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문무공-46화 (46/149)

제  목: [연재] 독문무공(46)

“소림은 알다시피 무림의 태두이다 라고 말한다. 그만큼 무공이 다양하고 정심 박대하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소림에는 네가지의 절기가 가장 무섭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두가지 내공 구결이 있기에 육대 절기라고 도 말한다. 물론 소림에는 비전의 칠십이 절기가 있지만 이 육절기는 그 중에 백미라고 할 수가 있다.

금강반야장과 백보신권, 금강나한장, 달마삼검으로 이들 무예는 승천등룡검법에 뒤지지 않는 절기이다. 여기에 이를 밑바침하는 역근경과 세수경은 소림 무공의 백미이다. 그렇기에 이들 무공의 특징을 알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서 각 무공에 대한 설명과 이에 대한 방비책들을 이야기 하여 주었다.

“알다시피 소림의 무공은 불가 무예이다. 그렇기에 불가의 정신이 무공에도 들어있다. 고대 천축에서 건너온 나라지각이라는 권각술을 기본으로 발전하였다고 하는 것이 소림무공의 원류라고 할 수 있다. 역사가 오래된 문파일수록 특징은 외공이 특히 발달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라지각은 외공의 백미로서 소림의 모든 권장지술의 원류가 된다고 할 수가 있다. 따라서 소림의 무공은 내공과 외공이 잘 조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소림 무공은 강인하며 끈기가 좋다고 할 수 있다. 즉 무공의 원류가 외공이기에 초식이 정묘하고 그 무공하나하나가 내공의 운용이 없이도 충분히 위협적인 권각술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소림 무공은 권장술이다. 금강반야장은 흔히 속가에 알려진 반야장을 생각하면 된다. 자 이 반야장 삼십육수를 보여줄 것이니 잘 보아두어라.”

그렇게 말하고 승천검황은 잘기억나지 않은 반야장의 수법을 펼쳐보였다.

“반야장은 주로 수비나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 이용된다. 이 반야장은 특유의 반야강기를 내뻗어 상대의 공격을 무산시킨다. 그러나, 그리 위협적인 공격은 아니니 직접 부딪쳐 보아라. 이 반야장은 어떻게 뚫고 공격을 하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이 금강나한장은 십팔나한신권을 강기공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나한권에 기초를 둔만큼 강맹한 공격을 하는데 사용되고 이 것은 권풍과 장공이 교묘하게 연환되는 특징이 있다. 네가 사용하는 격공무성장처럼 이 무공은 격공무성장을 주로 사용하니 그 수비가 상당히 까다롭다.

백보신권은 말그대로 백보밖에서도 황소를 격살하는 무공이다. 백보신권이라고 하여 권법으로 생각하겠지만 장공이다. 백보신권이라기 보다는 배보신권이라고 하여야 한다. 이 백보신권은 크게 파뢰장(개벽장)이라 하는 것과 회선격공장으로 나뉘어 진다. 위력은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는데 주로 회선격공장보다는 파뢰장을 주로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달마삼검이 있는데 불검의 진수이다. 특히 일초와 이초는 수비에 치중한 반면 삼초는 살검이다. 그 살기가 강하기에 소림에서는 흉신악살이 아닌 이상 사용을 금하고 잇다. 이 금기 때문에 석면의 전투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다. 혹여 이 검초를 사용하였다면 내가 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검을 상대함에 있어서는 한시도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승천검황은 개략적인 설명을 마치고 몇가지 무공을 선보여 주었다. 그가 기억하는 것은 투로와 그 무공의 특징이었다. 이름에 대하여는 설명이 없었다. 비무 중에 겪은 것을 말하기에 가끔은 헷갈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승천검황이 설명한 내용으로 충분히 소림무공의 특징을 파악할 수는 있었다. 비무를 직접하면서 겪은 것이기에 무공을 방어하고 수비를 무력화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 지게 되었다.

그렇게 승천검황은 이번 소림비무를 지성룡에게 준비시키고 있었다.

나중에는 직접 흉내내어 공격까지 하면서 방어를 주문하기도 하였다.

얼마나 승천검황이 소림에서의 비무를 중요시 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성룡으로서는 승천검황의 열성적인 설명에 이 비무가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삼경이 되어서야 마침내 소림무공에 대한 설명이 마무리가 되었다.

“나는 석년에 소림에서 비무를 하면서 최선을 다할 수가 없었다. 왜인지 아느냐?”

지성룡은 승천검황의 말에 의아하여 쳐다보았다. 비무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하였다는 것이 이해가 안되었기 때문이다.

“저번 무적철검과의 비무를 생각해 보아라. 만일 주변에 네 동료가 있고 무적철검은 아무도 없다면 어찌 되겠느냐?”

그제서야 지성룡은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내가 소림에 간 것은 홀홀 단신이었다. 결국 그렇기에 나는 최선을 다할 수가 없었고 이기지 못한 것이다. 이기려고 하였다면 너와 무적철검의 대결과 같은 그런 상태로 놓였을 것이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면 그 것이 가능하다. 하나 주변에는 소림승들 뿐이었다. 그렇기에 오백여초를 겨루고 물러나고 말았다. 하나 너는 다르다. 내가 있으며 이기가 있고 황소저도 있으니 뒤는 걱정말고 최선을 다하여 승리를 하여라.”

지성룡은 왜 이기라고 하는지 정확한 이유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데에는 연유가 있으려니 생각하고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였다.

지성룡은 자신이 머무는 객방에 앉아서 오늘 배운 소림의 무공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었다.

머리 속에 그 것들을 정리하면서 상대의 공격을 대응하여야 하는지에 대하여 생각하였다. 그러나 승천검황이 가르쳐준 것은 너무나도 단편적인 것들이기에 소림의 무공에 대하여 수박 겉핥기 식의 이해 외에는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단지 특성과 일반적인 원리에 대하여 이해하고 비무에 접하였을 때 생소한 초식에서 오는 당황함을 해소하는 정도였다.

물론 그 정도도 상당한 도움이 되겠지만 그 것은 승천검황의 가르침을 받을 때 깨우친 것으로 충분하였고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당연히 승천검황이 마지막에 한 말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만일 내가 적진 한가운데서 비무를 한다면 최선을 다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자 그렇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적들의 암습이 있을지 모르기에 항상 배후에 신경을 써야 했고 부상을 당할 위험을 감수하고 공격을 하지는 못할 것이었다.

‘그렇다면 석년의 비무에서 비겼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이겼다는 것이 아닌가?’

지성룡은 그제서야 왜 사람들이 나이가 적은 일황을 일성 앞에 두는지 이해가 되었다. 비겼지만 이긴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러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오로성승이 비기고서 십년폐관에 들었던 것은 실질적으로는 졌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검황할아버지가 버티기에 소림에서 싸운다고 하여도 크게 불리하지는 않다. 그렇다면 내가 이겨야 한다는 것이군. 하지만 그런 이유만으로 이 승부에 왜 집착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지성룡은 그 문제에 대하여 머리를 싸매고 생각에 몰두하였다.

‘혹시 비무에 어떤 조건을 걸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자 왜 굳이 소림에 가야하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소림에 가면 비무를 해야될 지도 모르는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가야하지?’

지성룡은 소림에 가야하는 이유부터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소림에서 무엇을 얻기 위해가는 것인가?’

지성룡은 자신이 무림정세에 너무 무지함을 깨달았다.

‘앞으로 무림 동향에 신경을 써야 하겠구나.’

그러나 당장의 문제를 해결해야 했기에 일단 자신이 아는 범위에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일단 우리 천하문과 소림과의 관계는 특별히 얽힌 문제는 없다. 단지 소림이 무림맹이라는 것뿐이고, 잠깐 무림맹이라면 오대문파와 비무가 걸려있다. 하나 우리와는 비무상대는 아니지 않은가? 그러면 소림은? 오대문파를 지지할 수가 있다. 그럼 그것을 막기위해서? 소림이 오대문파를 지지한다고 하여 비무대회에 무슨 영향이 있지?’

지성룡의 머리는 흐트러진 실타래처럼 엉켜들기 시작하였다.

‘일단 나가서 바람이나 쏘이자.’

그렇게 풀리지 않는 문제를 접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황영지는 내내 지성룡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의 처지에서 바라보기에는 멀게만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사부들을 제하고 자신의 무공을 제한다면 아무것도 내세울 것이 없었다.

사부들도 승천검황에 비하면은 그 명성이나 무공에서 비할 수가 없었다. 또한 천하문에는 자신을 필적하는 고수들도 있을 것이기에 자신의 무공도 크게 필요하지가 않을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모든 것에서 자신감이 사라지고 있었다. 오직 하나 확실한 것은 지성룡이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만 그 것도 영원한 것은 아니었다. 그간 세상의 물정을 생각한다면 지성룡의 배우자로 자신이 처진다는 것은 인정해야 했다.

그렇기에 내내 말도 못하고 고민하다가 방 앞의 마루에 앉아 어두운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사부들에게 이런 사실은 더더욱 의논할 수도 없었다. 그러자 기억도 나지 않는 부모가 그리워지기 시작하였다.

더구나 지성룡과의 오늘 대화가 있었기에 더더욱 자신이 고아라는 사실에 외로워지기 시작하였다.

그때 건너편에서 방문이 열리지 황영지는 그 방이 지성룡의 방이라는 것을 알자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그저 가만히 앉아 있었다.

“소저, 안 주무시고 이 시간에 나와 있다니 어디가 편찮으시오?”

“아니예요. 그저 잠이 오지 않아 그냥 바람이나 쐬려고 나왔어요. 한데 공자님이야말로 왜 이 시간에 나오시는 거예요?”

“나도 잠이 오지 않아서 그냥 나왔소이다.”

그렇게 말하고 옆에 나란히 걸쳐 앉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소?”

지성룡은 뭔가 말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심코 물었다.

“제 부모님은 누굴까 생각하고 있었어요.”

대답하는 목소리는 착 가라앉아 있었다. 그제서야 황영지가 고아이고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저, 사람들은 외로울 때나 괴로울 때 부모를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말하다가 지성룡은 자신이 해서는 안될 말을 한 것 같아 말을 그치고 말았다. 여자에게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실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맞아요. 이렇게 여행을 하다 보니 무엇을 위해 떠도나 생각이 들어요?”

그 말에는 외로움이 물씬 들어있었다.

지성룡은 그 말에 왜 황영지가 세상을 떠돌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이미 무상문의 꿈은 자신으로 인해 좌절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상황에서 더 이상 떠돌면서 수행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 여행은 무슨 이유로 해야 하는지 의미가 없었다. 물론 황영지가 여자가 아닌 남자라면 세상을 알기 위해서라고 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여자의 몸으로 이렇게 여행을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지금 그녀의 마음은 자신감을 상실하였기에 지성룡에게 무의식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여 의지하고 싶은 것이었다.

“이번 여행은 어떤 목적보다는 세상을 다니면서 강호를 보는 것이 아니오? 또한 나와 소저가 같이 여행을 한다는 것이 즐겁지 않소이까?”

지성룡의 말에 황영지는 내심으로 기뻤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 후에는요? 저는 다시 황산으로 돌아가고 지공자님은 청명원으로 돌아가겠군요.”

황영지의 말은 지금 즐거운 것이 영원하느냐는 말이었다. 황영지는 말을 내뱉고도 자신의 내심을 말한 사실에 얼른 입을 손으로 가렸다. 지성룡이 여자 관계에 경험이 있었다면 이 말에 담긴 의미와 황영지의 마음을 읽었을 것이지만 그는 여자의 마음을 헤아릴지 몰랐다.

그러나 그녀와 이 여행이 끝나면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만은 아쉬었다.

“황소저, 굳이 황량한 황산의 산골에 돌아갈 필요가 있습니까? 개봉에서 살면 되지 않겠습니까?”

“무슨 자격으로요? 천하문에 얹혀 살아야 하나요?”

그 말에 지성룡은 어떻게 하여야 그녀를 매일 볼 수 있을까 생각하였고 결론은 하나였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자 이제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였다는 것만으로 긴장이 되기 시작하였다.

“아마 생각해 보면 같이 살길이 있지 안 - 않겠소?”

그렇게 말하는 지성룡의 목소리는 떨리다 못해 더듬기까지 하였다. 그 말은 혼인을 염두에 두고 한말이기에 떨리지 않을 수 없었다.

황영지도 갑자기 지성룡이 말을 더듬자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그가 혼인을 생각하였지만 입 밖으로 말하지 못하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황영지는 편안해지고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가지 고민한 것에 대하여 지성룡이 답을 준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제 여유가 생기자 지성룡이 잠 못 이루고 나온 이유가 궁금해졌다.

“이제 그런 이야기는 그만해요. 지공자님은 무슨 고민이 있기에 잠에 들지 못하고 나왔어요?”

황영지의 질문은 지성룡에게도 곤혹스러움을 떨칠 수 있는 계긴지라 서슴지 않고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게 만들었다.

“내가 멍청해서 그런지 이번 소림행이 가지는 의미가 잘 정리되지 않아 그런 것이오.”

황영지는 지성룡의 비무에 대한 긴장감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은근히 자신에 대하여 생각하느라 잠 못 이룬다는 말을 은근히 기대하였기에 실망이 되기도 하였다.

그런 마음을 접고 지성룡의 말의 뜻을 생각해 보았지만 그런 것에 왜 고민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소림에 가는 이유가 검황어른께서 오로성승을 만나기 위해서가 아닌가요?”

“그 것이 아니라 왜 만나야 하는 것이오? 만나면 비무를 해야 될 상황을 맞을 것은 뻔한데 말이오? 굳이 그런 번거로움을 자초하실 필요가 없지 않소?”

지성룡의 말에 황영지도 갑자기 이유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물론 만나야 할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천하문의 일도 그렇고.”

“천하문의 일이 소림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황영지의 말에 즉각 질문을 하였다. 여기서 생각이 막혔기 때문이다.

“그것이 왜 관련이 없나요? 오로성승은 무림의 원로이시고 소림이 오대문파를 지지하여 중재에 나서면 비무대회가 열리지도 않게 될 수도 있고 천하문의 편에 선다면 오대문파는 낭패를 당하고 고립무원의 상태가 될 수도 있어요. 소림이 어느 한편을 들어 개입한다면 반대편은 상당히 곤란한 문제가 생기게 될 것이 아니예요?”

그제서야 지성룡의 막힌 머리가 뚫리는 것처럼 의문이 정리되기 시작하였다.

‘소림의 오로성승이 검황어르신에게 천하문과 오대문파의 일에서 물러나라고 할 것이고 검황어르신은 소림이 개입하지 말라고 할 수가 있다. 그러면 그 두 주장을 서로 관철시키는 방법은? 결국 무림의 일은 비무로 최종에는 결정될 수밖에 없다. 소림의 대표와 나와의 비무에서 이기는 쪽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다.’

일황과 이기, 소림의 대결인 것이다. 그제서야 왜 검황이 비무를 반드시 이기려고 하는지 알게 되었다. 천하문과 오대문파의 일에 개입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 소림에 가는 것이었다.

황영지도 지성룡의 표정에서 고민이 어느 정도 해결된 것을 알았다. 이렇게 실마리가 잡히자 지성룡의 머리는 순식간에 모든 정황을 점검하고 분석하고 있었다.

‘우리 천하문으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가장 피해가 큰 곳은 오대문파가 아니라 소림이다. 소림의 속가는 이곳 하남지방에 있고 하남의 패권을 우리에게 넘겨주었기에 소림은 근거를 상실하고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가 있다. 하나 소림이 나서지 않았기에 천하문이 쉽게 하남의 패권을 장악하였지 소림이 나섰다면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소림으로서는 오대문파가 대신 견제를 해주기에 현상유지에 만족하였을 것이다. 굳이 악역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기에 방관만 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소림이 방관한 이유가 이해가 되었다.

‘하나 오대문파가 궁지에 몰린다면 남의 일처럼 방관만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오대문파를 돕기 위해 개입을 할 것이 틀림없다. 오대문파에게 유리한 중재 안을 들고서 우리를 압박한다면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우리로서는 오대문파만으로도 버거운 입장에서 소림의 압력까지 받는다면 버티기 곤란하게 된다. 결국 이것을 막기 위해서 어르신이 가는 것이고 막는 방법은 결국 소림과의 비무를 통하여 해결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기에 무적철검어르신과 무상도 어르신을 동행하여 위세를 보이는 것이다. 검황어르신 혼자보다는 이 두 분이 같이 동행하게 된다면 소림과 맞먹는 위세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최종 결정은 나와 소림의 대표간에 비무로 이루어 지겠구나.’

순식간에 실마리가 풀리자 일이 어느 정도 해결되는 것을 느꼈다.

“고민이 해결 되었어요?”

“그렇소. 사실 검황어르신이 너무나 이번 비무에 신경을 써서 왜 그러시나 이유를 알 수 없어 고민이 되었거든요. 황소저의 말을 듣고 나자 이해가 되었습니다.”

황영지도 지성룡의 말에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결국 소림에서 비무를 통하여 모든 것이 결정될 것 같기에 그러시는 것이군요.”

황영지도 내면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제 밤도 늦었는데 그만 들어가시죠? 저도 내일 다시 길을 출발해야 하니 지금이라도 들어가 눈을 붙여야 겠어요. 잘주무세요.”

지성룡은 황영지의 얼굴에 수심이 사라진 것을 보자 다소나마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곧이어 왜 수심이 사라졌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미 황영지는 방문을 열고 들어가고 있었다.

결국 혼자남은 지성룡도 발걸음을 돌려 자신의 방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방으로 돌아온 지성룡은 잠자리에 누웠다.

그러나 황영지의 모습이 떠올라 쉽게 잠이 들지 못했다.

‘왜 황소저가 갑자기 우울해 하다가 다시 얼굴에 미소가 어렸지?’

그렇게 생각하자 지성룡은 온몸에 전율이 어렸다.

‘내가 혼인을 생각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 그럼 황소저도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인가?’

지성룡은 황영지를 처음 만날 때부터 지금까지의 일을 하나씩 떠올렸고 그의 얼굴에는 자신도 모르는 미소가 어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편안한 기분에 스르르 잠에 빠져들었다.

“지금 아래 일주문을 지나셨다고 합니다.”

소림의 장문방장인 청수선사와 나한당의 수좌인 청해대사는 지객원주인 청각대사의 전갈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그분들이 곧 당도하겠군.”

소림의 산문에 나와서 영접을 대기중이었다. 아무리 청수대사가 소림의 방장이지만 무림의 전설적인 기인인 일황이 오기에 산문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물론 안에서 맞는다고 문제를 삼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하여 거만하게 안에서 맞는 것이 오히려 대소림의 위신을 깎는 일이었다.

그들은 산문 밖으로 나가서 올라오는 길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기 올라오시고 있습니다.”

말 다섯 마리에 올라탄 사람이 보였다.

그들은 말이 점점 다가오고 말이 십장 앞에 이르자 일제히 합장하였다. 그러자 일행은 말을 멈추고 하마를 하였고 내려서자 합장을 함으로서 예를 표하였다.

“어서오십시오. 불민한 소승은 소림의 방장을 맡고있는 청수라 하옵니다. 시주님께서 오신다는 소식에 사조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검황앞으로 다가온 청수선사는 말을 마치고 다시 한번 합장을 하였다.

그런 다음 이기 앞으로 가서도 합장을 하였다.

“두분 시주님도 뵙게 되어 광영이옵니다.”

청수의 합장에 이기도 엉겁결에 합장으로 예를 같이 표하였다.

청수의 시선이 나란히 서있는 지성룡과 황영지에게 머물렀다.

“대덕이신 소림의 방장선사님을 뵙게되어 광영이옵니다. 소생은 천하문의 오대제자인 지성룡이라 하옵니다. 불민하지만 검황할아버님의 의손이 되어 가르침을 받았사옵니다.”

지성룡이 먼저 소개를 하고 합장하여 예를 표하였다. 청수는 말없이 합장으로 예를 표하였다.

“소녀는 황가 여아로서 두분 어르신의 가르침을 받고 있사옵니다. 검황어르신께옵서 무상천녀라는 명호를 내려 주었사옵니다.”

그 당시의 법도에서는 여자들은 집안의 어른이나 사문의 존장이 아닌 한 이름을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이었기에 황영지는 성만 밝히고 있었다. 그리고, 여자들은 주로 명호로 칭해지기에 승천검황이 붙인 명호를 소개한 것이다. 전에 승천검황을 만났을 때는 사문의 존장이라는 생각에 스스럼없이 이름을 밝혔던 것이다.

그들은 자신을 소개하는 법도 오는 길에 교육을 받았다.

“아, 요새 후기지수로 명성이 자자한 참룡검객 소협과 무상천녀소저이시군요. 과연 용봉지재이옵니다.”

청수선사는 황영지의 소개가 끝난후 예를 표하자 먼저 그렇게 찬사를 한 후에 합장으로 예를 표하였다. 소림은 엄숙한 사찰이기에 소개만도 이런 저런 절차로 시간이 걸렸고 지객원의 승려들이 말을 건네 받아 끌어가자 마침내 소림의 산문을 넘어 소림사의 경내로 들어갔다.

마침내 무림의 성지라는 소림사에 첫발을 들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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