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64)
20. 비밀
엉겁결에 영소혜를 수하로 받아들인 지성룡은 저녁을 먹으면서 이일에 대하여 수습할 방안을 생각해 보았다.
이미 저녁을 먹는 일은 그저 먹는 것에 불과하였다.
저녁을 먹으면서 앞으로의 일에 대하여 생각을하여 보았다.
오늘 있었던 일을 모두에게 어떻게 설명할까에 대한 생각이 미치자 암담하였다. 결국 그들에게도 비밀로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종류의 비밀이란 공유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비밀로 둔다고 하여 수습될 성질의 것은 또한 아니었다.
참으로 이제 감당할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자리를 마무리 지어야 했다.
‘일단 오늘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가?’
그러나 몇 가지 더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하나 암담하였다. 어떻게 처리를 해야할지 종이 잡히지 않았다.
“오늘은 서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기에는 적당하지가 않은 것 같소. 필요하다면 내가 연락을 하거나 직접 만나러 오겠소. 그리고 오늘은 남경가지만 같이 가기로 하였다는 것으로 입을 맞추도록 합시다. 알겠소이까?”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 외의 이야기는 없습니까??”
“구체적으로 도와줄 것이나 필요한 것은 내가 지시를 할 것이오. 그러니 일단은 기다리고 있으시오.”
“예, 그렇게 하겠사옵니다.”
영소혜는 지성룡의 말에 알았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였다.
“물론 그대를 어떻게 부를지나 어떻게 대우할 지는 내가 좀더 생각해보고 통보를 할 것이오. 내가 하는 지시는 어떠한 것이건 이의 없이 수행하시오. 알겠소?”
“그렇게 하겠습니다.”
지성룡의 말에 이미 영소혜는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대답을 하였다. 안식처인줄 안 곳이 늑대의 아가리였다. 이제 그 아가리에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평생을 지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암담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를 향하여 불태웠던 연정은 이제 한갓 꿈에 불과하였던 것이다.
그것이 더욱 영소혜를 절망하게 만들고 있었다.
‘일단은 오늘 일에 대하여는 함구를 하여야 한다. 그런 다음에 기회를 보아 말을 해야 하겠다.’
지성룡은 영소혜를 더 이상 압박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저녁을 먹자마자 간단하게 말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자신이 거절하기 위해 한 말이 그를 옭아매는 사슬이 되어 버렸다.
물론 그녀가 그런 말도 안되는 제안을 수락할 줄은 생각치 못햇다. 그런데 그런 제안을 승낙하고 만 것이다.
실로 이해가 안되었다.
그런 제안을 받아들일 만큼 다급하지는 않은 상황이라 생각되기에 이해가 안되었다.
“어떻게 되었느냐?”
“일단 남경까지만 동행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 이후에는 서로 각기의 길로 가기로 하였사옵니다.”
지성룡은 이미 준비 된 대로 이야기를 하였다.
“그렇다면 되었다. 그 외는 없었느냐?”
승천검황은 이런 이야기만을 하면서 저녁을 먹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다시 한번 더 물었다.
그들이 이 시간까지 모여 있었던 것은 이일에 대하여 상당히 관심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본문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본문이 강남에 진출을 하는데 일조를 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내용은 그저 남경상림과의 분쟁에 중립을 지키고 결코 위해는 가하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지성룡의 말에 사황성으로서 최대한 호의적으로 대하여 주겠다는 의도로 모두 파악하였는지 말이 없었다.
“또한 본문의 표물운송에 대한 사업에 협조를 한다고 하였사옵니다. 휘하에 상단이 몇 개가 있는데 우리쪽의 표국을 이용하도록 협조를 구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주면 고맙다는 말로 간단히 끝을 내었습니다.”
지성룡의 말에 그들은 특별한 내용이 없자 안심하는 듯하였다.
“일단 이렇게 사황성과 일이 잘 풀렸으니 다행이다. 하지만 천지문이 사황성에 대한 노림은 계속될 것이기에 그 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안하다. 그에 대한 영소저의 대비는 들어보았느냐?”
“일단 사황성을 더나 남경 인근으로 피하겠다는 의도를 보였습니다. 천지문도 빈 껍데기 뿐인 사황성을 공격하여 얻는 것이 없을 것이기에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 사료됩니다. 그러면서 사마는 다시 친위세력을 비밀리에 구축하고 사황성에 대한 정비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상처를 치유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천지문의 예봉을 당분간 피할 수 있겠구나. 그러나 천지문과는 어떻게든 부딪칠 것인데 그 때에 대한 대비는 하고 있는 것 같더냐?”
“그 문제는 듣지 못하였습니다. 거기까지 우리가 신경 쓸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
지성룡의 말에 네 사람은 영소혜와의 일이 원만하게 마무리되어 안심하면서 헤어졌다.
‘일단 모두에게 이일을 비밀로 하였다. 하나 사황성을 지켜주기로 한 이상 지켜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자신이 머무는 방으로 들어온 지성룡은 사황성을 지키는 방법이 실로 만만치 않음을 느끼고 있었다.
승천검황에게가지 비밀로 한 이상 더더욱 일이 어려움을 알았다.
승천검황에게는 만상문이라는 눈과 귀가 있기에 그 것까지 속여야 했다. 그렇게 본다면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실로 이런 일이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구나. 야망과 여자에 혹하여 이런 짓을 해야만 하는가?’
그런 생각이 들자 모두를 볼 면목이 서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돌이키기에는 너무나 멀리 와버렸다. 최후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자이다. 이제 사황성을 지킬 방안을 생각하여 보자.’
그렇게 생각하자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생각하여보았지만 없었다.
‘아버지와 형님뿐이다.’
자신을 이해해주고 도와줄 사람은 그들뿐이었다.
‘더 있다면 증조할아버지 뿐이다. 물론 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가 도와준다면 할아버지도 도와줄 수 있을 것이지만 과연 이런 일에 찬성해 줄 지가 의문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자신의 수족이 없다는 것이 답답하였다.
‘해서는 안될 도박을 시작하였구나.’
아무리 생각하여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러나 감당할 수 없다고 없는 일로 하자고는 할 수가 없었다. 길을 찾아야 했다.
‘사황성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하여 속속들이 알 수 있도록 만들자. 그 다음에 내가 도울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위해서는 나에게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체계를 세워야 하겠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더 이상 생각을 하기가 곤란해졌다.
‘일단 사황성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사황성에 대하여 좀더 알아야 대책을 세울 수가 있을 것이다.’
지성룡은 그렇게 맘을 먹자 주변을 정찰하면서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영빈관 밖으로 나갔다.
지성룡은 몰래 다니는 것이 두려웠지만 차츰 조금씩 전진하자 익숙해졌다.
일단은 불이 켜진 곳을 주의하면서 기척을 죽이고 다녔다.
사황성은 삼엄한 경비가 펼쳐지고 있었지만 그가 다니는 데는 크게 곤란한 상황은 없었다.
해시가 넘어서 그런지 인적이 뜸하였다. 지성룡은 천리지청술(千里至廳術)을 이용하여 최대한 인적이 드문 곳으로 다녔다. 그러다가 서로 이야기를 하는 곳에 당도하였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뭔가 조치는 있을 것이네. 어떻게 될 것 같은가?”
“가족들까지 잡혀가고 아녀자들은 집안에 연금이 되었소이다. 이제 수많은 피가 흐를 것이오.”
“물론 그럴 것이지만 그 이후가 문제이오. 소문에는 천지문이 이번 일에 개입을 하였소이다. 영빈관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실패를 하였지만 그 사람들이 떠나면 다시 넘볼 것이 아니오? 더구나 성주님까지 내상이 중한 마당이니 그들이 다시 넘본다면 문제가 심각한 것이 아니오?”
장내에는 사황성의 중간 간부인 듯한 인물들이 술을 마시면서 있었다.
모두 네명인데 그들의 말은 사황성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었다.
“물론 그렇지만 일단 성주님이 사황성을 떠나 그들을 피하실 것 같네. 그렇게 된다면 천지문으로서도 성주님을 공격하지 못할 것이고 본성의 휘하세력을 공격하여 얻는 것이 없을 것이니 당분간은 움직이지 못할 것이네.”
그들은 술을 마시면 갑론을박하고 있었다.
“아니오. 천지문의 공격은 집요할 것이네.우리가 언제 명분을 따지고 움직이는가? 외단에서도 성주님의 상세를 알기에 많은 자들이 천지문에 붙을 지도 모르겠네. 그렇게 된다면 본성은 풍전등화가 될 것이네. 외단의 배신이 이어질 것이 뻔한데 그들이 이탈하면 힘을 쓸 수가 없을 것이네.”
그말에 지성룡은 한순간에 서황성의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가 있었다.
흑도는 지배하는 자가 힘을 잃으면 모두가 배신한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강자를 찾아 굴복한다는 것이었다.
그말에 모두가 더 이상의 말이 없었다. 핵심을 지적한 것 같았다.
그들이 더 이상 말이 없자 지성룡은 사황성의 중심쪽으로 움직여 갔다.
영소혜는 지성룡이 물러가자 어이없는 사실에 멍하니 가만히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이미 벌어진 일이다. 그가 도움을 거절하기 위해서 그런 조건을 내걸었기만을 바랄 뿐이다.’
영소혜는 아직도 지성룡이 그런 사람이라고 믿고 싶지는 않았다.
차라리 내일이라도 장난이었으니 없던 것으로 해달라고 말하였으면 하였다. 영소혜는 이미 굴복한 마당에 아니라고 항변하여 보았자 자신만 더 자존심이 구겨지기에 그럴 수는 없었다.
그리고 당분간은 그들과 동행을 한다면 큰 위험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그 시간동안 대책을 강구하기로 하였다.
‘하나 만일 그가 장난이 아니라 진정으로 나와 사황성의 굴복을 원한다면?’
영소혜는 그 사실을 가정하자 암담하기 짝이 없었다. 그의 시녀로 지내야 하는 사실이 싫었다. 그가 자신을 시녀로 취급한다고 생각하자 자존심이 상하였다.
‘그가 야망을 위해 사황성을 원한다면? 그 것은 상상만해도 무섭다. 그는 그럴 경우에 승천검황과 다른 사람마저도 속이고 철저하게 나를 지배하려 할 것이다. 그에게 농락당하다가 쓸모가 없어진다고 느낄 때 우리를 제거할 것이다. 떳떳하지 못한 증거이기에 결국은 살인멸구할 것이다.’
영소혜는 그런 생각을 하자 소름이 오싹 끼쳐왔다.
시녀를 시켜 모든 것을 치우게 하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영소혜로서는 워낙 상념이 많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침상에 누워서 뒤척이고 있었다.
어떤 생각을 하여도 끝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다른 생각이 떠올라 혼란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차라리 잠이라도 들면 편할 것 같았다.
그러다가 도저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침상에 앉았다.
쪼그리고 앉아 어둠 속에서 앞을 응시하였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눈물만 하염없이 흘리고 있었다.
그렇게 있는데 갑자기 들려온 전음에 화들짝 놀랐다.
경비가 삼엄한 사황성에서 이곳까지 잠입해 온 것은 언제건 영소혜 정도는 제압할 수 있다는 증거이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문을 여시오.”
지성룡의 목소리였다. 그의 목소리에 영소혜는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바람처럼 지성룡이 문안으로 들어왔다.
“문을 닫고 자리에 가서 앉으시오.”
지성룡의 말에 영소혜는 문을 닫고 침상으로 다시 다가갔다.
영소혜는 지성룡이 들어오자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얼어붙어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결국 수하가 되었기에 수청을 받으러 온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늦은 시간에 다시 올 이유가 없었다.
영소혜는 침상으로 올라가 자리에 앉은 다음 눈을 감았다.
지성룡은 영소혜가 자리에 앉으라는데 탁자에 앉는 대신에 침상에 앉자 자신의 말을 거부하려고 한다고 생각을 하다가 영소혜가 눈을 감고 있는 것을 보고 순간 지성룡은 시침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설마 흑도에서 일어나는 시침을 들 각오로 있다는 것이란 말인가?’
영소혜의 자세는 그런 자세였다.
자신이 이렇게 밤믖은 시간에 온 것은 그것을 위해 왔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하였다.
영소혜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기에 지성룡은 결국 웃고 말하였다.
“이리 와서 탁자에 좀 앉으시오.”
지성룡은 다시 전음으로 말하였다.
영소혜는 지성룡이 계속하여 전음으로 말하자 침상에서 일어나서 탁자로 다가갔다.
“사황성에 대한 상황을 알아야 대책을 세우고 도울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오. 혹시 사황성에 대하여 정리된 서류가 있으시오?”
지성룡의 말에 영소혜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지성룡의 전음에 영소혜는 침상아래에서 함을 꺼내었다.
“여기에 본성의 사각 사당에 관한 서류가 들어있어요. 필요하시면 가져가세요.”
지성룡이 다른 목적으로 왔다는 것에 안심을 하였지만 마음을 놓지는 못하였다.
“일단 내가 검토해 보고 돌려드리겠소.”
“필요하시면 더 많은 자료도 있사오니 말씀을 하십시오.”
영소혜는 이런 일이라면 얼마든지 협조할 용의가 있기에 부드럽게 말하였다.
지성룡은 여소혜가 아직도 긴장한 모습으로 있자 약간은 장난기가 발동하였다.
육감적이고 색정적인 얼굴에 불안이 어리자 또 다른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어둠속이지만 그녀의 그런 표정이 그대로 보이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 그대도 상당한 미모를 가지고 있구려.”
영소혜는 지성룡이 자신의 외모에 대하여 언급하자 이제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에 눈을 감았다. 생각만 하여도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그대를 내 수하로 받아들인 것은 정말 잘한 것 같아. 이렇게 아름다운 수하를 거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
지성룡의 말에 영소혜는 당장 수청을 들라고 할 것 같아 두려웠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얼굴이 찡그려 졌다.
“아, 예쁜 얼굴이 그렇게 찡그리면 보기가 싫소이다. 앞으로 가급적이면 웃도록 하시오.”
지성룡은 그렇게 말을 하자 함을 들고 바람처럼 밖으로 문을 열고 사라졌다.
영소혜는 긴장하고 있다가 지성룡이 사라지자 안도의 함숨을 내쉬었다.
막상 지성룡의 무공이 높다고는 생각하였지만 자신의 거처까지 소리없이 들어올 줄은 몰랐기에 두려움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만일 그가 자신을 제거하기로 마음먹는다면 여반장(如反掌)이라는 의미이기도 하였다. 그렇게 생각이 들자 다시 두려움에 소름이 끼쳤다.
‘나를 놀리고 있었다.’
영소혜는 지성룡이 마지막에 한 언동이 자신을 가지고 희롱한 것을 알자 마음 한구석에서 반감과 오기가 일었다.
자신의 몸은 언제건 취할 수 있는데 지금 취하지 않고 간다는 의미를 읽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수치스러움에 얼굴이 달아 올랐다.
약하기에 이런 치욕을 당한다고 생각하자 손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지성룡은 서류를 챙겨서 자신의 거처로 빠르게 돌아왔다.
영소혜를 놀리다가 자신도 모르게 그녀가 불쌍해보이고 안쓰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 영소혜에 대한 연민이 생기고 갑자기 껴안아 위로를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약해지는 마음을 감추기 위해 얼른 밖으로 나와버렸다.
조금만 더 있었다가는 자신도 모르게 영소혜를 범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거처에 들어가서도 내내 안정이 되지 않았다.
영소혜가 건네준 함을 열자 십여권의 서책이 있었다.
사각은 천기각(天機閣), 풍운각(風雲閣), 도찰각(導察閣), 살각(殺閣)이고 사당은 내당(內堂), 재당(財堂), 외당(外堂), 청류당(淸柳堂)이었다.
이에 대한 조직과 권한에 대하여 기술되어 있는 서류였다.
특히 재당, 외당, 청류당은 각각 상하권으로 나뉘어서 설명되어 있었다. 그 만큼 알아야 될 내용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지성룡은 불을 켜고 읽어나가기 시작하였다.
순수하게 사황성에 대하여 알기 위한 일이었다.
대략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그렇게 밤을 꼬박 세워서 책을 다 읽었고 열함권째를 볼 때는 동이 터오고 있었다.
마침내 열 한권을 모두 다 읽었다.
이렇게 다 읽자 사황성에 대한 윤곽이 하나둘 잡히기 시작하였고 한눈에 알 수가 있었다.
특히 재당, 외당, 청류당의 관계가 이해되자 모든 것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실로 세개당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실로 엄청난 이권이 있군. 연간 은자로 천만냥의 수입이 있단 말인가? 탐이 나는 조직이 아닐 수가 없다. 하나 외단이랄 수 있는 암흑조직에 흘러가는 돈을 차단한다면 이천만냥은 족히 될 것이다. 이 외단을 정리한다면 어떻게 될까? 본문은 외단으로 흘러가는 돈이 없다. 본문처럼 바꾸면 안되는 것인가?’
지성룡은 그런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한 외당의 지단이 외단 때문에 너무나 빈약하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외단을 없애고 외당의 지단을 강화하는 방안이 나을 것이다.’
지성룡은 사황성이 생각보다 외단이 강하다는 것을 알았다. 외단이 무너지면 사상누각이 되어 버릴 위험이 있었다. 암흑가의 조직이 그런 외단들인데 그들이 배반을 한다면 엄청난 위험이 있어 보였다.
‘지금처럼 위기가 온다면 외단이 배반을 할 것이 분명하다.’
지성룡은 사황성의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물론 사황성의 상황에서 외단을 없애고 지단을 강화하기는 곤란할 것이지만 지단이 약하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가 없었다.
‘풍운각의 이천중에서 각 지단에 백명씩을 보내야 한다. 그리고 본성이 너무나 방대하다. 이렇게 방대한 조직을 본성에 둔다는 것은 돈만 많이 들고 놀고 먹는 자들이 많아지게 된다. 천기각도 본성에 삼백을 운영할 필요가 없다. 이들을 지단에 보내어야 한다. 고작 백명이면 충분하다.’
지성룡은 사황성의 문제가 한 둘이 아님을 알 수가 있었다.
이런 작업을 한다면 충분히 위기를 헤쳐갈 수가 있을 것 같았다.
더구나 이백만냥이라는 엄청난 돈을 영소혜와 사마가 사용하고 있었다.
그 돈의 용도는 비밀세력을 유지하기 위한 돈이 분명하였다.
비밀세력을 운영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지만 너무나 씀씀이가 크다고 할 수가 있었다.
사황성이 지금까지 이렇게 운영되어왔기에 사황성의 내부에서는 문제를 못느끼고 당연하다고 생각하였던 문제였다. 그러나 천하문에서 대략적인 것을 배운 지성룡이기에 이 문제가 너무나도 잘 보였다.
‘일단은 사황성의 조직을 지단으로 흩어야 한다. 지단이 강해지면 외단은 결국 위축이 되고 지금처럼 오할의 수입을 뜯어가지는 못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살각에 대한 생각이 미치자 어이가 없었다.
‘이런 살각은 아무 일도 없이 놀고 먹는 조직이 아닌가? 이미 자객으로서 너무나 할 일이 없는 자들이다. 고작 한다는 일이 직접 살행을 하지 않고 살수조직이나 외단에 청부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일년에 삼십만냥 이상을 쓰고 있다. 이런 조직을 움직일 바에는 아예 폐지하고 천기각에 서너명만 두어도 충분하다.’
지성룡은 너무나 한심하여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이 잡히지도 않았다.
‘일단 비밀조직을 통합하여 호위대 같은 조직으로 만들어야 하며 풍운각의 절반이상은 지단으로 내보내고 살각은 천기각이나 도찰각으로 통폐합을 하며 재당과 청류당을 다시 통폐합하여야 한다. 아니 이 조직을 아예 천하문에 팔고 일정 정도의 수익을 얻는 것이 사황성으로서는 효율적일 수도 있다.’
지성룡은 하나하나 윤곽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조금만 손을 대면은 효율적으로 바뀔 수 있는 길이 보였다. 천지문이 들어와도 이렇게 조직이 바뀌면은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지단에서 할 일을 본성에서 하기에 문제가 심각한 것이었다. 있는 자원을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저 풍운각 이천이 사황성의 경비병으로 허송세월을 하고 있었다. 그들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문제가 해결될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