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105)
“음, 잘 왔다. 이것을 검토해 보던 참이었다.”
지유성은 지성롱을 반겼다.
새권의 책자를 받아서 보고 있었다.
“천하관주가 보내왔더구나. 이 것을 어느 선까지 배부를 하려고 하느냐?”
“일단 오대가문에는 혼인을 한자 기준으로 배포를 하라고 하였고 타성을 쓰는 자는 상단에서는 향주이상의 인물을, 표국에서는 표두 이상의 인물들에게 배부를 하라고 하였습니다. 물론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다 배부하려면 시간이 조금은 걸릴 것입니다. 혹시 분실의 위험이 있기에 중요한 부분은 따로이 이렇게 배부를 하거나 아랫사람들에게는 아예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말은 들었다. 그렇게 한다면 다소 안심이다만 그래도 불안하구나. 도둑들이 극성이다 보니 독문무공의 전수가 외부로 새어나갈 수도 있다.”
“하나 그리 걱정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본문이야 다섯가지 무공에 익숙하기에 어느 정도 익힐 수 있지만 다른 문파는 처음부터 시작하려면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는 하다만 천하에는 천재들이 많기에 두렵구나. 각별히 신경을 써서 유출을 방지해야 하겠다. 그리고 내가 어제부터 검토를 하여 보았다. 예전에 한번 다 배포된 내용이지만 다소 어렵구나. 이제부터 며칠간은 이것을 하나씩 풀이를 해주기 바란다.”
“예, 그러면 형님과 같이 매일 저랑 검토를 하시지요. 마침 저도 아버님과 형님, 그리고 부문주님들에게 그 말씀을 드리려고 하였습니다. 독문무공의 중심은 일반 무사도 강해져야 하지만 본문의 중심이 강해져야 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부문주님들과 차기 부문주가 강해지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맞는 말이다. 일반 무사와 본문의 핵심이 같다면 안되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무공을 다시 고련하여야 한다.”
지유성은 그렇게 다짐을 하고 있었다.
“일단은 삼권까지는 누구에게나 익히게 할 생각입니다. 그래야 일반 무사가 강해집니다. 그러나 사권과 오권은 본문의 핵심만이 익히도록 할 생각입니다. 사권은 연환을 오권은 좌장우검을 담아서 핵심적으로 익히도록 할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천하제일신공(天河第一神功)은 본문의 문주와 부문주가 될 사람들에게만 전수할 생각입니다.”
지성룡의 생각에 지유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든 것을 다 익히려면 우리들이 한동안 죽어나겠구나. 얼마나 시간이 걸려야 하겠느냐?”
“아버님은 아마 오권을 다 익히기까지 사오년은 걸려야 할 것입니다. 형님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리고 천하제일신공은 그 이후에나 익힐 수 있을 것입니다.”
“음, 생각보다는 그래도 시간이 적게 걸리는 것 같구나. 그러면 본문의 무공은 여섯권으로 마무리가 되느냐?”
“여섯권이나 천하제일신공은 분량이 앞의 다섯권을 합친 것 만큼 많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권수로 따지면 열권이 될 것입니다. 지금 사오권은 검토중이고 천하제일신공은 절반정도가 정리가 되었기에 앞으로도 일년정도는 더 시간이 걸려야 완성이 될 것입니다.”
지성룡의 말에 지유성은 모든 것이 지성룡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었다.
“알았다. 하면 언제부터 전수를 하겠느냐?”
“오늘 신시에 여덟분이 모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알았다. 그렇게 조치하고 기다리마.”
“예, 그럼 그때 뵙도록 하겠습니다.”
지성룡이 지유성의 집무실에 가자 여덟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자리를 천하관으로 옮기도록 하시지요. 그곳에서 직접 시전을 하면서 말씀을 드리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지성룡은 그들에게 자리를 옮길 것을 종용하였다.
천하관 한쪽의 작은 연무장을 다른 관도가 오지 않도록 조치를 하여 두었기에 그들은 그곳으로 옮겨서 일권에 대하여 전수를 받았다.
일권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기에 몇 가지 달라진 것만 전수를 하여 주었고 그들은 대부분 일권의 내용을 알고 있기에 쉽게 마무리가 되었다.
저녁때에는 무공교두들을 상대로 무공의 전수를 하였다.
그들에게도 그리 어렵지 않게 일권을 전수할 수가 있었다.
이권도 이틀만에 전수를 할 수다 있었다. 이미 청운각의 무공전수시에 알려진 내용이라 그들도 어느 정도 익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흘을 꼬박 전수하고서야 대략적인 전수를 말 수가 있었고 삼권은 무려 오주야에 걸쳐서 전수를 해야 했다.
이미 그전에 삼권까지의 내용은 일차적으로 전수가 한번씩 된 내용들이기에 그리 어렵지 않게 전수를 할 수가 있었다.
이미 무공에 어느 정도 무공에 일가견이 있기에 전수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익히는 것은 각자의 몫이었다. 이해를 했다고 하여 익힌 것이 아니라 끝없이 피나는 고련을 하여야 완성이 되는 것이다.
이해하고 익히는 방법을 알았다고 하여 쉽게 펼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 것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성취가 달라지는 것이고 지금부터는 전수받은 사람의 몫인 것이다.
그렇기에 한시라도 서둘러서 빨리 익히게 만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었다.
무공교두들과 문파의 핵심이 어느 정도 익힌 연후에 문파의 문도들에게 전수를 하는 것이다. 지성룡이 팔일간 전수를 마치자 강남에 갔던 용소명과 제갈휘미가 돌아왔다.
용소명은 영웅성에 다녀 온 결과에 대하여 보고를 하였다.
“알았다. 모레 나는 강남으로 떠날까 한다. 한데 구룡상단에서 나와 연락할 자를 나에게 붙여주어 항상 나와 연락이 되도록 하여라.”
“알겠습니다. 제가 발이 빠르고 똑똑한 자를 붙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그리고 용제도 일단은 본문의 무공을 알고 있으니 이 세권의 책자를 틈 나는대로 보고 익혀라. 이미 대부분은 내가 예전에 전수해준 것이니 특별한 내용은 없지만 다시 한번 검토해 보고 호상단주에게 전수를 해주게. 내가 해야 하나 바로 강남으로 갈 것이기에 그럴 시간이 없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연경에 한번 갈 생각을 하도록 하게나. 내가 돌아온 후에 떠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놓게.”
“그렇게 하겠습니다만 무슨 일이 있습니까?”
“그렇네. 가서 금위위 영반인 숙조부님을 만나뵙고 그분에게 도와줄 것이 없는지 물어오게. 아마 몇 가지 지시를 하실 것이네. 들어보고 용제가 조치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조치하고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은 나중에 돌아와서 나와 상의하여 하도록 하세.”
“일단 그렇게 알고 돌아오시면 떠날 준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온데 천하에서 본문이 천하제패를 하려고 한다고 소문이 파다하게 나고 있고 다소 일부 사람들이 본문의 천하제패를 막아야 한다고 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시작도 하기 전에 반대에 부딪칠까 걱정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반대는 필연적인 것이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우리가 우격다짐으로 하지 않는 이상 반대도 크게 의미가 없네. 내가 하려는 천하제패는 피를 흘려서 하는 천하제패가 아니네. 힘을 기반으로 하여야 하나 결코 힘을 쓰지는 않을 것이네.”
지성룡은 다짐하듯이 말을 하였다.
“물론 그러합니다만 그런 움직임이 표면화되어 천하를 휩쓸기 시작하면 위축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용소명은 자신도 생각한 바가 있지만 지성룡에게 다지듯이 다시 물었다. 지성룡은 용소명을 보다가 웃고 말았다.
“용제가 드디어 나를 떠보기 시작하는가?”
“어찌 그럴 리가 있습니까?”
“걱정말게. 이미 자네도 생각하는 바가 있을 것이고 나도 그런 점은 염두에 두고 있네.”
“제가 조금 과하게 말씀을 드린 것 같습니다.”
“아니네. 그렇게 하여야 하네. 나도 가끔은 기분에 따라 하고 싶은 대로 하여 버릴 수가 있네. 알고 있으면서도 자칫 소홀히 할 수가 있네. 말은 힘으로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벌써 천지문에 대하여는 힘으로 하고 있네.”
“알고 있습니다. 제가 말씀 드리고자 한 것이 그 점입니다. 어디까지 하실 생각입니까?”
“뿌리를 건들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이네. 뭐랄까 멍에를 확실히 지우고 고립을 시키려고 하네. 물론 지금도 고립을 시키고 있지만 느슨한 정도에 불과하네. 한발자국도 밖으로 못나올 정도로 압박을 가하여 사천진출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할 생각이네.”
지성룡의 말에 용소명은 자신이 생각하는 바가 적중한 것을 알았다.
“천지문과 아직 정면대결할 시점이 아닌데 그렇게 하기에 이상하게 생각하였습니다. 그런 뜻인 줄 알았습니다. 하오면 위지강천의 영입도 그런 일의 사전 포석이었습니까?”
“후후, 자네 편한대로 생각하게.”
지성룡은 확답을 피하고 미소를 지었다.
“알겠습니다. 소제가 할 일은 사천에 들어갈 인원과 여타의 것들을 준비하는 일이겠군요. 그렇다면 소문주님과 협의를 해야 하옵니까?”
“일단은 집사람에게도 운은 떼어났으니 먼저 상의해보고 형님과도 상의하여 준비를 해두게.”
“예, 그러면 준비를 해두겠습니다.”
만주의 날씨에 비하여 중원의 날씨는 무덥다.
유광한은 산해관을 넘자 바로 앞에 있는 성읍에서 칠주야 정도를 머물고 있었다.
그가 주원에 나오는 것은 생전 처음이기에 중원에 대하여 잘 모르고 말도 서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일단 말이라도 익히고 중원 정세를 파악하기 위한 준비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 였다.
“이보게. 이번에 거문표국에서 표사를 모집한다고 하더군.”
“아, 그러고 보니 그런 말을 들었네. 한데 한번으로 계약이 끝난다고 하네.”
“물론이지. 이번에 만주에서 천마리의 말을 가져왔는데 그 말을 강남으로 옮기는 것이니 많은 인원이 필요할 것이네. 그러나 그 일이 끝나면 다시 인원이 필요없을 것이니 결국 이번 표행을 할 사람을 구하는 것이지.”
그렇게 이야기가 들리자 유광한은 궁금하여졌다.
“그말이 무엇이오?”
“형장도 보아하니 낭인같구려. 그럼 하는 일이 없소?”
한 사람이 유광한을 쓱 훑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몸 하나는 힘쓰게 생겼소이다. 나는 유성표국의 최모라 하오. 관심이 있으면 내가 줄을 대주겠소. 그곳의 왕표두와는 허물없는 사이요. 대신 돈은 시작할 때 주는 것이 아니라 무창이나 남경에 당도하여야 줄 것이오.”
최표두는 마침 유광한이 말을 걸자 잘되었다 싶었다.
이번 말은 남경상림에서 표행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이 곳에 기반이 없던 남경상림에서 이곳의 표국을 써야했다. 더구나 말은 함부로 운반하는 물목이 아니다 보니 두세개 표국만이 해당이 되었다. 그런데 이런 큰 거래에 있어서는 각 표국의 경쟁이 있었고 그 경쟁에서 패한 유성표국에서 거문표국에 협조를 거부해 버렸다.
그러다보니 한정된 인원으로 운영하는 거문표국에서 급하게 사람을 구하지만 강남에 가는 원행이고 한번에 끝난다고 하니 나서는 사람도 없었다.
친구 관계인 최표두로서는 이번 표행의 책임자가 된 왕표두를 돕고싶지만 표국의 눈치가 있기에 마음만 있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감사합니다.”
“아닐세. 그러면 내가 보냈다고 거문표국의 왕표두를 만나보게.”
최표두는 그렇게 말하였다. 이정도로 하면 이 청년이 알아서 할 것이었다.
“그러나 함부로 내 이름을 말하지는 말게.”
유광한은 이정도라도 쉽게 일이 풀어지자 미소를 짓고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였다.
거문표국은 부산하기 짝이 없고 들락거리는 사람이 많았다.
“여기가 거문표국이오?”
“그렇소이다. 무슨 일로 오시었소?”
“표사를 구한다기에 왕표두님을 뵈러 왔소이다.”
유광한은 최대한 생각을 하며 북방의 억양을 줄이면서 말을 하였다.
“왕표두는 너무 바빠서 만날 시간이 없소. 대신에 유표두가 신입표사의 일을 보고 있으니 그분에게 가보시오.”
문지기는 유광한에게 다른 사람을 말하였다.
“알겠소이다. 어디로 가야하오?’
그 때 문지기는 두리번 거리더니 한 사람을 가리켰다.
“뛰어가서 저분에게 말하게.”
안쪽에 파란 장삼을 걸친 인물을 가리키면서 뛰어가라고 하였다. 파란 장삼을 입은 인물이 안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뭐라고 말하면서 움직이고 있었다.
유광한은 뛰어가서 만나라고 하는 문지기 말을 따라 뛰어가기 시작하였다.
“무슨 일인가?”
유광한이 뛰어가자 그 청색장삼의 인물이 유광한에게 돌아서서 물었다.
“소생은 표두를 모집한다고 하기에….”
“알았네. 잠시서 있게.”
그렇게 말하고 몇가지 지시를 내리더니 조금 지나서 유광한을 다시보았다.
“따라오게. 유표두님이 이일은 맡고 있으니 그분에게 안내해 주겠네.”
청색장삼은 유광한의 걸음에서 무공을 익힌 자라는 것을 알았기에 따라오라고 하였다.
갈문상은 왕표두 밑의 여덟명의 표사 중에서 수석표사를 맡고 있는 자였다.
유광한을 보자 꽤나 고강한 무공을 익히고 있어 보였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유표두에게 안내를 하고 있었다.
이번 일의 책임은 왕표두가 맡고 유표두는 지원을 맡았다.
“유표두님, 계시는가?”
“예, 지금 표사가 되겠다고 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여기도 표사를 지원하는 분입니까?”
사환이나 심부름꾼으로 보이는 자가 기다리고 서 있다가 유광한을 보면서 그렇게 말하였다.
“나는 바빠서 가봐야 하니 이 사람을 유표두님에게 안내해주게.”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유광한은 졸지에 사환으로 보이는 열댓살먹은 아이와 둘이 있게 되었다.
“저 몇가지 적어야 합니다. 여기에 적어주시지요.”
청색장삼의 인물이 떠나가자 사환으로 보이는 자가 붓과 장부를 하나 건넸다.
유광한은 받아서 보니 간단한 시상명세를 적도록 되어 있었다.
그래서 적당히 적어나갔다. 자신의 신분 중에 문제가 될 만주출신이라는 것을 숨기고 생각해둔 대로 요하변의 한 마을을 적었다. 그곳은 같은 만주라고 하나 명군의 통제가 미치는 곳이었다.
소며이 적어서 건네자 장부를 보더니 눈이 결국 출신지에 고정되었다.
“한인이시오.”
“그렇소이다.”
유광한이 답을 하자 그제서야 안심을 하는 분위기였다.
만일 한어를 하지 못하였다면 문전 박대를 당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시오.”
사환이 가리키는 곳에는 길다란 의자가 있었다.
그 곳에 앉아서 생각없이 기다리자 한참만에 사람이 안에서 나왔고 그 사람의 얼굴은 별로 밝아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뭔가 생각한 대로 되지 않은 것 같았다.
그 사람이 사환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떠나갔고 사환은 유광한에게 안으로 들어가자고 하였다.
“나가보아라.”
유광한이 문안으로 들어가자 사환은 장부를 보여주었고 쓱 본 중년인은 사환에게 장부를 돌려주며 나가라고 하였다.
“이리와서 앉게.”
유광한이 자리에 앉자 유광한을 유심히 보았다.
“음, 괜찮아 보이오. 한데 표사를 하려면 간단하나마 무공이 있어야 하는데 무슨 무공을 할 줄 아시오?”
유광한은 예상을 하기에 뒤에 천으로 감싸둔 검을 풀었다. 그리고 허리에 착검을 하였다.
“어떻게 하여야 하오?”
“저기 있는 돌로 된 벽돌이 괴어져 있을 것이오. 모두가 똑 같은 크기이니 아무것이나 하나 잘라보시오.”
유광한이 보자 한쪽에 벽돌이 괴어져 있었다. 자원자를 시험해 보기 위해서 준비해둔 것 같았다. 돌은 세치두께의 검은 돌이었다.
“그 것만 자르면 표사가 될 것이고 못되면 쟁자수, 즉 마부가 될 것이오. 표사는 은자 열다섯냥이고 쟁자수는 다섯냥인데 필요하다면 강남에서 오는 동안의 노자는 우리가 댈 것이오.”
그 말에 유광한은 자신이 표사로 강남에 가기 위해서는 저 돌을 잘라야 하는 것을 알았다.
“음, 알았소이다.”
유광한은 검을 빼어들고 벽돌앞에 섰다. 자신의 본신 실력이라면 생각없이 그저 쓱 내리치면 될 것이지만 자신의 진짜 실력을 굳이 보이지 않기 위해 한참동안 호흡을 가다듬는 척을 하고 내리쳤다.
그러자 ‘쨍’하는 소리와 더불어 돌이 두개로 분리되었다.
세치 두께의 돌은 상당히 강한 힘을 가진 자가 가를 수 있는 것이었다. 무공이 없는 자라면 천하 장사가 아니라면 깨거나 자르기 어려운 만주흑석이었다.
“흐음, 대단한 실력이구려. 되었소. 한데 만주에서 살았소?”
“예, 그러합니다.”
솔직히 유광한은 말하였다. 그런 사실은 금방 들통이 날 것은 뻔하였다.
유표두라는 인물이 주저하고 있는 것을 알자 유광한은 지금이 최표두라는 인물을 팔 때라는 것을 알았다.
“오기 전에 유성표국의 최표두님이 왕표두님을 찾아가 보라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유광한이 말을 하자 그제서야 유표두의 얼굴이 밝아졌다.
“진작에 최표두가 보냈다고 말을 하지. 그랬다면 이런 번거로운 절차도 없었을 것이네. 나는 유표두일세. 앞으로 잘해보세.”
유광한은 자신이 적절한 시기에 말을 잘 꺼냈다고 안심을 하였다.
그 말로 고민을 하던 유표두가 고민을 접고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참룡검객이 영웅성으로 출발하였다는 보고입니다.”
율사청은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미 오래전에 영웅성에서 비밀리에 세력을 키우는 줄은 알고 있는데 그 세력으로 보이는 천여명의 인물이 장사에서 움직인 것으로 보고가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코밑에 있는 악양의 위지세가의 소가주가 지성룡의 부하가 되어버리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 모든 것이 천지문을 노리는 포석이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최종적으로 지성룡이 영웅성으로 가고 있었다.
밀기신작 조충의 얼굴은 상당히 불안해 보이고 있었다.
“결국 참룡검객이 일을 벌이려고 하는가? 장사에서 움직인 세력은 얼마나 강한가?”
“상당히 고강한 무공의 소유자들이라고 합니다. 사황성의 정예인 풍운각의 무사들에 비하여 손색이 없는 수준이라는 평입니다.”
“알았네. 최대한 경계를 철저히 하라고 하게. 영웅성의 움직임은 어떠한가?”
“아직 그 움직임을 제외한 다른 움직임은 없습니다. 한데 외당 당주라는 자가 악양으로 이동 중이라는 전갈입니다.”
그 말에 율사청의 얼굴이 찡그려 졌다.
“그자가 그렇게 움직이는 것은 본문에 오는 것인가?”
율사청의 말이 의미하는 것을 알기에 조충의 얼굴이 굳어졌다.
“하오면 무사들을 움직이고 본문으로 사자가 온다는 것은 본문에 통첩을 하기 위한 것이옵니까?’
조충은 뻔하지만 그렇게 묻는 듯이 짐작하는 바를 말하였다.
“드디어 시작을 한다는 것인가? 모든 것이 정리되었으니 이제 우리를 공격하기 위한 조치를 시작한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구나. 하나 우리에게 그런 이유로 공격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알텐데.”
율사청은 그렇게 말하였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움직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움직인 이면에는 뭔가 이유가 있었다.
“참룡검객의 혼사가 결정된 마당에 이렇게 하고 강남에 먼저 가는 것은 뭔가 불안한 일이 존재한다고 할 수가 있다.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면 낭패를 당하기 쉽다. 천하문과 영웅성에 있는 조직을 최대한 염탐하여 알아보아라.”
“예, 그럼 저는 그일을 수하들과 알아보겠습니다.”
밀기신작은 자신이 대답하기 곤란한 처지에 처하자 서둘러 자리를 피하였다.
‘혼인을 하기로 이미 결정된 시점에서 내가 보낸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 하였다. 그렇다면 이미 그때에 어떤 움직임이 준비가 되었다고 볼 수가 있다.’
율사청은 이렇게 항상 골머리를 싸매고 생각을 하여야 하는 자신이 한심하지만 사정이 그렇게 만들고 있었다.
그의 천성에는 이렇게 골머리 싸매고 생각하기보다는 그저 단숨에 격파하여 버리는 것이 더 좋았다. 그러나 상대는 그렇게 하였다가는 옳다구나 하고 힘으로 밀고 들어와 버릴 것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참아야 했다.
‘그가 우리를 치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 한데 무엇을 위해 무사들을 움직이고 우리를 압박하는 것인가?’
율사청은 이렇게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가 한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