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문무공-63화 (63/149)

제  목: [연재] 독문무공(63, 수정본)

*너무 서둘다 보니 (사실 조금 흥분했슴) 수정하려고 하였던 것인데 급하게 올리고 말았습니다.

너무 비약이 심하였습니다. 너무 엉망이었습니다. 죄송하게 생각하고 다시 올립니다.

일단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워낙 자잘하게 많이 고치다 보니 수정이 어려워 그냥 다시 올립니다.*

황영지는 지성룡이 당당히 들어간 것과는 반대로 조용하게 들어갔다.

무적철검과 무상도가 마주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황영지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소녀가 심려를 끼쳐 송구하옵니다.”

황영지가 옆에 무릎을 꿇어도 그들은 내내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들로서는 여자가 이런 일을 당하자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런 일에 대하여는 뭐라고 해야되는 지를 몰랐다.

“하오나 소녀는 지공자님을 믿고 있사오며 설혹 일이 잘못되어도 저의 운명이라 생각하며 순응할 것이옵니다.”

황영지는 준비한 말을 또박또박 말하였다.

그래도 무적철검은 황영지가 이렇게 찾아오기가지 상당히 고심하였다는 것을 알기에 뭐라고 할 말을 찾았고 그래도 한마디 말이 생각났다.

그들은 아침에야 화가 나서 어이없는 짓을 한 황영지에게 화가 났지만 지금에 있어서는 화보다는 어찌 되었건 일을 수습하여야 했다.

그 것이 딸 가진 부모의 입장이었고 그들도 결국 그런 입장이나 다름이 없었다.

“너의 일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이후에는 조신하게 처신을 하여야 한다. 이제 너는 한 사람의 아낙이 되었다. 너 스스로 항상 그리 생각하며 지내어라. 그리고 이후의 일은 내가 천하문의 사람과 이야기를 할 것이니 그리 알아라. 또한 여자는 사내의 앞길을 막아서는 아니 되는 것이니 항시 양보하여라. 어제까지의 너는 잊어야 한다.”

황영지는 용서를 받았다는 안도감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영소혜는 어떻게 하여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그리하여 일단 영빈관을 책임지는 시녀의 장을 불렀다.

혹시라도 지성룡의 일행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얻을까 해서였다.

“그분들을 접대하는데 추호의 실수도 없으렸다?”

“그러하옵니다.”

“뭐 특별한 일은 없었느냐?”

영소혜는 그들의 동태를 살피라고는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괜한 오해라도 살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아도 들락거리면 뭔가 잡히는 것이 있었다.

“어제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오늘아침에 아침을 하는 분위기가 상당히 냉랭하였사옵니다. 또한 그 일이 무상천녀와 참룡검객이 뭔가를 잘못하여 발생한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그들이 식사시간 내내 다소 어색한 기색이었다 하옵니다.”

시녀의 말을 듣자 이일이 뭔가 둘 사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지난 밤에 둘이 싸웠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생각은 자신의 희망사항 이었다.

“그러면 이유는 알고 있느냐?”

“잘 모르겠습니다.”

“알았다. 물러가도록 하여라. 이후에도 추호의 실수가 없도록 하여라.”

시녀가 물러가자 영소혜는 생각에 잠겼다.

‘뭔가 문제가 있었는데 그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구나. 둘로 인하여 어색하였다면 그들이 설마 간밤에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었고 그 것을 들켰다는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자 쓸데 없는 생각이라고 치부를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다시 한번 질투가 일었다.

‘일단은 시간은 많다. 아버님이 간다고 하였으니 그 시간 동안 좀더 검토를 해보자.’

“사마가 패왕과의 결투에서 상당히 중상을 입었다고 하옵니다.”

무영루주의 보고에 천지쌍마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세히 말해 보아라.”

무영루주는 결과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사마가 일어나서 들어는 갔지만 상당한 중상을 당한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들은 이야기를 전해듣고 상당히 고무가 되었다.

“하나 추호의 방심을 하여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사마가 능한 것이 전략과 전술입니다. 혹시 우리들이나 내부의 세력을 근절하기 위해서 그런 연극을 하였을 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지마는 의심부터 하였다.

“중상을 당하였다면 당분간 우리에게 시간은 있을 것이 아닙니까?”

“아니오. 그들이 어떤 방법으로든 보복을 할 것입니다. 장강의 통행도 어려울 것이니 그 것이 문제입니다.”

지마는 사마가 천지문의 사황성내 출입을 봉쇄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한번은 충돌이 일어날 것이 아니오?”

“그렇소이다. 이번 일이 빌미가 아니라 그들의 영역을 침범하였다는 구실로 우리를 핍박한다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명확한 잘못을 묻기에는 우리가 남긴 증거가 없습니다. 결국 그들은 우리의 통행을 막고 우리가 따르지 않는 다는 핑계로 우리를 몰아부칠 것입니다. 사실 장강과 강남지역으로의 통행이 봉쇄되면 우리로서는 상당히 불편을 감수하여야 합니다.”

천지문이 있는 신양에서 장강으로의 통행이 막히면 상당히 불편하고 그들의 숨통이 꽉 막히는 결과가 발생할 수가 있었다.

당장 인근에 있는 악양에까지 그 효력이 미칠 것이 당연하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들에게 먼저 도발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 아니오?”

천마는 지마의 설명에 상당히 곤혹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실로 아무리 흑도라도 천하에 대한 명분은 중요하였다. 힘이 대등한 경우라면 명분이 있는 자가 유리한 것이 사실이었다.

“태을자의 소식이 없는 것이 조금 불안하다.”

승천검황은 지성룡이 들어가자 그 일에 관하여 말을 꺼내었다.

“저도 태을자가 갈만한 곳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천지문에는 없는 것으로 파악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디일까 많은 고민을 하였고 그가 숨을 만한 곳은 두 군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움직일 수 있는 세력도 두 군데 일 것입니다.”

지성룡의 말에 승천검황은 자신도 그런 생각을 하였지만 갈만한 세력이 없었다.

“예로부터 군부와 무림은 밀접한 관련이 있었습니다. 태을자 같은 자라면 군부에도 세력을 구축해둘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다는 하나는 새외무림인데 그 가능성은 전지에 비하여 희박합니다. 지금까지 종적이 없었다면 분명 군부나 관부에 연관된 세력들과 반격을 준비하고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지성룡의 말에 승천검황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중원에서 태을자에게 안전한 은신처를 제공할 곳은 그 곳뿐이었다. 그리고 태을자가 움직일 만한 세력 또한 그 곳뿐이었다.

“본문에 그 곳에 관하여 집중적으로 주시하라고 하였습니다. 태을자 같은 인물이라면 뭔가 음모를 꾸밀 것입니다. 그 음모의 끝을 쫓다 보면 그 자의 종적이 발견될 것입니다. 혹시 군부에 어떠한 끈이 존재하고 있습니까?”

“냉만휘라는 장군이 있었는데 이제는 찾기 힘들 것이다.”

너무 오래전이라 승천검황이 알던 인물들은 대부분 타계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상당히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가 없구나. 뒤에서 관권과 군권을 동원하여 우리를 귀찮게 한다면 정면대응도 못하고 심히 괴로운 일이 아닐 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어떠한 끈이 없다고 하여도 그만한 무공이라면 대신(大臣)들 중에 하나정도는 충분히 협박하여 수족처럼 부릴 수가 있습니다.”

지성룡의 말은 일어나지 말아야 될 일이었다. 하나 지금까지 종적이나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았을 때는 그럴 가능성이 많았다.

“일단은 만상문에도 그 쪽을 주시하라고 연락을 해야 하겠구나.”

승천검황은 지성룡의 추측이 틀리기만을 바랐다. 관부나 군부와 원한이 생기는 것은 실로 불안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들과 원한을 맺어 오래 버티는 무림의 세력을 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지성룡은 승천검황과 같이 사마의 치료를 위해 내전에 들었다.

사마는 상당히 상세가 호전되어 있었다.

사마는 누워있는 상태에서 지성룡의 추궁과혈을 받았다.

가슴 곳곳에 맺혀있는 어혈을 풀어주기 위한 조치였다.

곳곳에 조금씩 고여있는 피는 혈도와 경락에서 기의 운행을 방해하는 요소였다.

찌꺼기처럼 고여 있던 어혈은 추궁과혈을 하자 한곳으로 모이기 시작하였다.

지성룡은 그것을 위해 반시진 가까이 시술을 하였다.

최종적으로 사마가 가슴에 맺혀있는 어혈을 뱉어 냄으로써 치료가 마무리 되었다.

“이제 가슴에 고여있던 어혈이 전부 제거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요양만 잘하시고 한달 정도 끊임없이 운공요상을 하신다면 상처는 전부 치료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기간동안은 내공을 사용하시면 안되니 각별한 신경을 쓰셔야 할 것입니다.”

“알겠네. 그렇게 주의를 해야 하겠지. 고맙네. 자네가 아니었다면 큰 화를 당하였을 것이네.”

“그런 것에는 괘념치 마시고 치료에 열중하십시오. 일단은 쉬셔야 하니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리고 남경에 갈 예정인데 우리도 같이 갔으면 하네. 동행해도 상관이 없을지 모르겠네.”

“저야 상관은 없지만 가실 생각이옵니까?”

“그렇네. 사황성의 정리가 마무리되는 대로 출발할 것이니 그 기간까지만 머물러 주었으면 고맙겠네,”

사마는 승천검황에게 직접 말하기 보다는 지성룡에게 말하여 자연스럽게 승천검황에게 들어가도록 하고 있었다.

승천검황에게 직접 말하는 것 보다는 지성룡에게 말하는 것이 훨씬 편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알고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지성룡은 밖으로 나왔다.

영소혜가 따라 나왔다.

승천검황은 나오자 먼저 출발하여 돌아가고 있었다. 더 이상 볼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저 지공자님에게 드릴 말씀이 있는데 저녁에 시간이 나실지 모르겠습니다.”

지성룡은 영소혜가 말을 꺼내자 무슨 말인지 궁금하였다.

“제가 꼭 드릴 말씀이 있는데 시간 좀 내주십시오.”

영소혜의 말에 지성룡은 나가려다가 멈추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서 하면 안되는 것이오?”

“녜, 가급적이면 지공자님께 먼저 상의하고 싶습니다.”

“알겠소이다.”

“하면 제가 저녁식사 무렵에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그때 뵙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지성룡은 영소혜가 할말이 있다고 하자 궁금하면서도 초청에 응한 것이 잘한 것인지 판단이 서지가 않았다.

‘일단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들어보아야 하겠지. 영소혜의 처지에서 뭔가 도움을 요청하는 말을 할 텐데 뭐라고 답을 한다는 것인가?’

사황성을 도와주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들이 사황성을 도운 것은 흑도의 일통을 막기 위한 것이지 사황성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혹여 이일의 배후에 태을자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우에 나섰지만 다행히 태을자는 없어 보였다.

이제 더 이상 도와줄 이유는 없는 것이다.

‘결국 도와줄 이유는 없는데 그래도 도우려면 그에 따른 이익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흑도를 공개적으로 도와줄 수도 없다? 도와준다고 하여도 드러나지 않도록 암중으로 도울 수밖에 없다. 그렇게 위험을 감수하고 도와주어서 나와 천하문에 무슨 득이 있다는 것인가?’

지성룡은 결국 도와주었을 때의 득을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득이 없었다.

‘결국 내가 암중으로 사황성을 장악하여 나의 우군으로 하지 않는 한 도와줄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내가 흑도의 인물이 된다는 것인가?’

생각을 하는 동안 영빈관에 벌써 다다르고 있었다.

자신이 사용하는 방안으로 들어가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거절을 하여야 한다. 남경에 가서 헤어지는 것으로 이들과의 인연은 정리하여야 한다. 그러나, 도와달라고 매달리는 사람의 요청을 거절하는 것은 매정하지 않은가?

그러나 도와준다고 하여 도 남자도 아닌 여자를 도와주어 어떻게 한다는 것인가? 남자라면 친구도 될 수도 있지만 여자는 결국 시집을 가면 남편의 뜻을 따라야 한다. 결국 도와 주어 봤자 남 좋은 일만 시킬 수가 있다. 또한 자칫 잘못하면 미인계에 걸려 대사를 그르쳤다는 오명을 쓸 수도 있다.

지성룡은 그렇게 생각하자 영소혜의 외모가 남주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상(豚像)인 사마의 딸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출중한 미모였다.

자신에게는 이미 황영지가 있다는 생각에 이성을 회복하였지만 영소혜에게는 황영지에게 없는 화려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실로 색기(色氣)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미모에 혹하여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을 할 수는 없다. 천하에서 미모에 혹하여 도왔다고 욕을 먹을 것이다. 그런 욕을 먹고 어찌 천하에 얼굴을 들 수 있겠는가?’

지성룡은 그렇게 생각하자 모질게 마음을 먹고 단호하게 거절하기로 마음을 정하였다.

‘하나 만일 내가 사황성을 암중으로 장악만 할 수 있다면 실로 커다란 힘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이제 사황성을 장악할 길이 없는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사황성을 장악하기란 불가능하다. 내가 흑도인이 되지 않는 한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포기하자. 사마를 내가 부하로 거둔다면 몰라도 방법이 없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 불현듯 수하로 거둔다고 생각하자 사마는 어려워도 영소혜는 수하로 거둔다는 것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소혜를 수하로 거둔다?’

그렇게 생각하자 가능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어떻게라는 질문에는 쉽게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영소혜를 수하로 거두어 나를 돕게 한다면 사황성을 장악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한다면 모든 것은 간단하다.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마당이니 수하가 되라는 조건을 걸어도 우선은 응할 것이다. 그렇다고 흑도인을 어찌 믿을 수가 있다는 것인가? 충성서약(忠誠誓約)을 받아도 마음으로 진정한 승복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위기를 벗어나면 그만이고 결국은 그런 사실에 수치를 느끼고 오히려 칼을 들이대는 것이 무림의 생리이다.’

이렇게 생각하자 기분이 나쁘지 않게 거절하는 방안을 고민하였다.

‘서로 가는 길이 다르니 좋은 인연으로 헤어진다고 말할까?’

그렇게 생각하자 왠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확실한 수하로 만드는 길은 없는가? 그 길은 두가지가 있다. 첫째 배신할 마음이 들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것도 두가지이니 첫째가 확실한 힘을 보여주어 배신에 따른 대가가 비참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확실한 승복을 이루어 진정으로 나를 따르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는 최대한 빨리 암중으로 사황성에 확실한 수하들을 심어 실질적인 나의 지배하에 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을 하려면은 천하문의 사람을 동원하여야 하고 소문이 나기 마련이다. 또한 그만큼 믿을만한 수하가 있어야 하는데 나에게는 그런 수하가 없다.’

그러나 불현듯 영소혜를 수하로 만들어도 남편을 만나 혼인을 하고 사황성의 실권이 넘어간다고 생각하자 그일도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소혜를 수하로 만든다면 시집가지 못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자 지성룡의 머리에는 영소혜를 수하로 거둔다면 여자로서 거두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을 알았다.

‘그러나 이미 지매가 있다. 물론 본가는 여러명의 부인을 갖는 것을 허락하지만 지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또한 그렇다고 하여도 흑도의 여인을 맞아들일 수는 없다. 본문이 흑도와 결탁하였다는 오명을 쓸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 지성룡은 진정한 야합밖에는 길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일을 벌이는 것은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영소혜와 사황성이 주는 매력은 그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있었다.

‘결국 흑도 인물들이 하듯이 강제적으로 취하여야 한다는 것인가? 과연 그런 대접을 영소혜가 감수할 것인가? 실로 야합을 하여 지배하여야 만이 가능하다. 결국 부인도 아닌 시녀의 처지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길이 없다. 결국 비밀스러운 관계로 남아야 만이 가능하다. 애가 생겨도 사생아로 만들어야 한다.’

지성룡은 그렇게 생각하자 실로 못할 짓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런 짓은 인간이 할 일이 아니었다.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만으로 자신이 추악해진 것 같았다.

그러나 영소혜의 유혹적인 얼굴을 생각하자 사악한 마음이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마음속에 자리잡고 유혹하는 악마를 몰아내고 싶었다. 자신의 내부에도 그런 이기적이고 사악한 심성이 베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그러한 생각을 지우려고 하였다.

‘일단 더 이상 생각하지 말고 깨끗이 단호하게 정리를 하자.’

지성룡은 이런 생각이 생기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성룡은 황영지의 방으로 갔다. 그 일이 있은 후에 개인적인 접촉을 자제하였다.

“무슨 일이 있으세요?”

황영지는 지성룡의 얼굴에 걱정이 들어 있자 자리에 앉으면서 물었다.

“사마의 치료를 하고 오는 길이오. 생각보다는 상처가 빨리 아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마가 이번에 아예 남경으로 같이 간다고 하였소.”

“사마가 왜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서 남경에 간다는 것이옵니까?”

“사마의 생각은 당분간 사황성을 떠나 있으려는 것으로 파악이 됩니다. 이곳은 너무 노출이 되어 있고 수하들도 완전히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오. 그렇기에 당분간은 친위세력을 주변에 두고 사태를 관망하려는 것 같소이다. 물론 이곳 무창은 사황성의 근거지이지만 천지문에서도 가까운 곳이기에 차라리 암중에서 천지문의 동태도 살피려는 것으로 보이오.”

그러나 황영지는 그런 것으로 지성룡이 심각하게 굳어질 이유는 없기에 더 말을 하기를 기다렸다.

“한데 치료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소성주를 만났소이다.”

그 말에 황영지는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고 초대를 하였소. 나에게 상의를 해야할 것이 있다는 것이오.”

지성룡의 말이 끝나도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그녀가 상의할 것이란 뻔한 것이오. 지금의 사황성의 상황에서 보이지 않는 위험이 있기에 우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나에게 먼저 말하여 반응을 보려는 것이오. 또한 내가 젊기에 가장 만만하기도 할 것이고.”

그 말에 황영지는 영소혜가 미인계를 쓰는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런 것을 느꼈기에 지성룡도 지금 자신에게 말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어른들에게 먼저 말씀을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뭐라고 할 말은 없지만 저는 별로 느낌이 좋지가 않아요.”

황영지도 여자였기에 지성룡이 미인계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에 묘한 질투가 생겼다.

“그렇게 할 것이오. 그러나, 지매가 괜한 오해를 할지 몰라 먼저 상의를 하는 것이오.”

황영지는 그렇게 먼저 와서 상의를 하자 기뻤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내내 불안감이 커지고 있었다.

“어른들과 상의를 할 것인데 같이 갑시다.”

“아니예요. 굳이 제가 그 자리에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제가 있으면 이런 일을 의논하는 것에는 불편할 것 같아요.”

황영지는 이런 문제를 의논하는데 자신이 있으면 말하기가 모두 불편할 것이기에 피하려고 하였다. 미인계에 대한 언급이 이루어 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여자인 황영지가 듣기에 민망한 소리도 할 수가 있는데 서로가 불편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저녁에 너만 초대하여 말하자고 하였단 말이냐?”

지성룡은 승천검황과 이기를 모이게 만들고 영소혜의 저녁초대에 대하여 말하였다.

“네, 결국 우리에게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 사료됩니다. 제가 가장 만만하기에 저에게 우선 이야기를 하여 우리의 반응을 보려는 것으로 파악이 됩니다. 아까도 사마가 저에게 말을 하여 간접적으로 이야기를 듣게 하는 것으로도 그들의 속셈을 알 수가 있습니다.”

승천검황은 자신에게 말하기보다 지성룡에게 말을 하여 자연스럽게 들리게 하는 사마의 행위가 조금 맘에 들지 않았다. 좋게 생각하면 자신이 어렵기에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한단계 낮은 지성룡과 거래하여 승천검황을 격상시킨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성룡을 공략하여 목적을 달성하려는 술수로도 생각할 수가 있었다.

“그렇다. 한데 우리가 돕고 싶어도 흑도라서 도울 명분이 별로 없네. 자칫 잘못하여 흑도와 결탁한 것이라고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무적철검도 이 문제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였기에 안된다고 잘라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제 생각에도 남경에 간다고 하니 거기까지 동행하여 주는 것으로 깨끗이 정리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성룡은 자신의 마음 한구석에 들어 있는 미련을 떨치기 위해서 선언하듯 말하였다.

“그렇게 하여라. 또한 항상 남녀 간에는 자칫 잘못하면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 처신을 바로하여라.”

지성룡은 지은 죄가 있기에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승천검황이 그렇게 말하자 무적철검이나 무상도의 얼굴에 있던 그늘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들로서는 지성룡을 영소혜와 단둘이 만나는 자리에 보낸다고 생각하자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런 지성룡에게 승천검황이 경고를 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딸 가진 부모의 마음이 이러한 것인지도 몰랐다.

“어서오세요.”

영소혜는 예상 외로 수수한 옷을 입고서 기다리고 있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오이다.”

“당연히 고마움을 표하는 것이오니 그런 말씀은 오히려 제 마음을 무시하는 말 같아 듣기 송구하옵니다.”

영소혜는 안으로 지성룡을 이끌었다.

여자의 처소에는 처음 들어와 보기에 호기심이 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영소헤가 머무는 취화원은 아름다운 정원과 전각이 잘 조화된 곳이었다.

“차린 것이 마음에 들지 모르겠습니다.”

자리는 취화원의 대청에 마련이 되어 있었다.

“여기로 앉으십시오.”

지성룡은 인도하는 대로 자리에 앉았다.

영소헤도 바로 앞 자리에 앉았다.

지성룡은 주변에 상당한 경계가 있다는 것을 알자 다소 기분이 좋지가 않았다. 곳곳에서 자신을 감시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리에 앉자 곧 이어 모든 인원이 담장 밖으로 사라지는 것을 알았다. 시녀들까지 밖으로 사라지고 일체의 사람이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제서야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기 위하여 많은 준비를 한 것을 알았다.

“저녁을 먹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을 끝내는 것이 좋을 것 같소이다.”

지성룡은 거래가 우선이라고 생각되어 이야기를 먼저 끝내자고 말하였다.

대답을 하지않고 영소혜는 자리에서 일어나 지성룡의 찻잔을 먼저 채워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잔에 차를 채운 다음 자리에 앉았다.

“말씀을 드리기 전에 오늘의 일은 아버님이 모른다는 것을 먼저 말씀 드리겠습니다. 순전히 모든 것은 제 결정입니다.”

영소혜는 거래의 당사자가 자신임을 분명히 하였다.

지성룡은 그녀가 이런 말을 하는 의미를 생각하다가 약간은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결국 그 말은 영소혜가 거래를 하는 당사자는 지성룡이라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거래 당사자를 지성룡으로 정하였다는 말은 약간 의외였기에 지성룡은 당혹스러운 상태가 되었다.

“좋소이다. 그럼 소성주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가 아니옵니다. 제가 말하는 것은 저와 지공자님과의 거래라는 것이옵니다. 그러니 그런 것을 떠나 말씀을 나누자는 것입니다. 그저 영소저라 칭하여 주십시오.”

지성룡은 그 말에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좋소이다, 영소저. 영소저의 의견을 이야기 해보시오.”

“좋아요. 저는 지금 사실 불안합니다. 아버님이 저를 지켜주었는데 이제 아버님을 제가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켜드릴 자신이 없습니다. 따라서 지공자님에게 아버님과 저의 안전을 지켜달라고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성룡은 영소혜가 말하는 의미를 파악하는데 고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안전을 지켜달라고 하는 것은 평범한 사이에서는 할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다.

‘이 말은 무슨 말인가? 청혼이라도 한다는 것인가?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것이 어렵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 한 이런 제안을 할 리는 없지 않은가?’

“안전을 부탁한다니 무슨 의미이오? 나는 나의 길이 있고 소저는 소저의 길이 있습니다. 그길이 다른데 어찌 제가 소저를 지켜 드릴 수가 있겠습니까?”

지성룡은 자신이 준비해 놓은 대화와 다르기에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일반적인 내용으로 부정하였다.

“흑도와 백도의 차이가 분명하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길이란 찾아보면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단지 그 길을 찾지 않을 뿐이지요.”

영소혜의 말에 지성룡은 조용히 있었다. 그녀의 의도를 아직 분명하게 파악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지공자님이 지켜줄 생각만 있다면 길은 얼마든지 있을 것입니다. 단지 저희가 지공자님이 가고자 하는 길에 도움이 되지 않기에 피하시는 것입니다.”

그말은 바로 흑도와 백도라는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기도 하였다.

“그렇소이다. 서로에게 도움이 안되는 관계인 것이오.”

지성룡은 단정적으로 말을 하였다.

“그렇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흑도이지만 도움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맞소이다. 도움이 될 길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소저와의 나와의 관계가 일반인들에게 결탁이라는 말로 매도되고 백안시 되는 일이 벌어지기가 쉽습니다. 그런 문제를 자초하면서 관계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영소혜는 역시 이렇게 평행선으로 이야기가 계속되자 뭔가 길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요. 제가 다시 말씀을 하지요. 제가 어떻게 하면 저를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사황성을 지켜달라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영소혜의 말에 지성룡은 조금 이상하였다. 사황성이 없는 영소혜가 무슨 가치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영소혜는 사황성을 버릴 수도 있는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파악이 되자 지성룡은 자신이 뭔가 착각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러나 사황성이 없는 영소혜가 무슨 가치가 있는가라는 의문에는 아직 답이 나오지 않앗다.

“소저는 사황성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하였는데 사황성을 포기한 경우에 소저의 가치는 어디에 있다는 것이오?”

지성룡의 질문에 영소혜는 막상 그 문제에 대하여는 답을 하지 못하였다.

“소저와 소저의 아버님은 결국 사황성이 있기에 가치가 있습니다. 결국 사황성과는 별개일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소저를 지키기 위해서는 사황성을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소저를 지키지 못하는 것입니다. 사황성이 무엇인가에 대하여는 소저가 잘 알 것입니다.”

“그렇군요. 결국 소녀는 사황성이 있기에 가치가 있다는 것이군요. 제가 어떻게 하면 사황성과 우리를 지켜주실 수 있겠습니까?”

지성룡은 갑자기 매정하게 끊기 보다는 거래를 하고 싶다는 유혹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 내심 갈등이 생겨 지성룡은 쉽게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거절을 하여야 했다. 그렇기에 일반론적으로 이야기를 풀기로 하였다.

“소저의 말대로 내가 지켜준다고 합시다. 허나 소저를 지켜서 얻는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지킬 수는 없습니다. 또한 우리도 강적이 있는 마당에 무슨 수로 소저를 지킨 다는 것이옵니까?”

지성룡은 그녀의 다급한 심정도 이해가 되지만 자신의 일이 더 중요하였다.

“그저 아무런 대가없이 도와달라는 것이 아니예요. 원하는 것을 드릴 수도 있어요.”

영소혜로서는 여유를 부리기에는 너무나 절실하였다. 다시 한번 사정을 하였다.

“좋습니다. 나는 항상 내가 보호할 것은 나의 식솔과 아랫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내가 능력이 없어서 지켜줄 수 없을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사황성은 흑도이고 그 범주에 포함되기가 심히 곤란합니다. 결국 사황성이 백도라면 어떻게 동맹을 맺어 도와줄 수도 있습니다. 사황성과 소저를 보호해 주려면 수하의 범주에 들어야 만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것도 공개적으로는 도울 수가 없으며 우리의 관계도 비밀에 부쳐져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하여도 동맹을 할 생각이 있느냐는 말이었다.

지성룡의 말에 영소혜의 얼굴은 오만가지 표정이 깃들기 시작하였다.

지성룡의 말은 실로 오만의 극치였다. 도와주기 싫다는 말을 자존심을 짓밟으면서 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급한 상황이었다. 천지문과의 전쟁이 언제 일어날 지 모르고 수하들도 언제 다시 모반을 일으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분간 협조를 구하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결국 살기위해서는 그가 어떤 조건을 내걸어도 따라야 할 입장이었다.

그가 내건 조건은 수하가 되라는 말이었다. 수하가 되면 지켜주겠다는 말이었다.

영소혜는 이런 조건을 내걸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지성룡의 발아래 들어오라는 말이었다.

이 것은 혼인을 통하여 사황성을 얻겠다는 것보다도 더 치욕스러운 소리였다.

숫제 그보다도 못한 제의인 것이다.

영소혜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러나 받아 들이지 않으면 그들은 곧 떠날 것이고 그러면 모든 것은 혼돈으로 접어들 것이었다.

흑도라는 것이 상처입은 호랑이를 그대로 둘 리가 없었다. 결국 물어뜯어 종내에는 만신창이가 되고 말 것이었다.

지성룡은 자신이 말을 하고서도 심한 소리를 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제의를 하는 것은 상대를 완전히 모독하는 처사였다.

그저 이제 거래는 끝이 났고 그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원점으로 돌아가면 될 것이다.

“좋아요. 제가 지공자님의 수하가 된다고 합시다. 그럼 어떻게 지켜줄 것인가요? 체면상 여기에 머물 수는 없는 것 아니예요?”

“그 방법은 생각해보면 많지 않겠소?”

지성룡은 일단 영소혜가 화를 참아내자 영소혜의 인내심에 놀라면서 그녀가 말한 방식으로 받아 넘겼다. 이미 거래는 물건너간 상황에서 주절주절 말하는 것은 피차 좋지가 못했다.

영소혜가 이런 제의를 거절한 상황에서 굳이 말을 더 섞어 감정의 골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대가 없는 희생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군요. 그 대가로 사황성을 원하는 것이고요. 결국 저를 수하로 삼겠다는 것이네요. 하지만 저를 수하로 삼으면 결국 흑도인과 결탁하였다는 오명을 쓸 것인데…. 아하, 저를 결국 암중으로 아무도 몰래 지배하면서 이득을 취한다는 말이신가요?”

영소혜는 그제서야 지성룡의 도둑 같은 심보를 완전하게 파악하였다. 그리고 이런 제의를 한 이면에는 결국 돕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제의를 하면 포기하리라고 던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어떻게 하더라도 도움을 받아야 하였다. 흑도는 명분이 필요가 없었다. 힘이 없으면 당장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 사실을 모르고 그저 거절을 위해 이런 조건을 내걸었지만 영소혜로서는 받아들여야 할 상황이었다.

“결국 저는 지공자님의 비밀스러운 시녀가 되는 것이군요. 그래야만 안전을 보호해줄 수 있다는 말이군요. 너무 어렵게 말을 하여 말뜻을 파악하는데 어렵군요.”

지성룡은 자신이 과욕을 부린 것을 알고 후회했지만 시위를 떠난 화살이었다.

지성룡은 영소혜가 비웃듯이 말을 하자 가만히 있었다. 여기서 잘못하면 체면까지 구길 수가 있었다. 이미 비웃음을 당하였지만 여기서 끝내야 했다. 영소혜가 거절하였기에 오히려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거절하여야 하는 것이다.

“좋아요. 하지만 제가 도움을 받기 위해 당분간 거짓으로 수하인 척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영소혜로서는 다급하였고 마지막으로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물었다. 하나 이런 영소혜의 말은 지성룡에게 빈정거림으로 들렸다.

이런 소리까지 하여 미안하였던 지성룡은 거절하면 그만이지 그 일을 트집잡아 놀린다고 생각하자 차츰 화가 났고 하고 싶은 말을 하기로 하였다.

“수하가 된 이상 수하요. 만일 거짓으로 그랬다면 그 이후의 일은 영소저의 상상에 맡길 것이오. 힘으로 복종을 시키던지 아니면 마음으로 복종을 시키던지 그 것은 주인된 자의 몫이오.”

지성룡의 말속에 들어있는 말뜻은 실로 여러가지의 의미가 있었다. 더 이상 놀리지 말라는 경고였다. 그리고 이말을 하면서 전에 생각하였던 상상을 하자 다소 위압적으로 말을 하였고 듣기에는 협박처럼 들렸다.

영소혜가 듣기에 이거래를 받아들인다면 영원히 지성룡의 휘하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는 말이었다. 만일 나중에 마음대로 벗어나려고 한다면 처절한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의미였다.

이말은 흑도에서 이루어지는 수하의 관계나 다름이 없다는 말이었다.

영소혜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이런 표정은 장난으로 던진 말에 반응할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현실로 받아들이거나 최소한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을 때 보이는 공포의 표정이었다.

순간 영소혜가 이 제안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이 정도의 말에 두려워 한다는 것은 그녀가 이일을 현실로 인식한다는 증거였다.

그 정도로 영소혜의 입장은 다급한 것인지도 몰랐다.

그녀가 이 어이없는 제안을 받아들일 만큼 다급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실로 무서운 이야기로군요. 만일 받아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영소혜는 자신이 생각하던 사람과는 다른 사람 같은 지성룡을 보면서 심히 갈등을 하였다. 자신의 예상에는 간단하게 인정에 호소하여 당분간 안전을 도모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성룡이 원하는 것은 자신의 완전한 굴복이었다.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결국 시녀와 같은 처지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관계가 아닌 것이다.

이런 일은 사황성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었지만 막상 영소혜 자신이 이런 처지가 될 줄은 몰랐다.

그렇기에 떨리는 마음으로 한발 더 깊이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지성룡은 영소혜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알자 영소혜가 갈등에 휘말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의 영소혜는 연약한 여자였다. 그저 꺾으면 꺾어질 무방비 상태의 여자인 것이다.

“사황성에서는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하시오? 영소저가 그런 일은 더 잘 알지 않소?”

지성룡은 영소혜가 혹시 빈정거리기 위해 이런 식으로 장난을 하는지 몰라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만일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였을 경우에는 장난이라면 수습이 더욱 곤란하였다.

그러나 일단은 자신이 약한 모습을 보일 수가 없었다.

지성룡은 영소혜가 겉으로는 흔들리기에 여유를 주지않고 몰아 부쳤다. 그의 몸에서는 그가 말을 하자 자연스럽게 기세가 일었다. 그는 이미 승부라는 것을 알았다. 여기서 물러난다면 오히려 자신이 그녀에게 무너지는 것이다.

장난이라도 그녀에게 약점을 보일 수는 없기에 강하게 대응하였다.

그녀가 흑도이기에 이런 협박이 통할 수가 있는 것이다. 만일 백도의 여인이라면 이런 말을 들었다면 모욕을 받았다고 울고불고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지성룡으로서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도박이 되어 버렸기에 모질게 말하였다. 상대가 장난이라면 자신도 장난이었다고 말하고 상대가 진심이라면 그 이후에 일은 자신이 알아서 조절하면 되었다.

영소혜는 순간 얼굴이 하얗게 변하고 말았다.

실로 지성룡의 위압적인 말은 영소혜가 아는 한마디의 말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그녀는 천상 흑도의 여인이기에 이런 경우에 결국 흑도의 방식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시침(侍寢)이었다. 결국 시녀가 주인을 만났을 때 하는 일이었다. 특히나 흑도이기에 새로운 주인을 만나면 그런 일이 종종 벌어졌다.

흑도의 여인이기에 그런 상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성룡은 그녀가 흔들리는 것을 알기에 눈을 마주보았다. 지성룡이 눈을 그대로 쳐다보자 영소혜는 자신의 시선을 둘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지성룡은 여기서 그만둘 수가 없다는 오기에 영소혜를 노려보았다. 영소혜는 마주볼 수가 없었다. 지성룡의 눈은 이글거리고 있었고 정복하겠다는 의지가 불타고 있었다. 그녀의 모든 것을 꿰뚫듯이 보고 있었다.

영소혜로서는 고립무원의 상태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여자이기에 자존심이 있었고 이런식으로 지성룡에게 무너지고 싶지는 않았다.

“선택을 하시오.”

지성룡은 최후의 승부수를 띄었다. 장난이라도 기세 싸움에서는 밀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가 이런 상황에서 차라리 장난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를 한편에서는 기다렸다.

지성룡은 기운을 한층 돋구었다. 기세로서 그녀를 압박한 것이다.

영소혜는 약해지는 마음을 세우려고 하였지만 이미 주눅이 들어버린 그녀에게 이성을 회복할 능력은 없었다.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따르겠어요.”

영소혜는 그 말을 하고 말았다.

그의 기세에 그녀는 결국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모르고 굴복하고 말았다.

순간 지성룡은 그녀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정말로 영소혜는 다급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지성룡은 약간 그녀가 장난을 한다고 생각하였기에 이렇게 하였지 진실로 이런 식으로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이미 시작된 일이었다. 여기서 돌이키기에는 이미 늦었다. 돌이키기에는 너무나 멀리 와버린 것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와버린 것이다.

여기서 장난이었습니다 한다면 더 수습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이렇게 된 이상 삼수갑산을 가더라도 끝을 볼 수밖에는 없었다.

지성룡은 그녀가 굴복한다고 하였지만 더 한층 기를 돋구었다. 던져진 주사위요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녀는 결국 지성룡의 기세에 못이겨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두려움에 한걸음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이런 기세는 아까의 살기와는 달랐다. 영소혜에게 항거해서는 안된다는 마음을 심어주고 있었고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그렇다면 행동으로 보여야 할 것이 아니오.”

지성룡은 그녀를 다시 한번 재촉하였다. 여기서 확실한 굴복을 시켜야 만이 설사 이후에 그녀와의 관계에서 편할 수가 있었다.

이 상황에서 그저 장난이니 그만하라고 하였다가는 죽도 밥도 되지 않고 결국은 그녀에게 질질 끌려 다닐 것이었다.

영소혜는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예전에 사황성에 굴복하여 사마에게 충성을 맹세하던 흑도의 인물처럼 결국 대례를 하고 말았다. 지성룡은 그녀의 행동에 오히려 놀라고 있었다.

영소혜는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한다는 생각보다도 그저 예전에 보았던 충성서약처럼 아홉번의 대례를 한 것이다.

지성룡은 그녀가 대례를 마치자 발출하던 기세를 거두어 들였다.

영소혜는 그 자리에 쓰러져 울기 시작하였다.

“일어나시오.”

영소혜는 갑자기 들려온 지성룡의 말을 듣자 그 순간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였는지 깨달았다. 지성룡의 기세에 밀려 굴복하고 만 것이다.

영소혜는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가 없었다. 두려움이 밀려왔다.

“일어나라고 했소이다.”

지성룡은 다소 말소리를 강압적으로 다시 바꾸었다. 영소혜는 지성룡의 말에 얼른 일어나고 말았다.

“이제 내 수하가 되었으니 어떤 수를 사용해서라도 소저와 사황성을 보호해 줄 것이오. 일단 배가 고프니 저녁을 먹어야 겠소.”

지성룡은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없이 사황성의 일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고 걱정이 되기 시작하였다.

상대가 장난을 한다고 생각하여 했던 일이 장난이 아닌 실제의 상황이었다. 실로 상황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된 것이다.

지성룡이 돌이키기에는 이상한 방향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한편 영소혜는 자신의 의도와는 반대로 이상한 상황이 되어 지성룡의 수하가 되어 버린 것을 깨달았다. 그녀가 의도한 상황은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 그리고 돌이키기에는 이미 늦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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