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문무공-77화 (77/149)

제  목: [연재] 독문무공(77)

용소명은 천하문의 배를 영수진에서 얻어타고 갈 수가 있어 삼일만에 개봉의 천하문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천하문의 총단 앞에는 많은 객잔들이 즐비하였다. 천하곳곳에서 천하문에 일이 있어 찾아오는 사람이 많기에 그들이 와서 머물 수 있는 장소로서 이들 객잔이 필요하였다.

평소에는 사람으로 넘쳐났을 그 객잔이 몇사람 없이 텅텅비어 있었다. 그 이유는 태을자 일단이 언제 쳐들어 올지 모르는 상황이라 사람들이 일을 이후로 밀어 놓고 오지 않기에 이렇게 한가한 것이었다.

사람들의 소문이라는 것이 오늘 아니면 내일 밤에 일이 벌어진다는 말이 돌고 있었다. 그들을 어디선가 보았다는 그럴싸한 이야기도 같이 돌고 있었다.

‘소문이라는 것이 헛소문도 있지만 좋지 않은 일일수록 소문이 적중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오늘이나 내일은 아닐지라도 곧 일이 벌어질 것 같군. 일단은 그들이 얼마나 강할까? 참령검객은 또 얼마나 강할까 실로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단 오기는 왔다만 개죽음이 아닐지 모르겠구나. 일단은 구경을 하다가 참여를 할까?’

용소명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와 머물기로한 방으로 들어갔다.

‘일단 참룡검객을 만나야 한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진정한 천하지주인지를 시험할 것이다. 그가 나보다 뛰어날 것이지만 천하지주(天下之柱)인지는 살펴보아야 한다. 그가 진정한 천하지주의 그릇이라면 그에게 일신을 의탁하여 천하군림의 길을 같이 갈 것이나 그가 그런 그릇이 아니라면 과감히 뜻을 접어야 한다.’

용소명에게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그에게 있어서는 일생이 걸린 중대사가 아닐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가 덕만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천하를 제패할 위엄과 패기가 있어야 만이 가능하다. 과연 그럴까?’

용소명은 그렇게 생각하다가도 만일 그가 실망을 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되었다.

‘문제는 그가 그런 감이다고 하여도 내가 그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가 있을까?’

그는 갑자기 자신과 같은 무공을 가진자는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수완이 좋다는 것을 보여야 하는데 이는 무공과 달리 보여주기가 어려운 일이 아닌가?’

용소명의 생각은 이런 저런 것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일단은 내가 천하제일인이 되기에는 내가 가진 무공이나 모든 것이 미흡하다. 물론 해보지 않은 일이기에 모르지만 내가 가진 무공으로는 어림도 없다. 구파일방에서 무공을 익히거나 승천검황 같은 사람에게 무공을 전수받아야 가능한 일인데 그런 일은 앞으로 요원하다고 할 수가 있다.’

용소명에게는 야망이 있지만 자신에게 야망을 실현시킬 능력이 없기에 현실적으로 그 야망을 같이할 사람을 선택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일단은 참룡검객이 그러한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해 보아야 하겠다.’

아침이 밝아오고 어김없이 천하문의 총단에는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삼십여리 바깥에 수상한 자들이 나타났다가 종적을 감추었습니다.”

지유성은 이미 그 소식을 들었기에 정세단주와 밤을 같이 새면서 비상대기를 하다가 지용운이 나오자 보고를 하였다.

“현재는 그들의 동태를 찾고 있지만 동문산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밤에 움직이지 않은 것으로 보아 오늘 중으로 움직이지 않을까 사료됩니다.”

“오늘 중이라니 밤이 아니라 말인가?”

지용운은 일반적으로 암습은 밤에 일어나기에 물었다.

“그들이 지난 밤에 그냥 지나간 것은 밤에 공격을 하여 보았자 본문의 사람을 제대로 격살하지 못한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사료됩니다. 밤에는 총단에 고작 이삼십명과 이백명정도의 경비만이 있습니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본문의 주요 요직입니다. 그렇기에 밤에는 그렇게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유성의 설명에 지용운은 생각에 잠기다가 말을 건네었다.

“그들이 오늘 노린다면 어떤 대책이 있느냐?”

“일단은 천하삼단의 인원을 각 전각에 몰래 은신시키기로 하였고 그일은 간밤에 마무리 지었습니다. 두번째로 개봉에서 총단 밖에서 일하고 있는 고수는 현재 사십명정도가 됩니다. 그들에게 이미 연락을 하여 종소리가 울리면 총단으로 달려오도록 조치를 취해 놓았습니다.”

“대비를 하기는 했다만 그렇게 하는 것으로 될지 모르겠구나. 청명원에도 말씀을 드렸느냐?”

“네, 이미 준비가 되어 있으실 것입니다. 바로 증조부님에게 다녀오는 길입니다.”

“잘했다. 그분들이 결국은 주력이 되어 지켜야 하는 것이 못내 죄스럽구나.”

지용운은 나이든 노인들이 나서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말을 하였다.

“저도 말씀을 드리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는 없지 않사옵니까? 그들이 공격해 왔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칠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의 얼굴에는 침통한 기색이 어리고 있었다.

천하문이 보이는 곳에 오백여명의 인물들이 유령처럼 나타났다.

“공격을 하십시다.”

태을자가 나란히 당도한 검마에게 말을 하였다.

“전원 천하문의 총단을 공격하여라.”

오백여명이 먼지를 날리며 앞으로 진격을 하였다. 그들의 진격이 시작되자 곳곳에서 그들의 출현을 아는지 종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종소리에 태을자와 검마의 얼굴은 다소 당황한 듯 하였다. 자신들의 은밀한 움직임을 알고서 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미 자신들이 데리고 온 영웅군부의 인물들과 천하문의 대결을 보고 있었다. 천하문의 총단에서는 지금도 끊임없이 무사들이 몰려 나오고 있었다.

거의 삼천에 이르는 인원이 집결하여 있었고 그들에 의해 순식간에 검마각의 인원들은 발목이 잡히고 있었다.

조금 지나자 천하문의 총단이 있는 벌판은 온통 난장판이 되어 버리고 있었다. 천하문을 향하려는 영웅군부의 인물들은 중도에서 발목을 잡혀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현상을 보고 있는 태을자의 검마의 얼굴에는 곤혹스러움이 베어 있었다.

그런 그들을 향하여 달려오는 일단의 무리들이 있었고 그들이 전장에 합류하지 무공의 우세로 싸움을 유리하게 이끌던 영웅군부의 한쪽이 무너져 가고 있었다. 그들은 청운각의 후기지수들과 노고수들이었다.

무려 육십여명에 이르는 최절정의 경지에 오른 무사들이 참여를 하여 몰아치자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 중에는 여자도 하나 있었고 그 여잔의 손속을 맞은 영웅군부의 인물들은 속절없이 쓰러지고 있었다.

바로 황영지였다.

그렇게 되자 검마와 태을자도 그들을 향하여 나아가려고 하였지만 이미 그들 앞에는 여섯명이 나타났다.

오태상과 지성룡이었다.

황영지도 따라오려는 것을 말려서 후기지수들과 같이 보내었다. 태을자를 본다면 이성을 잃을지도 모르기에 지성룡과 오태상, 오원주가 그녀를 말렸다. 결국 그녀도 자신이 누가 될 것을 알기에 오원주를 따라 영웅군부의 인물들을 공격하기로 한 것이다.

“오랜만이올시다.”

종수사는 태을자를 보자 경어나 일반적인 지칭도 없이 말을 건네었다.

종수사와 오태상을 보자 태을자는 그들이 지난 세월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들 다섯은 하나하나가 자신이나 검마에게는 못미치지만 거의 이기에 버금간다는 것을 알수가 있었다. 그들은 서로 마주서고 있었고 그옆에 지성룡이 서자 태을자는 지성룡에게 시선이 갔다.

태을자는 지성룡을 보자 놀라서 경악을 하고 말았다.

그의 표정에는 자신이 뭔가 잘못알고 있었다는 표정이었다.

그런 표정은 검마도 마찬가지 였다.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는 것 한판 붙어 봅시다.”

오태상은 태을자를 향하여 달려 들었다. 이런 판국에 정정당당함이니 뭐니 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뻔히 일대일로 해서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 일대일로 싸우는 것은 바보였다.

더구나 비무도 아니라 죽고 죽이는 짜움인 것이다. 지성룡은 사전에 협의한 대로 검마를 향하여 다가갔다.

이렇게 되자 태을자는 상황이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지성룡을 파악할 때 고작 오태상이나 이기의 수준으로 알았다. 실제 지성룡이 흑혈강시를 맞아 싸울 때 그런 경지였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지성룡이 태을자나 검마에 버금가는 경지로 올라서고 있는 것이다.

지성룡의 상태를 보건데 그들이 쉽게 이길 수준은 아니었다.

이렇게 되면 오태상과의 결전에서 태을자가 이겨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에 난감한 얼굴이 된 것이다.

이미 싸움은 시작되고 있었다. 종수사와 지청현이 먼저 치고 나가고 다른 사람들이 배후를 장악하여 포위하듯이 둘러쌌다.

그들의 이런 공격은 함부로 경시할 수준이 아니기에 태을자도 신중히 매화검정이라는 검초를 시전하였다.

그러나 배후에서 삼인이 동시에 자리를 잡고 언제 공격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매화검정을 시전한 후에 뒤로 돌아서 매화광휘라는 수비초식을 시전하였다. 이것은 실전에서 얻은 경험이었다. 그러나 태을자는 그들이 다섯이나 되고 합공에는 상당한 일가견이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천하오검이 그만한 무공으로 버틸 수 있는 것도 그 합공에 있었다. 그들은 지금가지 합공을 하여 져 본적이 없는 무패의 합공조였다. 기본적으로 몽고족과 싸우면서 정정당당하다는 것은 생각지 않았고 그들보다 강한 몽고무인을 만나면 당연히 합공을 하였다.

비무라면 일대일로 싸워야 하지만 생사가 오가는 전투인 것이다. 태을자는 순식간에 벌어지는 합공에 다소 정신이 없었다. 이런 종류의 합공에 접한 적이 거의 없기에 적응이 안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우위를 지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편 지성룡과 검마는 서로 마주보고 서서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지성룡은 승천검을 들고 오장여를 남겨두고 그대로 기습적으로 좌장을 날렸다.

그 좌장에 검마는 흠칫한 기색으로 지성룡의 장공에 검기를 일으켜서 마주쳐왔다.

지성룡은 순간 자신이 최근에 익히지 시작한 검장지공을 승천검으로 재차 시전하였다. 좌장을 날린 이유가 바로 이것을 시전할 시간을 만들기 위한 일종의 허초였다.

우검에서 바로 진기가 격발되어 다가오는 기세에 검마는 급히 공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마주쳐갔다. 그러나 다소 늦었기에 검으로 막았지만 다 막지 못하고 뒤로 서너 걸음을 물러나야 하였다.

검마는 이번 한번의 공방에서 손해를 보았다고 생각하자 자신의 검에 진기를 주입하여 검환을 시전하였다. 지성룡이 시전한 것과 비슷한 원리였다. 지성룡도 마주하여 아가보다 더 공력을 높여 마주하였다. 칠성의 공력으로 신전항 것을 구성으로 올리자 이번에는 바람을 가르는 듯한 소리가 퍼졌다.

서로는 두 가지의 기운이 마주치는 반동에 서너걸음씩을 물러나고 말았다. 검마의 얼굴은 자신이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자 자존심이 상한 듯이 다시 한번 재차 검을 휘둘렀다. 검마는 지성룡이 대단하다고 하여도 그저 후기지수 중에 조금 나은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 것은 태을자가 검마에게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지 않았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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