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139)
36. 독문무공(중)
천하군단의 본부에는 오늘도 훈련하는 소리가 요란하였다.
이번 천지문과 만상문의 토벌에 천여명이 넘는 사람이 죽거나 다쳐서 결원이 생겼고 빈자리는 다시 천하에서 몰려온 자원자들로 채워졌다.
그들은 이번 전투에서 자신들이 아직도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천하칠걸들을 비롯한 간부들에게는 그들이 천하의 일세로 군림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어 스스로 강해지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이들을 바라보고 훈련을 독려하는 위지강천은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원래 이번 전쟁이 끝나면 위지세가로 돌아갈 생각을 하던 참이었지만 지성룡이 어디론가 사라진 마당에 매정하게 떠날 수가 없어 결국 눌러 앉을 수밖에 없었다.
천하문의 천하군단이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는 것은 좋으나 이런 것을 볼 때마다 위지세가가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번 전쟁에 후위에 서 있었기에 아무런 피해도 없이 무사하였지만 험난한 강호에서 살아가는 것은 결국 자신들의 실력이었다.
천하문에서 기를 쓰고 독문무공을 완성하고 전수하는 것은 바로 그런 사실을 알기에 하는 것이었다. 이미 천하의 주인의 위치에 앉았다고 생각하는 천하문인데도 이렇게 열중인 것은 힘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천하문이 천하제일의 자리에 앉았다고 하지만 그 것은 언제 깨어질지 모르는 사기그릇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 중심에 있는 지성룡이 문제가 발생하여 사라진 마당이기 때문이었다.
만일 이대로 사라져 영원히 나타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이룬 천하문의 모든 것은 사상누각처럼 무너질 것이 뻔하였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그간 닦아놓은 기틀이 있기에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상유지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만일 지성룡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이 아니라면 사대문파나 소림등이 천하문을 배척하면서 강호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가 있었다.
이런 상황을 알기에 떠나지도 못하고 머물 수밖에 없었다.
더욱 두려운 것은 지금 떠났다가 지성룡이 돌아온 연후에 이일로 인하여 노여워 하는 것이 두렵기도 하였다. 전 강호가 숨을 죽이며 있는 것도 지성룡이 복귀할 경우에 있을 보복이나 후환이 두렵기에 귀추를 주목하는지 몰랐다.
그런 것을 알기에 하루하루 천하군단의 일을 하는 가운데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였다.
온몸이 검게 변한 상태로 다시 인적이 없는 심산유곡을 찾아 떠난 지성룡은 지령산맥의 한 골짜기로 숨어 들었다. 그저 평범한 골짜기지만 그저 인가가 몇십리 이내에는 없다는 것이 다행인 산속이었다.
그저 나무 몇 개를 베어 움막처럼 얼기설기 괴어놓고 칡넝쿨로 매어 밤이슬을 피할 수 있게 하였다.
그가 이곳에 온 것은 자신의 몸을 고쳐야 하겠다는 생각이었기에 운공요상을 하였다.
운공요상을 하는 경우에 문제가 없는 것이 꼭 운기조식을 하면 몇 개의 경혈이 문제가 되고 있었다. 그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더구나 머리쪽에 있는 몇 개의 혈도가 막혀서 제기능을 못하는 것은 실로 무공을 운용하는데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었다. 다치기 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숨어 있는 혈도가 다치고 나자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였고 결국 무공을 시전하는데 장애가 컸다.
더구나 검게 변한 피부는 실로 돌이킬 방안이 없었다. 이런 모습으로 만인의 시야에 나타날 수가 없었다. 흑혈시독의 영향으로 이렇게 되었다면 그 흑혈시독을 몸에서 제거하지 않는 한 길이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었다. 그저 만사가 귀찮다는 생각이 들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굴거나 아니면 조용히 산책을 하거나 하였다. 다행이라면 평상시에는 독이 발출되지 않는지 문제가 없었다. 그가 뱉은 타액도 크게 문제가 없는지 침을 뱉은 곳이나 대소변을 본 곳에 있는 풀들이 죽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무공을 시전 할 때는 달랐다. 그저 가볍게 무공을 연습만 하여도 독 기운이 발출 되는지 온통 노랗게 풀과 나무가 시들어 버렸다. 그 것은 지성룡을 세상으로 가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었다.
검게 변한 것이야 그들을 대면하지 않으면 되기에 그리 문제될 것도 아니었다. 그저 집안에 처박혀 한두 사람만 대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가 있었다. 그러나 무의식적으로 무공을 시전하는데 수십장 반경이 중독되어 버린다면 그 것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였다.
결국 그것은 친인들을 위험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결국 내공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자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아직 내상을 치료할 길을 찾지 못하였다.’
지성룡은 매일을 그렇게 운공을 하다가 말고 하면서 보내었다. 그러나 단 하나 하는 것이 있었다.
‘내공을 쓰지 않고 순수한 근력을 이용하여 움직이다 보니 몸의 혈기가 강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외공을 익히는 것이 어떠한가?’
그렇게 생각하자 자신이 율사청과 싸울 때에 금강불괴 같은 신체를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명문정파일수록 무공의 기초가 되는 외공이 발달이 되어 있다. 아무리 상승무공이라고 하여도 결국 인간의 몸으로 구현이 된다. 독문무공이란 바로 그 튼튼한 외공을 바탕으로 하여 그 토대위에 발전하는 것이다. 아무리 내공심법이 발전하여도 그 그릇이라고 할 수 있는 신체단련이 따라주지를 않는다면 결국 안된다.’
지성룡은 며칠간 빈둥거리다가 거기에 생각이 미쳤다.
그런 의미에서 천하문은 변변한 외공이 존재하지 않는다. 외공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다면 실로 아무리 상승무공이 있다고 하여도 제대로 익힐 수가 없다.’
지성룡은 내공을 사용할 수가 없고 튼튼한 육체가 존재하였다면 부상이 없었다는 생각을 하자 결국 외공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였다.
지성룡은 명문정파의 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태극권이나 육합권, 나한권을 익히기 시작하였다. 그 것이 몸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서 연습을 하자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것들은 무공을 익히면서 간과하기 쉬운 신체단련의 오묘한 원리가 담겨 있다.’
지성룡의 뇌리에는 그러한 것에 대한 고찰이 들어오기 시작하였고 자신이 검게 변하거나 내공을 사용하면 독이 발출된다고 하는 문제를 조금씩 잊어갈 수가 있게 되어갔다.
이런 기초적인 권각술은 향후에 무공을 배우면서 하게되는 복잡한 동작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 것들을 충실히 익혀야 뼈와 근육이 제대로 발달하게 되어 무공 수련에 도움을 받을 수가 있는 것이었다.
한동작 한동작이 근육과 뼈에 미치는 역할을 분석하다보니 하루가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이런 과정은 뭔가 몰두할 것을 찾는 지성룡에게는 시름을 잊을 수 있게 하는 좋은 ㅓㅅ이었다. 더구나 이런 한동작 한동작이 몸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다보면 하나하나의 동작에 들어 있는 보다 더 큰 오의에 접근하기도 하였다.
‘이 한수 한수에도 오묘한 자연의 원리와 무리가 들어 있으며 인체에 대한 선현의 깨달음이 들어 있다. 그 동안 나는 이런 것을 등한시하며 강한 내공과 무공을 추구하였구나.’
며칠간의 성찰로 지성룡은 무공 하나하나에 들어 있는 원리와 오묘한 조화를 깨달을 수가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알고 있는 무공 하나하나가 참으로 의미가 있었다.
‘그 동안 내가 익힌 것은 그 껍데기에 불과하였구나. 명문정파에서 외공을 익히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이유이구나. 나는 운이 좋아 남에 비하여 무공을 익히기에 유리한 신체를 타고 났다. 그러나 이 것도 이런 체계적인 성찰을 하여 단련한 것에 비하면 그저 좀더 나은 신체에 불과한 것이다.’
지성룡은 하나하나 근육의 움직임과 신체 각 부위가 느끼는 충격에 대하여 살펴보다 보니 모든 것이 신기하기까지 하였다. 그저 평상시에는 그러려니 한 것들이 자세히 보니 모두가 신기하였다.
그렇게 하면서 자신이 다친 부위에 대하여 자세히 조사를 할 수가 있었다. 머리 부위에 있는 미세한 혈관과 신경이 가닥가닥 끊어지거나 꼬여 있었다. 그렇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그 곳은 자신이 알고 있는 요상결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었다. 도한 무공을 시전하는데도 크게 영향이 없는 곳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자신이 시전하고자 하는 무공을 시전하려고 하는데 있어서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
마치 그림자처럼 직접적으로는 영향이 없지만 무공을 시전한 이후의 뒷수습을 하는 역할을 하는 지점이었다. 평상시에는 이런 곳에 문제가 없기에 간과하여 문제가 없지만 막히거나 끊어지니 후유증이 존재하는 것이었다.
지성룡은 우선적으로 천하문의 무공을 익히는데 필요한 외공을 중점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현재의 자신으로는 상처에 매달려 보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엇다.
그러면서 차츰 오대검법과 오대신공을 익히는데 필요한 외공의 창안에 주력하였다. 간단하면서도 어린아이까지 익힐 수 있는 권각술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태극권이나 육합권의 동작은 바로 그런 것을 감안하여 최대한 인간의 한계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게끔 만들어져 있었다.
그런 것과 유사하면서도 독문무공을 익히는데 도움이 되면서 그 자체로 훌륭한 공수의 수단이 되는 권각술의 창출은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하나를 충족시키면 하나가 미흡하고 다시 미흡한 곳을 충족시키면 다시 다른 곳이 미흡해지는 반복되는 결과를 되풀이 하고 있었다.
그 것은 할 일이 없는 지성룡에게는 훌륭한 소일거리였다. 자신의 처지를 잊을 그 무엇이 필요한 시점이기에 지성룡은 그 일에 결사적으로 매달렸다. 다시 오원주가 창안하고 자신이 완성한 무공을 익히는데 필요한 외공까지 생각을 하기 시작하자 아예 자신의 처지마저 잊을 수가 있었다.
그렇게 한 달의 시간이 흘렀고 다시 얼마의 시간이 흘러갔다.
지성룡은 내공 운용을 하지 않은 상태로 벌써 한달을 보내었다. 만일 내공을 운용하면 머리에 고통도 있을 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풀과 나무가 고사하기 때문에 피하고 있었다. 자신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죄없는 풀과 나무를 고사하게 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를 거슬리는 것이라 생각하였기에 피하고 있었다.
지성룡은 문득 내공을 운용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충동이 들었다.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몸안의 내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를 하였기 때문이다.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내공을 운기하기 시작하였다. 그에게 내공의 운용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기를 운용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으면 익숙하게 기가 올라오는 것이었다. 지성룡은 한동안 기의 운용을 생각하면서 조심스럽게 머리로 기를 돌렸다.
생각외로 가뿐하게 기가 통하였고 터질 것 같은 통증은 아예 사라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많이 줄어들었다.
‘아, 기가 통하는 것이 조금은 나아졌다. 그렇다면 내상은 시간이 흐르면 어느 정도 회복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눈을 뜨고 나자 그런 것으로 위안을 하던 지성룡은 더 상황이 나빠진 것을 알았다.
‘아니 저 나무마저 노랗게 변하였단 말인가?’
지성룡은 처음에 도착하였을 때 아무런 문제가 없던 거의 백장 밖의 나무가 달라진 것을 보자 어이가 없어 얼굴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바람이 불자 우수수 낙엽이 떨어지고 있었다. 물론 가을이 점점 깊어 가기에 낙엽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것과는 별개로 나무가 심하게 변한 것이다.
‘참으로 한심한 것이다. 그렇다면 무공이 완전히 회복되면 더 멀리 영향을 미친다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자 실망이 밀려왔다.
‘하나 예전에는 이 것이 몸 속에 내재되어 표출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자 다시 몸 안 깊숙이 감출 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걱정은 나중에 하자. 일단 몸을 회복한 후에 독에 관한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자. 그나 저나 이렇게 된다면 어디 동굴이라도 찾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지성룡은 이렇게 독이 많이 퍼진다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렇게 생각하고 인근을 돌면서 동굴을 찾기로 하였다.
공력을 사용하지 않고 산을 걸어 다니는 것은 상당한 체력을 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행이라면 그에게는 강인한 체력이 있었고 적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가 않았다.
지성룡은 마침내 산등성이 한곳에서 꽤나 깊은 동굴 하나를 발견할 수가 있었다.
‘차라리 이곳에서 사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지성룡은 그런 생각이 들자 아예 그 곳에서 눌러 살기로 하였다.
옷은 그가 운기만 한다면 독에 약하다는 것을 알기에 아예 벗고 생활하고 있었다. 그렇게 자연 속에서 벗고 생활하는 것은 그에게 무한한 자유를 주기도 하였다.
지성룡은 내상이 조금 치료가 되었다는 것을 알자 외공을 완성하는 것에 박차를 기하였다. 자신이 끊임없이 움직이기에 내상의 치유가 앞당겨 졌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지성룡은 그 순간 자신의 매상이 어디가 어떻게 있다는 것을 조금씩 감지하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외공을 익히면서 몸을 움직이다 보면 미세한 내기의 움직임이 있고 그 것은 내공과 다른 순수한 근력에서 발생하는 기운이었다. 그 것이 머리에 난 내상으로 인하여 흐름에 장애가 왔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감지하자 그 부분을 치료하기위한 요상결의 변경을 갖을 수가 있었다. 부위를 몰라서 그렇지 기를 보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새로운 길을 찾아 기를 보내어 막힌 부분을 뚫어가자 어렵지 않게 회복이 되어갔다.
그가 입은 내상은 일반적으로 경혈이라고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었고 그렇기에 요상결에서는 놓친 것이었다. 부위와 흐르는 경로를 알기에 그 것을 행하는 것은 찾는 것에 비하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문제는 하나를 고치면 새로운 부분이 막혀 있는 것을 한참이 지난 이후에나 알 수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지성룡이 머무는 동굴은 원래 주인이 있는 동굴이었다. 그런 동굴이라면 산중의 짐승인 늑대나 호랑이가 차지를 하여야 옳았으나 더 지독한 녀석이 터를 잡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무도 살지 않는 곳으로 파악한 것이다.
그 안에는 철갑묵독망(鐵甲墨毒蟒)이라는 구렁이가 살고 있었다. 그 구렁이는 가을이 되자 동굴 깊숙한 곳으로 겨울잠을 자기위해 들어가 있었고 지성룡이 이사한 시기가 바로 그 이후였다.
철갑묵독망은 극독을 가지고 있기에 대적할 자가 없는 구렁이였다. 둘레가 무려 네자에 이르고 길이만도 십오장에 이르는 거대한 몸체를 가지고 있었고 그 비늘이 견고하기가 천하제일이라고 할 정도이기에 산중에 왕이라는 호랑이도 상대가 되지 않는 구렁이였다.
지성룡이 옮겨온 직후에 운기조식을 하였을 때는 동굴 안에 독기가 그리 가득차지 않았기에 구렁이는 겨울잠에 들 수가 있었다. 그러나 얼마가 지나자 지성룡이 가금씩 운기조식하자 환기가 잘 되지 않는 동굴 안에 독기가 가득차게 되었고 결국 그 구렁이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막 잠이 들었던 시기라 이상한 냄새가 나도 귀찮아 가만히 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독기가 강해져 결국은 숨이 막힐 지경에 이르자 더 이상 잠을 자지 못하고 밖으로 기어 나오기 시작하였다.
지성룡은 운기를 마치고 막 잠을 자려고 동굴 한쪽에 나무로 만들어 놓은 침상에 누웠다. 조금 시간이 흐르자 동굴 안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다.
그 것은 물건을 끄는 소리였다. 어두운 동굴 안쪽에서 그런 소리가 들리자 아무리 천하의 무공을 가지고 있는 지성룡일지라도 두렵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성룡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동굴 안쪽을 주시하였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파란 빛이 도는 등불 두개가 나타났다. 아니 엄청나게 큰 괴망의 눈이었다. 괴망은 지성룡이 보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앞을 노려보다가 지성룡이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괴망은 냄새를 풍긴 것이 살아 있는 인간이라는 것에 대하여 의문이 들었지만 어쨌든 조심스럽게 나아갔다.
가끔 다니다 보면 시체 썩는 냄새도 맡아보았기에 그 냄새와 유사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기에 시체가 가득 있을 줄 알았는데 멀쩡한 인간이기에 의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살아 있는 인간의 몸에서 시체 썩는 냄새가 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성룡은 나타난 것이 커다란 구렁이이자 놀람을 금치 못하였다. 그러나 그렇게 큰 구렁이라고 하여도 그리 두렵지는 않았다.
그저 알아서 다시 들어가기를 바랬지만 그렇게 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인간으로서 도망을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천천히 괴망을 보았다.
그런 괴망이라고 하여도 그리 두렵지 않은 지성룡이었다.
‘저 구렁이가 이곳에 시독이 가득차자 동굴안쪽에 들어가 있다가 독기를 찾아 나온 것인가?’
지성룡은 상황을 인식할 수가 있었다.
‘동굴 안에는 내가 들어온 후에 어떠한 생물도 살지 못하였다. 그런데 이제야 저 구렁이가 나타났다는 것은 독에 대하여는 상당히 강한 내성을 가진 구렁이가 틀림이 없다.’
지성룡은 구렁이를 노려보았다. 구렁이가 나타났다는 것은 이미 그 구렁이가 자신에 대하여 뭔가 작정을 하고 나타났다는 것을 알았다.
지성룡은 구렁이를 노려보았다. 무고한 동물-거기에 이렇게 크다는 것은 영물일 가능성이 높았다 –을 죽이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였기에 그저 알아서 도망치기를 바랬다.
그러나 그것은 지성룡의 희망사항에 불과하였다. 잘 자는 잠을 고약한 시체냄새로 깨운 괘씸한 인간을 용납할 아량이 구렁이에게는 없는 것 같아 보였다.
그렁이는 내밀려는 혀를 다시 거두어 들였다. 시체 썩는 냄새를 피우는 인간을 먹고 싶은 생각이 없는지 입을 벌리면서도 혀는 입안에 집어넣고 입맛을 다시지는 않았다.
순간 지성룡도 화가 솟아 올랐다. 자신 앞에서 입을 벌리고 위협을 하는 괘씸한 동물을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순간 화가 나서 공력을 운기하여 일장을 벌린 구렁이의 입으로 발출하였다. 뭔가 기운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는지 입을 다물고 머리를 내밀었다.
그러나 머리에 다가온 기운은 시체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리 철갑을 입고 있어도 충격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골이 띵했던 것이다. 지성룡도 때린 순간 강한 반탄력을 느꼈다.
철갑묵독망은 냄새는 눈앞의 인간만이 피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는지 순간 입에서 검은 연기 같은 것이 피어 올랐다.
그 것은 구렁이가 천년을 살면서 모은 독기로 실로 철혈묵독이라 말하는 극독이었다. 지성룡은 모르지만 천하제일의 극독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이었다. 흑혈시독에 비하여 결코 약하지 않는 독이었다. 단지 지성룡이 만독불침지체이기에 그리 영향을 받지 않았지 몸에서 나는 독만으로 중독이 되어버릴 극독이었다. 동굴은 지성룡이 들어가기 전에 이미 아무런 동물이 살지 못하는 곳이었는데 지성룡은 느끼지 못한 것이었다.
검은 연기는 지성룡에게 몰려오기 시작하였다. 지성룡은 궁금하여 그 독을 마셨다. 실로 만용이지만 독이 자신에게 해를 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렇게 한 것이다. 순간 지성룡은 독이 들어오자 머리가 혼몽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마시는 것을 멈추자 곧 아무렇지도 않았다.
독은 몸 안에 들어오는 순간 힘을 쓰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지성룡은 그래도 그 독을 등한시하지 못하고 곧바로 반격을 하기로 마음먹고 독연을 내뿜는 곳으로 강하게 장공을 내쳤다. 순간 독연은 사방으로 비산하였고 지성룡이 발출한 기운은 다시 한번 독망의 머리를 강타하였다. 팔성의 공력을 주입한 장공에 머리를 격타당한 철갑묵독망은 머리가 꺽여지듯이 바닥으로 머리를 부딪쳤다.
그러나 곧바로 머리를 곧추세운 철갑묵독망의 눈은 빨갛게 빛이 나기 시작하였다.
지성룡은 철혈묵독망이 화가 나도 단단히 난 것을 알았다.
‘후후 그러기에 도망가라고 하였는데 안 도망간 너의 잘못이지….’
지성룡은 그렇게 속으로 말을 하고 그대로 다시 한번 목을 향하여 장력을 발출하였다. 지성룡이 발출하는 장력은 무성격공장이었다. 그렇기에 속수무책으로 격타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목을 격중 당하자 철혈묵독망은 단단히 화가 났는지 약간 주춤하더니 그대로 머리를 지성룡을 향하여 날려서 왔다. 마치 머리를 던진다는 표현이 정확할 만큼 저돌적으로 머리를 지성룡에게 부딪쳐 왔다.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고 달려드는 구렁이를 보자 지성룡은 화가 났다. 가뜩이나 살생을 피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하자 그 동안 참았던 울분이 터져 나왔다.
“좋다 해보자 이거지.”
지성룡은 그렇게 외치고 양손으로 머리를 향하여 장력을 발출하였다.
구성의 공력으로 발출하였고 양손을 사용하였기에 상당한 충격을 당하였지만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진 머리는 바닥에 떨어졌다 그대로 다시 반동을 이용하듯이 솟구쳤다.
순간 고작 일장 앞에 떨어진 머리가 솟구치며 지성룡에게 쇄도하자 지성룡도 급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결국 십성의 공력을 끌어올려 검장지공을 발출하고 말았다. 그냥 겁을 주어 쫓아보낼 생각이었기에 살수를 쓰지 않았던 지성룡이었다. 그런데 그런 속도 모르고 다시 달려들자 불쑥 살기가 솟구친 것이다. 그대로 머리에 격중되자 머리의 철갑이 바스러지듯이 떨어져서 튀고 머리는 바닥에 강하게 부딪쳐갔다. 땅으로 떨어지는 머리를 향하여 다시 한번 검장지공을 발출하였다. 이번에는 양눈을 향하여 날아갔다. 지성료은 갑자기 자신의 몸에서 살심이 솟구치기에 진정을 하였지만 그 것은 이미 머리보다 몸이 앞서 나가기 시작하였기에 돌이킬 수가 없었다.
“퍼,퍽”
그런 소리와 함께 뭔가 터지듯이 타격음이 울렸다.
지성룡은 양눈이 터진 것을 알았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눈이 터진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것마저 터지게 만들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