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113)
지성룡은 혼례가 끝난 후 보름만에 출발을 하였다.
용소명이 일을 성공적으로 마쳤기에 더욱 홀가분한 기분으로 떠날 수가 있었다.
영소혜는 집안어른 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동행을 하기로 하였다.
그렇기에 지존호위대의 절반인 사백을 동행하여 같이 움직였다.
그런 그들이 개봉에 도착한 것은 무창을 출발한지 칠주야 만이었다.
영소혜는 한달 정도 개봉에 있을 예정이었다.
인사를 하는 등의 부산한 대소사는 이틀만에 모두 마무리 되었고 세 사람이 같은 자리에 처음으로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일단은 이 사람이 나의 내자가 되었으니 서로 협력하여 집안의 화평을 이루어 주기를 바라오.”
지성룡은 서로 마주 앉자 아무런 말이 없기에 말을 하였다.
“그러할 것이옵니다.”
“네, 걱정을 마시옵소서.”
두여자는 웃으면서 그렇게 답하였다.
하나 여자에 대하여 조금은 아는 지성룡은 불안하기 그지 없었다. 두 사람이 웃으면서 말하지만 속으로 어떻게 손톱을 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또한 당분간 용제는 영웅성에서 일을 하기로 하였소.”
용소명이 영웅성에 남았다는 것을 때문에 황영지의 심기가 조금은 꼬여 있는 것을 알기에 먼저 말을 꺼냈다.
“형님, 제가 능력이 부족하여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영소혜는 개봉으로 오는 동안 용소명의 일로 자신이 황영지의 심기를 거슬렸을까 걱정을 하였다. 그렇기에 먼저 지성룡이 말을 꺼내어 이일을 영소혜가 해결하도록 하였다.
“상공이 필요하시어 그렇게 하였을 것이니 따라야지요. 하오나 그 자리가 비어 있는데 걱정이옵니다.”
황영지는 아직 화가 다 풀리지 않았는지 한마디 토를 달았다.
지성룡은 그 것을 알기에 대꾸를 하지 않았다.
“혜매는 한달 정도 개봉에 있다가 영웅성으로 돌아갈 것이오. 또한 지존호위대 무사들은 당분간 호상단과 같이 훈련을 할 것이니 그리 알고 있으시오.”
황영지는 이미 하고 있는 일을 새삼스럽게 말하였지만 가만히 있었다.
두 여자들이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보이자 자신이 일어나야 하나 생각도 들었다.
그래야 두 사람이 속에 들은 이야기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이리 혜매도 와보시오.”
영소혜는 의식적인지 무의식적인지 다소 거리를 두고 앉아 있었다.
영소혜는 말을 하자 결국 지성룡의 옆으로 다가왔다.
지성룡은 황영지의 어깨에 손을 얹어 감싸안고 다가오는 영소혜의 어깨를 다른 한손으로 끌어 안았다.
그리고 벌떡 일어섰다.
“양손에 두 여자를 들고 있으니 기분이 좋군.”
지성룡이 갑자기 끌어안고 벌떡 일어나자 달라 붙었던 두 여자는 지성룡의 말에 옆구리를 꼬집으며 내려갔다.
두 여자의 표정에는 어이가 없는 빛이 역력하였다.
“양손에 떡인가?”
그렇게 한마디 하고 문으로 다가가 밖으로 나가버렸다.
지성룡이 그렇게 나가자 두 여자는 어이없는 웃음을 짓고 말았다.
지성룡이 이렇게 장난을 한 것은 두 여자가 친하게 지냈으면 하는 의도라는 것을 읽었기 때문이다.
“이제 한집안 식구가 되었네요.”
황영지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네, 그렇게 되었습니다.”
“한데 이번이 아니라 저번 강남행에 뭔가 일이 있었나 보네요.”
영소혜는 황영지의 말에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애를 낳으면 팔삭동이가 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네.”
황영지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아는 영소혜는 아무 말도 못하였다.
“벌써 축하한다는 말을 해야하나.”
“아직 정확하지 않아서 감추고 있사오니 상공께는 말씀을 말아주십시오.”
“정확해지면 동생이 직접 말하게.”
“예,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로 끝날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황영지는 애를 가지고 있는 영소혜를 보자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다시 절감하였다. 그렇기에 장난을 하고 싶어 말끝을 흐렸다.
영소혜의 안색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대신에 한가지를 하면 용서해주지.”
영소혜는 황영지의 말에 이 여자가 또 무슨 트집을 잡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 표정을 지으니 장난도 못하겠잖아. 간단한 거니까 걱정마. 잔치나 준비하라고 하는 것이니까.”
황영지의 말에 영소혜는 무슨 말인가 쳐다보았다.
“원래 여자들간에도 교통이 있어. 나야 별로 하고 싶지 않아 무시를 해버렸는데 새 식구가 들어 왔으니 손위 동서들을 집으로 오라고 해야 할 것 같아. 새 식구가 잔치를 준비하는 것이 관례이니 내일 점심이나 준비를 해주어. 형님들에게 연락은 내가 할 것이니.”
영소혜는 황영지가 자신을 진정으로 받아들인 것을 알았다.
이런 일을 말하고 준비하라고 하는 것은 진정으로 받아 들이지 않았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집안 식솔들에게도 술과 고기를 준비하여 같이 돌리는 것이 좋을 것이야.”
그제서야 영소혜는 가솔들에게 인사치레를 하지 않은 것을 알았다.
황영지의 지적은 시의적절하였다.
“사숙께서……”
청수선사는 급히 처소를 나가 문을 열었다.
무정선사가 대웅전 뜰을 가로질러 오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온 무정의 행색을 보다가 바랑을 매고 있자 무정이 어디로 떠나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
“어디로 가십니까?”
나이는 어릴지라도 사숙이기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난 오년간 폐관에 들었고 이제야 육대신공을 모두 십이성 대성하였습니다.”
청수선사는 그말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경하드리옵니다, 사숙.”
청수선사는 무정에게 축하의 말을 하고 연신 불호를 외었다.
오로성승도 나이 일흔에야 대성한 것을 절반의 나이에 대성한 것은 경하할만한 일이었다.
그 것은 무정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증거이기도 하였지만 이렇게 된데는 오로성승이 죽기 전에 무정에게 개정대법을 시행하였기에 가능한 것이다.
지성룡과 대결에서 패한 무정의 상세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지성룡의 검기에 내상을 입었기에 심맥 곳곳에 손상을 입었다. 처음에는 그것을 몰랐다가 나중에야 감지를 하였다.
자연적으로 치유를 하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어야 했다. 그렇게 몇 달을 고생하였다.
그렇게 고생을 하는 무정에게 입적할 날이 멀지 않은 오로성승이 진원지기를 희생하여 개정대법을 시전하고 모든 진기를 물려주었다.
오로성승은 그 후 며칠 만에 입적을 하고 말았다.
그렇기에 이렇게 단기간에 육대신공을 대성한 것이다.
육대신공을 대성하자 무정은 호승지심이 커져갔고 참지 못하고 이렇게 행장을 꾸려 떠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무공을 대성하였지만 번뇌는 더 커지기에 그 번뇌의 근원을 찾아 떠나고자 합니다.”
무정선사의 말이 의미하는 바를 너무나도 잘 아는 청수선사였다. 이미 등에 매달린 바랑을 보는 순간 예상을 하였다.
“결국 다시 대결을 하실 것이옵니까?”
“그렇소이다. 내가 약해서 패한 것이지 소림의 무공이 약해서 패한 것이 아님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역대의 조사님들에게 고개를 들지 못할 것입니다.”
“하면 공개적으로 싸우실 것입니까?”
“아니오. 조용히 다녀올 것입니다.”
무정은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고 밖으로 나갔다.
조금 지나 소림의 산문을 나서는 청년 승인 하나가 있었다.
‘일이 화해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네.’
제갈휘미는 자신의 처소에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황영지와 영소혜가 예상외로 화기애애하였다.
동서를 불러서 잔치를 한다고 같이 수선을 피우는 것을 보자 생각했던 것과는 정반대이자 의아해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용소명의 지시대로 영웅성에서 있었던 일을 황영지에게 고하지는 않았지만 내심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영소혜가 이곳에 오자 황영지가 영소혜를 조금 구박하여 앙갚음을 해주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더구나 화가 나는 것은 평상시에 자신을 잘 따르지 않던 두 아이들이 영소혜를 보자 어느 사이에 서로 무릎을 차지하려고 다투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잘 되었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기분이 울적하였다.
“들어와요.”
그러자 사십대의 장한이 들어왔다.
제갈휘미의 방으로 들어온 자는 기밀단의 단주를 맡고 있는 제갈준명이었다.
그는 제갈세가의 가주인 제갈중명의 사촌이나 서출이라 집안에서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던 처지였다. 능력이 있으나 크게 중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사정을 알기에 제갈휘미가 이곳으로 불러 천하정세를 살피는 기밀단을 맡겼다.
“지금 소림에서 들어온 급보이옵니다. 무정선사가 소림을 떠났다 하옵니다.”
“어디로 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나요?”
“아무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안다면 다른 자들도 알 것이 아닌가요?”
“아마 모를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이 소식은 바로 소림의 장로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 합니다. 그렇기에 아직은 알려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갈준명의 어투는 조카이지만 존대어가 몸에 베어 있었다. 유독 제갈세가만은 적서의 차별이 큰 편이라 몸에 베어 있었다.
“알았습니다. 좀더 은밀히 왜 나왔고 어디로 가는지 파악을 해주세요. 그리고 이사실은 당분간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십시오.”
“예, 그럼.”
제갈준명이 밖으로 나가자 제갈휘미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무정이 나올 일이란 참룡검객, 아니 천하신존인가? 아버님은 이런 명호를 내려주다니, 참. 비무를 해서 예전의 패배를 설욕할 것 외에는 없는데…… 설마 그 일을 위해서 나왔다는 것인가?’
제갈휘미는 그렇게 쉽게 생각이 들었다.
‘어떤 식으로 비무를 할 것인가? 일대 일로 하겠지만 많은 사람이 있는 곳에서 공개적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비밀리에 하겠지.’
제갈휘미의 머리는 순식간에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 사실을 우리만 아는 것은 아닐 것이다. 천지문에서도 알 것이고 암중에 있는 만상문에서도 알 것이다. 그렇다면 비무를 틈타서 암습을 한다면 당하고 말 것이다. 비무를 비밀리에 하다보면 결국 여기서는 오십리 떨어진 검문산 속에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적이 뜸한 곳은 거기밖에 없다.’
제갈휘미는 이런 정보를 접하자 어떻게 할지 고민이 되었다.
이런 정보는 천하문에서도 알기 어려운 정보였다. 제갈준명이나 되니까 알아올 정보였다.
제갈준명은 청년시절에 제갈세가를 무단으로 뛰쳐나가 십년 가까이 낭인생활을 하다가 오년전에야 세가로 돌아왔다. 그렇기에 암흑가로부터 상인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을 알고 있었다. 제갈휘미는 이런 숙부이기에 마음 한구석에 존경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그 능력이 사용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야 그런대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일을 하게 되어 즐거워 하는 것을 보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황영지에게 알려줄까 생각이 들었지만 오늘 영소혜와 같이 잘 어울리는 모습을 생각하자 그런 생각이 사라지고 말았다.
자신에게 서운하게 대하고서도 영소혜는 그런 적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좋아.’
제갈휘미는 입술을 어금니로 지그시 깨물었다. 그것은 뭔가를 결심하였을 때 하는 그녀의 독특한 버릇이었다.
“무슨 일인가? 들어오게.”
지성룡은 바쁘게 밖에서 일을 하고 들어와서 자신이 머무는 처소에 들었다. 그런데 밖에서 기척이 들리기에 상의를 벗은 채로 말을 하였다.
이 시각에 찾아올 사람은 황영지나 영소혜뿐이기에 의식하지 않고 답한 것이다.
그러자 방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오다가 놀라서 비명을 삼키는 소리에 뒤를 돌아다 보았다.
제갈휘미였다.
제갈휘미는 뒤로 돌아서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지성룡도 황급히 경장을 걸쳤다.
“무슨 일이오?”
경장을 걸치고 제갈휘미에게 무례를 따지듯이 물었다.
“급히 보고할 것이 있어서….. 죄송합니다.”
제갈휘미는 그렇게 말하면서 지성룡을 빤히 보았다.
“무슨 일인가?”
“무정선사가 소림을 떠났습니다.”
제갈휘미는 찾아온 용건을 생각하고 내용을 보고하였다.
지성룡도 제갈휘미의 보고에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무정이 떠났다는 것은 뻔한 소리였기 때문이다.
지성룡에게 지난 날의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서이고 설욕할 자신이 있다는 말이었다.
“어디서 들은 소식인가?”
“소림의 장로 입에서 나온 말이니 정확할 것입니다.”
지성룡은 침상에 걸터앉았다.
무정을 생각하면 대결이 두렵지는 않았다. 자신도 그때에 비하여 강해졌다. 무정이 익힌 무공은 소림 육대신공일 것이고 그것을 대성하였다고 하여도 그리 겁이 나지 않았다. 지금 지성룡에게 불현듯이 의문이 가는 것은 이 소식을 어떻게 알아냈는가와 왜 이런 사실을 직접 들고 왔는가 였다.
이런 일을 자신에게 굳이 보고할 만큼 친분이나 관련이 없었다. 물론 자신이 알아야 될 내용이었지만 그 것을 직접 보고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황영지가 없는 것도 아닌데 직접 처소로 찾아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고맙소. 그외에 다른 내용이 있소?”
“무정선사가 온다면 비무를 하실 것이고 이번 비무는 공개적이기보다 비공개로 두분만 남이 보지 않는 곳으로 가서 할 것인데 그 때 암습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갈휘미의 말에 지성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곳은 몰라도 만상문은 알 것 같았다.
“이리 앉아 보시오.”
지성룡은 제갈휘미가 영리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러려니 하였고 직접 이야기를 나누어 보지도 않았기에 그저 그렇게 생각하였다.
이 소식을 듣고 이런 사실을 바로 짚어낸다는 것은 상당한 머리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무정 같은 인물이 남들의 이목을 피하여 전음을 보내기는 쉬운일이고 자신도 그의 청을 받으면 생각없이 비밀스러운 장소로 갈 것이 뻔하였다.
여기서야 갈 곳이란 검문산 밖에 없었다.
만일 그곳에 함정을 파고 고수들이 기다리고 있다 비무가 끝나기를 기다린다면 자신은 영락없이 포위되어 합공을 받을 수밖에 없고 위기에 처할 것이었다.
특히 무정과의 비무는 지성룡 자신도 내상을 입을 가능성이 컸다.
만일 지금 지적을 하지 않았다면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갈 뻔한 일이었다.
제갈휘미는 탁자 옆에 놓여진 의자에 앉았다.
그 순간 제갈휘미가 이곳에 직접 온 이유에 생각이 미쳤다.
설마 하면서 지나친 생각이 머리 속에 스치자 제갈휘미가 유심히 보아졌다.
‘이 아가씨가 그런 생각을 할 리가 없겠지.’
지성룡은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찾아온 이유가 이해가 안되었다. 이런 내용이라고 해도 황영지에게 충분히 말하면 되었다. 그렇게 본다면 지성룡에게 잘 보이고 싶다고 밖에 판단이 안되었다.
“정말 고맙소. 만일 제갈소저가 아니었다면 커다란 위험에 처하고 말았을 것이오.”
지성룡은 제갈휘미의 반응을 보면서 그렇게 치하를 하였다.
“한데 만일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적당한 대응책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오. 특히 전력을 다한 비무 중에 그들이 암습을 할 수도 있으니 말이오.”
지성룡은 그 문제만은 방법이 없어 물었다.
“어쩔 수 없이 그들과 정면대결을 하여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비무를 시작하면 전 병력을 동원하여 검문산을 통제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자들은 몇몇이 몰래 은신하고 있다가 막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제갈휘미의 말은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그렇게 하면 된다는 것인데…… 조금만 시간이 어긋나면 큰 화를 당할 수가 있는 일이군.”
“그렇기에 철저한 준비를 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적들을 일망타진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제갈소저가 아무도 몰래 은밀히 검문산을 다녀와서 계획을 세워보시오.”
“예.”
지성룡의 말에 제갈휘미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지성룡은 설마 했던 추측이 사실인 것 같은 생각이 들자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 미녀는 아니지만 귀여운 얼굴인 제갈휘미가 그런 생각을 한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면서도 이런 생각을 하면 안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생각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시간이 없으니 서둘러 주시오.”
“예. 그럼 제가 계획을 세워보겠습니다.”
제갈휘미가 물러가자 지금까지 웃던 지성룡의 얼굴이 굳어지고 말았다.
이 일속에 들어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하자 자신에게 중대한 위기가 닥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는 함정이었다. 만일 무정이 동조한 함정이라면 그 위험은 더욱 커질수가 있었다.
어떻게 하여도 피할 수가 없는 위험한 함정이었다.
‘위기인가? 차라리 이번 기회에 적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을 칠 명분을 만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가? 그러나 우선 몸을 안전하게 빼야 그 다음이 가능할 것이니…..’
지성룡은 방안을 생각하는데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