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문무공-101화 (101/149)

제  목: [연재] 독문무공(101, 오권끝)

지성룡은 청명원에서 천천히 걸어서 천하관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무슨 일로 왔다 가느냐?”

지일광이 뒤에서 말을 걸어왔다 지성룡은 얼른 돌아서서 인사를 하였다.

“고조부님을 뵙고 가는 길입니다.”

“그 어른께서 무슨 말씀을 하셨느냐?”

“그저 제 결심을 확인하였습니다.”

“일단 나도 할말이 있었는데 잘 만났다.”

지일광이 근처의 바위에 걸터앉았다. 지성룡도 서있기가 머쓱하여 옆에 있는 바위에 걸터앉았다.

“알다시피 지금 본문의 여론은 너로 인하여 들끓고 있다. 알고 있느냐?”

“예, 제가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한 것 같습니다만 언제건 한번 거론해야 할 일입니다.”

지성룡은 아까의 기분이 있어 다소 거칠게 답하였다. 그것을 느끼고 흠칫하였지만 지일광은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맞다. 한번은 거쳐야 할 일이다. 이럴 때일수록 참는 것이 최고다. 참아라.”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일은 오대가문 사이의 힘의 균형을 깨는 일이니 그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오히려 반발하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입니다.”

“그렇다. 그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들에게 섭섭한 감정을 갖지 말고 넓은 마음으로 포용을 해야한다.”

“명심하겠사오니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잘 대처하리라 믿는다. 한데 오늘 아버님에게서 이상함을 못느꼈느냐?”

“다소 나이가 드신 것 같습니다.”

“그게 아니다. 며칠을 못 넘길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구나. 그전에 너의 일을 서둘러 마무리 지어야 하겠다. 제일 먼저 그분이 떠나실 것 같구나.”

지일광의 말에 지성룡은 다소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느낀 아까의 감정이 기우가 아니었음을 알았다.

“정녕 믿어지지 않습니다. 아직은 정정한데….”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의 삶이란 그런 것이다.”

지성룡은 고조부가 세상을 떠난다는 사실이 마음에 사무치기 시작하였다.

“아마 오늘 너를 부른 것은 그 것을 아셨기 때문일 것이다. 일단 일을 마무리 짓도록 하여라. 그분이 돌아가시기 전에 마무리 짓는 것이 필요하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지성룡은 무거운 마음으로 천하관으로 향하였다.

“안에 계시느냐?”

지성룡이 문주의 집무실에 당도하자 수발드는 자가 있었고 안에 있는가를 물었다.

“예, 들어가십시오. 혼자 계십니다.”

“가서 형님에게 좀 오시라고 전하여라.”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지성룡은 지연룡도 같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전갈을 보내었다.

“무슨 일이냐?”

“검토는 해보셨습니까?”

“아, 그래 오늘 이야기를 하기로 하였지. 자리에 앉아라. 지금 네형이 뭔가 검토를 한다고 서류를 가지고 있다. 오라고 해야겠구나.”

“형님에게 들어오면서 전갈을 보내었습니다. 곧 오면 그때 말씀을 나누지요.”

지성룡은 자신이 아버지의 말을 가로막고 정리를 하다가 이러면 안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고조부님과 증조부님을 만나고 오는 길입니다.”

지성룡이 그렇게 말하자 지유성은 조용히 듣기만 하였다.

“고조부님은 제 결심을 물었고 증조부님은 고조부님이 곧 돌아가실 것 같다고 돌아가시기 전에 일을 마무리 지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다소 마음이 무겁습니다.”

지성룡의 말에 지유성도 얼굴이 무겁게 변하였다. 그말은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음, 그말을 증조부님이 하셨다면 뭔가 느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단 내일 모든 것을 결론내도록 하자. 부문주들이 내일 아침나절에 올 것이니 너도 그때에는 오도록 하여라.”

“예, 오늘 자세한 세부내용을 확정하고 내일 그 것까지 확정을 하도록 해야겠습니다. 일이란 말이 나왔을 때 신속하게 매듭지을 것은 매듭을 지어야 합니다.”

지성룡은 단정적으로 말을 하였다. 막 그말이 끝났을 때 지연룡이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지연룡이 지성룡의 옆에 앉았다.

“검토는 해보셨습니까?”

지성룡은 궁금하여 물었다.

“다소 벅찬 계획이구나. 돈이 지금에 비하여 세배나 더 들어가는 계획이다. 재원을 마련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지연룡이 난색을 표하였다.

“얼마나 부족합니까?”

“연간 은자 백만냥 가까이 소요된다. 현재는 천하오단에 드는 비용이 고작 이십삼만냥이고 천하관에 드는 돈이 십이만냥에 불과한데 너의 계획대로 한다면 백만냥이나 들어간다. 쉽게 조달할 방법이 없다.”

지성룡은 지연룡이 재원에서 제동을 걸자 어이가 없었다.

“정말 그 정도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어렵습니까?”

“어렵다기 보다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상단과 표국과 전장에서 돈을 내야 하는데 그돈을 빼려면 결국 부문주 모두가 협력을 해야한다.”

“협력을 얻어내면 되지 않습니까? 그 정도라면 본문에서 감당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습니까?”

“그 것이 부문주들이 모두 동의를 해야 하는데 그들이 동의를 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동의를 하게 만들면 되지 않습니까?”

“부문주들 모두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데 쉽게 동의를 해주겠느냐?”

지유성이 보다 못하여 그렇게 말을 하였다.

“만들어야 합니다. 그 것이 다 필요한 돈입니다. 그 것을 안해준다면 그들은 본문을 위하기보다는 개인적인 아집에 사로잡혀 공사를 구분 못하는 이기적인 행동입니다.”

지성룡의 말에 지유성과 지연룡은 아연실색하여 보았다.

만일 지금의 말을 부문주들이 들었다면 난리가 날 말이었다.

“그들을 설득하여야 한다.”

“지금의 계획을 밀고 나가야 합니다. 그들이 듣지 않는다면 모든 것을 때려치우고 소자 혼자 모든 것을 다하겠습니다.”

지성룡이 그렇게 말하자 지유성은 놀라다 못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 포기한다는 말이냐? 어찌 그렇게 말을 한다는 것이냐? 그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설득을 해서 안되었을 때 포기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내일 그것이 안되면 혼자의 힘으로 해나갈 것입니다. 과연 그렇게 되었을 때 얼마의 비용이 들고 힘든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할 것입니다.”

지성룡의 말에 둘은 지성룡의 사고관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다 때려치면 그만이다는 생각을 해보자 사정조로 이야기하던 지금까지의 태도에 대하여 새로운 각도로 접근해 갈 수가 있었다.

“정말 때려치운다니 대담한 생각이구나.”

지유성은 조용히 뇌까리고 있었다.

“그대로 통과를 시키지 않으면 없던 것으로 하고 저는 천하문의 일에 대하여는 더 이상 관여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유성은 지성룡의 태도에 내일의 일이 볼만할 것 같다는 생각에 웃고 말았다. 웃을 일이 아닌데 웃음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문주인 아버지 앞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 무례로 보아야 하는데 자신감으로 다가왔고 이렇게 몰아부친다면 부문주들이 질겁하여 당황할 것을 생각하자 절로 미소가 나왔다.

그만큼 지유성은 왠지 자신의 일이 아니라 지성룡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진 것을 너에게 모두 전달하여 주었다. 군림천하 하여라.”

태을자는 힘이 없는 목소리로 말을 건네었다.

“나는 중원인이다. 그러나 중원인이기에 앞서 인간이었다. 이제 죽을 때가 되니 모든 것이 부질없기도 하다. 천하를 제패하고 싶었는데 타고난 능력이 그에 미치지를 못하였다. 천하제일인이 되었다면 천하를 위해 멋지게 살았을 텐데…… 그렇지를 못하였다. 너는 천하를 제패하고 천하를 멋지게 운영하여라.”

유광한에게 개정대법으로 자신의 내공을 전달해주는 것을 일곱번이나 마쳤기에 기력이 쇠진하게 된 것이다.

“원래는 열번으로 하여야 하는데 일곱번으로 마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내 내공의 구할은 갔으니 문제는 없을 것이다. 더 이상 진행할 수가 없을 것 같구나. 이제 중원으로 떠나라.”

“예, 중원으로 떠나라니요?”

“떠나거라. 가서 우선 중원의 풍습과 중원의 말을 자세히 익혀라. 그것이 너의 길이다. 나는 이제 며칠 못가서 죽는다. 내가 죽으면 그저 아무 곳이나 묻어주면 된다.”

태을자의 말에 유광한은 지난 세월이 그래도 생각이 들었다.

태을자에 대한 소문은 유광한도 들을 수가 있었고 중원에서 흉악한 공적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더없이 좋은 무공 사부였다.

그 의도야 어떻든 자신에게 본신지기까지 전수해줄만큼 대단한 희생을 한 것이다.

그런 태을자이기에 고마움이 앞서고 있었다.

“중원에 간다면 천지문으로 들어가거라. 그 곳에 가서 천하정세를 살피거라. 그럴 때를 대비하여 가르쳐준 몇가지 마공이라면 너의 신분을 만드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군림천하하여 사부님을 다시 중원에 모셔가도록 하겠습니다.”

유광한에게 사부라고 부르지 못하게 하였지만 기진한 태을자를 보자 유광한은 사부라고 불러주었다.

그렇게 쓸쓸한 변방의 오지에서 태을자는 한 많은 백이십일세의 일기를 마치고 쓸쓸히 사라져 갔다.

지씨 셋과 부문주들이 모인 자리는 냉랭하였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들로서야 이런 개편자체가 자신들의 권한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불만일 수밖에 없었다.

“우선 이번에 개편할 방향에 대하여 소문주가 설명을 하여 보아라.”

지유성은 다른 사족이 없이 모두가 모이자 바로 지시를 하였다.

지연룡이 일어나서 지성룡이 세운 계획을 구체적으로 만들어서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부문주들은 지연룡이 설명하는 동안 내내 집중하면서 듣고 있었고 하나하나 설명이 이어질 때마다 뭔가를 적기도 하고 있었다. 아마 설명이 끝나고 난 후에 이야기를 할 때 말할 거리를 적는 것 같았다.

거의 반시진에 걸친 지연룡의 장구한 설명이 이어졌다.

지성룡이 세운 계획은 고작 십여장에 불과하였는데 지연룡은 그것을 삼십여장이 넘는 분량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지성룡이 넣지 않은 자금소요나 자세한 운용방향을 보다 구체적으로 세워놓았기 때문이다.

“너무나 규모가 크고 방대한 일이오. 굳이 우리 천하문이 이런 규모의 무력을 보유해야 하는지 의문이오.”

양결상이 역시 제일 먼저 반발을 하였다.

지성룡은 양결상이 그렇게 묻자 가만히 있었다. 지유성도 가만히 있어 양결상의 말이 끝나고 한참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럼 얼마나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지성룡은 나직하게 물었다.

“지금보다 오백정도 많으면 충분할 것이다.”

“그럼 그렇게 하시면 될 것입니다. 하나 삼천으로 만여명에 가까운 천지문에 대항을 하고 이만에 육박하는 사대문파를 대항하는 것이 가능할지에 대하여 먼저 설명을 해주시기를 부탁 드리겠습니다. 아, 굳이 저같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굳이 할 필요도 없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성룡의 말에 양결상의 얼굴은 다소 딱딱하게 변하였다.

지성룡이 말하는 숫자는 누구든지 아는 숫자였다.

“그거야 그들이 전쟁을 일으켰을 때가 아닌가? 굳이 지금 같은 시기에 그런 많은 무력을 운용할 필요가 있냐는 것일세. 더구나 자네도 있고 말일세.”

지성룡이 원하는 답을 하였다.

“제가 왜 이 전쟁에 나섭니까? 천하문의 일인데…… 저도 천하문의 일원이기에 적당한 몫은 하여야 하기에 전쟁에서 한두명 상대하면 되는 것이 아닙니까?”

지성룡이 말을 하자 네 부문주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하고 말았다.

실로 지성룡의 말은 협박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지성룡의 말에 따지듯이 지유성의 얼굴을 보았다. 지유성은 네 부문주의 시선을 외면하였다.

양결상의 얼굴은 지성룡에게 면박을 당했다고 생각하였는지 씩씩거리고 있었지만 큰소리는 내지 않았다.

지성룡은 그들의 표정을 보자 자신의 격장지계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을 알았다.

“음,자네의 말은 우리가 이 계획 전체에 대하여 동의를 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을 없던 것으로 하고 본문을 떠나겠다는 것인가?”

종로행이 그 말에 숨어 있는 뜻을 아는지 물어왔다.

“떠난다는 의미보다는 천하문의 일에 관여를 안한다는 의미입니다. 지금 제가 천하문에서 맡고 있는 것이 없는데 굳이 떠난다는 말은 적당한 표현이 아닙니다.”

종로행의 말에 들어 있는 말뜻을 알기에 모른척 말하였다.

“음, 하면 너는 본문이 위급해져도 모른척한다는 것이냐?”

“그 말씀이 아닙니다. 설사 제가 맡아서 지키고 있어도 삼천 가지고는 위험을 해소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삼천으로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맡기라는 것입니다.”

지성룡의 말에 그들은 얼굴이 붉어졌다.

약간은 터무니 없는 이야기였다. 오천이 안되면 맡지 않는다. 그리고 그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떠나겠다고 오히려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지성룡이 그저 개봉에 웅크리고 있으면서 조용히 있는 것으로 생각하였지 떠나겠다는 의도를 보일 줄은 생각하지 못하였다. 그들의 계산 착오였다.

네 부문주의 얼굴이 더욱 상기가 되고 있지만 고함은 없었다. 지유성은 그들의 논쟁에 가만히 있었다.

“네 말은 심히 여러가지 의미가 들어 있구나. 우리들이 네가 요구한대로 들어주지 않으면 개봉을 떠나 딴 곳으로 가겠다는 말이구나. 네 말은 우리가 사정하여 맡아 달라고 하여도 시원치 않을 판에 트집을 잡으니 우리들에게 당해보라는 것이냐?”

종로행은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새까만 녀석이 협박하니 화가 난 것이다.

“맞소이다. 나를 원하지 않는데 내가 있을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지성룡도 정색을 하고 말을 하고 말았다. 순간 싸늘하게 지성룡의 몸에서 기운이 일어났다.

그 기운에 모두들 몸을 뒤로 젖혔다. 조금이라도 피하려는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이일이 타당하지 않으시면 어르신들은 반대를 하시면 되고 저는 안하면 됩니다.”

지성룡이 싸늘하게 말하자 네 부문주는 지성룡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성룡의 무위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안다면 대둔산에서 조금 지켜본 것에 불과하였다. 그때도 본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지성룡이 이렇게 강압적으로 나오자 대응할 길이 없었다. 그저 사정을 할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사정이 아니라 하기싫으면 안한다는 태도이니 막상 그들은 대응할 길이 없었다.

“묻겠습니다. 하실 것입니까 안할 것입니까?”

지성룡의 말은 차갑기 그지 없었다.

마치 최후통첩이나 다름이 없었다.

지성룡은 평소 대하였던 사람들이 오태상이나 오원주, 그리고 각 문파의 수장들이기에 굳이 부문주들이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생각하는 지성룡의 인상과는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지성룡이 이렇게 강압적인 분위기로 이끌면서 한 사람씩 노려보자 그들은 눈길이 마주칠 때마다 고양이 앞에 쥐처럼 눈길을 피하였다.

그들은 그 눈길을 피하고 싶을 뿐이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지성룡의 기세에 눌려 그들은 정상적인 생각이 들지 않고 지성룡이 두려워 지기 시작하였다.

지유성은 다행히 지성룡의 기세를 정면으로 받지 않기에 영향이 적었지만 예상을 하고 있었다. 지청현이 가진 위엄과는 다르지만 그 것을 가금식 겪었기에 그들의 상태를 알 수가 있었다.

“자네의 뜻대로 하게.”

가장 정면으로 앉은 종로행이 맨 먼저 굴복을 하고 말았다. 종로행의 말이 끝나자 양결상과 다른 두 부문주도 동의를 하였다.

“감사합니다.”

지성룡은 그렇게 말하고 가볍게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지성룡이 고개를 들어 그들을 보자 모두 눈길을 피하고 있었다.

“앞으로 많은 도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다시 지성룡이 기세를 실어 말을 하자 그들은 말도 못하고 고개만을 끄덕였다.

“자네들이 동의를 하였으니 오늘 이내용을 발표하고 바로 후속 조치를 하겠네. 계획서는 이미 한부씩 마련해 놓았으니 가지고 가서 검토해주고 조치를 부탁하겠네.”

지유성은 지성룡이 협박하여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한번쯤은 필요할 것이라 생각하여 가만히 두었다.

지연룡이 책자를 하나씩 건네어도 그들은 정신이 없는지 받아 들었고 말이 없었다.

지성룡은 자신이 맨 먼저 일어나 밖으로 나와버렸다.

협박을 한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협박으로 굴복시키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렇게 하고만 것이다. 최악의 방법을 사용하여 일을 성사시킨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미안하여 자리를 먼저 떠난 것이다.

한편 지성룡이 밖으로 나가자 그들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이미 그들은 지성룡에게 심리적으로 허물어 졌기에 자신감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지유성과 지연룡도 지성룡처럼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렇기에 두려워서 말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일단 움직여서 일을 추진해 주십시오.”

지유성의 말에야 겨우 정신을 추스리고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소이다.”

종로행이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의 심리에는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들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지성룡에게 당한 두려움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날 오후 천하군단에 대한 이야기가 발표되었다.

조용한 가운데 지성룡의 등장이 이루어 졌다.

지성룡은 일이 발표되자마자 일을 곧바로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지성룡의 등장은 천하문의 모든 사람들에게 당연하면서도 약간은 의외였다.

이 소식은 금세 중원으로 퍼져나갔다.

천하군단의 내용은 실로 천하문의 누구보다도 강한 힘을 가진 존재의 탄생을 의미하였기에 천하는 숨을 죽이고 귀추를 주목하기 시작하였고 지성룡이 본격적인 천하제패의 야망을 나타냈다는 것으로 파악하고 그런 소문이 돌기도 하였다.

지성룡은 천하문 내에서 많은 변화를 불러 왔다.

다행이라면 천하문의 부문주들이 조용히 침묵하기에 누구 한사람 반대하는 목소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지성룡이 천하군단의 군단주가 된지 삼일만에 지청현이 세수 백십육세를 일기로 세상을 하직하였다.

오태상중에서는 세번째로 나이가 많았지만 가장 먼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앓지도 않은 가운데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보내고 떠나간 것이다.

지청현의 타계로 천하문은 애도를 하기 시작하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