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111)
유광한은 무창에 당도하였다.
말을 모는 일은 유광한에게 편안한 일이었다. 항상 말을 타고 생활을 하던 유광한 이기에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유광한이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자 모두들 표국에 남으라고 하였지만 유광한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가 있기에 돈을 받자 바로 떠났다.
유광한이 무창에 당도하자 무창은 영웅성의 경사로 술렁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유광한은 어눌한 어투로 물었다. 여행 중에 관어(북방어)와 남방어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기에 조심스럽게 억양을 최대한 숨기며 말을 하였다.
그는 막 헤어져서 객잔에 여장을 풀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앞에 앉아 있던 장한 두명이 유광한을 보았다.
“이 친구 완전히 세상 소식은 모르는 구만, 천하제일인이라는 참룡검객과 영웅성의 성주가 내일 혼인을 한다네.”
유광한은 다른말은 잘 못알아 들었지만 참룡검객이라는 말은 알아들었다.
“자세히 말씀을 해주십시오. 소생은 산해관에서 표행을 따라 오늘 도착하여 잘 모릅니다.”
유광한은 북방어를 내비치며 말을 하였다.
“잘 들어보게.”
유광한이 북방사람임을 감안하여 천천히 또박또박 말을 하여 주었고 유광한은 어느 정도 말을 알아들었다. 다행히 북방에 가본 사람인지 북방어를 사용하여 유광한이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가 될 수 있었다. 근 한달간의 표행에서 유광한은 중원의 관습과 언어에 대하여 꽤 익숙해 졌다. 그러나 남쪽에 오자 그 모든 것이 다시 새로 익혀야 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소생이 모르는 것을 일깨워 주어서 감사합니다.”
“다 주어들은 것일세. 한데 자네는 표사를 그만두었다는데 앞으로 무엇을 하려는가?”
유광한은 어느 표국에서 일하였고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하여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제 강남에서 뭔가를 해보려고 한다는 말인가? 허참, 대책이 없는 친구로구만. 강남이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네. 하긴 표사를 하였다면 무공을 익히고 있을 것이네 영웅성 지단에 들어가서 무사를 해보게.”
“그렇게라도 하면 되겠지요? 한데 천지문은 어떠합니까?”
“천지문도 마찬가지네. 허나 무사가 될려면 영웅성이 낫지. 천지문은 얼마전에 영웅성과 천하문에 굴복하였네.”
유광한은 자신이 중원의 소식에 어둡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이야기도 마저 하여 주십시오. 소제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제가 술 한잔 사겠습니다.”
“이 친구 세상 물정은 모르는데 눈치는 빠르네. 정식으로 우리 통성명이나 하세.”
유광한이 싹싹하게 말하는 것이 마음에 드는지 삼십대 중반의 두 사람은 자신들을 소개하였다.
유광한이 보기에 한마디로 별볼일 없는 장돌뱅이였다. 그러나 장돌뱅이의 특성상 온갖 소문에 능통하여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강호의 일에는 상당히 정통하였다.
유광한이 이런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상당한 행운이었다.
“천하문은 장사를 하거나 표국일을 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하네. 그들이 지금 천하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네.”
유광한에게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것까지 알려주었다.
“자네도 돈을 벌려면 천하문을 찾아가게. 특히 또 다른 천하문이라고 하는 구룡상단은 천하문의 오대성씨가 아닌 자들에게도 능력만 되면 발탁을 하기에 우리 같은 장돌뱅이들이 많이 가 있네. 우리야 한 곳에 얽매이기 싫어 이런 생활을 하지만 장사 잘하는 장돌뱅이들이 많이 갔네. 자네가 마음이 있으면 내가 줄을 대줌세.”
“아닙니다. 저도 한 곳에 얽매이기 싫어 이렇게 천하를 유랑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천지문이 한때 잘 나가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천하문과 영웅성에 밀려 아니니 가지도 말게.”
그러나 그때까지 조용히 있던 한 사람이 반론을 하였다.
“모르는 일이네. 사천을 공략하는 일이 시작된 이래 천하문과 영웅성에 대응하여 사천에서는 뭔가 움직임이 수상하고 얼마 전에 봉문에서 풀려난 사대 문파가 여기에 가세한다고 하며 천지문도 여기에서 한 축을 형성한다고 하였네. 그렇게 본다면 오래지 않아 천지문을 비롯한 그들이 반격을 할 것이니 지금까지는 모르는 일이네.”
유광한은 새로운 사실에 귀를 곧추세웠다.
“물론 그런 움직임이 있으나 천하제일고수가 없네.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연합하여 막기는 쉬운 일이 아니네. 같이 있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서로 헤어져 있는데 상대가 되겠는가?”
“그 점은 그렇기도 하네. 일단 한 놈만 먼저 족치고 다시 한 놈 족치고 하면 당할 수는 없지.”
“물론 떼거리로 몰려 싸우면 되지만 그렇게 하다가는 큰 전쟁이 나게 될 것이고 인심은 그들에게 돌아설 것이니 그리 쉬운 일도 아닐 것이지.”
그들의 이야기는 왔다 갔다 하여 종을 잡기는 어려웠지만 오히려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 것을 들으면서 보다 객관적으로 중원정세를 알 수 있었다.
유광한은 초저녁부터 시작하여 새벽녘까지 그들에게서 중원의 온갖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천지문이 중원을 도모하는데 교두보의 역할을 할 수가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천하문이 우위를 가지고 있지만 천지문은 그 반대의 선봉에 있는 것 같다. 일시적으로 힘에 밀려 굴복을 하였지만 사천을 공략하게 되면서 사천의 문파들이 가세하고 사대문파가 다시 가세한다면 결국 오히려 천하문이 열세에 처할 수도 있다.’
유광한은 오늘 들은 정보를 토대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하나 근본적으로 현재 천하정세는 주도권을 천하문이 쥐고 있다. 일례로 무림맹을 장악하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오히려 그들이 약자이다. 결국 내가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모르지만 천지문에 내가 가세한다면 그 싸움은 더 커질 것이 아닌가?’
자신은 중원인이 아니기에 중원에서 싸움이 커지면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혼례식을 보고 참룡검객을 살펴보고 처음의 생각대로 천지문에 가야 하겠다.’
지성룡과 영소혜의 혼례는 산당히 성대하게 거행되고 있었다.
명목상으로는 영소헤가 지성룡의 소실이지만 그런 것은 결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마치 정실을 맞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대하였고 혼례도 그러하였다. 물론 정실을 맞건 소실을 맞건 혼례야 대동소이하였지만 소실의 혼례가 이렇게 성대한 적이 없었으니 비교가 불가능하였다.
영웅성에서 모든 준비를 하였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사마는 연신 몰려온 손님들에게 축하를 받고 만면에 웃음이 활짝 피어있었다.
그러나 나이는 속일 수 없는지 간간히 자리에 앉아 쉬면서 가쁜 숨을 내쉬기도 하였다.
어찌되었건 만혼인 영소혜의 혼례는 문제가 없이 마무리되어지고 있었다.
특히 인자기가 무림맹주 명의로 천하신존(天河神尊)이라는 명호가 쓰여진 휘호를 증정하여 한껏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그러나 이 결혼식을 바라보는 몇 개의 눈은 지성룡과 영소혜를 노려보고 있었다.
지성룡도 그런 눈길에 보이지 않게 예민하여 져서 그들을 의식하고 있었다.
‘저 뒤에 있는 중년인 차림의 인물은 본문에서 왠만한 적수가 없을 만큼 강해보인다. 겉 모습은 중년인 이지만 나이는 추측이 어려울 정도다. 누구인가? 조금만 가까이 갈 수 있다면 그 기운을 파악하여 정체를 대략 짐작할 수가 있을 텐데…..’
그렇게 혼례에 임하여서도 지성룡의 신경은 자신을 노려보는 인물들에게 쓰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거기에 저 쪽에서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용제 또래의 인물은 누구인가? 그에게서는 정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파에서 저런 인물이 나왔다면 만만치 않을 것 같구나.’
지성룡이 신경을 쓰고 있는 두번째 인물은 유광한이었다.
그들은 은연중에 기세를 표출하였고 지성룡에게 감지가 된 것이다.
지성룡은 식을 하면서도 한편으로 그들을 경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 인물이 기습을 한다면 실로 치명적인 사태가 벌어질 것이기에 당연하였다.
암습이 벌어진다면 결국 자신이 막아내지 않으면 누가 지켜주지 않을 것이다.
보인다면 결국 공격할 틈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혼례를 아예 막고서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혼례를 하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강한 인물이 둘이나 노려보는 상황에서 긴장을 하지 않는다면 비정상이었다. 그렇게 긴장을 한 가운데 혼례식을 거의 한시진에 걸쳐 하고 나자 지성룡은 녹초가 되고 말았다.
그의 등줄기에서는 땀이 주르르 흐르고 있었다.
지성룡이 혼례를 마치고 찾아보았을 때는 그들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그렇기에 지성룡의 마음은 혼례식이 끝나고서도 무겁기 그지 없었다.
“역시 나는 여자인가?”
제갈휘미는 황영지가 그런 말을 하자 마음이 안좋았다.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이상한 것일 것입니다.”
“그렇겠지. 한데 미워하지 말아야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것이 안되는데……”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예로부터 시앗싸움은 부처도 돌아앉는다고 하였습니다. 당연한 일인 것입니다.”
“그럴까? 미워하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미운 것은 어쩔 수가 없어. 이미 오년전부터 이런 일을 예상하였지만 지금에도 받아들이기는 힘이 드니…”
순간 황영지의 말에 제갈휘미는 흠칫한 얼굴로 보았다.
자신이 생각하는 일도 그러한 일면을 가지고 있기에 도둑이 제발 저리는 것처럼 마음 한구석에 뜨끔한 기분이 든 것이다.
“마음을 진정하시고 대범하게 생각하세요.”
제갈휘미는 그 말을 하는 것으로 황영지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오월 스무 닷새, 지성룡과 영소혜의 혼례식이 열리는 날 황영지의 기분은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아 있었다.
무상천녀라는 황영지로서도 마음이 쓰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감축을 드립니다.”
인자기는 지성룡이 혼례가 끝난 후에 불러 들어가다 자신만이 있자 약간은 의아하였다. 언제건 용소명을 같이 부르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었다.
“쑥스럽습니다. 일단 앉으시지요.”
지성룡이 권하는 자리에 앉다가 지성룡이 약간 굳어있자 흠칫하는 기분으로 자리에 앉았다.
“인총사님을 뵙자고 한 것은 용제의 일을 의논하기 위해서 입니다.”
인자기는 갑자기 용소명을 거론하자 흠칫한 표정이 되었다. 뭔가 잘못하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용제가 잘못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용제를 이곳 영웅성에 남길까 해서입니다.”
“예, 하나 여기에서 굳이 할 일이 있습니까?”
“얼마 전에 영웅성 대총사를 하던 화왕께서 타계를 하였고 대총사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차라리 이 기회에 용제를 대총사를 삼아 천지문을 견제하는 일을 시키고 남경상림을 견제하는 일을 맡길까 하는데 총사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물론 능력은 되지만 나이가 어리기에 반발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자칫 이 영웅성을 점령한다는 느낌을 준다면 다른 사람들이 반발을 할지도 모릅니다. 아직 나이가 어리기에 쉽게 수하들을 다스리기에는 어려운 처지 입니다.”
인자기는 반대의 뜻을 표하였다.
“정 남기시려면은 총사자리보다는 그 보다 한단게 낮은 자리를 주어 일정 기간동안 적응기를 가진 연후에 대총사를 맡기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인자기의 의견은 논리가 정연하였다.
무림이 아무리 강자존의 세상이지만 연배는 무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인총사의 뜻을 알겠습니다. 하면 무력을 총괄하는 자리정도로 하여 풍운무적군단을 하나 만들어 조직을 개편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그 정도라면 크게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하나 그 정도 자리를 맡으려면 무공이 강해야 할 것인데 그 정도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인자기는 아직까지 무공에 관하여는 안목이 없기에 우려를 하였다.
“용소제는 지난 오년간 무공에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습니다. 제 십초지적은 충분히 될 것이고 내자들에게는 백초지적은 될 것입니다. 실전을 거친다면 그리 약한 편은 아닙니다. 무림정의대주인 형님에게도 아마 오백초는 버틸 역량이 될 것입니다. 아마 어려울 것이지만 일단은 맡겨볼 생각입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그 정도라면 그리 어려울 것은 아니겠습니다. 하나 현재 영웅성의 지단주들은 무림정의대주만한 실력자들이 상당히 있습니다. 그들을 장악하려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용제가 그들을 단기간에 뛰어 넘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용제를 한번 시험해볼 생각입니다. 앞으로 더 큰 시련이 다가올 지도 모릅니다. 용제가 큰 전쟁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본다면 지금 어려울지라도 한번 맡겨 단련을 시킬까 합니다.”
지성룡이 이렇게 하는 데는 송천영과 제갈휘미가 있기에 가능하였다. 그 둘은 용소명이 하던 일을 상호 보완적으로 잘 인수하여 하고 있었다.
거기에 용주상이 가세하여 무력을 총괄하기에 용소명이 빠져도 크게 문제가 없다는 점이 작용하였다.
“하나 용소제가 빠져나가면 구룡상단은 조금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제갈맹주의 따님이 상당히 수완가이고 용제의 의형인 송행수가 일을 상당히 능숙하게 처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양주상을 호상단주로 받아들여 상단의 안위에도 크게 문제는 없습니다.”
“아, 그렇게 보니 세 사람이 새로 왔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이 있다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용제로서는 새로 어려운 일을 맡을 것 같습니다. 영웅성이 정파로 돌아섰지만 아직도 그 뿌리는 사파에 두고 있기에 거친 자들이 부지기수 입니다. 그들을 이길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하나 이겨야 합니다. 그 정도도 못 이긴다면 천지문이나 사대문파, 당가를 상대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입니다. 용제는 아직까지 거친 무림을 겪어 보지 못하였습니다. 계교를 써서 하는 일은 능하지만 직접 부딪치는 일은 능하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제 용제를 불러 일을 통보하도록 하겠습니다.”
지성룡이 용소명을 불렀고 곧 용소명이 들어왔다.
용소명은 인자기가 같이 앉아 있자 내심으로 자신이 한 비밀작업 때문에 가슴이 철렁하였다.
그 일을 최종적으로 마무리하고 오던 중이기 때문이었다.
“앉게.”
용소명은 지성룡이 자리에 앉으라고 하자 내심으로 가슴이 철렁하였다.
“자네를 부른 것은 이곳에 남으라고 말하기 위해서네.”
지성룡의 말에 용소명은 이곳에 누군가 지성룡을 대신하여 남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였지만 자신이 지목되자 약간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풍운각을 풍운무적군단으로 개편할 생각이네. 그 풍운무적군단을 이끌어 향후에 있을 각 세력과의 각축을 대비해 주게.”
지성룡의 말에 용소명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야기가 진행된 것을 알았다.
“풍운무적군단은 천하문에서 천하군단처럼 최정예로 조련을 하여야 하네.”
지성룡의 말에 용소명은 풍운각에 있는 이천의 무사를 통솔하는 것 외에 뭔가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네가 총괄하는 것은 풍운각 휘하만이 아니라 악양에 있는 천명의 무사들과 지단주들까지 총괄하여야 하네.”
용소명은 그 말에 천하군단만큼의 무력을 총괄하는 자리라는 것을 알았다.
“하나 어려운 일이네. 영웅성은 그 뿌리가 암흑가인 만큼 아직도 어느 문파보다 강자존의 전통이 강하네. 자네가 본단에서부터 일대 일로 그들을 꺾어 나가야 할 것이네. 본단의 실력자들을 꺾고 지단의 지단주들까지 꺾어야 진정한 자네의 수하가 될 것이네.”
용소명은 아무 말도 없이 듣고 있었다.
지성룡이 원하는 바는 진정한 영웅성의 장악을 원하고 있었다.
“내부적으로 안정이 되었지만 강자들이 자신의 영역을 가지고 버티고 있네. 내가 항상 이곳에 있을 수도 없네. 내가 있다면 그들은 숨을 죽일 것이나 내가 떠난 이후 자네가 남는다면 어려울 것이네. 이를 이기고 자네가 우뚝 서기를 바라네.”
용소명은 마치 자신이 사자 우리에 던져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 보름 후에 내가 떠날 것이네. 그사이에 철저하게 장악을 하게. 그 이후에는 힘으로 굴복을 시켜야 할 것이네.”
“제가 영웅성을 꺾으라는 것입니까?”
“그렇네. 자네를 풍운무적군단의 군단주로 임명은 할 수 있지만 진정한 군단주가 되는 것은 자네의 능력이네. 계교와 무력으로 웅크리고 있는 맹수들을 굴복시켜야 하는 것이네.”
지성룡이 노리는 바를 깨닫고 있었다. 그렇기에 용소명은 오년 전 지성룡을 찾아 떠날 때의 설레임이 솟아 오르고 있었다.
“내일 이 내용을 발표하고 자네를 그 자리에 앉힐 것이네. 그러나 나나 내자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자네가 그 자리를 만들게. 내가 있는 동안은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네. 떠난 이후에 자네가 이겨내야 하네.”
용소명의 풍운무적군단의 군단주 임명은 영웅성을 술렁이게 하는데 충분하였다.
우선 풍운각의 기존 수뇌부의 반발에 당면하였다.
외당 소속이던 지단주들을 풍운무적군단의 소속으로 바꾸어 버리자 그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었다.
용소명은 내부의 반발에 부딪쳐 일을 하는 것이 어려울 지경이었다.
‘허,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인단 말인가?’
풍운각주이던 철사황 어자춘은 부군단주가 되자 내심 불만을 가지고 사사건건 비협조적이었다. 용소명에게 완전히 반기를 드는 것은 아니지만 말을 무시하면서 교묘한 수법으로 수하들을 움직여서 방해를 하였다.
삼일이 지나도 그 것은 고쳐지지 않았다.
‘결국 내가 저자들를 힘으로 꺾기를 바란단 말인가?’
용소명은 어자춘을 보자 이길 자신이 별로 없었다. 용소명이 보기에 오히려 용소명보다 반수정도는 위로 보였다.
‘정말 내가 저자를 이길 무공을 닦으라는 것인가?’
지성룡의 의도를 잘 파악한다고 자신하는 용소명이지만 이번 일만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일단 풍운각주이던 어자춘을 제외하고는 모두 나와 동수정도이다. 본단에 있는 팔대주들 중에 제일 강해 보이는 유성검 채장을 한번 꺾어야 하겠다. 그러나 그를 먼저 꺾는 것보다는 제일 약한 팔대주인 어기천부터 하나씩 꺾어야 하겠다. 더구나 어자춘의 동생이니 어자춘의 무공을 엿볼 수도 있을 것이다.’
“회의를 참석하라고 하였는데 오지 않으면 안되지 않소. 그대를 오늘 군령으로 다스리겠다.”
용소명은 아침 진시에 여덟명의 대주와 부군단주에게 회의를 통보하였으나 오지 않아 일각을 기다리다가 팔대주를 찾아갔다. 아마 이각이 지나면 꾸역꾸역 모여들 것이지만 일각이 되자 곧바로 집무실로 쳐들어간 것이다.
용소명이 그렇게 말하자 팔대주는 오히려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내가 그대에게 제의를 하지. 나를 꺾는다면 그대가 향후에 무슨 일을 하건 내 상관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를 이기지 못한다면 그대는 내 말을 들어야 할 것이다. 연무장으로 나와라.”
용소명의 도전에 어기춘은 밖으로 따라 나왔다.
무인인 이상 싸움을 청하면 받아야 했다.
더구나 명색이 상관이기에 따라야 했다.
“용제가 시작을 하였는가?”
지성룡은 용소명이 팔대주인 어기춘을 불러 내어 싸운다는 말을 듣자 영소혜에게 그렇게 말하였다.
“상공, 아직은 용동생이 약하지 않나요?”
“아마 곧 강해질 것이오. 용소제는 실전에 상당히 강한 면을 보이는 유형이오. 지금까지 실전을 별로 겪어 보지 못하여 무공을 몸과 머리로 익혔소이다. 아마 몇번의 비무를 한다면 급속도로 성장할 것이오.”
“이렇게 저들을 확실히 꺾어야 하나요? 지금도 저들은 충실한 본성의 수하들이 아닌가요?”
“내가 항상 이곳에 있다면 문제가 없으나 내가 없다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가 있소. 철저하게 저들을 정복해야 하오. 그래야 혜매에게도 이빨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오. 나에게는 저들은 결코 이빨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오. 그러나 용제라면 나에 대한 불만까지 합쳐 이빨을 드러낼 것이오. 또한 용제도 강해져야 하고 이런 투쟁을 이길 능력을 길러야 하오. 그리고 영웅성의 힘이 천지문을 압도할 정도가 되려면 천지문의 고수들을 압도할 능력이 되어야 하오. 패왕, 수왕, 화왕 정도의 고수가 있어야 하는데 그 정도 고수는 없소이다. 용제가 그런 고수들을 찾아내고 만들어 내기를 바라는 것이오.”
지성룡의 말에 영소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수들은 많아졌지만 삼왕만한 고수들은 없었다.
천지문을 압도하지 못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용소제가 가장 약한 팔대주를 시작으로 칠대주, 육대주 식으로 하나씩 매일 꺾어 간다면 열흘후면 부군단주를 꺾을 수 있을 것이오. 내가 있다면 그렇게 되어갈 것이오. 일단 부군단주를 꺾으면 내가 떠나갈 것이오. 그때는 혜매도 같이 개봉에 가도록 합시다.”
지성룡의 말에 영소혜는 지성룡의 생각을 읽자 무서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제가 보기에 지금 반수정도는 아래인데 열흘사이에 그것이 가능한가요?”
“용소제는 무공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오. 오늘의 비무로 어자춘의 무공이 용소제에게 다 파악이 될 것이오. 내가 알기에 어기춘의 무공이나 어자춘의 무공이나 같다고 들었소이다.”
영소혜는 지성룡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상공을 보면 지금 도박을 하시는 것 같아요.”
“후후, 그럴지도. 그러나 용소제가 이 도박에 이겨야 다음을 준비할 수가 있는 것이오. 이 도박을 못이긴다면 결국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오.”
“그럼 향후의 전쟁에서 최전방에 세우실 것인가요?”
“그렇소. 전쟁은 장수가 하는 것이지 왕이 하는 것이 아니오. 용제는 향후에 전쟁을 하는 장수가 되어야 하오.”
“하나 지금까지 상인이었지 않아요?”
“물론 상인이지만 그 정도의 무공은 있어야 할 것이오. 전장에 나가 자신의 몸 하나는 지켜야 전쟁을 지휘할 힘이 생기는 것이오. 그렇지 못한다면 전쟁에 나가서는 짐 밖에 안될 것이오. 수하 하나도 휘어잡지 못한다면 결국 싸우기도 전에 자멸할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