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75)
“악양에서 온 소식입니다. 악양의 거점이 승천검황에게 발각되어 당했습니다.”
“당했단 말이오? 그 곳이 파악되었다면 다른 곳도 마찬가지가 아니겠소. 다른 곳에 피하라는 명령은 내렸소?”
태을자는 검마의 보고에 당황하여 물었다.
“피하라고는 하였습니다. 그러나 피하라고 하여 효과자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이미 파악이 되었다면 지금도 감시를 하는데 그들의 이목을 속이기란 쉽지가 않을 것입니다.”
태을자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짜증이 난 빛이 어렸다.
“어떻게 당하였소?”
“모두 제압되어 무공이 전폐되어 악양까지 끌려가는 수모를 당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흩어졌지만 성난 무림인들이 그들을 추적하여 살해하기에 숨으려고 하였지만 대부분 살해되고 말았습니다.”
태을자는 승천검황이 한 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차라리 승천검황이 죽였다면 무고한 자들을 수도 없이 죽였다고 천하에 소문을 낼 수라도 있는데 무공만 전폐하여 차도살인지계를 사용한 것에 화가 났다. 거기에는 한명의 호법과 두명의 장로가 가 있었는데 당했다는 것도 실로 커다란 손실이었다.
“그 곳이 발각되었다면 이곳 막부산 비밀 총단도 알려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오. 이렇게 된다면 우리가 할 것은 보복인데 천하문의 총단을 공격합시다. 지금 바로 출발할 준비를 하시오 여기에 있는 오백을 모두 출발시키시오.”
태을자의 얼굴에는 비장한 표정이 어렸다. 결국 승천검황이 이제 정면으로 공격해 들어오는 것을 알았고 그 추적이 곧 이어 미칠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가 생각하는 것은 자신을 압박하는 승천검황의 태도에 대한 불만이었다.
‘그저 더 이상 나를 자극하지 말고 은거를 해야 옳지 않은가? 자신으로 인하여 수 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조용하던 강호무림에 피가 마를 날이 없어지면 좋겠는가 하는 것이다. 나에게 피를 흘리기를 강요한다면 그렇게 해준다. 이 무림을 끝장을 내버리는 것이다. 감히 이 태을자가 어떤 사람인데 나를 가로막는단 말인가? 네놈이 정신이 있다면 이쯤에서 은거를 하여야 한다. 그리고 다시 나는 강호의 주인으로 복귀를 하는 것이다. 어찌 그 것을 읽지 못한다는 것인가?’
실로 이기적인 생각에 사로잡힌 태을자는 승천검황에 대한 분풀이를 천하문에 다시 하기로 한 것이다.
‘네놈이 돌아다닌다면 주변에 있는 자들이 결국은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진 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승천검황이 악양에 있으니 방해물은 없다. 이번에 천하문의 총단과 천하문의 식솔들이 무차별로 사라진다면 과연 어떤 기분이 될지 맛보아라.’
태을자의 뇌리에는 오기가 가득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제발 승천검황이 강호에서 물러나서 자신을 압박하지 말기를 바랬다. 그런 무공에 그런 능력에 그런 명성에 그런 나이라면 그저 조용히 물러나서 은거를 즐겨도 되는 것이다. 그런데 죽을 날이 가까워온 노인이 이제 나타나서 재를 뿌리는 것은 용납이 되지 않았다.
이제 이 상황에서 잃을 것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완전히 말살하려고 하는 것이다.
‘약게 행동한다며 그 보복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아야 한다. 과연 그렇게 하고도 나머지 문제가 없을 수 있을 것 같은지 보여줄 것이다. 천하문이 불타고 수천명이 사라져도 계속 추적을 할 수 있는지 볼 것이다. 그러면 그 원망이 나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네놈에게 갈 것이다.’
태을자는 승천검황이 없는 천하문을 만만하게 보고 있었다. 내심으로 자신과 검마를 막을 고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천하문의 총단괴 인근의 오대속가의 집성촌을 공격하여 초토화를 시켜버릴 생각을 한 것이다.
“이렇게 되었으니 태을자의 천성에 결국 보복을 할 것이네.”
종수사는 지청현에게 걱정스럽게 말하였다. 누구보다도 태을자를 잘 아는 종수사였다.
“그렇네. 태을자는 실로 잔인한 자이니 결국 이곳을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이 되네. 일단은 문주를 비롯한 전 문도들에게 경계를 철저히 하라고 하였으니 일단 그들이 공격을 하여도 대응은 할 수 있을 것이네. 일단 대둔산에 가있는 오원주와 애들도 오라고 하였고 성룡이에게도 이미 경각심을 주었네.”
지청현도 이미 악양에서 들려온 소식에 전문도들에게 경계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그들이 보복으로 공격할 때 대응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다.
“문제는 태을자와 검마를 비롯한 고수들을 어떻게 막느냐는 것일세.”
종수사는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성룡이가 그 중에 하나만 막아준다면 우리가 하나 정도는 막을 수가 있고 나머지 고수는 오원주들이 막는다면 어느 정도 대응이 될 터인데 과연 성룡이가 대응이 될지 모르겠네.”
지청현의 말에 나머지 사태상의 미간에도 크게 그늘이 지고 있었다.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바로 이점이었다. 자신들이 감당하기가 벅찰 것 같은 이기를 제압한 그들의 힘 이었다. 사실 초절정의 무인들에게 하수는 아무리 많아도 의미가 별로 없었다.
필요한 만큼 공격을 하다가 지치거나 조금 불리하면 도주하면 그만이었다. 그것을 몽고와의 항쟁시의 경험에서 잘 알고 있었다.
“일단은 최대한 대비를 하여야 하네. 태을자가 하는 짓을 보면 완전히 전 무림을 적으로 돌리고 있네. 그가 그러는 것은 무림에서 천하제패를 하겠다는 것보다 무림을 파멸시키겠다는 의도로 밖에는 안보이네. 결국 죽기살기로 덤비겠다는 것일세.”
종수사의 말에 모두는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어 있었고 실로 앞으로의 일이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들의 총단이 있었던 막부산에서 여기로 오는 곳에 대하여 최대한 경계를 하고 있으니 그들이 움직인다면 어떤 단서도 있을 것이네. 우리가 대비를 하고 있다면 그들의 공격에 그리 어려운 상황은 맞지 않을 것 같네.”
지청현이 다소 안심하듯이 말을 하였다.
“실로 이런 난국을 맞을 줄은 몰랐네. 인간으로서 그런 짓을 하는 태을자를 보니 이제는 생각만해도 섬찟하네.”
종수사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걱정이 되는지 밖으로 나갔다.
“걱정입니다. 이번에 악양에서 일어난 일을 들었습니까?”
인자기는 악양에서 올라온 보고를 접하고 제갈중명을 찾아왔다.
“실로 걱정이 아닐 수가 없는 일이오이다. 승천검황 어른이 본격적으로 태을자에 대한 추적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오. 등격리 사막에서 이천명의 몽고무인들에게 포위되어서도 최후의 승자가 되신 분이니 실로 그분을 막을 자는 무림에서 없다고 보아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다급해진 태을자가 어떤 짓을 할지 걱정이 아닐 수가 없네. 이기가 그 목표가 되어 희생되셨고 이제 누가 그 목표가 될지 걱정입니다.”
제갈중명은 혼자서 탄식하듯이 말을 하였다.
“다음은 천하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자기의 말에 제갈중명의 얼굴은 약간 변하고 있었다.
“천하문을 공격한다면 쉽지가 않을 텐데 그런 짓을 하겠소. 천하문도 대비를 하고 있을 것이 아니오?”
“그러나 태을자는 천하문을 만만한 상대로 보기에 감행을 할 것입니다. 이백명이 넘는 수하를 악양에서 승천검황에게 잃었고 그만한 손실을 입히려면 결국 천하문의 총단밖에는 목표가 없습니다.”
인자기의 말에 제갈중명은 더욱 침중한 얼굴이 되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무림공회이후로 생각하였던 추살령을 바로 내려야 할 것입니다.
“사태의 추이를 보고 일을 결정합시다. 그리고 무림맹의 총단에 대한 경게도 더욱 철저히 해야 합니다.”
“이미 무림맹뿐이 아니라 본가에도 최대한 경게를 하고 있소. 또한 화산을 비롯한 오대문파에 맹주님 명의의 문서를 발송하였으니 오대문파도 곤혹스러울 것입니다. 그들의 손으로 태을자를 처단하지 않으면 무림에서 발을 붙일 수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니 그들도 방관만은 못할 것이오.”
“뭐라고 승천검황이 왜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이냐? 결과적으로 태을자를 더욱 자극하는 결과를 주었지만 심히 마땅치가 않구나.”
이군평은 만상천군에게 악양에서 일어나 일을 보고 받자 의아하여 그런 반응을 보였다.
승천검황이 원한에 사무쳐서 영웅군부의 인물들을 무차별 살해하여야 했다. 그런데 목표가 태을자 하나인 것처럼 그들을 제압하여 무공만 폐지하고 하나도 죽이지 않고 놓아준 것이다. 혹시 사려줄까 걱정이 되어 만상오절 외에 고수를 열명이나 보내어 무차별적인 혈겁을 일으켜서 태을자를 자극하고 승천검황도 살인마라는 인상을 심어주려고 하였는데 그것이 어긋난 것이다.
물론 결과적으로 악양에 있는 무인들이 영웅군부의 인물들을 공적으로 처단하였기에 결과는 어떻게 되었건 똑같았지만 승천검황은 아무런 타격이 없이 무사한 것이다.
이것은 그들에게는 심히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였다.
“더구나 문제는 승천검황이 은밀히 움직이기 보다는 어느 정도 종적을 보이기에 무림맹이나 천하문의 인물이 암중에서 보기에 승천검황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 승천검황의 이름으로 태을자의 잔당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여 승천검황에 대하여도 공분을 느끼게 하는 일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실로 승천검황이 이런 방식으로 움직이면 그가 나타났을 때 너와 내가 계획한 것이 물거품이 되지 않느냐? 승천검황이 이렇게 오명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면 그에게 천하제패를 내주어야 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
“그점이 걱정입니다. 무공으로야 승천검황에게 상대가 될 자 천하에 누구도 없습니다. 저와 숙부가 합공을 하여도 자신할 수가 없습니다. 본문의 모든 고수가 포위하여 처단하여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도 천하의 공적이 되어야 만이 우리에게 기회가 오는데 그렇지 못한다면 결국 본문은 다시 어둠속에서 세월을 보내야 할 것입니다.”
만상천군의 말에 이군평의 얼굴에는 무서운 빛이 어리기 시작하였다.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다. 방법은 하나다. 천지문을 움직이게 해야 한다.”
이군평의 얼굴에는 비장함마저 감돌고 있었다.
자신이 의도한대로 되지 않기에 뭔가 극약처방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면에서는 태을자와 비슷한 면이 있었다.
만상천군은 그말에 섬찟한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드디어 숙조부의 온순하던 모습이 사라지고 집요한 일면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아마도 태을자도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문제는 승천검황이 악양근처에서 아직 있다는 것이다. 지금 어디로 가느냐?”
“움직이지 않고 악양 인근의 객잔에서 있습니다.”
“그것이 내내 불안하다. 혹시 뭔가 우리에게 이상함을 느낀 것이 아니냐?”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들에게서 영웅군부에 관한 정보를 얻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말에 약간은 얼굴이 굳어졌다.
“사부님, 이번에 악양에서 일어난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율사청은 천지쌍마에게 악양에서의 일을 보고하고 나서 생각을 물었다.
“그저 가만히 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가 생각에 오군도독부도 태을자의 입김이 닿은 것 같으니 그들과 당분간 연계를 하는 것도 보류해 두어야 하겠다. 그러다가 역모죄까지 쓸수가 있다.”
천마가 그일에는 개입하지 말자고 말하였다.
“승천검황의 기세를 보건데 태을자를 천하 끝까지라도 추적해 갈 것 같다. 이 판국에 눈 밖에 나는 일을 하여 우리마저 그의 표적이 되어서는 아니된다. 무림맹도 이번에는 태을자의 반대편에서 움직이고 있고 그들이 곧 움직일 것으로 생각되는 마당이니 우리가 허튼 짓을 하여 무림맹의 표적이 되지는 말아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도 결국 태을자처럼 쫓기는 자가 되어 중원을 유랑해야 한다.”
지마의 말에 율사청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숨을 죽이는 것보다 아예 우리도 태을자를 공적으로 몰아 확실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안된다. 그저 조용히 있는 것이 최고다. 괜히 여기서 나서다가 태을자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결국 태을자의 표적이 된다는 것은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이 상처만 입게 된다. 아직은 태을자가 가진 패가 무엇인지를 알지 못한다. 그가 가진 패가 확실해진 연후에 선택을 해도 늦지는 않는다.”
“우리가 이렇게 비밀리에 모인 것은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 결정하자는 것입니다.”
화산에 모인 오대문파의 수장들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종이 잡히지 않았다.
“일이 이 모양으로 변하고 말았소이다. 속가도 칠할은 벌써 등을 돌리고 말았소이다.”
화산장문인의 말에 그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태을자어른이 범한 과오로 인한 피해가 화산 뿐만이 아니라 오대문파 전부에게 떨어지게 되어 송구하다는 말을 먼저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화산장문인이 고개를 숙이자 모두들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한데 문제는 영웅군부입니다.”
무당장문인이 말을 하자 화산장문인 명정도장은 아예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이일에 대하여는 정확한 해명이 필요한 것이오. 화산이 영웅군부의 부주인 진산월의 아들인 태을자를 모르고 받아들인 것은 아닐 터이니 이에 대한 해명을 하시오. 할 수 없다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종남장문인도 그렇게 공박을 하였다.
“이일은 조정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영웅군부는 조정에서도 반역도당으로 몰았던 적이 있소이다. 버젓이 그들이 화산에 둥지를 틀고 있었다는 것은 반역의 무리라는 것이나 다름이 없고 조정에서 화산에 대한 토벌령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이외다.”
무당장문인의 말에 명정도장은 그것은 미처 생각치 못한 듯이 파랗게 질리고 말았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우리도 그 책임을 면하지 못하게 되었소이다. 결국 화산에서 뭔가 보이는 조치를 해야 합니다. 안일하게 몇 년 봉문이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미장문인의 말에 명정도장은 얼굴에 절망의 빛이 감돌았다.
오대문파중에 사대문파마저 화산을 외면하는 발언을 하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라는 것이오?’
“태을자에 대한 추살령을 내리고 전 문도가 산문을 나서 추적을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무당도 오백의 문도를 풀어 태을자에 대한 추살을 할 것이오. 그 이후에 봉문을 해도 해야 할 것이오.”
사대문파의 장문인들은 지금에서야 현실을 인정하기 시작하였다. 자신들의 천하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이대로 가다가는 문파의 존립마저도 위태롭게 변한 것을 알았다.
“이미 본문에서는 전대 장문인이자 무림맹의 맹주이시던 분이 스스로 자진하여 풍마동에 드셨소이다.”
청명도장이 무당의 불귀옥이라는 풍마동에 들었다는 사실에 모두는 놀람의 빛을 지우지 못했다.
“실로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모르겠소이다.”
아미장문인의 탄식에 그들은 똑같이 한숨을 내쉬었다.
“폐하, 영웅군부가 종적을 보였다 하옵니다.”
동창제독 왕진은 영웅군부의 소식만은 황제에게 주청을 하였다.
“뭐라고? 그들은 태조폐하께서 소탕한 반역의 무리가 아니오? 벌써 팔십년이 지났는데도 어떻게 존재한다는 것이오?”
이일만은 황제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황제에게 전해내려오는 금망록(禁忘錄)의 첫장을 장식하는 내용이 바로 진우량의 일이었다.
금망록이란 역대 황제가 기록하는 비망록으로 중요한 반역과 교훈을 기록하여 후대 황제에게 전해주는 것이었다. 이것을 기록하기 시작한 사람은 영락제였다. 그것이 지금가지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 무리에 대하여 만사를 제쳐두고 소탕을 하시오?”
“하오나 먼저 하셔야 할 일이 있사옵니다. 그들 무리가 오군도독부에 침투하여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사옵니다. 그들에 대한 색출을 먼저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옵니다.”
왕진의 말에 황제의 얼굴에는 싸늘한 빛이 돌았다.
“그에 대한 모든 것을 짐에게 가져오라.”
왕진은 그말에 품에 간직한 서책을 꺼내어 황제에게 바쳤다.
황제는 책자를 받아 읽어가기 시작하였다. 싸늘하게 변해가는 황제의 얼굴을 보며 왕진은 불안감이 스며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반시진정도를 그대로 서있는 왕진은 황제의 표정이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변하는 것을 보면서 불안해지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마침내 황제가 마지막 장을 덮자 왕진은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 대신들을 조당에 들라하라.”
그 말에 왕진은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을 하였다.
황제의 명을 받은 내관과 사관들이 급히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우선 무림에서 일어난 일 중에서 등격리사막에서의 일도 언급이 되어 있는데 이일이 사실이오? 그리고 이일을 문제 삼기에 승천검황을 모함하는 상소를 올린 것도 또한 사실인가?”
“그러하옵니다. 몇 번을 조사하여 내린 결론이옵니다. 상소를 올린 자가 오군도독 왕명상의 식객으로 한 때 있던 자이옵니다.”
“실로 이런 일이 조정에서 일어나도록 몰랐다니 조금만 늦었다면 사직이 위태로울 뻔하였다. 한데 오군도독이 정녕 그자의 수족이라는 것인가?”
“그러하옵니다. 그자가 한때 왕명상의 후원에 머물렀던 것으로 파악이 되었사옵니다. 이 모든 것을 엄히 조사하여 추후에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이옵니다.”
“실로 간특하기 그지없는 자로다. 진우량의 동생이 지금까지 살아서 백주대낮에 음모를 꾸미는 것을 몰랐다니 실로 생각만하여도 치가 떨리는 도다. 이자가 머물던 화산파에 대하여는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왕제독의 허심탄회한 생각을 말해보시오?”
“소신의 생각에는 일단 무림은 지켜보고 추후에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옵니다. 우선은 관부에 스며들어 있는 영웅부의 잔당을 최대한 색출하여야 할 것이옵니다.”
왕진은 이런 상황에서 무림과 자칫 불화를 일으킬까 두려워 황제에게 관망하기를 주청하였다.
“지켜본다는 것인가?”
“그러하옵니다. 무림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하여는 처리를 할 것이옵니다. 그들의 처리가 합당하다면 그대로 지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 사료됩니다. 그러나 화산파에 대하여는 엄중한 징벌을 추후에 내려야 할 것이옵니다.”
왕진의 말에 황제는 의아한 빛이 되었다.
“무림의 일은 무림에게 맡긴다면서 어떻게 그들에게 벌을 주자는 것이오?”
“무림의 관례라면 봉문을 할 것이옵니다. 그런 연후에 그들 문파의 장문인을 불러 역적을 숨긴 것에 대한 징벌을 내려야 할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그리하면 입조하기보다는 죄를 청하여 스스로 자진할 것이라 사료됩니다.”
왕진의 말에 황제의 얼굴이 다소 풀어졌다.
“무림의 추이를 지켜보되 이일에 대하여 엄중한 경고를 하도록 할 것이오.”
황제의 얼굴은 아직도 상기되어 있었다.
왕진은 황궁을 비롯한 관부에 벌어질 피의 숙청과 혈란이 보이기에 다소 걱정이 되었다.
“동창과 금위위의 모든 군사들을 대기토록 하고 지금 즉시 구문제독부에 일러 십팔만 장졸들이 모두 출정할 차비를 차리도록 하여라.”
황제의 명이 떨어지자 다시 한번 내관과 사관들이 부리나케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역모나 동일한 일이었기에 그런 준비태세를 갖추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황도는 부산하게 움직이는 군병들로 인하여 순식간에 공포가 밀려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