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53)
도사 차림의 사십대의 문사가 당도한 곳은 앞이 막힌 계곡 안이었다.
그 계곡 안쪽으로 들어간 그는 안쪽의 한 방향으로 걸어갔고 그러자 그의 신형은 흐릿하게 사라져 갔다.
이 계곡 안쪽에는 또 다른 계곡이 분지처럼 펼쳐져 있었다.
그 곳에는 거의 백여채의 전각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 문사는 익숙한 듯 중앙의 전각으로 갔다.
“문주님, 출타를 하셨다고 들었는데 벌써 돌아오십니까?”
“일이 급하게 되어 중도에 다시 돌아오는 길이다. 지금 즉시 장로 어른과 호법 어른들을 모두 들라고 하여라.”
“예.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무사는 그렇게 말하고 안으로 사라져 갔다.
사십대로 보이는 문사는 만상문의 문주인 만상천군으로 실제나이는 세수 백 다섯살로 만상문을 책임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승천문은 세외삼절(世外三絶)의 한자리를 차지하는 문파이다. 또한 만상문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이기가 속한 무상문도 마찬가지이다. 한데 그 두 문파에서 지금 찾아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선택을 강요하기 위해서 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겁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 문파와의 정리를 생각한다면 들어줄 수밖에 없다. 우리와 달리 그들은 원이 침공하자 결국 은거를 깨고 나갔고 우리는 호법들을 세상에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한데 그들이 찾아오고 그들을 쫓아서 흑혈강시가 등장하였다.’
만상천군은 내심으로 흑혈강시의 출현에 당황하고 있었다.
‘나는 승천검황이 오대문파와 천하문의 분쟁에 뛰어드는 것이 내심으로 못마땅하였다. 한데 결국 승천검황이 움직이자 흑혈강시가 등장하였다. 이는 내가 생각한 것 이외의 것이 있었고 승천검황이 옳았다는 증거이다.’
만상천군은 애들 싸움에 어른이 개입하는 것 같아 내내 승천검황이 못마땅하였다.
한데 그렇게 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흑혈강시가 나타났다. 결국 이는 승천검황이 나서지 않았다면 그런 암적인 존재는 독아를 감추고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이는 만상문이 오대문파와의 분쟁에 끼어들어야 하는 것이란 말과 같다.’
그때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안으로 하나둘 들어왔고 속속 자리에 앉았다.
만상문에는 십대장로와 오대호법이 문주를 보필하고 있었다.
장로는 문주를 견제하고 의사결정시 찬반을 표하는 반면 호법은 문주의 명에 의해 일을 집행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일각이 지나자 장내에는 열다섯명이 자리에 앉았다.
“지금 흑혈강시가 등장하였소.”
그 말에 모두가 긴장한 얼굴이었다.
“그 것도 여기서 고작 백여리 떨어진 천섬관이오.”
그 말에 모두는 얼굴을 보면서 긴장한 빛을 띄었다.
“무려 백팔구요. 그 숫자는 결국 흑혈강시뿐만이 아니라 흑혈만시대진(黑血滿屍大陳)을 전개할 수 있다는 의미이오.”
만상문주의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기에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였다.
“하면 누가 본문을 노린다는 것이오?”
태상장로인 문주앞에 앉은 노인이 말을 하였다.
“아닙니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승천문의 전인인 승천검황이오.”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흑혈강시가 나타난 이유가 이해되었기 대문이다. 그만한 인물이기에 흑혈강시를 동원한 것이다.
“흑혈강시의 배후가 누구이오?”
만상문이 모르는 내용은 거의 없었다.
“화산의 태을자입니다.”
그 말에 장내의 열다섯의 얼굴에 노여움이 가득하였다.
“일단 중요한 것은 지금 승천검황이 본문을 찾아오고 있습니다. 또한 흑혈강시도 본문을 향하여 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단 우리가 그들을 맞아들이느냐? 흑혈강시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결정하여야 합니다.”
만상천군이 장로와 호법을 부른 것을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 였다.
“아마도 이각 정도면 두 세력 모두 당도할 것입니다. 승천검황은 무상문의 전인들과 동행하고 있습니다.”
태상장로를 비롯한 장로들은 급히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결정하여야 했기에 고민에 휩사였다.
“일단 문주의 의중이 중요할 것이니 문주의 의중을 말해보시오?”
만상천군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내심으로 방안에 생각해 둔 바가 있었다.
“일단은 승천검황과 흑혈강시가 부딪치는 것을 볼 생각입니다. 물론 흑혈강시를 파악하고 승천검황의 능력을 알기 위해서 입니다. 만일 위험하지 않다면 그들이 흑혈강시를 처리한 후에 맞으면 그만입니다. 하나 문제는 그들이 위험해질 때 어떻게 하느냐는 것입니다.
더구나 흑혈강시는 인간과 달리 시각이 아니라 본능에 따라 움직이기에 입구에 쳐진 진을 자칫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때 어떻게 하느냐는 것입니다. 특히 흑혈강시를 움직이는 인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그 말에 태상장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승천검황이 충분히 처리를 한다면 문제는 없네. 하면 일단 밖에 나가서 일부가 대기하다가 만일 그들이 위험에 처하면 구하도록 하게. 내가 듣기에 흑혈강시는 등봉조극의 경지의 무공을 가진 무인과 대등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네. 그렇다면 일단 지켜보고 우리가 나가서 구해오면 될 것이네. 그리고 일단은 흑혈강시를 움직이는 자는 반드시 사살하거나 죽이도록 하게. 그리고 태을자는 잡기가 어려울 것이니 일단 도망가면 그대로 두게. 그가 숨겨놓은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조사해 볼 필요가 있네.”
태상장로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저와 만상오절이 나가서 동정을 살피겠습니다. 혹시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니 숙부님들이 진의 입구에서 대기하다가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주십시오.”
“저기가 천인곡의 입구이네. 한데 그들이 천인곡의 입구에 이미 대기하고 있는 것 같구나.”
승천검황은 육합전성을 이용하여 전음을 뿌렸다.
삐익 소리가 어디선가 울려퍼지고 그들의 앞과 뒤로 검은 흑의를 입은 인물들이 나타났다. 한데 나타난 인물들은 온통 검은색이었다.
“설마 흑혈강시?”
무적철검이 앞에 나타난 인물들을 보고 경악하여 외쳤다.
“이런 마물이 나타나다니?”
승천검황은 그들을 보다가 경악하고 있었다.
“일단은 모두 한쪽에서 모여 대응을 하여라. 이들은 등봉조극의 무인들과 거의 비슷한 능력을 가졌다고 하니 주의를 해야하네.”
승천검황은 그렇게 말하고 바위가 있는 한쪽으로 일행을 이끌었다.
지성룡도 상황이 어렵게 된 것을 알고 품에서 승천검을 꺼내었다.
“특히 이들은 지독한 시독이 있으니 주의를 해야 한다. 일단은 가급적 근처에 다가오면 호흡을 멈추게.”
그러면서 승천검황은 준비해둔 장검을 뽑아들었다.
“오늘은 내 원 없이 한번 싸워보지.”
승천검황은 그렇게 말하고 흑혈강시들 사이로 나아가며 검을 내리쳤다.
“콰아앙”
그런 소리가 땅에 검기가 부딪치면서 울려 퍼졌다.
그리고 흑의의 흑혈강시중에 서너구가 일순간에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승천검황은 흑혈강시가 등장하였다는 자체에 이미 노화가 치밀었기에 어떤 뜸을 들이지 않았다. 그의 손에서 펼쳐지는 공격은 자비가 없었다.
다시 재차 그들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처음으로 선보이는 일황의 신위에 이기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 놀라고 있었다. 그때 뒤쪽에 있던 강시들이 몰려오기 시작하였다. 승천검황이 앞쪽의 강시들을 공격하기에 뒤쪽의 강시들은 일행에게 몰려왔다.
“틀렸습니다.”
흑혈사군은 전황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일황의 칼에 강시들이 속속 먼지가 되어 사라지자 고개를 흔들며 고개를 다시 숙이면서 포기하듯이 말하였다.
십여리 이상 떨어진 산봉우리 위에 그들은 있었다.
“흑혈강시가 흑혈경이 없어 완전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일황이 너무나도 강합니다.”
태을자는 일황도 보고 있지만 뒤에 네명이 흑혈강시를 맞아 싸우는 것을 보고 있었다.
‘실로 무서운 일이다. 일황이야 그렇지만 저 여아마저도 흑혈강시를 맞아 대등하게 싸우고 있다. 더구나 참룡검객이라는 저 아이는 실로 가공하다. 벌써 네구의 흑혈강시를 처리하고 있다. 이기와 대등한 능력을 보이고 있구나.’
전황은 흑혈강시가 압도적인 수적 우세에도 크게 유리하지가 않았다.
승천검황의 공격이 한번씩 작렬할 때마다 서너구씩 사라지고 있었다.
그렇게 간다면 일각이 지나지 않아 앞쪽에 포진한 오십여구의 강시는 사라질 것 같았다.
‘실로 지난세월 장족의 변화가 있었다. 이미 오기조원의 경지를 벗어났다. 어찌 저럴 수가 있단 말인가?’
놀라서 혼자 생각하던 태을자는 주변으로 접근하는 인물들이 있는 것을 알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이 오십여장 밖으로 다가올 동안 기척을 못 느꼈다는 것은 그들의 무공이 자신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을 뜻했기 때문이다. 순간 태을자는 정신없이 보고 있던 흑혈사군의 인후혈에 지풍을 보내고 뒤로 급히 사라졌다. 그가 발출한 것은 태을매선지라는 화산파의 비전 지법으로 소리와 기척이 없는 최상승의 지법이었다. 그의 지풍을 받은 흑혈사군은 그 자리에서 푹 고꾸라졌고 이미 태을자는 백여장 밖으로 도망가고 있었다. 그가 사라지자 장내에는 다섯명의 인물이 나타나 흑혈사군의 시체를 보았다.
“잔인한 자입니다. 일이 틀어졌다고 생각하자 살인멸구를 하고 사라졌습니다.”
“이자가 남긴 이 지법은 화산의 태을매선지입니다.”
“왜 이자가 태을매선지를 사용한 것 같습니까?”
만상오절은 소리없이 나타난 문주를 보면서 물었다.
“실로 간교한 자로다. 승천검황의 조력자가 나타난 것으로 생각하기에 뺑소니를 치면서도 오히려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남기다니.”
그 말에 만상오절은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정파에서 저런 간교하고 잔인한자가 여태 있었는데 누구도 몰랐다니 실로 하늘을 속이고 땅을 속이는 위인이로다. 살인멸구도 모자라 그 와중에 이런 계교를 사용하다니.?”
만상오절은 문주의 탄식에 어이가 없었다.
“저자는 이 인물을 죽인 것을 순순히 시인할 것이네.”
그 말에 만상오절은 어이가 없었다.
“하나 이자가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할 것이네. 또한 승천검황에게 결례를 범하지 않기 위해 그저 조용히 이 인물을 보고 척살하였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것이네. 아마 화산의 본산에 가서 곧 장로회의를 소집하여 흑혈교의 잔당을 색출하여야 한다고 난리를 피울 것이네.”
그제서야 만상오절은 머리를 끄덕였다.
“대단한 모사꾼이지. 이미 일이 틀어졌을 때까지 계산을 해놓은 인물이지. 정말 무서운 자가 아닐 수 없구나. 그나 저나 정말 대단한 무공이 아닐 수 없구나. 흑혈강시 오십여구가 저분의 한 손에 파괴되었고 이십여구는 이기와 저 청년에게 파괴되었으니 곧 정리가 되겠군.”
“한데 강시는 그 조정하는 인물이 죽거나 사라지면 제 기능을 못하는데 왜 저들은 저렇게 움직이는 것입니까?”
만상오절 중에 하나가 궁금한 듯이 물었다.
“강시를 움직이는 방법은 세가지가 있습니다. 제일 무서운 것이 심령제압술(心靈制壓術)입니다. 하나 이 방법은 시전자가 사라지면 강시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지게 됩니다.
두번째가 진언제압술(鎭言制壓術)입니다. 그것은 부적과 주문으로 강시를 움직이는 것입니다. 한데 이자들은 그 방법을 사용하면서 영원명령법을 사용하여 강시에게 공격명령을 내렸습니다. 승천검황 일행이 사라지거나 강시가 사라지거나 할 때까지 공격을 하라는 명령입니다.
이자는 진언제압술만으로 강시를 통제하지 못하기에 슬영제압술(瑟鈴制壓術)까지 사용하여 통제를 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이 시체를 곡내로 가지고 가시오. 물론 인후가 파괴되었기에 이자를 방술로 혼을 부를 길도 사라졌지만 어찌 되었건 태을자가 이곳에 왔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니 일단은 보관은 해두어야 할 것이오.”
그렇게 말하고 만상문주는 떠나갔고 곧 만상오절도 시체를 가지고 사라졌다.
“어서오시오.”
사십대의 도사가 승천검황 일행 앞에 나타났다.
이미 장내는 흑혈강시가 다 처리되어 있었다.
“아니 만상천군이 아니오?”
승천검황은 사십대의 도사를 보면서 반갑게 아는 체를 하였다. 이미 이곳에서 싸움이 벌어졌기에 그들이 모든 것을 보았으리라 생각하였지만 그들이 나서지 않은 것을 탓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소이다. 지난 세월 소식이 없어 자못 궁금하던 차에 소식을 들었습니다. 본문에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가?”
만상천군은 장내에 쓰러져 있는 흑혈강시의 시신을 보면서 물었다.
“하하, 오는데 불청객들을 달고 왔던 것 같습니다. 요사이 화산 태을자의 심기를 긁었더니 드디어 이런 위험한 장난감을 쓰고 말았습니다. 점점 더 위험한 장난감을 쓸 텐데 걱정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승천검황은 왜 왔느냐는 질문을 하자 보고서 묻느냐는 말로 태을자의 이야기를 하였다.
“자 드시지요.”
만상천군은 승천검황의 말에 안으로 들라고 하였다.
자신의 말에 충분한 대답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안으로 사라지자 곧 주변에서 십여명이 나타나 흑혈강시의 잔해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었다.
“조심하여라. 이들에게는 시독이 있으니 모두 숨을 멈추고 제독산을 곳곳에 뿌려라.”
그들은 만상문의 문도였다. 자신들이 다니는 길에 독물을 방치할 수는 없기에 처리를 하는 것이다.
용소명은 웅가장의 사랑에 방을 하나 배정받았다.
웅전휘가 데려온 손님이기에 대접이 각별하였다.
용소명은 곧 심심하여 인근을 헤매고 다녔다. 새로운 곳에 대한 관심이었다. 산으로 들로 다녔지만 그가 누구인지 좁은 곳이라 소문이 나서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
오후를 그렇게 헤매고 다니자 인근의 지형을 숙지할 수가 있었다.
“정말 땅이 기름지고 소출이 좋은 곳이다.”
용소명은 적지만 울창한 산 위로 올라왔다. 멀리 한수가 지는 해를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일단은 이곳을 기반으로 하여 천하문에 진출을 하는 것이다. 더구나 내가 배운 검법은 간단한 검법이었다. 중원의 검술은 복잡하고 초식이 정묘하다. 물론 나의 검법이 약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강하면은 좋은 것이다.”
용소명은 허리에 매달린 검을 빼어 들었다. 그 동안 남의 눈이 있기에 제대로 검법을 시전해보지 못하였기에 용소명은 천천히 검의 기수식을 잡고 혼자서 전개하기 시작하였다.
‘청명검법을 한번 흉내내 보아야 하겠다.’
용소명은 이조상이 펼친 청명검법을 기억하면서 흉내를 내었다. 그가 배운 검법은 그저 직선적인 쾌검이다 보니 오밀 조밀한 맛이 없었다. 그는 청명검법을 보면서 기억해둔 것들을 시전하였다.
“대단하지는 않아도 상당히 훌륭한 검법이야. 한데 언제 최절정이니 등봉조극이니 하는 경지에 이른단 말인가?”
그는 불현듯이 말을 들은 일황(一皇), 일성(一聖), 삼도(三道), 사마(四魔), 육기(六奇)의 경지에 오르나 내심으로 걱정이 되었다. 중원 무림에서 행세를 하려면 결국 그 정도의 무위는 가져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이 동경하는 참룡검객이 고작 두 살이 많지만 그의 무명은 사해를 떨치고 있었다. 결국 그 정도는 못될망정 근처에는 가야 될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용소명은 다시 일어나 검을 놀리기 시작하였다. 해가 지는지 주위가 어두어지자 연검을 마치고 그대로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검보 상에 있던 보법을 이용하여 빠르게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일단 우리가 말 한군데로 힘을 모으기로 하였으니 그 방안에 대하여 오늘은 구체적으로 말해보세.”
웅전휘가 송장주와 초장주가 들어오자 말을 시작하였다. 이 이야기가 용소명으로 인하여 시작되었기에 용소명도 참석을 하였다.
“제가 보기에 세분들이 모두 장사보다는 농사에 주력하고 천하문에 의존하는 것은 주로 그 생산하는 물건을 팔 때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제 주변을 돌아보니 소출이 대략 웅가장이 미곡 사천석, 초가장도 사천석 정도가 되고 송가장은 팔천석정도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집을 기준으로 사람을 계산해 보니 웅가장의 식솔이 천여명, 초가장이 천여명, 송가장이 이천이 조금 못되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맞습니까?”
용소명의 말에 그들은 거의 정확하기에 아무 말이 없었다.
“또한 식솔들의 식량과 나라에 내는 세금 등을 생각한다면 절반 정도도 팔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판돈은 어디에다 쓸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더니 옷가지를 생산하는 작물이 없고 또한 농기구를 생산할 대장간도 없고 각종세간을 마련할 장인들이 없었습니다. 그런 곳에 쓰고 나면 크게 남지도 않을 것 같았습니다.”
용소명이 대략적인 것을 파악하고 있자 그들은 놀라고 있었다.
“결국 이렇다고 보면은 이곳에서 생산되는 양은 천하문으로서는 상당히 미미한 양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옷감을 거래하는 상점과 대장간이 없다는 것은 상당히 생소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습니다.”
그 말에 그들은 각기 필요한 것은 천하문에서 마련해 준다고 말하였다.
“물론 그렇게 사는 것도 좋지만 여기서 남서쪽으로 가면 목화의 산지이고 그 곳에서 직접 사오면 싸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또한 비단도 그 곳에서 여러 가지를 들여 다가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일단 천하문을 통하여 받더라도 포목상과 대장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현청이 있는 곳까지 나가면 되지만 결국 그곳으로 돈이 새어나가고 있습니다.”
그 말에 서로 얼굴을 보았다. 둘은 각기 자신의 식구들로만 생각하였기에 그렇지 세 군데서 쓴다면 가능한 양이었다. 그들은 그 동안 서로 대립하였기에 그 동안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못한 것이다.
“저기 삼거리가 있는데 그곳에 포목점을 만들고 냇가 옆으로 대장간을 만들면 될 것 같았습니다.”
“하면 자네가 맡겠는가?”
송장주는 물었다. 웅가장과 초가장이 같이 행동을 한다면 충분히 수지가 남는 일이었다.
“물론 누가 맡고는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포목점은 포목에 관하여 잘 아는 사람을 뽑아 맡기고 대장간은 좋은 장인을 불러 맡기면 됩니다. 그 일은 송장주께서 잘 아실 것이니 송장주께서 하시면 됩니다. 문제는 돈을 얼마씩 내고 이익을 어떻게 나누느냐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맞네. 그럼 일단 내가 계획을 세워보겠네. 필요한 돈을 게산해 보고 사람을 물색해보면 될 것이네. 그럼 그 문제는 한 오일정도 지난 후에 내가 불러 이야기를 나누면 되겠네.”
그렇게 송장주가 말하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또 한가지가 있습니다. 제가 보니 이곳은 한수와 인접해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는 배가 머무는 곳이 모두 한수아래로 백리에 위로 오십리나 떨어져 있습니다. 저 산을 통과하면 고작 오리 정도만 길을 내면 교통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그리하여 포구를 둔다면 이곳으로 배를 통하여 물건을 받아 인근으로 보내면 될 것입니다. 그러면 상당한 장사가 될 것입니다.”
용소명의 말에 그들은 이미 생각해 본 바가 한두 번은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한두 달이 지나면 농한기가 될 것입니다. 그대 사람을 이용하여 길을 내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용소명의 말한 바는 송장주도 이미 생각해둔 바가 있기에 송장주의 지지를 받았다.
“저 산을 우리들에게 팔라고 한 자네의 속셈이 이일을 하기 위해서였는가?”
웅전휘는 송천영에게 물었다.
송장주는 삼년전부터 그 산을 팔라고 가금씩 말을 하였다. 그들이야 그 산을 팔지 않아도 는데 지장이 없기에 묵살하고 있었다.
그 질문에 송장주는 얼굴이 빨개지고 있었다.
“그렇네. 자네들에게 밝히지 않은 것은 그렇지 않아도 팔지 않는데 그 일이 알려지면 더 팔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네.”
용소명이 지적한 대로 송장주는 그런 계획이 있었다.
“아마 세분이서 한다면 큰 돈이 안들이고 길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는 하지. 그럼 그 일도 바로 조사를 해보기로 하세. 이 일에는 자네가 나서겠는가?”
송장주는 용소명을 지목하였다.
“좋습니다. 제가 나서도록 하겠습니다. 허나 관아의 허가 같은 문제는 송장주님이 능하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조치는 해주십시오.”
“알았네. 현령과도 언뜻 이야기를 해두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네. 문제는 천하문인데 그 문제가 걱정일세.”
“아직까지 힘으로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이 찾아 오면 그 때 협상을 하면 됩니다.”
그날은 두 가지가 결정되었다.
세 사람은 용소명이 있기에 이일이 가능하기에 용소명을 잡았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이 동행을 하면서 신뢰가 어느 정도 형성되었기에 가능하였다. 지금까지 아웅다웅한 앙금을 풀기에는 아직 멀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