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80)
무림공회를 참석하기 위한 오원주와 청운각의 후기지수들이 떠나갔다.
그전에 지성룡은 청명원으로 돌아왔다.
‘앞으로 태을자와 마주쳤을 때 태을자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태을자의 발을 묶어야 한다.’
지성룡은 발을 묶기위한 방안으로 더 빠른 신법을 익히기로 하였다.
‘경공이건 여타의 무공이건 외공의 밑받침이 중요하다. 튼튼하고 유연한 발과 다리가 있어야 된다.’
지성룡은 양발에 스무근이나 나가는 각반을 하나씩 착용하였다.
평상시에는 운기를 하지 않고 근력의 힘만으로 다니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태을자를 저번에 놓친 이유가 경신술에서 뒤쳐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
‘경신술 만으로 도망가는 적을 잡기는 다소 어렵다. 공격술도 개발을 하여야 한다. 무공을 좀더 강하게 익혀야 한다. 그래야 태을자를 보는 즉시 처단할 수가 있다.’
지성룡에게 내려진 금언금족령은 사실 이번 태을자의 일로 인하여 유야무야 변하고 말았다. 그저 지성룡 스스로 말을 하지 않고 함부로 나돌아 다니지 않은 것 분이었다. 낮이면 무공을 익히고 밤이면 책을 읽는 것으로 스스로 지키는 것이었다.
황영지도 무공에 매진하고 있었고 일단은 그들의 일부를 일망타진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원한이 사그라 들었는지 다소나마 안정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매서운 추위를 이기고 열중하고 있었다.
서로간에 마주보면서 아무런 말이 없지만 최소한의 신뢰는 회복하고 있었다.
황영지의 눈빛도 많이 부드러워지고 있었다. 지성룡은 아직 말을 하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기에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대문파에서 이번 무림공회에도 참석을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나 말입니다. 그들이 태을자에 추살령을 내리고 추적중이지만 오리무중입니다.”
제갈중명은 그렇게 말하였다.
“태을자 같은 고수는 스스로 나타나기 전에는 잡기가 어렵습니다. 천하문에서 그를 붙잡았어야 하는데 놓친 것이 큰 실수였습니다.”
인자기는 아쉽다는 듯이 말을 하였다. 이번 무림공회에서 태을자에 대한 무림맹의 추살령이 발동되면 태을자가 발붙일 곳은 더욱 없어질 것이었다.
“문제는 태을자가 이제 막가는 식으로 무차별한 살상을 저지르는 것입니다. 그 표적이 되는 방파는 커다란 불행에 휩싸일 것입니다.”
제갈중명은 그일이 벌어질 경우에 대한 대책이 없기에 한탄을 하였다.
“그렇습니다. 천기각을 비롯한 무림맹의 모든 조직에 태을자에 대한 종적을 파악하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검마각, 아니 영웅군부에 대한 것도 조사를 하라고 하였습니다. 지금은 어느정도 잔당에 대한 실마리가 잡히고 있습니다. 이번 무림공회에서 그들을 공표하여 전 무림의 힘으로 그들을 말살하여 태을자에게 협력한 자들이 발을 붙이지 못한다는 것을 알리고자 합니다.”
인자기의 말은 태을자는 못잡지만 그에 대한 방수는 확실하게 처리하여 태을자를 고립시키기로 하였다.
“문제는 태을자로 인한 황궁의 반응이오. 태을자가 역모로 몰린 상황인데 황궁에서 무림을 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는 것입니다. 결국 황실의 눈치도 보아야 하는 것이오. 이일에 대하여 아직 황궁에서 언급이 없지만 일이 어느 정도 수습되면 당연히 화산에 그 죄를 물을 것이오. 그때 우리가 처할 태도도 정해야 할 것이오.”
제갈중명은 황궁이 침묵하는 것이 오히려 불안하였다.
“황궁도 무림에 대한 터무니없는 요구로 무림을 적으로 만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화산파에서 이일에 대하여 적당한 선에서 징벌을 스스로 가하면 마무리 될 것입니다. 그전에 무림이 태을자를 잡도록 해야 합니다. 태을자는 이제 백주 대낮에 어디든 활보하고 다니지는 못할 것입니다. 조만간 뭔가 단서를 남길 것이고 종적이 발견될 것입니다. 한주먹이 여러주먹을 당할 수가 없을 것이고 천라지망(天羅地網)이 쳐지고 천하에서 고수들이 몰려든다면 그도 더 이상 도망치지는 못할 것입니다.”
인자기의 말은 제갈중명도 이미 생각하는 바였지만 그 동안 불안한 것이다.
다급한 상황에 몰리면 태을자가 무리를 하고 그렇게 되면 종적이 발견될 것이었다.
“무림맹의 조직을 다시 짜야 할 것인데 기본적인 방안은 세워 두었소이까?”
제갈중명이 인자기를 만난 것이 바로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제 생각에는 구파일방 중심에서 이제는 다른 쪽으로 그 중심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는 다면 무림맹은 지금의 힘을 유지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어떻게 말이오?”
“이번에 어떻게 해서라도 천하문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영웅성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한 사황성도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그 말에 제갈중명은 의아한 듯이 인자기를 보았다.
“천하문은 받아들이는 것이 이해가 되는데 사황성은 아직 시기상조가 아니오?”
“영웅성으로 개명을 하였고 조직을 정파의 세가처럼 바꾸었습니다. 이제 그들을 양지로 받아들여도 문제가 없을까 합니다. 물론 아직까지 정도라고는 할 수가 없지만 말입니다.”
“그 문제는 공론에 붙여 보고 결정을 합시다. 단, 그들이 참석을 한다면 말을 할 자리는 주도록 합시다.”
제갈중명은 그일에 관하여는 이론의 여지가 많을 것 같아 그렇게 답하였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이번에 무림맹내에 태을자를 추살할 조직을 만들었으면 좋겠소이다.”
인자기의 말에 제갈중명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알겠소이다. 그 문제도 공론에 붙이면 좋을 듯 싶습니다. 태을자를 처리한 이후는 어떻게 할 것이오?”
인자기의 말은 상설적인 무력을 갖자는 의미로 파악되기에 재차 질문을 하였다.
“그 이후에는 총사님의 생각대로 무림맹의 상설조직으로 만들어 공적을 처리하고 무림의 안정을 해치는 자들을 징벌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무림맹 총단의 힘을 키우겠다는 의도였다.
“그렇게 하기로 합시다. 하나 일부는 반대를 할 것입니다. 일단은 한시적인 조직으로 만들도록 합시다. 그리고 문제는 장로문파입니다. 어찌 되었건 장로회의의 권한을 대신하는 조직은 있어야 하지 않겠소?”
제갈중명이 말을 하자 인자기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하였다.
“제 생각은 장로회의를 삼십개 문파로 개방을 하였으면 합니다. 그리하여 지금의 폐쇄적인 구조를 타파해야 합니다. 당분간은 스물다섯개로 오년간 운영하였으면 합니다.”
인자기의 말에 제갈중명의 얼굴은 여러가지로 변하였다.
“오대문파를 오년동안 무림맹에서 활동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겠다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그들에게 그 정도의 징벌은 실로 너무나 미약한 것입니다.”
“알았소이다. 그렇게 하겠소. 일단은 무림공회에 참석하는 문파들에게 사전에 우리의 뜻을 먼저 알리고 협조를 구하도록 합시다. 일단 명단을 보면서 이에 대한 이야기를 며칠 후에 다시 해봅시다.”
승천검황은 천하문에서 태을자가 일을 벌였다는 것을 듣자 자신이 가보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
‘내가 갔다면 그 인간이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인간을 어떻게 하여야 잡을 수가 있을까? 만상문은 이 인간에 대하여 종적을 알면서도 나에게 숨기는 것 같은데 만상문을 믿을 수는 없다. 결국 천하문에 가서 이 인간을 추격할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무림공회가 벌어진다고 하니 천하문에 들렀다가 무림공회를 참석하자.’
승천검황은 장사로 가려다가 일단은 개봉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자신 혼자 아무리 다녀도 태을자를 잡기라는 것은 요원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태을자를 잡기 위해서는 조직적인 추격이 벌어져야 했다.
‘무림맹의 무림공회에 참석하여 전무림을 움직여 이 인간을 잡을 길을 마련해야 한다. 그일을 위해서는 내가 무림맹주라도 할 것이다.’
승천검황의 뇌리에는 무림맹의 맹주라도 되어서 전무림을 동원하여 태을자에 대한 징벌을 마무리 하겠다는 의지가 불타 올랐다.
‘일단 개봉으로 돌아가자. 천하문에서 태을자에 대한 감시체제를 만들게 하고 무림맹에서 열리는 무림공회에 참석을 하여야 한다.’
승천검황은 개봉을 향하여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잔당에 대한 추적에 매달리는 것이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는 태을자가 존재한다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태을자가 왔는데 다행히 막을 수가 있었습니다.”
지청현은 안도하는 표정으로 승천검황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말해 주었다.
“이대로 그를 쫓아서는 잡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오게 되었소.”
“방법이 있습니까?”
지청현은 승천검황이 돌아온 데는 생각이 있기에 온 것을 알았다.
“천하문의 전 조직을 이용하여 태을자의 종적이나 의심스러운 조직을 찾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이미 그런 명령을 내려두고 있습니다.”
지청현은 이미 하고 있는 일이라 몇 가지 조치에 대하여 설명을 하였다.
“그리고, 자네는 나랑 같이 무림맹에 가세.”
지청현은 승천검황이 갑자기 무림맹에 가자고 하자 의아하여 보았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태을자의 파괴에 전중원이 혼란에 빠질 수가 있네. 이번 기회에 내가 전무림을 동원하여 그를 잡아 처단하고자 하네.”
그 말에 지청현은 그러기 위해서 무림공회가 열리지 않느냐는 말을 하려다가 다시 한번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그 말 속에 들어 있는 의미를 생각하다가 놀라고 말았다.
“설마 어르신이 전면에 나서시지는 않으시겠지요.”
“필요하다면 나서야 할 것 같네.”
지청현은 그 말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승천검황이 태을자를 잡기 위해서 무림맹주가 되겠다는 생각을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맹주가 되신다는 것이옵니까?”
“그렇네. 맹주가 되어서라도 전무림을 움직여 화근을 제거할 생각이네. 또한 내가 생각하는 문제도 있네.”
“알겠사옵니다. 같이 가시지요. 오셨으니 하루 쉬셨다가 내이 아침에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애들은 벌써 오일 전에 출발하였습니다.”
“그렇게 하세.”
승천검황의 말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였다. 딴사람 같았으면 노망이 났다고 할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승천검황이 직접 나선다면 반대할 자들은 없다고 보아야 했다.
지청현으로서도 승천검황이 이렇게 나서는 것이 차라리 다행이기에 일단은 준비를 하게 만들었다.
“무슨 일입니까? 갑자기 무림맹에 가신다니 실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지용운은 지청현이 무림맹에 간다고 하자 몰라서 뛰어 왔다.
“검황어르신이 무림공회에 가신다고 하신다.”
그 말로 모든 것이 설명이 되었다. 그러나 굳이 가야 하는 이유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하오나 참석하시는 이유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태을자의 추적에 전무림을 동원하시기로 마음을 굳히셨고 전면에 나서신다고 하였다.”
지용운은 그 말에 경악을 하였다. 그 말을 던질 경우에 벌어질 일이 예상되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분이 나서신다면 누가 반대를 하겠습니까? 그렇게 하신다니 정말 잘된 일입니다.”
지용운은 이일로 벌어질 파장을 내내 계산하면서 찬성을 하였다.
“내가 없는 동안은 다른 태상어른들과 상의를 하여라.”
“예,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준비를 바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최대한 빨리 가도록 쾌마와 저번에 검황어른을 동행한 무사를 선발하여 가도록 준비를 하여라.”
“네. 그러하겠습니다.”
지청현은 다른 태상들을 자리에 모았다.
그들도 이미 이야기를 들엇기에 말을 하기전에 대부분 모여 들었다.
“같이 가야 할 것 같소이다.”
지청현이 말을 하자 모두는 말이 없이 다음 말을 기다렸다.
“태을자를 잡기 위해 맹주가 되시기로 하신 것 같소이다.”
그러나 이들은 순수하게 태을자를 잠기 위한 일만으로 승천검황이 맹주가 되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 나이에 맹주가 된다는 것은 실로 권력을 탐한다고 욕을 먹을 수도 있고 노망이 났다고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내심으로 맹주자리를 노리고 있었는데 태을자를 핑계로 나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들이야 승천검황이 이런 명분으로 무리맹을 장악한다면 그 핵심에 서는 것은 천하문이기에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모양새가 조금 안좋은 것은 사실이었다.
“문제는 무리동도들의 의견입니다.”
종수사가 조용히 말을 하였다. 물론 대놓고 승천검황이 무림공회에서 맹주가 되겠다고 나서면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지만 불만은 있기 마련이었다.
“내가 알기에 이미 무림맹은 총사인 제갈중명이라는 아이가 장악을 했네. 그리고 우리는 그아이의 요청대로 십만냥에 이르는 자금도 내어주었네. 그 아이가 이일에 대하여 결코 반대는 하지 않을 것이네.”
그들은 이미 제갈중명에게 십만냥을 주었다는 것을 알기에 이 말이 의미하는 바를 알고 있었다.
“물론 대놓고 반대는 없지만 나중에 오대문파처럼 배척을 당할 수도 있소이다.”
“그 점은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오. 문제는 얼마만큼 참여를 하느냐는 것이오?”
지청현의 말에 그들은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라 의견을 내놓지 못하였다.
“내 생각에는 여기서 결정하기 보다는 추후에 결정을 하기로 합시다. 검황어른도 생각이 있을 것이니 말입니다.”
“알았소이다. 일을 그 어른이 하신다고 하니 우리도 최대한 돕겠네.”
“문제는 그렇게 해서도 태을자를 잡지 못했을 때에 다가올 문제입니다. 물론 십년정도만 지나면 나이가 있으니……”
그렇게 양조휘가 말을 하자 그들도 얼굴이 굳어졌다. 자신들도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 어른이 천하제패의 야심이 있었던가?”
지성룡은 승천검황이 무림공회에 지청현과 같이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왔다고 하였을 때 가볍게 목례만 하였다. 그리고 지청현에게 무림공회에 간다는 말을들었고 그 동안 천하문의 안위를 부탁한다는 당부를 방금 들었다. 이것저것 준비가 바쁜 지청현은 간단하게 승천검황이 전면에 나선다는 이야기 만을 들었다.
지성룡으로서는 그 생각이 그 말을 듣는 순간에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명분이 없기에 참고 있었다는 것인가? 이일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 모르겠구나. 승천검황이나 태을자가 살날은 고작 십년정도 그안에 무엇을 하시겠다는 것인가? 나야 아직까지 크게 영향이 있지는 않지만 저 어른이 하는대로 하다가 천하문이 나중에 오대문파처럼 전무림의 지탄을 받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구나.’
지성룡은 승천검황이 돌아오자 나가기가 껄끄러워 처소에 틀어박혀 나가지 않고 있었다.
‘문제는 저 어른이 전면에 나서게 되면 그 모든 책임을 본문이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 어른이 그동안 행적을 본다면 만상문의 도움을 받았을 것인데 왜 다시 이곳으로 왔다는 것인가? 뭔가 부족하거나 그들과 문제가 생겼다는 것인가? 만상문이라면 태을자의 종적을 찾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들이 찾지 못한다면 누구도 현실적으로 찾을 수가 없다. 이 문제는 고조부님도 모르는 문제인데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구나.’
지성룡은 이 문제에 대하여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상문은 실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도움을 준다면 굳이 무림맹주를 맡을 이유는 없다. 설마 그들과 협조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인가? 만일 그렇다면 그들이 적이 될 수도 있다.’
지성룡은 승천검황이 만상문을 믿었다면 이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자 뭔가 만상문에 대하여 의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만상문은 비밀이 많아 보였다. 그들 하나하나는 대단한 무공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그렇게 은둔을 하고 지내는 것이 조사지명이라지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들도 야심이 있었고 태을자에 대한 정보를 감추었다는 것인가? 그렇기에 검황어르신이 그들을 믿지 못하기에 이일을 추진한다는 것인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여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뭔가 만상문과 승천검황 사이에 일이 틀어진 것은 틀림이 없었다.
‘문제는 만상문과 검황어르신의 불화가 나와 천하문에 어떤 영향이 미치냐는 것이다. 결국 그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들더니 그 것이 결국은 현실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하여도 구체적인 결론이 나지 않았다.
‘아직 주시를 하는 수밖에 없구나. 고조부에게 만상문에 대하여 알려주고 이일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도움을 얻어 계속 주시를 해야 할 것이다. 성급하게 판단하여 경솔한 짓을 하지 말자.’
지성룡은 그렇게 생각하자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정리하여 적어나갔다.
“그 어른이 갑자기 무림맹을 장악한다고 나서는데 네 생각은 어떠하냐?”
지용운은 판단이 서지 않아 지유성에게 물었다.
“제 생각에는 그 동안 마음 한구석에 있던 그 어른의 야심이 이번 일을 기회로 표출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 어른의 일에 우리가 얼마나 참여하여 실리를 얻느냐는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지유성의 말은 실로 냉정한 소리였다. 상인이기에 항상 이를 따지는 방식이지만 지용운으로서는 그 일에 대하여 그런 말은 함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음, 우리에게 득실은 따져 보아야 하지만 이일에 그런 방식으로 접근하여 선택하기에는 문제가 많다.”
“물론 그렇습니다. 그러나 지금부터 따질 것은 따져서 이익을 극대화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간 우리가 당하였던 것들을 만회하여야 하며 그 어른이 천년만년 맹주자리에 있지 않을 것이기에 물러난 이후의 일도 생각하여 처신을 결정해야 합니다.”
지유성의 말에 지용운은 공졸히 생각을 하여 보았다. 자신도 이미 일흔이 되어가기에 지유성에게 자리를 오래지 않아 물려주어야 했다. 그런 면에서 이런 태도를 취하는 지유성의 방식은 훗날을 위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는 하다. 결국 너무나도 나서다 보면 지금의 오대문파와 같은 처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성룡이는 이일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어른이 떠나고 나면 들어보아야 하겠다.”
“저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라 저도 아직까지 판단이 서지 않고 있습니다. 이일이 확실하다면 무림맹에 있는 제갈총사와 천기각주에게 알려 협조를 구해야 할 것이 아닙니까?”
지유성은 무림맹을 현재 이끌고 있는 자들의 협조도 필수적이기에 거기에 생각이 미쳤다.
“일단 전서구를 날려 아버님에게 통보를 하고 이일을 먼저 처리하라고 당부를 드려야 하겠다.”
“그렇게 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들도 검황어르신이 난입하다시피 차지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반감을 가질 것이니 우리라도 일단 통보를 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만상천군은 숙부인 이군평의 거처로 들고 있었다.
“승천검황이 개봉을 향하여 움직였다고 합니다.”
방금 만상오절에게서 온 전언에 의하면 천하문으로 가는 것 같다는 전서였다.
“음, 잔당에 대한 추적을 하지 않고 천하문으로 간다는 것은 결국 잔당의 처리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였다는 것인데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 같으냐?”
“제 생각에는 무림공회에 참석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림공회라니 그 곳에 그가 참석하여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이냐?”
예상하지 못한 일이기에 다시 반문을 하고 스스로 생각에 들었다.
“승천검황이 뭔가 우리에게 석연치 않은 느낌을 가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문제가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만상천군은 내심으로 실수하였다는 생각을 하였다.
태을자의 종적이 비밀 총단에 있다고 하지 않고 알 수가 없다고 한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만일 그렇게 되었다면 태을자는 제거가 되었을 것이고 승천검황도 일선에서 물러나 은 거를 하였을 것이었다.
문제는 그들이 원하는 혼란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그 일은 나중의 문제일 수도 있었다.
“작게는 천하문을 동원하여 태을자를 추적하고 크게는 전 무림을 동원하여 추적하겠다는 것인가? 우리를 믿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그렇습니다. 우리에 대한 불신감을 가지고 있기에 그렇게 천하문으로 귀환을 한 것으로 파악이 됩니다. 문제는 우리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의 입지도 좁아질 것입니다.”
만상천군의 말에 이군평의 얼굴은 고심하는 빛이 역력하였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구나. 승천검황이 있는 한 우리가 나서기는 어려워졌다고 할 수가 있다. 이일로 그가 참룡검객에게마저 우리를 경계하도록 만들어 버린다면 이후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가 없다.”
“그렇습니다. 결국 우리가 승천검황을 제거해야 하고 참룡검객도 제어해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여기서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니다. 태을자의 종적을 최대한 파악하여라. 그리고 나서 생각을 해보자.”
“하오면 태을자와 연수라도 하실 것이옵니까?”
“물론이다. 오대문파도 승천검황에게 불만이 있다. 그들이야 명분에 밀리지만 명분이라는 것은 만들면 된다. 그리고 천지문도 지금은 조용히 있지만 승천검황 때문에 사황성을 삼키지 못하였다. 그들을 모아서 일격에 요격한다면 꼭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만상천군은 이군평의 말에 두려웠지만 그저 조용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