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50)
16. 변화
영소혜는 소림사에서 벌어진 비무의 결과를 보고 받았다.
사마 영추상도 비무의 결과를 보고 받는 자리에 같이 있다가 상당히 곤혹스러워 했다.
“참으로 걱정이 되는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일단 천하문에 사절을 보냈던 것은 잘된 일입니다. 그들이 당분간은 적대적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 이렇게 되면 천하문의 일방적인 우세로 굳어져 버릴 것은 당연할 것인데 우리도 어떠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마는 일이 다소 어렵게 변하는 것을 알자 영소혜가 대책을 세우자고 말하지만 뚜렷한 길이 없어 보였다.
“글쎄다 길이 별로 보이지 않는 구나. 일단은 우리와 무림맹과의 관계는 천하문과 무림맹과의 관계처럼 백도간에 일어나는 주도권 다툼이 아닌 서로 용납할 수 없는 대립적인 관계이다. 그러니, 그들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분란을 피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마의 말에 영소혜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근본적인 대책은 바로 싸우지 않는 길을 찾아내야 한다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천하문이 무림맹과 분쟁을 하는 것은 같은 정도 문파간의 세력다툼이기에 패한다고 하여 멸문으로 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만일 사황성이 분쟁을 하게되면 상황은 멸문을 당할 만큼 심각해 질 수가 있었다.
결국 멸문을 염두에 두고 임해야 되는 것이다.
“알겠사옵니다. 하오나, 그 대립을 우리가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조장하는 것이기에 피할 방법이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들과 피한다고 잠적할 수도 없는 일 아닙니까? 일단 천하문과 관계가 원활하게 이루어 지도록 만들어 놓고 그들에게 최대한 양보를 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영소혜의 말은 뾰족한 수는 아니나 어찌 되었건 천하문을 자극하지 않기에 다소나마 여유를 찾는 방안이었다. 이를 위해서 영소혜는 천하문에 우선 사절을 보내어 이번 한수십흉으로 발생한 대립적인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데 성공하였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아직 사절단이 오지 않았지만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전언이 도착하였기 때문이다.
“한번쯤 천하문과 합작할 길이 없는지 검토하여 보아라.”
영추상은 그렇게 영소혜에게 말을 하였다. 사마 영추상은 최근에 일어나는 무림의 변화의 중심에 천하문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합작으로 다소나마 천하문의 관여를 줄일 길을 찾고 싶었기에 넌지시 지시를 내린 것이다.
“하오면 강남에 천하문이 들어오도록 한다는 말이옵니까?”
현재 사황성은 남경상림과 공존을 하고 있었다. 서로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면서 별다른 분쟁 없이 지내고 있었다.
사황성이 천하문과 합작을 한다는 것은 결국 남경상림의 강남상권을 천하문에게 넘겨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검토를 해보라는 것이지 당장 어떻게 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 강남 상권의 일부를 양도하면서 그들의 화살을 피할 길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이 방안에 대한 검토가 끝나면 계획을 세워보아라.”
사마가 갑자기 온 이유가 이일을 지시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았다.
물론 소림사 비무에서 천하문이 이겼다고 하여 갑자기 어떤 변화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에 시간을 두고 차츰 정리하라는 의미였다.
영소혜는 사마가 밖으로 나가자 갑자기 마음 속에서 희망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천하문과 합작이 이루어진다면….?”
영소혜는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얼굴이 굳었다. 소림에 지성룡이 황영지와 같이 동행하였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 혼담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었지만 그 사실이 내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물론 승천검황과 이기가 동행하였기에 별다른 일은 없을 것이지만 그들이 가까이 있는 그 자체가 질투가 났다.
‘일단 천하문이 구미에 당길 만한 분야를 알아 보아야 하겠군. 우리가 천하문과 합작하면 남경상림이 팔짝 뛰겠군.’
영소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하였다.
천기각주가 들어오자 제갈중명은 보던 서류를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 탁자에 마주앉았다.
“결국 일이 예상대로 되었네. 결국 소림이 천하문의 일에서 손을 떼었고 이제 그 기세를 몰아 직접 무림맹을 압박하기 위해 오고있네.”
제갈중명이 먼저 말을 하였다.
“총사께서는 혹시 오대문파가 언제부터 그렇게 친목이 굳건해졌는지 아십니까?”
천기각주 인자기는 제갈중명의 말에 대하여는 어떤 반응도 없이 이상한 질문을 하였다.
“그 말은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시오?”
제갈중명은 갑자기 질문을 하는 의도가 궁금하여 물었다.
“그들이 친목이 굳건해진 것은 정확히 말하면 검황어르신이 실종된 직후입니다. 이 것이 이상하여 그 당시의 일들을 살펴보다가 등격리 전투에 대하여 이상한 점을 발견하였습니다.”
제갈중명이 천기각주가 말하는 바를 듣다가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을 말하려는 것을 보았다.
“무슨 말인가? 등격리전투는 검황어르신의 승리로 끝나지 않았는가?”
“물론 그렇지만 무림맹의 주력이 제 시간에만 도착하였으면 그 전투에서 검황어르신이 그렇게 생사투를 벌이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입니다. 당시 무림맹의 주력은 검황어르신과는 달리 등격리사막으로 가는 두 갈래의 길 중에서 다른 길로 갔습니다. 그들이 예정된 시간에만 도착하였다면 검황어르신이 그런 악전고투를 벌이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입니다.”
천기각주의 말에 제갈중명은 이상하게 보았다. 꼭 그 말은 무림맹의 주력이 일부러 늦었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 당시 그 무림맹의 주력을 이끌던 사람들이 오대문파의 장령제자였으며 군사로 만박노사가 동행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등격리사막으로 가다가 한 협곡에서 몽고 무인들의 매복을 발견하여 그 일로 인하여 등격리사막에 무림맹의 주력군은 하루나 늦게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제시간에 도착할 줄을 안 검황어르신과 무림맹의 선발대는 마침내 공격을 하였고, 그들은 곧 응원군이 도착할 줄 알았지만 고립무원의 상태가 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이천대 이백의 싸움이 벌어졌고 무림맹의 이백 선발대는 모두 전사하고 결국 검황어르신만 고강한 무공으로 종내에는 최후의 승자가 된 것입니다. 검황어르신은 무림맹의 주력군이 도착할 때에서 몇몇의 몽고 무사들과 싸우고 곧 몇몇 몽고 인들도 무림맹의 주력군에 주살되고 그 자리의 유일한 생존자인 검황어르신을 만났습니다. 그 자리를 떠나는 검황어르신을 늦게 온 무림맹의 주력군은 만류할 수 없었고 그 것이 검황어르신의 실종에 관한 내용입니다.”
제갈중명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인데 뭐가 문제냐고 보았다.
“한데 중요한 내용이 발견되었습니다. 무림맹의 앞을 가로막은 적들의 정체를 알아본바 대막의 유목민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들을 적으로 오인하여 하루라는 시간을 행군하지 못하고 허비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런 일들을 결정한 사람이 삼도어르신을 위시한 오대문파의 장령제자 분들이었다는 것입니다.”
그 말에 제갈중명의 미간이 좁혀졌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결국 그들이 일부러 등격리사막에 늦게 도착하였다는 말이었다. 그 내용은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오대 장령제자들이 일부러 가지 않았다는 것이구려. 한데 이일이 왜 그 동안 문제가 되지 않았는가?”
“바로 검황어르신이 실종되어 그 일을 문제 삼지 않았기에 유야무야 넘어간 것입니다. 오대문파의 장령제자들도 그 일에 대하여 함구를 하였고 당시 무림맹의 수뇌들도 승천검황에 대하여 질시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그 일에 관하여는 덮어 버린 것으로 압니다. 그 자리에 희생된 선발대는 호법단으로 검황휘하의 무적도왕을 비롯한 호법들과 일부 낭인 무사들이기에 그들의 희생은 묻혀버린 것입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천하문에 대한 탄압에 그들은 더욱 공조를 취하였습니다. 아마도 그 일에 대한 자괴감이 그들을 천하문의 탄압에 더 적극적으로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천기각주의 말은 경천동지할 내용이었다. 만일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 일과 연루된 당사자와 오대문파는 실로 엄청난 타격을 받고 무림맹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말 내용이었다.
“실로 믿어지지 않는 내용입니다. 그 것이 사실이오?”
“물론 일부러 늦게 갔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사실만은 정확합니다. 일부러 늦게 갔는지 판단착오인지 아는 사람은 그 일에 참석한 삼도어르신들 뿐이겠지만 정황으로 보아서는 그렇게 밖에는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이미 만박노인과 아미와 청성의 전전대 장문인이 타계한 이상 삼도 밖에는 아는 인물이 없는 것이다.
“실로 엄청난 비사입니다. 만일 그 일이 사실이라면 왜 검황어르신이 그 당시에 이일을 따지지 않았던 것이오?”
“아마 그 전투에 살아남으셨지만 검황어른도 상당히 큰 타격을 받아 아마 몇 년간은 내상을 치유하는데 시간을 허비하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적이건 호법단이건간에 많은 희생이 발생한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여 은거를 깨지 못하고 시간을 보낸 것으로 보입니다. 검황어른이 서두르지 않고 무림맹의 주력군의 위치를 확인한 후에 공격을 하였어야 했는데 그런 것을 놓친 것에 대하여 심한 자책을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그저 잊자고 하였지만 잊지 못하고 나온 것 같습니다.”
천기각주의 말은 거의 정확한 사실이었다. 검황이 그 자리를 황급히 피한 것도 혹시 무림맹의 주력군들 중에 불측한 기도가 있게 되면 속수무책이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에 그는 일할의 진력도 남지 않았고 내상도 너무나 엄중한 상태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왜 늦게 왔느냐고 난리를 쳤을 것이다. 그러나, 늦은 사람도 잘못이지만 확인하지 않은 것도 자신의 잘못이기에 아무 말 없이 떠나가서 하란산에 숨어 내상을 치유하고 자신의 죄를 잊고자 하였던 것이다.
천기각주의 말은 왜 그렇게 나이든 승천검황이 천하문의 일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가에 대한 의문에 대하여 답해주는 것이었다.
이러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일은 단순한 천하문과 오대문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승천검황이 소림을 침묵시킨 이면에는 결국 오대문파를 비무에 꼭 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 이외의 목적이 있는 것이다. 오대문파를 아예 몰락시킬 수도 있었다.
“일단 검황어르신이 이렇게 오고 있는 이상 맹주님께 보고를 드려야 할 것이 아니오. 같이 갑시다.”
“네, 저도 같이 가도록 하겠습니다.”
“몸은 괜찮은가요?”
황영지는 저녁을 먹으러 지성룡이 나오자 다시 물었다. 지성룡 일행은 소림을 나오자 바로 산아래 객잔에 들었고 지성룡은 재차 운기조식을 하여 상처를 더 치료한 연후에 몸을 씻고 새 옷으로 갈아 입었다. 얼굴에는 두 세개의 긁힌 상처가 남았으나 크지 않았다.
그의 몸은 딱지가 떨어지자 빨갛게 칼자국이 여러 개 남았지만 그 정도는 경미하였다. 검기에 베였기에 새살이 돋았지만 그 흔적은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몇 군데 상처를 제외하면 크게 문제는 없습니다. 걱정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지성룡이 황영지에게 말을 건네자 곧 무적철검과 무상도가 나오고 승천검황이 왔다.
“몸은 괜찮은가 보구나.”
무적철검도 걱정을 해 주었다.
“예, 다행히 큰 상처는 없습니다.”
지성룡은 똑 같은 질문에 대답을 하였다.
자리에 앉아 황영지가 주문하여 놓은 음식을 먹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특별한 말이 없이 음식을 먹었다.
결국 음식을 먹고 점소이가 자리를 치우고서야 마주 보고 앉았다.
“소림의 일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하실런지요?”
무적철검은 앞으로의 일을 물었다.
“일단 무림맹에 들릴까 합니다.”
승천검황은 이미 예정된 내용이지만 변경이 없음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말하였다.
“그런 다음 사천으로 가다가 진령산맥 안에 있는 천인곡(天刃谷)에 들렀다가 사천으로 빠질 생각입니다.”
승천검황의 말에 무적철검의 얼굴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경악의 빛이 어렸다.
“아, 천인곡이 진령산맥 안에 있습니까?”
천인곡은 지자(智者)의 문파라는 만상문(萬像問)이 있다는 곳으로 그 위치는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천하의 지혜를 얻고자 한다면 만상문으로 가라는 말이 있을 만큼 유명한 문파였다.
“그렇다네. 나도 사부님을 따라 두 번 가보았네. 나를 아는 사람이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박대는 않을 것이네. 자네들의 사부와도 인연이 있다고 들었네. 그러니 자네들이 간다고 하여도 문제 될 것은 없네.”
“하오면 그들 마저도 끌어내실 것이옵니까?”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고 안되더라도 일단 다른 쪽에 붙지는 않을 것이니 가볼 생각이네.”
승천검황으로서는 만상문이 적이 되어 나타나는 것을 막기 위해 가는 것이다. 그들이 돕지 않아도 상관이 없지만 오대문파에 붙어 지혜를 빌려주면 상당히 대적이 골치 아프기 때문에 먼저 선수를 치기로 한 것이다.
“그들의 지혜는 결코 경시할 수가 없네. 그러니 그들을 적으로 두지 않는 것이 필요하네. 그들과 적이 된다면 상당히 골치 아플 수가 있을 것이네.”
그들의 도움을 받기 보다는 일단 그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서 방문을 하기로 한 것이다.
“더욱 무서운 사실 하나는 살문(殺問)이 바로 만상문이라는 것이네.”
그 말에 무적철검과 무상도는 흠칫한 얼굴이 되었다. 그런 사실은 꿈에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만일 살문이 적이라 생각하면 일은 상당히 골치아파지기 때문이었다.
“하면 살수천자는 만상문주입니까?”
“내 생각에 살수천자는 없다고 생각하네. 살문의 살수들의 행적이 워낙 신출귀몰하기에 붙여진 것이라고 생각하네. 살문이란 만상오절이라 불리는 만상문의 호법들이 살행을 하기에 붙여진 이름이고 살수천자란 명칭은 이들에게 붙여진 것이라고 생각하네.”
그 말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자 모두는 놀람으로 한동안 말을 잊었다.
“만상문은 대대로 흉신악살이라고 생각되는 인물에 대하여 청부를 받아 처리를 하였네.”
승천검황은 그렇게 말하여 그들이 가지는 의구심을 해소해 주었다.
“이제 무림맹에 가면 결국 맹주인 청명도인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도 어르신에게 이일에서 손을 떼었으면 한다고 말을 할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을 바에는 아예 가지 않는 것이 낫지 않습니까?”
“물론 듣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그들을 보아야 할 일이 있네. 아마도 나를 마주하고서는 그런 말을 하지는 못할 것이네.”
그렇게 승천검황이 말을 하자 무적철검은 다소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고 언제건 밝혀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소림에서 벌어진 비무는 순식간에 중원으로 전파되어갔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그 소식은 하루가 지나자 천리 밖에서도 알게 되었고 전중원의 주요한 세력들의 귀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틀이 지나자 대부분의 낭인의 귀에도 소문이 되어 들어갈 수가 있었다.
“소림에서 참룡검객이 오로성승의 제자인 무정대사를 이겼다고 하는구만.”
그 말을 하자 한 사람이 금시초문이라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
“무정대사라니? 처음듣는 이름일세.”
“예전에 승천검황과 오로성승의 대결이후에 이번 비무를 위해 비밀리에 키운 제자라고 하네. 소림육절기를 대성하였는데도 참룡검객에게 패했다고 하네.”
그렇게 두 낭인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소식을 어디에서 들었소?”
송장주는 그런 말에 놀라 남의 말을 엿들은 것이 실례이지만 되묻고 말았다. 그러나, 그 낭인은 자신의 말에 관심을 보이자 오히려 신이 나서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그 내용은 상당히 부풀려져 있었지만 그 일에 대한 것을 대략적으로 알 수는 있었다.
“이틀 전에 승천검황어르신이 소림을 방문하여 소림의 오로성승과 만났는데 거기서 서로 천하문의 일에 관여하지 말라고 하였고 결국 비무로 결정하기로 했다는 것이오. 그래서 결국 비무를 하였고 참룡검객이 이겼다는 것이오?”
낭인이 장황하게 말하자 송장주는 요점을 정리하여 다시 물었다.
“그렇소.”
“고맙소이다. 잘 들었습니다.”
객잔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이 소식을 듣고 있었는지 그리 놀라지 않고 있었다.
“결국 오대문파가 애매한 지경에 처하게 된 것 같네.”
송장주는 이조상을 보면서 말을 하였다. 이조상의 사문이 무당이기 때문이었다. 이 말을 들은 이조상은 실로 곤혹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결국 자신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었다.
“결국 천하문의 의도대로 오대문파가 고립된다는 말입니까? 소림이 관여를 하지 않는 이상 다른 문파나 세가들도 관여를 하지 않고 방관만 할 것이 아닙니까?”
용소명은 궁금하여 송장주에게 물었다.
“그렇다고 보아야지. 일이 점점 어렵게 되어가고 있네. 천하문이 득세를 하게 되면 중원에 혼란이 올 것인데….”
송장주는 다가올 혼란을 걱정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상거래에서 천하문과 대등한 입장에서 거래를 하였는데 만일 천하문이 득세를 한다면 그런 관계도 변화가 불가피해지기 때문에 걱정이 아닐 수가 없었다.
“일단 들어가서 대책을 생각해 보세.”
웅전휘와 초광생, 송천영은 여행을 같이 하는 동안 상당히 친하게 되었다. 그들이 이웃에 있지만 내내 보이지 않는 감정의 벽을 쌓고 있었다. 그러나 같이 여행을 하면서 그런 것들을 허물게 되어 이제는 서로 자연스럽게 말하는 관계가 되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용소명의 공이 컸다.
웅전휘는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말을 하기에 부적당하기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하자고 말하므로써 용소명의 입을 막았다.
“그렇게 하세.”
송천영도 그의 의도를 알고 맞장구를 쳐서 용소명의 질문을 막아버렸다.
용소명도 눈치가 있기에 다른 사람들이 듣는 이곳에서 말을 하는 것이 부적절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단 일이 이렇게 되면 우리도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네.”
송천영이 자리에 앉자 먼저 말을 하였다.
“이렇게 된다면 천하문의 위상이 달라지고 전체적으로는 우리도 천하문의 영향권 안에 들게 될 것일세.”
용소명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자 이들이 걱정하는 바를 알게 되었다.
“음, 실로 심각한 변화라고 할 수가 있네. 우리는 그들과의 거래가 미미하지만 송장주는 그들에게 상당히 많은 거래를 하니 문제가 더 심각하겠구려.”
웅전휘는 자신들보다 송장주가 더 걱정이 되었다.
“이렇게 된다면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길이 없네.”
용소명은 그들의 탄식을 듣자 상황이 모두 이해가 되었다. 그간 그들과의 대화를 통하여 그들이 보이지 않는 무당의 영향권에 있었다. 그러나 거래에 있어서는 천하문과 해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천하문과 대등하게 거래를 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무당이 위축되면 자연스럽게 그들은 천하문의 영향권에 들게 될 것이고 지금까지 대등한 관계가 종속관계로 변화될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거래에서 상당한 손해를 감수하게 될 상황은 뻔하였다.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바로 이런 변화였다.
“제 생각에는 세 분이 중심이 되어 일단 주변의 사람들을 모아 뜻을 하나로 통일을 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그런 다음 천하문과 거래를 하는 것이 유리할 것 같습니다.”
용소명의 말은 인근의 장원들을 모아서 연합하여 천하문에 대항할 세력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좋은 생각이지만 모두가 자기 살기 바쁜 세상에 이런 일에 나서겠는가?”
송장주도 그 생각을 해보았지만 그런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뇌리에서 지워버렸다.
“아니면 일단 세분이 모이면 상당한 힘이 될 것입니다. 그런 연후에 먼저 천하문에 다리를 놓아 향후에 있을 변화를 대비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 말은 이왕 종속관계로 변화 될 것이라면 차라리 좀더 서둘러 보다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는 것이 어떻냐는 것이었다. 막상 닥쳐서 하는 것보다 먼저 대비를 하는 것이 유리하였다.
“그 것에 대하여 자세히 말해보게.”
송천영은 이 자리에서 웅전휘와 초광생을 끌어들여 동맹을 해놓는 것이 유리할 것 같아 용소명에게 자세히 물었다.
“일단 여러분들이 천하문의 거래선이 있을 것입니다. 하나 현재의 거래선은 사실 말단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들이야 위에서 내리는 지침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에 불과합니다. 어느날 세냥하던 물건을 두냥에 사라면 그대로 할 사람들인 것입니다. 사실 두려운 것이 그것이 아닙니까?”
용소명의 지적은 그들이 제일 우려하는 내용이었다.
“맞네. 우리가 우려하는 바가 그것일세.”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지시를 내리는 자나 그보다 윗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막상 닥쳐서 하려면 안되지만 지금이라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위해서 개봉을 방문하여 그 협상을 지금이라도 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