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문무공-144화 (144/149)

제휴(3)

"용음(龍音)이라고 하였어요. 그렇게 붙여도 되죠?"

"그렇게 하시구려."

지성룡은 그렇게 말하고 말았다.

"고마워요. 하늘에서나마 기뻐하실 거예요."

지성룡은 그렇게 기뻐하는 영소혜를 보자 잘되었다는 생각을 하였

다.

한쪽에서 쌔근거리면서 자고 있는 아이를 보았다. 막 입술을 오물

거리다가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다가 빙긋 웃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웃었어요."

"그렇소. 배 안에 짓을 하는 것이오."

지성룡은 먼저 애를 본 사람답게 말하였다.

"정말 신기해요. 낳기 전에는 빨리 낳기만 바랬는데 이렇게 바라

보니 신기해요."

"조금 지나면 젖앓이를 할 것이오. 그 때에는 나이든 여자에게 물

어 그대로 행하시오. 자칫 또다시 고생을 할 수가 있소."

지성룡은 걱정스런 어투로 말하였다. 황영지는 산통보다 젖앓이로

더 고생을 하였다. 젖이 불어나면서 아기가 빨아먹지 못하면 가슴이

통통 붓는 것이다.

그 때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고 제갈휘미가 들어왔다.

"축하드려요, 형님"

제갈휘미는 가가이 다가와서 그렇게 말하였다.

영소혜는 제갈휘미가 형님이라고 스스럼 없이 말하자 약간 어색하

였다.

자신의 몸 하나 가누기 어려운 실정이라 제갈휘미의 일은 그저 들

어 넘겼던 영소혜였지만 약간 마음에 걸렸던 참이었다.

"고마워. 상공은 언제 떠나실 거예요?"

"일단 열흘정도 있다가 출발을 할 생각이오. 아직 시간은 이십일

가까이나 있으니 열흘 후에 출발하면 오일 전에는 당도할 것이오."

영소혜는 바로 출발하지 않는 것에 안도를 하였다.

"그 동안 옆에서 잘 좀 보살펴 주시오."

지성룡은 제갈휘미에게 당부를 하였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일단 아이가 났으니 수하들에게 간단하나마 뭐를 해야 할 것 같

소. 잠시 다녀오리다."

지성룡은 제갈휘미가 들어오자 성내의 일을 정리하려고 밖으로 나

갔다.

"감축드립니다."

지성룡이 중앙 대전에 나가 영웅성의 수뇌부를 모으자 이구동성으

로 축하 인사를 하였다.

"그 아이의 이름은 영용음이라 한다."

지성룡이 그렇게 선언하듯이 말을 하자 모두 놀란 얼굴로 지성룡

을 보았다. 일부는 그런 생각도 하였지만 천하제일인인 지성룡이

뭐가 아쉬워 처가의 성을 따르게 하겠냐는 생각을 하였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었다.

"선대 성주는 지금의 성주만을 남기고 돌아가셨고 다른 후사가 없

다. 그렇기에 영가의 맥이 끊어질 것이 자명하다. 나는 강남에서

혁혁한 무명을 날렸고 이 영웅성의 기반을 닦은 전대성주를 기리고

자 영가 성을 따르게 하였으니 그리 알고 모두 성심으로 보필하여

주기를 바란다."

지성룡은 재차 선언하듯이 말을 하였다. 엄밀히 말하면 지성룡이

태상호법이나 외인이나 마찬가지였고 만일 후인이 영씨가 아닌 지

씨라면 결국 지성룡에게 정복된 느낌을 가질 것이었다. 또한 천하문

에 종내에는 흡수된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가 성을 따르는 것은 영웅성의 독자성을 확보하는 일이

었다. 그 것을 대외에 확연히 공포하는 일이었다.

모두 기뻐하는 기색이 만연하였다. 내심으로 불만은 아니나 아쉬

움을 가졌던 영웅성의 인물들에게 이런 조치는 환영할만한 일이

었다.

"소성주님에게 충성을 맹세합니다."

누군가 큰소리로 외침이 일었고 이구동성으로 충성서약을 하기 시

작하였다. 한동안 충성서약이 메아리치는 것을 말없이 지켜보던

지성룡은 장내를 진정시켰다.

"모두 그 동안 수고하였다. 그렇기에 재당당주는 모든 인원에게

특별 하사금을 지급할 계획을 세우도록 하여라. 모든 무사들에게

세냥을 지급하고 직위에 따라 다소 차이를 두어라. 그리고 본성과 휘

하 지단에 술과 고기를 보내어 조금이나마 이 기쁨을 같이하고 싶다

. 그러니 재당당주 주도하에 내당, 외당당주가 협조하여 조치토록 하라."

지성룡은 영웅성의 재정이 이 정도의 여유는 있다는 것을 확인하

였기에 그렇게 지시를 하였다. 이런 조치로 충성을 답보할 수만 있

다면 손해가 아니었다. 사마의 죽음으로 위축이 된 영웅성에 활기를

주기위해서는 이렇게라도 경축할 만한 일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였다.

그렇기에 작은 일이지만 일을 크게 만든 것이다. 더불어 곧 있으면

군웅대회가 열리는데 이를 위해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휘하 무사

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기 위한 조치였다.

"모두 그 동안 본성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것을 감안하여 행하는

조치이니 그리 알고 추호의 차질이 없이 진행되도록 하시오."

지성룡의 말에 그들의 얼굴에는 희색이 만연하였다.

물론 아주 큰 돈은 아니나 그 정도라면 한달 녹봉을 상회하는 금액

이었다. 직급에 따라 달리하라는 것은 바로 그 정도 비율로 녹봉을

기준하여 정하라는 것이었다.

"충심을 다하여 봉행하겠습니다."

재당당주를 비롯한 세 당주가 그렇게 외쳤다.

지성룡은 민망한 기분이 들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오늘은 부당주이상과 같이 술을 한잔 마실까 하는데 내당

당주가 준비를 해주시오."

지성룡은 그들과 같이 어울린 적이 없다는 생각에 그렇게 지시를

하였다.

"예, 그렇게 알고 준비를 하겠습니다."

"결국 이렇게 되었네."

영소혜는 제갈휘미에게 그렇게 말하였다.

그 말을 듣자 제갈휘미는 영소혜가 의미하는 것을 알기에 묵묵히

있었다.

"개봉에 있는 형님은 무서운 면이 있지. 보이지 않게 상공을 위하

여 음으로 양으로 많은 것을 하기도 하지."

영소혜가 그렇게 말하자 제갈휘미는 그 의미를 쉽게 파악하지 못

하고 영소혜를 보았다.

"동생을 데리고 온 것은 동생이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맹주님의 따

님이기 때문이기도 하였지. 그렇기에 맹주님도 허락을 한 것이고."

그 순간 제갈휘미는 영소혜가 말하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형님이 결정한 일이니 나야 할 말이 없지만 한 가지만 당부할게.

상공을 위한 일이 무엇인가만 먼저 생각하고 모든 것을 행하도록.

그렇지 않는다면 개봉의 형님이 가만히 있지도 않겠지만 나도 가만

히 있지는 않을 것이야."

영소혜의 말에 제갈휘미는 오싹한 한기를 느꼈다.

어조는 부드러웠지만 엄중한 경고를 보내는 것이었다. 이미 한번

지은 죄가 있기에 제갈휘미는 변명도 하지 못했다.

"예, 형님."

제갈휘미는 영소혜가 그렇게 말하는 내심을 짐작하기에 수긍을 하

였다. 이제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었다.

"한가지 더 부탁한다면 형님과 나 사이에 끼어 문제를 일으키지

말기를 바래."

"알겠어요."

영소혜는 제갈휘미를 보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황영지가

만일 허락을 하지 않고 있다면 어정쩡한 신분으로 청춘을 보내어야

할 처지였다. 그런데 생각외로 이렇게 빨리 결단을 내려 일을 정리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혼례도 올리지 않은 몸으로 시침을 들게 한 처사는 일면 잔

인한 처사였다.

그 것을 생각하자 영소혜는 내심으로 황영지의 치밀한 면을 느꼈

다.

'실로 처녀로서 이런 수치를 강요한 형님이나 이런 일을 서슴없이

행하는 동생이나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다.'

영소혜는 그렇게 내심으로 생각을 정리하면서 눈을 감았다.

영소혜가 아무런 말이 없이 있자 제갈휘미는 약간 불안하였다. 지

금 영소혜가 말하는 내용은 황영지에 대한 약간의 경계가 들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 것은 황영지에 대한 불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

미하였다.

"제가 일종의 인질이었다는 것입니까?"

제갈휘미는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기에 재차 물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런 면도 있었다는 것이야. 특히 천

하인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면도 강하였지."

영소혜의 말에 자신이 까마득히 모른 내용이라 충격적이었다. 추

호도 인질로 왔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자신 스스로 황영지가

요청하여 온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시각으로 보고 있었다

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제갈휘미는 충격적인 사실에 아무런 말이 없었다.

'결국 아버님이 무림맹주가 되는 대신에 나를 인질로 삼아서 데려

왔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결국 상공도 알고 있었다는 것인가?'

지성룡이 예상외로 자신을 너무나도 쉽게 용인한 것이 이해가 되

었다.

그런 사실을 깨닫자 약간은 걱정이 되기도 하였던 것이다.

'그럼 개봉 형님은 상공의 행보에 대하여 반대를 하면서도 가장 안

전을 도모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인가?'

황영지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게 되었던 것이다.

'천하문의 아버님과도 보이지 않게 대립을 하기도 하였던 형님이

다. 그렇게 본다면 형님은 항상 이것저것 따지고 있었던 것인가?

겉으로는 모르는척 하면서'

제갈휘미는 황영지의 치밀함을 깨닫게 되자 약간은 거부감이 들기

도 하였다.

자신이 총명한 여자라고 생각하였던 제갈휘미는 그런 믿음이 사라

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보다 더 앞을 보면서 자신을 조종한 것이다.

"어쨌든 매사에 신중하게 행동을 하여 분란이 없도록 해야 할 것

이야. 상공의 위치를 생각한다면 우리들의 행동 하나하나는 여염

집의 아녀자가 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니?

"녜,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갈휘미는 말로만 듣던 여인네의 암투가 이곳에서 벌어지는 것을

느꼈다.

너무나도 우스운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어이가 없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 기대가 되기도

하였다.

"저도 상공의 위치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고 상공의

행보가 천하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추호도 그런 사심이 없습니다. 물론 이후에 우리 여자들도 그런 일

의 중심에 들 것이나 서로 신중하게 처신하면서 서로 의논하면 문

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갈휘미의 말에 영소혜의 얼굴에 약간 놀람의 빛이 어렸다.

"후후 동생 제법인데. 그렇게 생각하고 처신한다면 문제가 없을

거야. 하나 문제는 동생이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

영소혜는 진한 미소를 지우면서 말하였다. 그런 것을 보자 제갈휘

미는 약간 불안해지기도 하였다. 그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자신은 아직 혼례식도 올리지 않았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영소혜가 의미하는 말이 그런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즉 그 문제를

서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 문제는 가만히 기다리라는 말이었다.

"제 신상에 관하여는 개봉 형님이 알아서 하도록 그저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심으로 자신의 처지가 이상하다는 것을 인식

하였다.

그렇게 되자 얼굴에 의기소침한 빛이 떠올랐다.

"동생이 빨리 인정을 받으려면 방법이 있지. 잘 생각해봐."

영소혜는 그렇게 말하고 이상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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