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138)
지성룡은 율사청이 피를 내뿜으며 쓰러지자 그제서야 가부좌를 틀고 자리에 앉았다. 머리가 갑자기 멍하니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서 유일하게 운공요상을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흩어지는 생각을 바로 잡으며 운공을 생각하였다. 만일 정신을 놓는다면 모든 것이 사라질 것 같기 대문이다. 눈을 감고 유일하게 생각나는 요상결을 운기하였다.
그저 무의식적인 행동에 불과하였지만 그 행동이 그나마 그의 정신을 바로잡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 지성룡은 자신이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가운데 유일하게 운공요상만을 하고 있었다.
무의식중에서 기는 자연스럽게 머리로 올라가서 내부에 난 상처를 응급으로 지혈을 하고 있었다.
뇌진탕(腦震蕩)이 발생한 상황이었다. 치명적인 상황이었다. 호신강기로 방비를 하고 충격을 받는 순간 내부의 기가 반응하여 심맥을 다소나마 보호를 하였기에 머리가 바스러지지 않은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쓰러져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뇌에 맺힌 어혈은 요상을 하면서 조금씩 치유가 되고 있었다.
그 순간 지성룡은 온몸이 마비되는 느낌을 받았다. 머리 속에서 뭐가 뻥 터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지성룡은 정신을 잃어갔고 앉은 상태에서 혼절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이라면 그의 몸은 요상결을 시전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지성룡의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었고 누구도 지성룡의 상태를 알지 못하기에 그대로 둘 뿐이었다.
한편 율사청의 상황은 쓰러졌고 차츰 창백한 얼굴이 탈색되어 가더니 하얗게 변하여 갔다.
그렇게 하얗게 변한 율사청의 몸이 어느 순간 쭈글쭈글하게 변하더니 마치 강시처럼 변하여갔고 까맣게 타 들어가는 형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실로 처참한 모습이 아닐 수가 없었다. 마치 시독에 중독된 형상처럼 검게 시체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더니 그 시체가 마침내 녹아가기 시작하였다.
부글부글 끓어 넘치듯이 시체에서 고약한 냄새가 솟구쳤고 그 냄새에 모두는 코를 쥐면서 분분이 흩어졌다. 천하칠걸도 어쩔 수가 없어 자리를 비켜났다.
그 이유는 지성룡이 최후에 공격을 하는 순간에 몸 안에 내재해 있던 흑혈시독까지 발출이 되어 은연중에 율사청의 몸을 중독시켰기에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십이성의 공력이란 진원지기까지 발출하는 것이기에 그의 골수 깊숙이 존재하고 있던 흑혈시독의 기운마저 발출이 되었던 것이다. 순간 그 독의 기운은 바람때문인지 아니면 무엇에 이끌려서인지 지성룡에게 다가오게 되었다.
천하칠걸은 무의식 중에 율사청의 근처에 있던 자들이 피하여 지성룡의 옆으로 피한 상황이었다. 천하칠걸은 어지러운 느낌에 좀더 멀리 피한 것이었다. 그들이 상황을 깨닫고 지성룡을 바라본 순간 율사청의 몸에서 나오는 이상한 기운은 지성룡의 주변을 완전히 에워싸고 있었다.
그 매케한 시체 썩는 냄새 때문에 천하칠걸은 다가서지도 못하고 있었다.
한편 지성룡의 몸에서는 시독이 골수 깊숙하게 내재되어 있다가 율사청의 몸에서 뿜어지는 시독이 다가오자 왕성하게 활동을 하기 시작하였다.
미세한 양의 시독기운이 율사청의 몸에 투여가 되었지만 그 기운은 율사청의 몸을 자양삼아 왕성하게 활동을 하기 시작하였고 다시 자기증식을 통하여 강력한 시독으로 변질되고 있었다.
그 기운은 초기에 천하칠걸에게 중독증상을 보이게 하였고 차츰 시체들의 골수로 들어가자 더 독한 시독으로 변질이 되고 있었다.
율사청의 몸에서 발생한 시독의 기운은 운공요상 중이던 지성룡에게 다가가기 시작하였다. 지성룡의 몸에서 시독의 기운이 마침 일어나던 중이기에 연기는 지성룡의 몸으로 자연스럽게 이끌려간 것이다.
한편 지성룡의 몸은 그 순간 강한 시독의 기운이 다가서자 내부에 있던 시독이 왕성하게 활동을 하기 시작하였고 그 내부의 강한 시독의 움직임은 다시 지성룡의 몸에 내재되어 있던 모든 시독을 일깨워버렸다.
그렇게 되자 지성룡의 몸은 중독이 된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율사청의 몸에서는 검고 노란빛이 나는 연기가 계속 피어 올랐고 지성룡의 몸으로 그 연기는 이어지고 있었다.
그 것을 바라보면서도 누구 한 사람 다가서지 못하고 삼십여장 밖에서 지켜보기만 하였다.
순간 그들은 경악스러운 장면에 모조리 도망치듯이 장내에서 도망치고 있었다.
어느 순간 바닥에 쓰러져 있던 시체들이 변화하기 시작한 때문이었다.
“물러나라.”
그렇게 외치면서 분분이 사라지고 있었다.
시체들의 곁에서 떠나고 있었다. 시체가 율사청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보이기 때문이었다.
차츰 검어지고 다시 쭈글쭈글 변하더니 고약한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한 것이다.
그 것은 시체에 흑혈시독이 침투하여 일으키는 조화였다.
그 독은 전장에 쓰러진 기체들을 급속하게 변화시키고 있었고 그 연기는 하나로 뭉쳐 지성룡의 몸쪽으로 기다란 흐름을 보이면서 흘러가고 있었다.
근본적으로 운기조식이건 운기행공이건 운공요상이건 대자연의 기를 끌어당기는 것이고 지성룡이 운공요상을 하기에 대자연의 기를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다.
한데 몸 안에서 시독이 활동을 하면서 시독마저 대자연의 기로 인식하고 끌어당기기 시작한 것이다. 지성룡의 몸은 예전에 흑혈시독에 중독이 된 것처럼 검게 변하여 갔다.
한편 율사청의 몸에서는 이제 노란빛이 나던 연기가 차츰 색이 진해지더니 파란빛이 나고 약간은 투명한 빛으로 변하여 지성룡의 몸쪽으로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그 것은 비백장이상 떨어진 모든 사람의 눈에도 확연히 보이는 것이었다.
물러나 그들은 다시 오백여장 정도나 덜어져서 겨우 운기조식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무슨 일이지 모르지만 시독이라는 것을 알기에 접근할 수가 없었다.
지성룡은 시독을 흡입하게 되자 약해지던 기운이 강해지고 머리에 난 뇌진탕은 왕성하게 움직이는 독기로 차츰 치유가 되고 있었다.
오히려 독이 그의 몸을 치유하는 현상이었다. 그러나, 그의 골수에 있던 것은 시독의 기운만이 아니었다. 그의 몸에는 천년속단유를 비롯한 천년하수오나 천년학정홍의 기운마저 녹아 있었던 것이고 그 기운들이 시독이 활동하자 활동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 기운이 움직이자 그의 내부는 시독과 그들의 기운이 대립하는 형상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시독은 외부에서 자양분이 계속 공급되고 있는 상황이었고 그들 기운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그 기운은 본능적으로 몸의 상부로 솟구쳐 머리로 몰린 것이다.
그들의 기운이 머리로 몰리자 결국 지성룡의 뇌만은 다시 보호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모두가 안타깝게 지켜보는 가운데 지성룡은 한시진 이상을 시체들에서 나오는 시독에 노출이 되어 있었다.
시체들은 어느 사이에 녹아 뼈만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 시체들에게서 나온 독이 얼마나 강한지 시체들이 누워있던 자리에는 풀들이 노랗게 변하여 있었다. 차츰 그 범위는 넓어지고 있었다. 그 독이 미치는 범위의 풀들도 중독이 되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마침내 시체들은 뼈만이 남았지만 아직도 뼈에서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일렁이며 일어나고 있었고 태양아래 그 일렁이는 기운이 멀리서 보이고 있었다.
마치 불이 타면서 나오는 열과 같은 것이었다.
지성룡의 몸은 어느새 알몸이 되어 검은 동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몸에 걸친 옷이 녹아 먼지가 되어 흩어졌고 머리에 난 머리카락도 완전히 다 빠져 민머리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성룡은 살아있는지 아직도 녹지 않고 있었다.
날이 어둑해질 무렵 지성룡은 멍한 기분 속에서 눈을 떴다.
그러나 자신이 왜 여기에 이런 모습으로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참 자고 일어난 기분인데 온몸이 시커멓게 변하고 머리도 다 빠진 상태에서 정신이 아직도 멍하였다.
조금 지나서야 자신이 율사청과 싸워서 쓰러진 것이 기억이 났다.
율사청에게 당한 일격에 자신이 겨우 운공요상을 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자 시체는 거의 없이 뭔가 재 같은 것만 수북하게 쌓여 있고 주변이 노랗게 변한 것을 알았다.
실로 풀들이 노랗게 떠 고사해 있었다.
지성룡은 자신이 검둥이가 되어 있자 순간적으로 시독에 중독되었을 때 자신이 검게 변하였다는 말이 기억났다.
그 생각이 나자 혹시 자신이 예전에 중독되었던 흑혈시독으로 인하여 이렇게 된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주변을 둘러 보았다. 멀리 오백여장이나 떨어진 곳에 천하군단과 다른 무리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성룡은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자신이 깨어났음을 알리고 한손으로 몸을 가리키면서 한장소를 가리켰다. 지금의 상황에서 그들에게 다가오라고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기에 그들과 떨어진 한 장소를 가리켰다.
지성룡의 표시를 알아들었는지 곧 이어 지성룡을 수행하는 자가 옷가지를 들고 한 장소로 가서 갈아입을 옷을 두고 떠나갔다.
지성룡은 그자가 옷을 두고 떠나자 일어나 가서 옷을 입었다.
“지금 즉시 움직여 회군하시오. 나는 이런 상태이기에 그대들과 같이 움직일 수가 없을 것 같소. 그러니 빨리 회군하시오.”
지성룡은 그렇게 지시를 내린 다음 산으로 사라져 갔다.
지성룡은 산길을 달려 한참만에 이름 모를 산 꼭대기 당도하였다.
지성룡의 상태는 흑혈시독으로 인하여 검게 변한 상태였다.
자신의 상태가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기에 급히 자리에 앉아 운공요상을 하였다. 그가 운공요상을 하자 온몸의 기가 원활하게 소통이 되었다.
어느 사이에 큰 문제가 없이 회복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검게 변한 것은 실로 문제가 아닐 수가 없기에 다시 운기조식을 하였다. 그 순간 지성룡은 울컥 솟아나는 비릿한 기운에 머리가 멍하여 졌다. 그러나 멈추지 않고 운기조식에 들었다. 순간 몇 군데 머리에 있는 기혈이 막혀 있고 몸에 있는 기혈도 막혀 있으며 머리가 운기를 할수록 멍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결국 내상을 당하였다는 것인가?’
내상도 내상이지만 이렇게 된 상태로 모든 사람에게 나설 수가 없기에 곤란한 지경에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실로 적수를 제거한 것 치고는 너무나 큰 대가였다. 결국 인가의 형상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어떻게 하여야 할지 종이 잡히지 않아 운기조식을 멈추고 한참동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실로 이런 일은 해결할 길이 없었다. 자신에게 일어난 이일은 내상으로 내공이 사라진 것보다도 더 치명적인 일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이런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어떻게 해서라도 몸을 고치지 않고서는 돌아갈 수가 없다. 인적이 없는 심산유곡에 들어가서 고쳐야 한다.’
지성룡은 그렇게 생각을 하고 다시 일어나 깊은 산속을 찾아 떠나가고 있었다.
사마의 장례는 영웅성의 모든 식솔들이 애도하는 가운데 치루었다. 황영지는 비통해 하는 영소혜를 달래어 기운을 차리게 하였고 지용운은 호상을 맡아 장례를 준비하여 주었다.
용소명도 급히 돌아와서 장례를 거들었다.
장례는 칠일장으로 치루어 지기로 하였다.
그러나 사마가 죽은지 이틀 후에 전해진 지성룡에 관한 일은 모두를 더욱 비통하게 만들어 버렸다.
지성룡이 율사청을 죽인이후에 일어난 일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실로 참변이 아닐 수가 없었다. 지성룡에게 일어난 일은 사마의 죽음보다도 더 크게 그들에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물론 지성룡이 죽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흉측한 괴물이 되어 사라졌다는 소문이 천하에 진동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소식으로 영웅성은 더욱 더 얼어붙어 초상집에 더한 초상집이 되어 버렸다.
지성룡이 그런 형상으로 사라졌다고 하자 가장 걱정이 되는 사람은 황영지와 영소혜였다.
“걱정하지 말아라. 아마 곧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올 것이다.”
지용운은 일을 걱정하면서도 일단 손주며느리들을 위로하였다.
지용운의 위로에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못하고 망연자실하였다.
“그렇겠지요?”
영소혜는 사마의 죽음으로 의기소침해 있는 상태에서 지성룡마저 그런 일을 당했다고 하자 걱정을 더욱 비탄에 잠기고 있었다.
“그럴거야. 그러니 너무 걱정을 하지 말아.”
황영지는 영소혜가 걱정이 되어 위로를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돌아갈 즈음에는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올 것이야. 그러니 걱정을 말아.”
황영지는 영소혜가 걱정을 떨치지 못하자 다시 한번 위로의 말을 건네었다.
한편 만상문을 포위한 무림정의군은 제갈중명의 지시에 따라 공략을 해나가기 시작하였다.
정예를 선발하여 차근차근히 장애를 제거하여 나가자 마침내 진세가 조금씩 약해져 갔다. 그 과정에서 연일 제갈중명과 제갈휘미는 머리를 맞대고 공략할 방안을 찾아갔다.
천문팔로금쇄를 바위로 구축한 진세이기에 수월하지는 않았지만 워낙 숫자도 많고 고수도 많기에 저번처럼 무너뜨릴 수가 있었다.
마침내 삼일이 지나자 긴세가 확연히 약해지기 시작하였다.
“이제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공략이 마무리 될 것이다.”
“그렇습니다. 이틀 정도면 이 진세를 완전히 해제가 가능할 것입니다. 문제는 그 이후에 있을 전투입니다. 이렇게 된 이상 완전히 소탕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 진세가 해제될 시점에 맞추어 천문미리진을 포진하여 그들의 탈출을 봉쇄할 생각이다.”
“그렇게 하여야 합니다. 그런 연후에 탈출하여 나오는 자들을 포위한 상황에서 탈출하지 못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저녁에 수뇌부들을 소집하여 이일을 의논할 생각이다.”
그 때 인자기와 지장룡이 들어 왔다.
“무슨 일인가?”
이자기와 지장룡의 표정이 어두워서 제갈중명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심각한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인자기는 지성룡에게 일어난 일을 설명하였다.
“음,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하나 주공이 당분간 자리를 비워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니 일단 관망을 합시다. 허나 문제는 소림과 사대문파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로군.”
제갈중명의 얼굴은 그말을 하면서 어두워지고 있었다.
“율사청을 처리한 것은 다행이지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실로 큰 재앙이 아닐 수가 없소이다. 천하대계가 완성되기 일보직전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실로 불길하오이다.”
인자기는 지성룡의 공백으로 지금가지 이룩한 모든 것이 허사가 되어 버릴 것을 염려하였다.
“하나 무공을 잃은 것 같지는 않다고 하였으니 사대문파나 소림도 경거망동을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제갈휘미는 그 말이 생각나 말을 보태었다.
“아니네. 무공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하나 증세를 보건데 흑혈시독이 발작한 것이라 볼 수가 있네.”
인자기는 그 일을 듣자 지성룡이 예전에 겪었던 일을 토대로 하여 지성룡에게 일어난 일을 추리하였다.
“실로 태을자와 율사청이 죽는 순간까지 주공의 앞을 가로막는구려.”
인자기의 탄식에 모두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어갔다.
무림정의군은 마침내 만상문의 총단에 자리한 잔당을 소탕하였다. 이정발은 무정선사의 삼초에 결국 야망의 일대기를 마치고 쓰러졌고 나머지 잔당들도 정예로 구성된 토벌대에 의해 속속 쓰러졌다.
그러나 그들은 지성룡에게 일어난 일을 듣게 되자 승리의 기쁨보다는 이후의 일을 걱정하면서 뿔뿔이 흩어져 갔다.
실로 지성룡에게 일어난 일은 그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일이었다.
지성룡이 부상을 입고 괴물이 되어 사라진 것은 그들에게는 기회이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만천지겁(萬天之劫)이라 훗날 이름 붙여진 만상문과 천지문의 토벌은 이렇게 막이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토벌을 하는데 무림이 입은 피해도 엄청나기에 승리에 대한 기쁨도 잠시 미루고 죽어간 자들을 위로하는 무림애도기간이 십오일에 걸쳐 선포되었다.
성하의 계절에 시작된 토벌도 어느새 가을의 문턱을 넘는 시점에 끝이 났고 산하는 단풍으로 물이 들고 있었다.
마치 이번 혈겁으로 죽어간 선혈들이 산하에 뿌려지는 것 같았다.
그들은 승리도 미루고 쓰러져간 동료의 시체를 운반하여 돌아가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이번 전투에서 쓰러져간 영령들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천하문에서 죽은 자들에게 조의금을 지불하기로 하였다는 것이었다.
죽어간 자들에게는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살아갈 날이 막막한 유족들에게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소식이 아닐 수가 없었다.
토벌에 참여한 자들의 귀환으로 한동안 부산하던 무림은 날이 차가워져 감에 따라 조용해 지고 있었다.
천하문의 사업은 지성룡의 실종과는 별개로 나날이 번창하고 있었다.
마침내 사천마저도 원활하게 진출을 하였고 전쟁으로 결원이 된 천하군단도 보충을 하여 지연룡과 위기강천의 주도로 연일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전쟁을 겪으면서 그들은 더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기에 살아 돌아온 자들은 누가 지시하기도 전에 스스로 연무에 열중이었다.
더구나 지성룡이 사라진 시점이기에 수뇌부가 느끼는 불안감은 더 강하였다.
그런 분위기는 천하관에도 이어져 후기지수들의 연무도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렇게 겨울은 점점 깊어져 가고 있었고 한달, 두달이 지나자 만천지겁도 어느새 옛날의 일이 되어가고 있었다.
사마의 장례를 마치고 돌아온 황영지는 전쟁의 종결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제갈휘미를 대신하여 구룡상단의 일을 직접 관장하기 시작하였다.
마치 지성룡의 실종을 모르는 듯이 구룡상단을 꾸리는데 열중이었다.
또한 호상단의 훈련마저 강하게 참견하기 시작하였다. 이런 황영지의 활동은 침체한 분위기를 일신하여 마치 천하문과 상권을 다투는 양상으로까지 비추어 지고 있었다.
황영지는 돌아오기 전에 영웅성의 일에도 관여를 하여 아직 경황이 없는 영소혜를 움직여 영웅성의 인사를 하게 만들어 용소명에게 대총사를 맡겨 버렸다.
실로 이런 황영지의 움직임 때문에 지성룡의 공백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지성룡의 공백은 황영지를 강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고 한편으로는 힘도 실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