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문무공-76화 (76/149)

제  목: [연재] 독문무공(76)

천천히 하늘을 향해 벌린 팔이 원을 그리며 휘어지듯이 휘둘러졌다.

모처럼 운기를 하고 무공에 대한 감각을 회복하려고 연무장에 나선 지성룡이었다. 태을자와 검마각이 쳐들어 올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지한 지청현이 지성룡에게 대비를 하라고 하였기에 징벌을 잠시 유보하고 나온 것이다.

문파의 존망이 걸린 일이라 징벌은 잠시 유보할 수밖에 없었다.

무려 두달 가까이 연무를 하지 않았기에 무공을 시전하자 느끼는 감각이 예전과 달랐다. 예전에는 생각만하여도 올라오던 기운이 이제는 마음을 먹어야 끌어올려지는 것이었다.

이렇게 변한 것은 징벌 중에 무공을 시전하지 말라는 명을 따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감각을 회복하기위해 간단한 운기조식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서 한바탕 권무와 검무를 시전하였다.

무공을 시전하지 않았기에 느낌이 달랐다. 그러나 차츰 감이 돌아오고 두시진여가 지나자 예전의 상태로 거의 돌아갈 수가 있었다.

그래도 그간 하지 않았기에 온몸이 유연하지 못하고 다소나마 부자연스러운 것을 느길 수 밖에 없었다.

징벌을 받는 중에 한가지 생각해둔 무공을 시전해 보기로 하였다.

지성룡은 급히 팔을 휘두르자 그의 주변에서 강한 바람이 지성룡의 몸을 감싸고 돌다가 앞으로 뻗은 상태로 멈추자 바람이 그대로 앞으로 폭사되어 갔고 마치 무형의 창처럼 그대로 땅 위에 닿자 주먹만한 구멍이 땅에 났다. 그러자 마치 큰 말뚝이 박히듯이 땅이 진동을 하였지만 먼지는 별로 일어나지 않았다.

안수전 앞이라서 안수전에도 그 충격이 전해졌는지 지진이 났는지 보려고 사람들이 밖으로 뛰어나왔다.

‘처음 시도해보는 장강(掌彊)이지만 예상보다도 더 위력적이구나. 만일 이 것에 제대로 적중되면 강철이라도 버티지는 못할 것 같구나. 허나 아직 미숙하구나. 제대로 시전하였다면 구멍이 고작 손가락 하나가 들어가야 하는데 주먹만하구나.’

지성룡은 자신이 머리 속으로 구상하였던 무공 하나를 시험해 보았다.

무공을 펼칠 수 없기에 그 동안 머리 속으로만 구상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지성룡이 구멍을 보고 있기에 무공을 시전하여 땅이 강하게 진동하였다고 생각하자 아무 말없이 다시 하나 둘 돌아갔다.

‘제대로 시전하였다면 땅에 진동도 거의 없어야 하는데 이정도로 진동이 강하다는 것은 아직 제대로 시전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좀더 연습을 해본다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시전을 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가 시전하는 장강은 일반적인 장강이 아니라 자연의 기를 이용하여 진기를 최소화하고 위력은 극대화 시킨 것이다.

그 동안 무공을 시전하지 못하자 머리로 많은 생각을 하였다. 즉, 일종의 참수를 한 것이다.

그렇기에 그 동안 구결에 충실하였다면 이제는 사고의 폭이 넓어져 그 구결들을 떠나 새로운 것을 창조하게 된 것이다. 천수장왕이 마지막에 써놓은 무형검의 단초를 가지고 구체화한 것이다.이 무공은 장공과 무형검의 중간단계라고 할 수 있었다. 검강과는 또 다른 단계이었다.

그간 무공을 여러 가지 익혔지만 익히기는 하였어도 이렇게 시전을 하지 않는 가운데 참수해보기는 처음이었다. 더구나 소림에서의 비무와 철혈강시와의 사투, 사마와 패왕의 비무 구경등을 통하여 보다 무공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상황이라 더욱 가능해진 것이다.

지성룡은 다시 한번 팔을 휘둘러 동일하게 시전을 하였고 아까와 같은 지점에 그대로 격발하였다. 지성룡이 격발하자 땅이 아까보다 훨씬 덜 진동하였다.

몇 번을 더 연습하자 아예 진동이 못 느낄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였다. 그의 능력이 성숙한 것도 있지만 진동의 발생지점이 점점 더 깊어지기에 줄어든 것이다.

지성룡은 그렇게 생각하자 그 옆에다 다시 격발을 하였다.

그러자 그대로 격발된 기운이 지면을 강타하였고 지면은 진동이 다시 발생하였다. 그러나 최초에 비하여 훨씬 약해졌고 구명도 고작 두치에 불과하였다. 그 것은 그가 몇번의 격발로 익숙해졌기에 줄어든 것이다.

‘아직도 멀었다. 손가락 만은 하여야 제대로 생각했던 위력이 나올 것이다. 지금은 고작 그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한데 그 동안 운기를 하지 않았어도 공력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더 정순해지고 위력이 증가되었다니 이상하구나.’

지성룡은 이해가 되지 않아 의문을 표하였다. 일반적으로 운기조식이나 운기행공을 하지 않으면 내공이 정체되거나 오히려 감소해야 하는데 증가한 것 같아 이상한 것이다.

‘내공이 늘었으니 다행이다만 이제 검으로 이와 같이 시전해볼까?’

지성룡은 품속에서 승천검을 꺼내들었다.

‘이검은 현철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기에 훨씬 더 진기를 응축하여 내보낼 수가 있다. 맨손으로 두치라면 이 걸로는 한치 이내로 줄일 수가 있을 것이다.’

지성룡은 아가와 동일하게 하였다. 오직 틀린 것이 있다면 손에 검을 들고 있다는 것 뿐이었다.

지성룡이  다시 한번 옆에 구멍을 냈다.

지성룡은 약간의 먼지가 일었다가 가라앉자 다가가서 살폈다.

‘검으로 시전하니 손가락 굵기만큼 되었다. 그렇다면 보다 응축을 하여야 하는데 그렇게 하다가는 손이 아직 버티지 못한다. 결국 외공을 익혀야 한다는 것인데 좀더 권법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구나. 그것도 공력이 없는 상태에서 더 단련을 해야 하겠구나.’

지성룡은 몇번을 더 시전하여 정확성을 높였다.

‘이제 초식을 떠나 암기처럼 사용할 무공하나를 얻은 것인가? 이제 얼마나 멀리까지 떨어져서 위력을 발휘하는지 실험을 해보아야 하겠군.’

지성룡은 이번에는 오십장 밖에 있는 것들 상대로 시전을 하였다. 격중 된 나뭇잎이 그대로 붙어 있고 구멍만 난 것 같았다.

그러나 처음에 노렸던 나뭇잎과는 무려 한자나 떨어져 있었다.

‘거리가 떨어지면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는 것인가? 정확성도 연무를 하여야 한다.’

지성룡은 태을자의 침공이 예상되기에 결국 두달만에 징벌을 중단하였고 추운 바람을 맞으며 다시 연무를 해야만 했다.

그렇게 지성룡의 연무는 하루종일 계속되었고 혹시나 있을 태을자와 검마의 침입을 대비하고 있었다.

황영지는 다시 안수전으로 옮겨오고 저녁무렵에는 후기지수들이 복귀하여 다시 침입에 대비하여 훈련을 하고 있었다.

“천하문과의 협의가 마무리 되었고 이제는 배만 들어와서 짐을 싣고 내리고 하면 됩니다. 이제 이렇게 길과 부두가 생겼으니 거나하게 근처의 각 세가들과 상인, 표국의 사람들을 초대하여 이곳에서 큰 잔치를 해야 하겠습니다. 언제가 좋겠습니까?”

용소명은 길과 부두를 세장주들과 마지막으로 더 손볼 곳은 없는지 둘러보고 세장주들에게 물었다.

“아주 수고하였네. 자네가 이렇게 훌륭하게 마무리 지었으니 다행일세.”

“제가 무슨 공이 있겠습니까? 세분 소장주님들이 다 하셨습니다. 저야 그저 그분들을 닥달한 것뿐이지요.”

용소명은 자신의 공을 송장주가 치하하자 그들의 아들들에게 다시 공을 돌렸다.

이렇게 서로 말하여 공을 자화자찬 하는 것이다.

“자네 말대로 현령과 여기를 이용할 사람들을 불러 잔치를 크게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일세. 지금이 정월 섣달 스무 닷새이니 원단이 코앞이라 당분간은 쉽지 않네. 정월 스무날이 어떨까 싶네.”

용소명은 가만히 날을 계산하여 보았다.

“좋은 생각입니다. 하나 그 일은 장주님들께서 해주셨으면 좋겟습니다.”

“우리들이 말인가? 자네가 그 동안 힘이 들었으니 그날 주인 노릇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웅전휘는 다소 의아한 듯이 되물었다.

“저는 따로 할 일이 있습니다. 천하문이 있는 개봉에 다녀올까 합니다.”

“무슨 일로 말인가? 지금 개봉은 안좋은 일이 생길지 몰라 있던 사람들도 피하는 곳이 아닌가?”

“그렇기에 가보고 싶습니다. 가서 도울까 합니다. 운에 맡기고 모험을 해보고 싶습니다.”

용소명의 말에 세 장주들의 얼굴에는 경악이 어렸다.

고작 절정고수의 수준인 용소명이 도우러 간다고 하는 것은 죽으러 간다는 말이고 천하문에는 이만한 무사는 부지기수였다. 그렇기에 가더라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 동안 쉬지 않고 연무를 하였지만 그 것은 고작 네댓달에 불과하였고 그 동안에 발전을 하였다고 하여도 큰 차이는 없기 때문이었다.

“안되네. 그 곳에 가서 돕는 다고 하는 것은 죽으려고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것이네. 만일 가고 싶다면 우리 둘의 합공을 이기기 전에는 안되네.”

웅전휘와 초광생의 기세를 보자 용소명은 다소 난감하였다.

용소명의 의도야 이런 위기에 확실히 도움을 주어 접근할 길을 찾겠다는 것이지만 그 곳에서 적도들에게 죽는다면 개죽음이 따로 없었다.

“그렇네. 태을자나 검마와는 붙지 않아도 최소한 검마각, 아니지 영웅군부의 인물들과는 붙을 것이고 그들은 최절정의 무사들이네. 과연 그들을 맞서서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인가?”

초광생도 다시 한번 만류를 하였다.

“이번만큼 좋은 기회가 없다고 생각합니다.설사 아무런 소득이 없다고 하여도 이런 일에 참가한다는 자체에 의의(意義)를 두고 있습니다. 그런 악인집단을 맞아 싸운다는 자체가 소제에게는 커다란 보람입니다.”

용소명이 그렇게 말하자 용소명의 마음속에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일종의 공명심과 의협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맞는 말이네. 그런 극악무도한 자를 징계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고 젊다면 해야할 일이지. 하나 자네는 그들에 비하여 너무 약하네. 그렇기에 막는 것이네.”

웅전휘는 마치 아들이 그렇게 하려는 것을 막는 마음으로 만류하였다.

계산적인 생각이 아니라 의협심에 나서는 것은 젊은이로서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용소명이 더욱 대견해 보이는 것이다.

“좋습니다. 말씀대로 제가 두 분의 합공을 받아내면 보내줄 것입니까?”

아무리 말려도 안된다는 것을 알기에 웅전휘와 초광생은 서로 마주 보았다.

“좋네. 우리의 합공을 백초 동안 버티거나 일각이상 버틴다면 보내줄 것이네. 그러나 진다면 군말 없이 따르게.”

용소명은 두 사람을 이기는 것은 사실 어렵지만 만일 버티는 것이라면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용소명은 그 동안 자신의 검법을 한단계 도약시킬 수 있었기에 자신 있게 말하였다.

“일단 세인의 눈이 있으니 오늘 밤 삼경에 이 자리에서 만나 저쪽 공터에서 겨루어 보세.”

“좋습니다.”

용소명이 이렇게 말하는 데는 그 동안 자신이 청명검법과의 대련을 통하여 검술을 한단계 성숙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체계적인 청명검법을 견식함으로서 자신의 검법에 초식이라는 형태를 가미하는 계기가 마련되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청명검법을 흉내낸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자신의 검법자체에 형식을 가미하는 노력을 하였다는 것이다.

용소명은 처음에 이곳으로 왔을 때 청명검법을 남모르게 연구를 하였다.

그리하여 거의 흉내를 낼 수가 있게 되었다. 무림에서 남의 무공을 함부로 흉내내서 사용한다는 것은 금기라는 것을 알기에 그 무공을 모르게 익힌 것이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용소명이 익힌 검은 바로 감각과 야수적 본능에 따라 시전하는 검법이었고 초식과는 융화될 수 있는 거시 아니었다. 이런 형식을 갖춘 무공초식은 보기에는 좋아도 만일 예측을 하여 피해버리면 오히려 초식을 가지지 않은 마구잡이식 휘두르기 보다도 못한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렇게 한달간의 연구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자 허탈하기 시작하였다.

그 세월이 아까워 버리지도 더 정진하지도 못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초식을 구성하는 변화를 살피기 시작하였다. 그 순간 용소명은 이런 초식이 바로 당연히 피하려고 인간의 심리에 따라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되자 용소명은 그 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비무를 다시 한번 반추하여 연무를 하였다. 그런 결과 하나의 원리를 깨닫게 되었다. 그에게 있어서는 실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검초는 크게 몇 가지의 기본 동작을 조합하여 구성되었다는 생각을 하는 용소명이기에 청명검법의 검초를 자세히 살펴 이런 동작들을 적절히 배합하였다는 것을 알았다.

즉 검초란 처음의 공격을 시작하여 상대가 도망 갈 길을 에상하여 그 길을 봉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길을 한번에 봉쇄라여 공격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자 실전시에 상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하여도 고찰을 할 수가 있었다.

그리하여 두달 이상을 자신과 보이지 않는 비무자를 상대로 연검을 하였던 것이다.

그가 이런 개우침을 얻었어도 단기간의 연무로 두 사람을 이기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둘이 합공을 하여 백여초를 버티는 것은 가능한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한번 해보고 싶었다.

그들은 순간적으로 용소명이 밤에는 강하다는 것을 착각하였다가 약속을 한 이후에야 자신들이 용소명에게 가장 유리한 시간에 비무를 하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이소명의 검법이 감각류인지 야수류인지 그들도 잘 모르지만 밤에 강한 것은 사실이었다.

“자 두분께서 먼저 저에게 공격을 하시지요.”

용소명은 웅전휘와 초광생에게 선공을 양보하였다. 그것은 먼저 자신이 움직이다 보면 오히려 더 위험해 질 수가 있기에 그렇게 한 것이다.

용소명의 이런 자세에 웅전휘와 초광생은 처음부터 최강의 수법으로 몰아치기로 하였다.

용소명은 그들의 공격을 약간 뒤로 흘리듯이 밤보가량 빠르게 물러난 연후에 물러난 발을 받침대 삼아 그대로 도약하듯이 앞으로 나아갔다.

둘은 좌우에서 자신들의 공격을 흘리듯이 대응한 후에 용소명이 앞으로 이보전진하자 어이가 없어 황급히 옆으로 벗어났다. 그들의 경험으로 뒤로 물러나는 것은 그리 현명한 방어수단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용소명은 거침없이 두 사람 사이로 뛰어 들더니 좌충우돌하듯이 칼을 휘두르고 두 사람 사이를 통과하여 뒤 돌아 섰다. 용소명의 자세는 다시 처음의 자세와 같이 되었다.

용소명이 두 사람 사이를 돌파한 이유는 웅전휘와 초광생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에게 익숙한 자리를 차지하였다는 것을 알기에 두 사람의 자리를 바꾸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은연중에 한번의 공방으로 자신들이 익숙하게 생각하는 자리를 잃어버리고 서로 자리를 바꿔 선 것이나 같은 결과가 발생하자 그 동안 용소명이 더 한층 무공감각이 발전한 것을 깨닫고 지금까지 경시하던 마음을 거두었다.

자리라는 것은 자신에게 익숙한 자리가 있었다. 그런 자리를 무의식적으로 잃어버린 것이다.

중검을 쓰는 자들은 상대의 무기와 가까운 곳에. 쾌검을 쓰는 자는 먼 곳을 선호하였다. 그 이유는 상대의 검법을 중검을 사용하여 초기에 봉쇄하고 상대의 병기를 힘으로 제압하기 때문이았다. 반면에 쾌검을 쓰는 자는 상대의 병기와는 약간 떨어져서 다소 기습을 노렸다.

그들이 경시하던 마음을 거두자 몸에서 피어 오르던 기세가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용소명은 그들의 기세가 달라지자 그대로 선공을 취하여 일단 웅전휘에게 쇄도하였다. 웅전휘는 용소영이 짓쳐 들자 마주 부딪쳤고 그 순간 초광생도 용소명에게 검기를 일으켜 쇄도하였다. 용소명은 그대로 웅전휘의 검을 부딪쳐서 웅전휘를 격퇴시켰다. 그러나 그렇게 하자 마자 초광생이 접근해 오자 용소명은 초광생의 검을 마주 부딪치며 몸을 뒤로 가볍게 한 발짝 움직였다. 용소명이 그렇게 하자 초광생은 자신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간 것을 알자 재차 한 발짝 용소며에게 다가섰다. 용소명은 이미 초광생이 들어오는 것을 예상하였기에 옆으로 반보가량 움직인 연후에 초광생의 오른쪽 어깨를 향하여 검기를 실어 검을 발출하였다.

순간 초광생은 용소명이 무방비 상태의 오른쪽 어깨를 공격하자 급히 몸을 틀어 용소명으로부터 오른쪽 어깨를 보호하며 검을 부딪쳐 갔다.

이런식의 일진일퇴가 계속되자 용소명은 두사람이 동시에 공격하여 들어오는 것에 차츰 익숙하여 졌고 어려운 국면을 몇 번 벗어나자 차츰 이런 식의 대련에 조금씩 익숙하여 졌다.

이렇게 벌써 오십여초가 지나도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되자 두사람은 서로 시선을 마주하였다.

그들은 이런 식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알기에 최대한 자신들이 가진 재량을 다하여 공격하기로 한 것이다.

용소명은 두사람의 시선이 교환된 후에 그들이 각각 좌우로 쇄도해 오자 그 기세가 아까와는 사뭇 다르자 경시하지 못하고 그동안 자신이 익힌 것들을 시험하기로 하였다.

웅전휘와 초광생은 자신들이 이소명의 초식을 이미 예전에 보았기에 단순한 형태로 알았는데 갑자기 초식을 구사하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 이 것은 송가장의 이조상이 시전하던 청명검법과 비슷한 검이 아닌가?’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자 급히 짓쳐들던 검을 용소명의 검에 마주쳐갔다.

용소명은 자신의 공격에 그들이 오히려 수비를 하자 자신감을 얻었고 줄기차게 양쪽을 몰아세워서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이미 그렇게 공격을 하지 순식간에 이십여초가 흘러 벌써 칠십초를 넘기고 있었다.

용소명은 그들의 초식이나 무공의 특징을 조금은 파악하고 있었다.

웅전휘가 무겁고 빈틈없는 중검을 사용한다면 초광생은 변화가 많고 빠른 쾌검을 사용하고 있었다.

용소명은 두 사람의 검의 특징을 파악하자 다시 더 강하게 몰아붙였다. 이런 식의 대련은 해적을 공격할 때 겪어본 것외에 처음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고작 내공도 없는 하류배였다면 지금은 두 사람 모두 절정의 경지를 넘어선 무사였다. 그렇기에 그 때와는 다른 것이었다.

‘참으로 대단한 녀석이다. 그 사이에 한단계 진일보하였다는 것인가?’

둘은 부딪칠수록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들과의 비무로 다시 한번 도약을 이루어라.

결국 비무는 그런 그들의 생각처럼 백여초를 넘어가고 있었다.

용소명은 다음날 개봉을 향하여 떠났다.

오개월여간 정이든 그들은 서로 헤어짐을 아쉬어 하였다. 특히 용소명이 위험한 일을 하러 가기에 그들의 얼굴은 실로 밝지가 않았다.

“다시 한번 말하거니와 위험한 일이네. 그러니 신중하게 처신을 하여 일신을 보존하게.”

“저도 그렇게 할 생각이니 걱정을 하지 마십시오.”

태을자와 검마의 얼굴은 심각한 기색이 어리고 있었다. 개봉을 삼십여리 앞두고 휴식을 하면서 날이 밝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이유는 날이 밝아야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자들이 천하문의 총단에 모이고 그 때가 제일 공격이 용이하였다. 더구나 개봉의 지리에 익숙치 않은 그들로서는 어두울 때보다 밝을 때가 유리하였다.

그런데 황도에서 들린 소식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큰일입니다. 황궁에서까지 역모로 몰아버린다는 것은 우리가 갈 곳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갈 곳이 어디인가?”

태을자는 시시각각 벌어지는 소식이 암담한 소식 뿐이라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었다.

황궁에서까지 역모로 추적을 하게 된다면 발붙일 곳이 없었다.

“왕장군형제들을 압송하라는 명이 떨어졌습니다. 그들이 군부 내에 관리하던 본부의 이천이 현재 위험한 처지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검마의 말을 듣던 태을자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일도 승천검황이 밝혀서 일어난 일이다. 악양에서 이일을 밝힘으로써 황궁마저 이일에 개입하게 되었다. 네 이놈 만은 가만히 두지 않는다. 그러나 이놈을 죽일 길이 없으니 어떻게 하는가?’

태을자의 얼굴은 굳어가기 시작하였다.

“일이 어려워 지고 있다는 것이군. 다른 소식은 없는가?”

“무당의 청명도장이 스스로 풍마동에 들었습니다.”

무당의 풍마동이 어떤 곳인지를 잘 아는 태을자이기에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있었다.

한번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 없는 감옥이었다. 그 감옥을 청명도장이 들어간다는 것은 그 스스로 모든 죄를 자인하는 것이고 태을자에게 쏠린 혐의를 모두 인정하는 일이었다.

“문제는 무당에서 오백의 문인이 부주의 추살을 위해 내려온다고 합니다.”

태을자는 시시각각으로 증가하는 추적의 손길을 듣게 되자 자신이 갈 곳이 어디인가를 생각하여 보았다.

“정녕 멍청한 녀석들이로구나. 내가 처단 되면 천하의 인심이 제놈들을 향하게 될 터인데 나를 공격한다는 것인가? 승천검황에 대하여 추살령을 내려도 시원치 않을 판에 나를 쫓아?”

태을자는 역정을 내고 말았다.

‘이래서 내가 무림맹을 장악하여 내놓지 않으려고 하였다. 이 모든 것은 승천검황과 그놈과 동조한 천하문 탓이다. 좋다. 천하문이 박살을 나고서도 그렇게 나를 추격할 생각을 하는지 두고 보자.’

태을자는 입을 악다물고 자신의 사기를 온몸으로 표출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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