겁으로 인하여 맺은 업보에 하나일 것이니

그들 하나가 더해졌다고 특별한 것은 아닐 것이오."

지성룡은 그렇게 다짐하듯이 말을 하였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천지문과

관련이 있는 자들은 모조리 처리를 하여야 하였다. 결국 그들을 처리하건

아니하건 하등의 차이가 없는 것이었다.

"결국 후손들은 그들을 경계하며 매사에 신중하게 살아가야 할 것이오."

지성룡은 그렇게 자신에게 다짐하듯이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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