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45)
용소명 일행은 다시 객잔으로 돌아왔다.
그들이 한일은 다시 늦은 시간이지만 잠을 자던 객잔의 일꾼을 깨워 술판을 벌이는 것이었다.
세상에서 돈이면 안되는 것이 없어 푸짐한 안주와 술이 바로 준비가 되었다.
“용소제, 이제 나를 형님으로 모시기로 했으니 술 한잔 따라 주게.”
용소명은 이런 술판에 익숙하지 않았기에 순발력이 떨어졌다. 이제나 저제나 술을 따르기만을 기다리다가 참지 못하고 송장주가 말로서 일깨워 주었다.
“죄송합니다. 형님.”
용소명은 자신의 눈치없음을 한탄하며 얼른 잔에 술을 채우고 웅전휘와 초광생의 잔에도 잔을 채우고 자리를 같이한 이조상에게도 한잔을 채워 주었다.
“역시 술은 서로 권하는 맛이야. 용소제 고향이 복건성이라고?”
“예, 그러하옵니다. 이제 처음 중원에 나오니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투릅니다. 형님의 많은 지도편달을 바랍니다.”
웅전휘와 초광생은 맞대작을 시작하는 용소명과 송장주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용소명의 술먹이기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용소명의 술먹이기에 당해 처음 만난 날 그들도 뻗었기에 송장주의 손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술잔을 불안한 눈으로 보기 시작하였다.
“형님, 하온데 형님은 돈이 많은 것 같습니다.”
“나야 돈 버는 재미로 살지. 하나하나 땅을 사서 늘리는 재미를 남들은 모를 거야.”
벌써 몇 순배가 돌자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고 용소명의 말에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하온데 형님도 소출을 대부분 천하문에 넘기고 있습니까?”
용소명은 자신이 몸 담으려 하는 천하문의 위세를 알아보기 위해 물어 보았다.
“물론 천하문이 아니면 사줄 사람이 없어.”
“하면 그들이 안 사가면 어떻게 됩니까?”
송장주는 엉겁결에 대답을 하다가 술이 확 깨는 느낌이 들었다. 한번도 천하문이 거래를 중지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그런 사실을 용소명이 간파했기 때문이었다.
“허허, 그럴 일이야 있겠나. 한데 자네 장사를 해볼 생각인가?”
“아직 정하는 못했습니다. 형님이 도와주시겠습니까?”
“그렇게 하세. 내가 도울 수 있다면 도와 주어야지.”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이 소제 기쁘기 한량이 없습니다.”
웅전휘와 초광생은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살살 녹이면서 연신 송장주의 잔에 술을 채워 먹이고 있었다. 송장주는 주는대로 받아 먹고 있었다.
“저러다 내일 출발하기는 틀렸어.”
웅전휘는 초광생을 보면서 말하였다. 이렇게 여기서 술을 마신 이상 집에 도착할 때까지 동행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었는데 연신 용소명이 송장주에게 술을 먹이고 있으니 하루를 공치게 될 판이었다.
그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초광생도 걱정스럽게 보았다.
이제 송장주를 어느 정도 먹였다 싶은지 용소명은 그 옆에 앉은 이조상에게 달라붙고 있었다. 이미 송장주는 해롱거리고 있었다. 그런 줄을 아는지 모르는지 용소명은 잔이 비기만 하면 이조상과 이야기 하면서도 잔을 채워주고 있었다.
“아. 형님들 잔도 비웠군요. 자 마십시다.”
용소명은 모두의 잔을 채우고 잔을 들어 모든 사람을 마시게 하더니 자신도 잔을 들어 마시기 시작하였다.
그도 거의 송장주만큼 먹었는데도 취하지 않은지 벌컥벌컥 마시고 있었다. 웅전휘와 초광생도 내일은 떠나기 틀렸다고 생각하자 이왕 이렇게 된 것 취하자고 생각하였기에 술을 마시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술판은 동이 터올 때 쯤에야 끝이 났다. 용소명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바닥에 몸을 가누지 못하여 쓰러지고서야 용소명은 일어났다.
결투가 있은 다음날은 아직 무적철검의 내상이 완전히 낫지 않은 것을 안 승천검황이 하루정도 더 있다 떠나자고 하여 하루를 더 보내기로 하였다.
지성룡과 황영지는 객잔에 있는 것이 답답하여 낙양 인근의 용문폭포를 구경하기로 하고 말을 타고 달려 갔다. 객잔에서 길 안내인을 붙여 주었기에 걱정은 없었다.
그들의 행로에는 암중으로 뒤따라온 수행원 중에서 다섯명도 동행을 시켰다. 그렇게 한데는 이곳이 아무리 천하문의 영역이지만 혹시 있을 번거로운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자신들의 신분을 그저 대갓집 유람공자로 위장하였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으면 해서였다.
“황소저, 이렇게 중원의 산야를 보니 모든 게 신기합니다.”
“저는 항상 산속에서 있었고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이제는 무덤덤해져요. 아마 공자님도 곧 익숙해 지고 무덤덤해질 것이예요.”
“그렇게 되겠지요. 사실 저는 스무살이지만 견문은 상당히 짧지요. 개봉을 벗어나 보는 것이 처음입니다.”
“그래요? 모든 게 신기하고 새롭게 느껴지겠네요. 더구나 천하문에만 있었던 것 같군요. 듣기에 청명원에 거의 있었던 것 같던데요?”
“저는 오히려 저희 집보다 청명원이 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제가 정상인과 같이 생활한 것은 한 삼사년 밖에는 되지 않으니 견문이 짧다고 하겠지요.”
황영지는 지성룡이 열다섯이 될 때가지 바보였다는 것을 들었기에 조금은 안쓰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러시겠어요. 저는 부모님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어요.”
그렇게 황영지가 말하자 애처로운 감정이 일었다. 지성룡도 어머니가 없기에 그런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소저도 그럴 것이오. 나에게는 어렴풋이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나를 보고 말없이 눈물을 흘리던 것이 떠 오릅니다. 사람 구실도 못할 것 같은 저를 두고 먼 길을 떠나려고 하는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그렇게 말하는 지성룡의 눈에는 촉촉한 물기다 스며나오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자 황영지도 눈물이 나왔다. 한번도 보지 못한 부모님이기에 그런 슬픔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막연한 그리움으로 잠자리에서 베갯잇을 적시던 기억이 새록새록 생각이 났다.
그렇기에 둘은 말을 타고 가면서도 눈앞이 흐릿해 지고 있었다.
그렇게 둘은 한참동안 말이 없었고 용문폭포에 당도해서야 그런 기분을 떨칠 수가 있었다.
용문에는 용문폭포뿐만이 아니라 용문대석굴도 있기에 명승지로 이름이 높았고 그들은 이곳저곳 객잔에서 붙여준 안내인의 설명에 나란히 다니면서 구경을 하였다.
“천하문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무적철검은 셋만 남게 되자 승천검황에게 물었다.
“글쎄 자네가 무슨 의도로 묻는지 모르지만 너무 광범위한 질문일세.”
무적철검은 승천검황이 질문에 대한 답을 회피하자 결국 구체적으로 물었다.
“천하문에서 하려는 것은 무림의 질서를 바꾸는 일입니다. 결국 이렇게 되면 무림에 혼란을 부르고 혼란은 피를 부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천하문이 하려는 것을 좌시할 수 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하면 구파일방, 특히 오대문파에서 하는 일은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승천검황은 무적철검의 의도를 알기에 먼저 되물었다. 지금의 천하문이 하는 일이 위험한 도박이고 특히 무림에 엄청난 혼란을 부르는 일이기에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도이기에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냐고 반문한 것이었다.
“어찌 되었건 큰 과오 없이 무림의 평화를 지켜오지 않았습니까?”
“나는 그리 생각하지 않네. 천하문이 한일, 특히 항몽에 있어서만은 다른 어느문파에 못지 않은 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네. 그런 천하문을 배제한 무림맹의 운영은 찬성할 수가 없네. 무림맹의 시초가 바로 항몽이었네. 그런 항몽의 선두에 섰던 천하문을 배제한 것은 자파의 이익을 우선하는 그들의 이기심 때문이네. 특히 이일의 중심에는 화산의 태을자가 있기에 좌시할 수가 없네.”
무적철검은 승천검황이 태을자를 지목하자 일이 심상치 않음을 알았다.
옆에서 듣던 무상도도 승천검황의 의지가 확고함을 알았다.
“이대로 간다면 오대문파의 몰락이 있을 것입니다. 이대로 간다면 하남성 뿐만이 아니라 호북성, 산서성, 산동성, 하북성은 천하문의 세력권으로 편입이 될 것입니다. 그 것을 가속화 시키는 것은 내년 중추절에 있을 오대문파와 천하문의 비무입니다. 그 비무에 참룡검객이 나선다면 삼도어른들이 비무에 나서지 않는 한 천하문의 승리는 기정사실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물론 삼도어른이 나선다고 하여도 아직 일년이라는 시간이 있기에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릅니다. 참룡검객의 진전이 너무나 가공하기 때문입니다.”
무적철검은 그렇게 되었을 때 천하문의 독주를 막을 세력이 없다는 문제가 대두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무림에서의 제약이 있음에도 천하문은 천하 삼대 상단 중에 하나로서 엄청난 재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그 제약이 풀리는 순간 다른 이대상단은 존립을 위협받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구파일방의 속가들은 천하문의 속가가 될 것입니다. 저는 천하문이 옳다 그르다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힘의 균형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무적철검은 승천검황이 하는 도박에 대하여 감지하고 있기에 말을 한 것이다.
무적철검으로서는 그 동안 승천검황의 내심에 대하여 여러 가지 고민을 하였고 지금에 이르러서 천하문을 이용하여 기존 무림질서를 재편하려고 한다고 결론 내릴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승천검황이 이일의 선봉에 세우고 있는 지성룡과의 전날 결투의 결과는 그런 우려를 더 크게 만들어 주었다. 지성룡의 강함이 승천검황의 하려는 일을 충분히 감당할 수준이었다.
“자네의 우려를 물론 알고 있네. 하나 천하문이 바꾸는 질서는 오대문파의 독선과 독주를 막자는 것이지 천하 제패를 하자는 것은 아닐세. 또한 천하문의 조직을 본다면 그런 패권집단으로의 변질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네.”
“물론 천하문은 어느 문파보다 공명정대합니다. 하나 천하문이 가져올 폭풍은 무림을 뒤흔들어 놓는다는 것입니다. 특히나 부가 있는 자가 무력을 가졌을 때에 일어날 폐해는 무력이나 재력 중에 어느 하나를 가진 자보다 훨씬 강력하지 않습니까?”
“하면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저는 선배님이 나서서 오대문파와 천하문의 비무는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비무가 이루어진다면 오대문파는 모든 것을 잃어야 합니다. 제발 중재를 해 주십시오.”
무적철검은 심히 우려가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말인가? 오대문파가 대폭적인 양보를 하여야 하는 상황에서 중재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일단 천하문을 무림맹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현재 취하고 있는 천하문에 대한 봉쇄를 모조리 해소하며 그런 양보를 함으로서 발생할 위신의 추락을 감수하여야 하네. 과연 이것이 협상으로 가능한 일인가?”
무적철검은 지그시 생각에 잠겼다.
군웅회의 비무를 통하여 지성룡이 무명을 떨치기 전이었다면 오대문파에게 이런 양보를 하여야 한다고 말한다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하겠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천하문으로서는 당연한 요구였다.
“이 정도는 천하문이 그 동안 당한 수모에 비하면 너무나 적은 것이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나선다고 될 것 같은가?”
무적철검은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암담하였기에 한숨만 내쉬었다.
“그러면 이대로 파국으로 달려가는 것을 바라만 보아야 합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승천검황이 천하문과 손을 끊고 다시 떠나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참았다.
차라리 승천검황이 떠나 오대문파가 무력으로라도 천하문을 압박하는 사태가 초래되어 천하문의 기세를 꺾을 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했으면 어떻겠느냐 제안을 하고 싶었다.
승천검황이 버티고 있기에 오대문파가 도발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만 헛점이 있다면 승천검황이 개입할 수도 있기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계속 승천검황이 천하문의 뒤에서 버티고 있다면 내년 중추절에 비무는 이루어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나는 그것이 파국이라고 생각치 않네.”
승천검황의 말에 무적철검은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저 암담한 상황에 대한 걱정만이 쌓이고 있었다.
무적철검으로서는 현재 자신들이 천하문의 일을 돕고 있다는 자각에 내심으로 꺼림찍하였다.
“오늘은 정말 즐거웠어요.”
황영지의 얼굴은 지성룡과 동행한 외출이 즐거웠는지 웃음이 가득하였다.
“나도 그러했소. 이렇게 놀아 보는 것은 생전 처음하는 경험이었소. 황소저가 아니었다면 아직도 청명원에서 있었을 것이니 황소저에게 우선 감사드리오.”
만일 황영지 일행이 오지 않았다면 이런 중원 유람은 없었을 것이기에 이런 기회를 마련해준 것에 감사하다는 치하를 하였다.
“어머 그렇게 생각하니 기쁜데요. 한데 저랑 같이 있어서 더 기쁘지 않아요?”
황영지는 기분이 고조되자 슬적 지성룡의 마음을 떠 보았다.
“물론이오. 옆에 황소저 같은 가인이 있기에 더더욱 기쁜 것이오.”
옆구리를 찔러 절받는 격이지만 황영지는 미소를 지어 기쁨을 표시하였다.
“그렇게 생각하시니 더 기쁜데요.”
그들은 기분좋게 말하면서 어둑해지는 길을 따라 객잔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내일은 소림사에 간다고 하니 오늘 밤에 낙양의 야경에 취해 보는 것은 어때요?”
지성룡은 오늘의 유람이 아쉬어 다시한번 외출을 권하였다. 소림에 가면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외지에 나가면 매사에 조심해야 했기에 그래도 안전한 낙양에서 마음 편히 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할까요? 어디로 가려고요?”
“야시장에 갈까하오이다. 중앙로 뒤편에 가면 야시장이 유명하다고 합디다.”
“그래요? 그럼 같이 가볼까요?”
막 저녁을 먹고 외출할 기회를 노리던 두 사람에게 승천검황의 지시는 결국 그들의 저녁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리 와 보아라.”
막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는 지성룡을 승천검황은 붙잡았다.
‘무슨 일이지?’
지성룡은 결국 그 앞에 다가갔다.
“혹시 소림에 갔을 때 겨루어야 될 소림의 무공에 대하여 일러 줄 것이니 조금 있다가 내 방으로 오너라.”
지성룡에게 그 말은 황영지와의 외출이 안된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승천검황이 지금 낙양에 있다고 합니다.”
천기각주의 말은 곧 무림맹으로 온다는 말이었다.
“이번 행선지는 소림입니까?”
“그러하옵니다. 소림으로 가는 것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낙양에 있다면 지금쯤 출발을 하였겠습니다.”
“아직 낙양에 있다고 합니다. 이틀 전에 도착을 하였는데 아직도 낙양에 있습니다. 어제는 세 어르신들은 처소에 있었고 참룡검객과 황영지만 용문폭포와 용문석굴에 다녀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틀 전에는 무적철검과 지성룡이 비무를 한 것 같다고 합니다. 세작이 가까이는 접근하지 못했기에 자세한 것은 잘 모르지만 망산으로 다섯이 들어간 후에 그들이 간 곳으로 보이는 곳에서 몇 번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고 두 시진여만에 나온 그들 중에 두 사람의 복장이 상당히 흐트러져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천기각주나 그 말을 들은 제갈중명이나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혹시 그들 사이에 분란이 발생한 것은 아니오?”
“그렇다면 어제 젊은 애들이 같이 유람을 나갔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천기각주는 제갈중명의 의문에 다시 반론을 제기하였다.
“제 생각에는 소림사에 갔을 경우 승천검황과 오로성승의 경우처럼 혹시라도 있을 비무에 대비하여 대련을 하였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구려. 결국 팔십년이 지난 지금에 또다시 승천검황과 오로성승처럼 비무가 벌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제갈중명은 천기각주의 주장에 그런 이유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소림에 가기 전에 참룡검객에게 미진한 가르침을 주기위해 낙양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하면 이틀간 머문 것이 이해가 되는데 한데 굳이 길을 가다가 그렇게 하는 것은 이해가 안되네. 출발 전에 그렇게 하여야 했지 않을까 싶은데 말입니다.”
제갈중명은 일견 이해가 되지만 새로운 의문이 생겼기에 물었다.
“아마 소림에 갔을 때 소림에서 비무를 신청할지 모른다는 것은 출발한 이후에야 예측이 되었고 그래서 대비를 하였을 것입니다.”
그렇게 천기각주는 사전에 분석한 것을 말하였다.
“음, 그렇다면 소림에서 비무 신청을 할 것이고 참룡검객이 대응한다는 것인데 결과는 어떨 것 같은가?”
천기각주는 그 질문에는 선뜻 대답을 못하였다.
“아마 참룡검객이 이길 것으로 보입니다.”
천기각주는 다소 자신 없는 말투로 지성룡의 유세를 예측하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인가?”
“어제의 나들이 때문입니다.”
그렇게 천기각주가 말하자 제갈중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구려. 결국 자신이 있기에 놀았다….”
“그렇습니다. 승천검황어른은 그 지략에서도 상당히 일가견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분이 지성룡을 놀게 해두었다는 것은 충분히 승산이 있기에 그렇다고 볼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천기각주의 주장은 상당히 타당성이 있었다.
“이번에 승천검황과 오로성승이 만나면 무슨 말들이 오고 갈 것 같은가? 이미 화산의 태을자 어른도 소림을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네.”
“아마 승천검황어르신의 행보에 대하여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승천검황어르신에게 오로성승께서는 무림의 일에서 이제 물러날 때라고 말할 것이고 승천검황어르신은 완곡하게 그 것을 거절할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소림으로서는 아무래도 현재 오대문파가 천하문보다는 그래도 낫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천기각주의 예측은 제갈중명의 예측과 다르지 않았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동감을 표했다.
“그럼 어떻게 될 것 같은가? 그런 말이 나온다면 결론은 안날 것이 아닌가? 결국 승천검황이 소림에 가는 것은 소림이 오대문파와 천하문의 일에 나서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일 것이 아닌가?”
“그렇겠지요. 결국에는 비무가 모든 것을 판가름 내 줄 것이라 사료됩니다. 소림이 침묵하느냐 아니면 승천검황이 천하문에서 손을 뗄 것인가는 비무로 결정이 날 것 같습니다.”
천긱가주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깨닫자 제갈중명은 천기각주의 분석력에 다시 한번 감탄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의견이 다른 상황에서 할 일이란 비무 뿐이었다. 승천검황의 소림행은 소림을 이번 일에 침묵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밖에는 볼 수가 없었다.
“일은 점점 재미있게 되어 가는 것 같네. 결국 소림마저 침묵하게 된다면 오대문파는 고립무원의 상태가 될 것이고 독선적인 태을자 어른의 대응이 이제 궁금해 지는군.”
제갈중명과 천기각주 인자기는 향후의 일의 향방에 대하여 검토하고 있었다.
“소림에 승천검황이 갈 것 같다는 말이냐?”
태을자는 화산의 장문인인 명정도인이 보고를 하자 이미 예측한 듯이 그리 놀라지 않고 되물었다.
“누구와 동행하느냐?”
“무적철검과 무상도 어른들과 그분들의 공동전인, 그리고 참룡검객이 동행하고 있습니다.”
태을자는 오로성승과의 대화를 생각해 보았다.
“소림은 세속의 욕심을 접은지 오래이고, 그렇기에 이번 일에 나서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네.”
태을자가 승천검황의 등장으로 일이 어렵다고 도움을 넌지시 요청하자 바로 중립을 선언하였다.
태을자로서는 그렇게 말하는데야 더 이상 도와달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내 대신에 그 사람을 만난다면 이런 일에 굳이 나설 필요가 있겠느냐는 말을 해보겠네. 하나 그렇다고 해서 내 말을 들을 사람도 아니니 큰 기대는 말게나.”
그 정도도 실로 큰 수확이었다. 그렇기에 태을자로서는 말없이 물러났었다.
“알았도다.”
태을자는 소림에서의 일에 대하여 예측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소림은 이번일에 개입하기를 꺼려하고 있다. 하나 승천검황과의 예전 비무에서의 무승부를 기록한 그분으로서는 보이지 않는 호승심이 있을 것이다. 오로성승의 권유를 승천검황이 거절한다면 결국 소림은 우리와 같이 행보를 할 것이다. 승천검황은 소림에 가서 잠자는 호랑이를 깨우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태을자는 승천검황과 오로성승의 대화가 어떻게 되건 화산에 유리해 질 것으로 판단을 하면서 소림에서 들려올 소식을 기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