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40)
“어디로 가실거예요.”
지성룡이 청영원을 나서자 황영지는 옆으로 다가서며 물었다.
“저쪽으로 갈 생각이오.”
지성룡도 개봉에는 나가본 적이 거의 없기에 초행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간간이 들은 내용이 있기에 방향을 가늠하여 천하문에서 운영하는 취선정(聚鮮庭)이라 불리는 고급 요리집으로 갔다. 지일광이 그곳으로 가라고 지시를 했기 때문이다.
밤길에 남녀가 단둘이 걷는 것은 어색하였지만 서로는 옆에서 걷는 상대를 강하게 의식하며 상대의 기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간간이 가다가 살짝 부딪치기라도 둘은 자신들도 모르게 한 발짝 떨어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조금 지나면 다시 서로 가까이 다가서 있었다. 청명원에서 개봉시내로 나오려면 사오백장은 족히 되었다.
“참 별도 곱고 밤이라 날씨도 시원하네요.”
“그렇구려. 그간 하늘의 별을 본지도 오랫만이오.”
그렇게 말하고 하늘을 올려보았다. 오늘따라 별들이 더욱 아름다운 것은 지성룡의 문에 그렇게 비추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둘이 같이 걷기에 배고픈 것도 잊고 있었다. 그저 마음이 편안하기만 하였다.
그렇게 그들은 개봉시내를 걸어갔다.
취선정은 그 시간에도 붐비고 있었다. 지성룡이 들어가자 점소이가 다가왔다.
“저, 어떻게 해드리는 것이 좋습니까? 여기서 드시겠습니까? 아니면 별원의 조용한 방으로 드시겠습니까?”
“별원으로 안내를 하게.”
지성룡은 이런 탁 트인 곳에서 먹는 것보다는 그래도 방이 나을 것 같아 그렇게 말하였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지성룡과 황영지는 점소이가 이끄는 대로 안쪽 별원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어주자 안으로 들어갔다.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점소이가 문밖에서 물었다.
“일단 소면에 두 그릇에 만두를 좀 가져다 주고 오늘은 무엇이 좋은가?”
그렇게 묻자 점소이는 한참 생각하다가 음식 하나를 말하였다.
“그것으로 가져오게. 그리고 죽엽청을 좀 가져오게나.”
그렇게 말하자 점소이는 꾸벅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여기의 점주분이 검성숙부님으로 아는데 성룡이가 왔다고 전해드리게.”
그렇게 말하자 점소이는 무슨 말인가 하다가 지성룡이 점주의 가족인 것 같아 전하기만 하면 될 것 같아 알겠습니다라고 응답하고 물러났다.
점소이가 문을 닫고 나가자 둘은 탁자를 마주하고 앉았다. 서로 등불아래 마주보고 앉아서 얼굴을 마주보려니 어색하였다.
“호호. 이런 비싼 음식점에는 처음 들어와 보네요. 이런 곳은 돈이 많이 들겠죠?”
“돈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증조할아버님이 황소저를 대접하라고 전표를 두둑이 주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머, 이곳은 천하문에서 운영하는데 돈을 내야해요?”
황영지의 말에 지성룡은 웃고 말았다.
“그렇게 하면 금방 망할 것입니다. 그러니 다 돈을 내야 합니다. 여기서 일하는 점소이가 먹는 것도 다 장부에 기록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먹는 것도 장부에 올라가는데 어찌 공짜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다 각자 능력에 맞도록 사서 써야 하는 것이지요.”
그제서야 천하문이 장사에는 인정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밖에서 사람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고 문을 두드렸다.
“들어 오십시오.”
그러자 문이 열리고 삼십대 후반정도의 남자가 들어왔다.
“숙부 오랜만이네요.”
지성룡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시각에 어쩐 일이냐?”
그러면서도 사선은 황영지에게 고정되어 있었고 지성룡을 다시 보면서 누구냐고 묻고 있었다.
“이분 소저는 무적철검 어르신과 무상도 어르신의 공동전인인 황소저입니다.”
지검성은 조카인 지성룡이 왔다고 하여 놀라서 온 것이었다. 그가 알기에 금지인 청명원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밤중에 올 일이 없었기 때문인데 말을 전한 점소이가 천사 같은 여자와 같이 왔다고 하니 궁금함에 온 것이었다.
안그랬다면 그들의 신분을 파악하느라 객잔이 난리가 났을 것이었다. 그렇기에 지성룡은 그것을 알기에 들어오자 바로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어찌 보면 신분을 밝히는 것이 신분을 숨기는 길이기 때문이었다.
황영지 같은 미모는 세인의 주시를 받을 것이고 점소이의 말에 쓸데없는 소문이 돌아 입방아에 오르기 때문이었다. 이런 입 방아를 막는 것은 이곳의 책임자가 입 단속을 시키는 것이었다.
안 그랬다면 천하문에 미모의 여인이 나타났다는 보고가 올라가고 결국은 지성룡의 신분과 그녀의 신분은 모든 천하문에 까발려 지는 것이 되기 때문이었다.
“어서오십시오. 황소저. 저는 이곳의 점주를 맡고있는 지검성입니다. 모쪼록 맛있게 드시고 가십시오. 성룡이도 처음 왔으니 맛있게 먹도록 하여라.”
“예, 그럼 쉬다가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말하자 지검성은 물러갔다.
곧 이어 음식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지검성이 물러간 이후에 시종드는 사람들도 특급으로 바뀌고 있었다. 지검성으로서도 황영지의 신분을 들었기에 아랫사람들에게 입단속을 시키고 특별히 주의를 하여 대접하도록 별도의 지시를 내렸다.
지검성으로서도 이미 지성룡에 대하여는 어느 정도 듣고 있었다. 바보로 알던 조카가 어느날 부각이 되었고 지금에 있어서는 조카이지만 감히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물론 차기 문주가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자신이나 다를 바가 없지만 그 비중에서는 가히 견줄 수가 없는 특별한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런 지성룡의 대접은 조카 이상의 의미가 있었고 같이 온 손님의 신분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신분이기에 특급의 대우로 바꾼 것이다.
“왜 신분을 굳이 밝혔어요?”
지성룡이 신분을 밝힐 필요도 없는데 밝히자 이상하여 물었다.
“어느 곳에 가던 간에 황소저 같은 미인은 주목을 받게됩니다. 그런 불필요한 관심을 끊기 위해서 입니다. 안그랬다면 점소이들을 비롯한 모든 사람이 우리를 주시하고 상당히 불편해 지기에 숙부에게 그런 시선을 차단해 달라고 부탁한 것입니다. 아까 처음에 점소이는 우리를 상당히 유심히 보았지만 두번째에 온 여자들은 우리를 보는 것을 피하였습니다. 그만큼 그들은 우리에게 주의를 기울여 시종을 들고 불필요한 관심을 버린 것입니다.”
“어머 그런 면도 있네요. 신분을 밝히는 것이 오히려 불필요한 신분노출을 피하는 길이군요. 그러고 보니 지공자님도 상당히 머리가 좋은 것 같아요.”
황영지의 칭찬에 지성룡은 으쓱해졌다. 그런 지성룡의 표정에 내심 황영지는 속으로 웃고 있었다.
‘바보, 그런 간단한 칭찬에 우쭐하기는…. 그런 것은 나도 배웠단 말예요. 모르는 척 물었더니 잘난 체는….’
그러면서도 내심 지성룡을 다시 보게 되었다. 무공만 아는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는 신중하고 계획적이기 때문이었다.
“음식이 맛이 있어요. 이런 고급스런 곳에서도 소면이 나오네요.”
“그럼 당연한 것이 아니오. 참 여기 죽엽청이 나왔는데 한잔 하시구려.”
사실 지성룡이 아는 술은 죽엽청 뿐이라 죽엽청을 시켰다. 이 술은 독한 화주이기에 여자가 마시기에는 부적절한 술이었다. 조금만 알았다면 옥화춘(玉花春)같은 연한 술을 시켰을 것이었다. 황영지도 마찬가지로 술에 대하여는 그저 죽엽청 밖에 몰랐다. 무적철검이나 무상도가 여행도중에 죽엽청만을 시켜서 마셨고 어쩌다가 한두잔 황영지에게 권하였던 것이다. 잔을 채워주자 황영지는 술잔을 받아 홀짝 마셨다.
둘은 서로 그렇게 음식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참, 언뜻 어제 들은 이야기인데 검황어르신도 같이 동행하여 떠난다고 들었어요. 그러면 지공자님도 같이 가나요?”
황영지는 같이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대를 가지고 물어보았다.
지성룡으로서는 금시초문이었다. 그러나, 같이 떠난다면 나이 드신 어른이기에 누구 한 사람 수발 드는 사람이 필요할 것이고 그런 일은 평소에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젊은 사람이 하여야 했고 그런 사람은 지성룡 뿐이었다.
“아마 떠나신다면 내가 따라가야 하겠지만 아직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으니 뭐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같이 갔으면 좋겠네요.”
“이리 앉거라.”
지성룡은 지청현이 부르기에 아침을 먹고 지청현의 집무실로 갔다.
“삼일 후에 검황어르신과 무적철검 일행이 떠나기로 하였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 여행에 네가 동행하여 다녀오너라.”
오태상은 승천검황과 무적철검 일행이 떠나기로 하자 그들이 떠난 후에 다시 오지 않을까 걱정을 하였다. 떠난 후에 마음에 드는 곳에 터를 잡고 다시 은거하기로 하였다고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어버릴 수가 있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그들을 반드시 돌아오게 할 사람을 딸려보내기로 하였고 그 일을 지성룡에게 맡기기로 한 것이다. 다행히 비무후에 황영지와 앙금도 없어 보이고 밤에 둘이 외출한 것을 보면 둘 사이에 친밀한 감정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만 가게 된다면 일황이기의 강호 행도로 비추어지지만 지성룡이 같이 가게 된다면 이 행도가 천하문의 행사가 되어 무림에 천하문의 위세를 드높이는 것이 되기에 두가지의 효과를 거누게 되는 것이었다. 인적 구성으로 보아도 일황이나 이기는 행로에는 영향을 주겠지만 다니면서 모든 일은 지성룡이 하게 될 것이니 지성룡에게 큰 보탬이 될 것이고 지성룡의 명망은 중원에 떨칠 수도 있는 효과도 있었다.
지청현으로서도 황영지가 고아 출신인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무적철검과 무상도를 생각하면 그 신분이 그렇게 처지는 것도 아니고 외모도 그만하면 빠지지 않았다. 성격이나 마음씨도 잠깐 보았지만 나빠보이지 않았기에 혼사에 대하여도 이미 마음속으로 좋다고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만일 황영지를 붙잡게 된다면 무적철검과 무상도를 확실하게 붙잡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네, 그럼 그렇게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잘 준비를 하여라. 물론 집안의 어른들이 챙겨줄 것이지만 강호행도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두어 추호의 실수도 없도록 대비를 하여야 한다.”
”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항상 주변에 이삼십명의 수하들이 따라갈 것이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들에게 지시를 내리도록 하여라.”
“녜, 그렇게 하겠사옵니다.”
“모든 준비를 해주겠지만 너도 잘 준비를 하여라. 그리고 어른들을 따라 다니면서 많은 것을 배우도록 하여라.”
“네, 명심하겠습니다.”
“이번에 승천검황 어르신과 무적철검 어르신이 장안을 거쳐 사천으로 여행을 한다고 하는데 성룡이가 따라가기로 하였다.”
지유성은 아침 일찍 아버지가 부르기에 달려왔다.
“하면 준비를 하여야 하겠군요.”
“물론이다. 하나 장안은 무림맹의 총단이 있는 곳이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적지나 마찬가지이다. 더구나 이분들이 여행을 한다면 각 대문파나 세가도 방문할 것이다. 어찌 보면 이분들의 여행은 전 중원의 이목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니 우리도 준비를 철저히 해야한다. 그래서 어른들은 암중으로 삼십명가량 뒤를 따르게 하라고 한다. 천하삼단의 무사들 중에 날래고 눈치가 빠른 자들로 삼십명을 선발하여라.”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좋은 말 다섯 마리 준비하고 각 분단에 연락을 하여 성룡이에게 연락이 오면 언제든지 돕도록 조치를 취해 놓도록 하여라.”
“알겠사옵니다.”
지유성은 이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절감할 수 있었다.
“또한 할아버지께서 황소저를 며느리로 맞을까 하시는 것 같다. 네 생각은 어떠하냐?”
지유성은 지성룡이 장가갈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기에 혼사를 고민하고 있었다. 최근 천하문에서는 오대속가끼리 혼사가 자주 이루어 지고 있었다. 하나 이렇게 하자니 걸리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행복한 고민이지만 은근히 지성룡의 부인으로 각 가문에서 신부를 추천하고 있었다. 그 중 하나를 택하자니 다른 곳들이 서운해 할 수가 있었다.
또한 집안의 어른들이 특별한 관심을 표하기에 자식이라고 하여도 함부로 관여를 못하고 있었다. 결국 오태상들의 직접적인 관리 하에 있기에 그들과 상의를 해야 하는데 그일도 어려운 일이었기에 내심으로 말할 시점을 찾고 있었다.
“소자의 생각에는 무난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성룡이가 원하지 않는다면 굳이 이 혼사를 강행하는 것에는 반대이옵니다.”
“어제 둘이 취선정에 가서 식사를 하였다고 하니 그 문제는 없을 듯하다.”
이미 어제 비무를 한 것도 알고 있기에 비무를 하고 서로 같이 밖으로 나가 식사를 하였다는 것은 서로 호감이 있다는 증거였다.
“알겠사옵니다. 그 문제는 아버님이 알아서 처리해 주십시오.”
지유성은 오히려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은근히 신부를 추천하는 사람들의 말에 고민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천하문에 이기마저 힘을 보태었다는 것으로 보아야 하겠습니다.”
제갈중명은 천기각주가 돌아와서 천하문과의 일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다시 천하문에 이기마저 합류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하옵니다. 이기가 천하문에 들어가서 벌써 이틀을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모레 다시 떠난다고는 하지만 그 행렬에 승천검황과 참룡검객이 합류한다고 하니 다시 천하문으로 돌아간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들의 방문은 천하문의 행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 결국 무림맹으로서는 그들의 행사를 막을 수는 없지 않은가? 다른 분들이야 다녀도 문제는 아니지만 참룡검객의 행도는 참….”
이 행렬이 중원 무림에 미칠 파장에 대하여 생각하자 내심 곤혹스러웠다. 모르게 오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온다면 무림맹의 맹주가 나가서 모셔와야 했다. 그것은 천하문을 맹주가 영접하는 꼴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다고 나가지 않을 경우에 일황을 무시하는 처사가 되어 무림맹의 입지를 스스로 좁히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더구나 지성룡에게 망신을 당한 사대세가를 비롯한 각 세가와 앞으로 비무를 해야할 오대문파로서는 지성룡의 행로에 신경을 쓸 것이고 승천검황의 일행이기에 귀빈대접을 해야했다.
실로 곤란한 문제였다.
“하나 반드시 승천검황과 같이 동행한다고 하여 이기마저 천하문에 동조한다고 하는 것은 속단이 아닌가?”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황으로 보건데 그들이 천하문으로 합류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기의 공동전인인 황영지의 미모가 출중하다고 합니다. 그런 이기의 전인과 참룡검객이 끌리는 것 같다고 합니다. 더구나 사주가 같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습니다. 더구나, 방금 전서구를 통하여 도착한 전서의 내용은 어제밤에 그들이 비무를 했슴에도 불구하고 개봉에 단 둘이 출타를 하였다 하옵니다. 또한 참룡검객은 현재 오태상들 보다는 승천검황이 더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데 승천검황이 황소저에게 무상천녀라는 명호마저 내렸다고 합니다.”
그 말에 제갈중명은 눈을 빛내었다.
“아, 이제야 생각이 났구나. 무상천존이 이제야 생각이 나다니? 하면 이기는 무상천존의 제자라는 것이군.”
제갈중명의 말에 천기각주도 눈을 빛내었다.
“나도 이기중에 하나는 무상천존의 후인일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하였는데 둘다 후인일 줄은 생각치 못한 일입니다. 무상천존과 승천무제는 평소에 교분이 두터웠다고 들었는데 결국 그 후인들이 만난 것인가? 비무도 두 문파간의 비무였습니다.”
천기각주도 이제야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결국 승천무제가 천하문을 지지하는 이상 그들도 천하문을 지지한다고 보아도 무방하겠습니다. 하나 일단 이일은 덮어두고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봅시다. 그리고 맹주님에게는 그들이 장안에 당도할 무렵에 보고를 하도록 합시다.”
“그렇게 해주십시오.”
그러면서 그들은 서로간에 향후에 벌어질 일들에 대하여 논의를 했다. 무림맹에 천하문을 끌어들이기로 하였기에 할 일이 많았다.
영소혜는 치밀어 오르는 불안감과 초조함에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기가 천하문에 들어가서 있는 것은 일황이 합류한 마당이니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정작 그녀가 걸리는 것은 스치듯 보고한 이기의 제자가 무척 곱고 참룡검객과 인연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기의 전인이라면 천하문에서도 탐을 낼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기를 잡는 확실한 방법은 결국 제자를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것은 머리 달린 사람이라면 생각해낼 수 있는 방법이었다. 더구나, 당사자들이 호감을 가지고 있다면 말할 나위 없는 일이었다.
그런 보고에 영소혜는 잠을 못이루고 있었다. 더구나. 들려오는 소식에 다섯명이 강호유람을 한다고 하니 더욱 잠이 올 수가 없었다.
생각해 보면 아무 관련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만 하면 마음 한구석이 아리고 불안한 것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뛰어가서 말리고 싶었다.
그런 생각에 밤새 온갖 상상을 하였다. 이기의 합류와 그들의 행도가 사황성과 천하무림에 대하여 걱정을 해야할 시점에 이런 문제로 밤을 새우는 자신이 한심하였지만 아무리 떨치려 하여도 떨쳐지지 않았다.
“우리 공주가 어제 밤에 잠을 못 잤다는데 무슨 일이 있느냐?”
사마 영추상은 영소혜가 간밤에 잠을 못 들었다는 보고에 걱정이 되어 달려왔다.
“설마 어제 이기가 나타났다는 보고 때문에 불안해서냐?”
그 말에 영소혜는 아무 말도 못했다. 그 말은 맞기에 아니라고 할 수가 없었다. 물론 그 걱정이 어떤 것인 줄을 모를 것이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이기는 그리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그들이 고작 두명에 공동전인 하나라고 들었다. 이미 승천검황이 합류한 마당에 이기가 보태진들 어떠한 영향이 있겠느냐?”
그렇게 영추상은 호기롭게 말하였다. 그러나, 영소혜의 얼굴은 밝아지지 않았다.
‘애가 그 문제가 아니면 무엇으로 밤을 지새웠다는 것이야? 그 보고에 또 다른 내용이 있었던가? 승천검황과 참룡검객, 이기와 그의 전인이 강호행도를 하는 것과 이기의 공동전인과 참룡검객이 혼인을 할지 모른다는 소문이 돈다는 정도인데? 설마 그런 생각을?’
사마 영추상은 상상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영소혜를 보았다.
그러나, 얼굴은 그런 상상이 가능하다는 징후를 보이고 있었다.
‘애가 설마 마음속으로 참룡검객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인가? 그 정도는 되어야 애 마음에 들것이기는 하지만 그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였다는 것인가?’
아무리 흑도의 인물이지만 딸 가진 부모로서 번듯한 사위를 얻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었다.
그러나, 천하문과의 혼약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리 바란다고 하여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있는 딸의 처지를 생각하자 밤새 잠을 못자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
‘이제 소혜도 시집갈 나이가 되었는가? 하나 이런 문제로 고민하는 이상 다른 혼사는 이야기를 꺼낼 수도 없겠구나.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 순간 만큼은 흑도에 몸담고 있는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허나 아직 얼굴도 못 보았지 않은가? 이는 단순한 동경일 것이니 모른체 하자’
그렇게 생각하자 사마는 영소혜에게 자신이 짐작하고 있는 것을 감추기로 하였다.
“걱정말아라. 이 애비가 있는 이상 그 누구도 우리 사황성은 넘볼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너는 나보다 더 뛰어 나기에 이 애비보다 더한 성취를 이룰 것이다.”
그렇게 말하고 황급히 자리를 피하였다.