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문무공-115화 (115/149)

제  목: [연재] 독문무공(115)

‘내가 강하다면 하등에 문제가 없다. 그들을 이길 자신감이 있다면. 좋다. 한번 천하를 걸고 당당하게 그들과 부딪친다.’

지성룡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걸으며 다짐을 하였다.

‘천하의 누구라도, 어떤 적이라도 막아낼 수가 있다면 이런 걱정을 할 이유가 없다. 그런 자신감도 없이 어떻게 천하제패를 노렸다는 것인가?’

지성룡은 자신이 너무나도 의기 소침한 것을 알았다.

‘내 주변이 강하게 만들지 못하였다면 나라도 강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천하제패를 노렸다면 그 것은 그저 남의 힘을 이용하여 천하를 얻으려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지성룡은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내내 자신이 그 시련 하나를 이길 자신도 없이 천하제패를 시작한 자신의 담량을 탓하였다.

‘무서울 것이 무엇인가? 대장부가 되어서 그 정도도 이기지 못한다면 아예 여기서 때려 치워야 한다. 한동안 큰 착각에 빠져 있었다. 그런 일을 두려워 하였던 것은 실로 잘못한 일이었다. 일만 대군도 물리칠 호기를 가져야 한다.’

지성룡은 그렇게 투지를 불태웠다. 그제서야 다소 마음이 안정되기 시작하였다.

‘일단 대비를 하되 근본적으로 내가 이길 자신을 가져야 한다. 소림에서 검황어르신이 넘지 못한 그벽을 나는 넘어야 한다. 조력자가 없다고 이길 싸움을 이기지 못하고 물러난 그 한계를 나는 극복하여야 한다. 그 한계가 바로 그 어르신의 한계였다. 나는 그런 한계를 당당하게 돌파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결국 그 어른과 같이 물러서야 한다.’

지성룡은 자신에게 다가온 위기를 직시하면서 자신이 너무나 소극적으로 겁을 먹은 것을 탓하였다.

‘승천검황어르신이 천하제패를 하지 못한 것은 하지 않으려고도 하였지만 할 능력이 없었다. 다른 무림인들의 반대에 직면할 것은 당연하였고 그 반대를 누를 힘이 없으셨다. 당장 소림에서도 이길 수 있는 비무를 그 이후가 감당되지 않아 물러서고 만 것이다. 참으로 이제야 그 것을 깨닫다니 참으로 한심한 사람이다.’

지성룡은 지금에서야 승천검황이 천하제패를 하지 않은 것이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하지 못하였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죽든 살든 이번의 위기를 근본적인 나의 힘으로 해소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결국 내가 천하를 장악하여도 그 것은 내가 한 것이 아니다. 그저 합작일 뿐이다.’

지성룡은 천하제패에 대한 생각을 근본적인 자신의 힘으로 해야 한다고 자각하고 있었다.

“어서오시오. 제갈소저.”

지성룡은 자신이 돌아온 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제갈휘미가 곧 찾아오자 지성룡은 찾아온 이유를 알자 자리에 맞아들였다.

“그전에 이 자리에 두 내자들도 오라고 연락을 해주시오.”

제갈휘미는 황영지와 영소혜를 불러오라고 하자 예상하지 못한 일이기에 당황하였지만 결국 머뭇거리다가 밖으로 나가 연락을 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지나자 황영지와 영소혜도 지성룡의 처소로 들어 왔다.

지성룡이 부르자 이미 그녀들은 이유를 알고 있기에 자리에 앉아서 조용히 기다렸다.

“계획을 자세히 말해 보시오.”

지성룡의 지시에 제갈휘미는 조금 당황하고 말았다. 자신이 지성룡에게 이렇게 한 것을 황영지나 영소혜가 아는 시점은 지성룡이 자신의 계획을 듣고 난 이후에 실행 단계에서였다.

그런데 듣기도 전에 이들을 배석시킨 것은 계획이 틀어지고 자신을 지성룡에게 부각시키기도 전에 황영지와 영소혜의 눈밖에 나게 만드는 일이었다.

“무엇을 말하라는 것인지요? 제갈소저는 구룡상단에 속해 있지를 않나요? 그런데 어떻게 상공이 뭔가 지시를 내리는 일이 있나요? 용행수가 그랬다면 이해를 할 수 있지만 이해할 수가 없군요?”

황영지는 지성룡과 제갈휘미를 겨냥하여 말을 던졌다. 영소혜는 결국 황영지가 일을 거론하자 다소 난감한 기분이 들었다. 황영지가 결국 문제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제갈소저가 나에게 무정선사가 소림을 나왔다는 이야기와 일부의 예상되는 문제점을 나에게 보고하였고 내가 제갈소정에게 그 문제점들에 대하여 대책을 마련해 보라고 하였소이다.”

지성룡의 말에 황영지는 제갈휘미를 보았다. 제갈휘미는 황영지의 눈길을 받자 순간적으로 입이 얼어붙고 말았다.

“모든 일에 대한 보고를 나에게 먼저하라고 부탁하였는데 이일을 나에게 보고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지? 그 이유가 합당하지 않는다면 이일에 대하여는 합당한 징벌을 받아야 할 것이야.”

황영지의 말은 차갑다 못해 살기마저 흐르고 있었다.

이일에 대하여 얼마나 화가 났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호호, 결국 저 애를 확실히 닥달 할 생각이군. 더구나 위험한 일이기에 추호의 실수도 사전에 없애려고 먼저 기강을 세우는 것인가?’

영소혜는 황영지가 이렇게 하는 이유가 어렴풋이 짐작이 되었기에 조용히 지켜보기로 하였다.

“상공이야 누구에게 보고를 받아도 상관이 없겠지만 명색이 구룡상단의 주인으로 자리하는 소녀로서는 이일에 대하여 먼저 짚고 가야 할 것 같아 이렇게 나섰습니다. 먼저 말을 해보아라.”

황영지는 다시 한번 제갈휘미를 보고 추궁을 하였다.

“잘못하였습니다. 소녀는 두분 주모님께서 말씀을 나누시고 즐겁게 지내시는 것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렇게 한 것이옵니다.”

“좋다. 이문제는 이 일을 해결 한 후에 다지도록 하겠다. 네가 세운 계획을 들어보마. 만일 마음에 들지 않는 다면 더 큰 벌을 받을 것을 각오하여야 한다.”

황영지의 말은 추상같이 차가웠고 듣는 사람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었다.

제갈휘미는 겁이 나면서도 일단 계획을 말하라고 하자 하루동안 고심하면서 세운 계획을 말하기 시작하였다.

제일 먼저 펼친 계획서는 검문산의 지형도였다.

제강휘미는 검문산의 지형도를 펼친 이후에 설명을 해나갔다.

“우선 만나서 비무를 한다면 이곳이 적당할 것입니다.”

제갈휘미가 가리킨 곳은 산속에 분지형의 계곡이었다. 계곡이 산중에 있으되 상당히 넓었다. 평지는 아니지만 이런 곳이라면 감시하는 자들이나 몰래 접근하는 자들이 쉽게 포착할 수가 있는 지형이었다.

“음, 괜찮은 지형이군. 다음은?”

제갈휘미가 가리킨 곳에 대하여 황영지나 영소혜는 아무런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그 것을 제갈휘미는 포착하지 못하고 있지만 지성룡은 그들의 표정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들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 보였다.

“다음은 여기에서 비무를 하는 동안 암습자들이 어디에 있을 것인가 입니다. 아마 여기와 여기 여기에 포진을 하여 비무가 양패구상으로 끝나기를 기다릴 것입니다.”

“한데 한가지 놓친 것이 있다. 소림의 사대나한이 지금 무정선사를 따라서 움직이고 있다. 그들도 이곳으로 온다는 것인데 아마 암습자들은 사대나한을 의식하여 행동할 것이다.”

지성룡의 말에 제갈휘미는 약간 놀란 얼굴로 지성룡을 보았다. 사대나한에 관한 이야기는 처음 듣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사대나한은 여기에 포진하여 동태를 살필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기는 적들이 포진을 못하고 여기정도에 포진을 할 것입니다.”

제갈휘미는 원래 처음에 암습자가 포진할 곳을 지우고 그보다 이백여장 떨어진 곳에 표시를 하였다.

“사대나한이 조금만 생각이 있다면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조금 위험은 줄어든 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무정선사나 소림이 그들 암습자와 한통속이 아니라고 하였을 때의 가정입니다.”

제갈휘미는 그렇게 말하고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았다.

“비무가 진행되는 도안 우리측은 여기 여기, 여기에 오십여명을 배치하여야 합니다.그래야 문제가 생겼을 때에 바로 투입을 할 수가 있습니다.”

제갈휘미가 지적한 장소는 비무가 이루어진 곳에서 무려 오육백장이나 떨어져 있었다. 반면 암습자의 위치는 비무가 이루어진 곳에서 이삼백장 정도밖에는 떨어지니 않고 있었다.

“음, 삼백장의 불리함을 어떻게 하지?”

황영지가 궁금한 듯이 물었다.

“무정선사를 이긴다는 가정 하에 한다면 무정선사는 부상을 입어도 떠나갈 것이고 여기로 떠나갈 것입니다. 사대나한은 무정선사 앞에 여기쯤에 나타날 것입니다.”

제갈휘미는 거의 그렇게 밖에는 할 수 없어 보였다.

“적들이 공격을 하는 시점은 무정과 사대나한이 여기정도를 벗어난 이후일 것입니다. 천장정도 벗어난 이후입니다. 그때 주공은 이곳으로 신속히 이동을 하여야 합니다.”

“음, 이곳으로 가면 이 곳에 있는 자들은 가까워 지지만 나머지 자들은 오히려 우리 쪽에서 간 사람들과 차이가 없어집니다.”

제갈휘미의 말은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말이었다.

“이 곳으로 이동은 사대나한과 무정이 만나는 순간 정도에 해야 합니다. 그 시간을 조금만 늦게 한다면 큰 낭패를 당하게 될 것입니다. 이 점을 주의하셔야 합니다.”

“결국 여기에 있는 자들은 내가 막아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만일 무정선사와 싸운 후에 이들을 맞아서 버틸 수가 없다면 차라리 사대나한을 핑계로 하여 바로 우리측에서도 네명의 인원을 대동하여 그들과 같이 가시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순간적으로 제갈휘미의 생각이 자신의 생각과 같아지자 역시 감각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동안 황영지나 영소혜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꽤나 자세하게 조사를 하고 준비를 하였구려. 수고하였소. 또한 두 부인들도 어제 밤에 검문산을 조사하시느라 수고하였소이다.”

지성룡의 말에 제갈휘미나 황영지, 영소혜 모두들 놀라기는 마찬가지 였다.

“모두들 나를 위하여 지난 밤에 정말 수고가 많았소이다.”

결국 그 말은 지성룡도 거기에 갔었다는 것이었다.

제갈휘미의 얼굴은 빨갛게 변하였고 황영지나 영소혜는 자신들이 제갈휘미를 미행하는 동안 지성룡도 그들과 제갈휘미를 미행한 것을 안 것이다.

“제갈소저가 말한 것을 토대로 하여 세분이 오늘밤에 계획을 자세히 세운 연후에 다시 내일 아침에 이야기를 해봅시다. 부인은 그 작전에 동원해야할 본문의 고수들까지 검토를 해보시오. 나도 내일 아침가지 그 계획을 토대로 계획을 세워볼 것이오. 내일 아침 묘시에 내 처소로 다시 모이시오. 그런 다음 진시에 나는 아버님과 형님을 만나 그 계획을 통보하여 주고 준비를 부탁할 것이오.”

“예, 그렇게 하시지요.”

황영지는 지성룡의 말에 동의를 하여 주었다.

‘근본적으로 이런 계획은 절대적일 수가 없다. 결국 문제는 무정선사와 비무를 한 이후에 율사청을 비롯한 고수들의 합공을 이겨야 가능한 일이다. 이 것은 천하칠걸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한 고수들의 합공이나 다름이 없다. 마치 나 혼자 오태상들 전부를 상대하는 것이나 다를 게 없는 일이다. 오태상들 전부를 무정선사와 비무를 하여 부상을 당한 몸으로 막아내야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지성룡은 계획을 들어도 자신이 볼 때 너무나 늦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림의 사대나한이 무정선사를 만나 사라지는 순간은 찰나일 것이다. 그 사이에 자신이 움직여 간다면 율사청과 고수들에게 포위가 되어버릴 것이다. 율사청은 무정선사에 비하여 결코 약하지 않을 것이었다. 거기에 동조자들 중에 한둘만 그 정도의 무위를 가지고 있다면 위험해 질 것이 분명하였다.

‘문제는 내가 그들의 합공을 버틸만한 무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성룡은 결국 믿을 것은 자신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정과 비무에서 강한 무공을 시전하여 부상없이 제압하여야 한다. 물론 적들을 속이기 위해서는 부상당한 척을 하여 그들이 공격하도록 속여야 한다.’

지성룡은 그렇게 생각을 하고 나자 무정선사를 제압할 방안을 고심하였다.

‘달마삼검이다. 확실하게 제압하여 달마삼검에서 승부를 갈라야 한다. 세번째 초식을 완벽하게 연마를 하였을 것이다. 그 초식을 파훼하여 무정선사의 굴복을 받아내야 한다.’

예전의 비무를 생각하면서 그 방안에 대하여 생각을 하여 보았다.

그 당시에 무정선사가 보였던 약점은 이제는 완벽히 보완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비무를 하였을 때 파악한 초식을 기초로 발전을 하였을 시에 시전할 무공을 유추해 내었다.

‘결국 완전무결한 상태의 무공이라고 보아야 한다. 유일한 약점은 결국 그보다 강한 파괴력으로 깨버리는 방법뿐이다. 저번과 같이 결국은 그런 양상이 다시 벌어진 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후의 심득으로 강하게 공격하여 깨는 방법 뿐이다.’

지성룡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다졌다.

결국은 검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자신감을 가지고 비무에 임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었다.

‘두려움없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패하거나 죽는다면 결국 여기에서 모든 것을 접어야 하겠지. 최선을 다한다면 무엇이 문제가 되겠는가?’

지성룡은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계교를 사용하여 천하를 얻은다면 천하는 오래 지켜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이제 두려움이 몰려오지만 또 한편으로는 마음이 홀가분하여 졌다.

유광한은 천지문이 있는 신양에 당도하여 천지문에 들기 위하여 객점에 자리를 잡고 천지문에 대하여 조사를 하여 보았다.

천지문에 자신의 무공 조예를 보인다면 하급무사의 자리는 얻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쉽게 들어갈 수도 없어 보였다.

신분이라는 것은 중요한 요소였다. 신분이 확실하지 않으면 출세를 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결정을 못내리고 며칠간 동태를 살피고 천지문의 허실을 염탐하고 있었다.

유광한이 천지문의 영내를 제집 드나들 듯이 염탐을 하고 다녀도 아무도 눈치를 채는 사람이 없었다. 그 것은 근본적으로 유광한에 필적하는 무공조예를 가진 자가 드물기 때문이다.

첫날은 외곽만을 염탐하다 차츰 심부로 염탐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었다.

천지문에 들어가도 확실하게 천지문에 대하여 허실을 파악하고 들어가고 싶기 때문이었다. 칠주야만에 문주가 머무는 천지전과 천지쌍마와 은거고수들이 머무는 태상전만을 남겨주고 있었다.

그렇게 밤마다 천지문을 들락거리던 유광한의 이목에 야음을 틈타 천지문을 스며드는 자가 포착되었다. 그자는 거침없이 문주인 율사청이 머무는 천지전으로 스며들었다. 유광한도 기척을 죽이고 그자를 따라 천지전으로 스며들었다. 한번도 들어가보지 않은 천지전이기에 들어가는 것이 겁이 나기도 하였지만 일단은 모험을 하기로 하였다. 율사청의 처소를 십여장남겨두고 은신하여 기척을 살폈다.

순간 유광한은 그 인형이 지성룡의 혼례식장에서 나타났던 자라는 것을 알았다. 유광한은 무의식 중에 지성룡을 보자 투지를 불태웠고 지성룡의 주목을 받았다. 지성룡이 대놓고 보지는 않았지만 자신을 주시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지성룡이 자신분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을 알게 되자 지성룡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다 그 원인이 된 자를 보았는데 그자가 바로 율사청의 처소에 들어간 인물이었다.

한데 그자는 율사청의 수하는 아닌 듯 뭐라 말을 하였고 율사청과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율사청과 그자가 수하들마저 속이고 사라져가자 은밀히 따라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율사청이 이른 곳이 태상전의 한쪽이었고 조금 지나자 태상전에서 상당한 무공을 가진자들 이십여명이 밖으로 나왔고 은밀히 천지문을 빠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야음을 틈타서 움직이기에 경비무사들은 거의 나무토막처럼 아무런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다시 그들은 신양을 은밀하게 움직여 빠져나가고 있었다. 대부분이 천지문의 문도인 신양에서도 은밀히 움직이는 것은 적의 이목을 속이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그들은 신양 외곽에 있는 산으로 숨어 들어갔다. 다행히 숫자가 많기에 유광한이 쫓아가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어느 한 곳에 이르자 신형 멈추었고 다시 열명이 나타났다. 중년인이 나서서 그들과 뭐라고 말하더니 뭔가를 수근거리며 의논을 하기 시작하였다.

유광한은 궁금하였지만 들킬까 봐서 접근하지 못하고 멀리서 지켜보았다.

그들은 일각여를 머물다가 다시 북쪽 방향을 향하여 산길을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어두운 산길인데도 그들은 무작정 나가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은밀히 걸어가고 있었다. 유광한도 그들을 한번 추적한 마당이기에 최대한 은밀히 그들을 추적하기 시작하였다.

유광한은 산길을 타는 것은 이력이 아 있기에 그들에게 들키지 않을 수가 있었다, 사냥을 하는데 필요한 기술 중에 하나가 추적술이었다. 더구나 고강한 무공을 가지고 있기에 걱정은 없었다.

“따라와라.”

황영지와 영소혜, 제갈휘미는 지성룡의 방을 나와 안채로 들어갔다. 안채에 당도한 황영지는 제갈휘미에게 처소로 따라오라고 하였다.

제갈휘미는 원래부터 따라들어갈 생각이었지만 따라오라는 말에 움찔 놀라 움츠러들었다. 황영지의 목소리에 살기마저 베어있기 때문이었다.

그 것은 황영지가 목소리에 살기를 담았기 보다는 제갈휘미가 예전에 황영지에게 보이지 않게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에 은연중에 황영지의 목소리를 듣자 내부에서 두려움이 솟아 올라 제갈휘미를 압박하기에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황영지는 그렇게 말하고 제갈휘미의 대답도 듣지 않고 앞서갔고 영소혜도 그 뒤를 따라 가고 있었다. 제갈휘미는 급히 그 둘을 따라갔다.

“앉아라.”

황영지의 명령조 말에 제갈휘미는 자리에 앉았지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우선 너에게 왜 그랬는지에 대하여 듣고 싶구나? 이실직고 하여라?”

황영지의 말에 제갈휘미는 파르르 떨고 말았다.

이제 노여움을 그대로 표출하고 말았다.

“죽여주십시오. 소녀가 딴마음을 먹었습니다.”

“무엇 때문이냐?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었는지 자세히 말하여 보아라.”

황영진의 말에 제갈휘미는 하나씩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제갈휘미는 이미 이성보다는 두려움이 컸기에 자신을 감추지 못하고 하나하나 말하기 시작하였다. 처음 황영지를 만날 때부터 자신이 지성룡에게 접근하려고 한 것부터 영웅성의 방문과 영소혜와의 만남과 서운함, 용소명이 관여를 하지 말라고 한 일부터 영소혜가 왔을 때 화해하는 듯한 분위기에 대하여 화가 난 것을 뿐만이 아니라 애들이 영소혜를 따르자 질투가 난 것을 포함하여 그런 모든 것이 화가 나서 지성룡을 유혹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며 그 소식을 듣자 접근하려고 한 것까지 술술 자복하고 말았다.

실로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는 황영지와 영소혜는 어이가 없어 시시각각으로 표정이 변하였다.

황영지와 영소혜는 제갈휘미의 말이 끝나자 서로 얼굴을 보았다. 제갈휘미의 말속에 자신들의 속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 말이 없이 제갈휘미를 응시하고 있었다.

제갈휘미가 한 말속에 담긴 내용이 너무나도 커서 생각을 정리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황영지나 영소혜는 제갈휘미의 입에서 이렇게 적나라하게 말이 나와버릴 줄은 상상도 못하였기에 듣는 자신들도 놀라고 있었다.

둘다 제갈휘미의 상태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조금지나서 깨달았다.

그리고 그 것을 이해하는데는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물러가서 처소에서 기다리고 있어라. 다시 부르겠다.”

황영지는 충격이 가시지 않아 제갈휘미를 물러가게 하였다.

제갈휘미가 나가고 나서도 한참 동안 둘은 말이 없었다.

“실로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저애가 우리 둘이 싸우기를 은연중에 바랬고 올 때부터 상공을 노렸다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입니다.”

영소혜는 무거운 분위기를 수습하고자 말을 건네었다.

“정말 믿을 것이 인간의 마음이라더니 실로 무섭기 그지없구나. 등잔 밑이 어둡다고 바로 내곁에서 저애가 저런 생각을 하다니!”

“저도 저애가 영웅성에 왔을 때 느낌이 좋지 않아 무의식적으로 저애를 멀리하였습니다.”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

“그렇습니다. 하나 형님에게 저애는 뭔가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데 이유를 아시나요?”

“처음 보았을 때 나에게 뭔가 두려움을 느꼈나봐. 우선 무정선사의 일도 걱정인데 이런 일로 신경을 쓰게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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