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문무공-132화 (132/149)

제  목: [연재] 독문무공(132)

청홍관을 점령한 무림정의군과 천하군단은 전열을 정비하였다. 너무나 쉽게 청홍관을 점령하자 스스로 놀라고 있었다.

이런 관문을 놓고 하는 공방은 장기전이 대부분이었다. 적게는 십여일에서 길게는 몇 년간 계속되는 끝없는 소모전이 바로 이런 관문의 전투였다. 그런데 너무나 어이없을 만큼 쉽게 관문을 획득한 것이다.

이 것은 율사청의 실수이었다.

스스로 자신의 목숨이 아까워서 포기한 것이다.

율사청이 청홍관으로 도주해 왔다면 이렇게 어이 없는 결과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성룡에게 두려움을 느낀 율사청이 청홍관을 버리고 바로 천지문의 총단으로 도주하여 버렸기에 청홍관은 어이없게도 뚫려버린 것이다.

고작 죽은 자라고 하여야 삼백여명에 불과하였다. 그들도 대부분이 관문의 공방을 하다가 관문 밖에서 죽은 자들이었다. 관문이 뚫리고 나서 일방적인 도살로 천오백에 가까운 적병이 참살 된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렇게 죽은 자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자들이었다. 천지문에서 강제로 징집한 자들로 변변한 무공을 지니지 못한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느 정도 무공이 있는 자들은 이들을 방패삼아 안전하게 대부분 도주를 하고 만 것이다.

그렇기에 죽은 자들의 수는 의미가 별로 없었다. 있다면 산에서 죽은 자들이 오히려 여기에서 죽은 천오백보다 전력의 몇 배라고 할 수 있었다.

“오늘은 이곳에서 보내고 내일 마침에 총단을 향하여 진군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황영지가 지성룡에게 쉴 것을 말하였다.

“아니오. 지금 바로 달려가야 합니다. 저들이 산속으로 달아날 소지가 있소이다.”

지성룡이 그렇게 말하자 황영지는 더 이상 쉴 것을 말하지 않았다.

그 때 지연룡과 위지강천 제갈중명이 걸어서 다가왔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지연룡이 다가와서 지성룡의 의중을 물었다.

“지금 즉시 진격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 매복이 있을지 모르니 척후를 보내고 바로 출발을 해야 합니다. 저들이 전열을 가다듬기 전에 바로 덮치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밤을 여기에서 보내고 출발한다면 저들이 총단을 버리고 산속으로 도주를 할 수가 있습니다. 산속으로 간다고 두려울 것은 아니나 산속에 천지문도가 일만이상 도망을 치게 된다면 우리도 저들을 다라 추격해 들어야 하는데 그리 되면 전쟁이 길어지고 수많은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많이 있습니다.”

지성룡은 단호하게 진격을 주장하였다.

“천하군단이 선두에 서겠습니다. 우리가 출발한 후에 뒤를 따라 오십시오.”

지연룡은 제갈중명에게 그렇게 말하였다.

“그렇게 하겠네.”

지성룡의 말로 바로 진격이 결정되었고 뒤늦게 소식을 받고 달려온 악양의 군사들이 청홍관을 인수하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따로 가지.”

지성룡은 황영지에게 말하고 병사들이 가는 방향으로 먼저 달려갔다.

황영지도 곧 지성룡의 뒤를 따라왔다.

“너무나 참혹한 결과예요.”

“어쩔 수 없는 일이오. 우리가 강호에 몸담은 이상 언제라도 한번은 이들과 생사결을 할 운명이었소. 늦으면 늦을수록 결과는 더 참혹할 것이고 이렇게 발리 결정을 짓는 것이 조금이라도 희생을 줄이는 것이오.”

“하온데 천지문주 율사청을 어떻게 하실 것이옵니까?”

“잡을 수 있다면 잡고 싶소이다. 그자는 오늘 보건데 너무나 비겁한 자이었소. 그런 자를 살려둔다면 두고두고 후환이 될 것이라 생각하오. 마치 개봉을 습격한 태을자처럼 자신만 살겠다고 수하들을 방패 삼아 줄행랑을 쳤소이다.”

지성룡은 율사청의 오늘 행태에 더욱 화가 나서 죽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였다.

“그렇기는 합니다. 그런 자라면 어떤 파렴치한 짓이라도 목적을 위해서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럼 저도 그자를 막아야 합니까?”

“도와주어야 할 것 같소이다. 다급한 상황이 된다면 수하를 방패 삼아 다시 탈출을 할 것이오. 그자를 세수만 막아준다면 내가 그자를 해결할 수가 있을 것이오.”

지성룡은 황영지에게 그렇게 부탁을 하였다.

“어려울 것 같아요. 저번에 상공을 공격할 때 보니 상당히 저와는 거리가 있었어요.”

황영지는 두려움에 뒤로 물러섰다.

“음,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하였소. 그자를 해결하는 것보다 지매나 다른 사람의 안전이 더 중요하오. 그자를 막는 것은 내가 할 것이니 가급적이면 부딪치지 마시오.”

지성룡은 자신이 커다란 불행을 자초할 뻔 하였다고 자책을 하였다.

“그러나 그리 쉽게는 당하지 않을 것이니 걱정은 말아요. 죽기살기로 막으면 서너 수는 버틸 수가 있을 것이고 상공이 그 사이에 손을 쓴다면 위험하지는 않을 거예요.”

황영지는 자신이 겁을 내어 지성룡이 의기소침한 것을 보자 그렇게 말하여 안심을 시켰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순간에도 황영지는 두렵기 그지 없었다.

그들은 말없이 빠르게 천지문의 총단을 향하여 달려갔다.

그들이 가는 길에는 개미새끼 한마리 없이 조용하였다.

그들은 반각정도를 달려 천지문의 총단이 바라다 보이는 산등성이에 내려섰다.

“오는 동안 매복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들로서야 매복이 이미 소용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오. 그렇기에 저렇게 총단으로 완전히 철수하여 대기하는 것이오.”

천지문의 총단은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곧 날이 어두워 지겠군요.”

“야간 전투를 해야 할 것이오.”

“정말 바로 밀어 부칠 생각이예요. 포위를 하고 내일 공격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데요?”

“아니오. 공격이 필수적이오. 저들은 너무 많은 자들이 모여 있소. 그런 저들에게 잘 수 있는 공간을 빼앗아야 할 것이오. 그렇기 위해서는 공격이 필수적이오.”

지성룡의 말에 황영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화공을 하겠다는 것입니까?”

“그렇소이다. 그전에 내가 어둠이 내리면 잠입을 할 것이오.”

지성룡의 말에 황영지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위험한 일이 틀림없는데 그렇게 하겠다고 나서는 지성룡을 보자 어이가 없었다.

“꼭 잠입을 해야 합니까?”

“물론이오. 천지서고라고 있습니다. 이번에 잠입하여 불태워야 합니다. 이미 대부분 귀중한 것은 챙겼을 것이나 지금이라도 불태워 그 서적들이 방출되었을 시 일어날 혼란을 방지할 생각이오.”

“상공도 철저한 사람이군요. 혹시라도 그 서책들로 인하여 발생할 문제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의미이니 참으로 집요하군요.”

“이런 것 하나를 놓친다면 나중에 두고두고 후환거리가 될 것이오. 나중에 그렇게 하였어야 하는데라고 후회를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오. 나는 우선 저기를 불지를 것이오. 그 다음에 저기가 바로 천지서고인데 저기를 불질러서 완벽을 기할 것이오.”

지성룡은 천지문의 총단을 대략적으로 가리키면서 설명을 하였다.

“처음에 가리킨 곳이 어디인가요?”

“마구간이오. 대략 삼백여마리의 말이 있었소이다. 말이 뛰쳐나가 혼란을 일으키고 그때 지매는 무사들을 독려하여 공격을 하시오. 그 전에 불화살을 쏘아 화공을 하시오. 물론 나도 안에서 불을 지를 것이오. 그렇게 되면 누구도 나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할 것이오.”

지성룡의 말에 황영지는 너무나 잔인한 계획이라 아무 말도 못하였다.

“아마 오늘 밤 점령을 하려고 한다면 희생이 클 것이오. 그러나 공격을 하지 않는다면 모두 달려들어 불을 끌 것이니 공격을 하시오. 안에서는 불이 타고 밖에서는 공격을 하고 아마 오늘 밤은 그들에게 평생 잊지 못하는 악몽이 될 것이오. 그렇게 어느 정도 공격을 하고 내가 돌아가면 물러나는 것이오.”

그들이 그렇게 말을 하고 나자 멀리서 행군해오는 천하군단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벌써 해는 서산에 걸리고 있었다.

둘은 산등성이에 앉았다.

지성룡은 황영지가 옆에 앉자 조용히 어깨를 끌어당겨 기대게 하였다.

“나 때문에 이렇게 고생을 하는 것 같구려. 애들은 잘 있는지 모르겠소.”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차라리 이렇게 같이 있으니 걱정은 되지 않네요. 애들이야 잘 있겠죠.”

황영지는 어깨에 얼굴을 기대면서 그렇게 말하였다.

“차라리 저들이 지금이라도 도주를 했으면 싶어요. 이렇게 무고한 자들이 희생되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워요.”

“어쩔 수 없는 일이오.최대한 빨리 끝내는 것이 조금이라도 희생을 줄이는 길이오.”

제갈휘미는 도착하여 인자기를 만났다.

“저들이 천문팔로금쇄진 펼쳐두었다니 곤란하기 그지 없네.”

인자기는 제갈휘미를 보자 상황을 설명하고는 그렇게 말을 끝맺었다.

“천문팔로금쇄진은 상당히 고난도의 진쇄이나 원래 돌로 펼쳐야 하는 것인데 목책으로 펼쳤습니다. 그렇다면 파훼할 길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돌로 펼치려면 너무나 시간이 소요되고 나중에 회수할 대에 곤란한 점 때문에 목재로 펼쳤지만 그만큼 단점도 있습니다.”

제갈휘미의 말에 인자기는 희색을 짓다가 다시 뭔가를 깨달은 듯이 난색을 지었다.

“그러나 나무라고 하여도 지푸라기처럼 쉽게 불이 붙지도 않을 것이고 곳곳에 저렇게 무사들이 나와 있는 상황에서 가능한 일은 아닐세.”

“화공이 아니라 화공 비슷한 것을 사용하는 것이죠. 내일 오시에 햇불을 준비하여 태(台)방위로 진격해간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진세를 제압할 수가 있어요. 만일 돌이나 바위로 되어 있었다면 상당히 애를 먹었을 것입니다.”

제갈휘미의 말에 인자기는 희색을 지었다.

“물론 관문을 하나하나 격파해야 하기에 시간이 걸릴 것이지만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 자부합니다. 그들로서도 천문팔로금쇄진을 파괴하지 않고서는 직접 우리를 공략하지 못할 것이니 그리 불리한 것만은 아니예요. 일단 사대문파와 소림에서 백명의 정예를 선발하여 내일 공격을 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각 세력의 수좌들을 모아서 이런 사실을 이야기하고 내일 공격을 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네.”

그러면서 인자기는 제갈휘미를 안내하여 무정선사가 머무는 막사로 가면서 각 세력의 수좌들을 무정의 막사로 소집하였다.

제갈휘미의 설명에 그들은 다행이라는 듯이 안도를 하였다.

“일단 정에 이백명을 선발하여 백명씩 훈련을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교대로 훈련받은 대로 하나하나 진을 파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적이 보이지 않은 장소에 이백명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제갈휘미의 요청에 부산하게 그들은 이백명의 정예를 모아주었고 파진을 휘한 훈련이 시작되었다.

“네 말은 모두 공격을 하는 척 한 다음에 태 방위로 순식간에 쳐들어 가자는 것인데 모두에게 횃불을 들라고 하는 것이 좋겠느냐?”

“그렇게 해주십시오. 진을 향하여 횃불을 던지는 것도 진세를 약화시키는 좋은 방법입니다. 그렇게 하다가 태(台) 방향으로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교두보를 마련하고 저들을 공략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한 연후에 종종 다른 방향에서 공격을 한다면 오래지 않아 진세를 파할 수가 있습니다.”

제갈휘미의 말대로 역할이 하달되고 다음날 아침부터 몇번의 공격이 이루어 졌다.

그 것은 일종의 위장 공격이었다. 기름에 담가 켠 횃불을 들고 대낮에 공격을 하는 것은 조금 어리석은 일이지만 그렇게 반시진 간격으로 공격을 한 것이다. 몇번의 공격을 하였지만 그들은 진세 때문에 다가가지도 못하고 몇몇의 사상자만 내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정오가 되자 다시 한번 횃불을 든 무사들이 파상적인 공격을 하기 시작하였다. 징 소리가 울리자 순식간에 태(台) 방위로 쇄도하는 백명의 무리가 있었다. 그들의 쇄도로 순식간에 진세는 구멍이 나고 목책의 문이 점거되고 말았다. 그들이 점거하여 밀고 들어가자 순식간에 진세의 기운은 약해지기 시작하였고 이러한 공격에 당황하여 목책 몇 곳이 무너지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그러나 목책이 무너졌다고 하여 무림정의군은 함부로 쇄도하지 않았다.

이렇게 하여 목책을 둘러싼 공방이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관문을 뚫고 진군하는 자들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공방은 치열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아울러 이들을 엄호하거나 방해하는 공격이 이어지면서 혼전으로 치닫고 있었다. 전면전은 아니나 이런 한치의 물러섬도 없는 격렬한 공방은 만상대전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이런 전투로 무림신녀(武林神女)의 화려한 등장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진군해온 천하군단과 무림정의군은 전열을 정비하기 시작하였고 날이 어두워지자 지성룡은 야음을 틈타 천지문의 총단으로 잠입해 들어갔다.

그의 잠입은 누구도 모르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한 마리의 야조(夜鳥)처럼 천지문 총단의 벽을 넘어 천지문으로 잠입해 들어 갔다.

총단 밖의 민간인들은 이미 이런 일을 알고 어디론가 떠나가거나 총단 안으로 피신해 들어갔다.

지성룡은 총단안을 여기저기 살펴 변화를 살폈다.

그 동안 별로 변화가 없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런 다음에 음식에 들어갈 기름을 저장해 둔 곳으로 가서 기름을 두통 챙겼다. 그 것을 일단 꺼내어 천지서고에 가져 다 두기로 하였다.

천지서고는 몇 명의 경비무사만이 있었다.

일단 이들을 경동시키지 않게 하기 위해 제압하지 않았다. 조용히 들어가서 한쪽 구석에 기름통을 잘 안보이게 감추어 두었다.

마구간은 경황이 없어서 그런지 방치를 하고 있었다. 지성룡은 마구간에 들어가서 말들을 묶어놓은 고삐를 하나하나 잘라버렸다. 그의 동작은 신속하기가 그지 없었다.

그가 전에 잠입하였을 때 익히 확인해둔 것이기에 추호의 차질도 없었다.

지성룡은 그렇게 신속히 자른 연후에 말들이 먹을 건초를 모아놓은 곳으로 갔다. 건초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지성룡은 손으로 삼매진화를 일으켜서 건초더미 서너곳에 불을 붙이고 말들이 있는 곳에도 몇 군데 불을 놓았다.

잘 마른 건초는 순식간에 불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이 것을 본 연후에 지성룡은 곧바로 두번째 목표한 천지서고를 향하여 달려갔다.

그가 천지서고에 달려갔을 때 ‘불이야’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고 있었고 말 울음 소리가 성안을 진동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잘 마른 건초는 활활 타 올라 천지문을 밝게 비추기 시작하였다.

평상시같으면 엄중한 경계가 펼쳐지고 있을 천지서고도 몇 명의 경비하는 인물을 제외하고는 사람이 없었다. 지성룡은 천지서고의 경내에 들어가자 경비무사들을 제압하여 버렸다. 그런 다음 천지서고 안으로 들어가서 서가 곳곳에 준비해둔 기름을 뿌리기 시작하였다.

특히 양쪽 입구에 중점적으로 발라두었다. 그 것은 불이 났을 때 달려온 자들이 쉽게 진화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였다.

지성룡이 불을 지르기 전에 먼저 밖으로 나와 양쪽 문을 열고 있는 순간 하늘을 뒤덮는 불화살이 보였다. 마치 하늘에서 불의 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곧 이어 곳곳에서 함성이 들리고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지성룡은 그 것을 보다가 곧바로 서고의 양쪽에 불을 붙였다. 순간 기름 먹은 서가에서 불길이 번지기 시작하였다.

불길이 확 번지는 것을 확인한 지성룡은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고 그가 몸을 숨기고 나서  조금 시간이 지나자 불길이 하늘로 치솟았고 이것을 본 사람들의 ‘불이야’라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런 외침이 사위에 울려 퍼지는 순간 지성룡은 곳곳에 다니면서 불을 지르고 있었다. 허둥지둥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불을 지피는 것은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공격을 막으랴 불을 끄랴 부산하게 움직였지만 불길은 잡히지 않고 총단은 화염에 휩싸이고 있었다.

굳이 지성룡이 더 불을 붙일 필요가 없을 만큼 충분하게 불타고 있었다.

지성룡은 유일하게 불길에서 안전하게 정적을 유지한 곳을 향하여 갔다.

천지문의 문주 율사청이 있는 곳이었다.

그 곳은 이런 혼란 속에서도 철통 같은 경계를 펼치고 있었고 율사청을 비롯한 천지문의 수뇌부가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곧 그들은 일어나서 밖으로 흩어졌고 그 곳에는 율사청을 비롯한 몇 명의 수뇌부만이 남게 되었다.

천지문 총단은 화염의 도가니가 되었고 연기로 인하여 곳곳에 신음하는 자들이 보이고 있었다.

율사청은 답답하지 바로 몸을 솟구쳐 천지전(天地展) 지붕위로 올라선 다음 전황을 살피고 있었다. 서쪽 방벽을 제외한 모든 곳이 공격받고 있는 것이 불꽃 사이로 간간이 보이고 있었다.

율사청은 그렇게 보다가 다시 바닥으로 내려섰다.

그는 한숨을 내쉬고 옆에 있는 수하들을 보았다.

수하들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지성룡은 그들을 공격하고 싶은 욕구를 참기 위해 한동안 고심을 하여야 했다.좀 무리가 될지라도 이들을 참살하여 전쟁을 종결 짓고 싶은 욕구를 느꼈다.

그러나 만일 실패를 하고 발목이 잡혀 포위가 된다면 자신도 위험해질 소지가 많았다.

그렇기에 그런 생각을 접고 화염 속으로 몸을 날렸다.

총단 곳곳에는 연기에 질식되어 고통스러워 하는 자들이 수도 없이 보이고 있었다.

‘지금 총단으로 진군해 들어온다면 화염이나 연기에 우리측도 희생을 당할 수가 있다. 내일 이들을 공격한다면 손쉽게 처리할 수가 있다.’

지성룡은 그렇게 생각하고 화염속을 헤치고 나가 총단의 담벽으로 갔다.

전투는 그리 격렬하게 이루어 지고 있지는 않고 있었다. 지성룡이 지시한 대로 공격하는 시늉만 내고 있는 것이다.

지성룡은 그들 사이를 지나 야조처럼 밖으로 날아갔다.

지성룡은 밖으로 나오자 마자 수뇌부를 찾았다.

그들은 한곳에서 모여 전황을 지휘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번에는 불화살이 아니라 그냥 화살을 궁사들에게 이십발씩만 쏘라고 하시오. 그리고 공격하는 자들을 후퇴하라고 하시오.”

지성룡이 갑자기 나타나자 그들은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지성룡의 말대로 지시를 하기 시작하였다.

이번에는 불화살이 아니라 어둠 속에 일반화살이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순식간에 천지문의 곳곳에서는 비명이 메아리치기 시작하였다. 화염 속에 날아든 일반화살은 무사들이 피하거나 막을 시간도 주지않고 그들을 꿰뚫어 버린 것이다.

그 것도 일반 무사가 아닌 무인이 날린 화살이기에 실로 그 속도는 상상을 불허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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