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82)
24. 천하대계
승천검황이 천하패권을 차지한 지도 벌써 거의 오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태을자의 몰락으로 야기된 중원 혼란기에 전격적으로 승천검황이 무림맹을 장악하자 천하는 일순간에 숨죽이게 되었다.
무림척살대의 활약에 영웅군부의 잔당은 완전히 지리멸렬 하여 버렸다.
그간 오년이지만 천하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승천검황이 무림맹주가 되자 오대문파는 봉문에 들었다.
화산은 무기한 봉문에 들었고 무당, 아미, 청성, 종남은 오년 봉문을 하여 버렸다.
이들에 대한 징벌은 여기서 그치고 천하는 일순간에 천하문의 천하가 되어버렸다.
천하문은 오대문파가 봉문한 틈을 타서 강북의 상권을 석권하고 말았다.
물론 소림이나 각 세가들이 자신의 영역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천하문의 상권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고 천하문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었다.
반면 강남에서는 남경상림과 사황성이 강남상권을 놓고 치열한 한판의 승부를 결하여 서로 타협을 하였다.
사황성이 영웅부라는 이름으로 개칭하여 이제 어엿한 정파로 탈바꿈하여 일년 전에는 무림맹에 들어가는 일까지 벌어져 상전벽해라는 것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승천검황은 서너달전부터 거동이 자유롭지 못하더니 자리에 눕고 말았다. 노환이었다. 그렇기에 승천검황의 병환소식이 전해지면서 천하는 그 일로 술렁이고 있었다. 아무리 천하제일고수 승천검황이라도 세월 앞에서는 결국 무기력한 인간인 것이다.
이후의 무림맹주에 대한 일로 천하는 술렁이고 있었다.
무림맹의 최고 성세를 이끌어낸 승천검황이었다. 고작 오년이라는 짧은 세월이지만 그간 무림에 산적해 있는 문제를 말끔히 정리하여 무림제황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그 이면에는 노년에 무림맹의 총사가 된 지일광의 숨은 공이 있었다.
지일광은 무림의 분쟁이 있을 만한 곳에 신속히 개입하여 원만하게 중재를 하였다. 또한 방만하게 관리되던 무림맹의 조직과 재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게 만들어 무림맹의 재정적인 자립을 일궈내어 무림맹이 각 문파에 손을 벌리지 않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런 저런 일로 무림맹은 지금까지 각 문파에 보이지 않게 의존하던 것을 탈피할 수가 있었다.
“지매, 경석이는 잘 자오?”
지성룡은 승천검황이 맹주가 되던 해 가을에 황영지와 혼례를 올렸다.
곧 아들을 낳았고 얼마 전에는 두번째 아들을 보았다.
그러나, 지성룡은 지금가지 한번도 무림맹에 가서 승천검황을 만나지 않고 있었고 천하에서 지성룡에 대한 소문은 별로 없었다.
승천검황은 지성룡을 잊었는지 한번도 부르지 않았고 지성룡도 초기에는 개봉을 떠나지 못하기에 가서 보지 않았고 태을자의 위협이 없어졌다고 할 때쯤에는 굳이 찾아가서 만나는 것도 이상하여 지금까지 대면도 하지 않았다.
“네, 상공 잘자고 있어요. 며칠 있으면 원단이네요.”
“그렇구려. 원단이 되면 아버님이 문주가 될 것이고 뭔가 조금은 바뀌겠지. 인총관은 돌아오지 않았소?”
인자기는 지성룡이 혼인을 하여 분가를 하자 아예 지성룡의 집안에 총관이 되어버렸다.
“예, 강남에 간 용공자도 오지를 않고 있네요.”
용소명은 부총관이 되어 일을 돕고 있었다.
“뭐, 때가 되면 오겠지.”
지성룡은 청명원에서 이백일 징벌이 끝나자 나온 후에 천하문의 일에는 관여를 하지 않았다. 그가 개봉에 있는 것으로 천하문의 안위를 보장하는 일만을 하고 있었다. 그가 개봉에 있는 것이 바로 천하문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승천검황이 갑자기 무림맹주가 되고 가장 입지가 좁아진 사람이 지성룡이었다. 천하문의 모든 사람이 바쁜 와중에 오직 지성룡만이 한가하였다.
용소명은 하릴없이 빈둥빈둥 몇 달을 놀았고 지성룡이 징벌이 끝나고 나서야 합류할 수가 있었다. 인자기도 식객처럼 용소명과 같이 몇 달을 빈둥거리다가 지성룡이 청명원에서 나오고 나서야 합류를 하였다.
지성룡은 지유성의 배려로 황영지와 살 집을 마련 하였고 가을이 되자 혼례를 올릴 수가 있었다. 지성룡은 결혼 후에도 천하문의 안위를 위해 이년 정도를 개봉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많은 세력을 만들 수가 있었다. 지성룡은 천하문과는 별개로 상단을 꾸렸고 그 일은 인자기와 용소명이 주도를 하였다.
거기에 제갈중명도 한축을 형성하였다.
영웅성의 사업체 일부도 넘겨받아 급속도로 성장을 할 수가 있었고 현재는 강북보다 강남에 더 사업이 큰 형태가 되어 있었다.
인자기와 용소명은 천하문과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없이 장사를 잘하여 몇 개의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하였다.
황궁 및 관납물자에 대하여 많은 공을 들여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동안 사용하지 않던 동해(황해) 수로를 개척하여 선단을 일구었다.
이런 노력으로 상당한 재력을 갖출 수가 있었다.
이것은 지용운이나 지유성이 묵인을 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인자기와 용소명은 지성룡을 대신하여 조용한 가운데 이일을 마무리짓고 다녔다.
지성룡이 오년동안 한 것은 그들과 이야기 상대가 되어 큰 줄기를 잠아주고 하려고 하는 일에 형식적인 승인을 하는 것 뿐이었다.
나머지 시간은 독서를 하고 연무에 열중할 뿐이었다.
다행이라면 천하문의 누구도 지성룡의 일에 가타부타 말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조용히 있는 존재로서 지성룡은 인식되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한가로운 지성룡과 대조적으로 인자기나 용소명은 눈코 뜰 새가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지성룡의 칩거는 세인들에게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에 있어서는 참룡검객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간 인물로 치부하기도 하였다.
오히려 지성룡의 이복형 지장룡은 무적도군(無敵刀君)이라는 이름으로 이름을 날리고 천하칠걸은 무림척살대의 칠대령주로서 협명을 드날리고 있었다.
청운각의 후기지수들은 승천검황이 무리맹을 장악한 이래로 그 무명을 천하에 떨치기 시작하였고 무림맹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또한 지연룡은 돌아온 이후에 천하문의 대소사를 관장하여 이제는 천하문내의 실무를 완전히 파악하고 왠만한 일에 대한 결정은 스스로 할 만큼 권한을 넘겨받고 있었다.
천지문은 위축된 가운데서도 율사청이 문주가 된 이래 흑도의 탈을 벗어던지고 발빠르게 상인으로 탈바꿈하여 내실을 기하였고 지금은 오히려 그당시보다 세력이 더 확장되어 있었다.
승천검황이 맹주가 되자 모든 세력들은 평화를 선택하였다.
구파일방의 나머지 오대 문파는 조용히 천하의 일에 관여를 하지 않고 자신의 영역안에서 안주하면서 내실을 기하고 있었다.
그런 평화는 승천검황이 병석에 누웠다는 소리가 나오면서 언제 깨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로 치닫고 있었다.
이렇기에 지성룡도 한동안 접었던 천하에 대한 꿈을 다시 조용히 펴고 있었다.
지일광은 승천검화의 병세가 차도를 보이지 않자 결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서찰을 가지고 성룡이게게 다녀오너라.”
지일광은 지한성에게 서찰을 전하였다.
지한성은 지성룡의 막내 숙부로 당년 서른 일곱이었다.
무림맹에서는 지일광의 거처의 총관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일은 너와 나만 아는 일로 하여라. 누구도 모르게 하여라.”
지한성은 지성룡에게 서찰을 보내자 이상하지 않을 수가 없지만 따를 수밖에 없었다.
“가서 그 서찰을 아무도 몰래 전하여라. 개봉에 가는 일은 원단이니 근친을 한다고 가도록 하여라.”
지일광의 말에 들어있는 엄중한 의미를 생각하자 지한성은 긴장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일이 알려지면 천하는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알겠느냐?”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지한성은 그간의 일을 알기에 승천검황의 운명이 가까워진 것을 눈치챌 수가 있었다.
천마무적 승천검황이 이제는 타계를 하려는 것이다.
지한성은 그 이후의 혼란을 막기위해 무림맹으로 지성룡을 불러서 대비책을 세우려는 것이었다.
“어서오세요. 숙부.”
지성룡은 무림맹에 있던 막내숙부가 찾아오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간 본지도 벌써 한 이년이 되었구나.”
지한성은 그렇게 말하고 지성룡이 머무는 전각으로 들어갔다.
지한성은 방안에 들자 품속에서 봉서를 꺼내어 놓았다.
“조부님이 너에게 전해달라고 한 것이다. 원단의 일이 있지만 이일 때문에 왔다.”
지한성의 말은 이 봉서가 중요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지성룡은 야음을 틈타 개봉을 벗어나 무림맹으로 달려가기 시작하였다.
승천검황의 병세가 언제 숨을 거둘지 모르기에 지성룡에게 급히 와서 임종을 하라는 것이었다.
상주로서 지성룡이 자리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만일 지성룡이 자리에 없을 시에 일어날 문제는 곧 무림맹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가 있었다.
그 혼란을 방지하는 작업으로 지성룡이 자리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였다.
지일광이 아는 바에 의하면 현재는 평화이지만 그 평화 뒤안길에 있는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천지문이 호시탐탐 승천검황이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고 만상문은 오년전에 사라진 이래로 어디선가 세를 불리고 있었다. 또한 태을자도 아직까지 종적이 없지만 승천검황이 사라진 마당에 어디선가 독아를 드리우고 호시탐탐기회를 노린다고 보아야 했다.
거기에 그 동안 봉문하여 숨죽이던 사대문파가 곧 봉문이 끝나고 있었다.
사대문파가 봉문이 풀리면 보이지 않는 고토회복을 위한 몸부림을 할 것이기에 이후의 무림은 소용돌이가 몰아칠 것은 뻔하였다.
‘본문이 그 동안 성세를 누렸다. 결국 이제 다시 무림맹에서 물러나야 할 때이다. 증조부님이 무림맹을 장악하기에는 문제가 많다. 차라리 이제 물러나셔야 한다. 그러나 너무나 급속한 변화는 문제가 심각할 수밖에 없다. 그 변화를 최소화 하면서 무림맹을 떠날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지성룡이 사라진 것을 아는 사람은 황영지와 몇 사람 뿐이었고 지성룡이 무림맹에 은밀히 몸을 드러낸 것은 원단 다음 날이었다.
“자 가서 맹주님을 뵈어야 한다.”
지일광은 맹주전으로 지성룡을 데리고 갔다.
“어떠하신가?”
지일광은 맹주전에 들어가서 약당당주를 보자 병세를 물었다.
“기력이 쇠잔해 지셨습니다. 아마 곧 회광반조가 돌 것으로 보입니다.”
약당당주는 그렇게 말하고 송구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만 늦었다면 임종도 못하였을 것이다.”
지일광과 지성룡은 승천검황의 옆에 앉았다. 침상에는 초췌한 모습의 승천검황이 있었다.
그렇게 두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승천검황의 옆에서 자리를 지켰다.
지성룡으로서는 예전에 정정하던 승천검황이 이렇게 병자가 되어 누워있자 마음 한구석에 처연함이 몰려오고 있었다.
자리에 앉은 지 한시진여가 지나자 승천검황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하였다.
“정신이 돌아오시는가 보다.”
지일광은 조용히 말을 지성룡에게 건네었다.
일다경이 지나자 눈썹이 떨리면서 힘겹게 승천검황의 눈이 떠졌다.
승천검황은 지일광을 보면서 초점을 모으고 있었고 조금 후에 초점이 잡히는지 지성룡을 알아보았다.
“왔구나.”
“예, 이제야 와보게 되었습니다.”
“이제 떠날 때가 된 것 같구나. 권력이라는 것은 부질없는 것이다. 떠날 때가 되니 모든 것이 부질없구나. 내가 떠난 이후에 올 혼란이 두렵구나. 분쟁을 해결한 것이 아니라 덮어두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일의 해결을 너에게 부탁하고 싶구나. 항시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는 것을 생각하여 최대한 인내하고 남을 포용하여라. 지난 오년간 조용히 자중하면서 준비를 한 것 같구나. 아이는 잘 자라느냐?”
“네, 그렇습니다.”
“너에게 모든 것을 이제야 맡긴다. 너를 부르지 않음은 너를 잊어서가 아니라 너를 아끼기 때문이다.”
“네, 알고 있습니다.”
“천하를 제패하기보다는 천하를 네 품에 안아라. 그렇게 하여야 진정한 너의 천하이다. 천하를 지배하기 보다는 천하를 주재하는 주재자가 되어라.”
그렇게 말하더니 지일광을 보았다.
“이후의 일은 지총사가 수습해 주시구려. 나에 대하여는 화장을 해주시오. 오로성승이 보이는 구려.”
승천검황은 그렇게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위대한 무인의 임종치고는 초라하였다. 파란만장한 백삼십오년의 삶을 그렇게 마감하고 있었다.
지일광과 지성룡의 눈에서도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조용히 승천검황은 승천하고 있었다.
지일광이 맹주권한대행으로 승천검황의 타계를 공포하였고 구일장을 선포하였다.
상주는 승천검황의 전인 신분으로 지성룡이 맡기로 하였다.
그 것은 지성룡에게 승천검황의 모든 것이 전해졌음을 상징적으로 의미하였다.
그 동안 숨죽이던 지성룡이 승천검황의 타계와 함께 다시 등장하는 일이었다.
한시대를 풍미하던 승천검황의 타계는 거목이 쓰러진 이후의 혼란의 시작을 의미하기에 조용한 가운데 이후에 다가올 혼란을 걱정하고 있었다.
승천검황의 타계는 난국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모두가 숨을 죽이면서 장례식을 주시하고 있었다.
지성룡이 상주로서 자리를 하기에 겉으로는 모두가 조심하고 있었다. 지성룡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일부는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은 지성룡이 등장하자 그 동안의 침묵에 대하여 오히려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승천검황의 등장으로 제일 활발하게 움직일 존재가 지성룡으로 예상하였다. 그러나 오년동안 무림맹의 일은 하나도 하지 않고 야인의 생활을 보내다가 임종의 자리만 등장한 것은 그렇게 예상한 모든 사람들에게 의구심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그것은 지성룡이 최초의 제재를 받은 것에 영향이 컸고 태을자의 위협이 항상 천하문을 노리는 것과 연관이 컸다.
또한 섣불리 움직여 승천검황이 간섭하여 또 다른 제재를 받지 않을까 두려웠기에 자중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오년간의 자중으로 지성룡은 인내심과 천하를 보는 눈이 생기에 되었고 아랫사람을 다루는 일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지성룡은 상주로서 빈소에서 각 대분파의 조문 사절을 맞이하고 있었다.
나이가 워낙 많기에 그저 타계에 대한 애도만을 모두가 표하였다.
지성룡이 있기에 누구도 이후의 일에 대하여 함부로 꺼내지도 못하고 있었다. 지성룡의 존재는 사마중에 하나인 검마를 처단한 일에서 위압감을 주고 있었다.
현재 생존한 인물은 삼도가 실종되거나 스스로를 가두었고 사마 중에 삼마가 있지만 이제는 거의 은거를 한 상황에서 검마를 상대할 실력을 가진 지성룡에게 대항할 고수는 없었다.
그것이 오년전의 일이니 지금은 그 무위를 짐작할 수도 없었다.
장로회의는 승천검황의 사구제에 맞추어 열리기로 하였다.
그 동안 무림맹은 지일광이 맹주권한대행으로 있으면서 꾸려가는 것으로 정하여졌다.
“승천검황의 타계는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드디어 우리의 주군이 천하에 웅비할 기회를 준다는 것입니다.”
무림맹에 황영지를 수행하여 들어온 인자기와 용소명은 향후의 일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맞네. 나도 지난 세월 이때를 기다리면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네.”
용소명과 인자기는 하찮을 수도 있는 일을 지난 오년간 해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이 생각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 사라진 것이다.
“이제 천하는 다시 군웅할거의 시대로 접어들 것입니다. 차기의 맹주는 누구를 생각하고 있습니까?”
용소명은 아직 이런 일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이지만 인자기에게 물었다. 지금이야 일개 장의 총관이지만 무림맹의 부총사까지 지내었던 인물이었다.
“내 생각에는 제갈가주를 무림맹주로 추대하는 것이 좋을 것이네.”
인자기의 말은 다소 의외였다.
“주공은 암중에서 천지문과 만상문과 흑혈교와 태을자의 잔당을 처리하여야 하네. 그들을 처리해야 진정한 주군의 세상이 될 것이네. 또한 천하문에는 주군의 일에 반기를 들 내부의 적들이 있네.특히 무리맹에서 무림척살대, 아니 이제는 무림정의대라 칭하지, 칠대령주인 천하칠걸이라는 존재가 부상하여 천하문내에서 무시하지 못할 존재로 부상하였네. 물론 그들이야 한주먹거리도 아니지만 소외된 자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네. 그러기 위해서는 주군에게 우호적이면서도 천하문에 너무 경도되지 않은 인물이 필요한 것이네.”
용소명도 천하를 향하여 나아갈 시점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런 시점에서 무림맹주가 누가 되느냐는 중요한 일이었다.
“주군이 원하는 인물이 무림맹주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제갈가주가 제일 적당할 수도 있습니다. 이 기회에 다시 인총관어른도 다시 무리맹의 총사로 복귀를 하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용소명의 말대로 인자기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심으로 자신이 스스로 말을 꺼내지는 못하지만 그런 구도를 그리고 있었다.
“주군은 바로 돌아가신 맹주님의 후계자입니다. 따라서 맹주선임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가 있습니다. 이점도 제갈가주가 맹주가 되는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당연한 일이네. 일단 영웅성의 영소저에게도 오라고 기별은 넣었는가?”
“물론입니다. 실로 영소저야말로 주군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아니옵니까? 사마어른도 같이 오실 것입니다.”
“잘하였네. 주군의 두 형님도 이미 주군을 돕기로 하였으니 큰 무리는 없을 것이네. 문주가 되신 주군의 부친도 주군의 일에는 전적으로 찬성을 하시니 문제는 없을 것이라 사료되네.”
인자기와 용소명은 이후의 일에 대하여 숙의를 하고 있었다.
“하나 문제는 주군의 뜻이네. 그렇기에 우리는 일단 주군에게 뜻을 같이하기로 한 인물들을 규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장례식이 끝난 후에 주군의 뜻을 확인한 후에 움직이세.”
“예, 그렇게 하지요. 또 하나의 문제는 주모님과 영소저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나서서 이번 기회에 해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용소명은 영소혜와 황영지의 문제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팠다.
오년이 지났지만 영소혜의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고 있었다. 지성룡도 이대로 그냥 두고 있었다. 영소혜는 지성룡의 수하로서 지성룡의 말을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황영지도 영소혜의 문제에 대하여는 모르는척하였고 그 문제만은 황영지 앞에서 언급해서는 안되는 금기였다.
“이번 기회에 두분을 대면토록하여 문제를 해결하여야 합니다.”
용소명의 말에 인자기는 대꾸를 하지 않았다.
“자네도 혼인을 해 살아보아서 알겠지만 남녀문제는 당사자가 해결하여야 하네. 그저 모른척하게. 두분이서 어떻게든 결말을 지을 것이니 우리는 모른척하세.”
인자기는 용소명에게 나서지 말라고 말하였다.
“이제 제갈가주나 만나러가보세. 가서 향후의 일을 의논해 보세.”
“그렇게 하겠습니다. 자 가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