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문무공-56화 (56/149)

제  목: [연재] 독문무공(56)

“흑혈강시의 등장은 우리에게 치명적인 화가 되었다.”

한 전각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실로 침통하기 그지 없었다.

“오십여년간 지하에서 절치부심하여 막 새로운 준비를 하려는 우리에게 커다란 재앙이 아닐 수가 없는 일이다.”

말을 하는 사람 앞에는 탁자 좌우로 다섯 명씩 열명이 앉아 있었다.

“장로들은 이일을 기화로 맡은 바 장소에서 추호도 동요됨이 없이 더욱 기밀을 철저히 유지하여야 할 것입니다. 아직 예전의 성세에는 절반도 미치지 못합니다. 오대문파와 천하문의 분쟁으로 그들이 양패구상하면 우리에게도 다소나마 여유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면서 본교의 중흥의 시간이 빨리 온다고 생각을 하였는데 이렇게 일이 발생되어 전중원이 들썩이게 되었으니 추호라도 방심하지 않도록 해주시오.”

“명심하여 봉행하겠습니다.”

장내의 열명은 크게 외쳐 복명을 하였다.

“또한 그 일에 대하여 철저하게 진상을 파헤치도록 하시오. 석년에 본교의 교주가 저지른 패악으로 인하여 본교는 일 순간에 나락으로 빠지고 말았소. 다행히 본좌의 부친께서 본교의 위험을 간파하여 일부를 피신시켰지만 대부분 영문도 모르는 본교의 형제들은 비명횡사를 하고 말았소. 그들이 무슨 죄가 있소? 과욕에 눈이 멀어 그런 패악을 저지른 일부가 죄가 있는 것이오. 그런 본교의 과오를 오십년이 지난 지금에 다시 등장시킨 자를 철저히 규명하여야 할 것이오?”

교주의 말에 한사람이 일어났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석년에 본교를 정벌한 무림맹의 맹주이던 태을자가 그 동안 몰래 흑혈강시를 빼돌리고 흑혈사군을 조종하여 그 것을 완성하였다고 합니다. 현재 그 소문이 은밀히 무림에 퍼지기 시작하여 무림맹이 궁지에 몰리고 있습니다.”

“하면 당사자인 태을자는 뭐라고 하고 있소?”

“흑혈강시가 승천검황을 공격한 이후 흑혈강시에 관한 것을 조사한다면서 화산을 떠난 이후 소식이 없습니다. 승천검황의 보복이 두려워 잠적한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소문을 보건데 그간 태을자가 본교에서 획득한 흑혈강시를 몰래 숨겨두었다가 승천검황과의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려고 사용하였고 승천검황의 무위가 예상외로 고강하여 실패하자 본교의 잔당이 한 것으로 소문을 내려고 하였는데 아마 내막을 아는 자가 오히려 역으로 소문을 낸 것으로 판단이 되옵니다.”

흑혈교의 교주 흑혈강신 여문양은 막 성세를 회복하기 위해 암중이나마 활동을 하려는 마당에 어이없는 일로 이렇게 일이 꼬이자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이런 소문이 돌자 무림맹의 약화가 일어난다면 하는 기대가 생기고 있었다.

“일단은 사태의 추이를 보면서 세력확장 여부를 결정하도록 합시다.”

그렇게 일단의 회의가 마무리 되었다.

‘참으로 큰일이 아닌가?’

갑자기 흑혈강시의 출현으로 술렁이는 가운데 돌기 시작한 괴소문은 장안의 모처로 숨어 든 태을자에게 곤혹스럽기 짝이 없는 내용이었다. 등격리사막의 일과 흑혈강시의 일이 소문으로 떠돌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일은 실로 태을자가 감추고 싶은 치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 일은 몇몇밖에는 모르는데 일이 이렇게 된 것에는 그때의 일을 들추려는 무리가 있다는 것인가?’

태을자로서는 자신이 나서서 소문을 진정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터진 일이기에 답답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진정 일을 이 모양으로 만들어 나를 악마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린다는 것인가? 내가 그렇게 일을 처리한 것에는 승천검황에게 준 능력을 나에게 주지 않은 하늘의 탓도 크다. 결국 하늘은 나에게 이렇게 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내 위에 군림하는 승천검황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은 하늘도 알고 잇다. 그렇기에 나에게 그런 능력을 주지 않은 것은 일을 이렇게 만들라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태을자는 자신의 잘못보다는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들이 잘못하여 자신을 과오를 저지르게 하였고 하늘이 능력을 주지 않기에 죄악을 범한다는 궤변으로 자신을 합리화시키기 시작하였다.

‘능력이 안되는 자가 강한 자를 암수로 공격하는 것은 결코 비겁한 것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최후에 살아 남는 자가 강한 자인 것이다. 결국 이렇게 되면 영원히 암흑 속에 있어야 할 영웅군부의 힘마저 동원하여야 한다. 하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이제 화산의 태을자는 사라진다. 영웅군부의 수장 진유량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죽여야 될 자들을 가리는 것이다. 현재는 적과 아군이 누구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그들이 구분이 되고 현재의 상태에서 피 터지는 전쟁이 벌어진 연후에 모든 일을 마무리 짓는다. 이 시간 이후로 태을자는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다. 화산의 태을자로 살다가 죽기를 얼마나 바랬던가? 하나 태을자로 죽지 못하게 만든 것을 영원히 후회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태을자는 다시 장안의 은신처에서 다시 사라지고 말았다.

“태을자의 종적은 발견되었는가?”

만상천군은 지성룡이 쾌차하였다고 하자 다시 장로회의를 소집하였다.

태상장로 이군평은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태을자의 종적에 관하여 물었다.

“말탐들에게 일급경계령을 내리고 태을자의 종적을 찾으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만 아직까지 종적이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태을자 같은 인물이 숨으려고 한다면 찾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간악한 자로다. 자신의 문파에 돌아갈 오욕은 생각치 않고 자신만 살겠다고 잠적을 하다니?”

“또한 중원 천지에 등격리 사막과 흑혈강시에 관한 일이 은밀히 소문이 되어 퍼지고 있습니다. 우리말고도 진실을 아는 자가 태을자를 궁지에 몰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 무리가 누구인지 워낙 은밀히 소문이 퍼져 알 수가 없습니다. 태을자는 워낙 원한을 가진 자가 많기에 누구인지 짐작도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게 만상천군이 말하는 가운데 장로들이 다 와서 좌정을 하였다.

“일단 어르신들을 모이시라고 한 것은 저 번에 결정을 짓지 못한 태을자와 승천검황의 일에 본문이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것을 결정하기 위해서 입니다.”

만상천군이 먼저 말을 꺼내자 아무도 먼저 나서서 말이 없었다. 사안이 상당히 중대하기 때문이었다.

조사지령에 강호의 불간섭이 있는데 승천검황을 돕자고 하였다가 반박이라도 받을 것 같았고 또한 돕지 않자고 하자니 내심으로 태을자의 악행에 대하여 면죄부를 주자는 말로 인식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저는 일단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그분에게나 우리에게나 바람직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분에게 필요한 것은 눈과 귀이니 그 것을 제공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조사지령도 크게 어기지 않는 것이니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태상장로 이군평이 차선을 하자 사안은 이미 결정이 된 것이다 다름이 없게 되어 버렸다.

그들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흑혈시독에 중독이 되고도 살아난 것은 실로 괴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 장로가 그 일이 이상하여 말을 꺼냈다.

“실로 시독은 한번 중독되면 그 해독약을 먹지 않는 한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데 아무런 약도 쓰지 않고 이겨낸다는 것은 전대미문의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영약을 복용한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맨몸으로 그런 일을 만들 수 없습니다. 틀림없이 영약을 먹었을 것입니다.”

한 장로가 단정적으로 말을 하였다.

“어찌 되었거나 그 나이에 그런 무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실로 경악할 일이오. 나는 이번일에 검황보다 오히려 그 아이를 염두에 두고 이번 일에 도움을 주자고 말하였소.”

이군평의 말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몇 년 안가 지소협이 천하제일인의 자리에 올라설 것으로 생각합니다. 나이 스물이지만 그 정도의 성취를 얻었다는 것은 그 나이 때 승천검황도 이루지 못한 경지이오.”

만상천군은 지성룡의 경지에 감탄을 보내었다.

“떠나신다고 들었습니다.”

승천검황의 처소로 만상천군이 찾아왔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독한 흑혈시독을 이겨내고 사지에서 벗어난 것을 감축드립니다.”

“정말 다행한 일이오. 천군이 일찍 발견하여 시원한 석실로 인도한 것도 독을 이기는 데 큰 도움이었소.”

승천검황은 만상천군이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하게 지성룡을 시원한 곳에 인도한 것을 치하하였다.

“고작 그런 것을 치하하다니 면목이 없습니다. 하옵고 본문에서 조사의 명이 지엄한지라 직접적으로 일을 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저희들이 할 수 있는 길을 생각해본바 저희들이 도울 길은 강호의 소식과 태을자를 비롯한 오대문파 의 동정을 전해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 일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크게 도움이 되어 드리지 못한 점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아니오, 만상문에서 그렇게 결정하여 주시니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천하 정의를 위해 그러한 결정을 해주시니 한결 든든합니다.”

“저희들의 소극적인 대응을 탓하지 않으시니 오히려 감사드립니다.”

승천검황은 만상문에서 눈과 귀가 되어 준다고 하자 내심으로 감사를 하였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실로 만상문의 전부를 다해서 도와주시는 것이니 어찌 감사를 하지 않겠습니까? 감사하옵니다.”

지성룡 일행은 만상문을 나왔고 밖에서 대기하던 수행원을 만났다.

“그간 천하의 소식은 어떤가?”

지성룡의 질문에 그들이 만상문에 있는 동안 있었던 일을 말하였다.

호산에서 발표한 흑혈강시의 일들부터 시작하여 태을자가 흑혈강시를 찾는다고 떠난 일과 태을자가 그 것을 맹주전에 숨긴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등격리사막에 대한 비사까지 소문이 났다고 전해주었다. 만상문에 있는 동안은 어찌 되었건 중원에 관한 소식에 어두울 수박에 없었다.

지성룡은 그런 소식을 듣고 승천검황에게 전하여 주었다.

“실로 누군가가 치밀한 계획 하에 소문을 내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옆에서 같이 듣던 무적철검이 말을 하였다.

‘이일은 무림맹의 제갈중명과 천기각주가 한 것 같구나.’

지성룡은 이 일에 대하여 듣자 바로 그들이 한 일이라는 것을 직감하였다.

“그런 것 같구려. 태을자의 잠적을 눈치챈 인물이 그를 더 궁지에 몰기 위한 일 같구려. 그가 나서지 못하는 약점을 알고는 더욱 궁지에 몰기 위한 것 같네.”

“이일에 대하여 오대문파의 반응도 실로 궁금합니다. 그들로서는 이런 소문이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성룡도 자신의 생각을 말하였다.

“일단은 사천으로 가자.”

그들은 사천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그들은 말보다는 그 동안 지성룡 때문에 다소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고 파악하여 서둘러서 산길을 달려갔다.

“이곳은 더 이상 볼일이 없다 이번 기회에 사천에 들러 당가를 비롯한 그곳의 인심을 파악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우리가 한일에 대하여 천하가 완전히 경악에 물들고 있소이다. 맹주가 장로 회의를 소집하였소이다.”

제갈중명은 인자기가 들어오자 말을 먼저 건넸다.

“실로 이런 파장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오. 여기 저기서 증언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인자기도 동조를 하였다.

“이일에 대하여 대책을 수립하라는 말과 더불어 무림맹의 입장을 밝히라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쇄도하고 있는 실정이오. 이제 어떤 방향을 잡아야 하는데 만일 내가 오대 문파에서 등을 돌린다면 그들이 오히려 극단 적인 행동을 할까 심히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없소이다. 그러니 어찌 하는 것이 좋소?”

“일단은 관망을 하십시오. 그 일에 대하여는 아는 바가 없다. 그저 진실이 밝혀지면 어떠한 조치를 취할지 그때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취하십시오.”

인자기의 말에 제갈중명은 자신이 모르는 일이라고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장로회의가 벌어지고 맹주가 바뀌면 일이 다시 복잡해질 것이 아니오? 우리 둘다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아니오?”

“누가 맹주가 되건 총사에 대하여는 흔들지 못할 것입니다. 총사마저 교체를 하고 난다면 그간 무림맹 총단에 대한 통제를 상실할 것입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우리는 암중으로 활동하기가 용이해 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것을 예상한다면 차라리 떠나 있는 것도 좋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도 하겠습니다. 하나 일단은 총사를 유지할 생각이오. 그 것이 향후의 전망을 생각한다면 나은 길일 것 같소이다.”

“물론 입니다. 일단은 무림맹의 실권을 총사께서 장악하는 것이 어찌 되었건 유리합니다. 그리고 맹주가 새로이 선출된다면 오대문파에서 파견되어 있는 장로들이 무림맹의 일에 수시로 참견하는 일에 대하여 소생이 이의를 제기할 생각입니다. 그 일로 한판의 승부를 할 생각이오니 그리 아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그들의 영향을 없애도록 하겠습니다.”

인자기의 말은 지금까지 오대문파가 부당하게 참견하는 것을 더 이상 묵인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알겠소이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나는 다른 문파와 세가의 사람들에게 말을 하여 그들을 공격하도록 말하겠소이다. 우선 그 일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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