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81, 사권끝)
급히 날아온 한마리의 전서구 때문에 오원주는 한자리에 마주앉았다.
그들은 몇 번이고 그 글을 읽고 또 읽었다.
“전면에 나서신다는 것은 필요하다면 무림맹주라도 되시겠다는 의미로 파악해야 할 것이오.”
“현재 무림맹주는 소림의 청수선사가 아니오. 만일 그 어른이 맹주자리에서 물러나라고 하면 물러나겠지만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히 있소이다.”
“우리가 제갈중명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그들은 장안에 막 도착하던 시점이었다.
지일광 일행에 승천검황과 지청현이 온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자 그들은 술정이고 있었다. 그들이 무림공회에 다시 참석하는 것은 이유가 뻔하였다.
무림맹주가 될 생각이 아니라면 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무림공회에서 맹주를 다시 선출하는 것은 가능하다. 사실 무림공회에서 맹주를 선출하여야 하는데 지금까지 편법으로 장로회의를 통하여 선출한 후에 각 문파에 지지 여부를 물어서 그 결과를 토대로 지지가 절반을 넘으면 정식으로 공표를 하여왔다.
그렇기에 아직까지 청수선사가 무림맹의 맹주로서 정식적인 추인절차를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었다.
무림공회의 자리에서는 어떤 것이건 논의가 될 수가 있었다.
무림공회는 사실상 무림맹보다 더 위에 있다고 해야 했다. 무림맹이 무림공회의 합의사항에 의해 탄생되었다고 해야 옳았기 때문이다. 정도의 문파들이 결의를 통하여 항몽을 위해 결성한 것이 무림맹이었고 그 탄생의 주역중에 하나가 승천무제와 승천검황이었다. 혈기방장하던 승천검황이 나이 스물이 좀 넘은 나이에 무림맹에 참석하여 벌써 세수 여든이 넘은 승천무제의 대리인으로 참석하여 협명을 드날렸던 그 시절에 무림맹은 창립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무림공회가 지금에는 무림맹의 산하 문파의 대표자회의 개념으로 바뀌었지만 예전에는 무림맹의 산실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무림공회에서 승천검황이 맹주가 되겠다고 나선다면 못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천하문의 대표단이 입성을 하였습니다.”
제갈중명은 인자기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서 만나보아야 하겠군, 대표는 누구이오?’
“전대 문주인 지일광이라는 분입니다.”
“알았소이다. 가봅시다.”
그들은 천하문의 대표를 일단 맞이하기 위해 움직였다.
“원로에 수고가 많으십니다.”
제갈중명은 자리에 앉자 다시 한번 인사를 건네었다.
그 자리에는 오원주와 지연룡이 같이 하였다.
“오히려 이렇게 어려운 난국을 정리하느라 제갈 총사가 더 힘들 것이오.”
지일광은 제갈중명의 공을 치하하였다.
서로간에 인사가 끝나고 나자 그들은 본격적이 이야기로 들어가려고 하였다.
“그전에 제갈총사에게 먼저 말해야 할 것이 있네. 승천검황어르신과 아버님이 무림공회에 참석하러 오시기로 되어있네.”
그 말에 제갈중명과 인자기는 놀라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왜 오신다는 것인지 아시는지요?”
예상 밖의 일이라 이 경우는 생각해 두지 않았기에 당황한 것이다.
“검황어르신이 태을자를 잡기위해 무림의 일에 전면으로 나서신다고 하셨네.”
지일광의 말에 제갈중명과 인자기의 얼굴에는 곤혹스러운 빛이 스쳐갔다.
지금의 말은 통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상황에서 승천검황이 나서는데 막을 만한 인물은 없었다. 있다면 소림의 오로성승 정도였다. 그러나 오로성승도 비무로 인하여 발이 묶인 상황이기에 없다고 보아야 했다.
“언제 도착하실 예정입니까?”
“삼일 후면 도착할 것이라 사료되네.”
“하오면 맹주자리를 원하시는 것이옵니까?”
“그것은 모르네. 그분의 참석이 어제 결정된 것이기에 우리들도 자세한 내막은 모르네. 단지 그분이 전면에 나서시기 위해 온다는 것이고 태을자를 잡기위해서는 맹주자리라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말씀만은 있었다고 하네.”
그 말에 제갈중명의 얼굴은 심히 괴로운 빛이 떠올랐다.
“알겠습니다. 소림의 청수선사를 만나 뵙고 이일을 논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일광이 이 말을 먼저 한 것은 제갈중명이 들고 와서 말할 안건은 이 사실로 인하여 아무런 쓸모가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제갈중명은 왔다가 황급히 다시 돌아갔다.
무림맹 총단은 승천검황이 무림공회에 참석하기 위해 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술렁거리기 시작하였다.
무림맹주가 되어 태을자를 제거하는데 주력한다는 말이 돌자 허둥대기 시작하였다.
모든 것을 장악한 제갈중명과 인자기의 입장이 가장 곤란해지고 말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 어른이 무림맹의 맹주가 되겠다고 무림공회에서 말을 한다면 반대할 명분이 없지 않습니까?”
인자기는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라 대책을 제갈중명에게 물었다.
“명분이 너무나 뚜렷하다는 것일세. 태을자 어른을 막을 자는 그 어른뿐이네. 벌써 반년이 되어가지만 태을자를 제거하지 못하고 있네. 누구도 그 어른이 맹주가 된다고 하여도 반대할 명분이 없네. 문제는 그 어른의 뒤에 천하문이 있다는 것일세.”
제갈중명이 곤란해 하는 부분은 승천검황이 맹주가 된다는 것보다 그 뒤에 있는 천하문이었다. 천하문의 성세가 무림맹에 접목되면 그 위세는 전무림을 휩쓸 것이었다.
“맞는 말입니다. 천하문은 자금이 풍부하기에 한 순간에 무림맹을 장악해 버릴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이 서로 말을 하지는 않지만 자신들을 승천검황이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두려워 하고 있기도 하였다. 소림의 청수선사야 힘을 쓸 길이 없어 모든 것을 제갈중명에게 맡겼지만 승천검황이 맹주가 되면 당장 무림맹의 조직부터 완전히 뜯어고친다고 할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그들의 처지는 일순간에 할 일없는 한량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들이 서로 말을 하지 못하지만 그 점을 두려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무림맹을 장악하였다고 하지만 그 것은 승천검황이 나서는 경우에는 아무런 방패도 되지 못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체제를 공고히 하기위해 무림공회를 소집하였는데 그 것이 최악의 악수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 상황에서 무림공회를 취소하거나 승천검황의 결심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일단은 되는대로 합시다. 나는 소림의 청수선사를 만나러 갈 것이오. 부총사는 지연룡이라는 천하문의 차대 소문주를 만나보시오.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라면 우리에게 뭔가 언질을 줄 것이오.”
제갈중명은 자신들의 처지가 한 순간에 끈 떨어진 연이 되어버린 것을 알았다.
지연룡은 인자기가 만나고 싶어하자 지장룡과 같이 서찰을 들고 온 인물을 따라갔다.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여 모셨습니다. 혹시 부친께서 뭐라 말씀이 없으셨습니까?”
인자기은 지유성에 대하여 언급을 하면서 구슬리듯이 물었다.
“아버님은 별달리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사실 너무나 갑작스러운 통보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다시 뵙기를 청한 것입니다.”
“소생도 이일에 대하여는 오늘 아침에야 들었기에 뭐라 말씀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인부총사님이나 제갈대총사님이 그 어른을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그 어른이 나서시지만 사실 천하문도 무림맹의 일에는 생소합니다. 두 분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지연룡은 그들이 두려워 하는 바를 알기에 먼저 선수를 쳤다. 천하문에서 무림맹에 투하할 힘은 별로 없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최대한 협조를 받는 것 뿐이었다.
그들의 자리가 바뀔 수도 있지만 그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말이었다.
“하나 그 어른이 우리를 필요로 할지 그것은 모르는 일입니다.”
그 것은 승천검황은 아닐 수도 있다는 의문이었다.
“그럴 수도 있지만 아버님이나 저나 여기 있는 장룡이나 이번에 오지않은 동생이나 같은 생각입니다.”
지연룡의 말에 인자기는 지연룡을 빤히 보았다.
“그 말씀은 부친과 참룡검객께서 한 말입니까?”
“물론입니다. 특히 동생은 부총사님에 대하여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이 이렇게 되었지만 이 서찰도 오기 전에 부총사님에게 전달해 주셨으면 한다고 부탁을 하였습니다.”
인자기는 지성룡이 개봉을 떠나지 못하는 상황이라 들었기에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서찰을 펼쳐보았다.
그 내용을 읽던 인자기의 얼굴은 상당히 밝게 변하였다.
그들이 생각하는 천하의 주인감은 승천검황이 아니라 지성룡이었다. 지성룡이 협조를 요청하고 천하문의 일을 해주기를 간청한다는 말을 써놓았기 때문이엇다.
지연룡도 일이 이렇게 되자 제갈중명과 인자기의 처지가 아무런 보장이 없는 처지가 되어 버린 것을 알았고 그래서 이미 쓸모도 없어졌지만 서찰을 보여준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러면서 인자기는 서찰을 다시 지연룡에게 돌려주었다.
“그 말씀 따르겠습니다. 하면 제가 물러날 상황이라면 기꺼이 물러나겠습니다. 만일 물러난다면 개봉에 잠시 자리를 잡고 있어도 되겠습니까?”
“그 말씀은 저희가 드리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알겠습니다. 부친과 세 공자님들에게 한동안 먹여살리라고 하겠습니다.”
지성룡이 쓴 글은 다음과 같았다.
< (중략) 대총사님과 부총사님이 본문에 대하여 호의를 보여주시는 모든 것에 감사드립니다. 하나 본문이 아직도 악적 태을자로 인하여 곤란을 당하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그들을 처치하는데 본문의 총력이 투입하여도 그의 종적이 오리무중입니다. 두분께서도 이일을 남의 일이아리라 천하문의 식구처럼 협조해주시기를 간청드립니다. 아울러 소생이 아직 미미한 존재이지만 언제건 두분의 노고를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모쪼록 두 분의 성심성의 있는 조치를 기대하오며 항상 두분처럼 현명하신 분들의 도움을 앙망하오니 이점 유념하여 주시기를 바라옵니다.(중략)>
이 내용은 도와라 그러면 생각해주겠다는 건방진 말이었다.
지연룡도 이 서찰을 보여주기가 상당히 주저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이라면 오히려 시의 적절한 내용일 수가 있었다.
인자기는 그 내용 속에 들어있는 의미를 파악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지성룡이 글을 보냈다는 것이 의문이었다.
그 글을 앞에 있는 두 사람을 통하여 보낸 것은 두 사람이 바로 지성룡이 뭔가를 도모하고 있고 그 일에 동참한다는 의미였다.
“제가 이런 질문을 드리는 것은 결례이지만 세분 형제님들 중에 향후에 누가 천하문의 문주가 될 것입니까?”
인자기의 질문에 지연룡이나 지장룡은 그 말에 들어 있는 의미를 파악하자 역시 예리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앞날은 모르니 장담은 못하지만 내가 될 것이오.”
지연룡이 짧게 말하였다.
“하면 참룡검객은 향후에 무엇을 할 것입니까?”
“천하경영을 할 계획이오.”
지연룡이 딱 잘라 말하였다. 그 말에 인자기는 놀라는 표정을 짓지는 않았다.
천하경영이라는 것은 젊은이라면 한번쯤 꿈에 그릴 수 있는 일이었다. 그 것이 천하제패이건 아니면 무인으로서 천하의 일에 참여를 하건 모두가 천하경영이라는 말로 표현이 가능하였다.
천하제패는 함부로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무인이라면 천하경영은 그래도 입에 담아 흠이 죄지 않는 말이었다.
단지 받아들이기를 천하경영이라 한다면 천하제패라고 은연중에 생각하지만 그 말로 꼬투리를 잡지는 않았다.
“이 글에서 그 뜻을 읽었습니다. 두분 공자님도 그 일에 동참하시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이미 예측이 가능한 상황이라 말을 꺼내었다.
“저에게도 동참하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인자기는 이미 다른 선택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따르겠다고 전해주십시오. 총사는 내가 설득을 할 것입니다.”
인자기는 그렇게 말을 마무리 지었다.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청수선사를 만나 뵈었습니까?”
인자기는 다시 총사전에 들었다.
“그렇소이다. 무림공회가 시작되면 제일 먼저 물러나시겠다고 말씀을 하였습니다.”
제갈중명이 가자 이미 소문으로 들었는지 물러나겠다는 말을 먼저 하였다. 원하기 보다도 무림에서 누군가 일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하여 맡았다는 말을 부연하였다.
그러면서 제갈중명의 거취를 오히려 걱정하였다. 제갈중명에게 이제 실권을 내놓게 되어 안되었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일은 다 정리가 되었습니다만 우리들의 거취가 문제가 될 것입니다.”
인자기의 말에 제갈중명은 가만히 있었다. 한참을 있다가 말을 하였다.
“다시 본가에 내려가서 그 동안 소홀했던 가내의 일을 돌보아야 하겠지요. 부총사도 떠나게 된다면 무엇을 할 생각이오?”
인자기는 선뜻 지성룡의 밑으로 들어가기로 하였다는 말을 하기가 곤란하여 정리를 하였다.
“우선 천하문의 지연룡을 만난 일부터 이야기를 합시다.”
인자기가 대답대신에 그 말을 하였다.
“뭐라고 합니까?”
“그들도 아무것도 모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라고 할 수 있는 참룡검객의 뜻을 읽었습니다.”
“무엇이오?”
제갈중명도 궁금하여 물었다. 아직 사십도 안된 제갈중명으로서는 모든 것을 접고 무림맹을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우리들과 같이 향후에 천하경영을 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그 말에 제갈중명은 다소 기분이 상하는지 얼굴을 찌푸렸다.
인자기야 원래 남 밑에서 일하는 것에 익숙한 반면 제갈중명은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림맹의 총사가 무림맹주의 아래 자리이지만 꼭 밑이라고 단정하기는 애매한 자리였다.
그런데 새파란 녀석이 천하경영을 하겠다는 말을 하는 것도 건방진데 자신에게 수하가 되라는 식으로 말을 하였기 때문이다.
“실로 오만하고 자신만만한 소리군. 그 형도 동의를 하였소이까?”
“그들도 동참을 한다고 합니다.”
제갈중명은 인자기가 이 말을 하는 의도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 말을 전하는 것은 그들의 뜻에 따르겠다는 간접적인 표현이었다.
제갈중명도 이제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을 알았다.
승천검황이 무림맹의 맹주로 있는 기간은 길어야 몇 년이었다. 결국 그 후의 일을 생각한다면 제갈중명은 지금 선택을 해야 했다. 향후의 힘의 향방은 천하문에 쏠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한번 본가로 가는 길에 참룡검객을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하면 부총사는 개봉으로 가실 것입니까?”
“당분간 그 곳에서 밥을 얻어먹어야 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저도 가끔은 가서 밥을 얻어먹겠습니다.”
제갈중명의 말은 동참한다는 뜻이었다.
무림공회에서 누구 한 사람 반대도 없이 승천검황은 맹주가 되어 버렸다.
대총사는 승천검황이 지일광을 지목하였고 그 일도 반대가 없었다. 그렇게 무림맹은 일 순간에 승천검황의 손에 넘어갔고 오백으로 이루어진 무림척살대라는 조직이 만들어 졌다.
태을자에게는 전무림에 척살령이 떨어졌고 영웅군부의 잔당에 대한 색출이 결정되었다.
그렇게 일은 빠르게 마무리 되었다.
“무림척살대의 대주는 누가 좋을 것 같습니까?”
지일광은 엉겁결에 승천검황으로 인하여 말년에 쉬지도 못하고 무림맹의 대총사가 되어 버렸다. 다행이라면 제갈중명이 호의적으로 모든 일을 당분간 도와준다는 것이었다.
“연룡이가 신중하기에 적격이지만 문에 돌아가야 할 것이고 내 생각에 장룡이가 어떨까 싶네.”
승천검황이 지장룡을 지목하였다.
“장룡이는 아직 연치가 어리기에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연룡이도 너무 어립니다. 다른 곳에서 찾아보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아니오. 이미 무적도왕의 도법을 익혀 구성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 정도라면 충분합니다.”
그렇게 말을 하자 결국 지장룡이 무림척살대의 대주가 되어 태을자에 대한 척살을 맡게 되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태을자의 척살을 기대하기 보다는 영웅군부의 잔당을 척살하고 태을자의 종적을 찾는 일을 기대하는 것이었다.
“오대문파와 천하문의 비무는 이미 의미가 없으니 화산을 제외한 네 문파에 그대를 제외한 사원주가 내대신 다녀오라고 하시오.”
지일광은 일이 이렇게 되었기에 의미가 없어지자 그렇게 하자고 주청할 생각이었다.
“알겠사옵니다.”
“또한 지태상이 돌아가는 길에 소림에 들러 오로성승을 만나 내가 안부를 전한다고 전해주시오.”
“그렇게 전해드리겠습니다.”
천하는 무림공회의 일이 벌어지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서 경악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숙부님, 당분간은 어쩔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구나. 한데 태을자의 소식은 들었느냐?”
“개봉에서 태원으로 갔는데 그 후 종적이 사라졌습니다. 제 생각에는 관외로 일단 몸을 피한 것 같습니다.”
만상천군은 숙부인 이군평에게 이제 미련을 버리라고 말을 하였다.
“내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아 초조하였구나. 그러나 승천검황도 무림맹주가 된 이상 심력을 쏟아야 하고 고작 오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그전에 나도 세상을 하직할 것이지만 이번 조치로 그는 제명을 단축하고 천하의 혼란을 없앤 것이 아니라 그저 봉합하는 우를 범하였다. 승천검황이 그 자리에 앉았으니 우리도 여기 있을 수는 없는 것, 이사를 가자.”
“예, 그 말씀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제이 총단으로 옮겨가야 하겠습니다.”
“그가 아직 대놓고 주시를 하지 않는 지금이 좋을 것이다. 그는 천성이 강직하기에 우리가 옮겨가면 암습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군평은 자신의 대에서 중원 진출을 보고 싶었는데 보지 못하자 안타까웠다. 그렇다고 멍청하게 나서는 우를 범할 수는 없었다.
태을자마저 관외로 탈출하였다면 더 이상 미련은 있을 수가 없었다.
“이제 우리는 조용히 숨을 죽이고 그가 죽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지금의 상황에서 사황성과 일전은 불가능하다. 사황성도 그가 있는 이상 우리를 공격하지 못한다. 그가 죽으면 그 때가 우리가 결전의 순간이 될 것이다. 그 기간동안 힘을 길러야 한다.”
천마는 무림공회에서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자 지마와 율사청을 불렀다.
“네가 이제 본문을 이끌어라. 우리는 일선에서 물러나마.”
지마는 율사청에게 말을 하였다.
“본문의 문주 자리를 삼일 후에 너에게 물려줄 것이니 준비를 하여라.”
“사부님, 어찌 그렇게 할 수가 있습니까?”
“이제 네가 하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도 이미 갈 날이 멀지 않았다. 그러니 아무 말 말고 따르도록 하여라.”
천마도 그대로 못을 박아 말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