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44)
다음날 아침 지성룡 일행은 낙양 외곽에 있는 망산으로 향하였다. 망산은 낙양의 북쪽에 있기에 일명 북망산이라고도 불리어 지고 있었다.
그들이 하는 비무는 최선을 다한 비무이고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서 하기에는 부적절하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인적이 끊어진 곳에서부터는 경공을 이용하여 빠르게 이동하였다. 인적이 없는 곳을 찾아야 하기에 그들은 네개의 산봉우리를 넘어갔다.
“여기 정도면 되겠네.”
앞서가던 승천검황은 나무가 없는 십여장의 공터를 발견하자 멈추어 섰다.
“여기라면 일반인들의 인적도 끊긴 곳이라 좋을 것 같습니다.”
무적철검은 그렇게 말하였다.
지성룡은 한쪽 끝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내가 먼저 상대가 되어주지.”
무적철검은 지성룡의 맞은편에 섰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물론이네. 하나 나는 자네의 사정을 봐주지 않을 것이네. 그렇기에 조금도 방심을 하지 말게.”
무적철검은 그렇게 말하고 선공을 취하였다.
멀찍이 물러서서 승천검황과 무상도, 황영지는 구경을 하고 있었다.
지성룡은 무적철검의 기세가 심상치 않기에 자신이 끌어올릴 수 있는 최고의 수준으로 내공을 끌어올려 마주쳐 나갔다. 무적철검의 검에는 검강이 어려있었고 두개의 검이 마주치자 소리는 없지만 주변에 진동이 전해졌다.
무적철검은 첫 대결에서 팔성의 공력을 사용하였지만 지성룡이 무리없이 받아넘기자 역시 하는 생각을 하였다.
‘일단 이 아이를 제압한 연후에 정상적인 대련 교육을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무적철검은 그렇게 생각하자 무상검법을 전개하기로 마음먹었다.
무상검법은 말 그대로 최고의 경지가 무상검을 지향하는 무공이었다. 심검에 이르는 경지이기에 무적철검도 말년에 이르러서야 완전하게 시전이 가능해진 검법이었다.
지성룡은 무적철검의 기세에서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자 자신이 전개할 수 있는 최고의 무공을 전개하기로 마음먹고 선공을 취하였다.
둘이 다시 격돌하였다. 지성룡은 격돌하는 순간 상당히 강한 충격에 하마터면 검을 놓칠뻔하였다. 다행히 지성룡이 대응을 하였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지성룡은 황영지와 대결과는 판이하게 다른 공력과 무공에 놀랐다.
‘등봉조극에 이른 무공이란 이런 것인가?’
단 두번의 격돌로 인하여 손이 얼얼해 지자 지성룡은 일단 최선을 다하기로 하고 선공을 취하기로 하였다. 지성룡은 자신에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다 보이기로 마음을 먹고 일단 선공을 취하였다. 무적철검은 지성룡이 짓쳐들어 오자 방어와 공격을 동시에 하면서 맞서갔다.
‘상당한 실력이군.’
무적철검으로서도 지성룡이 생각보다도 강한 것을 느꼈다. 황영지와 비무에서 옆에서 느낀 것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또한 간간이 좌장(左掌)이 나오자 무시할 수 없는 것을 느꼈다. 번번히 황영지가 좌장에 공격의 맥이 끊긴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더구나 무적철검은 검술로만 상대를 하기에 지성룡의 좌장은 실로 감지할 수 없는 적 하나가 기습을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두고 있었다. 더구나 격공무성장이 곳곳의 요혈을 노리기에 항상 신경을 분산해야 했다. 그렇기에 그의 검에만 온 신경을 집중할 수가 없어 상당히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무적철검은 예상과 달리 공방이 벌어지자 자신의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다. 지성룡은 갑자기 무적철검이 물러서서 정지하자 짓쳐들던 기세를 죽일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뻗어나온 검의 기운에 지성룡은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검에는 검기가 있고 검강이 있지만 이보다 한단계 위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검강을 시전하는 사람이 한단계 경지가 높아지면 이기어검(以氣御劍)을 시전하기도 하고 이어심검(以於心劍)을 전개하기도 하였다.
이기어검이란 어검이라고 할 수 있었다. 즉 검을 날려 자신의 의지대로 조정하는 것이었다. 반면 이어심검이라 검강이 발전하여 더욱 강해진 것으로 검강이되 검강이 아닌 것이었다. 이어심검은 심검에 이르는 전단계라고 할 수도 있었다.
지성룡은 무적철검이 시전하는 단계가 검강의 윗단계인 이어심검(以於心劍)의 일종인 무상검기인 것을 알았다. 검강을 뛰어넘는 경지로서 이것이 극에 이르면 심어검(心於劍)의 경지에 들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무적철검은 아직 심어검의 단계에는 이르지 못해보이지만 상당한 경지의 이어심검의 경지였다.
육기의 단계가 등봉조극이라고 알려져 있었지만 무적철검은 그 단계를 벗어나 삼화취정의 초입에 진입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지성룡은 무상검기가 쇄도해 오자 무의식적으로 검을 맞부딪쳐갔다. 만일 뚫리면 온몸이 난자 될 것 같은 위험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지성룡은 자신도 모르는 이상한 감촉에 놀라서 검끝을 보았다. 맞부딪쳐 가는 쌍방의 검이 부딪쳤다.
“꽈꽝- 찡”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소리는 처음에는 경쾌하지만 나중에는 공기가 진동하면서 나는 파동의 소리라서 둔탁한 소리가 되어 울려퍼졌다.
한번의 격돌을 하고 물러선 두 사람의 얼굴은 창백하였다. 지성룡은 두 가지 사실에 정신이 없었다. 우선은 무적철검이 내뿜은 검기의 신랄함에 놀라고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자신이 그런 검기를 막아낸 사실에 놀라고 있었다. 어떻게 했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 가운데 최대한 기운을 일으키려 하였는데 그것이 성공하여 마침내 막아낸 것이다.
‘어찌 무상검기를 막아낸다는 말인가?’
무적철검은 검을 부딪치는 순간 지성룡이 퉁겨져 나가 상당한 내상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한데 오히려 그가 철벽을 때린 듯 강한 충격을 받고 다섯보나 물러났다. 오히려 나중에 기운을 일으킨 지성룡도 다섯 걸음밖에 물러나지 않은 것도 이상하였다. 그렇기에 무적철검은 다시 한번 기운을 응집하여 무상검기를 끌어올렸다.
‘아까의 공격도 겨우 막아내었는데 이번의 공격은 저 어른의 모든 것을 담으려 하는 것 같다. 하나 여기서 피할 수는 없다. 최대한 부딪쳐서 몸으로 느껴야 한다.’
지성룡도 이런 상황에서는 잔꾀가 통하지 않기에 품속에서 승천검황이 준 현철로 된 검을 꺼내들었다. 자신이 평상시 사용하던 검은 한번의 격돌로 인하여 금이 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작 한자에 이르는 검이지만 그 검을 들자 묵직함에 지성룡은 자신의 몸에 있던 기운을 최대한 모아왔다. 그로서는 어떤 내공심법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최대한 기운을 모은다는 마음을 먹을수록 기운이 응축되는 것을 느꼈다.
이미 비무는 대련이라는 의미를 잃고 서로간의 양보할 수 없는 대결이 되어버리고 있었다.
이들의 비무를 지켜보는 세 사람도 전번의 격돌로 모두 놀란 가슴을 쓸고 있었다.
승천검황은 예상과 달리 무적철검이 무상검기를 펼쳤기 때문이었다. 이미 무상검기를 터득한줄은 알고 있었지만 예상과 다른 무상검기였다. 이미 등봉조극의 단계를 벗어난 삼화취정 초입의 검기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깜짝 놀라서 비무장에 뛰어들 뻔하였다. 그런데 더욱 놀란 것은 그런 검기를 맞받아 쳐 가는 지성룡의 검기를 보고 놀란 것이다. 검강으로 시작된 검의 기운이 부딪칠 시점에서는 무상검기와 비슷한 기운을 내뿜었기 때문이다. 즉 시전하는 중간에 검에 더욱 기운이 본능적으로 주입된 것이다. 이는 어찌 보면 아직 미숙하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공력의 운기에서 효과적인 것이라는 것이기도 하였다. 이동 중에 내내 무상검기를 발휘하는 것과 부딪치는 순간 무상검기를 일으키는 것은 진기의 소모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부딪치는 순간에 진기를 끌어올리는 것이 훨씬 경제적인 것이다.
하나 만일 그 시점을 맞추지 못하면 순식간에 무너져 피떡이 되어버릴 수도 있는 위험도 있는 것이다. 둘이 격돌에서 평수를 이루었기에 승천검황은 놀라면서 출수하려던 손을 멈추었던 것이다.
무상도는 무적철검이 자신의 성명절기를 펼치자 놀랐고 다시 지성룡이 그 절기를 막아내자 더더욱 경악을 하였다. 어제밤 무적철검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마음한구석에는 지성룡의 실력을 경시하는 마음이 있었다. 특히 공력에 있어서만은 아직까지 자신들을 따라오려면은 다소 미흡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즉 동일한 경지의 검기가 부딪친다면 결국 공력이 높은자가 유리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지성룡이 평수를 이룬 것은 너무도 의외였다.
그것은 지성룡이 깨달음 뿐만이 아니라 내공에서도 그들과 동등하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충격이었다.
무적철검의 표정은 사생결단을 내려는 자세였다.
황영지도 처음에 두세번의 격돌에서 느끼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의 자세에 놀라 놀란 가슴을 어떻게 하지 못하고 내내 불안하였다.
그녀의 표정은 마치 걱정에 울기 직전의 상태가 되어 있었다.
마침내 서로 노려보던 둘이 다시 한번 격돌을 하였다.
대단한 두 사람의 도약과 격돌이 다시 이루어 졌다.
“쿠-쾅 찌르릉”
그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부딪치던 속도만큼 뒤로 다시 튕겨났다.
그 순간 무적철검은 삼장이나 물러났고 지성룡은 사장이나 물러났다. 무적철검이 착지를 하여 중심을 잡은 반면에 지성룡은 다리를 땅에 대었으나 착지를 제대로 못하고 앞으로 휘청거리고 있었다. 지성룡은 간신이 엎어지는 것만은 면하였는지 주저 앉아 그대로 숨을 골랐다. 반면 무적철검은 선 자세로 호흡을 고르지만 얼굴에 핏기가 없이 창백하였다.
무적철검은 몇 걸음 움직여 무상도 옆으로 가더니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이번의 격돌로 인하여 두 사람 모두 상당한 내상을 입은 것 같았다. 승천검황은 지성룡이 운기조식의 자세를 취하자 완맥(腕脈)을 잡아 진맥을 하였다.
승천검황은 완맥을 통하여 기운을 넣다가 흠칫하였다. 그가 보낸 기운이 조금도 전진하지 못하고 몸 안에서 사그러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에 주입하던 기운을 멈추고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지성룡은 손을 놓자 운기조식에 들었고 승천검황은 지성룡의 상태를 알 수 없기에 놀라 지성룡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주시하였다.
한편 무적철검은 지성룡과 부딪치는 순간에 일어난 변화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부딪치는 순간 자신이 발출한 기운이 아까와 달리 회수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억지로 회수하다보니 무리한 힘을 가하여 내상을 입었다. 무적철검은 일순간의 호승심으로 자신의 십이성 공력을 다하여 무상검법의 최후 초식인 무상천하를 시전하였고 지성룡이 그 충격으로 휘청거리고 내상을 입은 듯하자 일순 후회가 되었다. 그러나 자신도 이미 상당한 타격을 입었기에 급하게 운기조식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무적철검이 내상으로 인하여 운기조식에 들어가는 그 순간 지성룡도 운기조식에 들어가고 있었다.
처음에 지성룡은 운기조식을 하려던 마음을 먹고 기운을 일으키려고 하였지만 체내의 진기가 요지부동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었기에 자세는 취하였지만 되지가 않아 내심으로 답답한 지경에 처하고 었었다. 그렇다고 말을 하려고 하여도 이제 몸 자체가 굳어가고 있었다. 한데 그 순간 승천검황이 완맥을 잡고 진맥을 위해 내력을 주입하자 요지부동이던 진기가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되자 그의 몸에 주입된 승천검황의 기운은 몸에 스며들듯이 흡수되었고 승천검황이 놀라 황급히 진기를 멈추고 손을 떼자 일단 급하기에 진기를 움직여 내상을 점검하였다. 그러나 생각보다 내상은 미미한지 곧 진기는 정상적으로 돌기 시작하였다.
진기가 정상적으로 돌게 되자 창백하던 그의 얼굴은 곧 혈색을 찾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는 자신의 몸이 진정되자 자신이 무적철검과 대련 중이던 것을 기억하고 길게 운기조식을 할 수 없기에 운기를 멈추려고 하였다. 하나 그가 진기의 운기를 멈추려고 하는 순간 진기의 움직임이 통제할 수 없이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뼈 속 깊은 곳에서 이상한 기운이 솟아나 그의 온몸을 휘감아 돌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지성룡은 그 생소한 기운을 통제할 수 없기에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아까 가라앉은 것 같았던 기운이 다시 일어나 그의 온몸을 휘감아 가기 시작하였다. 이제 세맥의 깊은 곳에서도 기운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지성룡은 통제가 불가능하기에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그것은 그의 세맥과 골수에 스며있던 영약의 기운이 격발되는 현상이었다. 물론 전에도 이런 현상이 있었지만 그때에 격발되지 못했던 기운들 마저 이번의 충격으로 일어난 것이었다.
지성룡의 변화를 지켜보던 승천검황은 지성룡이 혈색을 회복하자 안도를 하였다. 그러데 갑자기 부르르 떨더니 점점 안색이 붉어지자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응할 수가 없었다.
승천검황은 지성룡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대하여 알 수가 없기에 그로서도 어찌할 길이 없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몸에서 마치 연기처럼 검은 공기가 나오기 때문이었다.
이 것이 그의 몸에 있던 노폐물이 배출 것이라는 것만 알았지 더 이상의 것에 대하여는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연기가 나오다가 약한 빛이 어리더니 사라지고 지성룡의 혈색이 다시 제 빛을 회복하고 있었다.
눈을 뜬 지성룡은 옆에 서있는 승천검황을 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몸은 어떻느냐?”
승천검황의 질문에 지성룡은 몸 곳곳을 움직여 보았다.
“별 이상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온데 어르신은 어떠합니까?”
지성룡은 무적철검이 걱정되어 물었다. 무적철검은 그때까지 운기조식 중이었고 얼굴에 창백하던 기운은 사라지고 혈색이 돌아오고 있었다.
무상도는 무적철검을 호법하다가 지성룡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자 경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까 보기에 지성룡의 내상이 더 중한 것 같았는데 이제 말끔히 내상이 사라진 것 같았고 오히려 아까보다도 팔팔하였기 때문이었다.
지성룡이 이렇게 회복이 빠른 것은 천년속단유의 기운이 그의 몸을 보호하였기 때문이다. 그의 몸에 오는 충격을 천년속단유가 막아주고 그의 내상을 재빠르게 회복시키도록 도와주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무적철검의 내상은 생각보다는 그렇게 중하지 않은 편이었다. 다행이라면 재빠르게 운기조식에 들었기에 내상이 깊어지기 전에 치료를 할 수 있었고 무상심법에는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요상결도 있었기에 시의 적절한 자가치료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생각보다 빨리 내상을 회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작 일곱합을 겨루고 두사람이 모두 쓰러져 장내를 수습하는데 무려 한시진이 걸렸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무적철검이 일어나고 나서였다.
그날의 오전 대련은 결국 양패구상으로 끝나고 말았다.
결과는 지성룡의 패배였지만 지성룡이 반 시진만에 상처를 털고 일어난 반면 무적철검이 무려 한시진이나 걸려서 요상을 마친 것을 생각하면 지성룡이 꼭 패했다고 할 수도 없는 결과였다.
결국 그들의 오전 대련은 이렇게 끝이 나고 말았고 승천검황은 이들의 대련을 중지할 수밖에 없었다.
상당히 격렬할 줄은 알았지만 이런 결과는 예상치 못한 최악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다행이라면 격렬한 격돌과는 달리 그래도 내상이 다소 적었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승천검황은 지성룡을 오후에 불렀다.
“제가 최선을 다했지만 아직까지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지성룡은 지금까지 비무를 하면서도 항상 여유가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최선을 다하였고 그렇게 하였어도 패배한 것이다.
“그렇다. 그분들의 벽은 높다. 하나 너는 경험이 없는 것에 비하여는 잘 싸웠다.”
승천검황은 지성룡이 의기소침해 지지 않도록 하기위해 격려를 하였다.
“너는 이제 그분을 맞아서 다시 싸운다면 어떨 것 같으냐?”
“오늘의 결과처럼 무모하게 대들기 보다는 좀더 탐색을 하고 신중하게 대처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 너무 성급한 정면 대결이었다. 만일 실전이었다면 부상을 당해 쓰러진 너는 결국 죽었을 것이다. 그런 결과는 피해야 한다. 하나 너의 정확한 힘을 알게 된 것은 잘된 일이다.”
지성룡은 승천검황의 말에 고개를 숙여 긍정을 표하였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의 몸에는 나도 모르는 힘이 있었고 오늘 내부의 진동으로 일부가 다시 격발 되었다. 만일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없었다면 끝까지 운기조식을 하여 더 나은 성과를 얻었을 텐데 중간에서 멈추어 그 결과를 보지 못하였다.’
“피곤할 텐데 돌아가 운기조식을 하여라. 밖에서 호법은 내가 서주겠다.”
승천검황은 지성룡이 말이 없자 피곤한 줄로 알고 돌아가게 하였다.
지성룡은 방으로 돌아오자 자리에 앉아 아까의 결투를 반추해 보았다.
‘나는 내가 얼마의 힘을 사용해야 하는지를 몰랐다. 하지만 두 번째 격돌에 힘을 최대한 격발하는 것을 깨우쳤다. 하나 최대로 격발하였지만 나는 힘에서 밀리고 말았다. 그렇게 무너진 순간에 어르신이 적이었다면 나는 그저 무방비로 당했을 것이다. 그 어른은 내상이 있었어도 최후까지 움직일 진기를 남겨두었다. 나는 그렇지가 못했다. 물론 내가 이 나이에 그 어른과 거의 대등하게 싸웠다는 것은 대단하지만 어찌 되었건 진 것은 진 것이다.’
지성룡은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운기에 열중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아까와 달리 아무도 없기에 안심을 하고 최대한 기운을 끌어올렸다. 지성룡의 몸에서 아까 잠깐 비추었던 빛이 나기 시작하였다. 그의 몸에서 나는 빛은 상당히 진한 청,황,적 빛이었다. 예전에 청운각에서 운기조식을 할 때 나오던 빛이 연한 빛이었다면 이번에는 그 빛이 선명하여 이제는 뚜렷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빛나던 빛이 ‘팟’하는 느낌과 함께 사라지고 지성룡의 눈이 번쩍 떠졌다.
‘이제야 네 갈래로 갈라졌던 기운이 다시 하나로 합일이 이루어졌다. 또한 갈라지기 전보다도 훨씬 기운이 강해진 것 같았다.’
지성룡은 물에 잠긴 실처럼 느껴지던 네 가지의 기운이 사라진 것을 느꼈다. 그러나 가끔은 물속에 다녹지 않은 얼음처럼 간간이 뭉쳐있는 네 가지 기운의 잔재는 아직까지도 감지 되고 있었다. 그렇게 본다면 아직까지 완벽한 합일은 되지 않은 것이다.
지성룡은 운기조식을 마치자 벌써 문이 어두어지는 것을 느끼고 밖으로 나갔다. 승천검황이 방문 앞에 앉아 있었다. 그 나이에 호법을 서고 있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마쳤느냐?”
승천검황이 문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물었다.
“예, 마쳤습니다.”
“그러면 저녁을 먹도록 하자.”
그들이 중당(中堂)으로 가자 마침 황영지가 앉아 있었다.
황영지는 승천검황을 보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떠했는가?”
무상도는 무적철검에게 물었다.
“예상보다 한단계는 강했네. 처음에는 십성의 힘으로 전개를 하였고 두번째는 십이성의 힘을 다하여 전개하였지만 양패구상이었네. 물론 실전이었다면 내가 최후에 손을 써서 그를 격살할 수는 있었을 것이네. 하나 그것은 경험의 문제이니 큰 차이는 없는 것일세. 허나 내공에서 종이 한장 차이라니 이일을 믿을 수가 있겠는가?”
무적철검은 아직도 놀람이 가시지 않아 다시 한번 놀람을 밖으로 표시하였다.
“지켜보는 나도 행여 자네가 밀릴까 걱정을 하였네. 다행히 체면치레는 하였지만 정말 놀라운 회복력을 보고 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네.”
“아마 다시 격돌한다면 승부를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네.”
무적철검의 말은 엄살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나도 부딪친다면 이제 이길 자신이 없네. 그 아이는 자신의 한계를 알기에 무리한 정면대결보다는 초식의 유리함으로 싸울 것이기에 지금과 같은 결과는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네. 결국 상당히 지구전을 펼쳐야 하는데 젊은 사람에게 지구력에서 이길 수는 없지 않겠는가?”
무상도도 또 싸우지 않게 된 것에 오히려 안도를 하였다.
“하나 저아이가 영지와 싸울 때 보여준 것은 그의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이네. 결국 이렇게 완전히 포기를 하여야 한다는 것이네.”
그들은 승천검황도 아닌 전인에게마저 패배감을 느끼자 허탈함 뿐이었다.
“오늘의 결과로 그 아이는 한층 더 성숙할 것이네. 그간 패배를 몰랐기에 자신의 한계도 몰랐을 것이지만 오늘의 패배로 한계를 알기에 그 한계를 뛰어넘으려 노력할 것이기에 더더욱 강해질 것이네.”
무적철검은 남의 전인이지만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네. 승천검황이 영지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자신하였던 것이 결코 허언은 아니라는 것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