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문무공-131화 (131/149)

제  목: [연재] 독문무공(131)

양측이 오리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는 청홍관은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그 때 한마리의 전서구가 무림정의군과 천하문의 병력이 모인 곳으로 날아들었다.

그 전서구가 날아든 직후에 제갈중명의 막사에 지연룡이 들어왔다.

“어서 오십시오.”

황영지가 들어가자 막사 안에 있던 제갈중명이 인사를 하면서 지연룡을 맞았다.

“지금 즉시 청홍관으로 진격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율사청이 현재 우회하여 침투한 곳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지연룡의 말에 제갈중명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알겠소이다. 지금 즉시 진격을 하도록 멸령을 내리겠소이다. 저희가 우익을 담당할 것이니 소문주는 좌익을 담당하여 주십시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징이 울리면 공격을 시작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그들은 이미 많은 것을 논의하였기에 긴 대화는 필요가 없었다.

지연룡이 말을 마치고 나가자 곧 바로 제갈중명의 막사로 십여명의 사람이 들어 왔고 금방 다시 떠나갔다.

그렇게 공격을 위한 움직임이 부산하게 이루어 지기 시작하였다.

지성룡은 율사청이 도망을 치면서 후퇴의 명령을 내리자 어이가 없었다. 율사청은 어느새 맨 앞에 서서 도망을 가고 있었다.

지성룡은 연속적으로 검강과 장강을 시전하여 막는 무사들을 가차없이 참하였다.

쫓아오는 천하군단의 무사들을 막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도망가는 자들이 있었고 도망가는 자들이 훨씬 더 많았다.

위지강천도 어느새 지성룡의 옆에 다다라 막는 자들을 베어가고 있었다. 곧 이어 천하군단의 많은 무사들도 당도하여 그들을 협공하기 시작하였다.

일부는 도망가는 자들을 추적하여 등을 향하여 무차별적인 공격을 하였고 등으로 공격을 당한 자들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율사청은 어느새 몇 백장을 도망가고 있었다.

“뒤를 부탁하오.”

지성룡은 그렇게 말하고 율사청 일행을 쫓아 가기 시작하였다. 이미 막는 자들은 처리가 되어 있기에 지성룡은 거침이 없었다. 지성룡이 속도를 올리자 천지밀전대의 대부분이 지성룡의 공격 범위에 들어왔다. 그들은 지성룡이 다가가자 절반이 뒤돌아 섰고 절반은 율사청을 따라 가고 있었다.

율사청이 하는 행동은 일문의 문주로서는 치졸하기 그지 없는 짓이었다. 자신이 살겠다고 상대도 되지 않는 부하들을 내보내고 있었다.

지성룡은 율사청이 도망을 가는데 급급하자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 화는 천지밀전대를 향하여 표출되었고 지성룡은 구성의 공력으로 검강을 시전하였다. 십여장 앞에서 그를 막으려고 서있던 자들은 지성룡이 검강을 시전하자 막으려 하였지만 지성룡의 강기는 그들의 저항을 한 순간에 무력화 시키면서 그대로 그들을 쓸어가고 말았다.

그들은 마치 낙엽처럼 분분이 날아서 흩어졌다. 지성룡은 그들이 날아가자 그대로 앞으로 쇄도하였다. 잠깐의 시간에 율사청 일행은 이백여장 밖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지성룡은 그대로 그들을 향하여 신형을 폭사시켰다.

그를 따르던 천하군단과 사대세가의 무사들을 사기가 떨어져 도망을 치는 천지문의 무사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실로 천지문의 정예인 무영전대가 일순간에 궤멸되는 참사를 당하고 있었다.

사기가 떨어져서 패주하는 상황이었고 그들이 보는 앞에서 지성룡이 천지밀전대를 추풍낙엽처럼 날려 버리자 도망가거나 대항할 의욕을 상실하였기에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들은 정신없이 도망을 가는 상황이었고 그런 그들을 뒤에서 공격하기란 쉬운 일이었다. 등을 보이고 정신없이 도망가는 적이란 내려치기만 하면 쓰러지는 형국이었다.

위지강천을 비롯한 고수급이 나서서 공격을 하기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지성룡은 재차 율사청을 향하여 쫓아갔지만 그들이 눈앞에서 사라져 버리자 쫓아가는 것이 의미 없다는 생각에 돌아섰다.

자칫 그의 유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지성룡은 돌아서서 몰려오는 천지문의 인물들을 향하여 공격을 시전하였다. 그들은 앞에서 지성룡의 공격을 받자 몰려오던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고 양쪽에서 협동 공격을 받아 쓰러지기 시작하였다.

지성룡은 이왕에 나선 것 무사들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였다. 그의 공격에 무사들을 사기가 오르는지 거침없이 공격을 하였고 천지문의 무사들은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대부분의 천지문 무사들이 쓰러지고 말았다.

“지금 즉시 공격을 하는 우리 편을 위해서 청홍관으로 진군을 해야 합니다.”

지성룡은 위지강천에게 말을 건네었다.

“날랜 무사들로 오백만을 데리고 가면 됩니다. 나머지 무사들은 이곳에서 부상자와 포로들을 이끌고 후퇴를 하라고 하시오.”

지성룡은 그렇게 말하고 먼저 출발을 하였다.

“나는 척후를 할 것이니 바로 쫓아오시오.”

“그리하겠습니다.”

위지강천과 추인량은 곧 무사들의 분류를 하기 시작하였다.

“일단 급하니 위지소가주가 천하군단과 무림정의군 이백을 이끌고 쫓아가시오. 나머지는 내가 이들을 후송할 것이오.”

“예, 그리하겠습니다.”

위지강천은 급히 육백여명을 데리고 출발하였다.

위지강천이 한참 산길을 가자 귓가에 전음이 들려왔다.

“갈림길에서 좌측 길로 접어들어 전속력으로 달리시오. 이각여를 달리면 청홍관의 측면이 나올 것이오. 거기서 공격을 한다면 청홍관의 허를 찌를 수 있을 것이오.”

위지강천은 지성룡이 주변에 있음을 직감하였다.

만일 지성룡이 따라오지 않았다면 큰 낭패를 당하였을 것이라 생각하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길을 정신없이 전진하여 이각여 동안 전진하자 관문이라기 보다는 성시가 보이고 있었다. 아니 성안이었다. 청홍관은 안쪽에서 별다른 방해물이 없이 그대로 적진이 보이고 있었다.

“잘 들으시오. 지금 공방이 진행 중이오. 저 곳을 지금 공격하여 우리가 유인해 내는 것이오. 우리는 소수이기에 위험이 높지만 기습이후 바로 후퇴를 하는 것이오. 내가 후퇴를 하라는 말을 하면 바로 후퇴를 하시오. 그러나 상황이 좋아 성채의 문 세개 중에 하나를 점령할 수가 있다면 점령을 하시오. 만일 그렇게만 된다면 이번의 공방은 여기서 끝나게 될 것이오.”

지성룡은 전음을 마치고 바로 청홍관을 향하여 나아갔다.

위지강천은 무사들에게 한숨을 돌리게 하고 난 이후에 바로 공격명령을 내렸다.

공격신호에 따라 위지강천은 가까운 맨 좌측의 성채 쪽으로 공격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안쪽 뒤쪽에서 공격을 하자 허둥지둥하였고 팽팽한 접전을 하는 중에 이러한 빈틈은 성채 밖에서 공격을 하는 자들에게 커다란 기회를 주게 되었다.

순간적으로 양면 합공을 받게되자 그들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관문이 돌파되고 말았다.

이들이 이렇게 어이없이 당하고 만 것은 지성룡이 적들의 척후병들을 일찌감치 제거를 하여 이들의 내습이 알려지는 것을 방지하였기에 가능하였다.

관문이 뚫려 또 다른 천하군단이 쏟아져 들어오자 천지문의 무사들은 후퇴하는 상황으로 변하고 말았고 한쪽이 뚫리자 그들은 나머지 두 관문마저 포기를 하고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그 사이에 청홍관에 있던 천지문의 무사들은 천명이상이 참살되고 있었다.

균형이 무너진 상황에서 후퇴를 하는 상황이기에 낙오자는 필연적으로 변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고작 반시진도 못되어 청홍관은 점령되어 지고 말았다. 천지문의 잔당은 물러나서 모두 천지문의 총단으로 몰려가고 있었다.

한편 만상문의 공략에 나선 무정선사 일행도 손쉽게 만상문의 진지에 다다를 수가 있었다.

그러나 만상문의 주둔지에 도착한 그들은 점령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들의 대비가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무정선사는 인자기에게 한번 돌아본 후에 그렇게 말했다.

“그렇소이다. 실로 만만치 않은 준비입니다. 결국 저 많은 목책과 장애물을 통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때 무정선사의 기별을 받은 소림과 사대문파의 수좌들이 당도하여 막사 안으로 들어 왔다.

소림의 청해선사, 무당의 태청도장, 아미의 복룡대사, 청성의 운류도장, 종남의 광정도장등이 안으로 들어와서 탁자에 자리하였다.

“참으로 어려운 전쟁이 될 것 같습니다. 저들을 함락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소요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무정선사의 말에 그들도 다소 곤혹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저들이 펼친 진세가 바로 천문팔로금쇄(天門八路禁鎖)라는 상고의 방어진세입니다.”

인자기가 말하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삼국시대 제갈공명이 펼친 팔진도를 근간으로 하여 후대에 완성시킨 이 진세는 방어진지로서는 최고라는 평을 받는 진세였다.

그런 진세를 어느 사이에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그 진세를 깨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난감한 것이다.

“저 진세를 깨려면 제갈맹주님이 계셔야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냉주님은 이곳에 안계시고 근처에 맹주님의 따님이 우리를 따라 오고 있다는 전갈을 받았기에 오라고 전갈을 보내었소이다.”

인자기의 말에 그들은 안도의 표정이 되었다.

“아마 한 나절안에 도착할 것이니 그사이에 충분히 휴식을 하게 하고 일단 무사들을 나누어서 삼면 포위진세를 구축하도록 합시다.”

인자기는 그들에게 도면 한 장을 펼쳐 보인 후 각 문파에서 담당할 방위와 포진의 형태를 일러주었다.

그들은 자칫 섣부른 행동이 큰 화를 부른다는 것을 알기에 신중하게 말을 하였다.

더구나 인자기가 병법에 상당한 조예가 있다는 것을 그 동안의 경험으로 알고 있기에 별다른 이의가 없이 설명을 듣고 있었다.

“오늘은 특별한 공격의 계획이 없습니다. 그러하니 돌아가셔서 현재 시달한 내용으로 철저하게 포진을 하고 경계에 만전을 기하시오. 만일 우리가 방심을 하다가 저들에게 순간적으로 기습을 허용할 수가 있습니다.”

무정선사는 그렇게 정리를 하였다. 특별히 더 할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일단 이렇게 불러 포진을 지시한 것은 자칫 혼란을 초래할지 모르는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서 였다.

포진을 마친 사대문파의 수좌들은 모여 청해선사가 머무는 소림의 군막으로 갔다.

청해선사는 그들이 방문을 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맞이하였다.

그들은 서로 간단한 이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만상문이 이렇게 철저하게 진세를 구축할 만큼 대단한 존재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소이다.”

태청도장은 만상문의 힘에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면 말을 건네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이후의 일을 생각해볼 것이 있어 이렇게 찾아 뵈었소이다.”

청성의 운류도장도 그렇게 말하여 청해선사에게 자신들이 찾아온 목적을 말하였다.

“뭐, 생각해볼 것이 있다고 하였지만 본승이 어떤 도움이 될지를 모르겠습니다.”

청해선사는 그들이 찾아온 목적을 모르기에 대답을 하면서 한발 뒤로 물러섰다.

“만상문에 대하여 우리가 너무 모르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들이 삼비문이라고 하였지만 언제 저런 세력을 암중에 구축하였고 또한 저들의 세력이 지금 모여있는 저들 뿐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즉 아이들이나 여자들이 없이 오직 무사들 뿐입니다.”

태청도장의 말에 청해선사도 놀라는 표정이 되었다.

“우리가 저들을 토벌하기로 하였지만 두고두고 후환거리를 만드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운류도장이 다시 한마디를 거들었다.

“저들을 토벌하는 것보다 저들의 후예들과의 끝없는 전쟁을 떠안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는 것이오.”

청해선사도 그들의 말을 듣자 얼굴이 변하고 말았다. 이런 것은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그들은 일만인지 이만인지 모를 천지문의 토벌보다 오천에 불과한 만상문의 토벌을 하게 되자 다행이라고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천지문에 비하여 만상문은 지금에 생각하자 더 골치 아픈 존재가 분명하였다. 천지문의 무사들이 이지역 출신들로 이루어 진 반면에 그들은 어디 출신인지를 알 수가 없고 그들의 가족이나 후예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있는 것이다.

청해선사는 그들의 걱정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천지문의 후예들은 이곳에 있기에 천하문이 이곳에 그들을 회유하기도 수월할 것입니다. 하나 만상문의 후예들은 천하 곳곳에 흩어져 있고 그들을 색출한다고 하여도 어덯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향후 그들이 곳곳에서 원한을 가지고 우리들의 앞길을 두고두고 방해할 것이 우려됩니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것이오? 회군을 하자는 것이오?”

청수선사는 걱정이 되었지만 그들에게 그렇게 되물었다. 지금의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후환이 두렵기에 포기하겠다는 소리였다.

“포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문제를 논의하자는 것이오. 그러니 오해를 푸십시오, 대사.”

태청도장은 청해선사가 의외의 반응을 보이자 당황을 하였지만 극구 변명을 하였다.

청해선사가 그러한 것은 이들과의 대화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네명이 떼거리로 몰려온 것은 자신을 숫적으로 압박을 하려고 하는 의도가 보이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휘두르려고 하는 면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이 뭔가를 획책하는 것은 천하문에 반하는 것이고 자신들의 입지를 강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들이 가지는 것은 자신들에게 손해가 될 사항에 대하여 불평을 하는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하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문제가 있다고 지금에 와서 거론을 한다면 아예 처음부터 이일에 참여를 하지 않았어야 옳을 것입니다. 강호에 몸 담그고 있는 자 어찌 은원(恩怨)에 자유로울 수가 있습니까?”

청해선사의 말에 그들은 할말을 못하고 있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들은 침묵을 유지하였다.

“우리가 말하는 것은 천하신존의 숨은 뜻이 우리들에게 만상문을 토벌하게 하여 우리들의 발목을 잡게 하려고 하지 않았나 하는 것 이외다.”

청해선사는 다시 말을 덧붙이는 복룡대사를 한심하다는 눈길로 보았다.

“참으로 세상에 대하여 너무나도 편하게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라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가 없소이다. 어찌 큰 것을 보지 못하신다는 것이오? 만일 상대를 바꾸어서 토벌을 한다고 생각해 보십시다. 그러면 어떻게 될 것이라 생각을 하시오? 이곳은 여러분들이 동쪽으로 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입니다. 그렇다면 이 곳이 여러분들의 발길을 막는 방벽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그 것도 천하신존이 노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청해선사는 그들의 작태가 한심하여 직설적으로 물어보았다. 모두 얼굴이 시뻘겋게 변하고 말았다.

청해선사는 이일에 참가한 자외에 그들 사대문파의 장문들과 이천이상의 세력이 무당에 집결한 것을 들었고 내심으로 그런 일을 하는 것에 못마땅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상당히 말이 거칠게 나오게 된 것이다.

“소림의 생각은 이러하외다. 대세라는 것이 있소이다. 그 대세를 거슬리려 한다면 천하가 불행해지고 그런 일을 획책하는 자도 불행해진다고 생각하고 있소이다. 그 대세는 반드시 필연이 존재하외다. 그 필연의 결과를 인간의 힘으로 뒤집으려 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말이오.”

청해선사의 대답에 그들은 말도 못하고 청해선사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세상은 바뀌었소이다. 그 바뀐 세상을 보지 못한다면 천지문이나 만상문이 범한 과오를 그대들이 범할 수도 있소이다.”

청해선사의 마지막 말은 협박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들은 창백한 표정이 되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아직도 예전의 영화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자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적을 앞에 두고 분열을 조장한다는 말을 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청해선사는 사대문파의 장로들을 쫓아 보내고 무정선사를 찾아왔다.

“좀 전에 사대문파에서 사람들이 다녀갔습니다.”

청해선사는 그렇게 말을 시작하여 사대문파 사람들과 같이 나눈 이야기를 요약하여 전하였다.

“그들로서야 그렇게도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일 것입니다만 지금의 상황에서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은 그들이 아직도 현실에 대하여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을 것 같습니다.”

무정선사는 그렇게 짤막하게 말을 하였다.

“그들로서는 이번에 참여를 한 것이 천하문을 돕기보다는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였는데 그런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천하문의 일만을 처리하는 것에 대하여 당황하는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그 들로서야 봉문을 해제하고 처음 하는 강호행도인데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요원하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그들은 봉문을 하였기에 현실을 바라보는 것이 아직도 봉문 전의 세상으로 보려고 하기도 합니다. 그들이 빨리 현실을 인정하여야 그들로서도 좋을 것인데 그런 면을 본다면 안타까운 생각이 먼저 듭니다.”

무정선사는 아직도 예전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소림을 비롯한 사대문파, 구파일방의 권위는 강호에서 땅에 떨어진지 오래라는 것을 최근에야 인식한 무정선사였다.

“그들이 찾아온 것은 우리 소림과의 연대를 고려하고 찾아온 것입니다. 그 점에 대하여는 좀더 생각을 해보아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문제는 내가 뭐라 말할 성질이 아닌 것이라 사료되오이다. 방장사질과 이일이 끝난 연후에 의논을 해보시지요. 그러나 지금까지 짧은 기간 세상에 나와 느낀 나의 생각으로는 소림은 그저 소림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천하문의 세상이 되어 중생이 도탄에 빠지지 않는데 소림이 간섭하여 세상을 바꾸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소이다.”

무정선사의 말에 청해선사는 말이 없이 듣고만 있었다.

“세속의 권력은 영원히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오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습니다. 소림은 중생의 구제라는 대명제를 위해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고 사부님이 계셨어도 그렇게 하셨을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나는 이번 일을 끝으로 강호 행도를 하지 않고 당분간 면벽을 하면서 불도를 좀더 닦을 생각입니다.”

무정선사의 말은 청해선사에게 사대문파와 부화뇌동하지 말라는 명령이나 다름이 없었다.

말은 부드러웠지만 그들과 더 이상 가까이 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청해선사는 인정은 하면서도 이렇게 순순히 포기하는 것에 내심으로 수긍하기는 어려웠다.

무정도 자신이 그들을 만류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가슴이 아팠지만 현실은 인저하여야 하였다. 부질없는 싸움에 동참하여 희생을 하는 것은 소림이나 강호무림이나 다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 일에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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