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94)
무림맹의 중앙에 있는 연무장에는 단상이 마련되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아침이 되자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며칠전부터 도착하여 무림맹안에 머물거나 근처의 객잔에 머물다가 온 사람들이었다.
진시초부터 사람들이 모여들더니 진시 중반에 접어들자 빈자리가 하나도 없이 가득차더니 진시말이 되자 단상에도 무림의 중요 인물들도 자리를 하였다.
사시(巳時)초가 되자 마침내 무림맹의 대총사이자 맹주 권한대행인 지일광이 연단 앞으로 나왔다.
“만장하신 무림동도여러분,
이렇게 오시느라 원로에 노고가 크셨습니다.
본노는 무림맹의 대총사를 맡고 있으며 맹주님이 타계하신 후에 현재는 맹주의 역할도 조금 맡고 있습니다.
오늘 이자리는 돌아가신 맹주어른을 추모하고 그분의 유지를 이어갈 새로운 맹주를 선출하는 자리입니다.
지금부터 무림공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돌아가신 맹주님을 추모하는 행사부터 하도록 하겠습니다.”
지일광의 말이 끝나자 소림 방장인 청수선사가 나와서 사십구제를 주도하기시작하였고 거의 한시진간 식을 진행하였다.
그런 일이 끝나고 나서 다시 지일광이 앞으로 나왔다.
“이제부터 무림맹의 맹주를 뽑는 일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맹주는 무림맹의 관례대로 오년동안 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맹주로 적당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으면 천거를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 말이 끝나자 제일 먼저 제갈중명이 천거되었다. 제갈중명이 천거되고 나자 한참이 지나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때 한쪽에서 웅성거리면서 두사람이 나타났다.
그 두 사람이 나타나자 장내는 웅성거림이 멎었고 그 두사람에 시선이 모아졌다.
“내가 무림맹의 맹주가 될까한다.”
그말이 떨어지자 누구도 말이 없었다.
“그전에 누구신지 말을 해주십시오.”
지일광은 이미 그가 정해도장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물었다.
그렇게 묻는 것은 사람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준비할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다.
“노도는 종남의 정해라 한다.”
그말을 정해도장이 말하자 장내에서 웅성거림이 발생하였다.
“무림척살대는 들어라. 무림공적 정해를 포박하여 뇌옥에 가두어라.”
지일광이 그렇게 말하자 순식간에 어디선가 나타나 정해 도장을 포위하였다.
“네 이놈들, 내가 누구인데 무림공적이라는 망발을 하느냐?”
정해도장이 목소리에 진기를 실어서 말을 하였다. 그렇기에 누구도 가까이 잡으려고 가지는 않았다.
그때 좌중에 있던 한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성룡이었다.
지성룡이 일어나 정해도장에게 다가가자 길이 쭉 열렸다.
지성룡이 일어난 것은 지일광이 전음을 보냈기 때문이다.
정해는 무림척살대가 포위하자 어이가 없는 표정이었다. 설마 자신을 잡으려고 이렇게 포위를 하려고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표정에 어이없는 표정은 있었지만 두렵다는 표정은 없었다.
그러나 지성룡이 많은 사람들을 지나서 포위망 안으로 들어서자 정해도장의 얼굴은 흠칫한 표정이 되어 지성룡을 노려보았다.
“포박을 받으시지요.”
지성룡이 그렇게 말하였다. 정해도장은 화도 못내고 노려보았다. 자신이 생각하는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대가 참룡검객인가?”
“그렇소이다.”
“나에게 포박을 받으라니? 실로 대담한 아해구나.”
지성룡은 가만히 서 있었다. 지성룡이 앞에서 있자 지장룡과 천하칠걸이 뒤에서 퇴로를 차단하면서 포진하였다.
“포박을 받지 않는다면 무림맹의 대총사의 명을 받은 이몸이 무례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성룡의 말은 최후의 통고였다. 명을 받았다는 것은 그저 겁 없이 나섰다는 일부의 생각을 의식한 말이었다.
지성룡이 품속에서 승천검을 꺼내어 들자 정해도장은 승천검을 보았다.
“그 검이 너에게 전해진 것을 보니 승천검황의 진전을 확실히 이은 것 같구나. 하나 무림의 법칙은 이기는 자가 법이니 나를 승복시켜라.”
그 말은 힘으로 자신을 이기라는 말이었다.
지성룡이 마침내 검을 검집에서 빼어들자 모두들 멀리 피하였다.
거의 사방 이백장이나 되는 연무장에 무림척살대와 몇몇의 사람만이 있고 텅비게 되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정해도장은 참으로 자신이 잘못 생각하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나서면 어서오십시오는 아니지만 그래도 말 할 자리 정도는 주고 이렇게 잡겠다고 나서는 자는 없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지성룡이 나서고 그 지성룡이 자신에 비하여 결코 뒤지지 않는 무위를 가진 것을 보자 자신의 잘못을 뼈저리게 후회하였다.
지성룡이 자연스럽게 일도양단의 수로 내리쳐 왔다. 그저 가볍게 내리치는 것이나 정해의 입장에서는 그 것이 가지는 무한한 변화를 읽을 수 있었다. 정해가 한발짝 옆으로 피하였다. 그러나 그가 피한다고 비켜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검기가 휘어져서 뻗어가고 있었다.
정해도장도 어느새 검을 뽑아들고 다가오는 검기를 검먁을 전개하여 흩어지게 하였다. 그러나 정해는 다시 피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검기와는 다른 또 다른 것이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마치 검환 같은데 검환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느낌이 달랐다. 지성룡이 좌장을 이용하여 천수장검을 시전한 것이다.
정해도장은 선기를 놓치자 쩔쩔매면서 막을 수밖에 없었다. 좌수 우수로 연이어 공격이 이어지기 시작하였다.
지성룡의 공격은 초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밀고 들어오는 검기나 검환이지만 어떤 초식보다 신속하고 위력이 있었다. 십여초를 막자 정해도장은 들고 있는 검에 수도 없는 금이 가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다가오는 공격을 다시 그런 검으로 막아야 했다.
지성룡은 말이 없었다.
그저 무표정하게 계속하여 공격만을 하고 있었다. 그 공격이 모두 요혈만을 노리고 있기에 정해도장은 한 순간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공방이 벌어지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이가 없었다. 지성룡이 손과 검을 흔드는데 정해도장이 덩달아 춤을 추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구경하고 있는 무공을 가진 왠만한 고수들의 얼굴에는 경이감이 어리고 있었다. 한번도 보지 못한 고수의 대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성룡이 하는 공격이 얼마나 위력이 있는 공격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소리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가운데 기를 발출하여 정해도장 같은 고수를 쩔쩔매게 만드는 것은 실로 경악할 일이기 때문이다.
지성룡의 공격이 다시 십여초가 더 되자 정해도장의 검이 부러지고 말았다.
그냥 부러진 것이 아니라 폭검(검을 폭파하여 작은 검의 조각을 적에게 격살하는 것)을 시전하듯이 검 조각이 좌우로 흩어져 갔다.
오직 검병만이 남아 있었다.
정해도장은 검병으로 급하기에 박았지만 검날이 없는 검병으로는 제 위력이 실리지 못하였고 정해도장의 옷자락 곳곳이 한번의 공격으로 걸레가 되었다.
다시 재차 공격이 몰려오자 검병을 포기하고 육장으로 막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성룡의 공격을 육장으로 막기에는 어려웠고 한 순간에 그의 양손이 피가 흘러 빨갛게 변하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정해도장은 왼쪽어깨에 검환을 맞고 말았다.
호신강기를 시전 중이기에 격살되었어도 다소나마 충격이 감소되어 구멍이 나지는 않았지만 왼쪽어깨 아래가 마비되는 것을 느꼈고 다시 무릎에 검기가 꽂히는 것을 느꼈다. 이번에는 그 충격으로 바닥에 나뒹굴고 말았다. 지성룡의 공격은 나뒹굴었다고 하여 멈추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졌고 단지 그 강도만이 줄어들었다.
마지막으로 지성룡의 최후의 공격이 기해혈에 꽂혔다.
사람들은 너무나도 어이가 없는 장면에 할말을 잃고 말았다.
지성룡의 무공이 강한 줄은 알았지만 삼도의 일인인 정해도장을 단 삼십여수만에 제압하리라고 생각을 못한 것이었다.
믿어지지 않은 현상에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죄인을 데려다가 옥에 가두시오.”
지성룡이 검을 검집에 꽂으며 말하였다.
지성룡이 그렇게 말하자 지장룡과 칠령이 정해도장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함부로 일장이내로 접근하기에는 아직도 두려움이 있었다.
죽은 것 같은 정해도장의 몸이 뒤척이자 화들짝 놀라 모두는 몸을 곧추세웠다. 정해도장이 겨우 힘들게 상체를 세웠다.
“무공을 제거하였으니 끌고 가서 가두시오.”
지성룡의 말에 칠령은 다시 다가갔고 정해도장을 일으켜 세웠다. 그 옆에 있던 운정도장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순순히 붙잡히고 말았다. 그로서는 더 이상 반항을 하지 못하였고 이미 지성룡이 마혈을 제압하였기 때문이다.
실로 장내는 누구 한 사람 움직임이 없이 칠령들만이 두 사람을 끌고 사라지고 있었다.
이일이 있고 난후에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장내가 정리 되었다.
뭐라 말을 할 법도 하지만 아무런 말이 없었다.
무림맹주에 대한 선출은 제갈중명외에 더 이상 천거가 없었고 제갈중명이 그 자리에서 맹주로 선출되었다. 제갈중명은 맹주가 되자 곧바로 인자기를 대총사로 천거하여 동의를 받아냈다.
일각도 못되는 사이에 일사천리로 모든 것이 결정되었다.
이렇게 된 것에는 누구도 함부로 반대를 하기에는 겁이 나는 장면이 바로 전에 벌어졌기에 반대할 생각을 못하기 때문이었다.
자칫 반대를 하였다가 추후라도 이것으로 나중에 보복을 받을까 겁이 났기 때문이다.
지성룡은 일을 마치고 자리에 앉아 조용히 있었고 누구 한 사람 말을 걸거나 가가이 오지 않았다. 그가 앉은 자리의 삼장 안에는 용소명과 인자기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런 일이 벌어졌지만 그것에 아랑곳 없이 지성룡은 묵묵히 앉아 있었다. 사람들은 지성룡에게 다가가지는 못하지만 멀리서 흘끔거리면서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모든 것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끝마쳐지자 멀리서 한달이 넘게 걸려서 온 사람들은 허탈하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평생 보지 못한 구경을 하였다.
무림공회를 마친 지일광은 천하문에서 지청운이 문의한 양진충의 일을 보고받았다.
마침 지성룡도 같이 자리에 있었기에 지성룡도 그 서찰을 볼 수가 있었다.
태원에서 날아온 전서구였다.
“의문의 고수라는 것은 신비의 세력이라는 것인데 태을자의 잔당이거나 아니면 만상문의 흔적이거나 천지문의 비밀제자이거나 그도 저도 아닌 세력의 비밀제자이라고 할 수가 있겠군.”
지일광이 혼자 말하듯 말을 건넸다.
“일단 제가 바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숙조부님이 십초만 견디면 되니까 크게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만일의 경우라는 것이 있기에 제가 가보아야 하겠습니다. 그 무공 수위를 짐작하지 못하기에 위험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만일 무리라 생각된다면 비무전에 패배를 인정하시도록 할 생각입니다.”
“네가 움직이는 것이 제일 나은 것 같구나. 그렇게 하여라.”
“예, 그럼 지금 가서 집사람과 수하들에게 말하고 단신으로 출발하겠습니다. 은밀히 제가 염탐을 해보고 진짜로 문제가 있는 자라면 암살이라도 해 버리겠습니다.”
“모든 것은 너에게 맡기겠다. 부탁하마.”
지일광은 지성룡이 혼자서 움직인다는 판단에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일단은 승낙하시라고 전하십시오. 이미 제의를 받은 이상 응하지 않으면 문제가 심각해질 것입니다.”
“그렇게 하마.”
“예, 다른 사람들에게는 제가 이번 싸움으로 보이지 않는 내상을 입어 은밀한 곳에서 폐관에 들어 요상을 한다고 해주십시오.”
“알았다. 그렇게 말하는 것이 기밀을 유지하는데 좋을 것 같구나.”
냉우헌과 이자균은 삼일째 되는 날 찾아왔다.
“받아들이기로 하였습니다.”
묻기도 전에 지청운은 말해주었다.
“하나 저는 군문에 있기에 정식적인 첩지를 내려야 움직일 수가 있습니다. 이런 절차를 밟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지청운은 모든 것을 먼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말을 하였다.
지일광에게서 전서로 도착한 내용을 방금전에 받았기 때문에 마음 놓고 말한 것이다.
“참으로 지장군님의 결단에 감사드립니다. 실로 위험한 일입니다. 십초를 버티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장수이기 이전에 무인입니다. 무인이 비무를 하다가 죽는다면 그 또한 행복한 일입니다. 이미 내가 피한다고 하여도 누군가는 해야할 일입니다.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지청운의 말에 그들은 대례를 하기 시작하였다.
지청운이 막았지만 그들의 대례를 막지는 못하였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대 권부가 통째로 왕진의 손아귀에 들어가 버릴 판이었습니다.”
그들의 충심에 어린 감사에 지청운은 이들을 위해서라면 죽는 것도 두렵지가 않았다.
사나이라면 자신을 인정해주는 것에 고마워 하고 그를 위해서 한번쯤 목숨을 걸 수도 있었다.
지청운은 이들이 이렇게 하는 것이 형식적이지만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을 알자 기뻤다.
나이는 자신보다 열다섯정도 어리지만 이들이 이렇게 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인정을 하였다.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황도에 가서 절차를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지성룡은 황영지와 인자기, 용소명에게 일의 사정을 말하고 은밀한 곳에서 폐관요상을 한다고 말하라고 한 후에 야음이 내리자 바로 출발을 하였다.
지성룡은 정문을 통하여 나가기 보다는 무림맹의 담을 몰래 넘어 밖으로 나갔다.
그런 지성룡의 움직임을 눈치챌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난 오년간 밤마다 돌아다니면서 숙달한 은신술 때문에 누구도 그가 떠나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지성룡은 자신이 밤에 돌아다니면서 익힌 것이 이런 상황에서 유용한 것이 되자 달리면서 웃음을 지었다.
지성룡은 인가를 피하여 경공술을 시전하였다.
그는 밤이면 경공을 시전하여 달리고 낮이면 인적이 드문 적당한 곳을 찾아 은신하여 잠을 잤다. 먹을 것은 출발 전에 준비한 벽곡단으로 해결하였다.
그는 가면서도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방향만을 찾아 달렸다. 가끔은 인가에 들러 이곳이 어딘지도 물었지만 그 때는 그저 지나가는 길손정도로 철저하게 위장을 하였다.
지성룡이 이렇게 달린지 오일만에 제남 근처에 당도할 수가 있었다.
실로 파격적인 행보였다.
하룻밤에 천리 이상을 달린 것이다.
“요당두가 보내온 내용이옵니다.”
제독태감 왕진은 수하가 건네는 글을 받아 보았다.
글을 읽고 나자 왕진은 수하를 다시 보았다.
“지청운이라는 무장에 관련된 자료를 달라.”
“예, 여기 있사옵니다.”
왕진이 말을 하자 이미 준비된 듯이 책자를 건네었다.
책자를 받아 아무런 말도 없이 다시 읽기 시작하였다.
“골치 아픈 인물이군. 천하문의 지씨라면 함부로 하기에는 문제가 있는 인물이다. 이일을 어떻게 처리할까?”
왕진의 말에 제독총감 유희는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자신도 보고를 받고 이런 질문이 예상되어 대책을 생각하였지만 적당한 대책이 없었다.
그저 되는대로 두었다가 이기는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은 양진충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특별한 방법이 없다는 것인가?”
“그러하옵니다. 보고에서 보면 알다시피 장군부에 나와 있는 병사들이야 문제가 아니지만 천하문의 인물들이 암중으로 벌써 호위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상당한 무공을 가진 자이고 그 수가 이제 백을 헤아리는 수준입니다. 태원에 있는 자들만이 아니라 인근에 있는 자들이 올려온 것입니다.”
“다른 자라면 자객을 보내서라도 처리하면 그만이지만 자객들도 주저할 인물이군. 무공으로 꺾어야 한다면 양진충에게 알려 철저한 준비를 하고 그의 무공 수위를 최대한 정확히 알아 보도록 하여라.”
“알겠사옵니다. 일단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말고 지켜만 보도록 명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왕진은 그말을 듣고서도 못들은 표정이었다. 왕진은 만일 막지 못했을 때의 문제에 대하여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
유희는 왕진이 생각에 잠기자 조용히 방에서 나갔고 왕진의 상념은 이어지고 있었다.
‘만일 막지 못한다면 실로 큰일이 날 수가 있다. 장사꾼들이란 소식하나는 정확하다. 결국 그 자가 들어온다면 동창의 영역도 침범할 소지가 있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천하문의 자금이다. 그 자금이 어떻게 라도 그자에게 유입이 될 것은 뻔하고 이대장군부를 돕는데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대장군부가 천하문의 자금을 확보하는 순간 조정대신들까지 그들의 수중에 들어갈 수가 있다. 이일을 어떻게 한다?’
왕진의 얼굴에는 내천자의 주름이 짙게 드리어 졌다.
‘이자균이 냉우헌을 끌어들이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을 하였고 거기까지는 예상을 하였다. 냉우헌 하나가 더해진다고 하여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였다. 필요하다면 들어온 이후에 언제라도 기회가 있다.’
왕진은 이자균이 낙양으로 갈 때 이미 냉우헌을 만나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이자균이나 냉우헌에 대하여 섣불리 손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지켜보는 눈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의외의 인물이 등장한 것이다.
그가 두려워 하는 부류 중에 하나가 상인이었다. 천하문은 자신이 건들어서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집단이었다. 그런 천하문이 당장 눈앞에 적으로 다가서는 상황이었다.
자신도 지청운의 존재는 예전에 알았지만 그저 순리에 맡겨놓은 지청운이었다. 자칫 순리에 맡기지 않았다가 괜한 말썽이 되기에 모른 척한 것이다.
그렇기에 주시를 하는 것 자체를 금하였다. 자칫 주시한다는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자신을 시기하는 정적들에게 그의 존재를 눈치채게 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인물하나 때문에 다 이긴 싸움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가 있겠도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천천히 거닐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생각하자 답답하여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