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문무공-121화 (121/149)

제  목: [연재] 독문무공(121, 6권끝)

지성룡은 조용히 자리에 앉아 어둠 속을 응시하면서 유광한이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기식이 엄엄한 유광한은 지성룡이 몇번 손을 쓰자 내상이 진정되고 다소나마 혈행(血行)이 순화되기 시작하였고 요상약의 약기운을 이기지 못하여 잠이 들고 말았다.

지성룡은 적당히 추궁과혈을 하여 내상을 풀어주어 움직이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치료를 하여 주었다. 위험해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좀더 치료를 할 수도 있지만 그 것은 지성룡이 바라는 바가 아니었고 마음한구석에 꺼림칙한 생각에 그렇게 하지 않고 있었다.

범인으로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고 내상의 치료야 그가 노력만 한다면 이 삼년안에 완치 될 수도 있고 내공 회복은 십년 정도 끊임없이 요상과 운기를 계속한다면 회복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만일 영약을 구한다면 좀더 빠른 시간 안에 회복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태을자가 이자에게 많은 내공을 물려주고 죽었다. 참으로 죽기 전에 좋은 일을 하였지만 그 것도 순수하게 좋은 뜻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중원에 위해가 되도록 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다.’

지성룡은 태을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마음 한구석이 후련하였다.

‘이자가 좀더 정대한 자에게 사사를 받았다면 천하무림에 큰 지주가 되었을 것이다. 하나 이자가 향후에 회복하였을 때 다시 중원을 노린다면 그때에는 사생 결단의 전투를 하여야 할 것이다. 이미 살려주기로 결정한 일이니 더 이상 미련은 두지 말도록 하자.’

지성룡은 천천히 마음을 굳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광한의 기척을 보자 곧 깨어날 것이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어슴푸레하게 동이 터 오고 있었다.

지성룡은 번쩍하며 자리에서 사라지고 말았고 이슬을 맞으며 한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자는 자리에 앉아 운기조식을 하려고 가부좌를 틀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곧 가부좌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후, 목숨은 건진 것인가? 결국 무공은 전폐되었는가? 그러나, 단전이나 경혈이 크게 손상되지 않았고 오히려 내상이 치료되었지 않은가? 당분간 상처 때문에 내공을 사용할 수는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다.’

유광한은 지성룡이 오히려 상처를 치료한 것을 알았다. 그리고 품을 보다가 뭔가 봉서가 들어 있었다.

꺼내어 보니 열냥짜리 은표가 열장 들어 있었다.

‘후후, 고향에 돌아갈 여비인가? 몸도 성치 않은 자가 오천리길을 간다면 서너달은 걸릴 것이고 이 정도면 갈 수 있을까?’

유광한은 범인이나 다름없는 처지에 이르자 터덕터덕 무조건 발걸음을 북쪽으로 가늠되는 곳으로 옮기기 시작하였다.

“무림맹의 총사인 인자기가 본사에 온다는 전갈을 보내었습니다.”

청수선사는 사제인 청해선사에게 그 말을 전해 듣자 미간을 찌푸렸다.

“그야 요식행위로라도 소사숙을 조사하지 않을 수는 없지. 그러나 문제는 그가 오는 숨겨진 의도가 무엇인가에 달렸네.”

“일단 소사숙에게 이일을 알렸습니다. 의논을 해야할 것 같아 오시라는 말씀도 같이 드렸습니다.”

“잘했네. 사제 생각에 그가 오는 목적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이유야 뻔한 것 아니옵니까? 소림에게 쏠릴 의혹을 벗으려면 이번 토벌에 앞장을 서라 이말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겠지. 한데 어디까지 도와야 하는가?”

청수선사도 이미 그런 예측을 하였기에 구체적인 범위를 물었다.

“아마 이번 토벌에 대하여 적극적인 지지와 더불어 소사숙의 무림출도를 원할 것입니다.”

청수선사는 청해선사의 말에 놀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일을 당한다면 당연히 소사숙이 나서서 그렇게 하는 것이 무림의 일반적인 관례일 것입니다. 소사숙이 그렇게 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무인이라면 당연히 그 정도는 하는 것이 도리입니다.”

“무인이라면 당연한 것이라? 결국 천하문은 무림맹이라는 이름으로 그 것을 본사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오?”

“그러합니다. 이미 소사숙이 내키지 않아도 거절할 수 없는 것이지요. 만일 이일을 거절한다면 더 이상 본사와 소사숙은 무림에 얼굴을 내밀지 못할 것입니다.”

그때 문이 열리고 무정이 들어왔다.

“밖에서 이야기를 언뜻 들었습니다. 내가 출도를 하여야 한다니 그 것이 무슨 뜻인지 자세히 말씀을 해주십시오.”

무정선사는 자리에 앉으며 그렇게 설명을 요구하였다.

“본시 무림에서는 비무이건 실전이건 암습을 금기시하고 있습니다. 한데 그런 금기를 그들은 범하였고 참룡검객은 그 일로 중상을 당하였습니다. 자칫 목숨도 잃을 뻔했던 일입니다. 그런 일은 무림공적으로 몰아 단죄를 해야 합니다. 이미 그 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비무 상대자는 결백함을 증명하기 위해서 관례상 그 암습 자를 처단하여 왔습니다. 힘이 되지 않는다면 조력자를 모아서라도 그 일을 하였습니다.”

무정선사는 가만히 듣다가 얼굴을 찌푸렸다.

“본승이 그러면 천지문과 만상문의 토벌에 선봉을 서야 한다는 것이옵니까?”

무정선사는 다소 어이가 없었다.

고작 비무 한번 한 죄로 이런 멍에를 지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하옵니다. 인자기는 그 일을 달성하기 위해 오는 것이옵니다.”

개봉을 출발한 인자기와 지장룡은 소림에 닷새만에 당도하였다.

“어서오십시오. 총사.”

이미 간다는 기별을 하였기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안으로 드십시다.”

지장룡과 인자기는 안으로 들어갔다.

“오신 용무는 들었습니다.”

“예, 일단 일을 조사하는 입장에서 당사자의 한사람인 무정선사의 말씀을 듣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기에 부득이하게 오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들의 죄상이 워낙 명백하고 무림의 법도상 그냥 지나가기에는 그 도를 넘어선 것이므로 공도에 따라 이들을 응징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 이들은 강맹한 세력을 가지고 있기에 그 세력을 다 제거하지 못한다면 응징이 불가피한 바 이일도 같이 논의코자 왔습니다.”

인자기가 마지막 부분을 이야기하자 청수선사의 얼굴은 다소 변하고 있었다.

인자기가 오는 것이 조사차원에서 온다고 하였지만 요식행위로 알았는데 그들이 예상하는 대로 무림연합군의 동원을 가시화 시키기 때문이었다.

“그렇습니다. 예전에 천지문은 사황성의 내분에도 관여를 하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그들이 이런 파렴치한 짓을 하였다니 실로 그들을 강호에서 존재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청수선사는 마음 한 구석에 켕기는 것을 감추면서 천지문을 성토하였다.

“하나 천하인들은 실로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 무정선사가 소림을 나선 것은 거의 아무도 모르는 사실입니다. 무정선사는 지금까지 소림에서 출행이 없었고 일반인들이 얼굴도 모르는 상황인데 어찌 천지문과 만상문이 그런 준비를 하였는가 이옵니다.”

인자기의 말은 청수선사에게 강한 충격으로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인자기의 어투는 마치 무정선사가 그들과 공모하지 않았냐고 단정하듯이 물어 왔기 때문이었다.

그 때 방장실로 청년승인이 들어 왔다.

“소승, 무정이라 하옵니다.”

무정선사는 인자기를 보면서 합장하여 예를 표하였다.

인자기도 같이 합장하여 예를 표하였다.

자리에 앉자 무거운 침묵이 존재하기 시작하였다.

“대총사님이 소승에게 의문이 있어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아마 그 의문이란 것이 천하신존(天河神尊)과 소승과의 비무 후에 일어난 불미스러운 암습사건에 관한 것이겠지요?”

무정선사는 묻기도 전에 먼저 말을 꺼내었다.

“사실 소승도 어떻게 그들이 소승이 절을 떠나 고작 사일만에 도착하여 오일째 되는 날 비무를 하였는데 그런 준비를 하여 그런 암습을 행하였는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정선사는 그렇게 말함으로서 인자기에게 자신은 무관하다고 주장을 하였다.

“중인들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그 점입니다. 천하문은 그들에 대하여 항상 경게를 하기에 그들의 동태를 주시하였고 천하신존과 선사께서 비무를 하러 간다는 사실에야 그들이 암습을 하려한다는 것을 알고 대비를 하였다 들었습니다.”

인자기의 말은 무정선사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말이었고 결국 장내의 분위기는 차갑게 변하고 말았다.

청수선사나 같이 배석한 청해선사도 인자기가 이렇게 소림을 몰아 부치는 의도를 조금은 알고 있기에 내심 껄끄러웠다.

“소승에게 의구심을 세간에서 가지고 있다 들었습니다. 그 것을 불식하여야 한다는 말씀이신데 시주께서 소승에게 무엇을 원하시는 것이옵니까? 시주도 이미 본승이 그들과 무관한 것은 아시고 있을 것이고 그 목적이 천지문과 만상문을 제거하는데 앞장을 서게 하는 것이 아니오?”

인자기는 무정선사가 정색을 하고 되묻자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시주가 원하는 것은 소승이 그들을 공격하는 무림연합군에 참여하여 그들과 한편이 아님을 증명하라는 것이 아니오?”

무정선사는 이미 인자기가 온다고 하였을 때 분석한 것을 토대로 되물었다.

“그렇소이다. 무림에서 관례상 이일을 해결하여야 할 사람은 첫째가 선사이오이다.”

인자기는 무정선사에게 확실하게 해야 될 일이라고 못을 박아버렸다.

“소승이 그들을 단죄하는데 앞장을 서야 한다는 말씀이라면 따라야 하겠지요.”

무림맹에서는 인자기가 돌아오자 곧바로 처결이 진행되었다.

암습사건의 전모가 무림맹의 이름으로 발표되었고 보름의 시간을 두고 천지문과 만상문은 죄인들을 무림맹에 인도하라는 통지가 발표되었다.

천지문의 문주와 만상문의 문주를 무림맹에 인도하라는 것은 명분을 쌓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한 것이었다.

만일 불응할 시에는 부득이하게 죄인들을 무림맹에서 강제로 압송할 수밖에 없다는 말도 추가되었다.

이를 위해 무정선사는 무림맹에 이미 도착하여 이들을 단죄할 준비를 하기 시작하였다.

“앞으로 보름 후에 그들을 무림 공적으로 공식 선포하고 천지문과 만상문을 토벌할 토벌군이 결성될 것입니다.”

인자기의 설명에 무정선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맹주님은 이번 무림연합군을 무림정의군이라 칭하기로 하였고 선사를 총수로 임명하시기로 하였습니다.”

인자기는 일차적인 조치를 마친 연후에 무정선사에게 일을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무림맹에서는 형식과 절차에 따라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정당한 절차를 밟아 일을 처리할 것입니다. 이미 각 문파에 맹주님 명의로 이들이 불응할 시에 대비하여 토벌군을 보내달라는 내용도 같이 통보되었습니다. “

무정선사는 인자기의 말에 고개만을 끄덕여 보였다.

“결국 무정이 무림맹에 도착하여 토벌군을 구성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정발과 율사청은 돌아가는 정세가 예상한대로 흘러가자 앞날을 의논하기 위해 모였다.

“참룡검객은 유광한이 떠나자 종적이 묘연해 지고 말았고 그자를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참룡검객은 우리를 자신의 제거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물론 결정적인 순간에 나서서 제거를 하겠지만 그 것은 단죄하는 의미로 제거를 하겠지요.”

율사청은 자조적으로 말을 하였다.

“천하에 숨을 곳도 없고 참으로 처량한 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이정발도 탄식을 하였다.

“한데 그들의 연합군은 얼마로 결성이 될지 알려진 것이 있습니까?”

“현재 삼천입니다.”

이정발의 말은 묘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삼천으로 우리를 토벌한다는 것이오?”

율사청은 어이없다는 투로 반문을 하였다.

“그 것이 무림맹의 간교한 술책이 아니겠소. 우리가 그들을 몰살시키기를 바래고서 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대패를 하고 난다면 만명이 넘는 이차 토벌군을 결성하겠지요.”

이정발은 그렇게 말을 하였다.

“우리가 전무림의 힘을 소모시키기를 바라는 것이오. 그런 연후에 소진한 우리를 유유히 토벌할 것이외다.”

자조적인 이정발의 말은 예정된 수순으로 흘러가는 것을 뜻하고 있었다.

율사청은 이정발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차라리 수하들을 버리고 관외로 망명을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율사청은 대세가 기울고 부질없는 반항이 되자 그렇게 말하였다.

“후후, 그 것을 방지하기 위해 참룡검객이 이곳에서 지키고 있습니다. 아마 우리가 떠나는 순간 천하인들을 동원하여 추격을 할 것입니다.”

이정발은 자조적으로 말을 하였다.

“그자가 바라는 가장 좋은 경우가 지금이라도 떠나는 것입니다.”

이정발의 말에 율사청은 결국 얼굴을 찌푸리고 말았다.

“그 것도 어렵다면 결국 이곳에서 꼼짝없이 죽어야 한다는 것이오?”

“이미 보았지 않았소이까? 도주를 하여도 그자의 추격에 결국은 제거되는 것을…..”

‘이제 시간이 가기를 기다려야 하는가?’

유광한이 떠나는 것을 보고 다시 천지문으로 돌아와서 이들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무림맹이 한 포고는 천지문과 만상문의 수하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였다.

그들은 삼삼오오 자신들의 운명에 대하여 윗사람들의 눈을 피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 수하들의 반응은 투지를 불태우기 보다는 윗사람들을 비난하고 성토하는 것이 주였다.

이런 것을 보자 일은 쉬울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직접적인 토벌이 시작되면 수많은 도망자가 발생할 것이다.’

이런 것은 천지문이 더하였다.

‘하나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다. 과연 내가 이런 사상자를 발생할 전쟁을 감행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지성룡은 다시 한번 예정된 결과를 생각하자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어렵지만 저들 둘을 살해하여 버린다면 피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하고 있었다.

‘참으로 어떻게 하여야 옳은 것인지 모르겠구나.’

참혹한 결과가 예상하는 이 전쟁을 밀고 가는 것에 대하여 괴롭기 그지없었다.

‘천하를 힘으로 제패하기보다는 천하를 네 품에 안아라. 그렇게 하여야 진정한 너의 천하이다. 천하를 지배하기 보다는 천하를 주재하는 주재자가 되어라.’

지성룡의 뇌리에는 승천검황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떠오르고 있었다.

‘이 말대로라면 나는 여기서 저들을 용서하여야 한다. 그러나 어떻게 저들을 용서하여야 한단 말인가?’

지성룡은 승천검황의 당부가 내내 마음에 걸리고 있었다.

‘용서라는 것이 가능한 일이 아니다. 나와 가족을 죽이려는 자들을 남겨두는 것이 용서일 수가 있단 말인가? 과연 저들을 용서함으로써 모든 것이 해결된다면 기꺼이 용서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용서하기에는 너무나도 먼길을 오고 말았고 그들은 해서는 안될 일을 하였다.’

그렇게 생각하자 지성룡의 뇌리에는 더 큰 혼란이 오고 있었다.

‘어떻게 되어 있는 상태를 원하는가? 그 상태를 말해보아라.’

지성룡은 자신에게 묻고 있었다.

‘천지문도 없고 만상문도 없고 후환도 없는 상태를 원하는가? 거기에 피도 흐르지 않고 무혈의 상태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생각하자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바란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법은 저들을 토벌하여 말살하는 것이다. 그러나 원한은 남을 것이고 나의 가슴에 수많은 원혼들이 들어올 것이다.’

지성룡은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무거워지고 말았다.

‘천하제패를 원하는 순간 피의 길을 택한 것이다. 이미 그 길을 선택한 마당에 피를 두려워 한다는 것인가?’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이 피라는 것을 깨달았다.

‘천하를 제패하느냐 피를 흘리지 않느냐 이구나!’

지성룡은 그 답이 나오지 않아 수많은 화두가 머리 속을 맴돌고 있었다.

‘방법은 바로 한가지다. 피를 최소화 하는 것이다. 돌아가자. 피를 최소화 하도록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지금까지 자신이 하려는 방법이 피를 흘리는 양을 극대화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내편이라고 생각한 자들의 피를 최소화한다는 미명하에 적과 무림에 엄청난 피를 요구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나의 욕망에서 비롯된다면 결국 이 피의 대가는 내가 감당하여야 한다. 나는 실로 내 욕망을 위해 엄청난 죄악을 획책하고 있었다.’

지성룡은 자신의 잘못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이런 죄악을 생각하는 내가 저들을 욕할 수가 있다는 것인가? 저들은 저들의 욕구에 충실하였고 나는 나의 욕구에 충실한 것이다. 그저 서로의 욕구를 달성하기 위해 싸우는 가운데 무슨 선악이 있다는 것인가?’

지성룡은 그 순간 머리가 뻥 뚫리는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강해져야 한다. 내가 저들을 포용하지 못하는 것은 내가 저들을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저들을 두려워 하지 않을 강함을 가지고 있다면 저들이 무엇을 하건 상관이 없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실로 내가 커다란 착각을 하고 있었다. 저들을 해칠 마음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보지 못하고 저들에 대하여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

지성룡은 그렇게 생각을 하자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돌아가자. 나와 내 주변을 강하게 하는 것으로 천하를 끌어안아야 한다. 내가 강하고 주변이 강하다면 적이 있을 수가 없다. 저들이 수긍하지 못하기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돌아가자. 충분히 강하면 무엇이 두려울 것인가?’

그렇게 생각한 지성룡은 자리에서 사라지고 없었고 그 자리에는 어느새 따가운 햇살만이 내리쬐고 있었다.

“돌아오셨습니까?”

지성룡이 돌아오자 황영지와 영소혜는 찾아왔다.

“지금까지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소?”

지성룡의 질문에 그들이 한 일에 대하여 보고를 하기 시작하였다.

“수고하였소이다.”

지성룡은 그렇게 말하고 말이 없었다.

“갔던 일은 해결이 되었습니까?”

“그렇소. 조금 피곤하니 좀 쉬고 싶소이다.”

지성룡은 그렇게 말하여 두 사람을 나가게 만들었다.

‘그들과 피를 흘리지 않고 해결할 길을 찾아야 한다. 길은 있다. 그들을 죽일 생각을 버리고 공존할 길을 최후까지 찾아 보아야 한다. 나는 지금가지 그들을 제거할 방법만 궁리하였고 그렇게 행동해왔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그들을 토벌하려면 거의 한달에 가까운 시간이 남아 있다. 그 사이에 최선의 방책을 찾아보아야 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