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106)
영웅성에 당도한 지성룡은 말에서 내려 수행한 자들에게 말고삐를 건네었다.
이미 연락을 받았기에 영소혜와 영웅성의 주요간부들이 문앞에 장사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상공.”
영소혜는 지성료이 온다고 해서인지 한껏 치장을 하여 멋을 내고 있었다.
다소곳하게 인사를 하는 영소혜를 보자 갑자기 환한 느낌을 받았다.
“오랜만이오, 잘 있었소?”
지성룡의 말에 영소혜는 그저 미소로 안부를 대신하였다.
영웅성의 사람들을 영소혜가 하나씩 소개를 하여 주었다.
그들은 지성료에게 상전을 대하듯이 깍듯한 예절을 표하였다. 이미 영소혜의 부군이 된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들로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일단 어르신께 인사를 드려야 할 것이니 가십시다.”
“예.”
영소혜는 지성룡을 안내하였다.
“지난 육년간 그리 변하지 않은 것 같소.”
“예, 그저 나무가 좀더 자란 것 외에는 크게 변한 것이 없습니다.”
지성룡은 자신이 거의 육년만에 와본다는 것을 알자 세월이 많이도 흘렀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처음올 때 갓 스물이 넘었던 지성룡이 이제는 스물 여섯이라는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하자 세월이 빠르게 지나도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공의 거처는 영빈관으로 마련해 두었습니다.”
“알았소이다.”
지성룡은 영소혜가 영빈관앞을 지나면 그렇게 말하자 수행원들에게 영빈관에 짐을 풀고 대기하라고 말하고 사마의 처소로 갔다.
“어서오시게.”
사마는 지성룡의 도착을 아는지 대기하고 있었다.
“예, 어르신.”
“정말 오랜만에 자네가 온 것 같네. 한 육년만인가?”
“예, 그러합니다.”
“그 때는 참으로 어려운 때였지. 이번에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푹 쉬었다 가게.”
사마는 그렇게 말하고 안으로 맞아 들였다.
인사를 간다하게 마치고 영빈관으로 오자 영소혜가 지성룡의 처소에 따라들어 왔다. 다른 시녀들을 모두 물리고 직접 수발을 들어주고 있었다.
지성룡은 다소 불편한 화복을 벗고 편안한 경장으로 갈아 입었다.
영소혜는 그러는 동안에도 가만히 옆에서 옷가지를 챙기면서 옆에 있었다.
“이리와보시오.”
가볍게 옷을 갈아입고 영소혜를 끌어당겼다. 영소혜는 기다렸다는 듯이 가슴에 안겨왔다.
한참동안 둘은 그렇게 있었다.
한참만에야 그들은 떨어졌고 침상에 나란히 앉을 수 있었다.
“정말 보고 싶었어요. 오신다는 말을 듣고 정말 그 시간이 길었습니다.”
영소헤는 아직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였는지 격앙된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혜매를 나도 보고싶었소. 자, 이제 만났으니 되었지 않소.”
“녜.”
영소혜는 다시 어깨에 기대어 왔다.
영소혜는 그렇게 아무 말없이 있었다.
“상공, 이번에 오신 것이 혼인 전에 여러 가지 일을 마무리 하기 위해서로 알고 있습니다. 대략적으로 발표만을 하면 되도록 준비를 하여 두었습니다.”
영소혜는 지성룡이 그 일에 관심이 있을 것 같아 말을 하였다.
“일은 내일부터 하고 오늘은 좀 쉬고 싶소이다.”
지성룡은 영소혜에게 그렇게 말을 하였다.
영소혜의 얼굴은 그 말에 기분이 좋은지 환하게 피어났다.
지성룡은 영소혜의 어깨에 자연스럽게 손을 올리고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그런 손길이 기분 좋은지 영소혜는 더욱 가까이 다가서고 있었다.
“일단 먼길을 오시느라고 피곤하실 것이니 목간을 준비하여 두었으니 씻으시지요.”
영소헤는 지성룡의 몸에서 땀냄새가 나는 것을 알자 씻기를 청하였다.
“그렇게 하겠소. 어느 쪽이오.”
“이쪽입니다.”
영소혜는 지성료을 욕실로 이끌었다. 안에는 물이 가득 준비되어 있었다.
그렇게 하고 지성룡이 안으로 들어가자 문을 닫아 주었다. 민망한지 욕실의 수발은 하지 않았다.
지성룡이 밖으로 나오자 밖에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정세단에서 지성룡에게 연락을 담당하고 있는 자였다.
“이 서찰을 전해드리라고 하였습니다.”
지성룡은 글을 받아 읽었다.
“알았네. 계속 수고하여 주시게.”
“예, 그럼.”
지성룡에게 각종 천하문에서 일어난 주요한 일들과 천하에서 일어난 소식을 적어놓고 있었다. 그러나 지성룡이 꼭 어떤 관여가 필요한 일이 아니기에 한번 읽고 물러가라고 하였다.
서찰을 다시 돌려주었다.
그때 구룡상단에서 따라온 자도 서류를 하나 내밀었다. 용소명과 연락할 체계를 마련하라고 하였기에 그도 그 일을 담당하고 있었다.
서찰을 받아서 읽어보았다.
지성룡이 지시한 일들의 준비상황을 적어놓고 있었다.
“음, 초기에는 삼백정도로 생각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해주게. 오백은 너무 많네.”
지성룡은 사천에 공략하는데 필요한 인원을 오백으로 잡아서 계획을 세운다고 하자 그렇게 지시를 내렸다. 너무나 많은 인원이 몰려가면 효과가 단기간에 나지 않으면 비용만 증가할 소지가 있고 불필요한 오해나 충돌이 생길 수도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지성룡은 이렇게 그때그때 연락이 된다는 사실이 좋았다. 서찰을 다 보고 다시 그자에게 돌려주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동안 한쪽에서 영소혜는 기다리고 있었다.
“상공을 따라온 자들이 그런 임무를 가지고 있군요. 앞으로 소녀도 수하를 부쳐서 보고를 항시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달라고 말을 하려던 참이었소. 언제라도 나와 연락을 하도록 믿을만한 자를 붙여주시오.”
“예,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오면 상공 주변에는 세명이 있습니까?”
“아니오. 천하군단에서 나온 자까지 도합 네명이 될 것이오.”
영소혜는 지성룡이 이런 체계를 갖추자 본격적인 천하대업을 시작하는 것으 알 수 있었고 그렇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저녁은 아버님의 처소에 마련하라고 일렀습니다. 조금 있다가 같이 건너가시지요.”
“그렇게 합시다. 한데 성내의 일은 이렇게 비워도 문제가 없소?”
영소혜가 자신이 온 후에 계속 붙어 있자 궁금하여 물었다.
“급한 것은 없기에 문제는 없어요. 정 급하면 와서 보고를 하겠지요.”
지성룡은 자신이 우문을 한 것 같았다.
지성룡이 침상에 걸터앉자 영소혜가 다시 다가와서 앉았다.
자연스럽게 껴안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영소혜의 애정표현은 거침이 없었고 처음에는 어색하였지만 차츰 익숙하여 졌다.
영소혜는 이렇게 같이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지 연신 얼굴에 웃음이 피어나고 있었다.
사마는 자신의 처소에서 식사를 같이 하려고 지성룡과 영소혜가 같이 들어오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지성룡이 오는 순간 영소혜의 얼굴이 활짝 피어났기 때문이다.
그 것은 누구나 느낄 만큼 커다란 변화였다. 그런 영소혜의 모습이 보기 좋은 것이다.
영소혜는 다른 사람의 이목을 신경쓰지 않고 좋아하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자 이제는 영소혜의 일을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보이지 않게 영소혜가 혼자 보내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상하였다. 그 것이 이제는 완전히는 아니지만 사라진 것이다.
화기애애한 가운데 저녁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제 왔으니 내일 그동안 미루어 둔 일을 해야 하겠네. 내일 오전에 전 문도들을 모아놓고 소헤에게 성주자리를 물려줄까하네. 또한 그 자리에서 자네가 태상호법에 앉는 것도 공표하여 확실히 정리를 하세.”
사마는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자 먼저 언급을 하였다.
“그렇게 하시지요.”
지성룡도 동의를 하였다. 이미 예전에 합의한 내용이니 더 이상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것이 없었다.
“또한 공식적으로 아직까지 혼사에 대하여 알리지 않았지만 혼사에 대한 일정도 발표를 할 것이네. 그래야 수하들도 혼란이 없을 것이네.”
“당연히 그래야 할 것입니다.”
지성룡도 동의를 하였다.
“또한 자네의 권한도 성주와 동일하게 공표를 할 것이네. 그래야 향후 자네가 일을 하는데 편리할 것이기 때문일세.”
지성룡은 사마가 그렇게 말하자 가만히 듣기만 하였다.
“자네가 이미 본격적인 천하경영을 시작하였고 이제 우리 영웅성도 그 일익을 확실히 담당해야 할 것이니 그런 조치는 과한 것이 아니네.”
사마의 말에 지성룡은 다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문제는 자네가 앞으로 이 영웅성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일세. 소혜가 성주가 되지만 모든 것은 자네에게 달려있네.”
사마는 지성룡에게 영소혜를 보호해 달라는 말을 그렇게 돌려서 말하고 있었다.
“염려 마십시오. 제가 성심성의껏 혜매를 지켜줄 것이니 안심하셔도 될 것입니다.”
“부탁하네.”
사마는 할말을 다했다 싶은지 그제서야 음식을 먹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천지문에 대하여 봉쇄를 강화한다고 들었네. 사천진출을 위한 포석인가?”
“예, 그렇게 하여 확실하게 묶어두고 사천에 들어갈까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필요하지. 하나 천지문은 언제라도 없애야 후환이 없네.”
“없애는 것도 좋지만 한번쯤 공존을 생각하는 것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꼭 없애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잘 판단하여 대처하게. 천지문은 저력이 있는 문파이니 결코 경시해서는 안되네.”
“예,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자네에게 내 무공을 전수해 줄 것이네. 이미 검황어르신의 무공을 가지고 있기에 아무 소용도 없을 것이지만 영웅성의 일을 하는데 내 무공을 쓸 줄 알 필요가 있기 때문일세.”
사마의 말에는 지성룡에게 일종의 정통성을 부여해주는 의미가 있었다.
“알겠습니다. 또한 반드시 혜매가 소생을 가진다면 그 아이들에게 전하여 맥이 끊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고맙네.”
지성룡이 사마의 무공을 안다는 것은 일종의 사승을 계승하는 것이기에 영웅성의 수하들이 가질 수도 있는 반감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고 나중에 자식들에게 직접 전수해줄 수가 있어 절기가 사라지는 것을 방지할 수가 있었다.
영웅성의 수 많은 문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격적인 성주의 위양과 지성룡이 태상호법의 자리에 앉는 행사가 진행되었다.
일반적으로 문파의 장이 바뀌는 일은 대외적인 손님을 불러다 놓고 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예고없이 진행이 되어 버렸다.
지성룡이 태상호법의 자리에 앉게되고 모든 권한이 성주와 동일하다는 사마의 선언에 모두는 놀람을 금치 못하였다. 명색만 영소혜가 성주를 이었지 실제는 지성룡에게 대권을 넘겨준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이일은 셋을 제외한 누구도 몰랐던 일이기에 영웅성의 핵심 수뇌부들마저 놀라고 말았다.
물론 혼사를 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지성룡이 모든 권한을 가질 것이지만 혼사도 하기 전에 이러한 조치를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었다.
영웅성의 이러한 행사가 마무리되고 지성룡과 영소혜는 최초로 대전에서 나란히 앉아 영웅성의 대소사를 각주들과 당주들과 같이 논하였다.
이런 일은 사소한 일이지만 각주와 당주들에게는 지성룡을 상전으로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외당 당주가 지금 천지문에 방문을 하였다고 들었소.”
“예, 천지문에 오년전 본문에 일어난 반란에 연루가 되어있는 자들에 대하여 인도를 요구하였습니다.”
지성룡은 영소혜가 그렇게 말하자 화들짝 놀랐다.
“인도라니? 그 사건에 연루된 자들은 쌍마와 현 문주인 율사청, 그리고 천지 오장로가 아니오? 그들을 인도하라고 하였다는 것이오?”
지성룡은 영소혜가 그런 협박을 사용할 줄은 몰랐기에 다소 어이가 없어 영소혜를 보았다.
오년전의 일을 언급하여 천지문을 압박하라고 하였지 이런 초강수를 사용하라라고는 생각지를 못하였기에 이후의 일이 걱정이 되었다.
“이후에 밝혀진 일이지만 패왕의 처소에서 그들이 주고받은 서신이 일부 발견되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죄를 묻기에는 충분한 여건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영소혜의 말에 지성룡은 영소혜가 너무나 강하게 일을 처리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렇다면 그들의 반응을 본 후에 만일 반응이 여의치 않으면 이런 사실을 무림맹에 통보하고 천하에 공표를 하시오.”
“아, 그리하는 방법도 있겠군요. 그리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각과 당의 일들도 상세하게 보고 받으며 현안에 대하여 따로 보고를 하도록 지시를 하였다. 이미 개편에 관여를 오년 전에 하였기에 생소하지는 않았다.
율사청은 사마 명의로 당도한 서찰을 보면서 어이가 없었다.
기분 같아서는 서찰을 들고온 외당 당주라는 자를 그 자리에서 참하고 싶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증거물 운운하면서 오년전의 연루된 자를 넘기라는 협박이었다.
그 것도 전대문주인 쌍마와 현 문주인 율사청, 천지오장로이니 말 그대로 천지문의 핵심을 다 잡아가겠다는 터무니 없는 소리였다.
이런 협박을 하는 것은 전쟁을 하자는 선전포고였다.
율사청이 염려하는 것은 바로 전쟁을 하는 명분을 그들에게 준다는 것이었다.
“물러가라. 이런 터무니 없는 소리를 하다니 내 그대를 참하여야 할 것이나 더 이상의 분란을 원하지 않아 돌려보낸다. 가서 똑똑히 전하여라. 이런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한다면 이 율사청이 가만히 두지 않는다고. 알겠느냐?”
외당당주에게 폭언을 하는 것으로 답답한 마음을 풀 수밖에 없었다.
외당당주가 나가자 자리에 털썩 앉았다.
영웅성에서 이런 글을 보내었다면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신호였다. 더구나 문제는 증거라고 하는 서신이었다. 이 서신이 있다면 쉽게 발뺌도 하기 곤란하였다. 천마가 남긴 글씨체는 워낙 독특하여 증거가 충분히 되고도 남았다.
그런 천마의 글씨는 찾아보면 곳곳에 있었고 그런 것들을 증거로 천하에 내놓는다면 영웅성의 반란에 개입한 혐의를 부인할 수가 없게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증거를 영웅성이 무림맹에 보내어 무림맹의 개입을 종용하면 천지문은 전무림의 압박을 받게 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것을 보시오.”
밀기신작 조충에게 서찰을 건네었다.
밀기신작 조충은 서찰을 보다가 너무나 불경한 내용에 놀라 안색이 변하고 말았다.
“이 것이 단순한 엄포가 아니라는 것이오.”
율사청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실로 대담하기 그지없는 발상입니다. 어찌 이런 서찰을 보낸다는 것이옵니까? 본문을 아예 무시하는 서찰이옵니다.”
“그러나 증거가 명백하니 우리가 잡아뗀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오. 이렇게 강하게 나온다면 방법이 없는 것 아니오?”
율사청은 답답하여 조충에게 말하였다.
“그들과 협상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서찰을 직접 보낸 것은 뭔가 요구를 하기위한 사전작업이 아닐까 합니다.”
조충은 영웅성에서 말 그대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율사청에게 말하여 다소나마 안심을 시켰다.
“음, 이 글을 보건데 그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심상치 않을 것이오. 우리가 그들에게 그렇게까지 사정 하여야 할 형편이오?”
“그들은 우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단계적으로 전쟁을 할 명분을 하나하나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율사청이 두려워 하는 것이 그 것이었다. 영웅성이 전쟁을 할 명분을 만들어 결국에는 무림맹을 개입시켜 천지문을 무림공적으로 몰아 버리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만일 예전처럼 영웅성이 같은 사마외도 였다면 이런 것은 크게 문제가 아니지만 지금은 어엿한 무림맹의 일원이었다.
일이 그렇게 된다면 전중원을 상대로 싸우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었다.
그 것은 천지문이 감당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천지문이 초토화되고 완전 멸문으로 치닫게 되는 일이었다.
타문파의 반란에 개입한 것이 명백하게 밝혀진다면 이 것은 무림에서는 용납이 안되는 중대한 잘못이었다.
“일단 지금 바로 외당 당주를 따라서 영웅성에 다녀오시오. 만일 참룡검객이 영웅성을 떠났다면 가다가 개봉으로 가서라도 참룡검객을 만나서 이일에 대하여 담판을 지으시오. 이일의 배후는 그가 있소. 그가 시키지 않았다면 이런 일을 영웅성에서 단독으로 하지는 않았을 것이오.”
“어떤 담판이옵니까?”
“살려달라고 솔직하게 말하시오. 그 것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본문이 무림맹에 가입하는 것도 하겠다고 말해주시오.”
밀기신작은 그 말에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고 얼마나 큰 양보를 해야 하는가를 느끼고 있었다.
“알겠사옵니다. 최소한 요구조건이라도 들어 오도록 하겠습니다.”
“부탁하네. 서둘러 주게.”
“그런 요구르 하였다니?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런 엄청난 글귀를 써서 보냈다는 것이오?”
지성료은 영소혜가 그런 엄청난 일을 저지르자 황당하여 영소혜와 단둘이 있자 물었다.
“그들에게 뭔가 얻어내려고 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그들을 철저하게 몰아 부쳐야 그들이 굴복을 할 것입니다. 만일 어설프게 하다가는 아무것도 안될 것입니다. 전쟁을 한다면 상공을 믿었고요.”
영소혜는 말을 마치고는 배시시 웃고 말았다.
“허참, 그 글을 받고 어떤 표정이 될지 생각한다면 다소 무리한 일이었소. 그들은 이 일로 인하여 영웅성에 원한을 가지게 될 것이오. 물론 그들이 잘못하였지만 이렇게 몰아부친다면 역효과가 날 것이오. 물론 그 일로 어르신이 당한 일이나 혜매가 당한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말이오.”
“알아요. 그러나 그들도 그런 고통을 당해야 해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한 마음을 그들도 느껴보아야 해요.”
영소혜는 그 일에 대한 원한을 잊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잘 하였소. 생각밖으로 일이 쉬어진 면이 있소이다. 일단 그들의 사자가 나나 여기로 올 것이오. 그 때 그들에게 무엇을 원할 것이오?”
“상공이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영소혜는 지성룡에게 말하였다.
“그렇군. 이일을 시작한 것은 나였지. 그럼 그들에게 이 정도를 얻어내시오. 그래야 그 증거인 서찰을 돌려준다고 하시오. 첫째 천지문이 향후 어떠한 적대행위도 영웅성과 천하문에 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개적인 다짐이오. 둘째는 그 증거로 영웅성에서 파견한 천명의 무사와 천하문에서 파견한 천명의 무사를 천지문에 인접하여 배치하여도 어떠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다는 것이오. 셋째, 그들의 가장 큰 자금 줄인 미곡의 거래를 영웅성을 통하여 한다는 것을 얻어내시오.”
지성룡의 말에 영소혜는 조금 어이없는 표정이 되었다.
“세 가지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아니예요? 그런데 그런 것을 얻어내고 포기하라는 말이예요?”
영소혜는 천지문에 아무런 손해도 없는 것이었고 그 것으로 인하여 큰 이득도 없는 것이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그렇소. 그러나 면밀히 살피면 엄청난 이득이 있는 것이오. 공개적인 다짐을 하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 직접적인 적대행위의 포기하는 것이오. 특히 천지문도들에게 전해지는 의미는 대단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오. 천지문이 가지고 있던 모든 야망을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오. 두번째 이천명의 무사들를 그 곳에 배치하는 명분을 얻는 것이오. 그 무사들은 천지문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사천을 겨냥하는 것이오. 그러나 만일 이런 명분이 없이 무사를 배치한다면 사천에서 엄청난 반발을 하게 될 것이오. 또한 악양의 위지세가에 딴 맘을 먹지 못하게 하는 효과도 있소. 위지세가는 오래 전부터 사천의 문파들과 친분이 두텁고 중원과 사천을 잇는 장사로 큰 이득을 보고 있소. 그렇기에 그들을 마저 견제하는 것이오.”
영소혜는 지성룡의 머리속에 들어 있는 사고의 치밀함에 놀람을 금치 못하였다.
“마지막으로 미곡의 거래를 영웅성을 통하여 한다는 것은 사천에서 나오는 미곡에 대항하여 호광평야의 미곡을 독점하는 길을 마련하였다는 것이오. 사천의 미곡이 중원에서 먹히지 않게 된다면 사천의 상인들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오. 그 것을 노리는 것이니 당장의 이득은 없어도 이 정도라면 모든 것이 얻어지는 것이오.”
지성룡의 말에 영소혜는 지성룡이 이일을 오래 전에 검토하여 시행하려고 노리고 있었던 것을 알았다.
“정말 엄청난 이득이 있는 일이군요. 언제 이일을 생각해 두셨어요?”
“오년동안 생각해 낸 것이오. 그러니 감탄을 할 것은 없소이다.”
“그대로 시행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영소혜는 지성룡의 치밀한 사고에 그저 감탄밖에 할 것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