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문무공-88화 (88/149)

제  목: [연재] 독문무공(88)

25. 각성

천지문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던 율사청은 현재의 곤란함이 어디서 기인하는가에 대하여 생각을 하였다.

그가 이런저런 생각을 내내 하여도 문제는 사황성에 대하여 부질없는 욕심을 부려 오히려 사황성과 천하문을 밀접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사황성과 관계가 나빠진 것은 자신들의 업보였다.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은 신중한 선택을 하지 않았기에 이루어진 것이엇다.

오직 그 실패에 대하여 승천검황과 천하문의 개입이 있었다는 것이 원인을 두고 있었고 누구도 그 문제에 대하여 언급을 하는 것은 금기시되고 있었다.

잘 생각해보면 그런 개입을 예상하지 못하고 섣불리 일을 추진한 것이 잘못이었다.

그 것에 대하여는 지금까지 간과하고 있었다. 모든 잘못을 그렇게 치부하니 해결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근본적으로 우리가 잘못하였다는 것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오년간 사황성은 영웅성으로 개명하여 정파로 탈바꿈을 성공하였고 예전에 비하여 훨씬 강해지고 말았다. 우리가 고작 신양인근에 머물고 있는 반면에 그들은 강남의 주요 거점에 튼튼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율사청은 효율적이지 못한 천지문의 체제를 한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현재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길은 그 두 세력과의 적대 관계를 해소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영웅성이 우리를 경계하는 상황에서 어떠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어렵다. 영웅성에서 우리에 대한 적대감을 없애도록 해야 한다.’

율사청은 이럴 때 옆에서 조언해 줄 책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 그래도 만만한 무영루주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강호정세를 파악하고 필요한 수발을 하는 무영루주야 말로 그런대로 말상대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밀기신작은 율사청이 부르자 곧 들어왔다.

“자리에 앉도록 하게.”

율사청은 밀기신작을 자리에 앉게 하였다.

평상시에는 짧게 불러서 대부분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내리기에 자리에 앉을 일이 없었다.

앉으라고 하기에 영문을 몰라 자리에 앉아서 율사청의 말을 기다렸다.

“자네가 보기에 영웅성과 관계를 개선할 길이 없어 보이는가?”

밀기신작은 율사청의 질문에 다소 생소한 질문이라 대답을 못하였다.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보고를 한 것이지 자신의 의견을 말해 보지를 않았다.

“어떤 상태를 말하시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하여도 영웅성이 우리를 적대시할 것입니다.”

밀기신작의 말은 헛수고라는 말이나 다름이 없지만 율사청은 밑의 수하들이 생각하는 바를 엿볼 수가 있었다.

수하들은 천지문이 전에 사황성에 한일이 잘못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음, 그들이 우리가 노력을 해도 쉽게 우리들의 잘못을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이오?’

밀기신작은 의외의 반응에 놀라서 뒷말을 답하지 못하였다.

그도 생각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알면서 생각은 하지만 말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아랫사람들도 우리가 잘못을 하였다고 생각을 하는가?”

율사청의 직접적인 질문에 밀기신작은 자신이 말을 실수하였다는 것을 알았다.

입이 있어도 하지 말아야 될 말을 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나는 모르고 있었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 내부에서도 일의 전부를 알고 있겠구려?”

율사청이 물었다. 그는 밑에 있는 부하들이 그런 것을 말하지 않기에 알고 있다는 생각을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어찌 보면 그들이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흑도에서 밑의 사람들의 생각을 고려하는 것은 없었다. 그런 관습이 천지쌍마 시절에는 지켜지고 있었다.

율사청은 커다란 문제가 있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조직이 천지문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강해지려면 그런 것부터 고쳐야 한다.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는 조직을 만들어야 하는데 사부님들은 일일이 지시를 하여 움직인 것이다.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그렇기에 시키는 대로 움직이고 그러다 보니 일이 이지경이 되어도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 한번도 나오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율사청은 밀기신작을 조용히 쳐다보았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구려. 누구도 나에게 영웅성과의 일에 대하여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소이다. 그들과 우리의 관계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가지 말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실로 경악할 만한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모두가 생각하기를 본문이 잘못하였다고 생각하면서도 침묵을 하는 것이 아니오이까?”

이런 말에 가만히 듣던 밀기신작의 얼굴에 처음으로 표정이 드러났다.

“말을 해보시오. 잘못 되었다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말을 해보시오?”

“영웅성의 일에 대하여 본문이 잘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누구라도 그렇게 말을 합니다. 지금 본문의 무사들은 영웅성이 곧 우리들을 침공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승천검황이 사라진 마당에 영웅성을 제어할 세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지난 오년간 영웅성은 십이지단의 힘이 엄청나게 커졌습니다.그 힘이 이제는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강성해 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밀기신작의 말에 율사청은 다소 상기된 표정이 되었다. 처음 듣는 소리였다.

“음, 그런 이야기가 돌고 있다면 심각한 이야기가 아닐 수가 없습니다. 한데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그들과의 전쟁을 막을 수가 있을 것 같습니까?”

“그들과 본문과는 세불양립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패왕을 지원하여 사황성을 삼키려한 것이 그들에게 쉽게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이점에 대하여 정중하게 본문에서 잘못을 시인하고 그들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면 이일은 해결될 수가 없습니다.”

밀기신작이 말하는 내용은 상당히 부드러운 내용이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결국 율사청이 용서를 구하는 것 자체가 굴욕적인 것이었다.

‘사부님들이 잘못하였다는 식으로 모든 죄를 떠넘기면서 그 일에 대하여 용서를 구한다는 것인가? 그 수밖에는 없지만 그렇게 한다고 과연 효과가 있을까?’

율사청은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알았소. 그 방법에 대하여 좀더 수하들과 검토를 하여 나에게 알려주시오.”

율사청의 말에 밀기신작은 놀라서 대답도 못하였다. 이런 식의 지시는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율사청은 자신이 그 동안 너무나도 구습에 얽매여 있던 것을 깨달았다. 밀기신작을 만나서 다른 생각으로 이야기를 나누자 다른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부하가 멍청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멍청한 것이었다. 부하들은 자신이 지시한 대로 일을 하는 것이었다.

지금가지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오직 독선적으로 모든 일을 처리한 것이다.

그것이 천지문을 강하게 하는 요인이지만 또한 약하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였다.

‘문제는 지금이라도 늦지가 않았다. 현재의 위기를 넘겨야 한다. 이일에 대하여 사부님들에게 이제 죄를 물어온다면 누구 한 사람 막을 수가 없다. 영웅성으로서는 이일을 할 만큼 힘이 있다. 오년 전에는 사황성이 우리와의 분쟁을 두려워 하였다면 지금은 우리가 그들과의 분쟁을 두려워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율사청은 지금의 위기를 해소하지 못하면 나중을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영웅성을 움직이는 것은 천하문이다. 천하문에 접근하여 영웅성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보이지는 않지만 천하문 내에서 참룡검객의 위상이 줄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내면을 유심히 살피면 이번 장례식에서 알 수 있듯이 뭔가 이상하다. 오히려 그의 위상은 커진 것으로 볼 수가 있다. 참룡검객이 그 동안 키운 상단이나 세력은 천하문에 가려서 보이지 않지만 무림맹의 천기각주인 인자기의 지휘아래 엄청나게 커져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율사청은 지성룡에 대하여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의 무위는 지난 오년간 훨씬 더 성숙하여 졌을 것이다. 나도 강해졌지만 그도 강해졌다. 그러나 지금은 그에게 대항할 시점이 아니다. 그가 너무나 강한 세력을 등에 엎고 있다. 그의 눈에 우리만이 눈에 가시 같은 존재로 비칠 것이다. 그에게 우리가 적의가 없고 그에게 우호적이라는 것을 보여야 한다. 천하문과 사황성이 지금처럼 밀접해진 것은 우리가 사황성을 넘본 이후부터이다. 결국 사황성과 천하문의 연결의 중심에는 그 일에 참여한 참룡검객이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율사청은 혼자 고민을 하면서 상황을 추리하고 있었다. 자신을 도와줄 수하도 만들어 두지 못한 현실이 못내 아쉬웠다.

‘정말 문제는 이번의 위기를 넘기는 지혜이다. 내일이라도 영웅성이 밀고 들어오더라도 이상한 것이 없다. 사부님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이일을 거론하여 논란을 만들 것이다. 이미 그들도 사부님들이 편찮다는 것은 알고 있다. 사부님들이 돌아가시고 나면 명분이 약해진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율사청은 오만가지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결심한 듯이 글을 적어나가기 시작하였다.

밀기신작 조충은 무림맹의 정문을 한참 바라보다가 다가갔다.

“무슨 일로 오시었습니까?”

문지기로 보이는 무사가 가로막았다.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안에 있는 참룡검객 댁의 인자기 총관에게 이 것을 전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문지기는 밀기신작이 내민 봉서를 보았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지요.”

밀기신작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이름 하나로 모든 것이 처리가 되자 지성룡이 무림맹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않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각여를 서서 기다리자 문지기가 다가왔다.

자신의 신분을 말한다면 들어가는데 지장은 없지만 최대한 기밀을 유지하면서 지성룡을 만나고 오라는 지시를 받았기에 조용히 기다렸다.

“안으로 뫼시라는 전갈입니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밀기신작은 안으로 따라가서 한 전각에 당도하였다.

“들어오시지요.”

밀기신작이 당도하자 전각의 한쪽에서 문이 열리고 안에서 오십정도 되어보이는 문사차림의 인물이 밀기신작을 불렀다.

안에는 이십대정도 되어 보이는 청년도 있었고 밀기신작은 그가 용소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용소명은 강남상객이라는 이름을 떨치고 있었기에 밀기신작도 알고 있었다.

“수고하였네. 물러가 보게.”

인자기는 밀기신작을 안내한 인물에게 가보라고 한 후에 조충이 들어오도록 문 옆으로 섰다.

조충은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에 새로이 천지문의 무영루주가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자 앉으시지요.”

인자기는 그를 자리에 앉게 하고 상석으로 앉았다.

그 옆에 청년이 같이 앉자 밀기신작은 개의치 않고 글을 품에서 내놓았다.

“이 글은 문주님께서 참룡검객님에게 전달해 드리라는 것입니다.”

인자기는 조충이 내미는 서찰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집어들었다.

“그 전에 몇가지 물어 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대답을 해주시지요.”

“말씀하시지요?”

“우선 천지문에서 왜 저희 주공에게 이 서찰을 보내는 것입니까?”

“영웅성과 천지문의 불화를 중재해 달라하는 부탁을 드리는 것입니다.”

인자기는 밀기신작이 자신을 보자고 하자 그 문제로 온 것을 직감하였다. 그러나, 무슨 근거로 지성룡에게 그런 부탁을 하였는지 의문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런 중요한 일을 어찌 한낫 강호에서 그리 알려지지 않은 주공에게 부탁을 하는 것이옵니까?”

인자기는 그들이 그렇게 판단을 한 이유를 알고 싶어 다시 되물었다.

“그 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문주님의 심부름을 온 입장이라 뭐라 말씀을 드리기가 곤란합니다.”

인자기는 밀기신작이 한발 뒤로 빼자 만만치 않은 인물이라는 것을 알았다.

“잠시 내가 주공을 만나 뵙고 올 것이니 기다리시오.”

인자기가 일어나도 용소명은 가만히 옆에서 앉아서 밀기신작을 바라보기만 하였고 인자기는 밖으로 나갔다.

인자기는 문지기가 들고 온 봉서에 천지문의 무영루주라는 이름이 서있자 내심 놀랐고 지성룡에게 보고를 하였다. 그리하여 인자기가 만나기로 하였다.

지성룡은 인자기가 내미는 봉서를 받아 읽어보았다.

서찰에는 천지문과 영웅성의 중재를 부탁하고 있었다.

내용은 천지쌍마가 이미 천지문의 일에서 떠났고 그 동안 석년의 일을 뉘우치고 있으며 이일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면 질것이고 책임질 길을 알려준다면 따를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생각하시오?”

“율사청이 이제 영웅성에서 석년의 일에 대하여 거론 할 것을 알고 선수를 치는 것이라 사료됩니다.”

“음, 나도 영웅성에 석년의 일을 거론하여 천지문을 묶어두라고 할 생각이었소. 내 생각에는 율사청이 뭔가 나에 대하여 알고 나를 움직이려 하는 것이라 생각이 되오. 하나 문제는 그가 나에게 이런 일을 부탁하면서 아무런 대가를 언급하지 않고 있소이다. 물론 대가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나의 자존심을 배려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것은 다분히 나를 떠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서 이 글을 돌려주고 우리는 이런 능력이 없으니 돌아가라고 정중히 이르시오.”

“하나 그자의 기색은 이일을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기세였습니다.”

“말을 하다가 어려우면 나에게 데리고 와도 좋소. 그전에 반드시 이렇게 말하시오. 천하문에서 나의 위치는 미미하기에 결코 어떤 힘을 쓸 위치는 아니며 영웅성에 그런 영향을 미칠 위치도 지금은 아니라고 하시오. 추후에는 어떤 일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그러하니 그렇게 알고 돌아가라고 하시오. 하나 가능한 길이 있다면 힘은 써본다고 하시오. 그러나 기대는 하지 말라고 하시오.”

“하오면 거절은 하되 여운은 남기라는 것입니까?”

“그렇게 해주시오

지성룡의 말에 인자기는 다시 봉서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밀기신작은 인자기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손에 들린 봉서를 보고 일이 틀어진 것을 알았다.

“이 서찰은 안 본 것으로 하라는 지시를 받았소이다. 우리 주공은 천하문에서 어떤 영향을 크게 미칠 자리에 있지를 못합니다. 또한 영웅성에 대하여도 이런 일을 할 만큼 친교가 깊은 것도 아닙니다. 추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의 위치에서 이일을 말할 관계는 아니니 부탁을 안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들어줄 능력이 없음을 말씀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인자기의 말에 밀기신작은 얼굴이 다소 굳어지고 말았다.

“또한 가능하다면 힘은 써볼 것이지만 기대는 하지 마라고 하였소이다.”

이 말에 밀기신작의 얼굴은 묘한 빛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그리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밀기신작은 그렇게 말하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문주님은 인대학사의 존성대명을 들으시고 인대학사님에게도 안부를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영웅성의 일에 대하여 가르침을 주실 것이 있으면 기탄없이 말씀을 하시라고 했습니다.”

밀기신작의 말은 일종의 새로운 거래의 청이었다.

지성룡의 의중을 알려달라는 우회적인 표현이었다. 어떻게 하면 거래를 할 수 있냐는 말이었다.

“내가 그런 것을 알 수는 없습니다. 차라리 직접 영웅성에 가시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주고 싶습니다만 그런 위치에 있지를 못해서 죄송합니다.”

인자기의 말에 밀기신작은 다소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였다.

그때 조용히 있던 용소명이 한마디를 하였다.

“돌아가셔서 구체적으로 일을 생각해 보십시오. 소생이 알기에 단순히 말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말이 아닌 어떤 방안으로 예전에 영웅성의 내분에 관여하였던 과오를 처리할 것인지를 한번쯤 구상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용소명은 인자기의 말에 대하여 부언을 하였다. 척하면 눈치로 인자기가 하는 말을 이해할 능력이 있는 용소명이었다.

그렇기에 단정적으로 한마디를 던졌다.

지금처럼 그저 중재만을 요청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이 중재를 하는 경우 어떤 이득을줄 것이고 영웅성에 무엇을 양보할 지 구체적으로 들고 오라는 말이었다.

“알겠습니다.”

“어떻게 하시는 것이 좋습니까? 천지문주가 이렇게 주공에게 중재를 부탁한 것은 우선 소나기는 피하자는 말처럼 급한 불을 끄고 대응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인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이런 그의 술책에 말리면 시간만 흐르고 일이 골치 아플 수가 있습니다.”

인자기와 용소명은 밀기신작을 보내고 지성룡에게 달려왔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오. 하나 그렇다고 그가 이렇게 중재를 요청하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였을 지 생각하면 다소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물론 그러하나 인정에 밀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를 할 수가 있습니다. 향후 주공의 앞길을 가로막을 첫번째 인물이 율사청이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와는 서로 먼발치에서 본적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군웅회와의 비무가 끝난 후에 있었던 일을 말하기 시작하였다. 그 설명을 들은 인자기와 용소명은 처음 듣는 일이라 호기심을 표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에 본문은 상당히 궁지에 몰리던 때였소. 그가 온 것은 우리 천하문도 어떻게 해볼 요량이 있었던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본다면 그가 노리는 것은 천하제패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지성룡의 말에 인자기와 용소명은 가만히 있었다.

“그를 한순간에 제거하기는 어렵습니다. 그와 정면 충돌을 하면 제이의 태을자처럼 후환을 남길 수가 있습니다. 서서히 그를 묶어두고 제거를 해야 합니다.”

“하나 그를 지금처럼 좋은 기회를 놓치면 언제 제거할 기회가 있을지 모릅니다. 더구나 천지쌍마가 죽는다면 이 문제는 거론하여도 큰 득이 없습니다.”

인자기는 지성룡이 혹시 인정에 이끌려 느슨하게 대응할까 걱정이 되어 강하게 말하였다.

“어렵습니다. 지금 섣불리 책임을 거론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 당시에 거론을 하였다면 문제 없이 천지문을 없앨 수도 있지만 벌써 오년 이상 흘렀습니다. 영웅성이 그일을 핑계로 전쟁을 감행을 한다면 명분은 어느 정도 있지만 오히려 검황어르신이 타계하여 오만하게 행동한다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가 있소이다. 적당히 제약을 가하고 실리를 취할 방안을 총관과 용소제는 강구해 보시오. 나도 영소저와 사마 어른을 다시 만나 이일을 거론해 보겠소이다.”

지성룡의 미온적인 반응에 인자기는 난색을 지었다.

“알겠사옵니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천지문을 확실하게 묶어두어야 주공의 행보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알겠소이다. 용동생은 한번 천지문의 모든 것을 다시 한번 조사하여 나에게 검토해 주시오. 혹시라도 그들이 어떤 변화를 꾀하면서 이런 제안으로 시간을 벌려는 것으로 볼 수도 있으니 최대한 조사를 해주었으면 좋겠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좀 있다가 제갈 가주가 온다고 하니 그 일을 처리하고 다시 이야기를 해보세. 제갈가주와는 내가 직접 이야기를 할 것이니 자리를 좀 피해 주면 좋겠네.”

지성룡은 제갈중명을 혼자 만나기로 생각을 정하고 당부를 하였다.

“예, 그럼 저희들은 사람들을 만나 그간 무림의 소식을 좀더 탐문해 보도록 하겠사옵니다.”

“그렇게 해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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