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130)
34. 혈하(血河)-피는 강물이 되어 흐르고
전운이 감도는 양쪽 진영이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저들이 최후의 기회도 거부하였습니다. 이제 저들을 토벌하는 것 외에 방안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갈중명이 장내의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선언적으로 말을 하였다.
그자리에는 무림정의군을 구성한 중요 문파의 수좌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모두들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막상 전쟁을 한다는 것에 대하여는 긴장을 하고 있었다.
제갈중명의 선언은 이제 움직이고 본격적인 교전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천하신존 시주께서 희생을 줄이고자 저들에게 최후의 기회를 주었지만 저들은 마지막 기회마저 외면하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이 자리에서 괴로운 결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불가에 몸담은 불자로서 살계를 열자고 말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나 또한 무도를 걷는 무인으로서 천지문의 수괴인 율사청과 만박문의 수괴인 이정발, 또한 천지문의 천지오장로와 천지밀전대, 만상오절과 차기 만상오절에 대한 압송과 반항 시 척살을 선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아미타불”
무정선사의 말은 개전의 선포였다.
“위에 열거하지 않은 천지문과 만상문도들은 그 수좌들에게 지시를 받는 힘없는 자들이니 무고한 희생은 최대한 자제하여 투항하는 자들은 결코 함부로 살생을 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오. 그러나 이들 중에 혹여 위에 열거한 자가 숨어 있을지 모르는 것이니 제압하여 이들의 소탕이 마무리된 연후에 조사하여 방면토록 할 것이니 그리 조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무정선사는 그렇게 말을 하여 행동의 지침을 하달하였다.
“지금부터 공략할 세부적인 조치를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지도를 펴보시오.”
그러자 그들이 앉아 있는 탁자의 중간에 대기하고 있던 무사가 나와 대형 지도를 펼쳤다.
“우선 이 전쟁에 참여를 하는 대상을 한정하여 말을 하겠습니다.
이 토벌에는 본 총수가 직접 지휘하는 칠천의 무림정의군과 부총수인 무적도군시주가 지휘하는 팔백의 무림정의대가 참여할 것입니다. 또한 천하신존이 이끄는 삼천의 무인들과 악양인근에 주둔하는 천하문, 영웅성, 위지세가의 연합군 육천오백이 참여하여 총 일만 칠천여명의 무인들이 참석을 할 것입니다.
그럼 공략에 대하여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공략은 악양에 주둔하고 있는 육천오백의 연합군을 제외한 인원이 직접적으로 참여를 합니다.
악양인근의 연합군은 주로 저들의 탈출을 방비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들이 공격을 하지 않는 것은 그 곳이 워낙 광활하다 보니 그 인원으로 공격을 하는 것은 오히려 포위망에 헛점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방어에 주력하여 저들의 퇴로를 차단하는데 중점을 둘 것입니다.”
무정이 말을 하는 동안에 이미 그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이라 가만히 있었다.
“공격은 삼개 방향으로 이루어 질 것입니다. 그 공격은 본 총사가 북향에서 소림을 비롯한 사대문파인원등 사천여명을 이끌고 북쪽에 위치한 만상문을 공격할 것입니다. 다음은 맹주님과 부총수가 주로 사대세가를 비롯한 세가출신의 무인들과 동북향에서 이 고갯길을 넘어 만상문과 천지문의 교통을 차단한 연후에 무림정의대는 만상문을 나머지는 남쪽의 천지문을 공략하러 내려갈 것입니다. 무림정의대가 할 일은 저들이 남행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면서 유사시에 저들의 배후를 기습하는 역할입니다. 아울러 잔여 인원은 맹주님이 이끌고 내려갈 것입니다.”
이런 것은 대략적으로 통보가 이루어진 상태이었다. 이런 작전은 연일 계속된 작전회의에서 숙의된 내용이기에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다음은 천하신존과 삼천의 무인이 마지막 동향에서 천지문을 공략해 갈 것입니다. 동족은 다소 개활지이기에 병력이 문제가 될 것이지만 악양의 군세가 일부 움직여 호응을 할 것이기에 크게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말을 한 후에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금부터 병력을 이동할 준비를 철저히 하시기 바랍니다. 현재 서쪽은 산간지형이기에 열어두었습니다. 저들이 도주할 수가 있습니다. 이 경우에 각자가 맡은 쪽을 추격하여 척살해야 할 것입니다.”
무정의 말이 떨어지자 몇몇의 인물의 얼굴이 변하였다.
이미 예상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하여 적들이 도주할 방향은 사천과 진령산맥 쪽으로 잡도록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도 말을 하지 않고 묵묵히 있었다. 그 쪽 방향에서 공략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지성룡은 천하군단이 주둔하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막사에는 지성룡을 비롯한 황영지, 지연룡, 위지강천, 그 외의 천하군단의 부단주 이상의 인물들이 모여 있었다.
“내일 진시에 우리는 천지문의 총단을 향하여 진군을 하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지성룡이 말을 하자 드디어 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기에 각 단별로 하여 네 개의 길을 따라 진군을 하고 저와 구룡상다, 영웅성의 무사들은 후방을 지원하며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들은 세세한 전략을 의논하기 시작하였다.
그 전략이란 뻔한 것이지만 천지문이 주로 동쪽의 개활지를 향하여 배치가 되어 있기에 고전이 예상되고 있었다.
그리하여 네 방향으로 가는 동안 상당한 고전이 예상되고 있었다.
“문제는 이곳에서 모레 아침에 맹주님이 인솔하여 진격하는 군세와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다소 서둘러서 통과를 하여야 합니다.”
지성료은 천지문의 총단 삼십여리 앞의 청홍관을 지도에서 가리켰다.
청홍관은 천지문의 제이 총단이라고 할 만큼 총단으로 가기 위해서 넘어야 하는 관문이었다. 여기서 총단까지는 외길로 북쪽에서 오는 길과 동족에서 오는 길이 합류하는 천지문 총단공략의 요충지였다.
“일단 천지문의 무사들은 우리에게 밀려나면서 대부분 이곳으로 집결하여 우리들과 북쪽의 군대를 막을 것입니다. 여기로 우리가 진군을 하면 악양의 군대는 천지문의 경계를 넘어 이 곳에 천오백으로 하여 치안을 담당하고 우리의 퇴로를 보호할 것입니다. 물론 오천은 천지문 총단에서 남쪽으로 향하는 이 길을 중심으로 하여 봉쇄를 할 것입니다. 압박을 해야 하기에 우리가 청홍관에 도착할 때 쯤이면 이들도 십여리를 천여명이 앞으로 나서 천지문의 총단에서 총홍관으로 전력을 집중하지 못하도록 할 것입니다.”
지성룡의 설명에 모두는 자소 안심하는 얼굴이 되었다. 천지문의 일만에 고작 오천만으로 공략은 무리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남쪽에서 오천이 버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천지문의 병력의 절반은 발이 묶이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저들이 청홍관에서 완강한 저항을 할텐데 그리 수월하지는 않을 것이 아닙니까?”
위지강천이 다시 물었다. 청홍관은 천지문으로서 포기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그렇소이다. 그러나 청홍관 밖에 도착하여 보면 청홍관의 지형이 그리 험하지 않기에 우회할 길도 많다는 것을 알 것이오. 여기를 보시오.”
지성룡은 지도를 가리켰다.
“여기에 그어진 세 개의 선이 보일 것이오. 이 세 개의 선은 모두 무사들이 지나가기에 어렵지 않은 길이오. 이 길을 통하여 우회를 하여도 되오. 필요하다면 내가 길을 열어갈 것이오.”
지성룡이 직접 길을 열겠다고 하자 모두는 안심을 하는 얼굴이 되었다.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이들에게 보다 강한 확신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었다.
다음날 진시가 되자 성하의 날씨 속에서 만명이 넘는 무사들이 천지문과 만상문을 향하여 진격을 하였다. 그들의 진격은 이미 예상이 되던 일이었고 천지문과 만상문이 모든 병력을 철수 시켰기에 순조롭게 이루어 지고 있었다.
거침없이 진군을 한 그들은 대부분 만상문의 총단과 청홍관 앞으로 손쉽게 진격을 하였다.
그리고 악양에 주둔하는 군대도 같이 보조를 맞추어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본격적인 전투에 앞서 주변을 확실하게 장악하는 철저함을 보였다. 그렇기에 산발적인 전투가 벌어지기도 하였다. 민간인들 사이에 숨어있던 천지문과 만상문의 밀정들이 발각되어 포박되거나 추살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일은 사소한 일이기에 진격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민간인들 중에는 천지문에 의해 억압을 받던 자들이 대부분이라 그들의 진격을 환영하고 그들 사이에 섞여 있는 간세에 대하여 밀고(密告)까지 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런 사소한 일들을 해결하는 것 외에 별다른 충돌이 없이 일차적인 집결지로 무사하게 이동을 하였다.
물론 부산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기에 평안하다는 것은 아니나 너무나 맥없는 상황에 다소 어이가 없기는 마찬가지 였다.
청홍관에는 천지문의 무사들이 생각외로 많이 모여 있었다.
그 곳의 상황을 염탐한 자들의 보고에 지성룡은 다소 긴장을 하고 말았다.
‘천지문의 무사가 이만을 헤아린다는 것인가? 총단에 현재 삼천이 있고 이 곳에 일만이 있으며 남쪽으로 칠천이 나가있다고 한다.’
물론 숫자가 많다고 하여 중요한 것은 아니나 일단 숫자가 많다면 그만큼 적군의 사기가 올라가고 죽여야 할 수가 많아지고 아군의 사기는 저하되는 것이다.
‘물론 이들은 천지문의 영역의 모든 청장년이 징집당하였기에 그런 수가 될 수도 있지만 예상외이군. 그렇다면 이들을 흔들어 보아야 하는가?’
지성룡 일행은 청홍관에 도착하여 제갈중명 일행과 합류를 하였다.
“일단은 세가 연합군 일천이 이 길을 따라 진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성룡은 제갈중명에게 우회로로 가기를 말하였다.
“그렇게 하여 반응을 보겠습니다. 그러나 이들만으로 가는 것은 불안합니다.”
“알겠소이다. 후위를 위지소가주로 하여금 지원토록 하겠습니다.”
반 시진 후에 출발하는 무인들은 산길을 따라 사라져 갔다.
그런 그들의 뒤를 다시 한무리의 무인들이 따라서 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뒤를 따라 은밀히 한 사람이 따라가기 시작하였다.
“뭐라고 우회를 하였다고?”
청홍관에는 율사청도 나와 있었다.
“그러합니다. 방금 저희가 예상한 우회로 두 번째 길로 천여명이 진군하기 시작하였고 다시 오백여명이 따라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예상대로 그들이 우회를 하였다면 우리의 대응은 어떠한가?”
“예, 천여명이 그 쪽에서 대기하고 있고 현재 천을 더 그 쪽으로 출발시켰습니다.”
“천으로 가능한가?’
“다소 걱정입니다. 그들은 정예이고 저희들은 하급 무사들까지 포함이 되어 있기에 불안합니다. 더구나 야산이다 보니 산길로 오기에 하수들에게는 다소 불리함이 많습니다. 나무들이 많기에 무인들에게는 최고의 이 통로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율사청은 그 말에 얼굴 빛이 변하였다.
“음, 참룡검객이 잠입을 한 후에 이런 것 까지 다 파악하여 갔는가?”
율사청은 다른 말을 하지 않고 그렇게 탄식을 하였다.
“하급무사들이 산속에서 고수를 만나면 속수무책이 아닌가? 만일 그곳이 뚫린다면 이곳을 지킨다고 하여도 소용이 없지 않은가?”
율사청은 마음이 다급하여 졌다.
만일 그곳이 뚫렸을 경우에 일어날 일은 청홍관 자체의 방어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었다.
또한 청홍관과 천지문의 총단의 교통이 두절되어 실로 막대한 전략상의 차질이 불가피하였다.
“지금 즉시 무영전대에게 일러 준비를 하도록 하여라. 또한 내가 직접 천지밀전대를 이끌고 가도록 하겠다.”
율사청은 그렇게 명령을 내리고 말았다.
“몰살을 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전쟁은 허무하게 끝이 날 수가 있다.”
율사청은 일이 어렵게 변하는 것을 알기에 삼백명의 인물로 구성된 무영전대라는 정예부대를 이끌고 직접 가기로 한 것이다.
한시진 후에 최초의 교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교전이 벌어진 곳은 완만한 경사가 있는 산등성이 였다. 이미 상대방 서로가 존재르 알고 있는 상황에서 백여장의 넓이를 두고 정면으로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천명의 무림정의군은 지형적으로 아래에 있지만 나무 사이기에 지형적으로 크게 불리함이 없이 싸우기 시작하였다.
초기에 대등하게 부딪치던 천지문의 무사들이 하나 둘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중원에서 잘 싸운다고 하는 무사들이 모인 무림정의군이 평균적으로 무공이 우수하였기에 하급무사들이 포함된 천지문의 무사들은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하나가 무너지자 둘이 무너지고 그렇게 차츰 무너진 그들의 공방은 고작 일각도 못되어 균형이 깨지기 시작하였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자들은 천지문의 고유 복장을 한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러나라.”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을 안 천지문의 지휘자가 후퇴를 명령하였고 천지문의 무사들이 신속하게 물러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들이 호락호락 물러나도록 놔둘 무림정의군이 아니었고 후퇴하는 순간 많은 무사들이 쓰러져 갔다.
그 대 다시 처지문의 뒤에서 수많은 무사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들이 가세하여 다시 공격해오자 천지문을 쫓아가던 무림정의군은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전황은 아가와 달리 오히려 천지문 진형이 더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렇게 되자 다시 무림정의군 뒤에서 새로운 무인들이 나타나 합류하기 시작하였고 그렇게 되자 다시 전세는 역전이 되고 말았다.
일방적인 싸움은 아니나 쓰러지는 것은 온통 천지문의 무사들이었다.
다시 일각이 흐르자 쓰러져 있는 자들이 온통 야산를 뒤덮고 있었다. 이렇게 쓰러진 시신을 밟아가며 싸우고 있었고 그렇게 되자 바닥은 이들이 흐리는 피로 인하여 피가 흐르고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반시진이 지난 상황에서 전세는 천지문의 숫자가 현저히 적어 보이는 상황으로 변하고 말았다. 산등성이의 중간에서 시작된 싸움은 이제 산등성이의 맨 꼭대기 가지 무림정의군이 장악한 형국이 되어가고 있었다.
한편 지성룡은 전쟁터에 참여하기보다는 천지문의 뒤에 있었다. 그 곳에서 새로운 증원군이 오지 않나를 탐지하며 혹시 이들 중에 전장을 벗어나 최후에 도주하는 고수들을 처리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막바지에 살아서 도망가는 자들은 사실 최절정고수이상일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기에 그런 그들을 처리하여 완전하게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이 곳을 지키는 자들은 이들 뿐이었는지 증원군의 기척은 없었다.
지성룡은 그들이 도망을 할 때 갈만한 길목을 차지한 후에 은밀히 숨어 있었다.
다시 이각이 지나자 도저히 버티지 못하고 도망을 오는 한 무리의 무인 이십여명이 보였다. 지성룡은 그들을 보자 이들이 이번 전투를 이끄는 수뇌부라는 것을 알았다. 이들을 살려보낸다면 지금가지 흘린 피가 아무 소용이 없는 병력의 소모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후의 결전이 된다면 이들이 전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성룡을 발견하였는지 그들은 십여장 앞에서 멈추어 섰다.
지성룡은 그들에게 다짜고짜 검강을 발출하였다. 아무런 방비도 없던 맨 앞의 세명이 순식간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들은 지성룡을 향하여 방어적인 형태를 취하였지만 지성룡은 순식간에 그들 앞에 폭사되면서 그들을 베어갔다. 지성룡은 무차별적인 살수를 전개하였고 그들은 막아갔으나 결코 막지를 못하고 쓰러져 갔다. 지성룡의 이런 활약에 모처럼 도망쳐온 자들은 변변한 대응을 하지도 못하고 쓰러져 갔다. 뒤에서 다시 천지문의 한 무리가 도망쳐오고 있으나 지성룡과 그들의 전투에 멈추어 섰고 곧 무림정의군과 천하군단에게 척살되고 있었다.
지성룡은 이십여명을 척살하고 다시 종적을 감추었다.
지성룡이 사라지는 것을 무림정의군과 천하군단은 멍하니 보고 있었고 누군가가 외쳤다.
“군단주님이다!”
그 말에 모두들 정신을 차렸고 순간 그들은 누군지를 깨닫고 정신을 차렸다.
무림정의군과 천하군단의 인원들은 전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미 전세를 판단한 위지강천이 전투를 중지시켰고 장내에 남아있는 천지문의 생존자들의 항복을 받은 것이다.
천지문의 무사는 근 이천여명 중에 고작 삼백여명만이 살아 남아 포로가 되었다.
무림정의군도 커다란 피해를 입어 온전한 자는 오백여명에 중상자가 백여명으로 사백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반면 늦게 등장한 천하군단은 삼십여명이 죽고 오십여명만이 다친 상태가 되었다.
시체만도 이천여구에 이르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처음 무림정의군을 이끌고 온 낙양의 추씨세가의 추인량은 위지강천에게 물었다.
나이는 마흔 둘에 묵도(墨刀)로 협명을 떨치고 있지만 위지강천에 비하여는 강호의 지명도가 낮았다. 더구나 방금전의 전투에서 위지강천이 보인 무위는 그를 탄복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부상자와 포로를 뒤로 후송하고 여기서 당분간 증원군이 오기를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위지강천은 그렇게 말하고 병력을 움직여 고지를 주변으로 경계를 시작하였다.
자연스럽게 천하군단에서 앞으로 나서 경계를 하였다.
실로 비참하기 짝이 없는 전쟁이었다. 단순하기 그지없는 소모전을 하고만 것이다.
“무슨 일인가?”
위지강천은 부랴부랴 척후로 보낸 무사가 달려오자 물었다.
“오리 앞에 삼사백명의 무인들이 나타났는데 그들의 걸음을 보건데 무공이 상당합니다. 곧 당도할 것이라 사료됩니다.”
“일단 모두에게 알리고 전투대형을 갖추도록 하여라.”
위지강천은 급히 명령을 내렸다.
“삼번 대형을 갖추고 기다리도록 하여라.”
천하군단과 무림정의군의 차이는 집단전투에 대한 훈령의 차이였다. 무림정의군이 이렇게 많은 희생을 한 것은 그들은 혼전을 벌였고 천하군단은 삼인일조의 전투조를 기본으로 하였고 가급적이면 정면에 적을 두어 혼전을 피하였다. 그렇기에 피해가 적었던 것이다. 무공의 실력이야 오히려 무림정의군이 나은 면도 많았다.
그렇게 하자 곧 천하군단은 세무리로 나뉘어 삼각편대의 모양으로 포진하였다.
지성룡은 이미 몰려오는 천지문의 무리를 보았다. 맨 앞을 달려오는 인물을 보자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율사청과 천지밀전대였다.
급히 위지강천에게 돌아갔다.
“즉시 전서구를 하나 날려 청홍관을 공격하라고 전하시오.”
“예, 그리 하겠습니다.”
위지강천은 전서구를 관리하는 자에게 지시를 내렸다.
“하온데 왜 공격을 하라고 하는지요?”
“지금 오는 무리 중에 율사청이 있소. 전투가 시작되면 내가 그자를 맡을 것이오. 나머지는 위지단주가 일단 막아 격퇴를 하시오. 그들이 물러간다면 그들을 추격하여 갈 것이오. 율사청이 없는 상황이라면 청홍관은 고작 천지오장로 뿐이오. 그렇다면 그들은 지금의 공격을 막지 못하고 무너질 것이오. 또한 우리도 그들을 추격하여 후면을 공격한다면 그들은 우리에게 허를 찔렸기에 청홍관을 포기하고 후퇴할 것이오.”
그렇게 말하는 순간 눈앞에 한 무리가 나타났고 지성룡은 무사들 사이로 숨었다. 율사청이 도망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율사청은 오십여장 앞쪽에서 멈추었고 그 뒤로 삼백여명이 나타나서 멈추어 섰다. 이미 천하군단이 앞쪽에 삼각편대를 이루고 포진하였기에 율사청은 그들을 살펴보았다.
율사청은 모두가 공격을 위한 숨 고르기를 하자 그들 무리의 중간에 서 있었다.
하나 다소 의아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들 이천의 무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천하군단의 복장을 보건데 대부분 옷자락에 피가 묻고 베어져 있어 전투를 하였음을 보여주는데 그들이 없기에 의아한 것이다. 설사 몰살을 당하였다고 하여도 최소한 몇십명은 살아서 탈출하여야 옳았다.
그런데 그런 자들을 오면서 보지 못하였기에 의아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자신들이 오기를 기다리며 포진을 하고 있고 자신들이 나타나도 아무런 동요가 없이 자신들을 노려보기에 이상한 것이다.
“공격하라.”
율사청은 나직하게 말하였다. 그러자 천지밀전대가 앞으로 나섰고 그들이 큰소리로 외쳤다.
“공격하라.”
그들이 고함을 지르면서 선두에 서서 나가기 시작하였다. 율사청은 그들이 움직이자 신형을 날려 삼각편대의 전방에 서있는 위지강천을 향하여 나아갔다. 그 순간 위지강천이 옆으로 비켜서면서 그 편대의 사이에서 한 사람이 튀어나왔다.
위지강천의 뒤에서 튀어나온 사람은 율사청을 향하여 신형을 날렸다.
율사청은 순식간에 신형이 굳어 멈추어 섰다.
그러나 그 순간 튀어나온 자가 보낸 검기(劍氣)와 장강(掌彊)이 율사청에게 육박하고 있었다. 율사청은 신형을 멈추며 검기를 맞부딪쳐 갔다.
그러나 그 것은 반사적인 행동이었고 순간적으로 그의 신형은 뒤로 십여장이나 물러났다.
그가 물러나자 물길이 갈라지듯이 그의 뒤를 따르던 자들이 비켜섰다.
그리고 전진하던 천지밀전대도 어느새 율사청의 주변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후퇴하라.”
율사청은 그렇게 나직하게 말하면서 신형을 돌렸고 천지밀전대도 그 뒤를 따라가면서 소리를 질렀다.
“후퇴하라.”
그러나 지성룡의 지시를 받은 위지강천은 천하군단에 공격 명령을 내리고 그들에게 쇄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