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문무공-68화 (68/149)

제  목: [연재] 독문무공(68)

“제 생각에는 천하문에 객잔을 몇 개 넘기고 표물운송에 대하여 협조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영소혜의 말에 대총사인 화왕의 얼굴은 조금 어두워졌다.

“결국 천지문의 위협을 해소해 주는 조건으로 그들에게 강남으로의 진출을 허락하는 것이옵니까?”

화왕은 일을 듣는 순간에 노강호답게 의미를 파악하였다.

“그래요. 일종의 거래입니다. 물론 본문이 거래로 인하여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많을 수도 있어요. 하나 지금의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방안일 것입니다.”

영소혜의 말에 화왕은 조금 생각에 잠기는 듯 하였다.

“이제 저 번의 조치로 인하여 안정이 조금씩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마당에 이런 거래를 해야합니까? 좀더 있다가 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합니다.”

“저도 이런 거래를 미루고 싶어요. 한데 지금 하자고 합니다.”

영소혜의 말에 화왕은 그 말에 담긴 뜻을 파악하고 체념하는 얼굴이 되었다.

“그들이야 그러할 수밖에요. 며칠동안만 시간을 주면 우리들의 위기가 상당히 해소될 것이니…. 결국 안정을 찾기 전에 거래를 하겠다는 것이로군요.”

“그래요. 그러니 화왕 할머니가 재당당주와 외당당주를 이끌고 이 명단에 적힌 것들을 넘겨주세요. 또한 가격도 그대로 받아주시고요. 이일에 대한 향후의 책임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참룡검객으로 해달라고 하세요. 표물운송에 대한 협조는 그들의 배가 정박하는 항구에서 우리의 짐을 싣는 문제만 우선 협의를 해주시고 향후에 추가적으로 해결하자고 해주세요.”

영소혜의 말에 이미 모든 것이 사전에 결정이 어느 정도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런 거래는 요식행위에 불과하고 사황성이 천하문의 강남활동에 앞으로 방해를 하지 않는 다는 것이 중요하였다.

그 일을 허락하는 행위인 것이었다.

“그들은 아마 모든 것을 이대로 따라줄 것이니 하는 일이란 그저 문서를 주고 받는 일일 것입니다.”

“예, 그럼 그대로 조치를 하겠습니다. 어떤 분에게 우선 연락을 하면 됩니까?”

“시간을 잡아 참룡검객에게 오라고 통보하면 참룡검객이 그 자리에 사람을 내보낼 것입니다.”

“예, 그럼 그대로 조치하겠습니다.”

화왕이 자리에서 물러가자 영소혜는 자리에서 한숨을 쉬고 있었다.

‘이 거래가 결국 내가 참룡검객의 손아귀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는 올가미이다.’

영소혜는 지성룡의 행동을 이해하지가 못할 것 같았다.

참으로 자신에게 막무가내로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처지를 배려해주는 듯 하였다. 하는 요구가 살펴보면 그렇게 무리한 요구도 아니었다. 지금까지 한대로 따른 일들이 그렇게 무리가 없이 추진되는 것만보아도 그러하였다. 풍운각의 무사들도 꼼짝없이 지방으로 쫓겨갔고 외단에서도 아무런 불만이 터져 나오지를 못하고 있었다. 지단의 단주들에게 직속부하를 만들 수 있게 한 조치도 상당히 성공적일 것 같다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런 것만 본다면 자신이나 사황성에 오히려 고마운 일을 해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자신을 억압하고 자신을 강압적으로 대하는 것은 영락없는 흑도인이었다.

‘내가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가?’

영원히 그의 수하가 된다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었다. 당당하지 못하는 관계로 지내는 것은 싫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가?’

그런 생각을 하자 종을 잡을 수가 없었다.

‘백도인이라는 탈을 벗고 천하제패를 하려는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자 영소혜는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하제패를 하고 나는 그 일을 암중에서 수행하는 비밀수하가 되는 것인가?’

영소혜는 그런 생각을 하자 그런 일을 이루어도 자신이나 사황성에 남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하자 암담하였다.

‘결국 어둠 속에서 그를 위해 희생하는 것 외에는 없지 않는가?’

영소혜는 차츰 지성룡이 주는 위압에서 벗어나자 다시 자신을 뒤돌아 보고 자신을 생각하고 있었다.

‘다시 어떤 계기를 만들어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보아야 한다. 막연히 이런 관계는 나에게도 좋지 않고 그에게도 좋지 않다.’

영소혜는 다시 만난다면 이런 것들에 대하여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보아야 하겠다고 생각을 하고 더 이상 결론을 내리지 못하였다.

“어서오시오. 무슨 일로 지매가 내방에 왔소.”

지성룡은 황영지가 들어오자 끌어당겨서 가슴에 껴안았다.

황영지는 지성룡이 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아까 어제밤에 혼사를 결정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지성룡은 황영지가 올 때 그 이야기를 듣고 온 줄을 알았다. 지성룡은 이미 알고 있기에 놀라지 않았다.

“이미 내가 증조부님에게 말했소이다. 그래서 증조부님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어 매듭을 지었던 것이오.”

황영지는 지성룡이 이야기를 했다고 하자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

그런 황영지를 보자 지성룡은 조금 안고 있던 팔에 힘을 주어 더 세게 껴안아 주었다.

지성룡은 황영지를 안쪽으로 이끌어 침상에 앉게 하고 볼에 입맞춤을 하였고 황영지는 지성룡이 그렇게 하자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옆에 지성룡이 앉자 황영지는 자연스럽게 몸을 기대왔다.

“지매, 이렇게 지매가 있으니 정말 좋아.”

황영지는 지성룡이 귀에 속삭이자 더욱 달라붙어 품에 파고 들었다.

“저는 증조부님들을 따라서 먼저 개봉에 가기로 하였어요. 상공은 같아 못가시나요?”

“아직 정해진 것은 없소이다. 가도록 해보겠소.”

“상공이 없으면 보고싶을 것 같아요. 그러니 같이 가요.”

“하나 이미 사황성과 새로운 일을 하게 될 것 같아 잘 모르겠소.”

“저도 대충은 들었어요.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는데 말해주실 수 있어요?”

“무엇이 말이오?”

“전 상공이 앞으로 무엇을 하려는지 모르겠어요? 상공의 위치가 좋아 보이지만 사실 상공은 셋째아들이니 천하문을 이어받지도 못할 것이고….. 하지만 무공은 최고가 될 것이고 어른들도 상공에 대하여 특별한 취급을 하고요. 이러니 저도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할지 종을 잡을 수가 없어요.”

“그말은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겠느냐는 질문이오?’

“그래요? 무공이 천하제일이라고 하여도 천하문에서는 결국 형님이 계시고 상공은 천하문이 안정되면 할일이 없고 오히려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어버릴 것이 아니예요?”

황영지는 자신이 천하문의 여자가 된다는 사실을 인식한 후부터 그런 생각으로 고민을 하였다. 지성룡의 위치가 천하문에서 상당히 애매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고민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매, 나는 천하문에 연연하지 않을 생각이오.”

황영지는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천하문을 벗어나서 천하를 상대로 내 뜻을 펴고 싶소이다.”

지성룡의 말에 황영지는 다시 어떻게 라는 말이 뇌리에 떠올랐다.

“상공이 말하는 것은 천하제패이옵니까?”

황영지는 말을 하면서도 목소리를 낮추었다. 이런 말은 함부로 할 것이 아니었다.

“그렇소이다. 천하제패를 하고 싶소. 그리하여 천하를 발 밑에 두고 싶소이다.”

지성룡은 그말을 하면서 전음으로 바꾸었다.

“저도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는데 사실이었군요. 하나 그러려면 필연적으로 천하문을 수습하여야 할 것이 아니예요.”

황영지는 장악이라는 말을 수습이라는 말로 바꾸어 물었다. 그녀도 전음을 사용하였다. 지성룡이 전음을 사용하는 것은 자신에게도 전음을 사용하라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그일은 나중에 생각해 볼 문제요. 문제는 사황성이요.”

“사황성을 장악하려고 하나요?”

황영지는 지성룡이 이미 천하제패를 하려고 결심을 굳힌 마당에 사황성을 장악하는 것은 당연하기에 물었다.

“물론이오. 이미 일은 시작하고 있소이다.”

지성룡의 말에 황영지는 자신이 생각하는 지성룡과는 다른 면모를 보고 있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 이후에 뭔지 모르게 행동이 달라졌다. 그전에는 수동적이었다면 그 후로는 조금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그전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몇 번 말을 건네보면 알 수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그 속이 보이지가 않았다.

그 일이 지성룡을 바꾸어 놓은 것 같았다.

“설마 천하문과의 합작도 그 일의 일부인가요? 이런 일을 검황어르신에게 말씀드렸나요?”

지성룡이 천하제패의 의사를 승천검황에게 말하였는지 의문이 들어 먼저 물었다.

“물론 그 일은 바로 사황성을 장악하는 첫번째 일이오. 하나 아직까지는 검황어르신에게는 이런 뜻을 밝히지 않았소이다.”

“상공은 무섭게 변하였군요. 이런 일을 어떻게 그분에게 비밀로 할 수가 있죠?”

황영지는 그렇게 일을 처리하는 지성룡의 처사가 마땅치가 않았다.

“하면 먼저 천하문의 사람을 부르고 어르신에게 말씀한 것도 이미 일을 이렇게 만들 생각으로 그렇게 한 것이예요?”

황영지는 지성룡의 속 마음을 알자 위험한 야망이라는 생각이 들어 책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전음으로 말을 하기에 목소리는 적었지만 지금까지 부드럽던 황영지의 얼굴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때가 되면 이야기할 것이오. 하나 아직은 때가 아니오?”

“그래요. 상공은 때를 보면서 모든 것을 하는 것이군요. 설마 저와의 일도 때가 되었기에 한 것인가요?”

황영지는 지성룡의 말에 그렇게 따져 물었다. 지성룡은 그 질문에는 마땅한 말이 없어 머뭇거렸다.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오.”

“상공을 보건데 아마 사황성의 소성주도 취하려고 하는 것 같군요. 그렇기에 그전에 저를 확실하게 정리하여 문제를 없애려고 하였겠군요.”

황영지는 영소혜를 본 순간 불안하던 마음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영소혜를 취하겠다는 통보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아니오. 나는 영소혜를 단순한 수하로 받아들일 생각을 하고 있소이다.”

지성룡은 황영지의 오해를 불식시키지 못하면 문제가 심각해질 것 같아 자신의 계획을 말하였다. 황영지가 영소혜를 취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자 변명을 하였다.

“수하로 받아 들인다니요? 그렇게 하는 일이 가능해요? 결국 처녀로 늙지 않으면 혼인을 하여야 하는데 과연 혼인을 한 이후에도 상공에게 충성을 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요? 결국 수하로 받아들여도 여자로 취하지 않는다면 안된다는 것을 모르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인가요?”

황영지의 말은 지성룡의 마음속을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꿰뚫고 있었다.

지성룡은 아무 말도 못하고 조용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황영지의 지적에 변명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흑도의 여자예요? 천하제패를 하려고 하는데 흑도의 여자를 취할 수가 있어요? 그렇게 하면 천하문에서도 용납을 할 수 있을까요? 취하지도 못할 여자를 수하로 받아들여요?”

황영지는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퍼붓고 있었다. 자신 외에 다른 여자를 취한다는 생각을 하자 용납이 안되었기 때문이다.

황영지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더 이상 있다가는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대문이었다. 들어올 때의 설레던 기분은 사라지고 그녀의 얼굴에는 싸늘함만 감돌고 있었다.

황영지가 뛰쳐 나가자 지성룡은 실로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결과가 끝나버리자 어이가 없었다. 그는 형인 지연룡이 양해를 하자 황영지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아 말을 하였던 것인데 그것은 그의 착각이었다.

화가 나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황영지는 침상에 엎어졌다.

실로 이런 배신감은 처음 느껴 보는 것이었다.

한참을 침상에 엎어져서 울고 나자 다시 조금 이성이 돌아오고 있었다.

‘실로 이런 사람이었단 말인가? 그런 욕망을 담고 살고 있었다는 것인가? 그런 사람인 줄을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자기 회의(懷疑)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모든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가 지금가지 말한 사랑한다는 말조차 믿을 수가 없었다.

‘천하제패가 무엇이기에 사람이 이런 식으로 변하여 버린단 말인가? 실로 인간이라면 하지 않아야 할 일을 하여야 하는가? 저 사람이 하는 방식을 보건데 수하로 이미 만들었기에 입으로 꺼낸 것이 아닐까?

이렇게 본다면 그 속에 들어 있는 것을 소위 때가 되면 하나씩 펼쳐보이는 사람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러면 사황성의 소성주도 이미 철저하게 당하고 있는 것일 수가 있다. 가끔씩 몰래 다니는 것도 그 일을 위해서 나다닌 것이다. 앞으로는 도움을 주면서 뒤로는 협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황영지는 한 가지가 의심이 들자 모든 것이 의심스러웠다.

‘그러면 이미 모든 것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란 말인가? 우리만 모르게 하고 모든 것을 뒤로 진행하였던 것이란 말인가?’

그런 생각이 들자 이대로 방치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방법이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미 이렇게 되었다고 어른들에게 알릴 수도 없지 않은가? 이미 엎질러진 일이다. 어른들에게 말하는 것은 일만 더 복잡하게 만들어 버린다. 내가 수습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하자 황영지는 제일 먼저 할 일이 영소혜를 만나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일이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알아 보아야 한다. 그의 성격으로 보건데 수하라고 하는 것은 아직까지 취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수하라는 명분은 이미 만들어 버린 것이 분명하다. 도움을 미끼로 그렇게 한 것이 틀림없다.’

황영지는 실마리가 잡히자 지성룡이 한 것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상상할 수가 있었다.

그리하여 황영지는 영소혜를 만나기 위해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소성주의 거처에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죠?”

영빈관으 나서자 영빈관의 입구를 지키는 사황성의 무사가 서 있었다. 황영지는 그에게 물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제가 알아보고 조치를 취하겠사옵니다.”

그 무사는 앞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가 윗사람인 듯한 사람과 같이 나타났다.

“제가 안내를 하겠사옵니다.”

그들은 황영지가 누구인지를 알기에 별다른 절차 없이 취화원에 있는 영소혜의 거처로 들 수가 있었다.

“황소저께서 무슨 일로 왔사옵니까?”

영소혜는 황영지의 예 고없는 방문에 놀랐지만 일단은 반갑게 맞이 하였다.

황영지의 표정을 본 영소혜는 그녀의 표정이 굳어있자 불안하였다. 그리고 아무런 죄도 없지만 지성룡과의 일이 있기에 불안해지기 시작하였다.

황영지는 아무런 말이 없이 영소혜가 안으로 이끌자 그대로 따라 들어갔다.

황영지가 아무런 말이 없자 오히려 그 분위기는 점점 긴장된 분위기가 되어갔다.

영소혜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변하자 수하들에게 멀리 가라고 지시를 내렸다.

“영소저에게 물어볼 것이 있기에 왔어요.”

영소혜는 무슨 말이냐는 듯이 보았다.

“천하문과 협조에 관한 것이예요. 이 일에 대한 의구심을 풀어야 하기에 온 것입니다.”

황영지는 일단 직접 수하가 되었느냐는 질문보다는 약간은 핵심에서 벗어난 질문을 먼저 던졌다.

“말 그대로 거래를 하자고 하는 것입니다.”

영소혜는 무슨 말인지 파악이 되지 않아 일반적인 대답으로 황영지의 의도를 거꾸로 탐색하였다.

“영소저, 지공자와 있었던 거래에 대하여 사실대로 말해주세요.’

황영지는 영소혜의 표정이 다소 불안해 하는 것 같자 좀더 구체적으로 물었다. 영소혜에게 처음부터 지성룡의 수하가 되었냐고 물을 수는 없기에 다시 질문의 강도를 높인 것이다.

“천지문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그런 거래를 한 것입니다.”

영소혜의 태도에서 황영지는 이미 지성룡이 일을 벌였음을 알 수가 있었다. 이런 질문을 받았을 경우에 그녀의 평판으로 본다면 발끈하거나 오히려 질책을 하여야 하는데 목소리가 오히려 떨리고 있었다.

“이미 지공자님에게 이일에 대하여 어느 정도 들었어요. 그렇게 시치미를 뗄 필요는 없어요.”

황영지는 그런 확신이 들자 그렇게 말하였다. 그 말에 영소혜의 얼굴이 창백해졌고 입술을 물어 뜯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같은 여자로서 누구는 부인으로 선택되고 누구는 시녀로 선택되었다는 수치심과 패배감이 엄습해 왔기 때문이었다. 영소혜로서는 황영지가 이렇게 질문하자 부끄럽고 분하여 도망치고 싶었다.

영소혜의 태도는 지성룡이 일을 벌였다는 증거였다.

“결국 그일이 사실이었군요?”

황영지의 말에 영소혜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영소혜의 다급한 상황을 이용하여 도움을 미끼로 협박하여 그런 관계로 맺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분노가 다시 솟아오르고 있었다.

“언제였나요?”

황영지는 그 때가 언제였는가가 궁금하여 물었다.

“저녁초대 하는 날 수하가 되지 않으면 돕지 못한다고 하여….. 결국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고 위협에 못이겨서 충성서약을 하고 말았어요.”

영소혜는 지성룡과 황영지가 자신의 일로 인하여 다투었다는 것을 말을 하고서야 감지하였다. 그런 것조차 아직까지 생각을 할 만큼 여유가 없는 영소혜였다.

그 순간 황영지는 독하다고 소문이 난 영소혜가 주눅이 들어 있자 어이가 없어 지성룡이 어떤 식으로 위협하였는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결국 뭔가 심령상의 압박으로 인하여 타격으 입어 영소혜가 굴복한 것을 알았다. 이런 면을 본다면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 폭력은 아니지만 무공을 이용하여 무형의 기로 위협하였다고 밖에는 생각이 되지 않았다. 기세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었다.

결국 영소혜는 고양이 앞의 쥐처럼 농락당하여 충성을 서약한 것이었다.

황영지는 그런 지성룡의 일면을 보자 술수는 비겁하지만 인정해야할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식의 타격을 받은 사람은 언제나 일종의 정신적인 속박으로 더 강한 충격을 받지 않는한 배신을 꿈꾸지는 못하는 것이다. 결국 황영지가 어떠한 말을 하여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죠, 영소저.”

황영지는 영소혜의 처지가 불쌍하여 물었다.

“어떻게 할 수가 있어요. 따를 수밖에요.”

황영지를 믿지 못하는 마음이 있기에 영소혜는 자신의 본심을 감추었다. 지성룡의 부인이 될 여자였고 보이지 않게 영향을 미칠 것을 알기에 자기방어적으로 얼른 답하였다. 억울하지만 그렇다고 마음을 터놓고 말할 상대는 아닌 것이다.

“영소저가 수하가 되었다는 것은 사황성 전체가 지공자의 수하가 되었다는 것이군요.”

황영지는 영소혜의 상태를 보자 더 이상 말을 하여 보았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실례했어요. 가볼께요.”

황영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영지가 떠나자 이런 사실을 시인한 것이 황영지에게 당하였다는 생각이 들어 지성룡에게 질책을 들을까 겁이 났다.

그 사실을 깨닫자 얼굴이 파랗게 질리기 시작하였다.

지성룡에게 질책을 받는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정신이 없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어떻게 말을 하여야 지성룡이 질책을 하지 않을까 고민을 하기 시작하였다.

“수하로 만들 생각이 아니라 이미 수하로 만들어 두었더군요.”

황영지는 지성룡의 방으로 들었다. 그러면서 들어가자 마자 전음으로 지성룡에게 큰 소리를 쳤다.

그러면서 빈정대듯이 말을 하였다.

“갔다 왔소이까?”

“그래요. 가서 확인을 하였어요. 당신의 말은 하겠다고 할 때는 이미 다 해놓고 확인절차만 남아 있기에 확인하였어요. 저녁초대를 받아 간 날 그렇게 하고서 우리에게는 시치미를 뚝 떼었군요.”

황영지의 말은 지성룡의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혔다.

“어떤 사술로 영소저를 그렇게 만들어 버렸나요? 사람이 주눅이 들어 상공에 관한 일이라면 바보가 되어 버리더군요. 그렇게 몇 사람만 제압하면 천하제패는 쉬운 일이겠군요.”

지성룡은 말이 없었다.

“지금 즉시 어르신들에게 이일에 관하여 말하고 수습을 하세요. 앞으로 이일에 대하여 수습을 할 때까지 나에게 말을 하지 말아요. 어떤 말을 하더라도 대꾸도 하지 않을 것이예요. 만일 어르신들이 인정을 한다면 그 것은 진짜 상공이 천하제패를 할 사람이라고 인정하고 받아줄 거예요. 그렇지 못한다면 이미 저질러진 일이고 어른들의 체면이 있기에 혼인은 하겠지만 마음은 얻지 못할 거예요.”

황영지는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

지성룡은 아무런 말도 못하고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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