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95)
“뭐라고 이자를 천거한다는 말이냐?”
양진충은 지청운이 갑자기 천거된다고 하자 부랴부랴 조사를 하였다.
지청운에 관련된 자료를 보다가 조사한 보고서를 탁자에 소리가 나도록 내리치고 바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양진충은 자신이 쓸데없는 일로 인하여 일을 그르친 것을 알았다.
‘이자가 천하문의 후손이라니 골치가 아프게 되었구나.’
자신과 왕진이 합작하여 만든 계교로 인하여 지청운이 개입하자 일만 그르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사문에서 반드시 피하라고 한 세력이 천하문이기 때문이다.
한데 자신이 천하문을 개입하도록 만든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지청운에 관련된 자료는 하나하나가 그의 심기를 거슬리게 만들고 있었다.
무공 수위도 자신이 십초이내에 이기려면 사문 비전의 수법을 사용하여야 가능한 것이었다. 목숨이 경각에 이르지 않는 한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양진충은 내내 걱정이 되어 이일을 어떻게 처리할 까 걱정이 되었다.
‘사문의 비전을 쓰건 말건 문제가 아니다. 천하문에서 나를 주시한다는 사실이 문제다. 만일 나를 주시하여 조사를 할 것이다. 만일 그가 금위위에 발을 붙인다면 그와 적대를 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내가 원하는 관부의 실권을 얻는 것도 곤란하게 되고 만다.’
양진충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존재가 무시하기에는 너무나 거대하기에 고민을 하고 있었다.
“저, 대장군님께서 찾으십니다.”
수발 드는 아이가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양사청이 찾는다는 전갈을 하였다.
“이야기는 들었다. 나도 소문을 들었지만 지청운은 만만한 인물이 아니다. 백보장이나 천부장을 지낼 때 같이 있던 녀석들을 불러 보았는데 무위도 뛰어나지만 사람됨이나 수완이 보통이 아니라고 하였다. 그런 인물이 들어온다면 문제가 아닐 수가 없다. 너에 비하여 연륜이나 경험도 높기에 함부로 무시할 수는 없다. 거기에 비하면 너는 고작 나이 서른 하나에 불과하니 무게에서도 밀릴 수가 있다.”
양사청은 아들 덕에 대장군으로 승차를 하고 오군도독이 되었다는 평과는 달리 상당히 냉철하고 치밀한 인물이었다.
“맞습니다. 소자가 대적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인물입니다. 문제는 그가 천하문과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사문에서 제일 먼저 피하라는 인물이 아니옵니까?”
“나도 네가 사문에서 직전제자에게나 전수되는 비전을 전수받고 사문에서 네가 그 것을 사용하여도 상관이 없다는 말에 이렇게 황궁에 권세를 얻었다만은 한가지 실수로 인하여 무림의 개입을 부르게 되었으니 곤란하다. 천하문은 이대장군부보다도 더 상대하기가 까다로운 존재가 아니냐?”
“그렇습니다. 이대장군부와 천하문이 결탁을 한다면 우리가 애초에 기대한 황군의 장악은 포기해야 할 것이 아닙니까? 사문에서 원하는 것을 황궁을 장악하여 강호의 세력을 감소시키는 것인데 그 것이 중도에서 좌절될 수가 있습니다.”
양진충이 자연스럽게 사문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건데 양사청도 잘 알고 있는 듯하였다. 아니 같은 사문에 몸담고 있어 보였다.
“조금 일을 서둘다가 일을 이렇게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이대장군부의 권위를 깎아 내리려고 하다가 강적을 불러들이게 되었다. 그가 이대장군부의 천거를 받고 들어온 이상 너와 사사건건 대립할 것이 아니냐?”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애초에 발을 못부치게 만들어 버리 수도 없습니다. 그렇게 하였다가 천하문에서 집중적인 조사를 할 것이고 천하문의 최고 고수라는 참룡검객이 나서는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일이 비화된다면 문제가 더 커질 것이다. 천하문의 동태에 대하여 들은 것이 없느냐?”
“무림맹의 맹주를 제갈중명으로 만들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데 전대 맹주인 정해도장이 나타나서 문제가 되었다고 하는 소식을 들었지만 아직 구체적인 것은 보고 되지 않고 있습니다.좀더 자세한 소식을 알아보라고 지시한 상태입니다.”
“무슨 말이냐?”
“무림맹주를 선출하는 동안 전대 맹주인 정해도장이 나타났는데 오히려 무림공적으로 몰려 체포 구금되었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런 소식이 전서로 들어 왔습니다. 그래서 더 자세한 소식을 알아보라고 지시를 내린 것입니다.”
양진충의 말에 양사청의 얼굴은 변하였다.
“그런 일이 발생하였다면 예사로 넘길 일은 아니다. 참룡검객이 나섰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
그 말에 양진충의 얼굴은 다시 굳어졌다.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음, 정해도장이 나타났던 이유는 자신도 승천검황이 무림공회에 등장하여 전격적으로 맹주가 된 전례를 따라 권위와 무력으로 다시 맹주가 되려 한 것 이겠습니다.”
“그럴 수도 있다. 문제는 참룡검객이나 천하문이 이일을 주시한다는 것이다. 내일쯤이면 황제에게 천거가 올라가고 황궁에 입조하라는 첩지가 내려갈 것이 아니냐.”
“우리가 손을 쓰기에는 다소 늦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저도 알면서도 괜한 적을 만들까 건들지 않았는데 결국은 일이 이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양진충도 이미 지청운의 존재를 알면서도 못본척 한 것이다.
“일단은 물러나야 하는데 문제로다. 그가 이일을 기화로 우리에 대하여 계속적으로 의문을 가지고 조사를 한다면 자칫 잘못하면 제이의 영웅군부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지성룡이 황도에 도착한 것은 무림맹을 출발한지 칠주야만이었다.
지성룡은 황성도 월담하여 들어갔다. 흔적을 보이지 않기로 한 이상 그것은 필 수 적이었다.
아직도 날씨는 아침 저녁으로 매서운 한기가 감돌고 있었다. 북방에 자리한 황성의 추위는 지성룡이라도 차갑게 느껴지게 만들고 있었다.
지성룡은 한적한 곳에 자리한 허름한 객잔으로 들어갔다. 그의 외모는 지성룡을 잘아는 사람이라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변하여 있었다.
“방하나 주게.”
아직 어둠이 걷히기도 전에 지성룡이 들어오자 의아하여 객잔의 점소이는 보고 있었다.
“예, 이리 따라오시지요.”
지성룡에게 뭔가 짐작을 한다는 듯이 지성룡을 안내하였다.
지성룡은 점소이가 나중에 뭔가 알겠다는 표정이 되자 오히려 기분이 찜찜하였다.
그러다가 한참 가다가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그 시간에 객잔에 들 사람은 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점소이의 표정이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았다.
차라리 그런 오해가 나을 것 같아 그러려니 생각을 하였다.
“피곤하니 좀 쉬어야 겠네.”
은자한냥을 건네면서 점소이에게 말하였다.
“내가 깰 때까지 나를 깨우지 말게.”
“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다른 아이들에게도 방해를 하지 않도록 일러 두겠습니다.”
점소이는 방값을 계산하고 남는 돈을 가지라고 하자 기분이 좋은지 싹싹하게 답하였다.
지성룡은 그동안 밀린 피로를 잠으로 풀었다. 인간이 아무리 무공이 높아도 따뜻한 방안에서 편안하게 자면서 피로를 푸는 것이 필요하였다.
그 동안의 강행군을 하면서 간간이 피로를 풀었지만 사람들의 눈을 피하다보니 따뜻한 온기를 접해보지 못한 것이다.
지성룡은 자리에 누워서 따뜻한 온돌에 몸을 눕혔다. 남방식 가옥은 침상을 주로 이용하지만 북방식은 온돌에 침상이 없었다. 지성룡은 이부자리를 깔고 몸을 눕히자 잠이 스르르 몰려왔다. 아무리 강한 무공을 소유한 지성룡이지만 인간이기에 피로는 어쩔 수가 없었다.
그가 잠을 자다가 눈을 뜬 것은 오후가 지나 벌써 해가 서산에 뉘엿뉘엿 해질 때였다. 출출하기에 점소이를 불러 식사를 주문하여 먹고 나자 이미 해가 지고 날이 어둑하여 졌다.
“어디를 가십니까? 오늘밤은 주무시지 않을 것이옵니까?”
지성룡이 가벼운 행장을 등에 매자 점소이는 지성룡이 떠나는 줄 알고 그렇게 물었다.
“아닐세. 바람좀 쏘이다 목이라도 축일 수 있으면 축이고 통금 전에 올 것이니 그리 알게.”
황성은 해시가 되면 일반인의 출입을 금하는 통금이 있기에 그렇게 말하였다.
“예, 알겠습니다. 잘 다녀오십시오. 한데 외지인이신 것 같은데 특별히 갈 곳이라도 있습니까?”
“아닐세. 그저 발 닿는대로 구경할 생각일세. 혹시 자목정(資目停)이라는 곳은 들어 보았는가?”
“아, 그 곳은 돈 많은 사람들이 가는 주루이옵니다. 손님도 그런 곳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지성룡은 점소이가 묘한 웃음으 짓자 자신이 그곳을 언급한 것이 뭔가 오해를 준 것 같았다.
“그 곳에 가는 길을 아는가?”
“예, 여기서 나가 큰 길을 따라 동쪽으로 가면 나옵니다. 언덕을 두개 지나면 고색창연한 대저택들이 즐비한 곳이 나옵니다. 거기에 청사초롱이 달려있으니 쉽게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지성룡은 점소이와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이상한 사람이 될 것 같아 빨리 밖으로 나왔다.
점소이가 가르쳐준대로 가자 자목정을 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그가 자목정이라는 현판이 걸린 저택의 입구로 들어가자 열대여섯 정도 되어 보이는 점소이가 다가와 인사를 건네었다.
“혼자 오셨습니까?”
“그렇네. 나를 조용한 객방으로 안내해 주게.”
그렇게 지성룡이 말하자 점소이의 얼굴에 묘한 빛이 돌았다. 지성룡이 남의 이목을 의식하여 허름한 옷을 입고 있기에 돈이 있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돈은 걱정 말아라. 장사꾼이다 보니 여기저기 떠돌다보니 옷차림이 이럴 뿐이니 걱정 말아라.”
지성룡이 그렇게 말하자 그제서야 앞장서서 지성룡을 인도하였다.
중문을 넘자 서른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가 지성룡을 맞이하였다.
“어서오십시오. 제가 안내를 하겠습니다.”
점소이가 뭐라 귀에다 말을 하자 지성룡을 안내하였다.
여자가 안내한 곳은 진짜 한적하고 외진 곳이었다. 별로 외모가 화려하지 않기에 하급의 방으로 인도한 것이다.
방에 들어가자 여자도 따라 들어왔다.
“가서 이진상에게 개봉에서 손님이 왔다고 전하게.”
여자는 지성룡이 말을 하자 흠칫 놀라는 표정이 되었다.
이진상은 이 자목정이라는 주루의 정주이었다.
조금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지성룡을 보다가 조용히 물러갔다.
그녀도 이런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눈치가 생겼고 지성룡의 어투에서 정주를 호출할 만한 신분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눈치챈 것이다.
조금 지나자 문이 열리고 사십대의 남자가 들어왔다.
“아니, 연락도 없이 어떻게?”
지성룡을 보다가 귀신을 보는 표정이 되었다. 그도 방금 전에 무림맹에서 있었던 일을 소문으로 들었던 것인데 몇천리 밖에 있어야할 소문의 당사자가 여기에 있으니 황당한 것이었다.
“일단 조용히 자리에 앉게.”
“예.”
이진상은 인자기가 무림맹의 천기각주일 때 향주를 지낸 인물로 지금은 연경의 책임자를 맡고 있었다.
“내가 이곳에 온 것은 급한 일이 있기 때문이네. 내가 이곳에 온 것은 극비이니 기밀을 엄수하게.”
“예, 그렇게 하겠사오니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내가 연경에는 초행이다보니 몇가지 정보가 필요하네. 황궁의 대신들에 대하여 정리해둔 것을 가져다 주고 특히 양대장군부와 이대장군부에 대한 것을 정리해 주게. 또한 동창제독인 왕진에 대하여도 정리를 해주면 고맙겠네.”
“예, 그렇게 준비를 하겠습니다. 하오나 준비를 해야하니 조금 있다가 가실 때에 전달해 드리겠사옵니다.”
“알았네. 일단은 여기에 죽엽청이나 몇가지 안주를 마련하여 넣어주게.”
“예,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지성룡은 느긋하게 앉아서 기다리자 점소이들이 음식을 들고 왔고 조금 지나자 기녀가 들어 왔다.
“소녀, 애월이라 하옵니다.”
“음, 일단 한잔 따르거라.”
“예.”
애월은 조심스럽게 한잔을 따랐다.
애월이는 자목정 일급기녀로서 특별히 교육을 받고 들어왔다.
이 자목정에는 루주와 정주가 있었다. 루주는 자목정의 주루를 관장하는 일을 하였고 정주는 루주에게 보고나 받고 주루의 일에는 실질적으로 관여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루주보다 정주가 실질적인 주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주가 머무는 곳은 자목정의 후원으로 그 곳은 루주도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는 금지였다.
애월은 루주가 부른다기에 갔다가 정주가 있는 것을 보고 뭔가 심상치 않는 일이라는 것으 직감하였다.
“지금 취향당에 손님을 맞도록 하여라.”
그 말에 애월은 조금 이상하였다. 취향당은 낙척문사가 드는 한적한 방으로 좁기에 이급기녀들이나 들어가는 곳이었다.
“그 곳에 계신 분은 실수를 해서는 안되는 분이니 모심에 있어 신중히 하여라.”
정주가 직접 기녀들에게 말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들어가서는 묻지 않는 말에 쓸데없이 입을 놀리거나 하지 말아라.”
‘예, 명심하겠습니다.”
“아울러 그분이 원한다면 무엇이든 하여라. 그 것이 목숨을 원하여도 말이다.”
기녀에게 목숨을 원하는 사람이 있겠냐만은 그러하겠다고 답하였다.
기녀에게 주인이 그말을 할 때는 다른 의미가 있었다.
“추호의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여라.”
애월은 그런 특별 교육까지 받았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지성룡은 술잔이 채워지자 조금 있다가 잔을 들어 마셨다.
“음, 너도 한잔 하여라. 나 혼자 마시기에는 술맛이 나지 않는구나.”
지성룡은 기녀를 불러 술을 마셔보기는 처음이라 어색하였다.
애월은 눈앞의 남자를 보다가 특이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허름한 옷차림이지만 자세히 보자 느껴지는 위엄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음, 내가 먼곳에서 오다 보니 연경이라는 곳을 잘 모르겠구나. 연경에 대하여 한번 말해보아라.”
애월은 눈앞의 남자가 막연하게 묻자 무엇을 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지만 당부받은 것이 있기에 하나하나 아는 대로 두서없이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가끔은 애월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궁금하면 추가적인 질문을 하였지만 애월이 말하는대로 놔두었다.
특히 고관대작에 대하여 말하자 그 부분에 대하여는 상당한 관심을 표하고 있었다.
애월도 지성룡이 관심을 갖자 더 자세하게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기녀들은 술자리에 떠도는 소문에 능통하였기에 아주 많은 것을 알고 있었고 사소한 것까지 시시콜콜 알고 있었다.
애월은 거의 두시진 가까이 떠들었고 지성룡은 그 사이에 많은 양의 술을 마셨다.
“이제 가봐야 할 때이다.”
지성룡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주가 올 때 어른들에게 선물을 전해달라고 건네준 보따리를 풀었다.
그 곳에는 다섯권의 서적과 방금 쓴 것으로 보이는 서찰이 이십여장 있었다.
아마도 지시를 받고 수하와 자신이 직접 작성한 서류 같았다.
지성룡은 객방에서 앉아 읽어나가기 시작하였다.
일단 서책으 읽기전에 방금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서찰을 읽기 시작하였다.
주로 이대장군부와 양대장군부에 대한 내용이었다.
아마도 최근에 변화된 사실에 대하여 적은 것이었다.
그 서찰을 읽자 대략적인 것을 알 수는 있었다.
다시 한권을 들자< 권신록(權臣錄)>이라는 제목이었는데 조정의 주요 대신들에 대하여 적어 놓은 것이었다.
현직 뿐만이 아니라 전직 중에서도 유의해야 될 인물들에 대하여 적어놓은 것이었다.
전직 무림맹의 천기각에 있던 인물답게 이런 것에는 능숙하여 한눈에 알아보기 쉽도록 정리하여 두고 있었다.
지성룡은 이 글들을 읽으며 이진상의 능력에 대하여 다시 한번 감탄을 하였다.
필요한 내용에 대하여 꼼꼼히 조사하여 정리해 놓은 것이 인자기가 그의 능력을 칭찬한 것이 과찬이 아님을 알 수가 있었다.
대략적으로 한번 훑어보는 데만도 무려 세시진이 걸렸고 지성룡은 오경에 접어들 무렵에야 책을 다 읽을 수가 있었다.
“이렇게 할 수가 있는 것인가?”
천하칠걸, 아니 무림척살대의 칠령주는 자신들이 사의를 표하자마자 행해지는 조치에 불만이 터져 나왔다.
종결명은 자신의 처소로 몰려온 여섯 의형제를 보자 불만을 토로하고 말았다.
“어떻게 대주만 유임을 시키고 우리를 본가로 복귀하게 만든단 말인가?”
소인상도 막상 본가로 복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냉정하게 일이 처리되자 불만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우리 후임으로 옛날에 망신을 당한 군웅회 녀석들을 받아들여서 충원을 한다니 말이나 되는 일이야.”
지강룡이 더 화가 난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이 모든 것이 성룡이가 한 것이라는 말이 돌더라고. 대총사가 된 인자기가 누구야? 바로 성룡이 집에서 한동안 총관이나 하던 인물이 아니냔 말야.”
종결명이 다시 한번 화를 내고 말았다.
“그렇게 말이다. 뭔가 우리가 모르는 내막이 있는 것 같아. 장룡이 형이 이런 조치에 아무런 말이 없는 것을 보면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인데. 우리가 없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더구나, 묵도형이라는 녀석이 수석령주가 되었다니, 참.”
그들은 자신들이 빠지면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한 무림척살대가 아무런 문제없이 개편되자 화가 난 것이다.
“문제는 우리들이 어떻게 해보기에는 늦었다는 것이지. 하지만 이대로 돌아간다면 우리가 생각해둔 것도 문제가 있어 보여.”
지서룡이 앞날이 걱정된다는 듯이 말을 하였다.
“문제가 심각하지. 전에 생각하기에 돌아가서 우리 정도 되면 뭔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는데 지금에 와서 보면 우리가 돌아가서도 뭔가 제약을 받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지서룡이 계속하여 말을 하였다.
“문제는 우리가 돌아가도 이미 연룡이 형이나 성룡이가 어떤 조치를 취해 두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지.”
종결명도 그런 생각이 드는지 긍정을 하였다.
“그 것이 무엇이냐가 중요하지. 우리가 같이 복귀하는 무사들까지 생각한다면 그리 우리가 만만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이 드는데.”
단목강현이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성룡이가 정해도장을 상대할 때 보인 무공을 생각해봐. 본문에서도 그자리에 상당히 많이 있었지. 그 무위를 생각한다면 자다가도 소름이 끼친다. 그런 성룡이한테 누가 적대를 하겠어? 우리랑 같이 복귀하는 무사들 중에서도 성룡이가 나서면 모두 꽁무니를 뺄텐데…….”
단목강현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내일이면 떠날 것이고……”
그들의 표정은 침울하기 그지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