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문무공-57화 (57/149)

제  목: [연재] 독문무공(57)

“이일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오? 태을자가 승천검황과의 겨룸에서 패하여 잠적하였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이일에 대하여 자세한 내막을 알고 있습니까?”

지마는 어느 정도 소문을 들은 듯 천마에게 물었다.

“제 생각에 태을자가 궁지에 몰린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만 태을자가 과연 그대로 물러난다는 것은 결코 기대할 수 없는 일이오. 그는 삵쾡이처럼 기회를 노리고 있을 것입니다. 결국 태을자가 언제건 반격을 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오.”

“그럴 것이오. 하지만 우리는 대사를 앞두고 있고 결국 그 대사에 이번 일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습니까?”

지마의 말은 결국 이번 일이 사황성의 반란을 일으키는데 도움이 되느냐 아니면 악영향을 미치느냐 묻는 것이었다.

“내 생각에는 아마도 이번 일이 정파쪽의 관여를 줄이는 길이 될 것이지만 정파의 눈과 귀가 온통 천하로 곳곳으로 향하고 있기에 우리의 병력이 움직이는 것에는 상당히 애로 점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다소 불리한 영향도 미칠 것 같소이다. 우리의 움직임을 신중히 하여야 할 것입니다.”

“나도 그 점이 걱정이오. 우리의 은밀한 움직임이 정파의 눈과 귀에 포착될까 두려운 것이오. 그들의 정보 조직은 상당히 발달되어 있소이다.”

지마의 말은 결국 흑마교의 동태를 찾는다고 움직인 정파의 눈과 귀에 천지문의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을 까 우려하는 것이었다.

“그 점이 문제이오. 그들이 오해를 한다면 오히려 차질이 발생할 수가 있기에 상당히 우려가 되고 그들의 눈과 귀를 어떻게 차단하는 가가 이번 일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오.”

“일단은 최대한 신중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이번에 흑혈강시의 일로 천하가 들썩여 그들로 인하여 방해가 되지 않을까 내심으로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천에 가보아야 크게 할 일도 없지 않사옵니까?”

지성룡은 사천으로 접어들었지만 딱히 갈 곳이 없어 물었다.

“물론 그렇다. 하나 사천을 모르고 중원 무림을 알 수는 없다. 청성과 아미를 둘러보자. 물론 그 안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다.”

“하오나 그 안에서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지 않사옵니다. 그럴 바에는 제 생각으로는 배를 타고 무산삼협으로 내려가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여기는 적지나 다름이 없는데 공연히 화를 부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성룡은 사천을 다니는 것이 큰 득이 없을 것 같아 말하였다. 지금 오대문파의 신경이 극도로 곤두서있는 마당에 그들의 본산 근처에 가는 것은 오히려 그들을 자극하여 대세에 불리한 결과가 생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럼 그렇게 하자. 그들을 자극하는 일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은 없겠구나. 하면 성도에서 배를 타고 장강을 내려가도록 하자.”

“예, 그렇게 하도록 하시지요. 마침 본문의 배가 하나 와 있다고 하니 그 배를 타고 무한으로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자.”

지성룡은 오원주와 청운각의 후기지수가 남경상림의 고희연에 참여한다고 하자 내심으로 그 곳에 가보고 싶었다. 만일 사천에서 시간을 허비한다면 그 시간에 당도하지 못할 것 같았다.

“일단 그렇게 하도록 하자. 뭐 어려울 것은 없겠다. 하나 가는 길에 무창에 들러 사황성에 가보고 싶구나.”

승천검황은 젊었을 때에 우연히 사마 영추상과 면식이 있었기에 그러자고 하였다.

“그렇게 하시지요. 저도 사마와는 인연이 있으니 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무적철검도 찬성을 하였다.

“한데 몸은 아무렇지 않느냐? 혹시 후유증이라도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구나.”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번 일을 기회로 만독불침이 되었을 것이네.”

승천검황은 그렇게 말을 하였다. 그 말에 지성룡 본인을 포함한 모두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흑혈시독은 그 독의 강함이나 치료의 난해함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극독이다. 그런 독을 이겨냈으니 아마도 독에 관한한 내성에서 거의 천하제일을 다툴 것이다. 그러나 독에 강하다고 하여 방심하지는 말아라. 독이 아니라도 독보다 더한 효과를 발휘하는 음약도 있을 수 있고 새로운 독도 있기 때문이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지성룡은 승천검황의 말에 겸손하게 그러하겠다고 말을 하였다.

“너도 알겠지만 천하 무림에서 중요한 것은 고강한 무공이 아니라 지략과 상황에 따른 대응이다. 그러하니 무공만 믿고 만용을 부리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그렇게 알고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영소혜는 사마의 부름에 달려왔다.

이미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알고 있는 영소혜는 전음을 보내었다.

“제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원로원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이미 알고 있다. 패왕과 수왕이 드디어 칼을 빼어 들은 것 같다. 이 기회에 완벽히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

사마의 전음에 영소혜는 다소 안심이 되었지만 내내 불안하였다.

“그들은 소녀가 자리를 비우는 시점에 움직일 것 같습니다. 소녀가 움직이게 되면 인원이 분산될 것이온데 그 틈을 노린다면 문제가 심각하지 않겠습니까? 더구나 은연중에 천지문과도 합작을 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영추상의 얼굴은 심각하게 변하였다.

“그들이 개입을 한다면 상당히 심각한 일이 예상된다. 그렇다고 가지 않을 수는 없지 않느냐?”

“소녀의 생각에는 외단의 일부 인원을 불러 올리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마는 지금의 위기가 상당히 심각한 지경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둘을 처단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에 내내 마음이 불편하였다.

그렇다고 외부에 원군을 청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원군을 청할 만한 우군도 없었다.

“알다시피 상당히 심각하다. 지금의 상황은 누가 우군인지 누가 적군인지도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만일 상황이 불리해지면 결국 사황성을 버리고 떠날 수밖에 없다. 너의 생각에는 그렇게 된다면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으냐?”

“소녀의 생각에는 그런 일은 없어야 하지만 간다면 결국 천하문이 있는 개봉이 제일 안전할 것입니다. 저는 일이 발생하면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사마는 그런 영소혜의 내심에 들어있는 마음을 알기에 내내 불안한 마음을 떨쳤다.

“좋다. 그렇다면 나나 사황성에 무슨 일이 생겼다는 소식이 들려온다면 바로 개봉으로 가거라. 나도 이곳을 탈출하여 개봉으로 갈 것이다. 천지문이 참여를 하였다면 천마와 지마도 참여를 할 것이다. 그들이 참여를 한다면 위기가 아닐 수가 없다. 일찌감치 패왕과 수왕을 제거하였어야 하는데 그들을 방치해둔 것이 결국 우환이 되어 버렸다.”

“천마는 남경상림의 고희연에 참석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소녀가 가는 척 하다가 가지 않고 돌아온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그렇게 한다고 하여 위기가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심각한 지경이라는 것을 감지하고 있다. 그리하여 믿을만한 자들을 외곽으로 모아두려고 한다. 그들과 합류하여 탈출을 하여 나중을 도모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 기회에 잠시 비웠다가 철저하게 청산을 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일 것이다.”

사마 영추상은 이미 포기한 듯한 말을 하였다.

“하오면 이번 기회에 그들에게 일시간에 우위를 주었다가 일망타진(一網打盡)하실 생각이옵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일단은 암영천군단(暗影天軍團)을 움직이지 않을 생각이다.”

영추상이 말하는 암영천군단은 십년전에 구성한 비밀 조직이었다. 총 인원 삼백명으로 구성된 정예군대였다.

“아마 그들을 움직여도 천지문의 지마와 천지밀전대(天地密戰隊)가 움직인다면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것이다. 그럴 바에는 아예 피하는 것이 나은 방법이다. 아마도 그들의 추격은 집요하여 강남 어디에 가더라도 안전하지는 않다.”

영소헤는 상황이 풍전등화라는 것을 알자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너에게 이러한 위험을 초래하게 만들어 미안하구나.”

“아니옵니다. 결국 이런 반란을 초래한 그들이 나쁘지요. 일단 소녀는 천마를 최대한 경계를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거사는 고희연이 끝나는 날 밤으로 정해질 것 같습니다. 천마가 오는 것은 소녀를 나포하여 아버님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려고 하는 것으로 파악이 됩니다. 아버님이 탈출하여 밖에서 역습을 하면 낭패이기에 소녀를 인질로 확보하여 아버님을 놓칠 경우를 대비하려는 의도인 것 같습니다.”

“맞는 말이다. 결국 천마의 마수는 집요할 텐데 어떻게 할 생각이냐?”

“저는 가면 천하문과 같이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천하문은 전대 문주와 부문주들이 대거 참여한다고 합니다. 또한 한수 칠흉의 일에 동원 되었던 청운대도 온다고 하니 그들에게 일신의 안전을 도모할까 합니다. 천하문이 천지문의 공격을 막아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흑도간에 세력다툼이라고 할 수도 있기에 피할 수도 있지만 그들의 체면상 동행을 하고 있는 우리를 외면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들을 공격하면 승천검황의 개입을 아는 상황에서 천마도 쉽게 공격하지는 못할 것이고 설사 공격한다고 하여도 저를 쉽게 제압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천하문에서 소문대로 온다면 천지문의 천지밀전대를 능가하는 전력입니다.”

영소혜의 말은 천하문의 일행을 방패막이로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일단 그렇게 하여 안전을 도모토록 하여라.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들과 동행을 하여야 한다. 그리고 사황성의 변고가 알려진다면 지체 없이 그들에게 일신을 의탁한다고 하여라.”

“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너의 안전만 확보된다면 나는 탈출할 자신은 있다. 지마가 나선다고 하여도 내가 탈출하고자 한다면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네가 만일 제압된다면 결국 나의 운명은 끝이 날 것이다. 너를 그런 위험한 지경에 처하도록 만들어 버리는 것이 심히 괴롭다.”

“항상 그런 위험은 존재하는 것입니다. 어찌 이번 일만을 가지고 자책하십니까?”

영소혜는 내심으로 불안하면서도 그런 기색을 감추려고 하였다.

“이 서찰을 문주님께서 전해드리라고 하였습니다.”

은밀히 한 사람이 접근하자 지성룡은 그 사람에 다가갔더니 검은 색 경장차림의 인물이 지성룡에게 서찰을 내밀었다. 지성룡이 서찰을 받자 바람처럼 다시 사라졌다.

지성룡은 서찰을 받아들어 승천검황에게 전하였다.

< …… 현재 태을자의 동정은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무림맹은 맹주인 청명도인이 장로회의를 소집하고 사의를 표하였기에 현재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나 마땅한 맹주감이 없어 고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나 조만감에 암중으로 그런 인물에 대한 결정이 이루어질 것이나 현재로는 소림의 청수선사가 제일 물망에 오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오대문파는 이번 맹주 선발을 하는 장로회의에 참여를 현재 유보 중이며 화산은 소문의 진위를 묻는 질문 때문에 상당히 곤혹스러운 처지에 처하였습니다. 무림맹에 있던 명륜도인마저 무림맹을 떠나 화산으로 피신한 실정입니다. 아마도 장로회의에 참여를 하지 않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아물러 태을자의 종적을 파악하려고 각 세력의 동태를 염탐하던 중에 천지문의 천지밀전대가 은밀히 출정준비를 하려고 하는 움직임을 포착하였습니다. 또한 이들의 인솔을 지마가 한다는 첩보를 접하고 그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던 중에 사황성마저도 이상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원로원에 있는 패왕과 수왕이 은밀히 반역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마 이 둘의 움직임을 보건데 천지문에서 사황성의 반역에 지원을 하려는 것인바 참조하시기 바라옵니다. …..>

만상천군의 전언이었다. 약속대로 강호의 동정을 정리하여 보내준 것이다.

승천검황은 글을 보고 무적철검에게 서찰을 주었다.

서찰은 곧 여러 사람에게 골고루 보여졌다.

황영지까지 그 서찰을 읽고 나자 승천검황은 모두를 보았다.

“나는 이일에 태을자가 개입하지 않았는지 의심이 가는 구나.”

승천검황의 말에 모두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런 의심이 충분히 들었기 때문이다.

“일단은 은밀히 사황성에 방문을 하여 보아야 하겠다. 일단 배를 타고 장강을 내려가다가 사황성의 총단이 있는 무창 근처에 가서 사황성에 간다면 누구도 크게 의심을 하지 않을 것 같다. 아마도 우리를 남경에 가려고 하는 정도로 예측할 것이니 크게 방해가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듯 하옵니다. 태을자가 뒤에 있다면 사황성은 천지문의 손에 들어가 버리고 흑도가 일통되는 결과가 발생합니다. 만일 그들이 준동을 하여 천하문에 위해가 되는 행동을 한다면 낭패를 볼 수가 있습니다. 그가 배후에 없다고 하여도 흑도의 통일은 바람직하지 않기에 막아야 할 것입니다.”

무적철검도 천지문에서 사황성을 아우르는 사태가 일어난다면 심각한 상황이라 막을 것을 주장하였다.

“일단은 이 문제는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도록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성룡이는 우리를 뒤따르는 천하문의 수하들에게 우리도 남경에 갈 것이니 남경에서 만나자는 전갈을 보내어라.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여야 한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지성룡은 바로 천하문의 수하를 불렀고 남경에서 천하문의 사절단과 만나도록 조치를 하라고 명을 내렸다.

지성룡은 객잔의 방안에 들어왔다. 최근에 일어난 일들이 너무나 엄청나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여유가 없었다.

‘태을자가 이렇게 쉽게 몰락의 길을 가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무림맹의 권위가 무너진다면 결국 천하는 혼란으로 치달을 것이다. 본문에게 한 짓을 생각한다면 그들이 무너지는 것은 통쾌하지만 그들의 공백을 대신할 힘이 없는 상황에서 그들의 부재는 혼란으로 귀결될 것이다.’

지성룡은 최근 십여일 사이에 일어난 자신과 천하의 변동에 대하여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 변화의 중심에 자신이 있었지만 그 변화는 자신이 통제하지 않는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천하문의 일은 결국 지엽적인 상황이 되어 버렸지만 궁극적으로 혼란의 종식은 천하문과 오대문파의 내년 중추절 비무에서 이루어 지게 되어있다.

한데 말 그대로 태을자가 천지문에까지 힘을 미치는 상황이라는 것인가? 만일 흑도까지 영향력을 미치는 상황이라면 그는 실로 무서운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사황성의 일에 개입하여 태을자의 야욕을 막아야 한다는 것인가?’

지성룡은 최근에 천하정세에 대하여 조금씩 눈을 뜨고 있었다. 복잡한 세력간의 일들을 보면서 그도 차츰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있었다.

‘등격리 사막의 일로부터 흑혈강시의 일까지 무공이 강하다고 하여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음모를 정면으로 돌파하여 이기는 힘에는 그런 음모도 결국 어떻게 할 수가 없다. 태을자가 음모를 꾸몄다면 이런 음모를 검황어르신은 정면으로 돌파하여 버렸다. 그렇다면 누가 더 강한가? 음모를 꾸며 위기에 빠뜨린 태을자도 무섭지만 그 음모를 이긴 것이 더 강하다고 할 수가 있다.

무림에서 강한 자가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은 자가 강한 자라는 말이 있다. 음모이든 힘이든 간에 살아 남는 것이 중요하다.’

지성룡은 그간의 변화에 이모저모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천하문이 이런 변화의 중심에 있다는 것은 사실이고 우리의 움직임에 천하의 촉각이 곤두서 있을 것이다. 우리가 몰고 올 파장이 실로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하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우리로서도 통제가 어렵고 그 것은 유리하기도 하고 불리하기도 하다. 이제라도 이 모든 것을 통제할 힘을 구축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은 검황어르신이지만 유일한 전인은 나이고 나도 천하제일인이 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 그 것을 은연중에 이기(二奇)어르신도 인정하고 있다. 결국 내가 천하제일인이 되기 위해서 준비를 해야하는 것이다. 나는 천하문의 독문무공을 완성하는 것을 떠나 이제 천하의 중심에 서야 하는 것이다.’

지성룡은 자신이 천하제일인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식하였다.

‘검황어르신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여서는 천하제일인이 될 수는 없다. 내가 이제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부터 움직여야 한다.’

지성룡의 뇌리에 그런 생각이 들자 온갖 계획이 세워지기 시작하였다.

‘내가 천하문의 문주가 되지 않는다고 하여 천하제일인이 되는데 방해가 된다면 천하문의 문주도 될 것이다. 그러나, 검황어르신이 큰 세력이 없다고 하여 천하제일인이 아니라고 하지 못하는 것처럼 천하문과는 무관하다. 나에게 적대적이지 않고 나의 협력자가 된다면 될 것이다. 결국 아버님이 문주가 되고 형이 문주가 된다면 천하문의 문주는 내가 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면 다음은 무엇인가? 일단은 내부와 외부에 나의 조력자가 필요하다. 그것은 음모로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나의 조력자를 만드는 것이다.’

지성룡의 뇌리에는 수많은 상념들이 스쳐가기 시작하였고 그 것들은 목표가 생기자 귀일하기 시작하였다.

‘사황성은 흑도이지만 사마는 성격이 강직하다고 들었다. 또한 두뇌가 비상하여 그의 힘으로 사황성을 일구었다. 천하문이 다섯 어른들의 힘으로 형성되었다면 사황성은 사마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번 위기는 나에게 큰 기회이다. 사황성을 나에게 우호적인 세력으로 만든다면 향후 내가 천하제일인이 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또한 본문과 대치하고 있는 남경상림도 이번 기회에 적이 아니라 동조자를 만들어야 한다. 적으로 돌린다면 우리나 그들이나 상당한 출혈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나의 길에 최후까지 저항한다면 그 때는 결국 실력이 모든 것에 우선하여 해결이 길이 될 것이다.’

지성룡은 최근의 일로 방관자적이고 소극적인 자세에서 차츰 능동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이제 내가 모든 것을 이끌어 가야 한다.’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지성룡의 숙부 뻘인 지한성은 지성룡이 갑자기 명령조롤 말을 하자 다소 당황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이십일 이상을 따라 다녔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하나 출발할 때 지성룡이 하는 말은 최선을 다해 따르라고 하였기에 어조가 이상하다고 하여 거부할 것은 아니었다.

“제가 알기로 스물 다섯분이 따라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중에 다섯분을 사황성이 있는 무창으로 보내어 동태를 살펴 주십시오. 특히 사황성에서 일어나는 일은 최대한 많이 알아 주시기 바라며 본문의 정세단에도 사황성에 관한 자료를 최대한 수집하여 보내 달라고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지성룡이 갑자기 사황성에 대한 자료를 모으라고 하자 이해가 잘 안되었지만 그대로 따르기로 하였다.

“그리고 앞으로는 최대한 우리와 가까운 곳에 위치를 하고 따라오며 천하정세에 대하여 수집하여 저에게 일러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천지문과 사황성에 관한 것은 더욱 철저히 수집해주시기 바랍니다.”

지성룡의 말에 다소 의아한 듯 하였지만 알겠다고 말을 하였다.

지한성이 말을 하고 떠나자 지성룡은 생각에 다시 잠겼다.

‘일단은 내가 한번 능동적으로 움직여 천하의 정세를 파악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 기다린다고 하여 저절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술 한잔 어때요?”

용소명은 웅가청이 들고 들어온 인근의 주요 장원에 대한 서류를 받고나자 술자리를 청하였다.

“좋습니다. 언제건 상관이 없습니다.”

“그래요? 그러면 오늘 밤에 주막에서 마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뭐, 듣기에 초장주님댁의 공자와 송장주님댁의 공자님들과도 비슷한 연치라고 들었습니다. 이왕 같이 모셨으면 하는데 어떻습니까?”

용소명은 이들을 움직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자리를 청하였다.

“그럼 제가 연락을 하겠습니다. 하나 제가 연락을 해서 송장주님댁의 송호경이 올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제가 송장주님한테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 일은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부모가 앙숙이다 보니 자식들도 앙숙처럼 지내어서 이들 간에도 알력이 있어 보였다.

용소명은 이들을 이용하여 강에 이르는 길을 내는 공사를 감독하게 만들기로 하였다.

대략적인 초안은 마련되었지만 사람을 움직여 길을 내야 했다. 그 일에 대한 공사감독을 할 사람은 이들이 적격이었다.

그들에게 공사를 맡기려고 한다면 결국 이들과 먼저 친해두어야 했다. 그래야만이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럼 저녁때 보지요.”

웅가청은 내심으로 술을 먹자는 말에 조금은 용소명의 수법에 말려드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웅가청이 돌아가자 용소명은 바로 밖으로 나왔다.

송장주에게 가서 아들을 소개 받고 술 한잔 하자는 말을 하기 위해서 였다.

용소명의 생각에 술만큼 남자들이 친해지는데 손 쉬운 길이 없다고 생각하였기에 일단 자리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문을 두들기자 안에서 사람이 나와서 생면부지의 사람이 서있자 경계하듯이 물었다.

“소생은 용소명이라 하오니다. 장주님에게 말하면 아실 것이니 그리 전하여 주시오.”

그러자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이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 때 멀리서 이조상이 걸어가고 있었다.

“이형.”

용소명은 소리쳐서 이조상을 불렀다. 이조상은 용소명을 보자 얼른 뛰어 왔다.

“어서오구려. 장주님을 뵈러 왔소이까?”

“네.”

이조상을 따라 안채로 걸어갔다.

“웅가장에서 지내는데 불편함은 없소?”

“지내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좀이 쑤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가운데 송장주가 보였다.

“무슨 일인가?”

송장주는 갑자기 용소명이 오자 의아하여 물었다.

“소제가 오는데 꼭 일이 있어야 합니까?”

용소명의 반문에 송장주는 이번에도 용소명의 말에 한방 당한 것을 알고 너털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렇기는 하지만, 어쨌든 온김에 우리집이나 구경하게. 그리고 차나 한잔하세.”

용소명은 송장주와 이조상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술 한잔을 하자고 청하러 왔단 말인가?”

“예, 계획을 세우다 보니 공사를 할 사람이 문제인데 알고 보니 세장원에 모두 스물정도된 소장주들이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들에게 공사 감독을 맡기는 방안이 가장 효율적인 방안인 것 같습니다. 그럴려면 이번 기회에 술한잔을 하면서 협조도 구하고 세분들간에 그 동안 보이지 않은 거리감도 없애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 이렇게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 것입니다.”

송장주로서는 용소명의 주량을 알기에 내심으로 송호경을 보내기가 꺼림찍 하였다. 갔다면 며칠간은 술로서 고생을 할 것은 뻔하였다.

“그렇게 하게.”

결국 송장주는 한번쯤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아들을 불러오라고 밖에 소리쳤다.

“적당히 술은 먹도록 하게나. 자네와 같이 마시는 것은 술 고문일세.”

“아, 그렇습니까? 적당히 마시도록 하겠습니다. 젊으니 장주님보다 더 마시겠지만 장주님 정도만 마시게 하겠습니다.”

웅가청과 초일량, 송호경은 결국 주막에 모였다.

서로들 간에 자리에 앉아도 서먹서먹하였다.

웅가청과 초일량은 서로 친하기에 불편함이 없었지만 용소명이 있고 송호경이 있자 둘만 이야기를 할 수 없어 자리에 앉아서도 침묵을 하였다. 서로들 부친들에게 술을 먹으러 간다고 하자 아무 말이 없이 이상한 미소만 짓는 것도 의아하였다.

더구나 두 세살 어린 용소명이 이 자리에 오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부른 것도 내심 마음한구석에 기분이 나빠 조용히 있었다. 더구나 어릴 적부터 앙숙으로 지내던 집안의 사람과 같이 있는 것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제가 술 한잔 하자고 청한 것은 부탁드릴 것이 있어서 입니다.”

용소명이 말을 하자 내내 그들은 침묵을 지켰다. 눈앞의 용소명이 건방지기도 하였고 어찌보면 빈틈없는 어른들이 인정하였기에 뭔가 대단한 사람 같기도 하였고 그렇다고 쉽게 믿음이 가지도 않았고 여러 가지 생각이 있기에 그저 조용히 있었다.

“그럼 제가 술을 드시기에 앞서 현재 하는 일을 말씀 드릴까 합니다. 이 자리에서 들은 내용들은 당분간은 누구에게도 함구하시기 바랍니다.”

용소명이 설명을 시작하자 세 사람은 놀람을 금치 못하였다. 세 장원이 이런 일을 추진한다고 하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단은 세분에게 길을 내는 일을 부탁 드리고자 합니다. 어차피 이일은 어른들보다 세분들이 하시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용소명의 설명에 세 사람은 서로간에 눈치만을 살폈다. 이제 그들은 한 배를 타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이제 세 장원은 농가에서 상가로 거듭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하오니 세분들이 이제는 많은 협조를 하셔야 합니다.”

그제서야 용소명으로 인하여 자신들과 세 장원의 모든 사람들의 운명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였다.

“ 자, 그렇게 아시고 오늘은 그런 의미에서 술을 한잔 마시면서 의를 다져봅시다.”

용소명은 곧 술이 나오자 술을 권하기 시작하였다. 결국 그들은 아버지들과 똑 같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결국 아버지들이 당했을 일을 짐작하고 다음 날 쓰린 속을 부여잡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아버지들이 술 마시러 가는 자신들을 보면서 지었던 웃음의 의미를 깨달았다.

“현재 검황어르신과 성룡이는 지금 사천에서 본문의 배를 탔다고 합니다.”

지용운은 지일광을 만나자 경과를 말하였다.

“그렇다니 다행이다. 한데 성룡이가 독에 당하여 한동안 고생하였다는데 후유증은 없다고 하느냐?”

지성룡에 관한 소식을 나중에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소식을 들었을 때는 지성룡이 독을 극복한 소식까지 동시에 들었기에 조금 걱정이 줄을 수 있었다.

천하문으로서도 최근 일어난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하여 정세를 파악하는데 애를 먹고 있었다.

“없다고 합니다. 들리는 말에는 그렇게 쾌차하면 만독불침(萬毒不侵)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들었다만 다행이구나. 그 외의 소식은 없느냐?”

“남경상림에 간다고 그곳에서 뵙자는 연락입니다.”

“알았다. 그분과 성룡이가 그 곳에 오게 된다면 남경상림으로서도 상당히 신경을 쓰겠구나. 어찌 되었건 그들의 불온한 기도를 안 이상 이번에 그들에게 우리의 위엄을 과시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이옵니다. 심히 불온한 기도가 아닐 수 없는 일입니다. 그들에게 우리의 위엄을 보여 그들 스스로 그런 기대가 얼마나 부질 없는 일인지를 깨닫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다. 그렇기에 내가 직접 가기로 한 것이다. 한데 사황성에 관한 일은 혹시 아느냐?”

그들도 사황성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움직임에 대하여 듣고 있었다.

“사실인지 아닌지 파악이 어렵습니다. 그 소식을 들었지만 믿어지지 않아 당분간은 관망하기로 하였습니다.”

“일단 흑도가 요동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들이 만일 하나로 통합되어 힘을 가진다면 우리에게 불리하다. 그렇기에 하나로 통합되는 것만은 막아야 할 것이다. 한데 사실 사황성에서 변고가 난다면 어느 한쪽의 무리는 우리쪽으로 도주할 것인데 그때 우리는 어떻게 하여야 하느냐?”

“사실 그 문제가 걱정이 되어 제가 찾아온 것입니다.”

지용운은 이런 내용을 보고 받자 이런 일이 예견되어 온 것이다.

“일단 사황성의 반란이 성공하고 사마가 온다면 받아들이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사마는 상당히 치밀한 인간이다. 그가 탈출을 한다면 설사 반란이 성공하였다고 하여도 곧 다시 사황성을 회복할 것이다. 그때 우리는 사마를 도와주면서 자연스럽게 강남으로 진출할 수가 있다. 그러나 반란이 실패한다면 그들은 갈 곳이 없는 무리이다. 그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기에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아마도 그들도 그렇기에 도주를 하여도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때는 되어가는 추세를 보고 결정하자.”

지일광의 말은 이미 생각해 놓은 듯 명쾌하였다.

“남경상림의 축하사절로 사황성의 소문주인 영소혜가 간다고 합니다. 예상에 아마 그 때쯤에 일이 발발할 것으로 보이는데 영소혜를 보호하였으면 합니다.”

“그렇겠지. 사마가 탈출한다면 그들은 사마에게 최고의 약점인 영소혜를 도모할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 그들을 보호하라는 말이구나. 하나 정보대로 이번 사황성의 일에 천지문이 개입하였다면 천마가 사절로 온다고 하니 그가 나설 텐데 다소 무리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아마도 소자가 음모자라면 회갑연이 끝나는 날 영소혜가 출발하는 것에 맞추어 그날 밤 일을 도모할 것입니다. 그때라면 승천검황어르신과 일행도 합류할 것이오니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가능할 것이다. 아마 우리가 호의를 보인다면 그쪽에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기에 상당히 호의적으로 나설 것 같구나. 이미 적아(適我)가 구분이 안가고 물증이 없는 상황이라 그렇지 사마나 영소혜도 이미 움직임은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을 것이다.”

“이번 일은 강남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일 수가 있습니다. 사황성과 본문이 합작을 하려고 하여도 상당한 걸림돌이 많아 곤란하지만 사황성의 위기를 자연스럽게 도와준다면 누구도 이일에 대하여는 말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지용운의 말은 얼마 전에 사황성의 외당당주가 와서 보인 반응을 생각하여 한 말이었다.

사황성과의 합작을 생각을 해 보았지만 흑도와 결탁한 무리라는 오명을 쓸 수가 있었다. 그렇기에 그저 우호적인 관계 정도로 지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사마가 위기에 처하여 망명을 해오고 그들을 도와 사황성을 회복한다면 자연스럽게 사황성과 합작을 할 수가 있는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기는 하다만 과연 소문이 아닌 사실일지 의문이다. 어찌 되었건 암중으로 영소혜를 지켜주도록 하자.”

“그럼 일단 저는 은밀히 호북성에 사람을 보내어 그들을 맞도록 준비를 하겠사옵니다.”

“그러나 이런 일은 신중히 하여야 한다. 거꾸로 이일이 사황성에 알려진다면 아무리 우리가 호의적으로 하였다고 하여도 심기를 거슬릴 수가 잇다. 그러니 신중히 해야 할 것이다.”

지일광은 이일이 남경상림에서 한 일처럼 사황성에 비추어 질 수가 있어 그 점을 걱정하였다.

지일광은 지용운에게 신중할 것을 당부하였다.

“언제 출발하실 것입니까?”

“모레쯤에 출발할 생각이다. 필요한 일은 조치를 취하도록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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