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문무공-65화 (65/149)

제  목: [연재] 독문무공(65)

“저들에 대한 죄를 도찰각주는 논하여라.”

수왕을 비롯한 열명의 원로와 수호삼단의 단주가 포박되어 있는 가운데 사마 영추상은 태사의에 앉아서 치죄를 하고 있었다.

“명을 받아 죄를 논하고자 합니다.”

도찰각주가 말을 마치자 북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본문을 전복하고 본문을 천지문에 팔아 넘기고자 하였사옵니다. 이들의 죄를 일단 치죄코자 합니다.”

그들 열 한명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일단 자백을 받도록 하라.”

그들은 자백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자신들로 수십의 후손이 죽을 수도 있기에 솔직히 시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시점은 육개월 전으로 올라갔고 천지문과의 결탁은 영소혜가 율사청의 혼사를 거절한 시점이었다. 한사람 한사람의 자백이 이어지고 최고의 수뇌라고 할 수 있는 수왕이 자백을 할 순서가 되었다.

“참으로 안타가운 일입니다. 이십년전 대제께서 소성주가 탄생한 이래 우리에 대한 의리를 저버리셨습니다. 우리가 배반을 하기 전에 이미 대제게서 배반을 하신 것이옵니다.”

수왕의 말에 사마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이런 소리를 지껄이게 놔두는 것이 해로운 일이지만 끝가지 참고 있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오. 그대들은 이미 죽음을 각오한 것 같구려.”

사마의 말에 그들은 아무 말도 없었다. 모반을 하였지만 실로 비겁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길이 없구나. 죽이자니 내부동요가 무섭고 살리자니 배반이 두렵고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그렇게 사마가 태사의에 앉아 고민할 때 영소혜는 지성룡의 전음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저들을 확실하게 용서하고 풀어주시오. 그들에게 선택을 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지성룡의 말에 영소혜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들을 풀어주었을 때의 파장은 너무나 엄청난 것이기에 영소혜는 판단이 서지 않았다.

“하오면 저들로 인하여 발생할 이후의 선례는 어떻게 하오며 저들과 연관된 자들의 동요는 어떻게 할 것이옵니까?”

“칠팔백명의 원한을 가진 자들을 만들지 마시오. 저들의 가족을 다 처형하여도 칠팔백명의 원한을 가진 자가 다시 남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바에는 그들을 용서하여 홀가분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오.”

영소혜는 그말에 수긍을 하였다. 이미 저들은 무공도 전폐하였고 이미 살아 있는 목숨이 아니었다.

“성주님, 소녀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영소혜가 나서자 사마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런 시점에 영소혜가 나서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였다. 악역은 사마의 몫이지 영소혜의 몫은 아니었다.

“저들의 죄는 능지처참이 마땅하오나 저들은 성주님을 따라서 몇십년간 일해온 본성의 공신이기도 하옵니다. 그들이 참으로 죄를 범하였으나 일이 발각되는 시점에서 순순히 죄를 인정하였사옵니다. 저들에게 사황성을 떠날 수 있도록 조치를 바라옵니다.”

영소혜의 말은 실로 파격적인 말이었다.

사마로서는 영소혜가 무슨 생각으로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되었다. 지금 이시점에서 저들을 풀어주면 결국 저들이 천지문으로 갈텐데 그렇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피를 적게 흘리라는 승천검황의 당부도 생각이 나서 지그시 영소혜의 말을 생각하여 보았다.

그 순간 사마도 깨달을 수가 있었다. 저들이 순순히 잡힌 이면에는 바로 가족들에 대한 아량을 베풀어 달라고 잡혔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이 자신의 수중에 있다는 생각이 미치자 다소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소성주의 마음을 알겠도다. 그대들에 대한 죄는 명백하여 사형에 처하고 그 식솔들도 이번 일에 대한 죄를 물어야 당연한 것이나 그간의 공을 생각하여 그대들을 방면할 것이다. 이후에 이일에 대하여 더 이상의 논죄는 하지 않을 것이며 이들로 인하여 투옥된 자들도 모두 방면하여 주어라. 본성을 떠나고자 하는 자들이 있다면 떠나도록 하며 떠나지 않고자 한다면 그들에 대하여는 향후에 별도의 조치를 취하여 구제토록 할 것이다. 이것으로 이일에 대한 모든 것을 마무리 짓도록 한다.”

사마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로서는 대단한 인내심을 발휘한 일이었다. 원한을 더 크게 만들어서 좋을 것이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 이렇게 한 것이다. 원한이란 만들면 만들수록 더 커지는 것이기에 사마는 그들에게 떠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는 영소혜를 위한 마음도 들어있었다. 향후의 사황성은 영소혜가 이끌어야 하는데 이들에게 은혜를 베풀어서 영소혜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도록 만들기로 한 것이다.

저들이 이미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있는 마당에 어디에 가건 정상적으로 활동을 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저들은 조용히 잊혀져 가는 것이다.

저들 중에 원한을 가지고 있는 자도 있겠지만 향후 이정도로 관대하게 처벌을 하였는데도 반심을 품고 음모를 꾸미려 해도 동조해줄 동조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기에 과감히 살려준 것이다.

“잘하셨소. 그리고 몇 가지 해야할 일이 있소.”

지성룡은 영소혜에게 주변의 사람을 물리치라고 하고 영소혜의 처소인 취화원에 들었다.

“말씀대로 그들을 풀어주었어요. 그들을 풀어주었는데 그들이 다시 음모를 꾸미면 어떻게 되나요?”

“그들은 결코 다시는 모반을 할 행동을 못할 것이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항상 그들을 감시할 것이기 때문이오. 일단 이 문제는 이렇게 해결이 되었으니 더 이상 논의치 맙시다. 그들에 대한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이오.”

그렇게 안심을 시켰다.

“가져간 서류는 밤새워서 살펴보았고 몇가지 해결 방안을 찾을 수가 있었소. 현재 가장 위험스러운 일이 외단의 동요요. 그들이 배반하지 못하게 해야할 것이오. 그렇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실질적으로 배반할 마음을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오. 따라서 열두개의 지단에 풍운각의 무사 백여명씩을 파견하시오.”

영소혜는 그말에 어이가 없다는 얼굴이 되었다. 천지문의 위협을 받기에 더 많은 숫자를 총단인 사황성에 모으려고 고심하는 마당에 본성의 무사를 줄이는 일을 하라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나 현 상황에서 천 이백이나 빠져나가면 성의 수비에 심각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더구나 지단에 무사를 보내면 외단에서 반발을 할 것은 당연합니다. 그들에 대한 어떤 간섭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일단은 천지문에 대한 대비로 이런 조치를 한다고 하여 모든 반발을 무마하십시오. 풍운각의 무사들도 지단에 가지 않으려 할 것이지만 그들에게 천지문에 대한 위협을 말하면 수긍할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여 움직이도록 하고, 그들이 도착한 후에 조금 시간을 두고 그들에게 그곳에서 주둔하라고 하면 될 것입니다. 외단도 천지문의 위협에 대비하여 왔다면 당분간은 대놓고 반발은 못할 것이오. 만일 반발을 한다면 천지문을 도우려고 하느냐고 아예 이삼백명을 보내어 공격을 해버리면 되는 일이오. 그렇게 된다면 누구도 반발하지 못할 것이오.”

영소혜는 지성룡의 계교가 실로 치밀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본성이 약해지는 문제부터 지단에 나가는 무사들이 배반하지 않을까 두려웠다.

“그렇게 하겠습니다만 사황성에 대한 방비는 문제가 아닙니까?”

“일단 팔백의 풍운각 무사들로 방비를 하고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는 조직을 아예 호위대로 통합하십시오. 지존호위대니 수호삼단이니 밀영루니 하는 조직을 하나로 묶어 호위대로 통합하여 일대, 이대, 삼대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오.”

그 말에 영소혜는 얼굴이 변하였다.

“이미 그들 조직들은 더 이상 비밀 조직이 아니오. 그들에게 너무나 많은 돈을 들이고 있소이다. 이번 기회에 양지의 조직으로 만드시오.”

물론 이렇게 개편한다고 하여 문제는 없었지만 그렇게 하라는 것은 완전히 사황성을 자신의 수족으로 알고 있는 것이니 내심 불쾌하였다.

“또한 살각은 아무 짝에도 소용없는 조직이오. 그들 중에 살수조직을 움직일 서너명만 천기각에 넘기고 나머지 인원들은 호위대나 풍운각으로 편입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이렇게 조직을 개편하는 것이 좋지만 막상 그렇게 하려고 해도 사마가 움직여야 했다.

“알겠어요 아버님께 그렇게 진언을 드려보겠습니다. 하나 본성이 약해지는 것은 어떻게 말해야 합니까?”

영소혜는 그것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현재처럼 모반의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풍운각의 이천과 친위세력이 부딪치는 상황을 가정해보면 차라리 팔백의 풍운각 무사가 나을 것이오. 팔백의 풍운각 무사로도 사황성에 대한 경비는 충분할 것이오. 그리고 천지문이 전쟁을 한다면 이제 본성보다는 외단을 공략할 것이고 만약 외단들이 이탈을 한다면 고립무원의 상태가 될 것이오. 그렇기에 외단이 배반하지 않도록 견제하고 천지문의 위협을 막아야 하는 것이오.”

영소혜는 그제서야 천지문이 다음으로 공략할 목표가 보였다.

천지문이 공격을 한다면 당연히 먼저 외단과 지단일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이것이 가장 훌륭한 대비책이었다.

“물론 그 수로 막기는 역부족이지만 외단이 한 순간에 천지문의 수하가 되는 것은 막을 수가 있을 것이오. 그렇게 된다면 그래도 천지문에게 지체할 시간을 주고 본성에서 증원군을 파견할 수가 있는 것이오.”

“알겠사옵니다. 그 외는 없사옵니까?”

“외단을 없애시오.”

영소헤는 지성룡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황성의 기반은 외단의 암흑조직인데 그들을 없애라는 것은 실로 파격적인 발상이었다.

“외단이 지금까지 사황성의 근간이긴 하나 없애야 할 조직이오. 차라리 지단을 강화하도록 하고 외단은 하나씩 제거할 필요가 있는 것이오. 수입의 오할이 외단으로 빠져나가고 있소이다. 그들에게 뜯기는 돈을 완전히 회수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인원을 무사로 만들 수가 있소이다. 지단의 단주들에게 풍운각의 무사 말고도 이삼백명정도 무사를 채용케 한다면 외단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오.”

지성룡의 말은 천지문이라는 적을 핑계로 지단을 강화한 다음 그 힘을 바탕으로 지단을 키우고 다시 외단을 압박하여 말살하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려면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여섯달 정도면 이미 대세는 형성될 것이오. 그렇게 되면 결코 외단은 대항하지 못하고 지리멸멸해 질 것이오.”

“알겠사옵니다. 지공자님은 실로 무서운 사람이군요.”

“다 천하문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일이오. 단지 적용하는 것만 조금 생각한 것이오. 천지문이라는 적이 있으니 이런 조치의 시작은 무리가 없을 것이오.”

영소혜는 이렇게 할 일을 생각하자 서광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재당과 외당, 청류당의 관계가 너무나 복잡하고 비효율적이오. 이들에 대하여는 이일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다음에 조치를 취하도록 하시오. 그리고 일단은 화왕을 대총사던지 무상이던지 하는 자리를 만들어 전면에 내세워 동요를 방지하는 것도 좋을 것이오.”

“알겠사옵니다. 그럼 아버님께 이 일들을 동시에 조치토록 하겠사옵니다. 어찌 되었건 이렇게 라도 한다면 조금은 안심이 되네요.”

영소혜는 지성룡의 말에 순순히 따르겠다고 하였다.

그런 그녀의 얼굴에는 이제 다시 생기가 돌고 있었고 충격에서 회복한 듯하였다.

지성룡은 영소혜의 얼굴에 생기가 돌자 다소 안심이 되면서도 이러다가 다시 원래의 관계로 돌아가 버리지 않나 하는 염려가 되었다.

“좋아할 것은 없소이다. 내가 사황성을 지켜주기로 하였고 수하인 당신의 세력인 사황성이 커져야 내 힘도 커지기에 하는 일이니.”

지성룡의 말에 영소혜는 잊고 있던 두 사람의 관계가 다시 떠올랐다.

결국 지성룡이 이렇게 하는 것은 바로 지성룡의 이익을 위해서 하는 것이지 영소혜를 돕는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자 마음이 싸늘히 식는 것을 느꼈다.

“내가 하라는 대로 하시오. 아마 내가 말한대로 한다면 소저의 아버님도 따를 것이오.”

이런 말들은 영소혜의 기분을 완전히 망쳐버렸고 새로운 걱정을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지성룡은 소리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지성룡이 영빈각에 가자 네 사람이 지성룡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오너라. 어디를 함부로 다니다 오는 것이냐?”

승천검황은 지성룡이 사황성을 몰래 다니자 걱정되는지 말을 하였다.

“사황성에 대하여 알고 싶은 것이 있어서 좀 다녔습니다.”

지성룡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고 얼버무렸다.

“오늘 사마의 조치는 흑도답지 않은 일이었다. 그가 이번 일을 겪더니 조금은 마음이 약해진 것 같다.”

승천검황은 일을 이미 들었는지 말을 하였다.

“제 생각에는 이렇게 아량을 보임으로써 분열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그들은 무공이 폐지되어 범인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방면을 한다고 하여도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식솔들도 죽어야 할 것으로 아는 마당에 풀려 났으니 크게 원한을 갖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론 그들이 떠나지 않고 있을 것이지만 크게 힘을 쓰지는 못할 것이고 떠나도 배신자라는 낙인을 쓰고 있기에 활동도 못할 것입니다. 참으로 그런 계산에 따른 조치입니다. 더구나 영소혜가 이일을 주청하여 하였기에 영소혜에 대한 지지도 커졌을 것입니다.”

지성룡은 자신이 영소혜를 움직여 한 일이지만 해석을 하여 주었다.

“큰 일을 하나 무사히 넘겼다. 이제 우리도 갈 채비를 하여야 하겠다.”

“아마 삼일 후에 떠날 것 같습니다. 그때 저희도 같이 움직이지요.”

“알았다. 너희 본가에서는 오원주가 움직이느냐?”

“예, 이미 풍운각에 있던 후기지수들과 출발하였사옵니다. 제가 연락을 보내어 저에게 합류하라고 연락을 드렸습니다.”

지성룡의 말에 그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일단 같이 움직이는 마당이니 그들이 합류하여도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그들을 본다면 사황성도 본문의 힘을 인식할 것이옵니다.”

지성룡은 그들에게 상의를 하지 않고 오라고 한 것에 대하여 해명을 하였다.

“아버님, 소녀이옵니다.”

영소혜가 들자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래 일단은 승천검황의 부탁도 있고 네가 주청을 하여서 그들을 풀어는 주었다만 이후에 어떻게 할 생각이냐?”

“저번에 말씀드린 대로 사황성에 대하여 대대적인 정비를 하고 지단에 대한 정지작업도 할 생각이옵니다.”

그 말에 사마는 영소혜가 그런 말을 하자 가만히 듣고 있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느냐?”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일단은 대총사라는 직책을 만들어 화왕할머니를 앉힐 생각입니다. 또한 지금 유지하고 있는 비밀세력은 더 이상 비밀세력이 아니기에 그들을 호위대로 통합하였으면 합니다.”

그 말에 사마도 그렇다고 생각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비밀세력 형식으로 운영하기에 너무나도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을 호위대로 통합하여 지휘를 제가 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하여라.”

“다음은 풍운각에 대한 정리입니다. 그들이 오직 하는 일이란 사황성의 경비이옵니다. 그들 중에 팔백 정도만을 남기고 천이백정도는 지단으로 내보낼 생각입니다. 그들에 대한 지휘권은 물론 제가 가지고 있을 생각입니다.”

영소혜의 말에 사마는 다소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그들은 가까이 두기에는 다소 믿음이 가지 않는 조직입니다. 그렇기에 그들을 지단으로 내보낼 생각입니다. 일단 지단에 천지문을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할 생각이옵니다.”

사마는 영소혜의 말에 가만히 듣고 있었다.

“본성에 대한 경비는 팔백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지단에 나가면 외단세력들을 견제하여 천지문이 침투하더라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 것이고 재당이나 청류당 휘하의 사업에 대한 외단의 간섭도 줄일 수가 있을 것입니다.”

영소혜의 말에 사마는 실로 영소혜가 위험한 생각을 하는 것을 알았다.

“외단이 이일에 반발을 할 텐데 그들의 반발은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냐?”

“제 생각에는 일단 천지문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면 그들은 더 이상 반발을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래도 반발을 한다면 정면으로 대응하여 힘으로 관철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옵니다.”

그 말에 갑자기 영소혜가 냉정하고 영리해졌다는 생각을 하였다.

“하나 본성이 그만큼 취약해질 것이 아니냐?”

“본성은 지단이 강해지면 오히려 안전해 질 것입니다. 외단이 배반하지만 않는다면 문제는 크게 없을 것입니다.”

“알았다. 그러나 고작 백명으로 수백명의 외단을 견제하기가 쉽겠느냐?”

“그 문제도 생각을 하여 보았습니다. 하나 일단 풍운각의 무사들이 백명씩 나간다면 외단도 함부로 움직이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런 연후에 움직일 생각입니다. 풍운각의 무사의 지휘권은 제가 가지고 있는 반면에 지단에 지단주의 휘하에서 움직일 이삼백명정도의 직속부하를 가지도록 권한을 주고 자금도 대줄 생각입니다. 한 개 지단에 한달 삼천냥정도의 돈이 들어갈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 돈은 외단으로 흘러가는 돈을 조금만 줄이면 될 것입니다.”

영소혜의 말에 사마는 영소혜가 외단을 아예 말살하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실로 외단을 다 죽이려는 것이냐?”

“그렇사옵니다. 본문이 흑도로 분류되는 것도 외단과의 관계 때문이옵니다. 차제에 외단을 아예 없애고 그들이 하는 일을 지단에서 하게 만들 생각입니다. 다른 때라면 지단에 풍운각의 무사를 보내는 자체가 어렵지만 천지문의 위협을 받는 마당이기에 그들도 반대를 하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조치를 하여 외단이 가진 힘을 완전히 회수하도록 하겠습니다.”

“실로 너는 무서운 아이구나. 내가 그 동안 너를 너무 어리게 보았구나.”

사마는 영소혜가 갑자기 무섭게 변한 것을 알았다. 예전에 사마에게 의지하던 영소혜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또한 살수각도 천기각에 서너명만 살수조직과 관련된 인원을 남기고 호위대로 통합할 생각입니다. 물론 일부는 풍운각에 보내기도 할 생각입니다.”

“음 그런 조치는 아예 사황성을 송두리째 바꾸는 일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런 일은 혼란만 가중되지 않겠느냐?”

“지금이 바로 그래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왕 방향이 정해진 마당에 주저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영소혜의 말은 사마에게 사황성의 전권을 달라는 말이었다.

영소혜 중심으로 아예 뜯어고치겠다는 이야기였다.

“좋다, 그렇게 하여라. 언제 출발은 하겠느냐?”

“삼일 후에 출발할 생각입니다. 지금부터 곧바로 호위대부터 발족한 후에 풍운각을 움직이도록 할 생각입니다.”

“알았다. 이제 사황성에 대한 것은 당분간, 아니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너에게 맡기겠다.”

“네,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사마는 영소혜의 말에 자신이 이제는 늙었음을 절감하였다.

그리고 이제 모든 것이 자신에게서 떠나가는 것을 느꼈다. 영소혜가 이런 일을 할만큼 컸다는 생각에 안도를 하고 있었다.

사황성의 대전에는 갑자기 나타난 영소혜로 인하여 긴장에 휩싸였다.

그냥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나타나자 영소혜가 중앙에 있는 태사의에 앉았기에 더욱 놀람은 극에 달하였다.

지금까지 그 자리는 오직 사마만이 앉았기에 그 자리에 영소혜가 앉는다는 것은 영소혜에게 모든 전권이 넘어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가서 화왕 할머니에게 대전으로 들라고 전해주세요,”

영소혜의 말에 모두는 놀랐고 대전의 심부름을 담당하는 자람이 급히 움직였다.

이미 밀영루주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같이 왔기에 대전에서 영소혜의 행위를 막을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화왕이 대전에 나타나고 있었다.

그녀도 영소혜가 태사의에 앉아 있자 다소 놀라는 빛을 보였으나 이미 영소혜가 자리에 앉았을 때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여 가만히 있었다.

“지금부터 사황성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하겠습니다. 일단 화왕 할머니가 사황성의 대총사를 맡아 주십시오.”

영소혜의 명령에 화왕은 갑작스러운 이야기라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이런 조치가 결국 사마가 재가한 내용이라 생각하였는지 복명하였다.

“신명을 다하여 대총사의 직책을 수행하겠나이다.”

“또한 지금부터 호위대를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영소혜의 말에 이미 통보를 받은 자들이기에 아무런 말도 없었다. 계속하여 전격적인 발표가 이어졌다.

천지문의 위협은 모두가 알고 있기에 천지문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말에 모두가 이의가 있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영소혜의 중심으로 사황성이 개편되고 지휘체계가 확립되었다.

더구나 풍운각을 축소하는 조치에 모두가 예상을 못한 듯 놀람을 금치 못하였다.더구나 외당의 기찰대의 조직까지 지단으로 파견이 이루어지자 실로 놀람은 극에 달하게 되었다.

그러나 누구도 한 사람 말 없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실로 일사천리로 일은 진행되었다. 이미 화왕이 수긍하고 비밀세력들의 수장이 호위대로 휘하에 든 이상 대세는 누구 한 사람 반대할 여지가 없었다.

영소혜가 이런 조치를 취하자 사황성은 당장 시행하기 위하여 움직이기 시작하였고 난리에 가까운 부산함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천지문의 침략을 대비한다는 말에 누구 하나 반대가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특히 화왕을 전면에 대총사로 포진 시켰기에 영소혜에게 대항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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