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74)
22. 추적
떠나는 승천검황을 마중하고 들어오는 만상천군의 얼굴에는 다소 긴장의 빛이 어리고 있었다.
“오백년 숙원이 이제 드디어 이루어 지려 하고 있다. 천하의 구원자가 되어서 군림천하를 하라는 개파조사의 명을 이행할 지도 모르겠구나. 백년전에도 기회는 있었지만 그 때는 너무나 쟁쟁한 인물이 많았다. 특히 승천무제의 무공은 너무나 높았고 무림맹이 막 출범하였기에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만상천군은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의 거처를 지나 숙부인 태상장로 이군평의 거처로 들었다.
“승천검황이 떠나 간 것 같은데 무엇을 알려 주었느냐?”
공식적인 자리에서 문주라고 존칭을 하던 이군평이 단 둘만 있게 되자 만상천군에게 하대를 하였다.
“검마각의 비밀분타 세곳과 막부산 비밀총단을 알려주었습니다. 아마 영웅군부를 완전히 초토화 시킬 것이라 사료됩니다.”
만상천군은 숙부에게 말을 건넸다.
“태을자로서는 너무 무모한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결국 도망자로서 평생 이룬 영명을 다 버려야 할 것이다. 그가 왜 승천검황에게 원한을 샀는지 모르겠구나.”
“맞습니다. 제 생각에도 그가 승천검황에게 굳이 그렇게 원한을 만들었던 이유가 이해가 안됩니다. 자신의 역량에 맞지 않는 일을 하였습니다.”
“그것이 태을자의 천성이다. 어찌 천성을 바꿀 수가 있겠느냐? 천성적으로 자신의 위에 누가 있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에게는 모든 것을 자신의 뜻대로 하여야 하는데 그 것을 방해하는 모든 자는 그에게 제거의 대상이다. 그것의 기준은 선악이 아니라 내 뜻을 따르느냐 마느냐인 것이다.”
“하지만 능력이나 여건이 안되는데도 그런 일을 하는 것은 무모하지 않사옵니까?”
“그에게 능력이라는 것은 수단과 방법이 따로 없이 모든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것은 정정당당한 승부가 아니라 오직 자신의 뜻을 거스리는 자에 대한 제거뿐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그에게 죽음을 강요하는 것이지.”
만상천군은 그런 숙부의 말에 일견 이해가 되지만 숙부가 그런 면을 이야기하는 것에 오히려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도 한때는 너의 아버지를 증오하고 제거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 형님이면서 나보다 능력이 뛰어난 형님이니 당연히 만상문의 대통은 형님이 이어받는 것에 누구 한 사람 이의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못했다. 형님만 없으면 된다는 생각에 온갖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형님을 제거하려고 온갖 수단을 강구하였지만 결국 성공할 수가 없었고 나는 포기를 하였다. 그때 하늘이 원망스러웠고 그래서 이십년 폐관을 너의 할아버지와 형님을 피해서 들었던 것이다. 아마 내가 폐관에 들지 않았다면 결국은 태을자와 같이 평생 도망자의 신분으로 천하 어딘가를 헤매고 다녔을 것이다.”
이군평은 숙부가 그런 적이 있었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어 숙부를 보았다.
“그러다가 폐관에 들어서야 모든 것이 다 한 순간의 집착이라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지금 태을자의 뇌리에는 자신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승천검황만은 무슨 수를 쓰든지 꺾고 싶은 생각뿐이다. 천하나 다른 사람의 안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에겐 오직 승천검황만 꺾는다면 되는 것이다. 그 와중에 다치는 사람은 승천검황을 원망하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아니 승천검황에게 태을자를 능가하는 능력을 준 하늘을 원망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만상천군은 숙부인 이군평의 말에 섬찟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때 숙부인 이군평이 그런 생각을 했었다는 생각에도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정정당당하게 싸우다가 지면 승복하라고? 그런 개 뿔따구 같은 소리를 하는 자들은 천하의 위선자들이다. 이겨서 살아 남는 자가 바로 진리이다. 태을자의 뇌리에 들어 있는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도 태을자에게 함부로 노출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한다. 아마도 태을자는 승천검황이 그들의 비밀 분타가 노출되면 누가 승천검황에게 그 곳을 알려주었는가에 대하여 궁금하게 생각할 것이고 우리를 찾지 못한다면 그 화살은 천하문이 받을 것이다.’
“실로 심각한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결국 태을자의 위치를 파악해야 하는데 그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노출만 되지 않는다면 태을자가 강할수록 좋다. 하지만 결국은 어떻게든 승천검황과 만날 수 밖에 없다. 그로 인하여 무림이 공포에 떨고 하나하나 파괴될 때 우리의 오백년 숙원이 이루어 질 수가 있다.”
“과연 그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태을자가 가능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난세이후에 천하의 평안을 이룬다면 결국 본문은 천하를 제패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때도 본문의 맥은 조용히 한쪽에서 다시 몰락을 대비하여야 한다. 너는 천하로 나가겠느냐?”
“저는 아이들 중에 서넛을 데리고 은거를 하겠습니다. 제이의 만상천부를 건설할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하겠지. 문제는 승천검황이 너무 쉽게 태을자를 제거해 버리는 것인데 그 일은 우리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태을자가 벌이는 천하혈겁은 천하문을 필두로 무림맹까지 이어질 것이다.”
“그렇습니다.”
날이 어둑해지는 시간에 악양으로 들어서는 노인의 얼굴에는 비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악양의 송문장이라고 했다. 그들의 종적이 밝혀진 이상 그들은 개미새끼 한 마리 남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은 그 곳에 잠입하여 그들이 진짜 검마각의 잔당인가를 알아야 한다.’
그렇게 생각을 한 승천검황은 야음을 틈타 한 장원을 향하여 신형을 날렸다.
그렇게 승천검황이 장원에 당도하자 조용해 보이는 장원 곳곳에 은신하여 있는 무사들을 발견하고 승천검황의 내심에는 이곳이 무인들이 은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뭔가 은밀한 집단이 머무는 곳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무인들이 있다는 것은 이 곳이 검마각의 비밀 분타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승천검황은 은신한 자들을 피하여 가장 중심에 있는 큰 건물의 벽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청력을 돋구었다.
“승천검황의 종적이 사라졌으니 각별히 기밀유지에 최선을 다하라는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가 기밀을 유지하는데 최선을 다하지만 문제는 그런 인물이 우리를 노리는데 막을 길이 없다는 것입니다.”
방안에는 네명의 인물이 있었다. 승천검황은 그들의 대화를 좀더 들어볼 생각으로 이들이 검마각의 세력이 확실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좀더 기다리기로 하였다.
“문제는 우리가 언제까지 숨어 있어야 하냐는 것이다. 더구나 천하가 우리를 공적으로 모는 상황에서 얼마나 숨어 있을 수 있냐는 것이다. 이미 공적이 된 이상 우리가 살길이 없다는 것이다.”
승천검황은 가장 우두머리인 듯한 인물이 부정적으로 말을 하자 더 지켜보기로 하고 그들을 방해하지 않기위해 가만히 있었다.
“문제는 부주님이나 호법장로님이 이런 것을 아시면서 하신다는 것입니다. 저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나도 그렇다는 것이오. 윤장로는 이일에 대하여 혹시 아시는 것이 있으시오?”
듣고만 있던 두사람중에 한사람의 기척이 다소 거칠어 졌다. 그가 윤장로라는 사람이구나 생각을 하면서 부주와 호법장로가 튀어나오자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문제는 우리도 부주에 대하여는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실로 영웅부가 어덯게 변하려고 하는지 모두가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부주가 등장하였을 때 우리는 부주가 그동안 우리를 위해서 신분을 숨기고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에서 보니 부주는 그것이 아니라 자신의 영달을 쫓아 일을 이렇게 한다고 생각을 하였소이다. 음지에서 영웅부의 재건을 위해 우리가 얼마나 노력을 하였소이다. 그런 것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고 모두를 공적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승천검황은 순간적으로 이들이 영웅부의 인물이라는 것을 알았다.
승천검황은 여우부의 역사를 알기에 그들이 말하는 내용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장사의 진우량과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설마 진우량과 관계있는 자라는 것인가? 진우량의 아버지는 영웅부주인 진산월이다. 그렇다면 태을자가 혹시 진우량의 동생이라는 것인가?’
그제서야 왜 태을자가 화산의 자하도장의 제자가 되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렇다면 왜 만상문은 이것을 나에게 설명하지를 않았다는 것인가? 여기에 이들이 있는 것을 알았다면 검마각이 영웅부의 후신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인데?’
승천검황은 끊임없는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다른 사람이 말을 하기에 그 곳에 더 귀를 기울였다.
“문제는 승천검황을 비롯한 천하문, 무림맹이 우리를 뒤쫓고 있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무림맹은 칠십년이래 처음으로 무림공회를 소집하였습니다. 그들이 무림공회를 소집한 것은 원을 몰아내고 중원의 승리를 기뻐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무림공회를 소집한 것은 부주가 몸담던 화산파를 위시한 오대문파에게 책임을 묻고 우리를 소탕하려고 하는 의도로 모이는 것이라고 밖에는 생각을 할 수가 없는 것이오. 지난 세월동안 숨죽이면서 재기를 준비한 것이 이를 위해서는 아니지 않소?”
윤장로라는 사람이 다소 흥분한 듯이 푸념을 하였다.
“그런 소리를 해보았자 아무런 소용도 없소이다. 이제 승천검황을 비롯한 전무림이 추적을 한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발각이 되고 전무림인의 추적에 쫓기다가 결국은 어느 이름 모를 산하에서 사라질 것이오. 마치 전에 주원장의 군대에 쫓겨서 숨는 것과 같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때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이오.”
승천무황은 그들이 그렇게 말하면서도 결국 싸워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을 지으려고 하는 것을 보자 답답한 생각이 들었다.
“이제 우리가 숨을 곳도 없는 상황이오. 어떻게 하자는 것이오?”
마지막으로 가장 상위자인 듯한 자가 다시 말을 던졌다.
“마지막으로 전 무림과 전쟁을 해야하지 않겠소이까?’
불만이 많아보이던 윤장로라는 자가 전쟁론을 들고 나왔다.
“이길 수 있는 전쟁이 아니오이다. 그런 마당에 그대로 따라가자는 것이오?”
“그럼 반기라도 들자는 것이오? 그렇게라도 해서 해결이 된다면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윤장로는 그렇게 반문하듯이 말하였다.
“숨을 곳도 없이 죽자는 것이오?”
“죽어야지요. 이제 길이 있습니까? 그럴 바에는 원없이 전무림을 상대로 한번 싸워보는 것이지요. 우리가 오천이 죽는 다면 무림인은 만명 이상은 죽을 것이고 민간인은 몇만은 죽어야 할 것이오. 그렇다면 우리가 손해보는 장사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소이까?”
윤장로의 자포자기한 말을 듣자 승천무황은 섬찟한 느낌이 들었다. 실로 영웅부의 모든 사람이 그렇다면 이는 커다란 재앙이 아닐 수가 없는 것이었다.
너 죽고 나죽자는 식의 생각을 읽자 승천검황은 자신이 괜한 벌집을 건드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이런 무리는 실로 마도 중에서도 가장 골치가 아픈 무리였다. 그들은 물러설 곳이 없는 존재들이었다.
이기에게 행한 일로 인하여 그들 스스로가 이미 밝은 태양아래 나설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이기에게 행한 일로 인하여 이들은 완전한 공적이 되어버렸다.
‘이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승천검황은 이런 무리라고 생각하자 고민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장로라는 자가 저런 생각을 한다면 이들중에는 저런 생각을 하는자가 부지기수라는 것이 미루어 짐작이 되었다. 어떤 조직을 알려면 그 구성원의 윗사람을 보면 알 수가 있는 것이다. 물론 윗사람이 그런다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자리에서 이런 말으 하는 것은 조직의 분위기가 어떻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맞네. 이완에 이렇게 된 것 그 동안 갈고 닦은 무공이 아까워서라도 그대로 죽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천하문이 인수한 강남의 객잔이나 싹 쓸어버려야 합니다. 숨어 있어도 곧 발각이 된다면 제가 그 일이라도 하겠습니다.”
맨 처음 말을 했던 젊은 자가 그렇게 말을 하였다.
승천검황은 어이가 없어 할말이 없었다. 그 말로 더 이상의 고민은 필요가 없었다.
네명은 문이 소리없이 한 사람이 뛰어들어오자 경악을 하였지만 그들은 바람을 느끼고 얼어붙고 말았다.
자신들이 마혈이 제압된 것을 알았다.
“왠놈이냐?”
그가 소리를 지르자 눈앞의 노인은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이미 강기로 모든 음파를 차단하였으니 크게 소리를 질러도 소용이 없다. 그전에 내가 궁금한 것을 말해주어야 하겠다.”
승천검황의 말에 그들은 상대가 누구인지 머리에 떠올랐고 그들의 얼굴에는 공포가 어렸다.
순간 청년과 윤장로의 얼굴에는 더한 공포가 어렸다. 승천검황이 나타났다면 그들이 하는 대화를 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너희들이 영웅부의 잔당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한데 너희들이 말하는 부주는 태을자이냐?”
승천검황의 물음에 그들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이미 승천검황이 나타난 이상 그들에게 올 것은 죽음뿐이라는 생각뿐이었다.
“너희들의 선택이 어떠한 것인지 알기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겠다. 그리고 너희들을 이대로 둘 수는 없기에 무공을 전페할 것이다.”
승천검황은 그들의 내공을 금제하고 아혈을 제압하였다.소리없이 움직이는 승천검황에 의해서 그들은 마침내 하나둘씩 제압되기 시작하였다.
살수를 쓰고 싶지 않아 제압하여 무공을 폐지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있었다.
승천검황이 다가가서 제압을 하여도 그들은 반항한번 제대로 못하고 당하고 있었다.
그들을 다 제압하여 무공을 폐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들을 모두 처리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그래도 하지 못하였다.
송문장에 있던 자들의 무공을 모두 폐지한 후에 승천검황은 고민에 휩싸였다.
그것은 만상문에서 이들이 영웅부의 잔당이라는 것을 말해주지 않은 이유였다.
‘왜 말해주지 않았다는 것인가? 태을자가 영웅부의 부주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은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나에게 숨긴 것이다. 그렇다면 만상문이 숨겨서 얻는 것이 무엇이라는 것인가? 실로 괴이한 일이로다. 내가 혈겁을 일으키기를 바라고 한 것이라는 것인가?’
승천검황은 이해가 되지않아 한쪽에 서서 고민을 하기 시작하였다.
‘내가 혈겁을 일으키고 나면 이들도 혈겁을 일으키고 그러면 천하는 불을 보듯 혼란에 빠져들 것이다. 그것을 바란다는 것인가? 왜? 그래서 얻는 것이 무엇인데?’
승천검황은 그래서 가만히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만상오절의 기척을 살폈다. 실로 그들이 자신을 돕는 것이 아니라 감시하는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설마하니 나에게 뭔가 안좋은 일을 획책한다는 것인가? 이 것은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내가 떠난다면 이들은 여기에 있는 자들을 제거할 지도 모른다. 일단은 내가 여기에 있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만상오절을 살펴도 내가 떠나고 난 연후에 다른 자들이 나타나 여기에 있는 자들을 모조리 참살해 버린다면 그 이후는 영웅부의 참혹한 혈겁이 뒤따를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심문하는 척하면서 시간을 끌어 내일 아침까지 시간을 보내어야 한다.’
승천검황은 만상문이 속인 이유에 대하여 알지 못하자 만상문에 대하여 믿지를 못한 것이다.
결국 만상문을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혹시라도 있을 참화를 알면서 방치하여 자신이 살마라는 오명을 덮어쓸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승천검황은 네명을 마당 한가운데로 끌어내었다.
“너희들은 다른 비밀 세력에 대하여 말해보아라.”
승천검황의 말에 그들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말하지 않는다면 너희들에 대하여 용서할 수가 없다. 나에게 잔혹하다 원망을 하지 말고 순순히 모든 비밀을 실토하여야 한다.”
승천검황은 이렇게 하면서 만상오절의 기척을 살폈다. 그들은 승천검황의 동정을 살피다 승천검황이 이들을 심문하자 곤혹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그 대 만상오절중에 하나가 움직이는 기척이 들렸고 그가 가는 방향에서 십녀명의 인물들이 나타났다. 워낙 은밀하여 승천검황으로서도 잘 감지가 안되는 움직임이었다. 다행히 만상오절중에 하나가 움직여서 그 쪽에 신경을 쓰고 있기에 감지가 가능하였다.
“말을 하여라. 그래야 너희들을 용서할 수가 있다. 특히 태을자가 숨어있는 곳이 어디인지 말을 하여라.”
승천검황이 큰소리를 다시 치자 앞에 있는 네명도 움찔 하였지만 만상오절을 비롯한 괴인형들도 놀라는 기척이 들려왔다. 그들이 만상오절 중에 하나와 잠시 만나서 있는 것 같더니 곧 열명이 떠나가고 나머지는 다시 돌아왔다.
승천검황은 만사오절 외에 그들과 버금가는 자들이 따른다는 사실에 더더욱 의아하였다. 그렇기에 떠날 수가 없었다.
승천검황은 이들을 고문한다고 하여 얻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시간을 보내기 위해 여기에 있는 자들을 모두 마당에 모으기 시작하였다. 이들 중에 하나라도 타출하여 도망을 친다면 낭패이기에 그렇게 하였다.
거의 반시진에 걸쳐서 이들을 마당 앞에 모조리 다 모았다.
‘혹시 이곳에는 기밀 문서가 있을지 모른다 한하나 수색을 해보자’
승천검황은 건물 하나하나를 수색하기 시작하였다. 종이로 된 것은 모조리 챙겨서 모아왔다.
‘후후 만상오절의 숨소리가 다소 거칠어 졌다. 설마 이들이 정녕 다른 뜻을 품고 있다는 것인가?’
승천검황은 불안한 예감이 사실인 것 같아 마음이 사늘하게 식어갔다.
‘세상이 왜 이리 믿지 못하게 변하였다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이 들자 갑자기 두려운 생각마저 들었다.
‘일단 이 종이들을 모조리 모은 다음에 검토를 해보자. 그러면 뭔가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자 나머지 건물들을 더 뒤지기 시작하였다.
사람은 숨소리라도 있기에 찾아서 제압하기가 쉬었지만 소리도 없이 숨겨져 있는 종이들을 모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승천검황은 날이 샐 때쯤에야 이십여개의 전각들을 다 돌 수가 있었다.
‘신투들이 숨겨놓은 보물을 감쪽같이 찾아내어 가져가는데 그들은 대단한 재주를 가진 것이다.’
승천검황은 뒤지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것을 알았다. 그러나 조금 뒤지다 보니 숨긴 곳을 조금은 숨길만한 곳이 보였고 요령이 생겼다. 두 세번을 더 뒤지고 나자 날이 완전히 새고 있었다.
대청에 몰라 찾은 서류들을 하나하나 읽기 시작하였다.
대부분은 가치가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몇 가지 단서는 찾을 수가 있었고 만상문이 전해준 정보가 사실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증거는 몇 가지 있었다.
‘한데 사천과 산서의 태원에도 비밀 거점이나 분타가 있다는 것인가? 만상문이 이것을 모르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나에게 알려주지 않은 것인가?’
승천검황은 한번 만상문을 의심하자 태을자만큼 믿을 수 없는 생각이 들었다.
몇 개의 자료를 너기다가 승천검황의 얼굴은 굳어지고 말았다.
< 각 호법들은 매일 한꺼번에 세마리의 빈 백지를 단 전서구를 날려야 한다. 그 중에 한마리라도 도착을 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는 일이 발생한 것으로 알고 그 분타에 관련된 모든 것은 두절이 될 것이다.>
이것을 본 승천검황은 이들의 치밀함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은 여기서 발생한 일을 곧 짐작한다는 것이군. 좋다 이들을 일단 악양까지 몰고 가서 흩어지게 만들고 떠나자. 그것으로 일단 위기를 벗어나도록 하자.’
승천검황은 마당에 널려있는 자들을 하나하나 혈도를 풀어주었다. 이미 무공이 페지되었기에 그들은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했다.
“일어나거라. 너희들은 악양까지 데리고 가서 검마각의 잔당들이 어떻게 되는지 천하인들에게 알려야 한다.”
승천검황의 말에 그들은 이기의 일을 알기에 두려움이 오싹 들었다. 일부는 승천검황이 왜 자신들을 제압했는지도 의아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승천검황은 그들을 몰아부쳤고 그들은 승천검황이 자신들을 살려줄 것 같기에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승천검황은 자신이 모았던 종이를 모조리 불태우고 사람들을 몰고 가기 시작하였다. 만상오절은 다소 황당하여 의아하였기에 그저 보기만하고 있었다.
무공이 폐지된 그들이 십오리에 이르는 길을 걸어서 악양에 도착한 것은 한시진이 지난 이후였고 만상오절은 승천검황이 무공을 폐지하였으면 그대로 두고 떠나지 왜 이들을 몰고 악양까지 가는지에 대하여 의아해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