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90)
불꺼진 방에서 홀로 앉아서 명상에 잠기다 보면 오만가지 일이 다 떠오르고 이런저런 일들이 걱정이 된다.
지성룡은 홀로 앉아 지금의 상황을 점검해 보고 있었다. 그도 마찬가지로 이 생각 저 생각 두서없이 하고 있었다.
‘제갈가주에 대한 문제는 정리를 하였다. 지금에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확실하게 우위를 점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두고두고 후환을 일으킬 인물이다.’
제갈중명과 같이 나누었던 대화를 반추해 보고 있었다.
‘그는 인총관과는 달리 조직의 머리를 지양하는 인물이다. 그렇기에 고개를 숙이는 것을 꺼리고 있다. 오늘 확실하게 정리를 한 것은 잘 한 일이다. 문제는 그가 야심을 가지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제약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전면으로 나서서 일을 당분간 정리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그런 면에서 제갈가주는 상당히 효용이 큰 인물인 것이다. 그가 족함을 알고 나아가려고 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그렇게 생각하자 제갈중명을 견제할 사람으로 인자기를 붙이는 것은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고조부님과 증조부님을 만나서 이일을 매듭을 지어야 한다. 물론 그분들이 나에게 어느 정도 일임을 하셨지만 그 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분들이 납득하도록 충분히 설득하여야 한다.’
그러다가 황영지에 대한 생각이 미치고 있었다.
‘지매가 영소저를 받아 들이는 것을 양해하였지만 문제는 아직도 많이 있다. 그 문제를 잘 조절하여야 하는데 이일은 다른 어떤 일보다도 어려운 일이다. 내가 하는 행동하나하나에 따라 서로 일희일비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가운데서 적절하게 처신을 하여야 한다.’
지성룡의 생각은 여기저기 두서없이 헤매고 있었다.
‘한데 영지가 어제 왜 제갈가주의 딸을 청하여 안으로 데려갔는지 모르겠다.’
그 부분에 대하여는 예감이 다소 좋지 않았다.
제갈휘미라고 하는 그 어린애를 데리고 들어가 무슨 이야기를 하였는지 차츰 궁금해졌다.
‘생각보다는 성깔이 있어 보였는데 돌아갈 때 보니 오히려 성격이 다소 죽어 보였다. 그 여아가 뭔가를 알고 있다는 것은 뭔가 이일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볼 수 있는데 무슨 말을 하였다는 것인가?’
지성룡은 제갈휘미의 일은 생각 할수록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제갈가주를 만났다고 들었다. 그를 밀어주는 것으로 정리가 되었느냐?”
지일광은 지성룡이 자리에 앉자 제갈중명의 일을 물었다. 지청현은 만나는 자리에 몸이 조금 불편하다는 말로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하기로 하였습니다. 더불어 인총관을 대총사로 같이 들여보내는 것으로 정리하였습니다.”
지성룡의 말에 지일광은 다소 얼굴에 미심쩍은 빛을 보였다.
“제갈중명은 다소 믿을 수가 없는 인물이다. 처음에 무림맹에 들어와서 예전에 있던 서류들을 들춰 보았는데 오대문파와 본문의 비무를 최초로 생각해낸 자가 그였다. 그자가 배신을 한다면 문제가 심각할 것이 아니냐? 그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 아니냐?”
지일광의 우려는 충분히 이유가 있었다. 정세가 변하여 천하문이 불리해지면 가차없이 천하문에 등을 돌릴 가능성이 다분한 인간이었다. 대총사로 추천한 화산을 배신하고 종내에는 천하문에 빌붙은 것이 그 증거였다.
“제 나름대로 안전장치를 해놓고 있습니다. 어제 만나 다짐을 받기도 하였고 그자를 확실하게 승복하도록 하였습니다.”
“어떻게 말이냐? 그런 인간은 아무리 승복을 하여도 기회가 생기면 배신을 할 인간이다.”
지일광은 지성룡이 승복을 시켰다고 하지만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었다.
“어제 기세를 이용하여 위협을 해 놓았습니다. 아마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배반은 하기 힘들 것입니다.”
지성룡의 말에 지일광은 의아하였다. 기세를 이용하여 제압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혹시 저번의 사황성의 소성주와 같은 방법이었느냐?”
“물론 그런 방법이지만 그때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적이었다면 이번에는 그런 생각으로 그를 몰아 부쳤사오니 당분간은 딴 맘을 먹지 못할 것입니다.”
지성룡은 지일광에게 있었던 일을 설명하였다.
“음, 그렇다면 다행이다만 그런 인간은 항상 조심하여야 한다. 그러니 경계를 늦추지 말아라. 향후의 일은 이제 문주와 연룡이와 네가 알아서 해야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조치를 해 나가겠습니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 간다. 아버님대의 분들도 이제 기력이 떨어져 본문의 일에 더 이상 관여를 못하실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내대가 관여를 하여도 그분들과 같이 힘을 쓰지는 못한다. 결국 문주와 너희들에게 그만큼 힘이 쏠리는 것이다. 허나 또한 너희들이 그만큼 바람을 많이 탈 것이다. 그러니 항상 신중히 처신을 하여라.”
지일광은 자신들이 관여를 할 여지가 줄어드는 것을 알고 있기에 지성룡에게 당부를 하였다.
“여기의 일까지 내가 마무리를 한 연후에 모든 것을 다 털어버리고 물러날 것이다. 그후의 일은 네 몫이 될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영웅성의 일은 어떻게 정리할 것이냐?”
“여기의 일이 정리되는 대로 소성주를 받아들이고 영웅성의 태상호법이 되어 직접 제가 관장을 해 나갈 생각입니다.”
“그렇게 하여라. 너에게 본문의 장래, 아니 지씨의 운명을 걸기로 한 것이니 최대한 신중하게 추호의 실수도 없이 목표한 바를 이룩하거라.”
“네, 그렇게 하겠사오니 염려를 놓으십시오.”
지일광은 이제 모든 것을 정리하려고 하자 아쉬움이 생겼다.
지성룡이 처소로 돌아오자 지장룡이 기다리고 있었다. 장례기간동안 무림맹 총단에 대한 경계를 하느라고 바빴기에 서로 잠시 만나 인사한 것이 전부였다.
장례가 끝나자 여유가 생겨 찾아온 것이다.
“들어가십시다.”
지장룡을 처소로 이끌었다. 서로 간에 공감을 하는 면이 있기에 상호간에 교통은 많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동안 빈소를 지키느라고 힘이 들었을 것이다. 한데 한가지 문제가 생겨서 왔다.”
지장룡이 앉자마자 문제가 있다고 말하였다.
“무엇입니까?”
“내 밑에 있는 녀석들이 뭔가 딴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지장룡이 말하는 자들은 천하칠걸이었다. 그들은 지난 오년간 무림척살대의 칠대령주로서 실질적인 실무자였다. 지장룡이 척살대주라고는 하지만 그들에게 명령을 내릴 뿐이고 밑에 있는 자들을 통수하지는 못하였다.
그렇기에 그들이 명령을 거부한다면 무림척살대는 유명무실한 존재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입니까?”
“본문에 대하여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그들이야 방계로서 본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실정이다. 한데 그들이 자신이 거느리고 있는 자들을 이끌고 본문으로 복귀할 생각을 하고 있다.”
지장룡의 말하는 것 자체는 천하문으로서 그리 손해보는 일도 아니었고 당연히 해야할 일이었다..
대부분의 무사들은 각 문파에서 차출된 무사이지만 그들은 본산의 직계제자라기 보다는 방계나 속가제자였고 지난 오년간 일한 공을 생각한다면 천하문에서도 들어만 온다면 거부할 명분이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이 천하문 곳곳에 퍼져서 포진하게 된다면 천하칠걸의 입김은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그런 기도를 하는 것은 장래의 천하문의 안정을 생각한다면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다.
“형님은 당분간 무림맹의 일을 더 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무림맹 최고의 무력을 자랑하는 무림림척살대를 다른 문파에 맡길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문제다. 그들만 떠난다면 문제는 없지만 밑의 녀석들을 데리고 떠난다면 무림척살대도 와해될 수가 있고 어떻게 해야 하는데 막을 길도 별로 없으니 문제이다.”
“그들이 항상 반항적이었습니까?”
“아니다. 그들은 그런 내색이 없이 항상 따르는 편이었는데 맹주님이 돌아가신 이래 그런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런 말은 예전부터 들었습니다. 청운각에 올 때부터 그들이 약간 다른 것을 알았지만 그렇게 구체적으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좋지가 못합니다. 당분간 모른척하고 그들에게 본문에 돌아가도록 놓아 둡시다. 무림맹보다 오히려 돌아가 있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충원의 문제는 방법이 있으니 크게 신경을 쓰지 마십시오.”
“알았다. 이미 내가 듣기에 제갈가주를 무림맹주로 추대한다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돌고 있다. 그 것에 대하여 알고 있는 것이 있느냐?”
“어제 만나 그 일에 대하여는 제가 매듭을 지었고 오늘은 방금 증조부님과도 매듭을 지었습니다. 돌아가셔서 그들이 본문으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하라고 해주십시오. 그 이후는 제가 인총관과 알아서 하겠습니다.”
“충원은 시급히 이루어 져야 하는데 그것을 어떻게 할 것이냐?”
“일단 돌아가서 무림맹의 맹주가 새로이 선출되면 새로 무림척살대를 새로이 구성한다는 방을 내리고 떠날 사람들의 신청을 받도록 하십시오. 떠날 자들이 정해지면 그 충원은 여러가지 방안이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까지 증조부님이 맹주권한 대행이니 모든 것을 할 수는 있습니다.”
“알았다. 그렇게 하마. 한데 그들이 돌아가면 어떻게 할 생각이냐?”
지장룡은 그들이 합류하여 천하문의 근간을 안에서 흔들 것이 걱정되어 물었다.
“그들이 아무리 해도 오자마자 반항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한 아버님이나 형님에게 대놓고 반항은 못할 것입니다. 이미 형님이나 나나 천하문안에 충분한 대비가 있으니 그들이 온다고 하여도 큰 위협은 아닐 것입니다. 그 문제는 제가 개봉에 돌아가서 아버님과 형님과 같이 의논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들은 내가 데리고 있었지만 장악이 어려운 녀석들이고 철저한 반골기질이 있으니 주의를 하여 보아라.”
“예, 걱정 마십시오. 항상 주의를 하겠습니다.”
밀기신작은 무림맹에서 돌아오자 바로 율사청을 만났다.
“갔던 일은 어떻게 되었소?”
밀기신작은 율사청의 질문에 할말이 별로 없었다.
“능력이 없다는 말로 거절을 하였습니다.”
“능력이 없어서 중재를 못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의 중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말이구려. 그 외는 없었소?”
“그 말과 함께 힘은 써보겠으나 기대는 말라는 여운을 남기고 있는 것으로 보아 어떤 대가를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밀기신작은 대화의 내용 하나하나를 말하였다.
“음, 그 말은 나에게 어떤 양보를 하겠느냐는 것이군. 무엇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이오?”
율사청은 자신들이 양보를 할 것이 별로 없기에 되물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명분으로 파악이 됩니다. 그들에게 그 명분을 양보해야 할 것이라 사료됩니다.”
밀기신작은 돌아오는 내내 생각한 것을 말하였다.
“명분을 양보하라는 것이라. 그들에게 줄 어떤 명분이 있소?”
“대외적으로 본문이 그들에게 결코 적대시 하지 않겠다는 것을 공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참룡검객을 보건데 인자기를 휘하에 거느리는 것으로 보아 천하제패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사료되는 바 그에게 천하제패에 결코 방해를 하지 않는다는 약조를 하면 될 것이라 사료됩니다.”
밀기신작의 말은 율사청이 임시방편으로 거짓 약속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런 방식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오. 본문의 사기만을 떨어뜨릴 수도 있소. 차라리 그런 약속보다는 말없는 가운데 터놓고 협상을 합시다. 이제 그들에게 다시 한번 거래를 요청하여야 할 것이오. 그들은 상인이기에 가장 큰 것이 거래입니다. 그러니 거래를 요청하시오. 손해를 보더라도 천하문이 응할 거래를 한번 생각해 보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정세는 어떻소?”
“무림맹의 일은 상당히 재미있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천하문에서 전에 총사를 하던 제갈가주를 맹주로 천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변이 없는 한 그렇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겠지. 천하문으로서 이번에 맹주를 맡기에는 부담이 될 것이고 결국 그들에게 우호적인 자들로 내세워야 하는데 그만한 적임자는 없을 것이다. 하나 제갈중명은 예전에 한 행동으로 판단한다면 다소 신뢰가 가지 않는 인물인데 천하문으로서도 그 일에 대하여는 간과하는 것 같은데 이일에 대하여 들은 바는 없소?”
“제가 보기에 천하문에서 무림맹의 모든 조직을 움켜쥐고 있는 상황에서 제갈중명이 맹주가 되어도 크게 힘을 쓰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더구나 참룡검객의 가신으로 변신한 인자기가 대총사로 다시 복귀를 한다면 제갈중명도 별수가 없을 것입니다.”
밀기신작은 장안의 무림맹 근처에서 주어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였다.
“당분간은 신중하게 정세변화를 주시하면서 그들의 동태를 주시해야 합니다. 천하문이 가장 경계하는 세력이 중원에서 본문일 것이니 우리에게 상당한 제약을 가할 것입니다. 그 점은 항상 염두에 두고 그들에게 빌미를 줄 행동을 하지 않도록 조심을 해야 할 것입니다.”
위지강천은 당문에서 당한영과 당문성, 당한권이 찾아오자 안으로 맞아 들였다.
그들은 무림맹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들도 한동안 패배의 책임을 지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폐관 수련을 하다가 최근에야 자유롭게 되었다.
“무슨 바람이 불어 이렇게 왔는가?”
“몇몇 친구들과 연락을 하였는데 다시 군웅회를 재건하는 것을 논의 중이네. 물론 우리가 참룡검객을 무공으로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나 그에게 이대로 천하패권을 영원히 줄 수는 없지 않은가?”
당한권이 말하는 바는 세력을 형성하여 조직적으로 대항하자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무슨 수로 대항을 하자는 것인가? 그들은 상권을 가지고 있고 무력을 가지고 있으며 명분도 있네. 한데 무슨 수로 막는다는 것인가?”
“당분간 그와 천하문의 천하이지만 이대로 그들의 독주를 허용한다면 결국 그들에게 완전한 패권을 주고 말 것이네. 지금은 그에게 굴복하지 않은 흑도의 천지문이 있고 백도에는 사대문파가 있네. 그들과 직접적인 연수는 하지 않을 망정 심리적으로 동조를 한다면 그를 꺾지는 못할지라도 그와 천하문의 독주는 막을 수 있을 것이네. 이번에 무림맹의 맹주를 선출하는 회합에 연락을 하여 현재 오십여명이 오기로 하였네. 그렇게 된다면 우리들을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네.”
그 말에 위지강천은 일이 이미 상당히 진척된 것을 알았다.
“오년전의 패배로 모두들 절치부심하여 배는 강해졌네. 우리들 개개인은 그에게 아직 못 미치나 모이면 그들에게 상당한 압박을 줄 수 있을 것이네. 또한 우리가 모이고 나면 각 세가에 대한 침범도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네.”
“알았네. 그렇게 하세나. 한데 왜 오십여명밖에 모이지 못하는가?”
“일부는 이미 천하문에 동조하는 자들이 있어 그들은 이번 회합에는 제외를 했네.”
위지강천은 당한권의 말에 대략적인 이해를 하였다.
“군웅회가 다시 모이려고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였습니다.”
용소명이 그 말을 전하자 지성룡, 제갈중명, 인자기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잘되었습니다.”
지성룡은 이미 예상을 했던 것처럼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맞습니다. 그들은 언제건 다시 모일 존재입니다.”
제갈중명도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년전부터 그들이 다시 각성하여 나올 때는 강해질 것을 예상하였습니다. 그들은 나에게 한번 호되게 당하였기에 섣불리 대항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들은 당분간 세력확장에 치중하면서 다음을 준비할 것입니다.”
지성룡의 말에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그들은 궁극적으로 주공에 대항할 세력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바람직한 일은 아닙니다.”
인자기의 말에 지성룡은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욕심은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가 있습니다. 그들에 대하여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뭉쳐도 결국 무림맹안에서 움직일 것이고 좀더 두고 봅시다.”
지성룡의 말에 제갈중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그들에게 다음을 맡길 생각까지 하는 것입니까?”
“천하는 혼자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천지문이라는 상대도 있고 그 힘을 측량하기 어려운 만상문이라는 암중의 적도 있습니다. 그들을 상대함에 있어 천하문이나 나를 동조하는 세력만으로 상대한다면 희생이 너무나 막대합니다. 그들을 막는데 있어 구파일방이나 세가의 힘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차라리 그들에게 일정부분의 역할을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최근에 움켜쥐려는 마음을 조금 버리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들의 성장을 막을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제갈중명은 그런 의미에서 인자기보다 대국적인 관점에서 더 뛰어난 안목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본다면 소제가 그들을 이번에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용소명이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생각한 바를 말하였다.
“그렇게 해보게. 그들도 자네의 접근에 대하여 무조건적인 거부감을 표하지는 않을 것이네. 그리고 가능하다면 나와 만날 수 있는 자리를 주선해 주게.”
“만나실 것이옵니까?”
인자기는 지성룡이 만난다고까지 하자 놀라서 물었다.
“좋은 적수일 것이오. 그들에게 선의의 경쟁을 제안해 볼 것이오. 그들도 내가 그렇게 나가면 현실을 인정하고 무조건적인 적대행위보다는 나를 의식하여 어느 정도 자제를 할 것이오. 무조건적인 적대는 서로간에 좋지가 못합니다.”
지성룡은 오년 전에 그들이 언젠가는 다시 도전해 올 것을 예상하였기에 생각한 바를 말하였다.
지성룡은 야음이 내리자 영소혜의 거처로 아무도 모르게 들어갔다.
지성룡은 은신술이 상당히 뛰어난 편이었다. 그는 개봉에 있을 때에 밤이면 몰래 나다니기를 좋아하였다. 그 것은 남에게 그가 자중한다는 것을 보이기에 낮에는 움직일 수가 없기에 밤이면 남들이 자는 시각에 답답한 가슴을 풀기위해 나다닌 것이다. 그러다 보니 차츰 야행술과 은신술이 비약적인 발전을 한 것이다.
“나요. 일단 내가 들어갈 수 있도록 창문을 열어주시오.”
지성룡은 영소혜에게 전음을 보내었다.
영소혜는 탁자에 앉아있다가 자연스럽게 일어나서 창문을 열었고 그러자 바람처럼 지성룡이 들어갔다.
“문을 다시 닫으시오.”
지성룡의 말에 영소혜는 밖을 내다보고 문을 닫았다.
지성룡은 어느새 침상에 걸터앉았다.
“이리와서 앉아 보시오.”
지성룡의 지시에 영소혜는 아무 말도 없이 지성룡의 옆에 앉았다.
지성룡은 영소혜가 앉자 어깨에 가볍게 손을 얹어 끌어당겼다. 지성룡의 손이 닿자 영소혜의 동체에서 가벼운 진동이 일었지만 거부하지 않았고 당기는 대로 몸을 맡겨 지성룡의 가슴에 동체를 기대었다.
“상공, 보고싶었어요.”
중얼거리듯이 영소혜는 그렇게 속삭였다.
“나도 마찬가지요. 그 동안 내가 무심하였소. 미안하오.”
“아니예요.”
영소혜는 그렇게 말하면서 지성룡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말았다.
기대어 우는 영소혜를 그저 가만히 껴안아 울음을 그칠 때까지 있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