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122)
32. 이합집산
무림맹주 제갈중명이 발표한 포고문은 다시 한번 천하를 경동시키기에 충분하였다.
보름의 시간을 준 상태에서 닷새가 흐르지도 않았는데 천지문과 만상문을 토벌할 준비를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아직 기한에서 열흘이나 남아 있는 상태인데 토벌을 준비하는 것은 다소 성급한 감이 있었다. 그러나 이 조치가 제갈중명 독단이 아닌 무정선사의 요청이라는 것을 듣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무림정의군이라 이름 붙여진 토벌군의 총수로 무정선사가 지명되었다.
이는 무림맹주의 독단적인 지명이 아니라 무림의 정기를 수호하기 위한 무정선사의 요청으로 이를 승인한다는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비무 당사자로서 비무를 방해하여 불측한 기도를 한 율사청과 이정발에 대한 단죄를 직접 하겠다는 의지를 무림맹이 받아들여 지원을 해준다는 의미를 부여함으로서 명분상 무림맹의 독단이라는 비난의 소지를 줄여버린 것이다.
무림맹이 없다면 무정선사가 모든 것을 다하여야 하는 것을 무림맹이 옆에서 도와주는 정도의 개념으로 희석시켜 무림맹이 저야 할 책임과 비난을 덜어버린 것이다.
무정선사를 내세워 일을 추진하기 시작하자 각 세력에서는 동조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무림정의군 부총수로 무림정의대주 지장룡을 임명하여 실질적인 무림맹의 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하였다.
무림정의군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나 내부적으로는 삼천을 목표로 각 세력에 보내야 할 인원 수까지 통보를 하고 있었다.
삼천으로 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하였지만 무림정의대는 별개로 하였기에 약 사천의 군세로 편성이 되는 것이었다.
이런 조치는 쉬운듯하면서도 미묘한 문제를 비켜가게 만들어 일의 진행을 신속하게 만들어 주었다.
“어서오시오.”
무정선사는 지장룡이 들어오자 자리에서 일어서며 안으로 맞았다.
명목상 무림정의군 총수였지 군무나 실무에 대하여 하나도 모르는 무정선사는 아직까지 허수아비나 다름이 없이 인자기나 지장룡이 하라는 대로 하는 형편이었다.
이는 무정선사를 무시하여서가 아니라 무정선사가 모른다는 표현이 맞았다.
그렇기에 조언해주는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전에 대사님께 이번 우리의 일에 같이 참여할 시주 한분을 소개해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갈소저, 들어오시오.”
지장룡이 밖을 향하여 말하자 제갈휘미가 안으로 들어왔다.
제갈휘미가 안으로 들어오자 무정은 합장을 하여 예를 표하였다.
제갈휘미도 엉겁결에 무정을 따라 합장하여 예를 표하였다.
“제갈소저는 이번 출정에 필요한 모든 자금을 관리할 재당을 맡기로 하였습니다.”
“소녀 제갈휘미라 하옵니다. 대사님.”
제갈휘미가 소개를 하자 무정의 시선은 제갈휘미에게 있지 않고 여전히 지장룡에게 있었다.
“제갈소저는 맹주님의 따님이시며 천하문과 협의하여 모든 자금을 담당하시기로 하셨습니다.”
무정선사는 제갈휘미에 대한 소개를 받자 자신이 군자금에 대한 것은 생각치 못한 것을 알았다.
가장 중요한 요소인 군자금도 간과한 것을 알자 너무나도 경륜이 일천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후에 필요하신 것들은 결정을 하여야 하나 우선은 만불산 어귀에 있는 공터를 집결지로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낙양 망산 기슭에 또한 집결지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지장룡의 설명에 무정은 고개만을 끄덕였다.
“출정식은 이곳 무림맹이 아니라 낙양 망산 기슭의 집결지로 이동하여 할 것입니다.”
무정선사는 모든 것에 대한 기준이 아직 없기에 듣기만 하였다.
“한데 자금은 천하문에서 전적으로 부담하시는 것입니까?”
무정선사는 그 점이 궁금하여 물었다.
“무림의 대소사를 할 때는 무림에서 돈을 갹출(醵出)하여 부담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일도 모든 세력들이 부담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렇게 모금된 자금이 없기에 먼저 천하문과 구룡상단, 영웅성에서 부담을 하고 있습니다.”
지장룡은 그렇게 설명을 하였다.
“구룡상단이라니 처음 듣는 이름이오이다.”
“구룡상단은 바로 동생의 내자되는 무상천녀 황부인이 운영하는 상단입니다. 여기 있는 제갈소저는 그 능력이 출중하여 황부인의 청으로 구룡상단의 서기를 맡고 있습니다.”
지장룡은 지성룡이 운영하는 상단이라는 설명대신에 황영지의 상단으로 표현하였다.
“아, 황부인이라니 생각이 납니다. 예전에 한번 뵈었던 시주이로군요.”
무정선사는 이해한 것인지 황영지를 안다는 것인지 머리를 끄덕였다.
“현재는 천하문이 육할을, 구룡상단이 이할을, 영웅성이 이할을 부담하기로 하여 일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물론 갹출되는 돈이 있다면 우선적으로 그 돈으로 충당을 할 것이지만 모자라는 부분은 그렇게 충당하기로 하였습니다.”
무정선사도 세상물정을 모르지만 지장룡이 말하는 바를 알았다.
그말은 세 군데서 군자금의 전부를 부담한다는 말이었다. 각 문파에서 돈을 내어도 쥐꼬리만큼 성의를 표하고 말 것이고 삼천이 입고 먹고 할 모든 것과 무기를 구입할 돈에는 턱없이 모자랄 것이었다.
“알았소이다. 그 점은 일단 제갈소저가 맡는다고 하니 안심을 할 수 있을 것 같소이다.”
무정선사도 일의 진행을 알자 더 이상 언급을 피하였다. 제갈휘미의 역할이 자금을 대는 그들의 대리인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안 것이다.
“또한 제갈소저가 휘하에 현재 백명의 구룡상단의 인원이 같이 참여를 하였습니다. 그들은 이후에 이런 보급에 관계된 일에 제갈소저의 지시를 받아 움직일 것입니다. 향후에 무림정의군의 편제에 포함될 것이고 그들이 재당을 구성하여 움직이게 될 것입니다.”
지장룡의 설명에 무정선사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이다. 재당에 관한 것은 제갈소저에게 일임을 할 것이니 잘 처리하여 주시오.”
무정선사는 지장룡이 말하는 의도를 알고 승낙하였다.
무정선사는 지장룡과 제갈휘미가 간단한 것 몇 가지를 더 말하고 나가자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마흔에 가까운 나이이지만 불도와 무도에만 전념하였기에 세상물정을 모르고 있었다.
“내 이렇게 나이를 먹어 생각해 보니 참으로 인생이 덧없구나. 인세(人世)의 일을 모르니 불도를 닦아도 그 끝에 이르지 못하는 도다. 향후에 너는 기회가 된다면 무림의 일을 하여 보아라. 그리고 인간세상에 나가 그들의 고통을 같이 나누어 보아라.”
무정선사는 갑자기 오로성승이 말년에 한 당부가 떠올랐다.
무정선사는 무리맹에 와서 겪은 일들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 있었다.
자신에게 수많은 일들이 보고되었고 자신의 이름으로 수많은 일이 이루어지는 것을 알지만 그 것들이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번뇌로다. 세상일이란 니계(泥界)의 일이라 생각하여 천시를 하였는데 이 또한 오묘한 도가 있다. 그저 모르고 지나가고자 한다고 하여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또한 알고 도를 통하여야 한다.’
무정선사는 그렇게 생각하자 그간의 일들에 대하여 하나하나 반추하면서 일들이 가지는 의미를 파악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이들의 진행이 가장 이일을 잘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거꾸로 왜 그렇게 하였는가를 생각해보면 일의 원리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무정선사는 자신이 무림맹에 올 때는 자신은 그저 일에 앞장을 선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진행되는 것은 그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은 자신이 주장하여 하는 것으로 변질이 되고 있었다. 그 것이 의아하여 물어보면 그 이유를 설명해 주지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청해선사에게 요청하여 같이 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라면 모든 것을 잘 처리할 것인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러나 청해선사가 같이 오게되면 자신은 진짜로 허수아비가 되어버릴 것 같아 거절을 하고 단신으로 온 것이다.
‘무림의 법도라고 하는 것들은 참으로 무서운 의미가 있다.’
무정선사는 그 의미를 하나하나 생각하자 인간세상에 대한 추한 본질을 발견하고 있었다.
‘내가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 이유 하나부터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내가 죄가 없음을 그들을 처단하여 증명하라는 것이 아닌가? 실로 무림의 속성을 단적으로 표현하지 않은가? 또한 일문의 문주인 그들에게 다시 그들을 나오게 만들라는 그런 포고를 하는 것도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가? 그러나 이런 절차를 하는 과정에 들어 있는 섬뜩한 의미는 무서울 정도로 잔인한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무정선사는 뻔히 오지 않을 줄 알면서 보름 안에 출두하라고 하여 명분을 축적하고 그들이 속한 문파를 토벌하기위한 명분을 쌓아가는 것을 보면서 그제서야 이 절차 속에 들어 있는 의미를 파악하였다.
또한 문파의 문도들에게 토벌을 당하지 않으려면 문주를 제압하여 무림맹에 인도하라는 말이나 다름없는 말이라는 것을 파악하자 잔인한 조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나를 내세우는 것은 무림맹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각 문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그 일을 하기 전에 준비를 하기 위해서이고 그 동의를 며칠후면 받는데 나와 소림의 이름까지 동원하여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게 하기 위해서이다.’
무정도 차츰 하나하나 일의 이치를 눈떠가고 있었다.
‘실로 하나하나가 치밀한 계산이 숨어 있다. 이들이 하는 일 하나에는 명분과 실리가 교묘하게 숨어 있는 것이다.’
무정의 생각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이일이 어떻게 결말이 날지는 아직 모르나 이들의 표적이 되는 자들은 결코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소림도 이들에게 한수 양보하고 물러나 있는 것인지도……’
그제서야 소림의 처지도 이해가 되었다.
‘내가 전에 비무에서 이기고 이번에 이겼다면 소림의 처지는 훨씬 달라졌을 것이다. 결국 사부님으로부터 시작된 패배가 소림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무정선사는 소림의 처지에 대하여 마침내 생각이 미치고 있었다.
‘결국 참룡검객의 천하가 도래하는 것인가? 그들도 이런 것을 알기에 암습이라는 방법으로 그를 제거하려고 하였던 것인가?’
무정선사는 그들로서 이렇게 암습할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하여 이해하기 시작하였다.
지성룡은 돌아온 이래 쉬면서 이틀을 보내었다.
‘우선 황도에 있는 만상문의 양진충에 대하여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자가 만상문에 대하여 정리를 하게 하던지 아니면 그자를 제거하던지 하여야 한다.’
지성룡은 우선 만상문이나 천지문을 제거하기 전에 그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일의 진행으로 본다면 앞으로도 거의 한달은 지나야 실질적인 토벌이 가능하다. 그 사이에 후환을 철저하게 제거를 하여야 한다. 피를 적게 흘리는 것과 후환을 제거하는 것은 별개이다.’
지성룡은 그렇게 판단이 서자 결국 자신이 나서기로 하였다.
‘일단은 황도에 가서 숙조부님을 만나 이일을 논의하여야 한다.’
마음을 먹는 순간 지성룡은 이미 떠날 준비를 하기 시작하였다.
“네가 여기에 어쩐 일이냐?”
지성룡이 몰래 나타나자 지청운은 깜짝 놀라 경악어린 질문을 하였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은밀히 왔습니다.”
“저 번에 커다란 흉사를 당하였다고 하더니 무사한 것 같구나. 결국 양진충 문제 때문이냐?”
“그러합니다. 이미 강호에서는 만상문과 천지문을 제명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를 현재의 자리에 그대로 둔다면 후환을 방치하는 것입니다.”
지성룡의 말에 지청운은 이미 생각을 하였는지 그리 당황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면 현재 군부의 두 실세인 이대장군부와 왕진을 설득하여 그들의 양해를 구해야 하네. 물론 이 사안의 경우 이대장군부만 나서서 문제를 삼아도 가능할 지 모르나 그렇게 된다면 자칫 왕진의 원한을 사게 되어 더 큰 후환을 만들 수가 있네.”
지청운은 황실의 세력판도를 알기에 그렇게 말하였다.
“저도 그 부분을 들었기에 이렇게 온 것입니다. 하면 일단 이대장군부에 이 사실을 알리고 왕진과 협상을 하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자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이대장군부에 알리도록 하겠네. 어디에 있을 것인가?’
“자목정 옆에 있는 춘래장이라는 객잔에 머물고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그 곳에서 이송(李宋)이라는 사람을 찾도록 해주십시오.”
“알았네. 한데 이일로 조정에 한바탕 회오리 바람이 불수도 있네.”
“저는 조정에서 이일이 커지는 것보다 조용하게 마무리 지었으면 합니다. 자칫 조정의 관심이 강호로 쏠리면 좋지 않은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고 본문이 곤란을 당할 수가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는 위험이 있네. 일단 내가 은밀히 움직이도록 하겠네.”
“부탁드립니다.”
지성룡은 그렇게 말하고 휭 하니 다시 사라졌다.
지청운이 이대장군부를 방문하는 것은 그리 생소한 일이 아니기에 지청운은 은밀히 들어가지 않고 당당하게 들어 갔다.
오히려 이목을 피하는 듯이 들어가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었다.
“어디로 모실까요?”
지청운이 들어가자 집사는 누구를 만날 것인지를 물어 왔다.
“노대장군님을 뵈올 것이니 그리로 안내하게.”
지청운의 말에 집사는 다소 놀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지청운을 안내하였다.
이단현의 거처에 당도하자 마침 이자홍과 이성량이 같이 있었다.
지청운은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지영반이 어쩐 일로 오시었소. 내가 늙어서 그런지 와도 얼굴만 한번씩 보이고 말던 사람이….”
이단현은 지청운이 이곳으로 들자 다소 소원함을 빗대어 말을 건네었다.
지청운은 가급적 이대장군부를 들락거리지 않았다. 그러나 한달에 한두번은 가야할 일이 생기었고 그 때만 방문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조금 중요한 상의를 하기 위해서 입니다.”
지청운이 그렇게 말하자 장내의 세사람의 표정은 순간 바뀌고 있었다. 지청운의 성격을 알기 때문이었다.
“말을 해보시오.”
이단현이 다음 말을 재촉하였다.
“모두가 천하문에 일어난 일은 들으셨을 것으로 압니다.”
“음, 암습사건 말인가? 그 일로 강호가 시끄럽다고 들었네. 한데 그런 일은 강호에서 가끔 일어나는 일이 아닌가? 또한 강호의 법도대로 처리되는 것으로 아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가?”
“조정과 조금 연관이 있습니다. 이일은 천지문의 문주 율사청이라는 자와 만상문의 만운천군 이정발이라는 자가 저지른 것입니다. 한데 만상문은 승천검황의 승천문, 무적철검과 무상도의 무상문과 더불어 삼비문이라 칭하는 문파이옵니다. 그들은 암중으로 장대한 세력을 가지고 있고 강호의 정보에 능통함은 여타의 강호 세력들이 견줄 바가 못됩니다.”
지청운의 설명에 그들은 새로운 사실을 듣기에 솔깃한 표정이 되었다.
“한데 그 만상문주의 비밀제자가 조정에 대신으로 있습니다.”
그 말에 이단현의 표정이나 다른 사람의 표정은 묘하게 변하였다.
그가 누구인지 짐작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지은 죄가 별로 없고 제자라는 것이 밝혀지지 않았기에 강호에서도 뭐라 말하지는 않지만 그 사실 하나만으로 커다란 분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지청운의 말을 듣고 있던 세 사람들의 표정은 차츰 심각하게 변하였다.
“이 문제를 알려온 것이 천하문인가?”
이단현은 지청운에게 물었다.
“오늘 숙손(叔孫)이 찾아 왔습니다.”
“참룡검객 말인가?”
“그렇습니다.”
“대단한 무위를 자랑한다고 들었네. 언제 한번 만나고 싶군. 지영반에 비하면 어떠한가?’
“저야 그 애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입니다. 그 사실은 이미 영반이 될 때 저에게 알려준 내용입니다.”
“이미 몇 달전에 알면서도 문제가 되지 않았기에 함구를 한 것인가? 하면 이제 그를 제거하자는 것인데 참으로 어려운 문제로다. 물론 그를 강호세력과 연계를 문제 삼아 탄핵을 한다고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아니라고 잡아떼면 자칫 우리가 난처한 지경에 처할 수도 있고……”
이단현은 처리가 난감하여 곤혹스러운 탄성을 흘렸다.
“소자의 생각에는 이일은 왕진과 협상을 해야할 문제로 생각합니다.”
이성량이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일은 석년 영웅군부의 일처럼 강호의 세력과 연계가 된 것입니다. 그 영웅군부의 하수로 지목된 왕대장군부를 숙청하는데 앞장선 인물이 바로 왕진입니다. 그로서도 만상문의 하수로 양진충이 지목을 받는다면 반대를 하지 못할 것입니다.”
“허나 문제는 이 일이 가지는 파급 효과이다. 자칫 잘못하면 강호무림에 대하여 적대적인 여론이 형성될 소지가 다분히 존재할 수가 있다. 이는 왕진의 입지만 굳혀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단현은 반대를 하였다.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제 생각에는 왕제독과 협상을 하여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왕제독과 협상으로 조용하게 마무리를 짓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지청운은 왕진과의 협상을 말하였다.
“이 문제는 내가 좀더 생각을 해보겠다. 지영반도 이일에 대하여 당분간 함구를 하게. 나도 그러할 것이네.”
이단현은 판단이 서지않자 논의를 중단하였다. 이 문제는 이단현이 결단을 내릴 문제였다.
왕진은 조용히 양진충의 태도에 생각하고 있었다.
‘이자가 근래 뭔가 숨기는 것이 있어 보이는데 그 것이 무엇인가?’
몇 달 전부터 불안한 공존을 하고 있었다.
이대장군부와 더 이상의 불화는 원치 않기에 왕진으로서도 자중하고 있었다.
한데 이런 팽팽한 대치상황에서 양진충이 뭔가 불안한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눈치라면 천하제일이라고 자부하는 왕진의 눈에 그 것이 안보일 리가 없었고 이제 왕진마저도 불안해 지고 있었다.
양진충의 태도는 뭔가 쫓기는 듯하였고 그런 자는 뭔가 커다란 풍파를 불러오고 조정에서 사라져가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그런 느낌을 받자 불안한 것이다. 자신의 권력 한 축을 지탱하는 양진충이 그렇게 된다면 자신마저도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신이 늘 주시하던 강호무림이 급박하게 요동치는 상황에서 그러한 것은 왕진으로서 불안한 것이었다.
‘설마 그 일과 관련이 있단 말인가?’
왕진은 그 일을 양진충이 언급한 것을 생각해 내었다.
‘설마 그 일에 개입한 것은 아니겠지?’
그러나 왕진의 뇌리에는 불길하게도 개입하였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 일이 알려진다면 상당히 골치 아픈 사태가 벌어진다.’
왕진은 양진충이 초조해 한 것이 그 일이 발생한 직후부터라는 것을 생각하였다.
‘그자가 그 일을 언급한 때부터 이미 개입을 하였던 것인가? 나도 실패하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성공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 하였지만 설마 개입하였다고는 생각을 못하였다. 결국 무림공적으로 되고 토벌이 된다면 그 일이 밝혀질 수도 있다. 이미 이대장군부는 지영반을 통하여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이일을 문제 삼아 공격을 시작한다면 큰일이다.’
왕진의 뇌리에는 이후의 일들이 보는 것처럼 상상이 되었다.
양진충과 양대장군부가 역모에 준하는 죄로 몰락할 것이었다. 하나 문제는 양진충의 범상치 않은 무공이었다. 그들이 최후의 순간에 칼을 빼어 든다면 황도는 혈겁에 휩싸일 수도 있었다.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들을 천거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왕진자신마저도 몰락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었다.
그런 일이 벌어진 이후에 자신이 건재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가 없었다.
왕진은 그런 상상을 하자 불안하여 거닐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