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문무공-58화 (58/149)

제  목: [연재] 독문무공(58)

18. 풍운

참으로 장강의 물결은 잔잔하였다.

그런 정경을 갑판에 서서 구경하노라면 옆자리를 바라보게 되고 그 옆에 가인(佳人)이 있으면 더더욱 정취는 정겹기 그지 없게 된다.

지성룡이 그러했다. 배를 탄 이후 지성룡은 정겹기 그지 없었다.

“배에서 이렇게 무협의 정취를 보게 되니 아름답기 짝이 없네요.”

황영지는 무협의 정취를 보면서 즐거운 듯이 말을 건넸다.

“예로부터 삼협의 정취는 실로 일절이라 많은 시인묵객들이 그 아름다움을 노래했지 않습니까? 실로 아름답기 그지없는 정경입니다. 더구나 이렇게 황소저 같은 가인이 옆에 있으니 더욱 그 경치가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지성룡은 분위기와 정취에 매료되어 자신이 뭐라 하는 줄도 모르고 말을 건네었다. 황영지는 지성룡의 발언에 아부인줄을 알면서도 내심으로는 기쁘기 짝이 없었다.

“호호, 제가 가인이라니 정말 고마워요.”

황영지는 말을 하면서도 기뻐 웃음을 지었다.

지성룡은 가만히 황영지의 손위에 무심한 척 손을 포개었다. 지성룡이 손을 포개자 황영지는 가만히 있었다. 모르는 척 하였지만 두 사람의 신경은 온통 손에 가 있었다. 경치를 보는 듯 하였지만 그 경치는 이제 눈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동안 있다가 지성룡이 고개를 돌려 황영지를 보았다.

황영지가 손을 빼려고 하자 지성룡은 지그시 눌렀다.

“이대로 조금만 있어요.”

황영지는 지성룡의 말에 빼려던 손에서 힘을 빼고 그대로 있었다.

“저를 희롱하는 것인가요?”

황영지는 손은 그대로 둔 채 나직이 물었다.

“그럴 리가 있겠소. 나는 본심이오.”

지성룡은 주저하지 않고 단호하게 말하였다.

“저는 두려워요. 강호의 여인으로서 상공의 근처에서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아닐 수가 없어요. 또한 상공의 곁에 영원히 있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어요.”

황영지의 말은 어느새 지성룡에 대한 호칭이 상공으로 변해 있었다.

“지매, 우리는 영원히 같이 있을 것이오. 그러니 아무런 걱정을 하지 마시오. 지매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지매가 낯설지 않았소.”

지성룡도 자연스렇게 연인이 부르는 것처럼 지매라고 호칭하기 시작하였다.

“저도 그래요. 상공과 이렇게 여행을 하게 되어 기쁘고 좋아요.”

황영지의 말은 고백이었다.

어느 사이에 황영지와 지성룡은 손을 깍지 끼워 아래로 내렸다. 그들은 묵묵히 경치를 보면서 손으로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있었다.

“일이 어떻게 되고 있소?”

패왕은 수왕에게 전음을 보내었다. 이미 사마가 자신들의 반역을 감지한 상태이기에 거리낄 것이 없었다. 결국 사마가 그대로 있는 것은 어떤 물증이 없기에 가만히 있는 것이다. 그 것을 알기에 이미 장로원은 그들의 수중으로 들어왔다고 할 수가 있었다. 오직 화왕만이 적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천지쌍마가 움직이고 있소.”

수왕도 전음으로 답을 하였다.

“천지상마가 움직인다면 결국 이번 일은 여반장이나 마찬가지가 아니오.”

패왕은 일이 성공할 것 같아 기분 좋게 말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이오. 우리가 아니면 사황성을 장악하지 못하기에 당분간은 우리를 이용할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를 제거하려 할 것이 아닙니까?”

“이미 우리는 그들에게 우리를 의탁하기로 하였소이다. 지금보다는 어떻게 되든 나아질 것이 아니오. 영어의 몸이 되다시피 한 지가 벌써 이십년이오. 그간 우리는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니었소이다.”

패왕의 말은 장로원에서 지낸 세월이 너무나 답답하였기에 말을 하였다.

“더구나 이번에 사십여명의 수하들중에 삼십여명이 다시 돌아오기로 하였소이다. 그들이라면 충분히 사황성을 예전의 사황성처럼 활기롭게 만들 것이오.”

패왕의 말에 수왕은 당연히 현재보다 나아질 것으로 기대를 하였지만 그 종말을 생각한다면 다소 회의적일 수밖에 없었다. 현재의 상태보다는 낫겠지만 그들이 최종적으로는 사황성을 흡수하려 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시 몇 년이 지난다면 제거 당할 수 있는 위험이 있을 것이었다.

“하나 천지쌍마가 우리를 제거할 지도 모르는 일이오.”

“알고 있소이다. 우리가 먼저 사황성에서 그들의 세력을 제거하는 것이오. 우리가 사마에게 너무나 기습적으로 당하여 영어를 당하였지만 지금은 무공에서도 자신이 있소이다. 이미 장로원을 지키는 자들도 완전히 우리 편으로 교체가 되었소이다. 그러니 그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오. 당분간은 천지쌍마도 우리를 제거하기 보다는 이용할 것이고 그 사이에 우리는 내부를 정비하여 대등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오.”

그런 패왕의 장담과는 달리 수왕의 마음은 무겁기 짝이 없었다.

‘패왕은 사마의 무서움이 무공이라고 생각한다. 하나 사마의 무서움은 그 비상한 두뇌이다. 만일 사마가 탈출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사황성은 오히려 외부에서 고립되어 버리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천마가 영소혜를 반드시 생포하여야 한다. 만일 영소혜를 놓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일은 걷잡을 수가 없게 된다. 마음같아서는 지금이라도 영소혜를 공격하고 싶지만 전력상 지금은 우리가 불리하다. 사마와 영소혜가 떨어진 상황에서 결국 공격해야 한다.’

수왕의 뇌리에서는 사마의 탈출이 일어난 이후에 일어날 문제가 걱정이 되었다. 이미 암습으로 제압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었다. 암습이라는 것은 상대가 모를 상황에서 성공확률이 높았다. 뻔히 아는 상황에서는 어렵다고 하여야 했다.

그렇다고 하여 무공이 사마를 압도할 정도도 아니고 수하들을 완벽히 제압하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다행이라면 천지문에서 지마가 가세하여 다소나마 숫적 우세를 점한다는 것 뿐이었다.

그렇다면 사마의 탈출은 기정사실이라고 하여야 했다.

“만일 사마가 탈출하여 우리를 나중에 공격한다며 실로 문제가 심각할 수가 있소이다. 영소혜를 잡지 못한다면 정말 큰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수왕의 말은 영소헤의 확보가 실로 관건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사황성에서 영소혜를 도모하기는 밀영루의 전력을 생각하였을 때 사마에게 알려지지 않을 시간을 확보하여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그렇게 된다면 밀영루가 가세한 상황에서는 어디가 우위라고 할 수는 없었다. 거기에 일반 무사들까지 가세를 한다면 반란군인 자신들이 종내에는 불리하게 되는 것이다.

“알고 있소이다. 그렇기에 천마까지 동원되는 것이 아니오.”

그러나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뭐라고 승천검황이 장강을 따라서 내려가고 있다는 말이냐?”

천마와 지마는 막 출발을 하다가 그 소식을 들었다.

“하면 그들의 종착지는 어디이냐?”

무영루주는 보고를 하다가 그들의 반응이 격렬하자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였는지 걱정이 되었지만 자신이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생각에 급히 대답을 하였다.

“남경상림의 고희연에 천하문의 사절들과 합류할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그런 목적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내심으로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일 영소헤가 승천검황이나 천하문에 피하여 화를 면하려고 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지마의 말에 천마의 얼굴이 변하였다.

그도 이미 천하문에서 대대적인 전력으로 남경상림을 방문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천지밀전대에 버금가는 전력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그들과 영소혜가 결합한다면 일이 골치아프게 되고 만일 그렇게 하고도 실패를 한다면 천지문은 곤란한 지경에 처할 수도 있었다. 더구나 남경상림에 간다고 하면서 승천검황이 사황성에 들린다면 일은 더욱 골치 아픈 상황으로 변할 수도 있었다.

이미 거사일까지도 예고가 되는 상황에서 이런 변수의 발생은 실로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 아닐 수가 없었다.

“만일 승천검황이 방문을 하게 된다면 정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더구나 남경상림에 가는 길에 영소혜를 동행하고 사마가 영소혜의 안위를 부탁하여 승낙이라도 하는 날에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관여할 구실을 주게 됩니다. 설사 우리가 사마를 제거하여도 승천검황이 영소혜의 안위를 위해 우리를 제거하는데 칼을 빼어든다면 그 때는 사황성이 아니라 천지문까지도 곤란한 지경에 처할 수가 있습니다.”

그들은 승천검황이 영소혜의 후견인으로서 관여를 하게 된다면 명분이 없어진다고 생각하자 지금의 일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 여기서 멈춘다고 하여 나중에 다가올 보복을 생각하면 가지 않을 수도 없었다. 시작한 이상 끝을 보지 않는다면 그들은 사마의 반격에 수세에 몰리게 되고 그렇게 되어 강호의 비난 속에 곤란한 지경에 처할 것 같았다.

“심히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어찌 되었건 바로 그들에게 밀정을 붙여 최대한 동태를 우리에게 알려라.”

그들로서는 승천검황이 이일에 개입하지 않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때 옆에서 듣던 밀영루주가 한마디를 하였다.

“하온데 사황성의 일이 강호에 파다하게 퍼지고 있으며 이일의 배후에는 태을자가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그 말에 천지쌍마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고 있었다.

둘은 마침내 얼굴을 마주보았다.

“포기하여야 합니다. 그들과 어떠한 물증을 남기지는 않았으니 문제는 없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마의 주장에 천마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러나 미련이 남는지 결국은 말을 하고 말았다.

“하나 이렇게 되면 결국 사황성의 우환만 제거해 주는 결과가 되지 않겠소? 결국 사마가 혐의를 잡은 이상 우리가 개입을 하지 않는다면 패왕과 수왕을 제거하고 더욱 굳건한 체제를 확립할 것이 아니오?”

천마는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영원히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불안하였다.

당장 개입을 하지 않아 피한다고 하여도 사마련은 결국 깨어지고 사황성은 호시탐탐 원한을 잊지 않고 노릴 것은 당연하였다. 그렇게 된다면 언제건 사황성과 부딪칠 수가 있었다.

사황성이 건재한 상황에서 검마각마저 사황성에 동조한다면 천지문은 고립무원의 상태가 될 수가 있었다.

“이왕에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이 없지 않소? 물론 후유증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가지 않아도 나아질 것은 없지만 참여를 하지 않은 것은 나중에 할 말이라도 있을 것이오.”

“하면 지금 전속력으로 가서 우리가 아예 승천검황이 오기 전에 처리를 하는 것이 어떻겠소?”

천마의 말에 지마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것은 안될말이오. 우리가 움직이는 것은 이미 사황성에서 알고 있소이다. 그렇다면 사마는 대비를 하고 있을 것이고 탈출이 이루어 지는 사태가 벌어지게 됩니다. 필연적으로 유혈충돌이 일어나게 되고 사마는 결국 천하문의 영역으로 피신을 하게 됩니다. 그가 피신을 하게 된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게 됩니다. 사마와 영소혜를 잡아야 하는데 그들의 이목을 피할 자신이 없소이다.”

지마의 반대에 천마는 속이 타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면 이후에 어떻게 하자는 것이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우리는 기호지세가 아니오?”

지마는 천마의 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방법은 하나 있지만 그것이 가능할 지는 모르겠소이다.”

“무엇이오?”

“사청이를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애는 폐관중이니 다소 자유로울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장로들을 움직인다면 혹시 가능할 지도 모릅니다. 일단 사마와 영소혜만 제압한다면 모든 것은 해결될 수가 있습니다. 대신 우리는 그들이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우리의 계획을 밀고 가는 것입니다.”

지마의 말에 천마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합시다. 일이 잘되면 자네의 공일세.”

천마는 지마를 향하여 미소를 지었다.

< 지급

천지교에서 천지오장로와 소문주가 무창을 향하여 출발하였습니다. 사황성의 일에 투입하기 위한 포석인듯합니다. 아마 예상과 달리 거사를 빨리 진행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만상문의 전갈은 신속하게 승천검황에게 전달이 되었다.

“결국 그들이 최후의 승부를 띄운 것 같습니다.”

“그렇네. 결국 우리가 개입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예상을 앞지르는 선공을 취하려는 것일세. 하면 영소혜가 떠나기도 전에 일을 마무리한다는 것인가?”

승천검황은 예상과 달리 일이 진행되자 내심으로 태을자가 배후에 있다는 심증을 더 크게 가졌다.

“그럴 것 같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개입할 여지를 없애기 위해 기습적으로 일을 처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성룡도 일이 급하게 된 것을 알았다.

“태을자가 배후에 있지 않고서는 이렇게 일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움직임 때문에 일을 서두는 것으로 파악이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그들의 움직임보다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성룡의 말에 승천검황은 다소 의아하게 보았다. 지금까지 지성룡은 자신의 생각을 잘 말하지 않은 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확고하게 말을 하고 있었다. 이런 점은 무적철검이나 무상도도 느끼고 있었다. 예전의 지성룡이라면 이런 논의에 결코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고 있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

“우리는 이배를 타고 내려 갑니다. 물론 외부에서 볼 때 그렇다는 것입니다. 기밀을 위해서 배 안에 있는 것으로 하고 배에서 내려 육로로 최대한 빠르게 무창으로 달려가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아니면 배의 속도를 최대한 빠르게 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습니다.”

지성룡의 말에 승천검황은 고민이 되는 듯 하였다. 선택을 하여야 했다. 딴 일 이라면 가만히 있을 수 있지만 태을자가 배후에 있다면 좌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좋다. 그러면 배에서 내려서 가는 것으로 하자. 그럼 기밀을 유지하는 것은 네가 조치를 취하여라.”

승천검황은 배에서 내려 육로를 통하여 최대한 빨리 내려가기로 하였다. 결국 배로 아무리 빠르게 가더라도 그들보다는 늦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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