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91)
지성룡은 영소혜를 찾아올 때만하여도 이렇게 할 마음은 없었다. 그러나, 영소혜가 이렇게 순간적으로 감정적으로 대하자 마음 한구석에 묻어두었던 열정이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
물씬 풍겨나오는 영소혜의 체향은 지성룡의 이성을 조금씩 마비시키고 있었다.
그의 손은 어느 사이에 영소혜의 등짝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었다.
영소혜도 울다가 지성룡에게서 느껴지는 체온과 체향을 강하게 의식하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누가 지시하거나 가르쳐 주지 않아도 그렇게 되는 본능적인 것이었다.
어느 사이에 지성룡의 손길은 우는 것을 달래는 손길이 아니라 영소혜의 몸을 쓰다듬는 손길이 되어버렸다.
지성룡은 영소혜를 끌어당겼고 고개를 숙여 영소혜의 입술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었다.
영소혜는 그런 일에 익숙하지 않았기에 고개를 돌렸지만 안긴 상태에서 피하는 것은 큰 소용이 없었다. 그 것도 그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였다. 침상에 걸터앉은 상태가 무너져 영소혜의 동체는 이제 침상에 기댄 상태가 되었고 지성룡은 영소혜를 위에서 누른 상태가 되어 버렸다.
이런 일은 영소혜에게는 처음이지만 지성룡은 애가 둘이나 있는 남자였다.
그렇기에 지성룡의 행동은 거침이 없었다. 더구나 이미 혼약을 한 상태이니 그 동안 마음한구석에 있던 죄책감은 홀연히 사라진 상태라 본능에 따르기 시작하였다.
영소혜도 이미 혼약도 결정이 된 상태이기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저 처녀이기에 부끄러운 마음 때문에 다소 거부의 몸짓을 할 뿐이지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지성룡이 떠나간 후에 영소혜의 심리는 복종과 거부감이 동시에 어우러진 미묘한 상태였다. 그러나 조금의 상태가 지나자 그 감정은 연모로 변화되었다. 혼자라는 외로움이 가져온 심리적인 의지였다. 그 의지는 지성룡에 대하여 무한한 기대를 불러왔다.
언젠가 자신을 불러줄 날을 기다리는 여자가 되어갔다. 그렇기에 사마가 승천검황을 만나 지성룡의 혼사를 매듭짓자고 말하자 기꺼이 동행하여 왔고 그렇기에 그 먼 강남에서 장례식에 참석할 수가 있었다.
만일 먼저 출발하지 않았다면 승천검황의 장례식에 조문을 올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장안으로 가는 길에 승천검황의 타계를 접하였고 길을 서둘러서 올 수가 있었던 것이다.
영소혜는 지성룡을 보자 자신의 서러움에 눈물을 보였고 울고만 것이다. 지성룡은 그런 영소혜를 달래다가 자연스럽게 본능에 따라서 행동을 하였다.
“상공, 저 보기 흉하죠?”
영소혜는 이불 속에서 머리만을 내놓은 채 지성룡에게 말하였다.
부끄러운지 목소리가 떨려왔다.
영소혜의 말에 대답은 하지 않고 그저 이불 속에서 손을 마주잡았다.
“보기 좋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그러면 다행이고요. 한데 무슨 일로 오셨어요?”
영소혜는 지성룡의 가슴으로 파고들면서 물었다.
자신들이 제대로 이야기도 하지 않고 일부터 벌린 것을 알자 고개를 지성룡의 가슴에 묻었다. 부끄러웠다.
“그저 혜매를 만나서 그간 어떻게 지냈나 이야기나 듣고 앞으로 할 일에 대하여 몇 가지 의논할까해서 온 것이었소.”
지성룡의 말에 영소혜는 가만히 가슴에 볼을 기대었다.
그렇게 하는 영소혜의 눈에서는 다시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영소혜가 눈물을 보이자 지성룡은 안쓰러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상공, 이렇게 될 날을 오년간 기다렸어요. 너무나 길고 힘든 시간이었어요.”
“미안하오. 내가 무책임한 사람이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소.”
한참동안 영소혜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상공,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하세요.”
“헤매도 알아야 할 것들이오. 천지문에 대한 이야기요.”
지성룡은 천지문에서 사람이 왔다간 것을 말하였다.
“그들이 그저 미안하다는 말로 지난 일을 없었던 것으로 돌리려고 한다니 실로 뻔뻔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군요.”
영소혜는 그들로 인하여 겪은 일들에 대하여 생각하자 분통이 목소리가 다소 높아졌다.
“진정하시오. 세상은 다 그런 것이니 그들만을 탓할 수는 없는 것이오. 어떻게 했으면 하오?”
“이대로는 안되어요. 그들에게 그만큼 돌려주어야 해요.’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렇소. 뭔가 확실하게 이일에 대하여는 대가를 챙겨야 하오. 그일에 대하여 뭔가 받아낼 것을 생각해 보시오. 그리고 한달 후면 무림맹의 맹주를 선출할 회합이 열리게 되어 있소이다. 그때 나와 본문은 무림맹주로 제갈세가의 제갈가주를 천거할 생각이오. 혜매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저야 상공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하오나 제가 듣기에 사대세가를 주축으로 군웅회가 모이고 그러면 무림맹에 속한 이백여개의 문파중에 오십여개가 동조할 것인데 그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려야 할 것이온데 그것이 어려울 것이 아닙니까?”
“그들이 이번에 반기를 들지는 않을 것이오. 제갈가주에게 맞설만한 인물도 드물고.”
“하오나 그가 선출되어도 그의 전력을 본다면 배신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 점도 어느 정도 대비를 하여 두었소. 인총관을 대총사로 들어가게 할 생각이오.”
“알겠어요. 상공.”
영소혜는 그렇게 말하면서 지성룡의 품속으로 파고 들었다.
한동안 그들은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었다.
“저, 혼례를 올려도 상공과 저는 떨어져 있어야 하죠?”
영소혜는 다시 지성룡과 떨어져 있을 것을 생각하자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해야 할 것이오. 마음 같아서는 같이 있고 싶지만 그렇게는 안될 것 같구려. 하나 약속을 하리다. 자주 찾아갈 것이오.”
“빨리 상공의 아이라도 갖고 싶어요.”
영소혜는 그렇게 말하고 지성룡을 꼭 껴안았다. 다시는 떨어지기 싫다는 표현을 그렇게 하고 있었다.
황영지는 제갈휘미를 불러들였다.
어제 밤에 지성룡이 방에서 나가 새벽 늦게야 돌아온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개봉에 있을 때도 밤에 몰래 야행을 하는 일이 많았기에 그리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여자의 직감은 영소혜를 만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미 공공연한 일이었다.
그런 그들이 몰래 야밤에 만났다면 남녀간에 할 일은 뻔하였다.
상황이 어쩔 수가 없어 허락을 하였지만 질투심은 어쩔 수가 없었다.
여자에 관한 일에는 유난히 약한 지성룡이었다. 그러니 황영지의 뇌리에는 그런 생각이 떠나지를 않았다. 지성룡이 어디론가 인자기와 용소명을 데리고 나가자 시녀를 보내어 제갈휘미를 불렀다.
마음 같아서는 영소혜를 불러 어제 밤에 무슨 일을 하였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그렇게는 못하고 만만한 제갈휘미를 호출한 것이다.
“어서와. 제갈소저”
황영지는 제갈휘미가 오자 유난히 반갑게 맞았다.
“하교하실 일이 있으십니까?”
“말을 편하게 해. 하교라고 하니 너무 멀게 느겨지는구나.”
“예.”
제갈휘미는 황영지의 표정에서 뭔가를 말하고자 하는 것을 느끼기에 가만히 있었다. 그저 말할 분위기가 되도록 기다리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가 사는 방식은 혼인하여 애를 낳고 살림하고 그렇게 사는 것 외에 다른 방식이 있을까?”
황영지의 말은 다분히 영소혜의 배경과 역할을 의식한 말이었다. 자신에게는 영소혜에 비견되는 힘이나 배경이 없었다.
지금의 지성룡에게 필요한 것은 영소혜의 영웅성이었다.
“소녀의 생각에는 모든 것이 생각하기 나름이고 행동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무가의 여인이고 사문의 비전을 익혔지만 이렇게 애 낳고 살고 있는데 뭔가 다시 무가의 여인으로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뭔가 방법이 없을까?”
황영지는 지난밤 내내 잠을 이루지 못하고 도달한 결론을 돌려서 말하여 보았다.
제갈휘미는 황영지의 말에서 자신만의 힘을 구축하려고 하는 것을 직감하였다.
이미 영소혜의 일을 제갈중명에게서 대략적으로 들었기에 황영지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고 지금 말한 한마디에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제 생각에는 그렇게 하시고 싶으시면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소녀가 미력하나마 도울 수 있다면 돕겠습니다.”
제갈휘미는 기회다 싶어 도움을 자청하고 나섰다.
“그래, 어떻게 하면 될까?”
“제가 듣기에 무상문의 전인이시라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계시는 것보다 그 절기를 이용하여 여인 문파를 하나 여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여인문이라니 여자들이 무슨 힘이 있을까?”
“소녀가 도와주는 제남의 고아원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재질이 좋은 여아들이 있습니다. 또한 개봉에도 그런 아이들을 찾으면 많을 것입니다.”
황영지는 고아라고 하자 예전의 자신의 처지가 생각나 그 것도 좋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제갈휘미가 말한 방안은 너무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었다. 당장 힘이 될 무엇이 필요하였다.
“그 방법으로 장기적인 일을 하시면서 뭔가 방안을 강구해 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제갈휘미는 황영지가 빠른 방안을 찾는 것을 알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아 그렇게 말하였다.
“그럼 그 일을 좀 도와줄 수 있어?”
황영지는 제갈휘미를 자신의 주변으로 끌어들이기로 하였기에 그 일을 핑계로 끌어들였다. 제갈휘미는 제갈중명의 딸이기에 효용가치가 높았다. 만일을 생각한다면 제갈휘미를 근처에 두는 것은 영소혜를 견제하는 방안으로 어느 정도 가치가 있었다.
“제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아냐, 제갈소저가 도와주면 천군만마를 얻는 것처럼 힘이 될거야.”
“그럼 제가 아버님에게 허락을 얻는 대로 시작하겠습니다.”
“아, 제갈가주에게 내가 한번 말씀을 드려볼게.”
“그렇게 해주시면 아버님도 반드시 허락을 하실 것입니다.”
지성룡은 인자기, 용소명과 더불어 장안으로 모처럼 나들이를 하였다. 답답한 무림맹내에서 있는 것은 답답한 일이었고 많은 사람이 있기에 제대로 이야기를 하기도 불편하였기 때문이다.
“자네의 의형님들께는 연락을 하였는가?”
“물론입니다. 그 말씀을 전하였더니 송장주님이 저를 도와주기로 하였습니다.”
“그분이 돕는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네. 그러나, 그분도 일이 많지 않은가?”
“다른 두분의 형님도 계시기에 그분들이 하시는 일을 맡아 주시기로 하였습니다.”
“어쨌든 수고하였네. 그분이 도와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야.”
지성룡이 천하문에도 사람이 많은데 쓰지 않은 이유는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하여 번거롭기 때문이다.
“한데 이제 우리도 그럴듯한 상단의 이름을 가지고 독자노선을 조금은 표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용소명은 너무 지성룡이 소극적으로 매사에 임하자 다소 답답하여 말을 하였다. 이제 천하의 다섯번째의 상단에 걸맞는 위세를 갖추어도 될 시기였다.
“그러면 아홉마리의 용처럼 무한한 힘을 가지라고 구룡상단이라 칭하면 어떻겠는가?”
“좋은 생각입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인자기도 옆에서 거들었다.
“그러면 그렇게 준비를 해보세. 하나 너무 서둘면 천하문이나 다른 상단에서 다소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네. 서둘지 말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조용한 가운데 모든 기업을 구룡상단이라는 이름으로 모으도록 하겠습니다. 하옵고 상단이 되면 호상단을 편성하여야 하는데 그 일도 같이 추진함이 어떨까합니다.”
“호상단이라? 그러면 천하오단 같은 조직을 말하는가?”
“그렇습니다. 또한 천하정세를 살피는 조직도 같이 두어야 합니다.”
“알았네. 그 일에 관하여는 내가 지매에게 일러둘 것이니 지매의 지휘를 받도록 하게.”
지성룡의 말에 용소명이나 인자기는 그 일에 갑자기 황영지가 나오자 의아하여 보았다.
“영웅성의 소성주를 맞아들기로 하였네. 그런데 정실인 지매가 다소 약한 느낌이 들었네. 영웅성만은 못하나 일단 지금 일구어놓은 것을 지매에게 통솔하게 하여 가모로서 체통과 권위를 세울 수 있도록 할 생각이네.”
지성룡의 말에 두 사람은 그제서야 지성룡의 의도를 알자 다소나마 수긍을 하였다.
“자네가 주모로서 체통을 지키도록 많이 도와주도록 하게. 이것은 내가 부탁하는 것일세.”
“알겠습니다. 깊은 뜻을 저버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지성룡은 영소혜와 같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와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내내 고민을 하였다. 황영지에게 미안한 마음을 금치 못하였다. 남자가 다른 여자를 보는데 좋아할 여자가 없는 것이다. 거기다가 화영지가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영소혜의 등장은 황영지를 위축시키게 될 것이고 이런 불균형은 황영지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 것이었다.
그렇기에 내내 고민하다 생각해낸 것이 황영지에게도 걸맞는 힘을 주어 체통을 세우게 하는 방안을 강구한 것이다.
“상단의 단주는 종종 안주인이 맞는 경우도 있네. 그렇게 해도 상관은 없을 것이네.”
“그렇게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용소명도 다소 영소혜와 황영지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고 그것이 내심으로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정실보다 첩이 강하면 가정의 평안이 어려워지는 것은 뻔하였다. 그런데 지성룡이 그것을 먼저 해소할 방안을 생각해낸 것이다.
향후에 승계도 자연스럽게 서로의 소생으로 하면 되기에 분쟁의 소지도 없어지는 것이다.
‘이런 면도 생각하는 것을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듯 하지만 그래도 많은 생각을 하시는 것 같다. 아무것도 안하는 것처럼 유유자적하지만 가끔씩 생각하는 것을 보면은 무서우리만치 치밀하다. 어제밤에 영소저에게 다녀왔는데 이런 조치를 내리다니 오히려 예상 밖이다. 그렇게 본다면 여색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인자기는 지성룡이 아직 젊기에 여색에 흔들릴까 걱정도 하였다. 그런 걱정을 없애는 훌륭한 조치였다.
“나는 이렇게 된 것 호상단의 단주나 맡아볼까?”
지성룡이 그렇게 농담처럼 말하자 인자기나 용소명은 명목상으로 지성룡이 할 일이 없어지는 것을 알았다.
“어찌 그런 일을 할 수가 있습니까?”
“이것은 농담이고 나중을 위해 무사들을 앞으로 조련할 생각이네. 이일을 위해 모든 것을 자네에게 미룬 것이네.”
쉽게 이해가 가지않아 두 사람 모두 다음 말을 기다렸다.
“천하문에서 이번에 천하오단의 총단주라는 자리를 만들 생각이네.”
지성룡의 말에 둘은 처음 듣는 말이라 의아하였다.
“본문에서 최고의 숙원이 무엇인지 아는가?”
지성룡이 말하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바로 독문무공의 창안일세.”
지성룡은 중얼거리듯이 낮게 말하였지만 그들에게는 또렷하게 들려왔다.
“지난 오년간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무공을 체계적으로 정리를 하였네. 나는 근본적으로 무엇을 하건 천하문의 사람일세. 천하문이 없이는 무엇을 하건 별로 의미가 없다는 것일세. 내가 문주가 되지는 못하지만 무엇보다도 아끼는 것은 천하문이라는 것일세.”
지성룡이 하는 말은 향후의 행보를 말하는 것이라 둘은 걸어가던 걸음을 멈출 만큼 집중을 하고 있었다.
“나는 독문무공을 완성하였네. 아직은 아니지. 그것을 익힌 자들이 있어야 하네. 내가 아무리 독문무공을 창안하였다고 하여도 남에게 인정을 받지 않으면 결국 창안하지 않은 것일세.”
“나는 천하문에 내가 창안한 모든 무공을 남겨야 하네. 그렇기 위해서는 무공을 가르치는 천하관과 그 무공을 사용하는 천하오단을 통합하여 총단주가 될 것이네.”
지성룡의 말은 무림맹주가 되겠다는 말만큼이나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내가 부릴 세력이 있어야 하네. 그 힘은 영웅성의 힘만으로는 안되는 것일세. 천하문의 모든 무력을 이용할 정도는 되어야 하네.”
지성룡의 말은 실로 파격적인 이야기였다.
“이일을 달성하기 위해서 내 주변을 정리하는 것일세. 이일은 다른 사대가문의 반대가 막심할 것이네. 그 일을 하다보면 다른 어떤 것에도 신경을 쓰지 못할지도 모르네.”
지성룡이 밖으로 바람을 쐬러 나가자는 말을 할 때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지성룡이 막상 이말을 하자 밖으로 나오자는 이야기가 당연하게 느껴졌다.
천하문의 천하관과 천하오단은 천하문 무력의 핵심이었다. 그것을 한 사람이 장악한다는 생각은 실로 천하문의 체제를 생각한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이제 일을 시작하여야 하는 시점이고 이일부터 시작할 것이오. 나는 이 일에만 매달릴 것이니 모든 것은 두 사람이 해 나가시오.”
지성룡의 말은 선언이었다. 이일은 천하문을 통째로 장악하려는 기도였다.
지금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던 지성룡이 급속도로 부상하는 것이다.
하나 여건상으로 지유성이 문주가 되었기에 가능은 한 이야기였다.
아직 지청현을 비롯한 오태상이 있기에 그들만 동의를 한다면 또한 그렇게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곳곳에서 터져나올 불만과 저항에 직면할 것이고 그들을 이겨내야 가능한 이야기였다.
“상당히 힘든 일이옵니다. 그러나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인자기는 그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의 이일을 위해 지난 오년동안 참아온 것이다.
“이일은 아마 몇 년은 해야할 일일 것이오. 빠르면 이년, 늦으면 오년은 소요되는 일일 것입니다. 이일을 마무리 지은 후에 천하로 나갈 것입니다.”
지성룡의 마지막 말은 다른사람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자신에게 하는 다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