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47)
소림 방장이 안내한 곳은 소림의 승려들이 머무는 팔정원(八正院)을 지나서 그 뒤에 있는 나한동이었다.
이곳 나한동(羅漢洞)은 무공을 익히는 수련장으로 동이 붙어 동굴이라 생각하겠지만 동굴이 아닌 석조전이었다. 단지 폐관참수에 드는 사람들이 집중하도록 하기위해 마치 동굴 모양으로 석실을 만들었기에 나한동이라 칭해지고 있었다. 총 이층으로 가운데 복도가 있고 복도를 따라 양쪽으로 아홉개씩 총 서른 여섯개의 석실이 있었다. 이 나한동 옆에는 다섯채의 전각들이 들어서 있었다.
이 전각은 나한동에서 수련하는 제자들이 사용하는 처소로 이 건물까지 포함하여 이곳을 나한동이라 칭하고 있었다.
이 곳을 지나서 다시 산속으로 오백여장 들어가자 아담한 모옥이 한채 있으니 이곳이 바로 오로성승 혜운대사의 처소였다.
그들이 그 곳에 당도하자 혜운대사와 무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이옵니다. 대사.”
“그렇소이다. 시주. 다시만나게 되었구려. 아미타불.”
그렇게 오로성승이 말을 건넸다. 그들의 만남도 초면이나 마찬가지였다. 팔십오년전에 처음 만나고 이제 다시 보는 것이었다.
둘은 서로에 대하여 다시한번 가늠하고 있는지 한참동안 서로 지그시 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두분 시부의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대사님의 영명을 듣고 이렇게 뵈오니 광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적철검도 그렇게 말하면서 인사를 하였다.
오로성승이 시선이 마침내 지성룡과 황영지에게 이르렀다. 지성룡은 오로성승의 시선을 마주치자 가볍게 합장을 하고 눈을 마주보며 인사를 하였다.
“소생 천하문의 오대제자인 지성룡이라 하옵고 검황어르신의 의손으로 가르침을 받고 있사옵니다.”
지성룡이 예를 표하자 혜운대사는 마주하여 합장을 하고 한참동안 지성룡을 살펴보다가 황영지를 보았다.
“소녀 황영지라 하옵니다. 무상문의 전인이옵니다.”
황영지의 예를 가볍게 받았다.
“두 용봉지재를 보니 참으로 기쁘기 한량이 없네. 승천문이나 무상문이나 모두 훌륭한 전인을 두었습니다. 아미타불”
그렇게 말하고 뒤에 가만히 서있던 무정을 보았다.
“소승 무정이라하옵니다.”
무정의 설명에 승천검황이나 이기의 얼굴에 놀람이 번졌다. 무정이라는 명호부터 그의 기도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무정은 바로 혜자 밑의 항렬이었기에 놀랐고 그의 기도가 결코 지성룡보다 못하지 않았기에 놀란 것이다.
지성룡은 무정을 보는 순간 이미 자신의 상대라는 것을 한눈에 알았기에 혜운대사와 소개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내내 무정을 살피고 있었다. 실로 무적철검을 능가하는 기도를 보이고 있었기에 내심으로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무정이 한사람 한사람 합장을 하는 것으로 인사를 하였다. 지성룡과 시선이 마주치자 한참동안 두사람의 시선이 뒤엉켰다.
그러면서 둘은 가볍게 합장하는 것으로 예를 끝내었고 황영지와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서로 합장만을 하였다.
오로성승과 승천검황이 봉당에 올랐고 그 뒤를 이기와 소림방장이 따랐다. 지성룡과 황영지는 올라오라는 말이 없기에 마당에 그대로 서 있었고 무정도 한쪽에 그대로 서 있었다.
“시주님들 이쪽으로 오시지요.”
무정은 지성룡과 황영지를 마당 한쪽에 서 있는 나무 그늘에 놓여 있는 평상으로 안내를 하였다.
그들은 말없이 뒤따라 가서 평상에 걸터 앉았다.
봉당 위에 올라앉은 다섯 사람은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그들의 침묵을 깬 것은 오로성승이었다.
“한달 전에 화산의 태을자가 다녀갔소이다.”
그 말을 불쑥 꺼내자 모두들 묵묵히 다음 말을 하기를 기다렸다.
“그가 온 이유가 소림이 오대문파와 천하문의 분쟁에 나서서 대립을 해소해 달라는 말을 하였소이다.”
그렇게 오로성승이 말하자 승천검황의 얼굴에 이유 없는 미소를 지었다.
“듣기로는 천하문과 오대문파가 분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대문파에서 천하문에 일방적으로 무리한 강요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비무도 일방적으로 무림맹과 오대문파가 선언한 내용이지 천하문은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압니다. 이런 것을 분쟁이라 하니 참으로 어이없는 표현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오로성승은 즉각적인 승천검황의 반박에 조용히 있었다. 승천검황의 표현이 맞기 때문이었다.
하나 오로성승은 승천검황의 반박에 어이가 없었다. 말을 꺼내자 마자 반박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부터 이견이 발생하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애초부터 이상해지기 때문이었다. 이 말부터 잘못되었다면 오대문파가 부당한 압박을 가하는데 천하문이 굴복을 안한다는 말이 되어가기 시작하기 때문이었다.
무적철검도 오로성승의 말에 승천검황이 반박을 해버리자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반박을 해버리면 대화 자체가 안되기 때문이었다. 승천검황은 오로성승의 말을 전면부정하여 오로성승이 상황을 잘못 판단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즉 태을자의 간사한 말을 믿는 사람이라는 소리였다. 결국 그런 말을 믿는다면 당신도 똑 같은 사람이라는 준엄한 질책이 들어 있었다.
그간 무림맹에서 행해진 일들을 알면서 방치한 소림도 오대문파와 똑같지 않느냐는 말이었다.
오로성승은 승천검황이 첫마디부터 면박을 주자 다음 말을 잇지 못하였다.
“오대문파가 천하문에 비무를 요청하였고 천하문은 그저 비무에 응하던지 아니면 거절을 하던지 하면 모든 것은 순리대로 되는 것이 아니옵니까? 무림의 문파 간에 비무가 있는 것이 무슨 대수로운 일입니까?”
승천검황이 이렇게 말을 하자 듣고 있던 사람들은 승천검황의 말에 경악을 하고 말았다.
결국 이 말은 끝장을 보게 만들어 버리면 되지 않느냐는 말이었다. 그 말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하자 오로성승은 앞날이 캄캄해졌다.
결국 자신이 없으면 지금이라도 오대문파에서 비무를 취소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인식자체가 모든 것을 쉽게 생각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이었다. 허나 말처럼 쉽지가 않은 것이 세상이치였다.
오로성승은 승천검황의 말에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지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명분에서 오대문파가 분명히 잘못하는 짓이다는 것을 확실히 하자는 것이었다. 소림으로서도 오대문파가 옳다고 주장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무 득도 없이 비난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
오대문파가 다소 잘못이 있지만 그 것을 떠나서 오대문파가 위기를 맞으면 무림에 혼란이 되니 천하문에게 어느 정도 양보를 하게 만들자는 말을 하려고 하였던 것이다. 또한 천하문의 일에 나서는 것은 검황의 체면이 서지 않고 석년 무림맹과의 인연도 있는데 굳이 천하문의 일에 개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말을 하려고 말을 꺼내었는데 그런 말을 꺼내지도 못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림이 오대문파를 지지한다면 똑 같은 무리로 간주하겠다는 선전포고였다.
“검황시주, 세상일이 모두 순리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오로성승은 그렇게 말을 꺼내었다. 그렇게 말을 꺼내고 다른 말을 하려는 순간 다시 승천검황이 먼저 말을 하고 말았다.
“천하문과 오대문파 사이에 일어난 일이 바로 순리대로 되는 일이 아니지요. 그렇기에 순리대로 돌아가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불가에서는 인과응보라고 한다 들었습니다.”
“아미타불”
승천검황의 말에 청수선사가 불호를 외침으로서 곤혹스러움을 표시하였다.
지금 오대문파가 자신이 저지른 일로 곤경에 빠졌으니 이것이 순리이니 소림이 개입하여 순리를 거슬리지 말라는 말이었다.
무적철검이나 무상도는 처음부터 이렇게 승천검황이 몰아치자 예상 밖이라 그저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였다.
“검황시주, 결국 천하문과 오대문파의 일을 방치하여 극단적인 상황으로 만들자는 것입니까? 그 이후에 발생할 혼란은 걱정이 되지 않는 것이오?”
오로성승은 결국 우회적으로 하려던 말을 하고 말았다. 지금까지 오로성승은 이말을 우회적으로 하려 하였는데 승천검황이 못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비무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무림의 오래된 전통입니다. 그렇게 하여 진쪽에서 깨끗이 승복하면 그만으로 생각합니다. 무림맹의 맹주가 포고한 내용이니 그 내용대로 따르면 아무 문제가 없지 않습니까? 그렇게 되는데 무슨 혼란이 있을 수 있습니까? 비무가 끝나고 난후에 승복하지 않는다면 그 때 따르게 만들면 그만이 아닙니까?”
참으로 쉬운 소리였다. 오로성승은 승천검황의 말이 틀린 점이 없었기에 더 이상 설득이 소용 없음을 알았다. 결국 오대문파를 이번 일로 곤경에 처하도록 하겠다는 말이었다.
이 말은 오대문파의 체면을 유지시켜줄 필요가 없다는 소리였고 넓게 말하면 구파일방이 무슨 대수로운 것이냐는 소리였다.
실로 다른 사람이라면 감히 할 수 없는 소리였다. 무림맹의 주축이랄 수 있는 오대문파를 봉문에 가까운 상태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말이기 때문에 오로성승은 말을 못하고 있었다.
구파일방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 앞에서는 오로성승은 더 이상의 말을 못하고 있었다. 오로성승이 그 동안 말을 나누었던 사람은 구파일방의 권위를 당연히 존중하는 사람이었기에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결국 승천검황에게 구파일방이 대단하니 인정하라는 소리를 해야 하는데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 소리를 한다는 것은 승천검황의 권위를 완전히 뭉개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상대가 그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인정을 않기에 문제는 더 심각한 것이다.
듣고있던 청수선사는 승천검황의 입장을 알게 되자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구파일방의 권위를 붕괴시키겠다는 말은 무림의 질서를 새로이 만들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었다.
무적철검과 무상도는 승천검황의 말에 당혹해하는 오로성승과 청수선사의 얼굴을 보자 이일이 구파일방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을 느꼈다. 그들로서는 최악의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무적철검과 무상도로서는 이일에 이제는 발을 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도 알았다.
그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그 침묵은 누구도 쉽게 깰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이제 비무로 일이 결판날 분위기가 되어가는군.’
무적철검과 무상도는 서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눈을 가볍게 마주쳤다.
결국 말로 안되면 주먹으로 해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오이다. 어찌 파국이 불을 보듯 뻔한데 그 것을 지켜보자는 것인지. 소림이 이일에 나서지 않게 된다면 결국 검황시주의 뜻대로 되어 천하는 혼란에 빠져들 것입니다.”
승천검황은 결국 소림이 개입하겠다는 선언이 나오자 일이 예측대로 되는 것을 알았다.
“결국 오대문파의 그간 억지를 그대로 인정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오로성승은 다시 말이 처음으로 돌아온 것을 알았다.
결국 소림에게 오대문파가 아무 잘못도 없다는 억지를 쓰라는 말이었다. 오로성승은 이일에 이상하게 말려든 것을 알았다.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이상한 방향으로 일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오대문파가 아무 잘못도 없다는 주장을 하지 않는 한 소림의 개입은 명분이 없게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승천검황의 소림행은 소림이 오대문파와 다를 것이 없다는 명분을 쌓기 위해 온 것이라는 것이 명확해진 것이다.
“검황시주, 천하문과 오대문파의 일에 소림과 검황시주 모두가 손을 떼면 어떻겠소?”
오로성승의 말은 이 말을 하기위한 과정이었다.
“불의를 보고 방관하면 불의의 무리와 다를 것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결국 대사께서는 저에게 불의의 무리가 되라는 말입니까?”
승천검황의 말은 명확한 거절이었다.
단순한 거절이 아니라 소림을 힐난하는 말이기도 하였다. 오대문파의 반대편에 서지 않는다면 소림도 똑 같은 무리라는 의미였다.
“검황시주, 결국 오대문파의 몰락을 이루고야 말겠다는 것입니까? 그들이 천하문과의 비무에서 진다면 벌어질 사태는 거의 봉문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런 사태를 보면서도 굳이 개입을 하시겠다는 것이오?”
오로성승의 말에는 여유가 없었다.
그만큼 다급한 것이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고 오대문파의 몰락은 구파일방의 몰락을 의미하고 소림도 결국은 이일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었다.
“하면 비무를 하지 않으면 될 것 아니오?”
승천검황의 말은 대화를 거부하는 것이었다.
“어찌 한번 신청한 비무를 취소할 수가 있다는 것이오?”
”신청하였으면 하면 될 것이 아니오?”
결국 어린애 말장난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천하문이 비무를 거절하여야 일이 수습될 것이 아니오?”
“어찌 신청 받은 비무를 거절한다는 말이오? 겁쟁이가 아닌 이상 거절할 수는 없는 것이지 않습니까?”
승천검황의 입에서 이 말까지 나오자 오로성승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결국 천하문이 오명을 감수하여 오대문파의 위기를 구해달라는 의미였다. 승천검황이 빠진다면 천하문을 압박하여 오명을 쓰게 만들겠다는 의미였다.
“결국 대사는 내가 이일에서 손을 뗀다면 천하문에 무림의 공론이라는 이름으로 압박을 가하여 비무를 포기하게 만들고 겁쟁이라는 오명을 씌우겠다는 것이 아니오?”
오로성승의 얼굴은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그런 말을 자신이 한 것이나 다름이 없고 승천검황이 개입하였기에 함부로 못하니 제발 좀 빠지라는 의미나 다름이 없었다.
승천검황의 얼굴도 불쾌감이 역력히 드러나고 얼굴에 드러내놓고 경멸의 눈초리를 보내었다.
지금 서로는 비무로 결정하자는 소리를 못하고 있었다. 그런 말을 먼저 하고 진다면 그 또한 더 큰 수치이기 때문이다.
승천검황의 말은 그 말을 하라는 압박이었다.
오로성승은 이기가 있기에 함부로 할 수는 없었다. 승천검황이 이기를 데리고 온 것은 이 자리에서 이루어진 일을 증거하기 위한 조치이기 때문이었다.
만나자 마자 이루어진 대화는 결국 서로에게 손을 떼라는 말이었다.
청수선사는 듣고만 있지만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논리상 승천검황이 옳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사실 말에 끼어들 수가 없었다. 이쯤에서 소림이 양보를 하여야 하지만 양보한 후에 벌어질 일은 감당이 안되는 일이라서 물러나지 못하는 것이다.
오대문파의 득세는 그리 큰 문제는 아니지만 천하문이 득세한다면 그 일은 결국 구파일방 전체의 명운이 바뀌는 일이 벌어질 수가 있었다.
오로성승은 비무로서 결정하자는 말을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지성룡을 보았을 때 무정에 비하여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승천검황이 이렇게 시비조로 나오는 데는 믿는 구석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것이 불안하기에 비무에 관하여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좋습니다. 하면 오대문파와 천하문의 비무처럼 우리도 비무를 통하여 서로의 갈길을 정합시다. 석년 비무에서 비겼으니 못다한 결판도 낼 겸해서 말입니다.”
승천검황이 이 말을 먼저 하였다.
오로성승은 승천검황이 말을 꺼내자 결국은 지금까지의 시비가 이 말을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것을 알았다.
“비무는 대사와 본로(本老)가 하는 방안과 대사의 전인 중에 하나와 나의 전인의 대결 중에서 대사가 좋으실 때로 하는 것이오. 또한 지는 쪽은 무조건 천하문에 관한 일에 대하여는 개입하지 않는 것이오.”
승천검황의 말에 오로성승은 결국 이렇게 하기 위해 온 것을 알았다.
승천검황의 제안은 결국 거절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좋습니다. 이일은 그렇게 하기로 합시다. 두분 시주께서 공증을 해주시구려.”
오로성승이 그렇게 말하자 무적철검과 무상도는 서로를 보았다.
“좋습니다. 본로들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렇게 되자 비무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실로 반시진의 설전이 마무리 된 것이다.
결국 비무를 위한 사전의 입장을 밝혔고 결국 비무로서 모든 것이 결정되기로 한 것이다.
“이왕 비무로 결정하기로 한 이상 지금 바로 하도록 하십시다.”
승천검황은 이런 일일수록 빨리 해야 변수가 없기에 바로 하자고 주장하였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소림의 대표로 무정을 내보낼 것이오. 검황시주는 참룡검객을 내보낼 것이오?”
오로성승도 승천검황이 서두르자 그렇게 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그럴 생각입니다. 한데 공증인으로 하실 말씀이 있으시오?”
승천검황은 무적철검에게 물었다.
“일단 비무는 초식에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나 단 한가지 공간에 대하여 사방 이십장의 공터에서 하는 것으로 한정하고 그 선을 벅어난 곳에 착지를 하게 되면 패배한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 그리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고 판단하였을 시는 본인의 의사와는 별개로 패배로 간주하겠소이다. 또한 서로 양패구상 하였을 때는 빨리 일어나는 자를 기준으로 승리를 선언할 것이오.”
무적철검의 말에 모두들 공감하는 듯 말이 없었다.
모든 것이 결정되자 승천검황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가십시다.”
승천검황이 비무를 재촉하였다.
지성룡은 승천검황과 이기, 소림의 두 대사가 같이 나오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가자. 비무이다.”
승천검황이 지성룡이 다가가자 짧게 말하였다. 지성룡은 혹시 몰라 자리에 앉아서 내내 운기조식을 하였다. 운기조식이라고 하여야 몸 안의 기운을 관조하는 일이었다.
“이리오시지요.”
이미 소림에서도 비무를 대비하여 준비를 해두고 있었다.
청수선사는 연무장으로 안내를 하였다.
그들이 당도한 곳은 나한동 옆에 있는 널찍한 공터였다.
사방 백여장은 됨직한 연무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지였다.
지성룡은 말없이 승천검황의 뒤를 따라서 갔다.
“이번 비무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 어떠한 무공을 사용하여도 상관이 없다,”
“예, 알겠사옵니다.”
지성룡은 이미 예상을 하였기에 짧게 대답을 하였다. 승려 서넛이 나와 사방 이십장의 테두리를 그리고 있었다.
그렇게 테두리가 그려지자 무적철검과 무상도가 그 테두리 안으로 나란히 들어갔다.
“소림의 전인과 승천문의 전인은 나오시오.”
그렇게 말하자 무정과 지성룡이 앞으로 나왔다.
“승부의 규칙은 이 테두리를 벗어나서 착지하는 자는 진다. 또한 초수의 제한은 없으며 어느 한쪽에서 졌다는 것을 표할 시에 진 것으로 한다. 또한 부상을 입어 싸울 수가 없다고 판단될 때에는 우리가 승부를 중지시킬 것이다. 또한 양패구상이 일어날 시에는 먼저 일어난 자를 승자로 한다.”
무적철검의 말은 일반적인 비무의 규칙과 차이가 없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준비를 하러 헤어졌고 지성룡은 품속에서 검을 꺼내어 한쪽에 그려진 원안에 섰다.
지성룡으로서는 무정이 자리에 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비무는 천하문의 운명이 달린 것이기에 지성룡으로서도 질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투지를 불태우기 시작하였다.
무정도 사문의 인물이 아닌 외부인과의 비무는 처음이기에 긴장이 되는지 검을 챙겨주어서야 검을 허리에 맸다. 검을 챙기는 이유는 달마삼검을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평상시에는 검보다는 선장이나 봉을 들고 비무에 임하였지만 결국 이 비무가 중요하기에 검을 챙긴 것이다.
그렇게 무정도 검을 챙겨 들고 지정된 자리에 섰다.
그만큼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무정과 지성룡의 이 비무는 소림과 천하문의 운명이 결정되는 중요한 비무이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두 사람이 자리를 잡고 서자 무적철검은 마침내 싸워도 좋다는 뜻으로 손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