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71)
흥청거려야 할 고희연은 천하문의 등장으로 인하여 상당히 경색되고 말았다.
천하문의 강남진출과 무력시위가 벌어지자 온갖 소문으로 인하여 천하문과 남경삼림의 한판 승부가 점쳐지고 있었다. 더구나 천지문의 위협을 막기위해 천하문에 사황성이 어누나도 쉽게 강남진출을 허락해 버리자 그들을 지탱해주는 무력의 한축이 너무나도 쉽게 무너져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었다. 더구나 관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사황성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외단 조직을 토벌하자 더욱 불안감을 더하게 만들었다.
천하문 일행이 들어가자 내내 불안한 눈초리로 그들을 마치 병자 보듯이 경원 시 하였다. 그러나 천하문의 사람들은 그들의 시선에 대항하여 의연하게 행동하였다. 그러자 경계하던 남경상림의 인물들이 하나둘 천하문의 주변에 모여들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주된 관심은 천하문의 강남진출과 자신들과의 거래를 할 것인가에 대한 촉각이었다. 남경상림으로서는 그들에 대하여 대놓고 박대도 못하기에 속을 끓일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천지문에서 오기로 한 천마마저도 오지 않아 버리자 남경상림의 위세는 땅바닥에 곤두박질을 치고 말았다.
그러나 남경상림으로서는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 있기에 그들에게 내놓고 적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비밀은 없는지 누군가 용유에 대한 이야기를 하여 버렸고 그 사실은 고희연장을 강타하고 있었다.
천하문을 무력으로 점거하려는 기도를 하였기에 천하문이 무력시위를 하려고 하였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천하문에서 강남에 진출하고 자신들의 무력을 보이기 위해 이렇게 대규모의 청년들이 왔다고 말을 하였다.
이런 이야기가 돌아도 남경상림은 어떻게 해보기에는 능력이 없었다. 그들이 아니라고 발뺌을 하려고 하여도 천하문에서 하는 행위가 그런 이야기에 대한 신빙성을 더해주기에 할말이 없었다.
천하문이 오대문파와 분쟁으로 무너질려고 하면 그때 어부지리로 점거하려고 하였다고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자 이제는 남경상림과 거래하던 상인들마저도 마음이 돌아서고 있었다.
천하의 인심이라는 것이 잘못에 대하여 그것이 밝혀지면 그 후에는 냉정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천하문은 그날 참석함으로써 강남진출에 대한 강남상인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일을 할 수가 있었다. 거기에는 남경상림의 아성에 대하여 보이지 않는 반발을 가지고 있던 중소상인들의 내면에 존재한 반발심도 컸다. 만일 천하문이 흔들린다면 개봉에서도 똑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고 그 것은 어디에서나 동일한 것이었다.
이런 장내의 분위기를 알자 천하문은 오히려 한족에서 조용히 있었다. 여기서 설친다면 반발을 줄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지성룡에 대한 관심을 표하였으나 지성룡은 승천검황과 같이 객잔에 머물렀기에 볼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지성룡에 대한 신비감은 커져 갔다.
“저희는 검마각에 가볼까 합니다.”
“그렇게 하게. 하지만 검마각에 대한 의구심이 있으니 조심하게.”
이기는 승천검황에게 검마각에 가기 전에 작별인사를 하였다.
“영지는 천하문에 가서 혼례를 올리기 전에 여자로서 배워야 할 것들에 대하여 배우고 있어라. 그리고, 자네는 반성을 하면서 인덕을 닦도록 하게.”
황영지와 지성룡에게 가면서 한마디 당부를 하였다.
지성룡은 금언금족령이라서 말을 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여 예를 표하였다.
황영지는 이기가 사라지자 한참보다가 지성룡을 물끄러니 보다가 돌아서서 자신의 처소로 가버렸다.
지성룡도 자신의 거처를 향하여 걸음을 옮겼다.
‘문제로다. 성룡이가 영지에 대하여 뭔가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도 같고, 영지는 성룡이에게 또한 불신감을 가지고 있다. 저 아이들이 서로 반목을 하게 된다면 저 아이들의 앞날에도 좋지가 못한다. 더구나 성룡이가 사황성의 소성주에게 야릇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훗날 커다란 화근이 될 수도 있다.’
승천검황은 지성룡과 황영지의 태도에서 뭔가 불안을 읽을 수가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안으로 들어가서 황영지를 처소로 불렀다.
“두 사람이 떠나서 네가 서운할 것 같아 불렀다.”
황영지는 승천검황이 부르자 가만히 듣고 있었다.
“이제 성룡이에게 의지를 하여야 하는데 성룡이는 제재를 받고 있는 중이니 너에게 관심을 가질 수도 없게 되었으니 걱정이 아닐 수가 없구나.”
승천검황은 서로 대화로 풀어야 하는 시점에 말을 한쪽에서 못해 오해가 깊어질까 두려워 황영지에게 말을 건넸다. 지금의 상태를 준다면 둘 간에 오해가 커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황영지는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금언금족령은 오히려 황영지에게 답답함을 주었다. 지성룡에게 몇 번이나 가서 이야기를 해볼까도 하였지만 금언금족령이라는 제재가 진행되기에 아무런 대꾸도 들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황영지의 내심에는 영소혜의 일로 인한 질투심이 도사리고 있기에 선뜻 지성룡에게 다가갈 마음이 들지 않았다. 더구나 지성룡이 그 일에 대하여 어떠한 감정의 표출이 없기에 불안하였고 차츰 서먹서먹하여 졌다.
이런 일은 상당히 남녀간에는 불안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더구나 이런 황영지의 태도에 지성룡이 상당히 실망한 듯이 조용히 있는 것은 승천검황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징계가 개전을 위한 징계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승천검황은 지성룡의 일에 황영지가 먼저 나서서 관여를 한 것을 나중에 영소혜를 보내고 나서 알았다.
그렇게 되자 황영지가 아녀자로서 남자의 일에 나선 것이 내심으로 못마땅하였다. 설사 지성룡이 잘못을 하여도 내자 될 여자로서 나서는 것은 승천검황의 생각으로 바람직하지 않았다.
황영지는 승천검황이 말하는 것을 알지만 정상적인 관계로 가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승천검황에게 위기가 왔을 때 제재가 통보되기 전에 짤막한 대화만을 하였다. 그때 서로간에 서먹한 분위기를 풀지 못하였다. 그러다 보니 지금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고 있었다. 제재를 받기 시작한 지성룡의 얼굴은 상당히 굳어 있기에 가까이 다가가 말을 하기도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금언금족령이라는 제재는 이미 시행 중이었고 해제하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니 이런 관계로 지낸다는 것은 내내 지켜보는 승천검황으로서는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는 잘 모르겠사옵니다. 소녀가 어떻게 하는 것이 잘하는 일인지 판단이 서지 않고 있습니다. 상공께 일을 들었을 때 어르신들에게 말씀을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렇게 하라고 말한 후에 일이 이상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황영지도 뭐가 잘못되었는지 알 수가 없어 털어 놓고 말았다.
서로 못다한 말이 있는 상태로 있다 보니 일이 이렇게 변한 것이다.
“일단은 자중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가서 조용히 지켜보아라. 그 아이에게 지금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승천검황도 내내 두 사람의 관계가 이상하게 변하는 것 같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남녀간의 문제는 어떻게 해서 될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영소혜는 지성룡이 보낸 글을 받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나마 글이라도 받자 불안한 마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성룡의 글은 자신에 대한 감정이 단순한 수하애 대한 감정이상이라는 느낌이 들었기에 그녀의 마음은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였다.
포기했던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광명정대하게 환골탈태하라는 말이 더욱 더 희망을 가지에 하였다. 그녀는 지성룡의 말처럼 사황성을 개명하는 문제도 심각히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영소혜는 지성룡의 글로 부풀은 가슴을 진정시키고 사마에게 갔다.
“어서오너라. 외단에 대한 소탕령이 떨어지게 되었다고 들었다. 문제는 없느냐?”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 지단에 풍운각의 무사를 보내었으니 힘의 공백은 없을 것 같고 오히려 잘된 면도 있습니다. 외단의 일에는 개입하지 말라는 명을 내려 두었기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풍운각의 무사들을 파견하지 않았다면 큰 문제가 있을 뻔하였다. 그렇게 그들이 나가 있으니 문제는 없을 것 같구나.”
“그렇사옵니다. 하옵고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이왕에 외단도 이렇게 정리 된 마당이오니 아예 이번에 명칭도 개명을 하여버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옵니다.”
영소혜의 말에 사마는 어이가 없는 표정이 되어버렸다.
뭔가를 뜯어 고치는 것은 알았지만 아예 이제 사황성의 이름까지 바꾸자고 하자 불안해진 것이다.
“그럴 바에는 아예 정파로 돌아서지 그러느냐?”
조금은 어이가 없어 반문을 하였다.
“가능하면 흑도의 굴레를 벗고 양지로 나서고 싶습니다.”
사마는 농담처럼 빈정거리듯 생각 없이 던진 말에 영소혜가 반응을 하자 다소 놀랐다.
“설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그 것이 가능하리라 생각하느냐?”
“한순간에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외단과의 관련성이 없어진 마당에 우리가 굳이 흑도를 지향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제는 백도처럼 지단을 강화하여 공개적으로 세를 키워야 할 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렇게 하여 천하문이건 남경상림이건 공개적으로 협조도 하고 발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소혜의 말에 이미 뭔가를 정하고 온 것을 알았다.
“좋다 그렇게 하는 것도 좋다면 마음대로 하여라. 한데 생각해둔 이름이라도 있느냐?”
“영파문(英破問)이 어떨까 합니다.”
영소혜의 말에 가만히 사마는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이름도 흑도의 냄새가 나니 아예 영웅성(英雄城)이라고 하자.”
사마는 영파(英破)라는 어감에서 백도가 느낄 반감을 생각하자 이렇게 제안을 하였다.
“알겠사옵니다. 그럼 영웅성으로 개칭을 하도록 하겠사옵니다.”
영소혜가 그렇게 말라고 기뻐하자 사마는 딸이 뭔가 달라진 것을 느꼈다.
그 것은 그렇게 말하는 영소혜의 뇌리에 다른 것을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었다.
그 것은 묘한 느낌을 주었다. 한순간 지은 그녀의 미소에서 뭔가 음모의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표정은 금방 사라져버렸기에 사마는 자신이 뭔가 잘못 보았나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한데 너는 참룡검객에 대하여 호감을 가지는 것 같던데 아예 포기하였느냐?”
영소혜의 표정이 이상하기에 다시 한번 확인하듯이 물어 보았다.
“글쎄요. 아직 확답을 못하겠습니다.”
영소헤의 대답을 하는 표정이 아까의 표정과 같기에 사마는 의구심이 마음속에서 모락모락 피어 오르기 시작하였다.
“설마 너는 아직도 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았느냐?”
사마는 다시 한번 재차 질문을 하였다.
사마의 질문을 받자 영소헤는 지성룡에 대한 생각을 하자 미소가 다시 피어 올랐고 뭐라 할 수 없는 포근한 기분이 들었다.
“녜, 그래요.”
영소혜의 표정을 본 순간 사마는 이 모든 것이 순간적으로 지성룡과 연관이 된 것을 알았다. 백도로 전향이라는 것을 생각한 이면이 그에게 다가가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자 영소혜에 대한 배신감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영소혜가 한편으로 안쓰러웠다. 그렇기에 정확히 표현하자면 서운하고 아쉬운 감정이었다.
“너는 설마 하니 그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백도로 전향하자는 것이냐? 그런다고 그가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하느냐?”
영소혜는 사마의 말에 정신없이 대답을 하고 말았다.
“그가 그렇게 하라고 했어요.”
영소혜는 그렇게 말하고 순간적으로 대단한 실수를 한 것을 알았다. 그 말을 들은 사마의 얼굴은 무섭게 변하고 말았다.
영소혜가 한 실수는 지성룡에 관한 일에 대하여는 흥분하여 이성을 잃고 대응하는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다.
사마는 영소헤의 말에서 지성룡과 뭔가 교통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교통의 산물이 지금까지 한 모든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영소혜도 사마의 표정이 변하자 순간적으로 긴장하는 표정이 되었다.
“나를 보아라. 그와 무슨 이야기를 하였느냐? 아니 무슨 일이 있었느냐?”
그렇게 사마는 다그쳤다.
순간적으로 영소혜의 얼굴에 공포가 어렸다. 그리고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파랗게 안색만 변하였다.
‘아니 저것은 공포에 질린 것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기세에 사로잡혀 복종을 맹세한 자가 보이는 얼굴이다.’
사마는 영소혜가 보이는 반응에 놀라 영소혜를 자세히 보았다.
‘설마 참룡검객에게 심령상으로 제압을 당하였다는 것인가?’
그렇게 밖에는 영소혜의 반응이 이해되지가 않았다.
그렇기에 사마는 일단 아무런 말이 없이 영소혜를 보았다. 여기서 자신이 압박을 하면 주화입마에 들 수도 있었다.
영소혜가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사마의 몸에서 발출된 기운이 지성룡이 내뿜은 시세에 필적하기에 순간적으로 영소혜가 그 기운에 반응하여 공포에 질렸기 때문이었다.
사마는 그런 생각을 들자 마음을 평온히 하여 영소혜에게서 공포감을 없애려 하였다.
“그에게 설마하니 말을 따른다는 약속을 하였느냐?”
사마는 부드럽게 물었다.
“네, 그러하옵니다.”
영소혜의 말에 사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경위야 어떻든 지성룡에게 영소혜가 제압당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지성룡이 이런 경지에 올랐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성룡이 뛰어남을 알았지만 영소헤에게 그런 일을 할 만큼 무공을 갖추었다고는 생각치 못한 일이었다. 더구나 영소혜가 그런 지경에 처하였다는 것은 영소혜의 마음 한구석에 그에게 복종하려는 마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서 더 놀라고 있었다. 그렇지가 않다면 이렇게 금제를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에게 너를 맡겼느냐?”
사마는 그 일이 걱정되어 물었다.
“아니옵니다.”
영소혜는 이성이 돌아오자 얼굴이 빨갛게 변하였다.
사마는 고민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간 한 모든 일이 지성룡에게 조정당하여 한 일이라는 것을 알자 화가 나기 시작하였다.
‘허허, 이일을 어떻게 한다는 것인가? 한데 이런 것을 한 당사자도 모르는 것 같으니 다행이다만 좀더 경과를 알아보아야 하겠다.’
사마는 영소혜에게 부드럽게 그간의 일을 하나씩 물었다. 영소혜의 대답을 듣다가 이미 일이 예상 외로 커진 것을 알았다. 승천검황에게 발각이 되었다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을 보니 이일로 인하여 승천검황이 뭔가 참룡검객에게 제재를 가하였다. 그러나 애의 상태를 이미 알았고 그대로 두었다는 것은 이 상황을 용납을 하였다는 것이니 애에게 잘된 것인지 원… 내가 치료하기에는 힘들다. 그분이라면 치료가 가능할 것인데 왜 치료를 안했다는 것인가?’
사마는 승천검황이 그대로 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이애가 제압된 상태에서 성의 일을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허허, 애가 이런 지경에 처하도록 몰랐단 말인가? 그러나 다행인 것은 애가 판단력이 그대로 살아 있다는 것이다.’
“참룡검객의 서찰을 가지고 있느냐?”
부드럽게 사마가 묻자 영소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여줄 수 있느냐?”
그 순간 다소 영소혜의 표정이 변하였다.
“보여주기 싫으면 안보여 주어도 된다.”
영소혜가 거부의 표정이 되자 사마는 얼른 하지 않아도 좋다는 말을 하였고 영소혜의 얼굴이 풀어졌다.
“일단은 그의 말을 따른다고 하였으니 따르도록 하여라.”
사마는 지금가지 영소혜에게 시킨 것이 호의적으로 내린 것이라는 판단이 서자 두고 보기로 하였다. 지금까지의 일을 결과만 놓고 본다면 그리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마의 허락을 받자 영소혜의 표정은 금방 기쁜 표정이 되었다.
그 것을 보자 사마는 지성룡에 대하여 분노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마치 흑도의 인물을 대하듯이 겁박하여 굴복을 시킨 것에 대하여는 쉽게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다가 자신을 비롯하여 영소혜도 결국은 흑도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자 더더욱 용서가 되지 않았다. 그런 취급을 당했다는 것이 화가 났다.
아무리 흑도 인물일지라도 영소혜는 여자였다. 그런데 그런 여자에게 무릎 꿇어 식의 복종을 강요한 것 자체가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생각할수록 화가 나기 시작하였다.
“나가보아라.”
더 이상 있게 해서는 어떻게 말을 할지 몰라 영소혜를 나가게 하였다.
영소혜를 내보낸 사마의 가슴에는 분노가 들끓어 오르기 시작하였다. 지성룡에게 호감을 가졌던 만큼 그만큼 분노는 더 컸다. 하나 막상 거절하기 위한 말을 하다가 그런 식의 전개에 대하여 들었기에 일방적으로 지성룡에게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흑도인인 자신이 이런 것을 문제삼으려고 한다는 사실이 다소 어이없기도 하였다.
그렇기에 그의 뇌리에는 혼란이 존재하였다. 풀 수 없는 혼란이 존재하고 있었다.
지성룡에 대한 분노에서 자신이 약했기에 그런 수모를 영소혜가 당했다는 자책감까지 순간 순간 그의 뇌리에는 주체할 수 없는 생각들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일을 대외적으로 문제를 삼기에는 부적절하였다.
그렇게 생각을 하자 사마의 머리는 조금씩 이성을 찾기 시작하였다.
‘참으로 이런 일을 내 딸이 당하니 할말이 없구나. 어떻게 하여야 한다는 것인가? 가만히 모른 척 넘어가자니 향후의 일이 걱정이고 그렇다고 뭐라고 말을 한다는 것인가? 외부에 이 일이 알려지면 망신 중에 이런 망신이 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사마는 끓어 오르는 속을 진정하고 있었다.
‘참룡검객이 그런 야망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런 야망을 숨기고 그리 순한 얼굴로 안심을 시켰다니? 그런 놈이 사황성을 이끈다면 제격인데 이왕에 이렇게 된 것 아예 발목을 잡아버리는 방법이 없을까?’
사마의 뇌리에 지성룡이 사황성을 욕심내었다는 사실에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에 이렇게 된 것 아예 사황성을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좋다 일단 두고 본다. 그렇게 모른 척하지. 일단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너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볼 것이다. 하나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너는 노부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럼 사전에 포석은 해 두어야 하겠지.’
사마의 머리는 영활하게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일단 승천검황이 이일에 대하여 뭔가 제재를 하였다 할지라도 그것은 약한 것이고 곧 해제될 것이다. 그렇다면 승천검황에게 말을 해서 일을 키우고 대비를 하게 하는 것보다는 참룡검객에게 직접 올가미를 던져야 하겠군.’
사마는 황영지라는 이기의 제자가 있지만 무시하기로 하였다. 영소헤의 금제를 해제하지 않은 승천검황에 대한 보이지 않는 반발도 생긴 것이다.
그러나 사실 승천검황도 치료를 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것이기에 포기한 것을 모르는 사마의 이런 오해는 승천검황까지도 불신하게 된 것이다. 순수한 금제가 아닌 연정에 씌어진 금제이기에 해제가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모르고 사마가 오해를 한 것이다.
지성룡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마의 얼굴에는 묘한 미소가 떠오른 것은 한참이 지나서였다.
‘왜 상공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실수를 하고 말지. 숨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발설하고 말아버리는가?’
영소혜는 승천검황의 앞에서도, 아버지의 앞에서도 이성을 잃고 왜 그렇게 대답하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성룡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아버지 사마가 인정해주었다고 생각하자 내심으로 기쁨이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아버님이 인정을 해주었어. 하지만 아버님은 속마음을 보이지 않는데 그렇게 말하고도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있어. 그렇게 되면 오히려 상공이 위험해 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기 전에 상공에게 알려야 하고 상공에게 위해가 가지 않도록 아버님을 잘 살펴야 해.’
영소혜의 머리에는 사마에 대한 불신이 피어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지성룡이냐 사마냐 하는 선택에서 지성룡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내심으로 불안해졌고 결국 그녀를 다시 편지를 쓰게 만들고 있었다.
편지를 막 쓰려고 하던 영소혜는 사마가 도착한다는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너에게 시킬 일이 있어 왔다. 참룡검객에게 이 서찰을 같이 보내도록 하여라.”
사마가 내미는 봉투를 엉겁결에 영소혜는 받아들였다.
“내가 너희들의 관계를 알았으니 주의하라는 글을 보내려는 참이 아니었느냐?”
영소혜는 그 말에 어떻게 알았냐는 듯이 멍한 표정이 되었다.
“방해 하지 않을 것이니 안심하여라. 그러니 이 편지를 전달하여 주도록 하여라. 궁금하면 읽어보아라.”
영소혜는 사마의 말에 편지를 꺼내어 읽어보았다.
그 편지를 읽어 보던 영소혜는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
< 불민한 딸을 수하로 받아주어 고맙소이다. 그러나 여자의 몸으로 수하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걱정되는 바, 여자인 점을 고려하여 조금 수월한 임무를 부여하였으면 고맙겠소이다. 이왕에 딸을 맡기는 바 딸을 수하로만 생각치 말고 그대의 여자로 향후 때가 되면 거두어 주기를 바라겠소이다.>
사마의 편지는 노골적인 청혼이었다. 사마의 이 편지를 보던 영소혜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 올랐다.
“편지가 전달될 길은 있느냐?”
“네.”
“일단 이 글을 전달하여라.”
사마의 말에 영소혜는 편지를 써서 외당 당주에게 넘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