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문무공-140화 (140/149)

제  목: [연재] 독문무공(140)

지성룡은 검장지공을 회수하지 않고 그대로 진기를 더 주입하였다. 그저 어설프게 쫓아 보낸다고 하여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확실하게 처리를 하여 후환을 없애야 했다.

지성룡은 죽여야만 해결된다는 생각에 끝까지 진기를 보내었다.

하나 철갑묵독망을 잘 모르기에 그렇게 한 것이다. 철갑묵독망은 눈 아래 좌우로 독낭(毒囊)이 있고 그 안에 독의 정화를 모아서 키워온 독단이 존재했다.

눈을 관통하고 난 후에 진기는 여지없이 독낭을 강타하였다. 그러자 독낭은 그대로 분쇄가 되었고 그 중심에 자리한 독단마저 그대로 터트려 버린 것이다.

철갑묵독망의 피부가 강한 것이지 안의 살은 다른 동물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니 연약한 곳이 터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순간 극렬한 고통에 못이긴 철갑묵독망이 요동을 쳤고 그 순간 터진 눈 사이로 검은 연기가와 핏물이 사방으로 뿌려졌다. 요동을 치기에 온 동굴로 비산되어 날아갔다.

일부는 지성룡의 주변으로도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지성룡에게 다시 쇄도해 왔다. 보이지 않는데도 그 자리를 찾아 덮쳐온 것이다. 순간 지성룡은 상황을 인식하자 쌍장으로 머리를 강하게 격타하였다. 검장지공을 사용하였기에 그 순간 머리는 관통이 되다시피 하여 너털거렸다. 머리가 바스러져서 그런지 순간 머리를 바닥에 부딪치면서 떨어졌다.

그러나 아직도 숨통은 끊어지지 않았는지 동체가 간간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지성룡은 그런 철갑묵독망을 보고 있었다.

그 순간 지성룡은 강한 현기증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고작 일장도 못 떨어진 곳에서 독연이 피어오르기 때문이었다.

혹시나 모른다는 생각에 바닥에 나뒹굴어 있는 머리에 재차 일장을 가하였다. 그러자 머리는 그대로 철갑만이 남은 채로 바스러져 버렸다. 그러나 공력을 끌어올려서 그런지 현기증이 더욱 심해졌다.

지성룡은 바닥에 쓰러지듯이 앉아 억지로 가부좌를 틀었다.

운기조식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기조식을 하려고 하는 순간 어지러움은 더욱 증가되었고 지성룡은 자신도 모르게 정신을 잃어갔다.

철갑묵독망의 독단은 철갑묵독망이 천년이상 살면서 모은 독의 정화였다. 그것이 터지면서 퍼진 독은 지성룡을 중독을 시킨 것이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미 죽어 한줌의 핏물로 녹아 버렸을 것이나 지성룡이기에 그저 현기증을 느끼는 정도였다.

그러나 지성룡이 계속하여 운기를 하였으니 지성룡의 체내에 흡입이 이루어진 것이고 온몸으로 퍼져 지성룡을 혼몽으로 이끌었다.

가부좌를 튼 상태에서 지성룡이 혼절을 하였지만 운기조식을 하던 중이기에 그의 몸에서는 의식을 잃었어도 계속 기운이 돌고 있었다.

동굴이다보니 독은 퍼지지 못하고 그 주변에 모여 있었다. 더구나 지성룡이 평상시에 독이 퍼지는 것을 경계하였기에 지성룡이 머무는 곳 자체가 동굴 안쪽 이십여장정도 였기에 독은 지성룡 주변에 모여 있었다.

그 독들은 지성룡의 몸으로 흡입이 되고 있었다. 운기하는 과정을 따라 독이 피부로 점차 흡입되고 있었다.

독의 정화인 독단에 내재된 독은 무형의 독이었다. 그렇기에 구심점을 찾아 자연스럽게 지성룡에게 모여들고 있었다.

지성룡은 기연인지 악연인지 모를 상태를 맞고 있었다. 철갑묵독망의 몸에서 발출 된 모든 독기가 운기하는 지성룡의 몸으로 모여들었다.

지성룡의 몸은 독을 흡입함에 따라 검은 피부가 이제는 점점 더 윤기를 내고 있었다. 검은 피부가 윤기를 내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지만 간간이 광채를 내고 있었다.

고요한 동굴에서 한순간 ‘똑’하는 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 것은 철갑묵독망의 머리에서 피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나는 소리였다.

지성룡은 그런 독망 앞에 석상처럼 앉아 있었다.

지성룡이 깨어난 것은 며칠이 지난 후였다.

그러나 지성룡에게는 잠시 정신을 잃고 앉아 있었다는 생각뿐이었다.

그저 석상처럼 있다가 깨어난 것이다. 그러나 지성룡은 정신은 돌아왔어도 아무런 움직임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숨이나 쉴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정신은 오히려 말짱한데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것이 어떻게 된 것이란 말인가?’

눈을 뜰 수도 없었다. 그저 코로 들이쉬는 숨을 통하여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만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지성룡은 자신이 왜 이렇게 되어 있는가를 생각하여보았다.

‘참으로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다. 이렇게 된 것은 아마 내가 죽인 이무기의 독 때문인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모르겠구나. 승천검황어른도 내가 만독불침에 가깝다고 하였는데 고작 독에 의해 이렇게 변하였다니 믿지를 못할 지경이다.’

지성룡은 자신이 다시 방심한 것을 후회하였지만 후회한들 의미가 없었다. 몸안에 있는 기운을 움직여보려고 하였지만 그 것도 되지 않았다.

그저 생각만을 할 수가 있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이 귀도 정상이 아닌 것 같았다.

지성룡의 몸이 마비가 된 것은 바로 철갑묵독망의 독이 바로 신경을 마비시키는 독이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뱀 종류의 독은 전신을 마비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그 것은 먹이감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여 통째로 먹기 때문에 대부분 그러한 계열의 독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워낙 지독한 독이기에 아직 해독이 안되었고 오직 머리만이 머리에 몰려있는 다른 기운 때문에 일부 해독이 되어 정신이 든 것이다.

또한 심장도 한 때는 거의 마비가 되었다가 이제야 조금 해독이 되어 호흡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성룡은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 이렇게 답답한 것일 줄을 몰랐다.

그러나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결국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생각뿐이기에 결국 지금까지 해왔던 일에 대하여 생각을 하였다.

이렇게 영원히 움직이지 못하고 죽어가야 한다면 너무나도 억울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렇게 죽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자 오히려 마음이 가라앉고 있었다.

‘나는 어느 순간 천하제일인이 되기로 하였고 천하제패를 생각하였다.’

지성룡은 자신이 전에도 이렇게 절망을 느낄 때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내었다.

‘흑혈시독에 중독되었을 때도 그랬지.’

그렇게 생각하자 지성룡은 그 때 하였던 생각을 더듬었다.

‘그 후에 나는 천하제패를 항상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었다. 남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 것은 부질없는 욕구였는지도 모른다. 살기위해 그러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것은 반발을 불렀고 많은 희생을 내고 말았다.’

지성룡은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결국 독패를 원하였기에 그러한 것이다. 나는 독패를 원하지는 않았지만 독패를 원하는 것이 되어 버렸다. 천하제패를 하는 것이 바로 독패이기 때문이다. 그저 천하제일인이 되어 공존을 모색해야 하였는데 독패를 원하기에 결국 적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월등히 강하지도 못하면서 독패를 원하였기에 다른 사람들까지 이렇게 희생을 시킨 것이다. 이 것은 모두 다 내죄는 아닐망정 내 책임이라고 할 수가 있다.’

지성룡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하여 처음으로 반성을 하기 시작하였다.

‘승천검황어르신이 독패를 하지 않은 것은 하지 못함도 하지 않음도 아니라 해서는 안되기에 하지 않은 것이다. 태을자 같은 악인이 세상을 활보하는 것일지라도 독패로 인한 폐해를 알기에 최대한 관용을 베풀어 천하의 안녕을 이루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독패를 이루고자 혈겁을 일으켰다. 남들에게 혈겁의 책임이 율사청에게 있다고 인식을 시키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내가 했지 않은가? 율사청의 죄보다 내가 크다는 것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 것이며 내가 알고 있다.’

지성룡은 솔직하게 자신을 반성하고 있었다.

‘수천, 아니 일만에 육박하는 인원이 죽거나 평생회복하기 어려운 중상을 당하고 말았다. 그들의 희생은 누구의 잘못 때문인가? 강호정의를 위한다고 하였지만 근본은 추악한 나의 야망을 달성하는데 방해가 되는 것을 없애기 위해 그렇게 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한번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마련되자 스스로 끊임없는 자기 반성을 하기 시작하였다.

제갈중명과 인자기는 만천지겁(萬天之劫)으로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기 위하여 바브게 보내고 있었다. 무림정의군을 해체하였지만 해야할 일이 많았다.

한달 반이 지나서야 한가로운 무림맹의 모습을 되찾을 수가 있었다.

“이제 모든 것이 마무리가 되었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일 것 같소이다. 이후의 강호정세는 너무나도 유동적일 것 같소이다.”

제갈중명은 인자기에게 지금의 상황을 말하였다.

“맞는 말입니다. 이번 전쟁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청년고수들이 등장을 하였고 그들로 인하여 강호무림은 활기를 찾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번 전쟁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난 것이 소림의 무정선사와 사대문파입니다. 명실공히 무정선사는 이일로 오로성승의 후광에서 벗어나 명실공히 무림의 중심적인 인물로 부각이 되었고 주공을 견제할 유일한 인물로 부각이 되고 말았습니다. 또한 사대문파는 마지막에 장문인들까지 참여하여 대미를 장식하였습니다. 그들의 그런 활동으로 인하여 무림에 복귀를 성공적으로 이루었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인자기의 말은 현상황을 잘 설명해 주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총사가 보기에 이 것이 왜 일어나고 있다고 보시오?”

“모두가 주공이 사라졌기에 그렇게 된 것입니다. 그들은 이런 성과를 가지고서도 숨을 죽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주공의 향방을 모르기에 그러한 것입니다.”

인자기의 말에 제갈중명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겠소?”

“그저 돌아올 때를 기다리면서 그들의 동태를 살피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지금의 상황에서 그들이 바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주공이 등장하게 되면 자칫 그들의 행동이 주공의 눈에 거슬릴 수가 있게 되고 그렇게 된다면 자칫 그들의 행보에 제약이 있을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그저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한데 얼마전에 소림에 사대문파의 장로들이 모여서 방문을 하였다고 들었는데 귀추에 대하여 들은 바가 있소이까?”

제갈중명은 모인다는 말만 들었기에 그 이후 일어난 일에 대하여 물었다.

“그들은 소림방장인 청수선사를 만났고 곧이어 무정선사를 만난 것으로 보고가 되었습니다. 그들 사이에 무슨 이야기가 돌았는지는 자세하게 듣지 못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모인 것은 그들의 현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논의한 것은 뻔한 일입니다.”

“그 것이야 당연한 것이 아니오. 문제는 그 방법이 무엇이냐가 아니겠소.”

인자기가 뻔한 소리를 하기에 다시 물은 것이다.

“그들이 모여서 논의한 것은 주공의 부재를 어떻게 보느냐는 것과 주공이 없는 지금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논의했을 것이오. 그러나 그들은 아직까지 주공이 어떤 상태인지에 대하여 종을 잡지 못하였고 어떤 구체적인 결론은 내지 못했을 것이오. 그 단적인 것이 저번 암습이후에 주공이 천지문에 잠입하여 많은 일을 하였기에 이번에도 그렇게 암중에서 숨어있지나 않을지 겁을 내고 있기 때문이오.”

이미 인자기나 제갈중명은 알고 있지만 사대문파는 지성룡이 천지문에 잠입하여 일을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천지문과 만상문에서 잡은 포로들을 심문하여 본 결과 지성룡이 활동한 것이 밝혀지게 되었다.

그 것은 지성룡의 치밀함을 인식하게 되는 결정적인 일이 되어 이번에도 그렇게 잠적을 하여 전쟁이후에 사대문파의 행동을 암중에서 주시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하였다.

“나도 사실은 아직까지 그렇게 사라진 것이 꼭 그렇게 중독이 되어서 그렇다고 확신을 못하겠소. 필요하다면 그렇게 위장하는 것은 그만한 고수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오. 그 점이 그들에게도 의문이 들었을 것이오?”

제갈중명도 지성룡의 실종이 위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공이 사라짐으로써 얻는 것이 없지 않소이까?”

“아니오. 그것은 큰 득이 있소이다. 주공이 있는 것과 없는 것과의 차이는 많이 있소이다.”

제갈중명은 인자기가 이익이 없다고 하자 다른 의견을 표하였다.

“현재 무림의 정세는 주공이 독주를 하게 되어 있소이다. 주공이 건재하였다면 오히려 주공에 반하는 움직임이 일어날 것이오. 그러나 주공이 사라짐으로서 조용하게 모든 것이 정리가 되었소이다.”

인자기는 제갈중명이 그렇게 말하자 다소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인총사는 모를 것이나 한 집단의 장이 되어 보면 알 것이오. 주공이 떠남으로써 있을 때보다 주공에게 유리한 정세가 형성된 것이오. 만일 주공이 있었다면 그들은 철군을 하기보다 아직도 신양에 잔당을 색출한다고 버티고 있을 것이오. 그렇지 않다면 주공에게 그들의 공을 인정하여 어떤 대가를 지불하여야 했을 것이오. 그러나 그들은 무림맹에 모든 것을 위양하고 소리없이 떠났소이다.”

인자기는 그 말에 잘 이해는 안되나 어렴풋이 이해를 하였다.

“즉, 그 전쟁에서 주공이 그렇게 사라짐으로써 천하문이 얻은 것이 별로 없게 되어버렸기에 그들은 천하문에게 이권을 내어달라고 한 것이오. 사실 이번 전쟁에서 천하문은 엄청난 자금을 투하하였고 수많은 사상자가 났으며 이번 전쟁으로 죽거나 다친 자들을 보상하여 주었소이다. 그 것은 엄청난 손실이오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게 얻은 것은 없소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아무런 권리도 주장하지 못하고 물러간 것이오.”

인자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주공이 건재하다면 모든 것은 달라지는 것이오. 당장 천지문이 있던 영역을 확보하게 되고 주공의 숙적이라고 할 율사청을 사라지게 하였기에 천하제패에 한발 다가서게 되는 것이오. 주공이 사라짐으로써 천하제패가 사라지게 되고 그들이 권리를 주장하거나 경계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오.”

제갈중명의 분석은 치밀하였고 인자기는 그것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음, 주공이 사라졌기에 천하제패의 의구심이 사라졌다는 것입니까?”

“그렇소이다. 물론 그들의 뇌리에서 지우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그 것을 핑계로 하여 트집을 잡고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되었소이다.그렇기에 주공이 일부러 사라졌지 않을까 나도 의구심을 가지는 것이고 사대문파도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구심으로 일어날 문제를 피하기 위한 것이오. 지금쯤 주공이 심산유곡에서 그 동안 상처를 치료하고 나온다면 상황은 천하제패가 되어버리는 것이오.”

인자기는 제갈중명의 말에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렇기 때문이다.

“화룡점정이라고 할 것이 바로 주공의 등장인 것이오. 그런 상황을 사라짐으로 만든 것이오.”

지성룡은 정신이 깨어났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나날을 며칠이나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동안 여러 가지 것을 생각할 수가 있었다.

‘실로 금언금족을 이렇게 다시 당하는구나.’

지성룡은 금언금족령을 당하던 때를 생각하자 지금의 처지가 확실한 금언금족의 상태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중원 정세가 나의 실종으로 어떻게 변하였냐는 것인데 그리 크게 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생각할 거리도 없어 생각할 거리를 찾고 있었다.

전에 읽었던 책을 떠올려 보기도 하였지만 그 것도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동이나고 말았다. 생각은 하면 할수록 빨라져 모든 것이 빠르게 생각되고 정리가 되었다.

그렇게 하다가 지성룡은 언젠가 네 마리의 용을 마음속에 그리던 일이 생각났다.

그렇게 생각하자 그 네 마리의 용들을 마음속에 그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할일 없는 지성룡이기에 그 것에 매달렸고 한참이 지나서 떠올릴 수가 있었다.

이 것은 지성룡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잊고 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강하고 활기롭던 네 마리의 용의 형상들이 다시 생각하여 떠올리자 허점 투성이었다. 그 것은 지성룡이 그들 무공의 경지를 벗어났기에 그러한 것이었다. 그가 순식간에 그들 네 마리의 용의 형상을 제압하는 수를 생각하자 그 것들이 모조리 사라지고 그 자리에 커다란 한마리의 용이 나타났다.

‘조화(調和)라고 했던가?’

그렇게 생각하자 그 용은 지성룡의 마음속에 점점 커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점점 그의 마음속을 채우기 시작하였다.

순간 지성룡은 그 용이 하늘로 비상하면서 춤을 누는 것 같은 심상을 보았다.

그 용은 창공을 향하여 거대하게 움직였고 그 순간 지성룡의 몸 안에서 뜨거운 열기가 솟구치고 있었다. 그 용의 움직임을 따라 지성룡도 끝 없는 우주의 광활한 창공을 유영하기 시작하였다.

지성룡의 얼굴은 어느새 미소가 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의 몸에서는 어느순간 강한 열기가 흐름이 되어 온몸을 휘돌고 있었다. 그러나 지성룡은 그런 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현란한 용의 흐름을 다라 가고 있었다. 아니 지성룡의 눈은 용의 눈이 되어 심상에 나타난 모든 우주의 광경을 보고 있었다.

용이 지성룡이고 지성룡이 용이 되었다. 그 용은 바로 지성룡의 의지였다.

지성룡이 그렇게 거대한 용을 따라 우주를 유영하는 순간 지성룡의 몸에서 미미한 흔들림이 감지되었고 어느새 금빛 광채가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지성룡의 몸에서 나오는 광채는 어느새 동굴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고 그럼에 다라 흉측하게 누워있는 철갑묵독망의 사체가 드러나고 있었다.

한편 지성룡은 용이 되어 우주를 유영하다가 어느 순간 진창길도 가게 되고 가시 같은 것이 나있는 것도 통과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마음을 먹는 순간 모두 사라져 버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묻은 진창과 가시들은 그저 몸 한번 털자 모두 덜어져 나가고 있었다.

그 리고 그렇게 나아가고 있는데 순간 커다란 검은 빛의 묵룡이 등장하였다. 그 것이 나타나자 지성룡은 자신보다 더 큰 동체에 놀라고 말았다.

순간 그 것에서 나는 독향에 지성룡은 어지럽기까지 하였다.

‘어찌 내 앞을 가로막는 저런 악룡을 겁낼 수가 있다는 것인가?’

지성룡은 그렇게 생각을 하고 검은 묵룡의 동체를 향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기운을 다하여 쇄도하였다. 그 기운은 뭐라고 할 수 없는 우주의 기운이었다.

검은 묵룡의 동체에 부딪치는 순간 앞을 가로막은 검은 묵룡이 강한 충격과 함께 산산이 바스러지는 것을 느꼈고 지성룡은 그 것을 보자 부딪치느라 느낀 충격마저 잊고 창천을 향하여 드높이 비상을 하였다.

그 비상은 무한히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지성룡이 느끼는 순간 실제 지성룡의 몸도 동굴지붕을 향하여 솟아오르고 있었다.

동굴지붕을 향하여 오르는 지성룡의 동체는 동굴지붕에 닿자 멈출 줄 모르고 그 지붕을 뚫고 솟구치기 시작하였다. 마치 동굴지붕은 저절로 구멍이 벌어지듯이 부스러기하나 떨어지지 않고 구멍이 나기 시작하였다.

마치 구멍이 난 것은 살타래가 벌어지듯이 바위가 주름잡혀 있었다.

그리고 지성룡의 몸은 산을 뚫고 파란 창공으로 솟구쳐 가고 있었다.

지성룡은 무한하게 솟구치다가 어느 사이에 창공에 떠다니던 용이 흐릿해지면서 자기의 생각으로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지성룡의 정신이 자신의 몸으로 돌아 오자 하늘로 치솟던 동체는 어느 사이에 땅 바닥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