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52)
지성룡과 황영지는 맹주전의 빈청에서 어른들의 이야기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천기각주인 인자기가 들어왔다.
“사해에 일순간 무명을 떨친 참룡검객을 보니 기쁘기 짝이 없습니다.”
지성룡은 인자기가 아는 척을 하자 떠나기 전에 아버지가 하던 말이 기억났다.
“무림맹에 가면 혹시 대총사나 천기각주를 만난다면 유의 하여라. 그들과는 다소 교통이 있다. 하나 그 일은 누구에게 알려져서는 안되는 일이다. 그러하니 결코 함부로 그 사실을 표하지 말아라.”
결국 그 말은 비밀스러운 거래 관계라는 의미였다.
“저 또한 무림맹의 천기각주를 뵈오니 기쁘기 한량이 없습니다.”
“어찌 공자의 영명에 비한다면 제가 견줄 수 있겠나이까?”
“그저 허명일 뿐입니다.”
그 말을 해놓고 보니 자신에게 진 사람들은 그보다도 못한 사람이라는 의미가 있을 것 같아 다소 조심스러웠다.
“제가 온 것은 공자님에게 저를 소개 하고자 온 것입니다.”
지성룡은 그말에 다소 의아하였지만 짐작되는 바가 있었다. 결국 거래 당사자이니 안면이나 익히자는 의미였다.
사실 천기각주가 온 것은 지성룡에게 거래에 대하여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온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지성룡을 시험하는 말을 하였다. 그가 그런 말을 하였을 때 뭐라 반응하는지 봄으로서 지유성이 지성룡에게 자신을 인식시켰는지 시험한 것이다.
“물론 천기각주님에 대하여는 자주 들었습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그 말은 교묘하게 당신에 대하여 아버님께 들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공자님이 저를 알고 있다니 기쁩니다. 향후에도 좋은 인연이 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물론 입니다. 저 또한 각주님의 많은 도움을 기대하겠습니다.”
“어찌 제가 공자님에게 소홀히 대하겠습니까?”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갔다.
“서로 알고 계신가요?”
황영지는 두 사람의 대화가 다소 어색해 물었다.
“아니오. 그저 이름만 몇 번 들어보았소. 하나 무림맹의 몇 안되는 지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오. 그러니 친해 두어서 손해나지 않는 사람이오. 천기각이라면 무림맹의 눈과 귀라고 할 수가 있지 않겠습니까?”
“물론 그렇지만 아부를 할 사람 같지는 않은데 좀 그런 것 같아서 물어 보았어요.”
“아부라고는 생각치 않소이다. 아마 나를 파악하고자 온 것일 것이오. 그러니 굳이 나쁜 인상을 줄 필요가 없지 않소.”
그렇게 지성룡은 시치미를 떼었다.
“그렇지만 다소 뭔가 대화가 이상했어요.”
황영지는 뭔가 석연치 않은 듯한 느낌을 받은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저 지성룡은 그런 황영지를 그대로 두었다.
한참동안을 승천검황과 청명도인은 아무런 말이 없이 앉아 있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함부로 말을 하기가 곤혹스러워 가만히 있었다,
청명도인으로서는 유구무언(有口無言)이었고 승천검황으로서는 더 이상 할말이 없기 때문이었다.
제갈중명은 일이 이렇게 되자 뭐라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기에 가만히 두 사람을 지켜 보았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구나. 그 일의 진실을 밝힌다면 천하문과의 비무에 패하는 것보다 더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안 밝힌다면 그 일을 밝힐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계속하여 오대문파를 압박할 것이 틀림없다.’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천하문을 후원하는 것은 천하문이 당한 일이 무림에서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고 어찌 보면 한때 내가 겪었던 안 좋은 일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오.”
그 말에 청명도인은 얼굴이 화끈해지는 것을 느꼈다.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똑 같이 비겁한 짓을 하고 있기에 더욱 용서를 못한다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제갈중명도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그 이후에도 천하문에 그런 짓을 하는 것을 보니 그 일에 대한 반성은커녕 더 심한 짓을 한다는 질책이었다.
승천검황의 이 말에도 청명도인은 말을 못하고 있었다.
이 정도를 말하는 것도 그들의 체면을 배려해 주는 것이었다.
제갈중명으로서는 이일에 나설 입장이 아니기에 아무런 말을 못하지만 청명도인이 아무런 말을 못하는 것을 보니 자신의 짐작이 맞는 것 같아 불안 하였다.
“나는 이 말을 위해 이 자리에 왔고 이 말을 했으니 가보아야 하겠소.”
승천검황이 일어서자 이기도 결국 다라서 일어났다. 청명도인은 너무나 아득하여 일어나려다가 현기증이 나는 것 같아 심기를 가다듬어 겨우 일어났다.
“참으로 골치 아픈 상황 같소이다.”
제갈중명은 승천검황이 그대로 떠나버리자 이일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 지 난감하였다.
제갈중명이 왔는 것을 아는지 곧 천기각주도 들어왔다.
제갈중명은 천기각주를 보자 먼저 상황을 말하였다.
“등격리사막의 일을 언급하셨소이다. 직접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그 말이었소이다.”
“그럼 이번 일이 결코 천하문의 일로만 끝날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밝힌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 아닙니까?”
제갈중명은 자신이 가진 야망은 그저 소박한 것이었지 이런 피비린내 나는 일이 아니었다. 벌써 승천검황이 몰고 온 바람에는 피비린내가 느껴지고 있었다.
“이 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다시 검토해야 하겠소. 그저 세력이 재편되는 정도가 아니라 죽느냐 사느냐의 싸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일이 이 지경이 되었다면 과연 천하문이 이일을 알고 있느냐는 것이 궁금합니다. 알았다면 이일에 관여를 하지 않았을 것 아니오?”
천기각주는 승천검황이 하는 이 일의 진정한 의미를 아느냐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몰라도 검황어르신이 구파일방과 원한 관계가 있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오.”
“상당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렇게 되면 맹주님도 물러난다고 보아야 합니까?”
천기각주는 자신들이 일을 시작하는 마당에 상황이 이상하게 변하자 되물었다.
“아마도 그럴 것이오. 맹주님이 오늘 같은 상황을 당하고 자리를 지킬 수는 없을 것이오. 결국 장로회의를 소집할 것이오.”
제갈중명과 인자기는 말을 끝내고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일이 이렇게 된다면 오대문파는 점점 궁지로 몰리게 되고 그들도 어떤 최후의 발악을 할 것이 아니오?”
제갈중명은 이일의 결말이 예측이 되지 않아 물었다.
“결국 음모로 승천검황과 천하문을 공격할 것이지만 그 것이 통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과연 오대문파가 농간을 부렸을 때 그저 당하고만 있을 것으로 판단되지는 않습니다. 오대문파가 만일 그런 암수를 사용한다면 천하문에게 치명적인 것을 할 것이고 그러다가 이것이 음모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더욱 오대문파는 궁지에 몰리 것이고 오대문파는 상당한 곤경에 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자기의 말은 오대문파의 암수가 지금도 통하겠냐는 말이었다.
“등격리사막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무적철검은 내내 궁금하여 말을 묻고 말았다.
“일단 방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하지.”
승천거황은 모두를 들어오게 하였다.
“사실 나는 등격리사막에서 무림맹의 주력군이 하루 늦게 도착한 것을 결코 저들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가 확인하지 못한 잘못으로 알고 지내었네. 그렇기에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몽고족도 희생된 것에 대하여도 내내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등격리 사막의 전투에서 입은 내상을 치유하는 데만도 사년이 걸렸으니 사실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네.”
승천검황은 그 당시의 일을 떠올리기가 괴로운 듯 하였다.
“결국 내 잘못으로 죽어간 이백여명의 호법단 무사와 일부 낭인들에게 항상 미안하게 생각하였네. 그런데 내상이 다 낫자 그 것이 농간이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였네. 그러나 나는 다 나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묻어두려고 하였네. 하나 죽을 때가 가까워 온다고 생각하자 고향 땅이 보고 싶어졌네. 그리하여 중원에 나왔고 오대문파와 천하문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고 결국 그 당시에 나도 그들에게는 천하문과 같은 존재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그들이 고의로 늦게 도착한 것이라는 직감이 오기 시작하였네. 결국 그렇게 생각하여 천하문과 같이 운명을 같이하기로 하였네.
결국 이 싸움에서 상당한 걸림돌이 될 소지가 있는 소림을 침묵시키고 오늘 청명도인을 자극하여 보았네. 청명도인은 나의 격장지계에 결국 자기 죄를 인정하고 말았네. 솔직히 했다는 증거보다는 그들이 고의로 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찾고 싶었네. 그렇기만 하다면 천하문과 오대문파 사이에 생긴 일을 좋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네. 하나 오늘 일로 오대문파에 대한 용서는 있을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네.”
그런 말에 무적철검은 비롯한 무상도, 지성룡, 황영지는 어이가 없었다.
오대문파에서 그런 일을 하였다는 것에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
“그 당시 오대문파의 장령제자들이 무림맹의 주력을 이끌었네. 그리고 만박노사가 바로 그당시 그들의 군사였네.”
그렇게 말하자 모두는 경악을 하였다.
“아마 내가 그들을 따라 무림맹으로 갔으면 늦게 도착한 죄를 묻기보다는 내가 무모하게 공격하였다고 나에게 죄를 뒤집어 씌었을 것이네. 내상을 당한 나는 반항 한번 못하고 사라졌겠지. 그런 생각만 한다면 소름이 오싹 끼치네. 그들의 더러운 음모에 수하들은 쓰러진 것이네. 지금도 그들은 억울하여 구천지하를 헤매고 있을 것이네.”
승천검황은 말을 하다가 결국 슬픔을 참지 못하고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승천검황 같은 사람이 눈물을 보이리라고는 생각치 못한 모두는 놀라서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 장면을 보는 모두는 승천검황의 비통한 심정을 알 수가 있었다.
동료라고 믿었던 자들에게 버림받아 비참하게 사라져간 부하들의 영혼이 구천을 헤매고 다닐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기분을 생각하자 장내는 숙연해 졌다.
“날세.”
청명도인은 전음으로 들려온 목소리에 놀라서 일어났다.
불도 켜지 않은 방안에서 홀로 자책하며 앉아있던 그의 앞에 한 인물이 나타났다.
“어쩐 일이십니까?”
나타난 사람은 화산의 태을자였다.
“오늘 승천검황이 왔다 간 것으로 알고 있네. 무슨 말을 하던가?”
청명도인은 승천검화이 와서 나누었던 대화를 이야기 하였다.
“결국 그 일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그 일에 대한 의구심이 있기에 오대문파에 대립하는 천하문을 선택하였고 이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습니다.”
“이기도 석년의 그 일에 대한 말을 들었다면 당연히 그러할 것이네. 그의 의지는 어떠한가?”
“확고했습니다. 그저 묵은 비무의 무승부도 설욕을 하였는데 그 일을 잊겠느냐는 반응이었습니다.”
“증거는 가지고 있는 것 같았는가?”
태을자의 말에 청명도인은 갑자기 인간이 얼마나 추악한가에 대한 상념이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도 덮으려는 것이다.
“그런 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미 그 일에 대하여는 수많은 소문이 있기에 이미 그분의 귀에도 들어갔을 것입니다. 그것보다도 그 분이 천하문을 돕는 것은 바로 그 일과 공통점을 발견하였기에 더욱 결심을 확고하게 한 것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일단은 천하문을 움직여 우리에게서 명분을 뺏고 그 다음에 일을 밝힐 것 같습니다.”
청명도인의 말에 태을자는 암담하였다. 결국 그런 죄를 감추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였던가? 그런데도 그 망령이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결국 하늘은 노도에게 더욱 더 큰 죄를 짓도록 만드는 것인가?”
태을자는 탄식을 하였다. 청명도인은 태을자의 탄식에 섬찟 하였다. 그런 탄식 이후에 벌어진 일이 바로 등격리사막의 사건이었다. 그때도 하늘을 핑계대며 진군하자던 일행을 만류하였다. 처음에는 협곡에 있는 자들이 적인줄 알았지만 곧 적이 아니라 유랑민들로 판정이 났다. 그 것을 묵살하고 하루를 보낸 것이다. 그리고 태을자는 그 유랑민을 하나도 남김없이 참살하였다.
그것은 등격리 사막을 고작 사십리 남겨두고였다. 그렇기에 승천검황은 곧 올 것으로 판단하고 공격을 먼저 시작한 것이다.
“방법이 있습니까?”
“그들이 있는 곳은 무림맹의 힘이 가장 잘 미치는 곳이오. 바로 이럴 경우를 위해 준비해둔 것을 써야 할 때인 것 같소?”
태을자의 말에 청명도인은 소름이 끼치기 시작하였다.
“혹시 오십년전에 발견한 흑혈교의 흑혈강시를 말하는 것이오?”
“그렇소이다. 나는 그 것들을 죽기 전에 폐기할 생각으로 이곳 맹주전 아래에 두었고 이제 그들을 써야 될 때라고 생각하네. 그들이 사천으로 갈 것이라고 하니 천섬관(川陝關)에서 그들을 처리할 생각이오.”
청명도인은 결국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것을 알았다.
‘원시천존이여, 이 죄를 어찌 하여야 한단 말인가?’
청명도인은 더 이상 말을 못하고 있었다.
창안에서 촉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천섬관을 지나야 하였다. 천섬관은 화산에서 동쪽으로 육백여리 동쪽에 있는 진령산맥의 한 협곡이었다.
“삼 공자님. 천섬관에 이상한 기운이 어려 있어 접근을 하기가 곤란하다는 선발대의 전언입니다.”
지성룡은 그말에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르신, 천섬관에서 이상한 기운이 있다고 합니다. 이대로 간다면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겠습니다. 누구 한사람 살펴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성룡은 그들이 허튼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기에 승천검황에게 보고를 하였다.
“음, 일을 도모코자 한다면 천섬관이 제격이지. 일단 주변에 눈도 있는 것을 보니 천섬관에서 뭔가 일을 꾸미려는 것이 틀림 없구나. 하나 이 주변은 천인곡에 가까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구나. 일단 저기로 가자. 굳이 위험이 있는데 거기로 가는 것은 멍청한 짓이지. 천인곡에 먼저 가자.”
승천검황은 등격리 사막의 일이 있고부터 모든 사람을 위험에 빠지게 만드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에게 위험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자신만이 아닌 남을 끌고 가는 것은 하고 싶지 않았기에 회피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승천검황의 뇌리에는 불안함이 남을 수 밖에 없었다. 위험이란 피하면 따라오기 마련이었다. 그들이 피하면 피하는 곳으로 따라오는 것이다.
그러나, 위험이 따라오다 보면 위험도 위험해지는 것이다. 결국 피하면 위험은 사라지지는 않지만 위력이 반감되는 것이고 완벽한 함정이나 덫에도 파탄이 발생하는 것이다.
“일단 굳이 그쪽으로 가지 않기로 하였지만 우리가 피한다고 하여 피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천섬관보다는 덜 위험할 것이나 경계는 철저히 하여야 한다.”
그렇게 말하고 사방의 경계를 하기 시작하였다.
“수고스럽지만 주변의 변화를 주시해 주시고 가급적이면 그들을 피해주세요. 그들이 노리는 것은 우리입니다. 그러니 그대들이 부딪친다면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하니 조심하십시오.”
지성룡은 자신을 다라서 이동하는 사람들에게 당부를 하였다.
그들이 일행을 노린다면 결국 자신들의 전력을 충분히 파악하여 그에 맞추어 힘을 준비하였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누가 그런 짓을 할 것으로 생각합니까?”
무적철검은 이미 위험이 있는 것을 감지하였다.
“태을자이지. 그 밖에 이런 짓을 할 사람이 없지. 그는 천성이 비겁하지. 온유한 듯 하지만 비겁하기에 항상 뒤에서 일을 추진하고 모든 것을 실수나 우연으로 위장하여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다. 항상 태을자를 상대할 때는 그 점을 유의하거라. 그렇지 않는 다면 결정적인 순간에 뒤통수를 맞을 수가 있다.”
승천검황은 단정적으로 말을 하였다. 이미 이런 일을 예상하고 무림맹에서 그렇게 하였다. 그 정도로 격동을 시키면 반응이 올 것으로 예상을 하였다. 그리고 이제 반응이 오기 시작한 것이다.
“명심해 두어야 할 것은 앞으로 위험이 어디에 가건 존재한다는 것일세. 태을자는 지난 세월동안 자신이 움직일 수많은 비밀세력을 구축해 놓았을 것이고 그들은 태을자의 명에 우리를 노릴 것일세. 그들을 하나하나 격파해 나가다 보면 결국 태을자의 실체에 접근을 하게 될 것이세. 그들은 태을자가 사라진다면 무림의 독버섯이 되어 표류할 것이네. 이번 기회에 그들을 제거하여야 하네. 그렇지 않는다면 실로 무림의 재앙이 될 것이네.”
그렇게 승천검황은 다시 일행들에게 경고를 하였다.
“지금 천섬관에 나타난 흑의인들이 흑혈강시라고 하였느냐?”
“녜, 틀림이 없었습니다. 난데없는 흑혈강시의 출현이라 의심이 들어 몇 번이나 살펴보았지만 흑혈강시가 틀림이 없습니다.”
두사람은 도인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노리는 사람은 누구냐?”
한사람은 상전이고 한사람은 수하로 보였다.
“그들이 노리는 사람은 일황과 그 일행입니다.”
그 말에 보고를 받는 자가 흠칫하였다.
“일황을 노리다니? 흑혈강시의 출현도 놀랍지만 일황을 노리는 무리가 나타나다니? 일황은 어디에 있느냐?”
“그 것이 조금 이상합니다. 일황이 가는 방향이 본문이 있는 천인곡 방향입니다. 그저 위험을 우회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본문이 목표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말에 보고를 받던 사십대의 도사가 흠칫하였다.
“하면 천섬관의 흑혈강시는 그대로 있느냐?”
“그들도 산속으로 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그 방향이 일황이 향하는 천인곡 방향입니다.”
“흐음, 일황이 본문을 찾아오려는 것인가?”
그렇게 나직이 중얼거리자 보고를 하던 수하는 흠칫하였다.
“하오면 일황이 본문을 알고 있사옵니까?”
“달리 일황이겠느냐? 일황이 오는 이유가 결국 흑혈강시를 움직이는 무리 때문일 것이다. 허나 일황이 흑혈강시의 무리를 본문으로 이끌고 오는구나.”
“일단 본문으로 모든 문인들을 귀환시키도록 한다. 천인공노(天人共怒)할 흑혈강시를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비전은 오십년전 흑혈교의 멸망으로 사라졌을 텐데 심히 무림의 앞날이 걱정이구나.”
사십대의 도사는 산등성이를 마치 평지처럼 휙휙 걸어 갔다. 그가 사용하는 신법은 마치 그의 발에 땅이 접어졌다가 펴지는 것 같았다. 실로 축지법을 익힌 듯 하였다.
수하는 그 뒤를 급히 쫓아 가기 시작하였다.
승천검황 일행이 중간에 방향을 바꾸었다.
“어느쪽이냐?”
“동쪽 귀령곡 쪽입니다.”
“귀령곡이란 말이냐?”
그 곳을 귀령곡이라 부르는 것은 가끔 그 쪽으로 간 자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아 붙여진 이름이었다.
“예, 그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검은 두건을 한 두 사람이 말을 나누고 있었다.
“우리의 매복을 알았다는 것이로구나. 하나 귀령곡은 항아리 모양의 계곡이다. 죽을 곳을 찾아 가는 구나. 오히려 천선관보다 공격하기가 용이한 곳이다. 모두 귀령곡 쪽으로 이동을 시키도록 하여라.”
그 한사람은 태을자요 한사람은 흑혈교 전란시 살아남은 흑혈사군이라는 흑혈교의 이인자였던 인물이었다.
흑혈교에서 흑혈강시를 만든다는 사실이 무림맹에 알려지자 흑혈교를 배신하여 당시 맹주이던 태을자에게 목숨을 구걸하였다. 흑혈교에서 흑혈강시를 완성하기 전이기에 그로서는 살기위해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다. 그런 그에게 태을자는 살려주는 대신 흑혈강시를 완성하라는 조건을 내걸었고 전란이 끝나 태을자가 흑혈강시를 비밀리에 빼돌리자 흑혈강시를 완성하는 일에 전념하였다. 그러나 그는 흑혈교주가 가지고 있던 흑혈경이 없기에 자신의 기억에 의해서 흑혈강시를 완성해야 했기에 그 세월이 삼십년이나 소요되었다. 그 후에는 무림맹의 맹주전 호법으로 지내면서 맹주와 태을자의 심복으로 지내온 것이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가 웅얼웅얼 뭐라고 외치고 가자 그 뒤를 따라 검은 복장을 한 흑의인들이 따라가기 시작하였다. 태을자도 흑의인들을 쫓아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