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99)
“어서오시게. 당분간은 우리집에서 머물도록 하게.”
양청휘는 지청운이 연경에 오자 성문에서 십여리 밖까지 마중을 나갔다.
“아니 형님이 이렇게 나오시다니. 소제를 이렇게 생각해주어서 고맙습니다.”
“당연한 일이 아닌가? 자 가세.”
양청휘는 지청운 일행을 앞장서서 인도하였다.
성문을 통과하자 이대장군부에서 나왔으니 양청휘가 있는 것을 보자 내일 만나자고 한 후에 이자균이 떠났다.
“일이 복잡하다는 것을 들었네.”
“이 일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아직도 의문입니다.”
“좋게 생각하세.”
양청휘는 지성룡이 와있다는 사실에 대하여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이목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 일이 워낙 민감한 것이라 걱정이 앞섭니다.”
지청운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기에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그들은 양청휘의 집으로 갔다. 양청휘의 집은 북경지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객사에 머물 곳으로 안내를 하여 자리를 잡았다.
“우선 본문에서 참룡검객이라고 이름이 난 지성룡이 와 있네. 자네를 만나기 위해 대기중일세.”
그렇게 말하고 양청휘는 밖으로 나갔다.
지청운은 뭔가 다른 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은 하였지만 지성룡이 와있다고 하자 약간은 의외였다. 백부(지일광)의 승낙은 받았지만 지성룡까지 이일에 나설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안으로 들어온 지성룡은 존장에 대한 예를 취하였다.
“어릴적에 몇번 보았는데 몰라보게 자랐구나. 나 때문에 번거롭게 하여 미안하다.”
“아닙니다. 만상문의 종적을 쫓고 있던 중이었는데 드디어 실마리를 잡았습니다.”
“만상문이라니 무엇이냐?”
지청운은 처음 듣는 만상문에 대하여 궁금함을 표하였다.
지성룡이 그간의 일을 설명하였다.
“음, 실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구나.”
지청운은 자초지종을 알자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위험이 있는 것을 알았다.
“문제는 심각하지만 숙조부님을 뵈오니 조금은 안심이 됩니다. 충분히 십초지적은 될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그러나, 한초식만은 아셔야 할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지성룡은 양진충의 무공내력에 대하여 말을 하였다.
“그렇게 조사를 하였다니 대단하다. 너에 대하여는 들었다만 정말 대단하구나.”
지청운은 지성룡이 은밀히 잠입하여 한 것을 듣자 감탄을 하였다.
“너의 노력은 고맙구나. 이대장군부까지 점검을 하였다니 잘한 일이다. 사실 나는 양대장군부도 걱정이지만 이대장군부가 다른 생각을 할까 더 걱정이 되었다. 어찌 되었건 그 한초식에 대하여 말을 하여 보아라.”
지성룡은 만상요결에서 본 마지막 초식에 대하여 설명을 하였다.
내심으로 자신도 십이성 터득한자가 시전한다면 막을 자신이 없는 초식이기 때문이었다.
“아마 이 초식은 함부로 시전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인간이란 지기를 싫어하기에 어떻게 할지를 모릅니다. 비무전에 충분히 대비를 해두십시오.”
지성룡의 말에 지청운은 연신 알았다고 말을 하였다.
“알았다. 충분히 대비를 해두마.”
“그리고 이것은 제가 본문의 무공에 대하여 조금 발전시켜 적은 것입니다. 한번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지성룡은 지청운이 오면 줄 생각으로 정리한 책자를 꺼내었다.
그 것은 지성룡의 새로운 독문무공으로 천하문에서 전수할 내용이었다.
기존의 무공을 익힌 자가 큰 어려움 없이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길을 서술한 것이었다.
“음, 네가 드디어 독문무공을 찾았다는 말이 있던데 그러하구나. 정말 장한 일을 하였구나.”
지청운은 품속에 책자를 넣으면서 치하를 하였다.
“그저 조그마한 성과가 있었을 뿐입니다.”
“아니다. 독문무공은 본문의 염원이 담긴 것이다. 이것으로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이니 어찌 경하할 일이 아니겠느냐.”
“과분한 치하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닐세. 나도 군문에 매여 있지만 결코 분문을 잊지 않고 있네. 자네가 본문의 희망이라는 것은 알고 있네. 자네의 일을 도울 수가 있다면 도와줄 것이네. 그리고 만상문의 일은 항상 앞으로 유념하여 처리할 것이네. 이일은 근 거가 없이 거론을 하면 오히려 거론하지 않는 것만도 못할 수가 있으니 차츰 시간을 두고 처리하겠네.”
지성룡은 오일을 더 머물다 연경을 떠났다.
황제가 친림한 자리에서 벌어진 비무에서 무사히 십초를 버텨 사령장을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되자 더 이상 있을 의미가 없어 개봉으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양주상이 성문밖까지 배웅을 나왔다.
“이곳의 일이 정리되는 대로 개봉으로 가겠습니다.”
“그러면 기다리겠습니다.”
“예, 그럼 그때 뵙도록 하겠습니다.”
양주상은 공손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 배웅을 하였다.
지성룡은 어둑해지는 야음 속으로 신형을 날려 떠나갔다.
지성룡은 돌아오자 어이가 없었다.
말을 꺼내서 허락을 하긴 하였지만 황영지가 거의 제멋대로 일을 처리하여 마무리 지어놓은 것을 보자 황당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각종 서류까지 완벽하게 접수하여 제갈휘미가 보관하고 있는 것을 보자 기가 막혔다.
뭔가 도둑맞은 기분이 드는 것은 인간이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자신은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어 보였다. 있다면 황영지에게 묻거나 용소명을 통하여 지시하는 수밖에 없어 보였다.
할말이 없어 모른 척 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은 여기저기 인사를 다니는 것이 급했기에 투정할 시간도 없어 돌아오는 날은 그렇게 지나가고 말았고 용소명을 만나 자초지종을 들은 것은 다음날이었다.
“주모님이 생각보다 철저하여 모든 것을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용소명은 멋적은 듯이 변명부터 하였다.
“자네를 탓할 것은 없네. 원래 이럴 생각이었으니. 하지만 너무나 급하게 변해서 어리둥절할 뿐이네.”
“주모님께서 생각보다는 철저하십니다.”
용소명은 다시 한번 변명을 하였다.
“아니네. 잘하였네. 이만 물러가 보게. 하나 한가지만 부탁을 한다면 자칫 천하문과 부딪치는 일이 생기지만 않도록 중간에서 조금 조절을 해주게.”
“그 점은 항상 염두에 두겠습니다.”
지성룡은 용소명에게 그렇게 지시할 수밖에 없었다.
“부탁하네. 그런 일만은 발생하지 않도록 해주게.”
지성룡이 우려하는 바를 아는 용소명이기에 말없이 조용히 나갔다.
“수고하였소이다.”
지성룡은 황영지와 단둘이 만나는 시간이 되자 잘했건 잘못했건 그간의 일에 대하여 잘했다고 말을 건넸다.
“아뇨. 제가 서툴러서 한 일이 맘에 들지 모르겠습니다. 한다고 했는데 잘될지 모르겠습니다. 이왕 할게 그냥 서둘러서 끝냈습니다.”
“아니오. 잘하였소이다. 한데 한가지만 부탁을 드릴까 하는데 들어주겠소?”
“말씀하세요.”
“구룡상단을 운영하는 일중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천하문과의 관계이오. 아버님이나 형님의 체면을 생각하여 분쟁이 없도록 양보를 해주시기를 부탁드리겠소. 가급적 아버님과 부딪치지 마시오.”
지성룡은 황영지의 성격을 알기에 그 일만은 당부를 하였다. 소유욕이 유달리 강한 황영지이기에 앞으로 천하문과 다툴 것이 뻔해 보였다.
“알겠어요. 그런 일은 없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입니다.”
황영지도 지성룡이 우려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기에 수긍을 하였다.
“가신 일은 잘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다행히 큰 문제가 없이 해결이 되었소이다. 그리고 양주상이라고 아시오?”
“예, 청명원에서 있었던 인물이온데 지금은 연경에 있는 것으로 아는데 무슨 일이 있습니까?”
“이번에 연경에서 만났소이다. 다행히 의기투합하여 나에게 일신을 의탁하기로 하였소이다. 오래지 않아 올 것이니 호상단의 일을 맡겨주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나 어찌 되었건 한집안이나 마찬가지이고 윗사람이라서 껄끄러울 수가 있어 가급적 오대가문 사람은 쓰지 않았지 않습니까?”
“항렬상 윗사람이기에 이목이 있어 공대는 해주되 공은 공이니 수하인 것이오. 그 점은 정확히 지켜줄 것이니 걱정은 하지 마시오.”
황영지는 뭔가 이야기가 오고 간 것을 알았다.
“알겟습니다. 호상단의 단주에 마땅한 사람이 없어 고민하던 참인데 잘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갈 맹주님의 여식인 제갈소저와 의기투합하여 같이 일을 하기로 하였사옵니다.”
“잘되었소이다. 능력이 많다고 들었는데 잘된 일이오.”
“네가 이제 본문의 전면에 나서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너의 이야기는 할아버지한테 들었다. 그래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느냐? 얼마 전에 증조부님이 모든 것을 네 뜻대로 해주기로 다른 어른들과 정리를 하였다. 물론 반대도 있었지만 그렇게 결정이 되었다.”
지유성은 지연룡과 지성룡이 있는 자리에서 물었다.
“천하군단주를 맡고 싶습니다.”
“음, 그렇다면 천하관과 천하오단을 통합하여 천하군단을 만들자는 말이냐?”
“네, 그렇게 해주십시오.”
“알았다. 그러면 그 계획에 대하여 설명을 해주기 바란다.”
지성룡은 그 말에 품속에서 두툼한 책자를 꺼내었다.
“이 것이 세부계획입니다. 대강을 말하면 이렇습니다.”
지성룡은 책자를 지유성에게 건네었다.
“천하군단은 처음에 오천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숫자는 천하오단의 딱 두배입니다. 더 이상은 오히려 짐이 될 것입니다. 하나 지금의 오단이 아니라 십단으로 개편할 것입니다. 각 단주 밑에는 부단주와 십대주를 두어 통솔할 것입니다. 다시 십대주 밑에는 다 섯의 분조장이 있을 것입니다. 천하관은 그대로 두되 대둔산의 훈련장은 천하군단의 훈련장으로도 사용할 것입니다. 앞으로 이년간 천하단을 반년간 들어오게 하여 훈련할 것입니다. 또한 천하관에서는 체계적으로 후기지수르 교육하되 나이가 마흔이 되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독문무공의 전수를 할 것입니다. 그 것도 이년에 걸쳐 할 것입니다.”
지성룡의 말이 끝나자 지유성은 책을 몇장 넘겨보다가 책을 덮었다.
“일단 나와 연룡이가 검토를 해보고 시행여부를 결정하겠다. 이렇게 중책을 맡게 된 이상 추호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일단 오늘은 검토를 해보고 내일 이맘때쯤에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하자.”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지성룡은 집으로 돌아와서 갑자기 찾아온 사람들로 인하여 어이가 없었다.
이미 소문이 돌아서 그런지 자천타천 지성룡의 밑으로 들어오기를 바라는 자들이 많았다.
이미 결정이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가 무력을 통솔한다는 이야기에 대하여 소문이 난 것 같은데 언제부터인가?”
“며칠 전부터입니다.”
“사람들의 반응에 대하여 알아 보았는가?”
용소명에게 이일에 대하여 물었다.
“물론 일부는 반대하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대하는 사람에 대하여 알아보게. 가급적이면 자세한 인적사항을 알아와 주게.”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한데 어디다 쓸려고 하시는지요.”
“내 그 일로 보복을 할 생각이네.”
지성룡의 말에 용소명은 소스라치게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어찌?”
“농담이네. 이번에 새로이 천하군단에 사람을 충원하는데 능력이 된다면 그들을 우선적으로 영입할까 하네.”
“예, 알겠습니다. 적을 가까이 불러들일 생각이십니까?”
“그렇네. 그리고, 내가 잊고 말을 안했는데 양주상이라는 인물이 들어올 것이고 호상단을 맡을 것이네. 자네가 각별히 도와주게.”
“알겠습니다. 이미 주모님과 호상단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들었습니다. 주모님과 힘겨루기를 하실 것입니까?”
용소명은 약간 주제넘지만 물어 보았다.
“아닐세. 어찌 아녀자와 그런 일을 하겠는가? 그저 도와주는 것 뿐일세.”
황영지가 하는 양이 우스워 지성룡은 그렇게 말하였다.
“알겠습니다. 하나 제눈에는 그렇게 보입니다. 호상단만은 주모님 혼자서 처리하지 못하는 것인데 그 것을 움켜쥐시겠다는 것으로 보이니 주모님이 조금 불만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자네 나와 집사람을 이간질 시키는 것인가?”
“어찌 그렇겠습니까? 단지 참고하시라고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자네 눈에 이일이 재미있어 보이는 것 같구만. 나는 하나도 재미없으니 그렇게 말하지 말게.”
“알겠습니다. 이일은 조금 성급하게 주모님에게 권한을 넘기는 것 같았는데 이렇게 보니 주모님은 실권은 하나도 없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알면 되었으니 앞으로 그 말은 입 밖에 내지 말게.”
“여부가 있겠습니까? 입도 벙긋하지 않겠습니다.”
“구룡상단에서 문제가 생길 것 같은 일은 반드시 나에게 알려주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위지강천을 만나기로 하였는데 내가 급한 일이 생겨 만나지 못하였네. 다시 만나게 할 수는 없는가?”
“그렇지 않아도 제가 일단 약속을 미루어 두었습니다. 다시 오게 만듭니까?”
“내가 서찰을 하나 적어줄 것이니 적당한 인물을 골라 다녀오도록 하게.”
“그렇게 조치를 하겠습니다.”
용소명은 요근래에 일어난 일로 정신이 없었다.
너무나 주변이 급박하게 돌아가기에 적응이 안되고 있었다.
“마침 기다리고 있었네.”
송장주가 이소명이 지성룡을 만나고 나오자 기다리고 있었다.
“들어가서 말씀을 나누십시다.”
용소명은 송천영을 안으로 이끌었다.
“일이 생각보다는 어렵네.”
“아마 곧 익숙해 지실 것입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행수자리가 맘에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그 정도 자리에 앉는 것도 과분한 것이지.”
“절 기다리고 있었다니 무슨 일이 있습니까?’
“다름이 아니라 지금 보니 뭔가 이상해서 말일세. 갑자기 구룡상단으로 바뀌지를 않나 천하문에 있는 자의 말로는 주공이 갑자기 천하문의 요직을 맡는다고도 하고…. 일단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자초지종은 알아야 나도 처신을 할 것이 아닌가?”
송천영도 무슨 일인지 불안한 듯하였다.
“중요한 몇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까지는 아직 말씀 드리기 곤란하지만 곧 작은집으로 영웅성이 될 것입니다. 그 것에 비추어 생각하시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천하문에 대하여 이제 본격적인 일을 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그 일이 마무리 된 후면 본 격적인 천하 경영을 시작할 것입니다.”
용소명은 아직 송천영에게 자세한 것을 말할 때가 아니기에 간략하게 말을 하였다.
“알았네. 그렇게 알고 있겠네. 며칠간 간단하게 파악을 하였지만 규모가 엄청나서 겁이 날 지경이네. 여기만 하여도 이 정도인데 천하문은 어떤가?”
“아마 여기에 비하여 서너배는 더 클 것입니다. 형님이 있기에 제가 크게 안심이 됩니다.”
“잘 좀 도와주게.”
“저도 지금은 다소 정신이 없습니다. 형님은 오죽하겟습니까? 뭔가 잘 모르시겠으면 저에게 알려 주십시오. 미묘한 문제가 있으니 말입니다.”
“말 그대로 주공과 주모가 힘겨루기를 하는 것 같다는데 그것 때문인가?”
“힘겨루기가 아니라 주모님의 투정으로 보십시오. 주공에게 힘겨루기를 하여 이기겠습니까?”
그 말에 송천영은 미소를 지었다.
“알았네. 시앗보는 일에서 시작된 문제인 것 같군. 맞는가?”
“얼추 비슷합니다.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십시오. 자칫 끼어들다가 다칩니다.”
“알았네. 그렇게 보면 재밌는 일도 있겠네. 당사자들이야 답답하고 속 터지지만 지켜보는 것은 불구경만큼이나 재미가 있는 것이 시앗싸움 아닌가?”
“그렇다고 그 소리를 다른 데서는 하지는 마십시오. 웃자고 한 소리도 구설수가 됩니다.”
“알았으니 걱정말게. 이제야 돌아가는 판새가 보이는군. 그런 사정을 모르니 모든 것이 답답하였네.”
송천영이 나가자 용소명은 생각할수록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바깥일은 이제 윤곽이 잡혀가는데 안에서의 일은 점입가경을 달리고 있었다.
‘주공이나 주모나 이런 일로 다투는 것을 보면 참으로 인간이란 다 똑 같은 것인가?’
용소명은 아무리 생각해도 우습다는 생각뿐이었다.
‘이제 주공이 천하문의 무력을 장악하여 철저하게 훈련시킨다면 결코 누구도 넘보지 못할 아성을 만들 것이다. 하나 이렇게 되더라도 주모가 넓은 마음으로 매사를 처리하지 않는다면 분란의 여지가 있을 것이니 이 것이 걱정이다. 더구나 여우 같은 제갈휘미를 가까이 두어 좋지 않은 일을 획책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우려된다.’
용소명은 자신의 입지를 생각하지 않았지만 최근의 일을 생각하자 내심으로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주공의 근처에 부쩍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이것은 좋은 일이지만 나중에 통제가 안되는 내분이 일어날 수가 있다. 이것도 한번쯤 말을 하여 짚고 넘어가야 한다. 나중에 성과가 보일 때에 공을 다투어 일을 망칠 수가 있다.’
스르르 자신도 입지를 생각하는 마음이 생기고 있었다. 장부를 제갈휘미에게 넘기면서 뭔가 잃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후후 나도 이제 내 밥 그릇을 챙기려 하는가? 하긴 나도 인간이니 그럴 수밖에… 그러나 이렇게 하면 할수록 나만 작아지는 것, 나의 사심을 버리고 도와야 한다. 무엇을 얻자고 세상에 나온 것이 아니라 이루자고 나온 것이다.’
용소명은 자신 스스로 작은 권력을 탐하려는 마음을 버리려고 하였다.
‘어찌 되었건 지금도, 앞으로도 지근(至近)은 나이다. 이것으로 만족을 하여야 한다.’
용소명은 자신의 마음 속에 커가는 소외감을 달래고 있었다.
‘재미있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주모가 한일에 노발대발 하였을 것인데 그저 웃음으로 이겨내다니…… 그런 면에서 주모는 주공의 상대가 아니다. 호상단만은 움켜쥐어 버리다니….’
그 일로 분해하는 황영지를 생각하자 같은 남자로서 통쾌하였다.
‘영웅성에서도 뭔가 활약이 재미가 있을 것이다.’
곧 영웅성에 가서 일어날 일도 의외의 일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미소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