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문무공-98화 (98/149)

제  목: [연재] 독문무공(98)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용정상회라는 간판이 내걸린 곳에는 드나드는 사람이 많았다. 이 곳은 천하문의 북경지부를 맡고 있는 곳으로 천하상단, 천하표국, 천하전장이 있기에 북경 상권을 좌지우지하는 곳이었다.

지성룡은 몇 번의 염탐을 한 결과 크게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이 되었기에 안심하고 일단 지청운을 기다리기로 하였다.

그렇기에 이제 조금 여유가 생기자 이곳을 찾은 것이다.

“개봉 천하문 본문에서 왔소이다. 지부장님이신 양대인을 뵙고 싶으니 연락을 좀 부탁드리오.”

그렇게 말하자 문에서 손님을 접수 받던 자가 다소 놀라는 빛으로 보았다.

천하문 본문에서 오는 일은 종종 있지만 지부장을 만나자는 경우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연통을 드리려면 성함을 알아야 하는데 뭐라 말씀을 드려야 합니까?’

지성룡은 자신의 이름을 말하기 곤란하였다. 소문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가서 본문에서 왔다고 해주게. 문제를 삼는다면 양대인님에게 직접 오시하고 해주게.”

지성룡의 기세가 범상치 않아 보였기에 접수 받는 자는 곤란한 얼굴을 하다가 안으로 갔다.

그러나 좀 있다 나타난 자는 양대인이 아니라 다른 자였다.

그는 지성룡을 보더니 흠칫 얼굴이 굳어졌다.

지성룡을 알아본 것 같았다. 지성룡도 안면이 있어 보였지만 쉽게 기억은 나지 않았다.

“저를 따라오시오.”

나타난 인물은 얼굴에서 놀란 기색을 지우고 지성룡을 안내하였다. 아마 손님을 맡는 책임자 같았다.

“어른을 찾는 사람이 많아 다소 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있습니다. 양대인께서는 손님과 담소 중이시니 조금 기다리시기 바랍니다.”

“얼굴이 익은데 전에 어디에 있었소?”

“개봉에 있을 때는 본단의 접수를 맡았습니다. 그러니 저를 알 것입니다. 소인은 이충이라 합니다.”

“아, 그래서 낯이 익었구려. 내가 온 것에 대하여는 아랫사람들이나 윗사람들에게도 가급적 알리지 마시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충은 그렇게 복명을 하였다. 그도 그런 눈치는 있는 사람이라 점수 책임자가 된 사람이지만 다시 한번 주의를 주었다.

본당 건물 뒤채에 있는 하나의 문에 도달하였다.

“대인님을 찾아온 손님이시다.”

문 앞에는 두명의 호위무사가 있었다.

“하오나 장부에 적어야 하옵니다.”

두 사람 중에 하나가 이충에게 말을 하였다.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니 들어가서 각주님이나 나오시라고 하여라.”

이충의 말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것 같았다.

지성룡은 굳이 개입하고 싶지 않아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어쩔 수 없는지 호위중에 하나가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한 사람을 대동하고 나왔다.

“아니 누구인가?”

지성룡은 양주상이 안에서 나오자 놀라기는 마찬가지 였다. 청명원에서 같이 있었던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일단 들어가세. 이접주, 수고하였네. 앞으로의 일은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니 그만 물러가시오.”

“예.”

그러면서 호위들을 한번 쓱 훑어 보았다. 그들의 사이가 그리 원만해 보이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그것을 알자 어디나 서로 알력은 존재한다고 생각을 하였다.

“들어가세.”

“예”

양주상은 지성룡보다 한대 위의 인물이고 나이도 여섯살이나 많기에 공대를 하였다.

그들은 한쪽에 있는 양주상이 쓰는 방으로 들어갔다.

“어쩐 일인가? 나야 아버님이 지부장을 맡기에 이렇게 나왔지만 자네는 얼마 전까지 무림맹에 있었지 않은가? 또한 소문에는 모처에서 내상을 치료 중이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그럴만한 일이 있어 이렇게 왔습니다. 이번에 군에 몸담고 있는 숙조부가 금위위 좌영반으로 천거가 되셨는데 그 일을 아십니까?”

“물론이네. 그 일 때문에 지금 호부시랑이 그 일을 전해주러 아버님에게 온 것일세.”

“그렇습니다. 그 일을 알아보러 왔던 것입니다.”

“무슨 문제가 있는가? 무공 대결을 해야한다고 들었지만 그 일이야 요식행위가 아닌가?”

“황궁의 일이라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 상당히 복잡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결을 해야하는 우영반은 만상문의 비밀제자입니다.”

“만상문이라면…… 뭔가 검황어르신에게 안좋은 일을 하려한 문파라고 들었지만 그렇다면 뭔가 문제가 있는가?”

“문제는 만일 양진충이 살수를 쓴다면 내가 생각하기에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숙조부님을 뵙지 않았기에 어떨지 모르지만……”

“일단 아버님과 같이 의논을 해보세. 언제 연경에 왔는가?”

“온지는 한오일 되었습니다.”

“알았네. 그 동안 조사를 한 것 같군. 이제 어디에서 머물 것인가?”

숙조부님이 이삼일 후면 도착할 것으로 보이니 그 때 같이 머물지요. 지금은 할 일이 있으니 모처에서 따로 있겠습니다.”

“그렇게 한다면야. 일단 자네가 온 것은 비밀에 부치겠네.”

“그렇게 부탁드립니다. 제가 말한 내용도 비밀에 부쳐주십시오.”

“알았네. 그렇게 하겠네.”

양청휘는 부문주를 지낸 양몽휘의 막내 동생이었다. 나이는 이제 쉰 여섯으로 능력이 뛰어나 어릴적부터 요직을 두루 지내었다. 그렇기에 말년을 보내라는 배려로 지금은 북경지부장을 맡고 있었다.

하나 북경 지부장은 고위 관리를 대하는 일이 많기에 수완이 없으면 안되는 중요한 요직이었다.

“않게나. 말은 많이 듣고 몇 번 보았지만 이렇게 대면하기는 처음이군.”

“예, 그렇습니다.”

지성룡이 안으로 들자 양청휘는 다소 어색한 듯이 말을 건네었다.

지성룡도 천하문에서는 오원주나 청명원의 기재들을 제외하고는 접한 인물들은 지가들 뿐이라 다소 어색하였다.

“아까 주상이한테 이야기는 들었네. 뭔가 나에게 할 말이 있을 것 같은데 말해 보게.”

“특별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양진충과 양사청이 만상문의 문도입니다. 그들의 동태를 세밀히 살펴서 만상문의 본거지를 알아내야 합니다. 그 일을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알았네. 은밀히 그들의 동태를 감시하고 추적해 보겠네.”

“이일은 서두는 것 보다는 은밀한 것이 생명이니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알았네. 지장군과는 안면이 있었는데 북경에 온다면 내가 좋겠어. 오래지 않아 장군부가 하나 들어서겠구나.”

양청휘는 천하문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 고관이 되면 뭐가 좋아지든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에 기뻐하고 있었다.

“이왕에 온김에 술이나 한잔 내가 대접할 것이니 그냥 가지말게.”

양주상이 이야기가 끝나는 것을 느끼자 지성룡을 붙잡았다.

“그렇게 합시다.”

한 마리의 전서구가 날아들자 전서구를 관리하는 비응천노는 전서구에 달린 죽통을 끌러 내용을 빼내고 전서구를 새장에 넣었다,

“이 것은 문주님한테 온 것인가?”

그렇게 중얼거리고 비응천노는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청년에게 문서를 건넸다.

“이 것을 바로 문주님께 가져다 드려라.’

“예”

청년은 쏜살같이 사라져 갔다.

“무슨 일이냐?”

만상천군은 문주가 들어오자 무슨 급한 일이 있는지에 대하여 물었다.

만상천군은 문주를 내놓은지 벌써 오년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이 것은 연경에 있는 양진충에게 온 것입니다.”

조그마한 서찰 하나를 내놓았다.

만상천군은 서찰을 받아 천천히 읽어 나갔다.

“이런 멍청한 녀석. 욕심을 부리니 이 모양이지.”

만상천군의 역정에 만상문주 이장현은 당황한 빛이 감돌았다.

“이런 식으로 처리를 한다면 천하문의 눈을 피하기 어렵다. 혹시 참룡검객의 소식을 들은 것이 있느냐?”

“무림맹에서 정해도장을 제압한 후에 그 때 입은 내상으로 인하여 어디선가 폐관 요상중이라 합니다.”

“이런 멍청한 것, 참룡검객은 흑혈시독에도 끄떡이 없는 존재이다. 헌데 내상을 가지고 요상을 한다는 것이냐? 그저 한번 운기조식으로 거뜬히 일어날 사람이다. 분명 연경에 갔다.”

만상천군이 단정적으로 말하였다.

“사라진 시기가 언제냐?”

“무림공회가 끝난지 벌써 보름이 지나고 있습니다.”

“벌써 이미 연경에 도착하여 조사를 하여도 한참 동안 하였겠구나. 그자는 승천검황의 진전을 익힌 자이다. 승천검황이 자신의 절기를 전수해 줄때는 충분히 익힐 것이라 생각하기에 전해주었을 것이다. 그런 자가 조사를 하였으니 이미 본문과 연관이 있다고 파악을 하였을 것이다.”

만상천군의 생각에 지성룡이 사라진 이유가 이일 때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가 않다면 지성룡이 폐관요상할 이유가 없었다.

“어찌 그렇게 생각할 수만 있겠습니까? 실지로 폐관요상을 할 수도 있습니다.”

“멍청한 소리. 이미 오년전에 그 아이의 성취는 노부에 비견되었다. 그런데 오년간 놀고 있었겠느냐? 오년전에 검마나 태을자에 비견되었다. 그런 자가 고작 태을자보다 강하지 않은 정해도장을 상대하는데 내상을 입었단 말이냐? 그 것은 어디론가 몰래 떠나기 위한 고도의 기만술인 것이다. 결국 이일을 조사하기 위해 떠난 것이다.”

“허나 그런 자가 이런 일을 하면서까지 움직일 필요가 있습니까?”

“멍청한 소리.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하는 것보다 좋은 것이 어디에 있느냐? 더구나 상대는 금위위 영반이다. 어찌 수하를 함부로 보내어 조사를 한다는 것이냐? 만일 문제가 된다면 천하문이 역모로 몰릴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 일을 직접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의문의 고수가 조정에 나타났다면 그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만상천군은 문주나 되는 자가 그렇게 어이 없는 소리를 하자 화가났다.

“그 아이는 본문의 인물들을 접해 보았던 자이다. 결국 아무것도 찾지 못했어도 느낌만으로 본문의 제자라는 것을 알아챌 것이다. 문제는 그 아이로부터 시작하여 본문의 종적을 역추적해오는 것인데 당분간 그 아이에게 하는 연락은 시간이 느리더라도 인편을 통하여 최대한 엄밀히 하도록 하여라.”

“예, 그러하겠습니다.”

“또한, 당분간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말라고 하여라. 승천검황이건 참룡검객이건 명분은 중시하니 그 아이에게 어떠한 위해는 쉽게 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잘못 건들었다가는 집중적인 공격을 받을 수가 있다. 그러니 자중하라고 하여라.”

“예, 그리 지시를 내리겠습니다.”

문주가 나가자 만상천군은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부탁하네. 음지에 있는 만상문을 양지로 내보내 주게.”

“알겠습니다.”

“양지로 나가는 것이 그저 나가는 것이 아니라 양지의 주인이 되라는 것일세.”

이군평은 거친 숨을 몰아 쉬면서 유언을 하였다.

“내가 능력이 부족하고 욕심이 많아 실로 아버님과 형님께 죄를 지었다. 이제 그분들에게 가서 죄를 빌어야 하겠다. 제발 내가 그렇게 죄를 지어가면서까지 이루고 싶어한 숙원을 이루기를 바라네.”

“예,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사년전에 이군평이 죽으면서 한 유언이 불현듯이 떠올랐다.

‘이곳으로 이주를 하고 승천검황을 경계한지 오년이 지났다. 그사이에 중원에 많은 기반도 암중에 구축을 하였고 지금까지는 잘 해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일이 틀어질 지경에 이르렀다. 다시 꼬리를 자르고 숨느냐, 정면으로 부딪치느냐 그 것이 문제이구나.’

아직 본단은 들키지 않은 것이니 양씨 부자만 버리고 숨는다면 문제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들인 지난세월의 공은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버릴 것이다.

만상문의 제자인 것은 오년 전에 황궁에서 일어난 혈겁에 버금가는 죄를 범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공개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암중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영웅군부의 잔당과 다를 것이 없는 것이다.

그 위험을 생각하자 만상천군은 어떻게 할까 고민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천하문과 싸우느냐 아니면 다시 때를 기다리느냐?’

만상천군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늦었다. 차라리 나가자. 이제 나가는 것에 반대할 자들도 없다. 이미 이렇게 천하문의 견제를 받을 바에는 차라리 나가서 패권을 준비하는 것이 낫다. 천하는 천하문이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사대문파도 다시 봉문이 풀리고 그들이 다시 등장한다면 결코 그렇게 호락하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숨어서 돌을 맞느니 밝은 데서 당당하게 겨루도록 하자. 선조의 유시라는 것도 바꾸면 그만이다. 나가고자 하지 않는 자는 내가 다시 다른 곳으로 떠나면 된다. 만상문을 둘로 나누면 그 만이 아닌가?’

만상천군은 차라리 어둠을 싫어하는 문도들을 위해 자신이 결단을 하기로 하였다.

‘문주를 비롯한 모든 자들에게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내가 반대하는 자들을 데리고 은둔한다면 문제는 없다. 조상의 유시를 지키면서도 할 수 있는 길이다. 어둠 속에 있어서는 밝은 곳에서 번창하는 천하문을 이길 수는 없다.’

양주상과 지성룡은 술을 하기로 한 이상 같이 술집을 찾아 들었다.

“자네가 이곳으로 간다고 하였으니 이곳의 계산은 자네가 하게.”

“물론 입니다. 제가 하지요.”

지성룡은 자칫 다른 사람의 이목이 있기에 자목정으로 택하였다.

“나는 양씨이기에 지씨의 일에 대하여 뭐라 할 처지는 아니지만 자네에게 묻고 싶네.”

양주상은 술이 몇잔 들어가자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질문을 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몇잔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취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말씀하시지요.”

“나는 항렬로 본다면 자네의 숙부뻘이네. 물론 본문에서 항렬은 성씨가 다르면 중요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무시하지는 못하네. 그런데 말야. 자네도 알다시피 본문은 지차로 가면 상당히 불만이 많아지거든…… 자네가 지차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자네의 후손도 결국 지차가 될 것이니…. 지씨 천하 속에서도 지씨들도 불만도 많아. 자네는 아는가?”

“물론입니다. 장손이라는 이유로 보이지 않게 혜택이 있는 것도 많습니다. 그런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 나도 얼마 전까지는 지차라고 못느꼈다네. 한데 이곳으로 와서 일하다 보니 지차라는 생각이 들어. 자네는 천하문의 오대가문 사람을 자네 기업, 구룡상단이라고 하는가, 거기에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네. 그 것에 대하여 지씨에서는 말이 없는가?”

양주상의 말은 누구도 묻지 않았던 말이었다.

“피하고 싶었습니다.”

지성룡이 천하문의 핵심이라고 생각되는 오대가문의 사람은 결코 수하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물론 그렇겠지. 자네 입장에서 그렇게 하는 것도 당연할 것이네. 나이가 조금만 많아도 동생취급을 해버릴 것이고 나이가 어려도 숙부인양 할 테니 싫을 것이네.”

양주상은 지성룡을 만나자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만나게 되자 기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천하문을 떠나고 싶은데 자네가 도와주지 않겠는가?”

양주상이 말하는 바가 이해가 안되어 양주상을 보았다.

“나는 아무리 천하문에서 일해도 보람이 별로 없을 것 같네. 누가 와도 이미 틀이 잡혀있기에 두각을 나타내기가 어렵네. 다른 곳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싶네.”

“제가 어떻게 도와드려야 합니까?”

“나를 거두어 주게.”

“예, 그것이 무슨 말씀입니까?”

“자네에게 윗사람으로서 부탁하는 것이 아닐세. 자네가 만일 승낙한다면  깍듯이 자네를 상전으로 모실 것이네.”

지성룡은 양주상의 말에 약간은 의아하여 보았다.

“최근에 많은 생각을 해보았네. 장사치로 북경에서 지내다 보니 결국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생각이 들었네. 그러나 길이 없었네. 그런 나에게 오늘 자네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네. 자네가 원하는 것이 천하제패, 아니지 남들이 들으면 문제가 있으니 천하경영이라고 들었네. 그 길에 불현듯 동참하고 싶어졌네. 그 길을 생각할 능력은 없지만 옆에서라도 같이 한다면 여한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네. 나를 받아주게.”

지성룡은 갑작스런 양주상의 부탁이 의아하였다.

“이미 자네형제들이나 지씨의 핵심들은 다 알고 있고 은연중에 그렇게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본문에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네. 나를 받아주게.”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주공으로 모시겠습니다.”

양주상이 술을 취한 듯하였는데 갑자기 얼굴이 정색을 하면서 부복을 하였다.

그제서야 양주상이 일부러 취한 척 할말을 한 것을 알았다.

술 몇잔에 취한다는 것이 이상하였는데 만일 지성룡이 거절하였을 때를 대비하여 취한척한 것이다.

“일어나십시오. 한데 왜 이렇게 하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지성룡은 그 것이 더 궁금하여 물었다.

“천하문에는 수많은 인재들이 썩고있습니다. 그 인재들은 어릴 적부터 잘 교육 받았기에 어떤 일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차이기에 지차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천하문을 떠난 들 길이 없기에 불만이 있어도 그 자리를 지키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아무리 노력하여도 큰 성과를 거두지도 못합니다. 나만하여도 청명원에서 무학을 수련하였기에 유리는 하지만 아버님 수준에서 결국은 그만일 것이 뻔합니다.”

“그러면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자유로운 일입니다. 자유로운 일을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일을 정리하고 개봉으로 오십시오. 그 후는 제가 판단하여 일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주공.”

지성룡은 양주상이 주공으로 칭하여도 가만히 두었다. 어차피 천하제패를 생각하는 마당에 지친도 아닌 인물들에게 단지 세속의 예에 얽매여 머리를 숙일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이미 그것은 천하제패를 생각하는 순간 예정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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