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109)
지성룡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생각에 잠겼다.
‘실로 정말 부주의하게 처신을 하였도다.’
지성룡은 사천공략에 대하여 생각을 하자 성급하게 결정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만일 녹림의 무리들로 위장하여 공격을 한다면 그 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다고 녹림의 무리를 모두 토벌할 수도 없지 않은가?’
황영지의 말은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사대문파를 비롯한 당가, 천지문이 연수를 한다면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다. 거기에 소림마저 가세를 한다면 실로 천하의 절반을 적으로 돌려야 한다. 만상문까지 들고 일어나고 있다. 용제의 말로는 만상문의 세력으로 보이는 자들까지 등장하였다고 한다. 과연 이들 전부와 싸워서 이길 수가 있을까?’
지성룡은 실로 성급하게 자신이 칼을 빼어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장미빛으로 보이던 모든 것들이 잿빛으로 보이기 시작하였다.
‘정말 천우신조였구나. 이렇게 본다면 나 하나만 제거를 하면 본문은 너무나도 쉽게 무너질 수가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나를 제거할 움직임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이번 강남행은 실로 위험한 짓을 한 것이구나.’
자신이 경험이 없었던 것이 이번 일의 원인이었다. 누구도 자신의 강남행에 이런 위험이 있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었다.
더구나 자신이 없는 사이에 개봉을 공격한다면 개봉은 순식간에 초토화가 이루어 질 위험도 있었다.
‘결국 이번 혼례를 위한 강남행이 문제가 될 소지가 많구나.’
순간적으로 지성룡은 다시 강남에 갔다 와야 한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치자 머리가 아파왔다.
‘나는 정해도장 수준의 무인 둘이라면 이길 자신이 아직 없고 셋이라면 도주할 수도 없다. 그런 상태에서 너무 성급하게 움직인 것이란 말인가?’
지성룡은 황영지의 말에 들어 있는 것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모두가 맞는 말이었다. 무리하게 사천진출을 서둘러서 득이 될 것이 없었다. 거기에 사천진출로 인하여 천하문에 반하는 세력들이 결집하는 사태를 불러올 수가 있었다.
‘하나 오히려 타초경사의 계처럼 그들에게 경각심을 주어 움직이게 만들어 적아를 분명히 하는 것도 좋은 수다. 하면 허허실실(虛虛實實)의 계를 사용하여 사천에 진출은 하되 진짜는 숨기고 관망을 할까?’
사천진출이 여건이 갖추어지기는 하였지만 지금 계획대로 진출한다면 조직적인 반격으로 낭패를 당할 소지가 너무나 컸다.
그렇다면 치고 빠지는 작전으로 저들의 반응을 살필 필요도 있었다. 그렇게 몇 번 해보면 방법이 생기고 저들의 약점을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후에 본격적으로 해보는 것도 방법일 수가 있었다.
‘지매의 말이 맞다. 저번에도 너무 무리하게 하다가 검황어르신의 제지를 받았고 그 것이 지금에 와서 보면 정말 잘된 일이다. 만일 그렇게 되지 않았다면 더 곤란한 지경에 빠질 수도 있었다. 더 이상의 확장은 아직 무리다. 당분간 보류 하자.’
용소명이 지청운을 만나고 돌아왔다.
“만나 뵈었는가?”
“예, 다행히 양진충이 아직까지 크게 움직임이 없다고 합니다. 무림의 일을 말씀드리고 황궁에서 일어날 역풍에 대하여 말씀을 드렸습니다.”
“다행이다. 아마 그가 움직이지 않는 것은 우리의 눈을 의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수고하였네. 하나 그에 대하여는 우리도 지속적인 주시를 해야 할 것이네.”
“금위위에서 가지고 있는 자료를 본다면 양대장군부의 이면에는 상당한 저력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신중한 주시를 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알았네. 한데 이번에 사천진출은 다시 한번 더 검토를 하고 신중하게 해야할 것이라 생각이 들어.”
“보류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니 추진은 하되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는 없다는 것일세. 오히려 외곽에서 먼저 조여들어가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아.”
용소명은 지성룡이 다소 소극적으로 말을 하자 어이가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그렇게 적극적이더니 다시 냉정해진 것이기 때문이었다. 어찌 보면 변덕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너무 서두르다가는 큰 낭패를 당할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늦어지는 결과가 발생할 것이네. 사천에는 우리에게 우호적인 세력이 없네. 강남과는 다른 곳이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조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강남행은 문제가 있어 보여. 만일 다시 그렇게 간다면 위험천만해질 것이야.”
용소명은 지성룡이 먼저 꺼내자 다시 놀랐다. 지성룡이 모를 줄 알고 있었는데 알고 있었다.
“아시고 계셨습니까?”
“그렇네. 너무나 위험한 짓을 하였네. 다음부터는 그런 실수를 해서는 아니될 것이네.”
“저도 크게 자책을 하였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실 것이옵니까?”
“갈 때는 본문의 사람들과 움직이고 올 때는 영웅성의 지존호위대 삼백을 동행할 생각이네.”
용소명은 지성룡이 간단히 말하자 자신이 생각하고 지일광과 의논한 것이 갑자기 쓸모없는 것이 되어 버리자 할말이 없어 멍하니 있다가 지성룡에게 물어보았다.
“만일 이번에 아예 그물을 쳐서 그들을 유인하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어리석은 짓이다. 어떤 식으로 하던 희생이 따르고 만일 조금만 문제가 생긴다면 치명적인 일이 발생할 것이다. 그런 도박은 피하는 것이 좋다.”
지성룡의 말에 용소명은 할말이 없었다.
“그런 짓은 괜한 피해만 입을 수가 있다. 그러니 그런 일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리고 움직이는 동안 철저하게 감시를 하여 이상한 징후가 발견되면 대비를 할 생각이다.”
용소명은 자신의 계책이 소용이 없게 되었지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무슨 계획인지 한번 말해 보아라.”
지성룡은 용소명이 세운 계획이 궁금하여 물었다.
용소명이 지일광과 협의한 계획을 말하였다.
“음, 그 말을 듣고 보니 지존호위대 삼백으로도 만일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다소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니 다른 부분은 제외하고 증조부님이 나서는 부분만은 다시 검토를 해보는 것이 좋겠다. 물론 자네는 내가 출발하는 즉시 호상단을 합수진 근처로 이동시키도록 하게.”
“예, 그렇게 조치를 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토록 하겠습니다.”
고즈녁한 산속의 조그마한 암자에 몇 명의 도사 차림의 인물이 찾아 들었다.
그들은 소사미의 인도로 세 채의 건물 중에 가장 뒤쪽에 있는 불당으로 안내되었다.
“어서오시오, 유현도장.”
이미 안쪽에는 한명의 노승이 자리하고 있었다.
“복호도장도 그간 무고하셨습니까?”
“산사에서 지내는 것이 다 그렇지 않겠소.”
“하온데 이렇게 소식을 넣어 만나자고 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내일이면 오년 봉문이 끝나지 않는가? 이제 다시 미루어 두었던 승부를 해야하지 않겠소?’
복호도장의 말에 유현도장은 흠칫한 표정이 되었다.
“저희 장문인께서 이번 기회에 천하문의 천하제패를 막을 동맹을 만들기를 원하십니다.”
한 때는 매일 같이 보면서 무림맹에서 허물없이 지내었지만 오년이 넘게 떨어져 있자 이제는 말하기도 서먹서먹해졌다.
“현재로서는 사대문파에 당문, 그리고 소림과 천지문을 고려해 볼 수가 있겠구려.”
“그렇습니다. 암중으로는 화산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화산도 봉문을 깨고 나오면 될 것입니다.”
“동맹을 맺는다는 것은 무림맹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입니까?”
“그렇게 하려고 하여도 역량이 되지를 못합니다. 아예 탈퇴를 해 버리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복호도장의 말에 유현도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자신들이 없이 오년동안 존재해온 무림맹인데 자신들이 그렇게 한다고 하여 무림맹이 크게 약화될 리도 없었다.
“일단은 저들이 지금 사천을 공략을 하기에 사천동맹을 출범시키려고 합니다.”
복호선사는 나직하게 당연하다는 어조로 말하였다.
“알겠소이다. 사천동맹은 점창과 당문만 참여를 하면 되니 성립시키기는 쉬울 것입니다. 종남과 무당은 연락을 따로 해봅시다. 그리고, 소림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소림에 한번 누가 다녀와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합시다. 소림의 무정선사를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참룡검객을 막아서려면 그에 걸맞는 고수들의 연합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천지문의 율사청도 필수적입니다.”
“맞소이다. 지난 세월 본문도 절치부심하여 참룡검객을 대비한 준비를 하였습니다.”
유현도장은 봉문하는 오년동안 놀고 있지 않은 것을 표하였다.
“아미도 마찬가지요. 한손으로 안되면 두손으로 막고 두손으로 안되면 백손으로라도 막을 것이오.”
복호도장의 말도 아미도 뭔가 대비를 하였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그 것은 무당이나 종남 모두 그러할 것이오. 전 문도들이 한단계 이상 무공의 상승이 있었을 것이오.”
유현도장의 말에 복호도장은 염화시중의 미소로 답하였다.
황영지는 제갈휘미를 불렀다.
제갈휘미는 생각보다도 훨씬 유능하여 구룡상단의 모든 것을 일순간에 파악하고 일에 대하여 의욕을 보여 황영지가 말을 하기도 전에 모든 것을 알아서 할 만큼 빠르게 적응하고 있었다.
“천하정세에 대하여 어느 정도 파악을 하였을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에 대하여 말해보려고 불렀다.”
제갈휘미는 황영지의 얼굴이 그리 밝지가 않기에 뭔가 안좋은 일이 있나 걱정이 되었다.
“조금 천하정세가 어수선 합니다. 사대문파가 다 봉문이 내일이면 풀리게 됩니다. 그들이 봉문을 푼다면 모든 것이 변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보아야 할 것이야. 그들은 지난세월 안으로 얼마나 절치부심 하였겠는가? 그들의 반격은 예전에 비하여 훨씬 신중하고 집요할 것이다.”
제갈휘미는 황영지가 상당히 지성룡의 일에 대하여 겉으로는 비판적이지만 많이 생각하는 것을 최근에야 깨닫고 있었다.
황영지는 약간 이기적인 모습으로 지성룡에게 대하지만 오히려 내면으로는 많은 걱정을 하고 보이지 않게 도움이 되려고 많은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럴 것입니다. 더욱 신중하고 날카로운 공격이 이어질 것입니다. 일례로 지금 천하문과 본 상단과 영웅성이 추진하는 사천진출에 대하여 결사적인 방해를 할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특히 전쟁은 사천에서 이루어 지기에 자칫 잘못하면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 것이 걱정이라 그 대비를 하고자 부른 것이야. 지금의 계획대로 한다면 백전백패 할 것이 뻔히 보여.”
황영지는 걱정스러운 어조로 나직하게 말을 하여 그 걱정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사천진출에 비관적이라는 것도 황영지가 걱정을 많이 하는 것을 알았다.
“제 생각에는 이번에만은 탐색을 하듯이 가볍게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분명 천지문을 필두로 당가, 아미, 청성, 점창이 연수를 할 것이 뻔합니다. 그들과 힘겨운 전투가 사천을 놓고 벌어질 것이며 장기전으로 생각하여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아니면 제 짧은 소견이지만 진출에 병행하여 봉쇄작전을 쓰는 것도 바람직할 것입니다.”
“봉쇄작전을 쓰면 장기적인 일이지만 사천이 아닌 중원이기에 유리할 수도 있겠군.”
황영지는 제갈휘미에게 미소를 지었다.
“일단 상공은 곧 혼례문제로 바쁘니까 용행수와 이 문제를 상의해 보아야 하겠다. 지금의 계획대로 하기에는 너무 위험이 커.”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런 위험은 충분히 검토하고 추진이 될 것입니다. 용행수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일이 실패한다면 모두 너무나 타격이 커. 그리고 이 짐에 대한 방어를 좀더 신중히 생각해야 하겠어. 개봉이고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겠냐고 생각하겠지만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어.”
황영지와 제갈휘미는 장의 방어에 대하여 곧 검토하기 시작하였다.
청수선사는 지객원주가 들고 온 첩지를 보자 그 인물을 만나기로 하였다.
그 인물이 비밀을 원하였기에 조용한 객방에서 마주하였다.
“만상문에서 문주님이 직접 오시다니 너무나도 뜻밖의 방문이옵니다. 아미타불”
“천하가 도탄으로 가는데 본문이 어찌 외면할 수가 있습니까?”
“도탄이라니 무슨 말씀 이옵니까?”
“예로부터 상인들이란 그 탐욕스럽기가 그지없어 군자들은 경계를 하여 왔습니다. 하온데 상인이 득세하려고 하니 이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실로 그들이 득세를 한다면 천하는 도태에 빠지고 백성들은 종노의 신세가 되어 버릴 것입니다. 이런 결과가 뻔히 보이는데 은둔만을 고집할 수가 있겠습니까?”
청수선사는 만상문주의 말에 내심으로 천하문에 대하여 불만이 있기에 혹하는 마음이 들었다. 만상문주가 하는 말은 창수선사가 남에게는 못하지만 내심으로 생각하는 바였다. 상인들이 가진 돈 때문에 대놓고는 멸시하지 않았지만 상인들에 대하여는 악평이 너무나도 많았다.
“상인의 무리가 아닐지라도 일인독패는 고래(古來)로부터 경계해 온 일입니다. 본문이 세상을 외면하여 왔지만 그런 결과만은 항상 경게하여 방관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경우이기에 막기로 하였습니다.”
만상천군의 언변에 청수선사는 천하문에 대한 반감이 더욱 커져갔다.
“천하문이 천하제패를 선언하고 천하에 그 독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마지막 남은 사천마저 노리고 이제 그들이 사천으로 가고 있습니다. 사천이 무너지고 나면 천하에 적수가 없이 천하문의 세상이 되어 버릴 것입니다.”
“하면 천하문의 일을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까?”
“그렇소이다. 천하가 막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천하문과 천하가 한바탕 피바람에 휩싸일 것입니다. 그전에 그 근원을 제명해야 합니다.”
“참룡검객을 제거하자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현재의 모든 것은 그로부터 비롯되고 있습니다. 그에게 동조하는 제갈중명과 인자기가 꼭두각시가 되어 무림맹을 장악하고 있고 영웅성은 아예 성주가 그의 애첩이 되어 강남을 지배하는 도구가 되어 있으며 천하문은 그의 애비와 형들이 그의 수족이 되어 나서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원인은 그 하나입니다. 그 하나만 제거된다면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을 것입니다.”
이정발의 말은 다분히 선동적이었고 그 말은 아무리 불도를 닦는 청수선사일지라도 혹하게 만들고 있었다.
“황궁에서도 이일에 대하여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황궁에서도 그를 제거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강호가 일통된다면 종내에는 황궁을 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본좌에게 은밀히 제거를 원하고 있습니다. 억조창생을 위하여 소림에서도 이일에 나서주기를 간절히 청하옵니다.”
이정발은 청수선사의 마음이 조금은 움직였다고 생각이 들자 황궁을 들먹이고 다시 백성을 들먹여 마음을 움직여 나갔다.
“소림도 강호가 일통되는 것은 좋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소이다. 그를 제거하여 만백성이 편안해진다면 그러할 것이지만 그 방도가 없지 않소이까?”
“그 일은 천지문에서도 나서기로 하였고 본문에서는 본좌를 포함하여 정예가 전부 나서기로 하였습니다. 소림에서는 참룡검객을 제거하는데 무정선사께서 나서주었으면 합니다.”
“음, 실로 어려운 일이오. 그를 제거한다면 죽일 것이오?”
“아니오. 그는 무공이 전폐되어 한곳에서 일생을 마치게 할 생각입니다.”
청수선사는 그 말이 입에 바른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당장 살생을 하지 않는다고 하기에 이미 마음이 돌아서고 말았다.
“이일은 사숙께서 결정할 일이니 노납이 답할 수가 없습니다. 사숙과 상의를 할 말미를 주시오.”
“기다릴 것이니 다녀오시옵소서.”
이정발은 돌아서서 나가는 청수선사를 보면서 득의의 미소를 내심 짓고 있었다.
생각외로 청수선사가 쉽게 설득이 되었다.
‘후후, 고상하신 소림의 스님들도 천하제일인을 용납하지 못하고 있다. 무정도 보이지 않는 호승지심이 있기에 나설 수 밖에 없다. 그는 원하지 않을지라도 소림의 장로들은 원할 것이고 그들은 무정을 움직이게 만들 것이다. 참룡검객에게 패함으로서 실추된 명예를 이렇게 라도 만회할 것이다.’
이정발은 무정의 처소로 가서 무정과 담판을 지으려다 소림을 움직이기로 하였다. 설사 무정이 참석을 하지 않더라도 소림은 설득할 자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성룡의 제거가 어렵다면 반 천하문의 진영을 묶어 대항할 세력을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그 대상은 오대문파와 소림, 당가, 천지문, 만상문이었다. 이렇게 연합세력이 구축된다면 천하문과 영웅성에 대항하는 것이 어렵지만은 않아 보였다.
암살이 실패하더라도 이일에 참여한 문파는 영원히 이탈을 못하고 운명을 같이 해야 하는 것이다. 마치 팔십년전 승천검황의 제거에 동참한 오대문파가 운명을 같이 하듯이….
이들 아홉게 세력이 뭉친다면 천하문이 욱일승천하는 기세이지만 결국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무정이 나서건 나서지 않건 상관이 없다. 그러나 그들은 천하문의 반대편에 서게 될 것이다. 이 반대의 편을 엮는 중심에 본문이 서게 된다면 결국 본문이 당당하게 천하의 주류로 서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는 이정발은 눈을 감고 참선하는 자세로 가만히 앉아 있었다.
“청해, 이일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청수선사는 청해선사에게 만상문주와의 대화를 전하여 주었다.
“천하문이 사천공략을 표명하자 사천의 상인들과 무인들이 발끈하였습니다. 천하문의 독주를 성토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제 천하문의 독주를 제지해야 합니다. 하나 무정사숙이 암살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자칫 태을자나 지금의 천지문이 겪은 곤란을 당할 수가 있습니다. 또한 이 것은 사숙에게 말도 꺼낼 필요가 없습니다.”
“나도 물러나와 생각해 보니 내가 한 순간 미혹에 휩싸인 것을 알았네. 그러나 천하문의 독패를 좌시할 수는 없으니 다시 그 일을 논의는 해보는 게 순리라고 생각하네.”
청수선사는 청해를 불렀다.
“그는 지금 뭔가 위험한 음모를 꾸미는 것 같습니다. 무림맹에서 들은 바에 의하면 그들을 전대맹주께서 상당히 경계를 하셨다 들었습니다. 뭔가 좋지 않은 인연이 있고 그는 그것 때문에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 판단이 됩니다.”
“음, 나도 그 말을 들었고 그 말을 모르는 것은 아니네. 하나 현실적으로 천하문이 독패를 한다면 무림은 커다란 재앙이 되어 버리네. 막대한 부와 무력이 어우러진다면 결국은 황조까지 넘볼 수도 있네.”
“만상문주는 천하의 세력을 결집하여 천하문이 더 이상 팽창하지 못하게 하면서 뭔가를 노리고 있어 보이옵니다. 그 것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 또한 위험해 보입니다. 그러나 당면한 천하문의 천하제패보다는 덜 시급하기에 동조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일단은 그에게 거절을 하시고 그가 연수를 원한다면 그 문제는 그의 구상을 들어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제 생각입니다만 천지문주는 그와 뜻을 같이 하였을 것입니다.”
“물론이네. 황궁의 왕제독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이네.”
“그렇습니다. 보이지 않게 연관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신중히 대처를 하여야 합니다. 자칫 이용만 당할 수가 있사옵니다.”
“그렇게 하세. 하면 자네도 그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세. 그리고 나서 신중하게 판단을 해보도록 하세.”
청수선사가 일어나자 청해도 따라서 일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