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문무공-112화 (112/149)

제  목: [연재] 독문무공(112)

30. 위기일발(危機一髮)

연무장에는 두 청년이 마주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용소명이요 한 사람은 어기춘이었다.

용소명이 도처럼 생긴 검을 꺼내들고 마주서자 어기춘은 검을 뽑아들고 마주섰다.

“먼저 오게.”

용소명은 어기춘을 보고 선공을 양보하였다. 어기춘은 용소명을 얕보는 마음이 있었다. 그렇기에 승풍파천검법이라는 가전검법을 전개하여 용소명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근본도 모르는 장사치에게 굴복하기 싫다는 것이 그들의 주된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에 사로잡힌 어기춘에게 용소명은 아주 만만한 상대로 보였다.

“이얍.’

그 짤막한 경호성과 함께 기습적으로 어기춘이 짓쳐 들어왔다.

용소명은 어기춘의 검을 흘리면서 그대로 마주서갔다. 어기춘으로서는 용소명의 대응에 상당히 곤혹스러웠다. 정면으로 대응하지 않고 공격을 흘리고 오히려 거리를 좁혀 들어오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재차 공격을 하였지만 이미 용소명이 사정거리보다도 더 전진해 있기에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였고 중도에 검을 화수하여 용소명의 단순한 찌르기 공격을 막아야 했다.

용소명은 어기춘이 선호할 거리보다 반보정도 더 다가서서 공격을 하기 시작하였고 어기춘은 막기에 급급하였다.

이런 식의 근접전은 누구에게나 생소한 일이고 위험한 일이었다. 용소명이 이렇게 하기 시작하자 어이없이 제대로 공격을 못하고 막기에 급급한 것이다. 조금 틈이 보여 공격을 하면 어느새 다가서고 있었다.

더구나 너무 가깝기에 피하지 못하고 막다보면 이소명의 기운에 무기가 밀리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즉 힘이 다 발휘 되기 전에 부딪쳐 버리기에 항상 어기춘은 손해를 보는 것이다.

어기춘도 용소명이 거리를 주지 않고 공격을 하는 것을 알기에 결사적으로 떨어 뜨릴려고 하는데 찰거머리처럼 그 거리를 유지하자 결국 화가 나서 막무가내식의 자포자기한 공격이 되어 버리고 있었다. 이 사이 용소명은 승풍파랑검법의 허실을 살피는데 여념이 없었다.

이미 연무장에는 풍운무적군단의 모든 무사들과 대주들이 나와 구경을 하고 있었다.

용소명은 상대가 무지막지하게 공격을 시작하자 오히려 어기춘에게 제 거리를 주었다.

그러자 전세는 순식간에 용소명의 일방적인 수세로 변하고 말았다. 그러나 용소명은 위험한 듯하면서도 간간히 반격을 하면서 아슬아슬 피하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해볼 수가 있다. 그러나 어자춘을 상대한다면 이 승풍파랑검법이 제 위력을 발휘하는 가운데서 약점을 파악해야 한다.’

어기춘은 거리를 주자 일방적으로 공격을 하기 시작하였다. 잡힐 듯이 잡힐 듯이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용소명에게 무차별적인 공격을 하고 있었다.

하나 대주들은 얼굴이 굳어진 상태에서 이런 공격을 지켜보고 있었다. 용소명에게 어기춘이 농락을 당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일반 무사들이야 어기춘의 시원시원한 공격에 함성을 질렀지만 각 대주들은 자신들도 용소명과 겨루어야 하기에 느긋하게 바라볼 수만 없었다.

어기춘의 대략적인 공격을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였기에 어기춘의 공격은 용소명을 위협하지 못하고 있었다. 용소명은 어기춘과의 대결이 벌써 일각이 지나 이각에 접어들자 다시 거리를 좁혀버렸다. 어기춘은 자신이 근접하지 못하게 하는데 성공한 줄 알고 있던 참인데 용소명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자 당황하여버렸다.

순식간에 어기춘은 공세에서 수세로 몰렸고 고작 십여초만에 궁지에 몰려버렸고 그 순간 용소명의 베기 공격을 황급히 막아가다가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검을 놓치고 말았다. 검은 십여장이나 날아가 바닥에 박히고 말았다.

용소명은 공격을 멈추고 서너 걸음 물러났다.

“더 하고 싶은가?”

어기춘은 자신의 날아간 검을 보고 있었다. 싸우는 중에 검을 놓친 것은 더 이상 할말이 없는 명백한 패배였다.

“졌습니다.”

어기춘은 패배를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회의는 없는 것으로 한다. 내일 진시에 다시 모이도록.”

용소명은 그렇게 대주들 앞을 지나면서 선언하고 떠나갔다.

이렇게 시작된 구일 간의 비무는 하나의 전쟁이었다.

진시에 항상 회의는 소집되었고 다시 다음날 진시로 미루어 졌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그들은 진시에 나타나지 않았고 첫날 팔대주와 비무를 하였고 다음날은 칠대주와 비무를 하였다. 그러면서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은 한 사람씩 늘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회의는 열리지 못하고 있었다.

“벌써 사대주까지 지고 말았다. 내일은 삼대주가 나서게 되는데 동귀어진을 할 각오로 타격을 주시오.”

전 풍운각주 어자춘은 모든 대주들이 용소명에게 아슬아슬하게 지자 삼대주 안중걸에게 용소명에게 타격을 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미 그들의 비무는 전 영웅성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 버렸다.

그렇기에 피하거나 그저 중간에 회의에 참석한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렸다.

항상 비무를 할 때는 전 무사들이 나와서 구경을 하기에 암수나 비겁한 수법을 사용할 수도 없었다. 진정한 실력만이 통하는 비무가 되어 버린 것이다.

“실로 어이없는 것은 변변한 무공초식을 사용하지 않고 그저 간단한 베기, 찌르기에 모두가 졌다는 것입니다.”

용소명의 공격이 특출한 초식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임기응변식의 베기 찌르기에 당하고 만 것이다.

“네 생각에는 가장 큰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어기춘은 평상시의 태도와 달리 조용히 한쪽에 앉아 있었다. 풍운각주인 어자춘의 위세를 업고 기세등등한 그가 조용히 있는 것은 이레적인 일이었다. 형의 질문을 받자 어기춘은 말을 망설이고 있었다.

“특이한 자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싸우면서 강해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근접 전을 특히 잘하는 자입니다.”

“그뿐이 아니다. 그자는 승부사이다. 다섯을 꺾었으면서도 똑 같은 짓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가 굴복하기를 기다리면서 굴복을 시키고 있다. 부하들은 그자의 비무를 보면서 통쾌하게 생각하고 있다. 어느새 남자다운 군단주라고 모두가 생각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그저 태상호법이 임명한 군단주가 아니라 스스로 군단주라는 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어자춘이 그렇게 선언하듯 말해버렸다.

“우리가 그자에게 지고 굴복을 하게 된다면 모든 것은 태상호법의 의도대로 되고 말 것이다. 태상호법은 그자에게 이런 것을 바라고 그자를 내세운 것이다.”

장내에 있는 아홉은 중에 다섯은 어자춘이 말하자 다소 외면하고 있었다. 그들은 패자이고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고 있었다.

하나 그들은 나머지 네명을 오히려 동정어린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이 도박은 용소명이 이긴 도박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용제가 오늘 풍운각주이던 어자춘과 겨루던가? 같이 나가보지 않겠소?”

지성룡은 혼례가 끝난 후 보름정도 영웅성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시지요. 영웅성이 이일로 인하여 완전히 술렁이고 있습니다. 오늘 만일 이긴다면 완전히 상공의 의도대로 되는 것이겠군요.”

영소혜는 용소명이 이런 식으로 영웅성을 깨우는 것을 보자 놀라고 있었다.

“용제는 상당히 특이한 무공을 가지고 있소. 약해보이지만 실전을 겪으면서 강해지는 유형의 무사인 것이오. 오늘 이긴다면 영웅성의 일은 완전히 정리가 되는 것이오.”

“결국 상공의 수족이 되었다는 것이겠군요.”

영소혜는 그렇게 약간은 자조적인 어투로 말하였다.

“혜매가 들으면 서운할지 모르나 영웅성은 혜매가 장악하지 못하고 있었소. 단지 영웅성이라는 존재였소. 또한 내가 태상호법에 앉았으나 그저 그런 상전이 하나 더 생긴 것으로 생각을 한 것일 뿐이오. 그런 상태에서 용제가 그들의 오만을 꺾어 버린 것이오. 물론 내가 나서서 깨버릴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도 그들은 그러려니 하고 말 것이오. 그러나 용제가 이렇게 한 것은 실로 파격적인 일이고 신진들에게 활기를 줄 것이오. 또한 용제라는 구심점이 생겼기에 내가 없어도 문제가 없이 일사분란하게 지휘가 될 것이오.”

“알고 있어요. 제가 성주로 있으나 그들에게 진정한 성주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요.”

“자 가봅시다.”

지성룡과 영소혜는 연무장으로 갔다.

지성룡과 영소헤가 도착하자 비무를 하려고 하던 참이었다.

그들이 도착하자 단상에 먼저 나와 구경을 하려고 준비하던 각주들과 당주들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지성룡과 영소혜의 자리가 황급히 놓여졌다. 당연히 지성룡과 영소혜가 자리에 앉을 때까지 비무는 시작되지 못하였다.

영웅성에 머무는 식솔이 칠천여명인데 근 사천 가까이가 구경을 하기 위해 나와 있었으니 실로 영웅성의 모든 식솔이 나왔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성룡과 영소혜가 자리에 앉자 곧 이어 비무가 시작되었다.

용소명은 지금까지 방어적인 형태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공격을 하기 시작하였다.

지성룡에게 전수받은 무공을 사용하여 공격을 하기 시작하였다.

어자춘은 예상과 달리 용소명이 공격을 하여 오자 기선을 제압당해 수비에 급급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더구나 거리마저 용소명에게 뺏겨 자신이 공격하기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자 고전을 하기 시작하였다. 거기에 용소명이 어떻게 아는지 공격이 시작되기도 전에 예봉을 꺾어버리기에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오십여초가 지나갔다. 그러나 공격을 당하는 어자춘에게는 한초한초가 신경이 쓰였고 벌써 가뿐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더구나 생각지도 않은 용소명의 검초는 예리하였다. 지성룡에게 지난 날 배운 것을 모두 쏟아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단지 지성룡에게 배운 것 만이 아니라 자신의 본래 무공의 특성을 가미하여 시전하는 것이기에 어자춘은 막아내기에 급급한 실정이었다.

육십초가 되자 어자춘은 일방적으로 막고 피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더구나 어자춘의 독문 검법인 승풍파랑검법이 용소명에게 아무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자 전세를 뒤집을 수도 없었다.

백여초만에 어자춘은 녹초가 되어버렸고 결국에는 자세가 무너지고 말았고 그대로 용소명의 검이 안면을 향하여 폭사되어 왔다 엉겁결에 들고 있던 검으로 막았으나 용소명의 위력있는 검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행히 용소명은 시전하던 검초를 검만쳐내는 것으로 마무리하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목숨이 사라질 판이었다.

검을 쳐낸 용소명은 뒤로 물러나서 연무장의 가운데로 왔다.

자리에서 일어난 어자춘은 가운데로 나왔다.

“졌소이다.”

어자춘이 모두가 들을 수 있을 만큼 또렷한 목소리로 패배를 선언하였다.

“영웅성 천세.”

어자춘은 졌지만 당당하였다.

이미 대세를 볼 능력이 있었다. 그의 연호로 장내는 천세의 함성이 일어났다.

이미 며칠 전부터 패배를 예감하고 있었고 결국 비무에 진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론은 깨끗하게 승복하고 승자에게 축하를 보내고 승자인 용소명에게 영광을 주기로 한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천세의 선창은 영웅성의 상하를 하나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영웅성에서 시작한 천세는 영웅성주, 태상호법, 풍운무적군단, 군단주로 이어져 풍운무적군단이 실체를 우뚝 드러내게 만들어 주었다.

아울러 어느 사이에 용소명은 지성룡과 영소혜를 제외한 이인자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물론 영웅성에는 원로들과 다른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은 당당하게 비무를 통하여 자신의 자리를 굳힌 용소명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잘하였다.”

용소명을 만난 지성룡이 한 첫마디였다.

용소명은 풍운무적군단주를 맡은 이후 처음으로 지성룡과 대면을 하였다. 그동안 지성룡이나 용소명이나 서로 찾지 않았다.

“어려운 일을 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하나 너무나 힘든 일이었습니다.”

“힘든 일이기에 누구나 할 수는 없는 일이지. 하나 이렇게 어렵게 이룩한 것이기에 누구도 거부하지 못하는 존재가 된 것일세. 무인에게 있어 강자만큼 인정 받는 존재는 드무네. 그 강자라는 것은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정을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하네. 그런 의미에서 최고의 과정을 통하여 최고의 결과를 얻었네.”

지성룡은 용소명이 생각보다도 빨리 단기간에 일을 마무리하자 기쁘기 한량이 없었다. 앞으로 용소명이 영웅성의 군권을 장악하고 이들을 하나된 지휘체계로 갖추는 것은 시간 문제이기 때문이었다.

“이번 비무를 하면서 정파보다 오히려 이들이 정정당당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네. 이제 돌아가야 될 시점이 되었네. 모레 떠날 것이니 앞으로 잘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소제가 할 일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기에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지성룡은 용소명이 안다고 하자 능청스럽게 한번 물어보았다. 용소명의 의표를 찌르는 것은 재미가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많았다. 그것을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궁금하였다.

“원하는 것이 영웅성을 뜻대로 움직이게 만들어서 지금보다 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옵니까? 또한 사천공략에 대한 철저한 후방지원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용소명이 그렇게 반문을 하자 지성룡은 미소를 지었다.

“강남일통.”

지성룡의 말에 용소명은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말이 너무나도 쉽게 나왔기 때문이다.

“하오면 남경상림과 상권전쟁을 다시 하고 사마세가의 상권마저 침범하라는 것입니까?”

용소명은 사천공략의 지원을 하는 시점에 그것마저 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이기에 지성룡에게 다시 확인하였다.

“맞네. 사천공략의 성패는 오히려 후방에 있네. 사천을 고립시키기 위해서는 우리의 후방이랄 수 있는 남경상림을 고립시켜 그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하여야 하는 것이네. 또한 항주의 사마세가가 당가와 연수를 하여 움직이지 못하게 하여야 하네. 그들이 우리의 고립을 유유히 통과하여 사천을 왕래한다면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되어 버리는 것이네.”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입니다. 결국 사년전에 종결된 강남상권분쟁을 재연하라는 것이옵니까?”

“그렇네. 그때는 검황어르신이나 천하문에서 적당한 타협을 원하기에 멈춘 것일 뿐이네. 다시 재연을 한다고 하여도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세.”

지성룡의 말에 용소명은 조금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지성룡의 욕심이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제 이렇게 치밀하게 구상을 하여 두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사천공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것이 아니었다. 그 일을 빨리 마무리짓는 길 중에 하나가 남경상림이나 사마세가가 사천과 거래를 못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었다.

“알겠사옵니다.”

“내키지 않은가?”

“아니옵니다. 사실 생각은 하면서도 해볼 생각은 못한 일입니다.”

“한두 달 동안 영웅성을 공고히 하고 그 후에 남경상림과 사마세가를 공략하는 일을 시작하게. 사천에 관한 일은 그 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네.”

“예.”

풍운대군 용소명이 영웅성의 군권을 장악하였다.

이 소식은 지성룡의 혼례에 이은 또 다른 소식이 되어 중원으로 퍼져 나갔다.

천하군단에 이은 영웅성의 풍운무적군단이 실체를 드러낸 것에 무림은 주목을 하기 시작하였다.

오천의 무력을 가진 천하군단과 풍운무적군단의 출현은 천하를 긴장시키기 시작하였다.

본격적인 지성룡의 천하제패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일 수밖에 없었다.

대문파나 세가에서 실질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무력이 천여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일만의 무사를 보유하는 것은 열개의 문파를 상대할 무력을 갖추는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런 움직임은 이미 어느 정도 예견이 된 일이기에 충격이 적었지만 용소명이 등장한 방법이 충격적이기에 다시 한번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방법은 지성룡이 군웅회의 여덟을 연파한 수법과 비슷하기에 더욱 주목을 받을 수가 있었다.

아울러 이런 소용돌이 속에 지성룡은 영소혜를 동반하여 개봉으로 출발하고 있었다.

“당가에서 천하문과 대립을 포기하였다는데 사실이오?”

사천동맹을 논의하던 아미, 청성, 점창은 당가에서 천하문과 대립을 포기한다는 말에 맥이 빠지고 말았다.

“그러합니다. 당가의 문인들에게 내려진 훈령이 천하문과 불필요한 마찰을 최대한 줄이라는 것이오이다. 이 것은 명백한 당가의 포기 선언이 아니오이까?”

“그런 것 같습니다. 더구나 당가의 실권이 당문성이라는 애송이에게 넘어간 실정이라고 합니다. 그가 천하문에 동조하려는 자들과 합세하여 천하문이 들어오는 것을 오히려 도와주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로서는 제일 먼저 반발을 해야할 당가가 백기를 들어 버리자 맥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냐?”

복호선사는 외부를 경계하던 자가 급히 달려오자 물었다.

“당가의 당문성이 와서 들어오겠다고 합니다.”

“그 혼자이냐?”

“아닙니다. 당한영과 당한권을 동행하고 있습니다.”

“알았다. 들어오라고 하여라.”

아미의 복호선사, 점창의 신주검객, 청성의 유현도장은 하던 말을 멈추고 손님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들은 이곳에서 비밀리에 회동 중이었는데 당가에서 찾아온 사실에 서로를 마주보았다.

이 기밀을 누가 누설하였는가 서로 묻고 있었다.

그런 사이에 세명의 청년이 다가오는 것이 열려진 문으로 보였고 그 중에 한 청년이 안으로 들어왔다.

“소생 당가의 당문성이라 하옵니다. 긴한 말씀을 나누시는데 이렇게 불쑥 찾아와 죄송합니다. 하나 긴히 드릴 말씀이 있기에 실례를 무릅쓰고 온 것입니다.”

당문성이 예를 표하자 각자는 자신들의 방식으로 예를 표하였다.

“왔으니 앉으시게.”

복호선사가 자리를 권하였다.

당문성은 성큼성큼 다가와서 자리에 앉았다.

“이렇게 찾아온 이유가 있을 것이니 하시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보시게.”

“천하문을 맞아들인 본가의 처사에 심히 우려를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하나 본가는 결코 그들이 좋아서 받아 들인 것이 아니라 훗날을 위해 물러선 것일 뿐이옵니다.”

“물러섰다? 그러면 당가는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으시오?”

“천하문은 사천에 교두보가 없습니다. 그 말만을 드리고 싶습니다.”

당문성의 말에 그들 삼인은 말이 없었다.

“당가는 사천에서 천하문을 맞아 싸운다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우리가 사천 밖으로 나간다면 필패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들어온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조금 기다렸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반격을 할 생각입니다.”

“음, 그렇다면 우리가 당가에 대하여 잘못 알고 있는 것이구려.”

“그렇습니다. 때문에 세분이 논의하는 사천의 연수도 당분간 비밀로 해주시기를 청합니다.”

“그렇게 해달라는 것은 천하문을 안심시키기 위해서인가?”

“그렇습니다. 천하문이 사천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 올 때까지는 우리들의 움직임을 보여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당문성의 말에 그들 삼인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당문성의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표시였다.

“당시주의 말이 실로 합당하나 천하문이 그런 대비도 없이 들어올 것 같소?”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악양에 이천의 무사들을 배치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들도 천지문이 동조를 한다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릴 것입니다.”

당문성의 말에 복호선사는 흠칫 놀라는 표정이 되었다.

“천지문과도 이미 협의가 된 내용이오?”

“그렇습니다. 천지문에서도 때가 되면 동조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천지문은 지금의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 아닙니까?”

“알았네. 일단 우리들이 협의를 해보고 결정할 것이오. 시주가 이렇게 와서 말해주니 우리의 의구심이 사라지게 되었소이다.”

복호선사는 당가가 포기를 하지 않은 사실이 기뻐 반색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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