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128)
악양루를 바라보고 서있는 청년의 신색은 다소 긴장으로 굳어져 있었다.
‘이제 악양 주변의 모든 요소에 대한 군의 배치가 끝이 났다. 또한 모든 지휘권을 나에게 통합하여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
용소명은 불안감으로 잠을 이루지 못해 군막을 벗어나 이렇게 밤길을 산책하고 있었다.
물소리와 풀벌레 소리만이 밤의 적막을 깨고 있었다.
‘문제는 이 곳이 저들의 퇴로라는 것이다. 내가 거느리는 사천오백과 위지세가의 이천정예가 저들을 막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될 시점까지 천여명의 낭인이나 자원자가 더 몰려들 것이나 저들이 이곳을 돌파하려 모두 몰려온다면 돌파당할 수도 있고 막아낸다고 하여도 너무나 큰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용소명의 고민은 여기에 있었다.
물론 길목을 선점하였기에 방어를 하는데 유리한 점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고수들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신속하게 주공이 와서 지원을 해야 한다. 과연 주공이 어디에 포진을 하는가이다. 최대한 남쪽으로 내려와서 포진을 해야 저들을 견제하면서 이 곳을 지원할 수가 있다. 전령을 보내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낭패를 당할 수가 있다.’
용소명은 이런 커다란 전쟁에서 이런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고 자신의 판단이 너무나도 중요한 시점이 되자 버겁기도 하였다.
아직 서로 삼십리 이상의 간격을 두고 대치를 하고 있지만 그 정도의 거리라는 것은 너무나도 가까운 거리였다.
‘만일 이곳이 돌파당하여 그들이 중원곳곳으로 흩어진다면 우리도 골치 아픈 상황에 직면한다. 석년 태을자를 놓쳐 영웅군부의 일을 당하는 것처럼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게 변하고 만다.’
용소명은 그 일에 대하여 들었기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게 하고 싶었다.
‘문제는 완벽한 장사진을 쳐야 한다는 것이다. 수미상응(首尾相應)하는 형태로 긴밀하게 모든 힘을 서로 연결을 지어야 하는 것이다.’
용소명은 한참을 서성이고 있었다.
‘한데 이 일의 끝은 어떻게 될까?’
용소명의 뇌리에는 이일의 결말이 걱정되기 시작하였다.
‘원래 이일을 하는데 있어서는 장기전으로 가져가고 전중원의 무림인을 동원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사대문파에서 갑자기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지금의 형세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적들도 어떤 여유가 없이 궁지에 몰리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생각하자 이후의 사대문파의 행보에도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대문파의 등장은 뭔가 주공의 계획을 어긋나게 만들어 버린 점도 있다. 여기서 주공이 할 방법이란 그들과 같이 결국 보조를 맞추는 것인데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는가?’
용소명은 지성룡이 이일로 인하여 얻을 것을 생각해보자 걱정이 되었다
‘이 많은 인원이 동원되어 천지문과 만상문을 공략한다면 그들이나 무림정의군이나 사상자가 수도 없이 발생할 것이다. 그 책임을 모두 전쟁이 끝나고 누가 감당하는가? 결국 주공이 감당해야 하지 않겠는가?’
용소명은 그렇게 생각하자 이 전쟁을 하는 것이 불안해지기 시작하였다.
‘이 전쟁은 득보다 실이 많은 전쟁이다. 특히 사대문파나 무림세력은 이번에 자신의 위용을 과시하기 위해 총력전으로 임할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실로 그들의 행태는 공을 다투기 쉽다. 그렇다면 전투는 격렬한 양상을 띠게 되고 이 지역의 민간인에 대한 살상도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사대문파나 무림세력은 공은 챙기고 그 책임은 지지 않을 것이 아닌가?’
용소명은 이 모든 것이 생각되자 마음이 착잡하였다.
‘이일을 주공은 모른단 말인가? 인총사나 맹주도 이일에 대하여 알 것인데 어찌 아무런 말이 없이 일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자 이런 사실을 간과하고 일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다소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 한 사람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만일 알고 있다면 이렇게 무모한 살륙전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한 시도였다.
“앞으로 삼십리만 더 가면 천지문의 영역입니다. 일단 여기서 대기하도록 합시다.”
지연룡은 이천의 천하군단의 인원들을 멈추게 하였다.
“그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위지강천도 맞장구를 쳐 주었다.
“무사들에게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전방에 초소를 세워 적의 기습에 대비를 하게 하고 후속으로 오는 무림정의군의 포진을 위한 정찰을 해야합니다.”
“아마 각대주들이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오.”
그들은 그렇게 말하고 말에서 내려 한쪽으로 물러나서 무사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한데 이제 삼일정도 지나면 본군이 이곳에 도착하고 그리고 나면 전투가 벌어질 것인데 조금은 걱정이 됩니다.”
위지강천은 불안한 듯이 운을 떼었다.
“무엇이 말이오?”
지연룡은 위지강천의 얼굴에서 불안을 읽었지만 모른척 반문을 하였다.
“사대문파에서 하는 일은 결국 이번 전쟁을 통하여 본격적인 강호활동을 하려는 것이고 이번 전쟁에서 뭔가를 얻으려고 할 것이오. 그런 그들의 도움을 받아 이일을 처리한다면 향후 보이지 않게 그들에게 뭔가를 양보해야 하고 도한 이번 일에서 발생할 참혹한 결과에 대한 책임은 무림맹과 천하문이 져야 할 것이 아니오?”
위지강천은 내내 불안한 것을 한번 슬쩍 운을 떼었다.
“그 점은 이미 각오한 일이오이다. 오히려 사대문파가 참여하여 장기전이 되지 않고 단기전이 되어 피가 줄어들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된다면 저들이 사기가 저하되어 희생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지연룡도 일의 결과가 다소 불안하기는 하였지만 그 문제는 좀더 논의를 하여 피를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여 보아야 한다고 생각을 하였다.
일의 성공만을 생각하였기에 일의 결과로 인한 책임은 생각치를 못하였다. 힘만 앞세워 피로 얻은 천하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은 고금의 진리였다.
“이 전쟁이 끝난 후에 이곳에 대한 처리를 무림맹 위주로 한다면 결국 사대문파도 그만큼 권리를 주장하고 그렇게 되면 새로운 분란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소이다.”
위지강천은 다소 불안한 면을 다시 한번 지적하였다.
“그 모든 것은 보다 면밀하게 검토를 하여 결정할 것이고 지금 걱정하거나 결정한다고 하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지연룡은 위지강천의 의문에 확답을 피하였다.
지성룡이 어더한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는 상황에서 지성룡의 생각을 예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상황은 그들이 예상하지 못한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다.
결국 그 문제는 지성룡을 만나서 다시 조정을 하여야 해결이 될 문제였다.
“일단 군단주께서 오면 이야기를 하여 조정을 해야할 것이오. 이러다가 대혈겁이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모두 승자가 져야 합니다.”
위지강천은 단정적으로 불안감을 표명하였다.
“일단 본군이 도착하면 그 때 정리를 해보도록 합시다. 자칫 예단하여 움직이다가는 일을 그르칠 수가 있소.”
지연룡은 이런 우려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위해 위지강천을 알단 단속하였다.
지연룡 스스로 최근에 이런 고민이 커지고 있었다. 이런 대규모 군사행동은 무모한 도박이 될 수가 있었다. 성공한다고 하여도 나중에 그 뒷감당이 수월하지 않을 것이었다.
일단은 묻어 두고 현재 당면한 일을 해야 하였다.
천하군단이 도착한지 사흘 후에 무림정의군이 천하군단과 합류하였고 다시 이틀이 지나자 무림맹의 수뇌부와 후발대가 당도하였다.
지성룡은 그들이 당도하자 무림정의군 전체회의에 앞서 중요한 사람을 먼저 불러 모았다.
군막 안에 삼엄한 경비 속에 여섯명이 자리를 하였다.
지성룡과 황영지, 지연룡과 지장룡, 인자기와 제갈중명이었다.
“몇 가지 상의를 해야 할 것이 있어 먼저 뵙자고 했습니다.”
지성룡은 그들이 자리에 앉자 마자 본론을 꺼내었다.
“일단 많은 문제가 존재합니다. 우선 사대문파의 참여나 소림과 당가의 일들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저들에 대한 공략을 생각해봅시다.”
지성룡은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요점만을 말하였다.
“음, 이일은 다소 문제가 있지 않나 걱정이 됩니다. 저쪽이야 죽기살기로 달려들 것이 분명하고 그렇게 되면 양측 모두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한데 그 후에 혈겁에 대한 비난은 우리들이 모두 감수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명분이야 우리에게 있지만 이미 그때는 그들이 사라지고 난 다음이고 결국은 고스란히 우리들만 책임지게 됩니다.”
지연룡이 다소 회의적인 말로 지성룡에게 이번 계획이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지연룡의 말에 모두는 그 문제를 고민한 듯이 얼굴이 어두워 졌다.
“형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렇기에 오시라고 한 것입니다. 저는 어떻게든 일기투로 상황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그말에 모두는 지성룡을 놀라는 얼굴로 보았다.
“현재의 전력이라면 그들에게 승산이 없습니다. 공격이 시작 된지 삼일 안에 초토화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 사료가 됩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일기투로 하자고 한다면 응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지성룡의 말에 모두는 놀라는 표정으로 보았다.
“이는 그들의 암습에 대한 응징이기도 합니다. 천지문주와 만상문주에게 나오라고 하여 이대 일로 싸우자고 한다면 그들이 충분히 응하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 말에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로 성립만 된다면 가장 훌륭한 보복이 될 수가 있고 해결방안이 될 수가 있었다.
“하나 그들이 응할 지가 의문입니다.”
제갈중명은 낮게 의문을 표하였다.
“응하지 않아도 그런 정도까지 한다면 문제는 없으리라 봅니다. 그런 상황으로 가기 위해서는 며칠간 그들을 위협하면서 자진출두하라는 통첩을 하고 그런 제안을 보내어 해결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만일 그들이 이런 제안마저 거절한다면 그 후에 어떠한 일이 일어난다고 하여도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인자기는 단언하듯이 의견에 동조하였다.
“하나 문제는 만일 그들이 예전의 실력보다 월등히 상승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가 없습니다.”
인자기는 그렇게 우려를 표하였다.
“이런 상황으로 몰린다면 그들은 개정대법 같은 방법을 동원하여 내공을 증진할 수가 있습니다. 궁지에 올린다면 다른 사람의 희생을 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인자기의 예측은 지성룡에게 새로운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하여도 이런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최고의 길입니다. 그들에게 나를 이기거나 일백초를 버틴다면 없었던 것으로 하겠다는 조건을 걸 생각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진다면 모든 세력을 해산하고 무림맹에 그 일을 한 자들과 같이 출두하여 죄값을 치루라고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지성룡의 설명에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한다면 일단 문제는 상당히 줄어들 것인데 만일 이에 응하지 않으면 실력으로 제압해야 할 것인데 그 일은 모든 사람들과 같이 그 때 논의를 합시다.”
지성룡의 말에 그들은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
“좋습니다. 일단 그렇게 오늘 모임에서 정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갈중명이 논제를 정리하듯 말하였다.
“아니오. 오늘 이야기할 것은 며칠간 그들에게 자진출두라는 것을 통보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오.”
지성룡은 그렇게 말하였다. 그 말에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칫 기밀이 새어 내부의 동요가 발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노정에 피로가 쌓였으니 그 동안 쉬면서 최대한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고 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오. 사대문파나 여타 세력 중에 일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를 바라지 않는 자들도 있을 것이오. 자칫 그자들이 방해를 할 수도 있소이다.”
지성룡의 말은 무림정의군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음,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율사청은 천지쌍마가 부른다는 말에 천지쌍마를 만나러 갔다.
천지오장로가 처소를 지키는 것도 이상하여 그들에게 눈인사를 보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앉아라.”
천마는 정신이 초롱초롱한 얼굴로 율사청을 보았다. 마찬가지로 지마도 예전의 약간 혼몽한 기세는 사라지고 활기로운 기운이 넘치고 있었다.
“사실 어제 저녁에 천지오장로로부터 모든 것을 들었다. 이 모든 것이 나의 불찰에서 기인한 것이라 실로 면목이 없구나. 밤새 방안을 생각하다 우리는 방금 전에 천지생사대법을 펼쳤다.”
천마의 말에 율사청은 놀람을 금치 못하고 그들을 보았다.
“사부님, 어찌 그런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시었습니까?”
“우리는 네가 스스로 오기조원에 이르기를 바랬다. 그래야만이 진정한 무(武)의 극(極)에 다다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제의 일을 듣고 너에게 일단 내공이라도 전수해 주기로 하였다. 깨달음이 수반되지 않는 내공은 아무런 소용이 없지만 그래도 그 방법을 사용하여야 할 것 같구나. 깨닫고 말고는 너의 운에 달렸구나.”
이미 천지생사대법을 시전한 이상 돌이킬 수가 없는 일이었다.
천지생사대법이란 몸안에 있는 잠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으로 회광반조를 인위적으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리하여 몸 안에 진력을 최대한 격발하여 강한 힘을 내게 만드는 법이다. 더구나 이 천지생사대법은 천지만상개정대법이라 불리는 개정대법의 준비단계였다.
“너에게 우리가 그 동안 연성한 천마파라강기와 지황지살강기를 전해줄 것이니 옷을 벗고 준비를 하여라. 천지신공을 일으켜서 받아들일 준비를 하여라.”
율사청은 이미 돌이킬 수가 없는 일이기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만일 그가 거부한다면 오히려 그들이 의미 없는 죽음을 하고 마는 것이다.
사부들이 이런 결정을 한 뜻을 이해하기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천지만상개정대법은 천지신공을 익히지 못한 문주가 후대 문주를 위하여 펼치는 개정대법이었다. 그렇기에 공력을 모두 피시전자에게 전달해주고 시전자는 죽어야 했다.
천지쌍마는 율사청이 스스로 천지신공을 대성할 것이라 믿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칫 이런 개정대법으로 율사청이 공력과 개달음의 부조화가 일어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고 너무나 희생이 컸기에 인간적인 미련으로 선뜻 시행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여야 했다. 더구나 그들이 이대로 있다가는 결국 붙잡히게 되고 치욕을 당할 상황이기에 좀더 일찍 죽기로 작정을 한 것이다.
율사청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지쌍마를 향하여 삼배를 하였다. 그 것은 이별을 위한 절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
“살아 남아라. 살아만 있다면 인간이란 언제건 재기할 수가 있다. 한순간 비겁할지언정 살아남는다면 언젠가 기회가 오게 된다. 사정이 여의치 않는다면 비겁할지라도 몸을 빼서 새외로라도 나갔다 돌아 오너라.”
천마의 말은 구구절절 하였다.
“자, 심기를 가라앉히고 자리에 앉아라. 시간이 없다.”
율사청은 시간이 없음을 알고 자리에 앉았다.
율사청은 자리에 앉아 곧 석상처럼 변하여 갔다.
율사청이 천지신공을 일으켜서 운기를 한지 조금 지나자 천지쌍마도 율사청의 앞뒤로 가부좌를 틀고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천마는 율사청의 명문혈에 양손을 대었고 지마는 양손을 쭉 뻗어 율사청의 양 가슴에 손을 대었다.
그들이 그렇게 하여도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자세를 취한지 다시 일각의 시간이 지나자 율사청의 머리에서 하얀 김이 나기 시작하였고 천마와 지마의 얼굴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반시진이 지나자 율사청의 몸에서 청홍의 기류가 감싸고 돌았고 천지쌍마의 몸은 그런 기류가 돌자 머리 위에서부터 바람에 먼지가 되어 흩어져 가기 시작하였다.
그 것은 천지쌍마가 가지고 있던 모든 기운이 율사청에게 흡입이 이루어지면서 그들의 몸은 썩은 지푸라기처럼 삭아 버린 것이다.
그러다가 율사청의 몸에서 일어나는 강기에 먼지가 되어 흩어져 버린 것이다.
그렇게 반시진이 지나고 난 율사청의 눈이 번쩍 떠졌다.
율사청은 주변을 돌아보다가 놀람을 금치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절을 다시 하였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기뻐하는 빛이 없었다. 무인이란 아무리 하여도 내공이 증진되거나 깨달음을 얻는다면 은연 중에 기뻐하는 것이다.
“사부님들 고맙습니다. 이 은혜 반드시 갚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리 비겁하여도 사부님들의 부탁에 따라 살아남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다시 천지문을 일으켜 세우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불민하여 천년 기업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대죄를 범하였지만 기필코 다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율사청의 얼굴에는 순간적으로 원한의 빛이 떠올랐다.
“결국 사부님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최후의 벽을 넘지는 못하였다. 그렇다면 탈출하여 훗날을 기약해야 한다.”
율사청의 얼굴에는 비장한 빛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율사청은 자리에 앉아 바닥에 수북하게 쌓인 뼛가루를 손으로 긁어 모아갔다.
그런 율사청의 행동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앉아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었다면 최후까지 장렬하게 싸워 만일을 대비하여야 한다. 이왕에 무너질 것이라면 최후까지 투혼을 발휘하여야 한다. 나중에 중원에 돌아와서 다시 시작할 것이라면 그런 기백을 보여야 한다.’
율사청의 얼굴에는 투지가 끓어 오르기 시작하였다.
‘무너질 때 무너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차라리 저들에게 명분을 축적할 시간을 주지말고 정면으로 대응을 하여야 한다. 우리들만이 하기에는 어려운 일이니 만상문주를 만나 대응 방안을 논의하여 그들과 같이 탈출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일어나려던 율사청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니다. 탈출에 관하여는 누구에게도 말할 내용이 아니다. 차라리 전투 중에 소리없이 사라지는 것이 나을 것이다. 물론 내가 사라진다면 나를 찾을 것이나 포위망을 돌파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율사청은 그렇게 생각하자 자리에 앉아서 다시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저들은 분명 며칠간 정비를 하면서 명분을 축적할 것이다. 우리에게 자진하여 나오라고 다시 한번 협박할 것이다. 그 후에 다시 명분을 대면서 몰려올 것이다.’
율사청은 예상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 후에 그들과 싸움을 해야 한다. 그 때 탈출을 하는 것이다. 하나 방법은 동쪽이 아니라 서쪽의 산속이다. 그 곳으로 자연스럽게 최후까지 싸운 연후에 산속으로 피하는 것이다. 진령산맥을 따라 서로 가서 섬서와 청해로 빠져나가면 된다. 참룡검객이나 무정선사가 쫓아오지 않는 한 결코 나를 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율사청의 머리에는 하나하나 정리가 되기 시작하였다.
‘도망치되 비겁하지 않게 도망을 쳐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다시 돌아온다고 하여도 명분이 없다. 저들은 결코 본문의 제자와 식솔들을 모두 죽이지 못한다. 그들은 온갖 핍박을 받으면서 굳건히 버틸 것이다.’
율사청은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의 세력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내가 더 이상 다스릴 수가 없다. 그렇다면 천지밀전대와 천지오장로를 모아야 하겠군. 만상문주에게는 미안하나 어쩔 수가 없다.도망을 가는 것은 비겁한 일이나 기다린다면 언제건 시간이 오고 그 것을 택하는 것이다.’
율사청의 얼굴은 결연한 빛이 감돌고 있었고 바닥에 모아진 뼛가루를 한웅큼 들었다. 그 순간 다시 그 뼈들은 먼지가 되어 재차 흩어졌다.
몇번의 동작을 하자 완전하게 먼지가 되어갔고 율사청은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자욱하던 먼지가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손을 한번 휘두르자 다시 바람이 일었고 그 바람은 곳곳의 먼지를 쓸어 바깥으로 날려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