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문무공-100화 (100/149)

제  목: [연재] 독문무공(100)

황영지는 제갈휘미를 불렀다.

제갈휘미는 황영지의 태도를 보다가 결국 일이 황영지의 맘대로 되지 않은 것을 알았다.

“호상단을 구성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까?”

“다소 그래. 갑자기 양주상이라는 자를 호상단주로 들어오게 만들어 버리고 천하문의 인원이 일부 호상단으로 들어올 것 같아.”

제갈휘미는 양주상에 대하여 알고 있기에 어이가 없었다. 그는 지성룡에 비하여는 윗대의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지성룡의 수하로 자처하고 들어 온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는 천하문 내에서 지성룡이 뭔가 변화를 생각한다고 볼 수 밖에 없었다. 제갈휘미가 파악한 구룡상단은 인적으로 천하문과 관련이 있는 자들은 거의 없었다. 한데 그 원칙이 호상단에서 깨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천하문과 관련 있는 자가 들어온 다는 것은 지금과는 달리 뭔가 변한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이 모든 것이 내 생각과는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니 그 것이 걱정이야.”

“이제 보다 더 적극적으로 매사에 나서겠다는 것이 아닐까요?”

제갈휘미는 황영지가 말하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다른 대답을 하였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영웅성만한 세력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것이 잘 안된다는 것이야.”

황영지는 솔직하게 말을 하였다.

“영웅성만큼 큰다는 것은 심히 어려운 일입니다. 영웅성은 근 백년에 걸쳐서 이룩된 세력입니다. 그런 세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 진 것이 아닙니다.”

제갈휘미는 황영지의 내심을 알면서도 그렇게 말을 하였다.

“알아. 이번에 구룡상단을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세력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그 것이 그리 싶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야. 내가 단주이지만 실질적인 것은 용행수와 송행수에 달려있고 호상단은 상공이 끌어들인 양단주가 관장한다면 나는 아무것도 마음대로 못하잖아.”

황영지는 솔직하게 불만을 말하였다.

“그렇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누가 뭐래도 이제는 명실상부한 상단의 주인입니다. 제가 도와드릴 것입니다. 다른 생각을 하지 마시고 상단을 키우는 일에만 열중하신다면 좋은 결과가 생길 것입니다.”

제갈휘미의 말에 황영지는 다소나마 위안이 되었다.

“제가 판단하건데 지금의 상황은 상단의 내실을 기하는데 최선을 다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고마워. 그리고 여인문은 아니지만 무상문의 재건을 위한 일에 대하여 한번 동생이 추진을 해보아. 그 것이 더디지만 몇 년 후를 생각한다면 확실한 방법이 될 것 같아.”

“예,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옵고 가급적이면 대립하는 듯한 인상을 주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랫사람들이 대립한다고 수근거리고 있습니다.”

제갈휘미는 밑에서 도는 소문이 생각나서 다시 한번 말을 하였다.

“그렇게 하지. 뭐, 내 맘대로 바꾼다고 되는 것도 아니니 당분간 자연스럽게 일을 해나가야 하겠어.”

“잘 생각하셨습니다.”

“천하문에서 소식이 들어온 것이 있소이까?”

제갈중명은 무림맹의 개편을 마무리 짓고 여유를 찾아 인자기에게 물었다.

인자기와는 예전에 간이 일한 경험이 있기에 그리 어려움이 없었다.

“지금 주공이 개봉에 돌아왔고 드디어 일을 시작하였다는 보고입니다.”

“무슨 일을 한다는 것입니까?”

제갈중명은 지성룡의 계획을 모르기에 궁금하여 물었다.

“주공이 가진 세력을 구룡상단이라는 이름으로 개편하여 주모가 관장하게 하고 지금부터는 천하문의 무력을 관장할 것입니다.”

제갈중명은 인자기의 말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대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알았다.

“천하문이 가진 무력은 상당합니다. 그 것이 아직까지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하였고 주공을 위한 힘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을 이번 기회에 주공을 위한 조직으로 개편할 것입니다.”

인자기의 설명에 제갈중명은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모든 것이 진행되는 것을 느꼈다.

“내가 알기에 무림척살대에 대하여도 그런 일이 진행이 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힘으로 천하를 장악한다는 것입니까?”

제갈중명은 자신이 생각하는 바와 다소 차이가 있자 물었다.

“곧 있으면 사대문파가 봉문을 해제합니다. 그들은 다시 반격을 할 것입니다. 또한 주지하다시피 천지문이나 만상문, 태을자등이 뭔가 일을 만들어 도전할 것입니다. 그들과의 분쟁에서 최후에는 무력으로 결판이 날 것입니다. 그들을 제압할 힘이 없다면 결국에는 전쟁을 해야 합니다. 이번 기회에 확실한 힘을 확보하여 그들과의 분쟁에 대비하는 것이오.”

인자기의 말에 제갈중명은 자신은 아무런 힘이 없다는 것이 느껴졌다.

“문제는 지금 우리진영이 확실한 우위를 표면적으로 쥐고 있지만 암중으로 그런 세력이 다시 표면화 된다면 곧 흔들릴 것이라는 것입니다. 천지문만 하여도 하나밖에 남지않은 마도로서 무림맹과는 다른 독자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의 체제에 불만이 있는 자들이 그들을 중심으로 모인다면 곧 그 세가 엄청난 폭발력을 가지고 불어날 것입니다.”

인자기의 말에 제갈중명은 자신이 하나도 주류에 접근하지 못하는 허수아비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모르겠습니다.”

제갈중명이 마침내 무력감을 표하고 말았다.

“할 일이 많습니다. 맹주가 지금처럼 생각을 하는 동안 결국은 더 그런 생각은 커지게 될 것입니다. 뭔가를 하나 매달려 보시오. 관외의 움직임이라도 주시해야 합니다.”

“태을자 말이오?”

“그렇소이다. 관외로 간 것이 확실한 태을자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것입니다. 그 동안 웅크리던 그가 뭔가를 할 것이 분명합니다.”

“알았소이다. 그렇게 합시다. 관외라고 하면 대막과 만주인데 그 곳은 지금 조용하지 않소? 어디를 주시한다는 것이오?”

“대막보다는 만주입니다. 그 곳은 오래지 않아 금과 같은 성세를 누릴 수가 있습니다. 아마도 그 사이에 들어가서 뭔가를 획책하기 쉽습니다.”

“결국 관문 밖에서 혼란을 획책한다는 것이 되겠구려. 그러나 넓은 만주에서 어떻게 그를 색출한다는 것입니까?”

“색출이 아니라 그들에 대한 경계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예전에 태을자의 종적을 추적하였고 그가 관문 밖으로 나간 것까지 확인을 하였습니다. 그들에 대한 경계를 해야 합니다.”

그때 밖에서 소리가 들리고 전갈을 들고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그는 인자기가 데리고 있는 자였다. 인자기는 그자가 내미는 서찰을 받아 들었다.

서찰을 전해주고 그자는 밖으로 나갔고 인자기는 서찰을 보다가 얼굴이 굳어졌다.

“만상문이 연경에 그 흔적을 보였다고 합니다.”

제갈중명도 만상문에 대하여는 익히 들었기에 그 전말을 알고 있었다.

“만상문은 심히 그 목적이 불분명한 세력입니다. 그들이 황궁에 나타났다는 것은 뭔가 새로운 음모를 획책한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뭔가 대비를 우리들이 수립하라는 청이오.”

인자기의 말에 제갈중명은 얼굴이 약간 묘하게 변하였다.

“그자들을 우리가 견제를 하라는 것이오?”

“그렇게 해야 할 것입니다. 주공은 그들의 움직임을 우리가 파악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인자기의 말에 제갈중명은 다소 상기된 표정이 되었다.

“그들과 무림맹이 싸운다면 결국 그들의 전모는 주공에게 알려진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황실도 천하문보다 우리가 껄끄러울 것이니 설사 문제가 되어도 그리 크게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오?”

“그렇소이다. 주공이 그들을 직접 추적할 경우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하나 우리가 추적하는 것은 알려져도 크게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만상문을 추적한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 것이 나중에 문제가 되었을 때 우리에게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알겠소이다. 총사가 알아서 해주시오.”

“이런 소문이 어디서 나왔느냐?”

만상문주는 무림맹에 파견한 간자에게 들어온 소식에 결국 만상천군을 찾아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림맹에 파견한 간자가 보내온 소식입니다. 무림맹의 기밀을 관장하는 천기각에 속한 모든 자들에게 본문에 관한 것이 연통으로 내려졌는데 연경에 그 흔적이 있으니 유의하여 본문의 동태를 살피라는 전갈이 뿌려졌습니다. 이 것은 실제 본문을 찾겠다는 것보다 본문에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는 경고와 더불어 중원에 있는 무림문파들에게 본문을 경계하라는 포고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렇다. 이것은 천하문에서 본문에 보내는 경고이다. 결국 양진충이에 대한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황궁에 이것이 알려지는 것도 시간 문제겠구나.”

“그렇다고 보아야 합니다. 결국 뭔가 우리들을 노리고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알았다. 이런 것과 상관없이 출도의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느냐?”

“예, 다 떠날 준비를 하였습니다. 하온데 정녕 떠나실 것입니까?”

“그렇다. 떠나야 한다. 본문이 이번 출도로 성공을 못한다면 그 맥을 이을 수가 없다. 만일 성공한다면 내가 후인을 보내마. 그러나 실패한다면 우리는 다시 새로운 준비를 할 것이다.”

만상천군은 장로들과 원로들을 설득하여 출도를 결정하였다. 유시가 지엄하다고 하여도 만상천군이 직접 후인의 일부를 이끌고 은거하여 맥을 보전한다고 하자 찬성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예, 태상문주님의 고심을 받들어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부탁을 하마. 우리가 지난 천여년간 항상 천하를 염두에 두고서도 아무것도 못하였다. 이렇게 은자의 세월만을 보낸다고 하여 될 것이 아니라 나가서 정당하게 준비를 하여 정식적인 무림의 문파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그렇게 한다면 본문에 내려진 혐의를 벗을 수 있을 것이다.”

“예, 그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무림의 문파로 거듭나서 천하의 지주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하나 마상천군의 마음은 무겁기 짝이 없었다.

무림에서 양지의 문파로 거듭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무림의 주류가 견제를 하는 상황에서 자칫 대혈겁의 시발이 될 수가 있었다. 다행이라면 도발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들이 나간다는 것이지만 그 것도 험난한 길이 될 것이 뻔하였다.

“문제는 누가 뭐라 해도 참룡검객의 마음이다. 그가 천하제패를 하려는 마당에 본문이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천하문의 방해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그들의 눈밖에 나서 버티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점을 항상 유념하여 성급하게 부딪치지 않도록 해라. 나는 떠날 자들을 데리고 내일 떠나도록 하겠다.”

만상문주 이정발은 만상천군의 선택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멸망의 길로 가는 것을 알기에 대비를 하는 그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이정발도 지금의 도박이 쉽게 성공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저 강호의 한 축으로 자리잡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당대는 아닐지언정 언젠가는 성공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실패가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진출을 하는 것이다.

“공존의 길을 찾아보도록 하여라. 그러나, 그 길을 용납할지는 미지수이구나. 만일 그렇게만 된다면 자리를 잡는데 도움이 될 것이지만 이미 그런 것은 어려울 것 같구나. 다행이라면 정도를 표명하기에 무차별 공격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만상천군은 일어서서 나가는 이정발의 뒤를 향하여 한마디 더하였다.

“하실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오셨습니까?”

지유성은 네 명의 부문주가 몰려 들어오자 마주하고 앉았다.

“그렇습니다.”

양가의 부문주 양결상은 지유성을 빤히 보면서 다소 무례한 어투로 말을 받았다.

이미 이들이 다소나마 반발할 것을 예상하였기에 지유성은 그들의 노골적인 어투에도 당황하지는 않았다.

“알고 있습니다. 아마 이번 본문의 개편에 대하여 할말이 있는 것이 아니옵니까?”

지유성은 네 명의 부문주들을 한명씩 보면서 마주 받아주었다.

“우리는 다소나마 이해를 하려고도 하였지만 어른들과는 달리 이일에 대하여는 수긍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지문주가 이일을 강행 한다면 우리들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하오.”

그들과는 벌써 삼십년이상 같이 일을 해왔는데 이일에 대하여 이렇게 반발을 하자 의외였다.

“그렇게 정리를 하였다는 것이오?”

지유성은 이미 결정된 일을 정면으로 반발하는 그들의 속내가 쉽게 짐작이 되지 않아 다시 한번 반문을 하여 그들의 속내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우리들이 지금 이렇게 하는 것은 지씨들의 천하를 만들겠다는 것에 대하여 반대하기 때문이오. 이런 식으로 천하문을 송두리째 장악하는 것은 네 가문을 지씨의 속가로 만드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오.”

다시 한번 종로행이 다소 격앙된 어투로 말을 하였다.

“네분들을 알아온지도 사십년 이상이 되었고 같이 일한지도 삼십년이 되어 갑니다. 그런 의도가 있다면 집안 어른들이 먼저 반대를 하였을 것이오. 분명 말씀드리지만 결코 지씨만을 우대하지는 않을 것이오.”

지유성의 말에 그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 역력하였다.

“물론 믿지 못할 것이오. 지씨들, 나를 비롯하여 내 세 아들이 주도할 것이기에 그것을 믿지 못할 것이지만 결코 다른 일들에서 지씨만을 배려하지는 않을 것이오.”

지유성의 말에 그들의 얼굴은 조금 변하고 있었다.

지유성은 그들의 얼굴에서 뭔가 협상을 하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네 분이 걱정하는 것이 향후의 본문 운영에 제가 독주를 하고 우리 아들들이 독주를 할까 두려운 것이오?”

지유성은 그들이 걱정하는 바를 알았다. 독단적으로 독주를 할 때 견제할 길이 없어지는 것이 두려운 것이었다.

“분명한 것은 여러분들에게 최대한 상의를 할 것이오. 그러나 예전에도 그렇지만 문주로서 필요하다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오. 그런 부분을 제외한 것들에는 최대한 의견을 묻고 듣도록 할 것이오. 믿지 못한다면 아무 것도 할 수는 없을 것이오.”

지유성은 그들의 처지가 이해되기에 최대한 설득하는 어조로 말을 건네었다.

“제가 단언하건데 지씨들의 이익을 위해 네 가문의 이익을 해치지 않을 것이오. 그 점은 인정해주시오. 그리고 네 분들과 우리 부자들과 자리를 마련하여 이야기를 해보도록 합시다. 내일 이 시간이 어떻겠소?”

지유성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들에게 다가섰다.

“그렇게 합시다. 천하군단에 대하여 들어야 할 것이니.”

“그럼 내일 이 시간에 뵙시다.”

“찾아 계십니까?”

지성룡은 지청현이 부른다는 전갈에 청명원으로 들어갔다.

“앉아라.”

지청현은 다소 시무룩한 표정이었다.

“너에게 묻고자 하는 것은 너의 고조부가 아니라 천하문을 세운 자로서 묻는 것이다. 혈연을 떠나 냉정하게 답을 하여라.”

지성룡은 지청현이 다소 냉정한 어투로 이야기를 하자 긴장이 되었다. 최근에 힘이 없던 모습이 아니라 전성기 때의 신광을 회복한 것 같았다.

“말씀하십시오. 소손 솔직하게 답을 할 것입니다.”

“묻겠다. 너는 사심으로 천하제패를 원하느냐, 아니면 본문을 위하여 원하느냐?”

지청현의 말은 냉정하기가 칼날 같았다.

지성룡은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긴장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그리고 질문에 이성적으로 답을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답을 드리자면 둘 다인데 사심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성룡은 냉정하게 답을 하였다. 지청현에게 원하는 대답을 할 수도 있지만 당당하게 자신을 밝히고 싶었다. 사심이 없이 천하제패를 하고 싶어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지청현의 얼굴은 더욱 싸늘하게 굳어갔다.

“본문이 너의 앞을 가로막는다면 어찌하겠느냐?”

지성룡은 그 부분에 대하여는 솔직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생각하기를 피하였다. 그런 사태만은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답을 하여야 했다.

“솔직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반대한다면 무시하고 나가겠습니다. 아마 힘이 들 것이지만 제 갈 길을 가겠습니다.”

지성룡은 지청현에 대하여 고조부라는 생각을 접고 냉정하게 답을 하였다.

지청현은 지성룡의 말에 가만히 응시하고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네가 그런 생각을 하는 중을 알았다만 내 앞에서 이렇게 말할 줄은 몰랐구나. 본문에 너와 같은 자가 나오기를 기대하면서도 나오지 않기를 바랬다. 왜냐하면 너 같은 자는 천하를 이롭게 하기보다는 불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네게 이렇게 물으면서도 제발 그런 식으로 대답을 하지 말기를 바라면서도 그렇게 대답하기를 원하였다. 정말 참담하구나.”

지성룡은 지청현이 이렇게 말을 하였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기에 표정을 변화시키지 않고 무심을 최대한 가장하였다.

“사대가문에서 너의 등장을 반기지 않고 있다. 네가 더 이상 나서지 않기를 원하고 있다. 그들은 언제나 너에게 반대를 할 것이다. 어떻게 하겠느냐?”

지청현의 질문에 지성룡은 지청현을 보았다 이미 이문제는 정리를 하였기 때문이었다.

“저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무시하겠습니다. 최대한 포용을 하되 그래도 안되면 과감하게 정리해 나가겠습니다.”

지성룡의 어투는 어느새 지청현의 말처럼 냉정하였고 지청현은 지성룡의 어투에 들어 있는 강한 기세에 흠칫하였다.

이 것은 반대자에 대하여 생각을 하자 강하게 일어나는 자연적인 기세였다.

지성룡도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이 고조부라는 생각이 들자 얼른 끌어올린 기세를 거두어 들였다.

지성룡이 기세를 거두자 그제서야 지청현도 편안한 기분이 되었다.

지청현은 막상 지성룡의 기세를 접하자 두려워지기 시작하였다.

이런 기세는 맹수의 기세였다. 후천적이기보다는 선천적인 면이 강한 기세인 것이다.

일설에는 천살성을 타고난 자들이 호랑이나 맹수들이 내뿜는 기세를 보인다고 들었기 대문이다.

“결국 천하문이 너에게 반대를 한다면 그들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로구나. 차라리 안심이 되는 구나. 그들의 반대를 정면으로 돌파할 마음이라니. 그들에게 끌려가서 너의 뜻을 접지는 않을 것이니.”

지청현은 지성룡이 다시 기세를 일으킬까 겁이나서 자극하는 말을 피하였다. 다시 한번 그런 기세에 당한다면 자칫 실백(失魄)할까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되었다. 성룡이로 인하여 본문이 흩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사황성의 소성주가 단순히 이애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기에 굴복한 것이 아니었고 제갈중명이 이애를 이용할 생각으로 굴복한 것이 아니다. 만일 내가 아닌 자가 아까와 같은 기세를 접한다면 오금이 저리지 않을 자가 없다. 다른 사태상이나 오원주들도 이런 기세에는 두려움을 가질 것이다. 고조부인 내가 이렇게 두려움에 휩싸였는데….’

지청현은 지성룡의 분노 앞에 당당하게 맞설 자가 없다는 사실을 알자 안심이 되었다.

지금은 지성룡을 인정하지 않지만 그 기세를 접하고 인정하지 않을 자는 없어 보였다.

“물러가거라. 마지막으로 부탁하마. 천하문을 지켜다오.”

지성룡은 지청현의 모습을 보다가 오래지 않아 세상을 하직할 것이라는 불안한 생각이 뇌리를 엄습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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